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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의 인내심

1562317042967USV의 프레드 윌슨이 얼마 전에 올린 포스팅을 여러 번 읽으면서, 읽을 때마다 너무 공감했다. “Seven to Ten Years” 라는 글인데,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이분이 이제 VC 투자를 한 지가 벌써 33년이 됐고, 그 기간 동안 3개의 VC 회사에서 대략 15개의 펀드를 관리하면서 투자를 했다고 한다. 나도 프레드가 투자를 오래 한 건 알았지만, 이렇게 오래 한 줄은 몰랐는데, 이분의 인사이트를 생각해보면 그 정도의 업력이 충분히 이해간다. 또한, 프레드의 와이프도 개인 투자를 오랫동안 했는데, 지난 12년 동안 약 140건의 투자를 했다고 한다. 또한, 다른 펀드에도 간접 투자를 했으니, 프레드 윌슨은 40년 동안 다양한 펀드에서 직접 투자와 간접 투자를 통해서 약 1,000개 이상의 스타트업 데이터를 관찰하면서 나름 방대한 패턴을 분석할 수 있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을 거라고 생각한다.

이 데이터를 분석하면 다양한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 글에서 프레드가 강조하는 건 바로 초기 투자는 인내심이 엄청 필요하다는 점이다. 망하는 회사는 생각보다 너무 빨리 망하고, 잘 되는 회사는 생각보다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게 이 데이터가 보여주는 극명한 패턴인데, 숫자를 조금 더 파고 들어가 보면, 초기 벤처투자에서 제대로 된 엑싯이 나오는데 평균적으로 7년~10년이 걸린다고 한다. 5년 ~ 7년도 아니고, 10년 ~ 15년도 아니고, 제대로 된 투자를 했고, 인내심을 갖고 버티면, 이 회사가 잘 돼서 펀드에 수익이 발생하는데 딱 7년~10년이 걸린다고 한다.

나는 이게 굉장히 재미있는 데이터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이제 투자를 한 지 8년이 됐는데, 프레드 윌슨의 공식이 맞는다면, 이제부터 우리 1호 펀드 투자사한테는 – 망하지 않았다면 – 좋은 일이 생길 것이고, 2호 펀드 투자사는 아직 4년 정도는 더 기다려야 한다는 뜻인 거 같다. 그리고 우리도 한 10년 정도 더 투자하고, 투자사가 300개가 됐을 때 이런 좋은 데이터를 분석할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7년~10년이 스트롱한테도 적용될지, 아니면 이보다 더 짧을지 길지는 잘 모르겠지만, 이 비즈니스는 인내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는 반박의 여지가 없다. 하나의 스타트업이 결실을 보려면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리지만, 이런 회사의 집합체인 우리 같은 벤처펀드가 전체 펀드의 차원에서 결실을 보려면, 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고, 더 상위 개념으로 우리 같은 펀드의 집합체인 여러 펀드에 투자하는 LP의 입장에서는 더 긴 시간이 걸릴 수 있다. 그리고 운 좋으면 대박이 터질 수도 있지만, 이 긴 기다림 후에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가 더 많기 때문에 서로에 대한 믿음과 존중이 없으면 절대로 지속될 수 없는 산업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기다림의 게임을 기꺼이 같이 해주는 우리 LP 분들과 우리의 창업가들이 오늘따라 더 고맙게 느껴진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버티는 여자들

*이 글에는 우리 투자사에 대한 홍보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밀레니얼 세대는 1982년~2000년 사이에 태어난 사람들이다. 나이로 말하자면 19세~37세라서 어떻게 보면 10/20/30대를 모두 포함해서 너무 광범위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밀레니얼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은 아마도 20대와 30대 초반이라고 하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싶다. 우리가 투자하는 창업가의 90% 이상이 이 밀레니얼 세대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나도 이 세대와 생각보다 많이 교류하는데, 한 세대를 싸잡아서 일반화하는 건 좀 멍청한 짓이긴 하지만, 밀레니얼들은 꽤 독특한 세대이긴 하다.

내가 최근에 가장 많이 느끼는 점은, 이분들은 – 특히 20대가 그런 거 같다 – 일단 뭐를 해도 무조건 편하고 재미있지 않으면 잘 안 한다는 것이다. 나는 뭔가를 구매하거나, 특정 액티비티를 하기 전에 다양한 각도에서 고민한 후에 의사결정을 하는데, 밀레니얼들도 이런 고민을 하겠지만, 이들의 의사결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건, 재미와 편리함인 것 같다. 아주 단편적인 사례지만, 월급 150만 원 받는 20대가 한 달 택시비를 50만 원 이상 쓴다는 건 우리 세대로써는 상상도 못 하지만, 그냥 편하니까 그렇게 한다고 한다. 그리고 2시간 이상 식당 앞에 줄 서는 이유가 맛있는 음식을 먹기보단, 사진 찍어서 인스타그램에 올리기 위해서라는 세대와 한 시대를 같이 산 다는 건 참으로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어떤 사람이 보면 밀레니얼은 정신 나간 세대이지만, 또 어떤 사람이 보면 굉장히 신선하고 재미있는,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세대이기도 하다. 어쨌든 우리는 밀레니얼 창업가들한테 주로 투자하고, 이들이 만드는 많은 제품 또한 밀레니얼을 위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 시장의 트렌드에 항상 주목하고 있다. 몇 년 전부터 내가 들어왔던 게 바로 이 신세대들은 더는 책도 안 보고, 공부도 안 하고, 뭔가 유용한 콘텐츠를 소비하지 않는다는 이야긴데, 실제로는 이들이 좋아하고 읽을만한 콘텐츠가 요새 별로 없고, 있더라도 이들한테 익숙한 포맷으로 포장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런 말이 나오는 거 같다.

특히 한국같이 남성 위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콘텐츠가 많이 없다는 점에 착안해서 우리는 ‘더핀치‘라는 밀레니얼 여성을 위한 온라인/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에 투자했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산더미 같고, 훨씬 더 많은 콘텐츠가 필요한 서비스이지만, 나도 더핀치의 콘텐츠를 가끔 보면서 새로운 사실을 많이 배우고 있다. 가끔은 너무 과격한 내용도 올라오지만, 이 또한 나한테 새롭고, 이런 콘텐츠를 즐기는 새로운 세대가 있다는 사실도 나한테는 흥미롭다.

핀치에서 최근에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여성들을 위한 여러 가지 행사를 준비하고 있는데, “버티는 여자가 이긴다”라는 밀레니얼 여성 창업가 4명의 토크쇼가 7월 10일 구글캠퍼스에서 열린다. 창업 3개월 차부터 5년 차까지, 각기 다른 여성 창업가 네 명의 이야기를 한 자리에서 들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밀레니얼들의 또 다른 특징은 행동과 말에 거침이 없다는 점인데, 이 여성 창업가들의 기탄없는 한바탕 토크가 기대된다. 표는 여기서 구매할 수 있다.

매일 출석하기

runner-1863202_640구글캠퍼스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엄마캠: Campus for Moms)’라는 프로그램을 해마다 운영하고 있다(올해도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프로그램에 대한 여러 가지 의견이 있겠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이 구글캠퍼스의 시그니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서로에게 가장 보람찬 과정과 결과를 가져다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결혼하고 육아 때문에 창업의 꿈을 접거나, 아니면 자의보단 타의에 의해서 ‘경단녀’가 된 엄마들한테 창업과 스타트업에 대해서 9주 동안 교육하고 지원해주는 비상주 프로그램이다. 마지막 주에는 엄마들이 그동안 열심히 만든 사업계획서를 발표하고, 주로 VC로 구성된 심사위원이 이에 대한 조언을 주는 작은 데모데이로 이 프로그램은 끝난다.

우리 사무실이 구글캠퍼스에 있어서, 나는 이 데모데이에 자주 초대받는다. 실은 나도 공식적인 자리에 나가서 누구를 평가하고 조언을 주는 걸 썩 좋아하진 않지만, 엄마캠은 시간을 만들어서라도 항상 참석하려고 노력한다. 내가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던 엄마들은 그 누구보다 똑똑하고, 열정이 넘치고, 창업 생태계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지만,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못 잡고 있는 분들이 대다수라서, 누군가 이분들한테 조금만 길을 안내해주고, 뒤에서 등을 살짝만 밀어주면, 아주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인재이기 때문이다. 우리 같은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해서 돈을 버는 게 최종 목표이지만, 그 과정에서 스타트업 생태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을 해야 하는 것 또한 우리의 의무라는 걸 조금씩 배우고 느끼고 있다. 그리고 없는 시간을 이왕 쪼개서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다면, 배울 의지가 강하고 열심히 하는 분들한테 그 시간과 자원을 할애하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인데, 나는 이 엄마들이 그런 분들이라고 생각한다.

엄마들은 모두 진지하고 열심히 하지만, 9주 프로그램이 끝나면 육아와 가정이라는 현실에 다시 부딪히게 된다. 그리고 이 중 90% 이상은 다시 일상생활로 돌아가고, 엄마캠에서 만든 사업계획서는 잠시 접어 둔다(대부분 잠시가 평생이 된다). 하지만, 이 중 몇 분은 힘든 현실에도 불구하고, 계속 꿈을 현실로 만드는 노력을 한다. 힘들고 더디지만, 계속 여러 가지 방법을 찾으면서, 자원을 확보하고, 사람들을 설득하면서 계속 스타트업이라는 게임을 한다. ‘육아말고 뭐라도‘는 이 게임을 계속했고, 현재도 하고 있는, 엄마캠 출신 6명의 엄마 창업가들의 실제 창업 이야기다. 이 회사 중 유니콘은 없고, 유니콘이 과연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분들이 멈추지 않고 매일 출석하면서 게임을 계속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힘든 허슬을 가깝게 관찰할 기회가 있었는데, 우린 이 중 한 분한테 결국 투자도 했다. 한글로 “게임을 계속한다”라고 하면 어감이 좀 이상하지만, “staying in the game”이라는 영어를 직역한 의미다.

지금은 너무 힘들고, 삽질만 하고 있고, 앞으로도 도무지 사업이 잘될 기미가 하나도 안 보이더라도 나는 강조하고 싶다. 자신을 믿고,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이 존재한다고 굳게 믿는다면, 무조건 매일 출석하라고. 스타트업이라는 마라톤은 42.2km보다 훨씬 더 길고 힘든 싸움인데, 이 싸움에서 결국 이길 수 있는 방법은 그냥 계속, 꾸준히 뛰는 것이다. 지치지 말고, 매일 러닝화를 신고, 도로로 나가서, 뛰다 보면, 그리고 이 길이 맞는 길이라면, 언젠가는 목표에 와 있을 것이다. Keep staying in the game.

<이미지 출처 = Pixabay>

빙산의 일각

iceberg-1321692_640한 분야만 전문적으로 파고 들어가는 스페셜리스트 투자자가 있고, 우리같이 특정 버티컬 상관없이 모든 분야를 보는 제너럴리스트 투자자도 있다. 주로 바이오/제약/메디컬/우주공학 분야와 같이 고도로 전문화되어 있는 쪽에 투자하는 VC는 그 분야의 전문지식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은 드문 거 같은데, 내가 아는 미국의 많은 메디컬분야 전문 VC는 의학박사이고, 전직이 의사였던 분도 있다. 이 분야는 비즈니스모델보단, 기술 자체가 사업의 성공에 더 크게 기여하는 거 같은데, 이런 분야에 투자하려면 전문지식이 많아야 한다. 실은, 나 같은 제너럴리스트 VC는 특정 분야의 전문지식은 거의 없기 때문에, 기술이 비즈니스보다 더 중요한 산업군의 스타트업은 잘 안 보게 되고, 봐도 정확히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결국은 어떤 팀이 하냐가 가장 중요하긴 하지만, 기술이 회사의 성공의 90%를 결정하는 경우에는 이 논리는 희석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우리가 보는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크게 consumer internet이라고 분류한다. 더 쉽게 말하면,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 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가 기술력이 없다는 건 아니다. 기술력은 좋지만, 기술 자체를 파는 게 아니라, 그 기술이 기반이 되는 고객의 생활과 접점에 있는 서비스를 판매하는 회사들이다. 다양한 분야가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우리가 접할 수 있는 물건을 판매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이나,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디맨드(=O2O) 마켓플레이스 등이 주로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 카테고리에 속한다. 이 분야에 우리도 워낙 많이 투자하다 보니까 – 같은 분야라도 모든 비즈니스가 조금씩 틀리지만 – 그래도 공통으로 몇 가지 항상 발견되는 점들이 보이고, 이런 배움을 비슷한 분야의 다른 비즈니스에 적용해보니 가끔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들이 있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해보면, 비슷한 분야의 비즈니스에 많이 투자했으니까,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됐다는 착각을 하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에 우린 이런 이해하기 쉬운 비즈니스를 검토하고 있었고, 나는 나름 이 분야에 몇 번 투자도 해봤고, 안 되는 회사도 있었고, 잘 되는 회사도 있어서, 이렇게 하면 잘되고, 이렇게 하면 안 되고, 특정 수치를 집중해서 봐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어느 정도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 때문에 이 비즈니스에 대한 투자 결정이 점점 한 방향으로 굳어가고 있었는데, 실제로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현업 업무를 한 큰 회사의 임원과 이 스타트업의 경영진이 사업 이야기를 하는 걸 옆에서 관찰하면서 들을 기회가 우연히 있었다.

전문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느낀 점은, 바로 내가 아무리 이 사업을 잘 안다고 생각을 해도, 나는 현업에서 오퍼레이션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 겉만 볼 수 있는 투자자이며, 내가 아는 사실은 정말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다. 이분들의 대화를 약 2시간 이상 들었는데, 그중 내가 이 분야의 많은 회사에 투자하면서 했던 질문은 하나도 거론되지 않았고, 그동안 전혀 모르고 있었던, 정말 현업을 아는 내부자만 알고 있는 실무에 대한 내용이 너무나 많았다. 실은, 내가 처음 듣는 개념과 용어도 몇 번 등장하긴 했다. 이 미팅 이후에 내가 이 회사에 가지고 있었던 의견이 많이 바뀌었고, 투자에 대한 결정 또한 다시 고려해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런 경험을 몇 번 하다 보니, 역시 나 같은 제너럴리스트 VC의 전문지식에는 명확한 한계가 있다는 걸 요새 많이 느끼고 있다. 아무리 특정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해도, 직접 현장에서 그 일을 오랫동안 해보면서 몸으로 경험하지 않으면, 그 분야에 대해서 아는 지식은 책으로 배우거나 어깨너머 배운 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투자 결정은 아는 사실보단 모르는 미지수가 더 많은 상태에서 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까? 최대한 많은 연구, 조사, 경험하는 건 기본이지만, 결국 그 창업팀과 대표를 보고 투자하는 게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투자자로서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실은 전체 내용의 빙산의 일각이긴 하지만, 창업팀은 그 빙산 자체를 움직이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B2B SaaS

1560931788984한국에서 회사 다니는 분 중 명함관리 서비스 리멤버를 모르는 분들이 점점 더 없어지는 거 같다. 그만큼 국민명함 앱으로 자리를 잘 잡아가는 것 같다. 일본에도 리멤버와 비슷한 Sansan이라는 서비스가 있는데, 얼마 전에 일본 시장에서 IPO를 했다. 나는 작년에 일본에서 Sansan의 대표 Chika Terada를 만난적이 있는데, 만난 시간은 짧았지만, 일본 창업가에 대해서 가지고 있던 편견을 없앨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다.

최근에 한국이 눈부신 발전을 하긴 했지만, 아직도 경제 규모나 인구로 보면 일본이 한국보다 강국이라는 점을 부인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이 일본보다 더 잘하는 분야가 하나 있다면, 나는 아주 자신 있게 ‘창업’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국에만 있으면, 요새 한국의 젊은 친구들 너무 자신감이 없고, 연약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고, 많이 하지만, 일본의 젊은 층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주 양호하다는 이야기를 한국과 일본에서 자주 듣는 편이다. 내가 일본을 잘 모르지만, 일본은 아직도 취업할 수 있는 회사와 포지션이 많기 때문에, 굳이 힘들게 창업하지 않아도 편안하게 먹고 사는 게 충분히 가능한 사회라고 들었다. 그리고 한국도 실패를 잘 인정하지 않는 사회이지만, 일본은 이게 한국보다 더 심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뭔가 새로운 걸 잘 시도하지 않고, 이런 사회적 분위기가 창업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스타트업 숫자도 한국보다 상대적으로 작고, 창업을 잘 안 해서, 한국보다 VC 생태계가 약한다는 걸 나도 갈 때마다 느끼고 있다. 또한, 창업하더라도, 일본 내수 시장이 충분히 크기 때문에, 한국 창업가들처럼 굳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하지도 않고, 그렇게 할 필요를 잘 못 느낀다고 한다.

이는 그나마 한 나라의 스타트업 생태계의 수준을 비교,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지표 중 하나인 유니콘 기업의 수에서도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CB Insights에 의하면, 한국은 8개의 유니콘 기업을 자랑하는 전 세계 6위의 유니콘 강국이지만, 일본은 유니콘 기업이 1개 밖에 없다. 그리고 자존심 강한 일본 VC와 이야기를 해도, 이들이 아주 흔쾌히 인정하는 부분이 바로 한국 젊은이들이 훨씬 더 진취적이고 리스크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더 좋은 스타트업이 한국에 많고, 일본 스타트업이 한국 스타트업한테 배울 수 있는 점이 훨씬 많다고 한다.

이런 이유로 내가 가지고 있던 일본 창업가의 이미지는 패기도 없고, 야망도 없었는데, 위에서 말했던 산산의 대표는 그 어떤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창업가보다 시야가 넓고, 인성도 좋고, 비전이 명확한 창업가였다. 그리고 일본의 창업 생태계가 한국보다는 전반적으로 뒤처져있긴 하지만, 뭔가 만들어서 기업에 판매하는 B2B SaaS 시장은 단연하건대 한국보다 일본이 훨씬 더 잘하고, 더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한국은 B2C 시장이 B2B보다 기형적으로 더 발달되어 있다. 아직 한국에서는 B2B 유니콘이 나오지 않았고, 많은 분이 이 시장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그 이유는 나도 잘 모르지만, 한국은 대기업이 모든 걸 다 직접 하기 때문에 작은 스타트업이 기업에 돈을 제대로 받고 판매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게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인 거 같다.

그런데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B2B 시장이 아직 크지 않고, 한국은 B2B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해서, 이 분야가 상대적으로 발달하지 못하고 있고, 많은 창업가들도 그런가 보다 하면서, 창업을 하면 B2B 보단 B2C 쪽에서 시작한다. 이런 구조로 가니까, B2B 소프트웨어 자체가 별로 안 만들어지고 있고, 안 만들어지니까, 다양한 실험도 없고, 시행착오도 없어서, 더욱더 이 분야에 발전이 없다. 이런 구조는 B2B 소프트웨어의 악순환 고리를 만든다. 나는 이 악순환 고리가 언젠가는 깨질 거라고 생각한다. 결국 대기업이든, 소기업이든, 업무의 효율화를 가능케 하는 소프트웨어를 돈 주고 사용할 수밖에 없고, 모든 걸 내부에서 만들고 처리하던 시대는 이제 끝나고 있기 때문에, B2B SaaS 시장이 커질 거라는데 한 표를 던지고 싶다.

이런 맥락에서, 한 5년 전부터 우리도 한국과 미국의 B2B SaaS 비즈니스에 투자를 좀 했는데, 최근 들어 한국의 B2B 서비스 투자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최근에 우린 아이디어웨어라는 B2B 회사에 투자했는데, 모바일앱과 리테일을 분석해주는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을 만들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아마도 이 회사를 모르는 분은 많지만, 와이즈앱에서 분석한 데이터가 활용된 이런 부류의 보고서는 많이들 접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B2B 유니콘이 하나 나오길 기대한다.

<이미지 출처 = 크라우드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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