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고요한 성장

우리는 지금까지 290개가 넘는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초기 VC가 대부분 비슷할 텐데, 이 중 75% 이상은 평생 엑싯도 못하고 그냥 언젠가는 없어질 테고, 나머지 25%에서 승부가 난다. 이 25% 중에서도 극소수만 엄청 잘 되고, 나머지는 그냥 평타를 치거나, 아니면 회사는 잘 먹고 잘사는 라이프스타일 사업이 되지만, 이런 회사는 우리 같이 수십 배의 수익을 바라보고 투자하는 VC에겐 썩 좋은 결과를 가져오진 않는다.

뭐, 그렇다고 우리가 투자하는 회사마다 별로라는 건 아니다. 좋은 성장을 하고 있는 회사도 많고, 꽤 많은 회사가 그들이 사업을 하는 분야에서는 고객이 가장 먼저, 또는 두 번째로 떠올리는 “top of the mind” 브랜드가 됐거나 되고 있는데, 이 과정을 옆에서 꽤 가까운 곳에서 본다는 건 초기 투자자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이자 자랑이다. 이 중엔 당근, 핀다, 클래스101과 같이 상당히 큰 시장에서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된 투자사도 있지만, 일반인들에겐 상대적으로 낯선 시장에서, 그 시장에 종사하는 관계자라면 누구나 다 아는 브랜드가 된 투자사도 있다.

이건 내가 말한 게 아니라 작년에 다른 분에게 들은 건데, 스트롱 투자사들은 겉으로는 요란하진 않지만, 안으로는 아주 고요하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많아서 좋다는 말이었다. 즉, 본인이 지금까지 수많은 스타트업과 대표들을 봐왔는데, 소셜미디어에서 정말 요란하게 사업하고 투자 많이 받았다고 자랑하는 회사들은 결국엔 큰 사업으로 성장하지 못하지만, 오히려 조용히 좋은 제품과 매출을 만들면서 고요하게 성장하는,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회사들이 크게 성장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실제로 스트롱 투자사들이 그런진 나도 잘 모르겠지만, 대부분 돈도 없고 사람도 없어서 조용히 사업에만 집중하는 건 맞는 것 같다.

최근에 후속 투자를 유치하는 우리 투자사를 오랜만에 만났는데, 위에서 말한, 작년에 들었던 고요한 성장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대표님이 매달 이메일로 보내주는 업데이트는 잘 읽고 있지만, 직접 만나서 그동안의 사업 경과, 지표, 그리고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이야기한 건 정말 오랜만이었고, 상당히 인상 깊었던 미팅이었다. 고요한 성장을 하고 있는 딱 그런 회사였기 때문이다.

일단 이 회사가 사업하는 분야는 대부분의 투자자나 일반인들은 잘 모르는 산업이다. 우리도 처음 만났을 때, “와, 한국에도 이런 시장이 있구나.”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잘 안 알려진 시장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잘 안 알려진 시장이라고 하면, 대부분 아주 작은 틈새시장을 떠올리는데, 이 시장은 전혀 작지 않은, 전 세계적으로 수십조 원 되는, 아무도 모르지만, 아는 사람만 아는 엄청나게 큰 틈새시장이다.

이 시장에서 우리 투자사는 수년 동안 진흙탕에서 굴렀고, 그동안 솔직히 망할 뻔한 순간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회사는 절대로 죽지 않고 매번 더 강하게 살아남는 바퀴벌레처럼 버티고 또 버텼다. 그러면서 그 분야에서 계속 자기만의 영토를 야금야금 만들었고, 자신의 브랜드도 조금씩 만들기 시작했다. 다른 회사들이 투자자들의 돈으로 요란하게 사업하고 있을 때, 이 회사는 아주 조용히 제품을 만들었고, 고객을 확보했고, 매출을 만들었고, 심지어 수출까지 시작했다.

나는 이렇게 묵묵히 자기 할 일만 하면서 요란하지 않고 고요하게 성장하는 회사들이 제일 좋다.

현장의 중요성

몇 주 전에 어떤 해외 투자자를 서울에서 꽤 오랜만에 만났다. 요새 스트롱벤처스의 현황과 우리가 어떤 창업가들을 만나고 있는지에 대해 업데이트했고, 한국 시장에 대해서 내가 그동안 보고, 듣고, 느낀 점들을 공유해줬다. 이야기 도중 이분이 나에게 한국의 계엄 사태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고, 2025년 절반은 우리가 국가의 리더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는데, 그때 내 반응은 “아, 맞다. 한국에 그런 일이 있었지…” 였다. 나는 완전히 이 일들에 대해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고, 별생각을 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분의 회사는 본사가 미국이고, 싱가폴에 아시아 지사가 있는데, 이분은 싱가폴 지사에서 일하는 파트너이다. 얼마 전에 미국 본사의 나이 든 파트너들과 한국 벤처 시장에 대해서 이야기하는데, “한국은 아직도 전시 국가이고, 북한이 계속 미사일을 쏘고 있는데, 한국 시장에 투자하는 게 너무 위험한 게 아닌가요?”라는 질문이 나왔다고 한다. 이 말을 듣자마자 내 반응은 계엄 사태와 비슷하게 “아, 맞다. 우린 아직 북한이 미사일을 쏘고 있지…” 였다. 실은 이것도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고, 별로 생각하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결국 이 회사는 한국의 정치와 국방 리스크가 조금 더 해소되면 한국 벤처 시장을 조금 더 깊게 보자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그런데 이분이 나에게 그다음에 한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 한국의 이런 리스크에 대해서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한국에 오랜만에 왔는데, 막상 와보니까 나라는 너무나 잘 돌아가고 있어서 놀랐다고 한다. 항상 그렇듯이, 한국인들은 아주 역동적이고 강렬한 삶을 살고 있고, 비즈니스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잘 되는 것 같고, 우리 같은 VC들도 너무나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어서, 이 나라가 과연 본인들이 몇 주 전에 정치와 국방 리스크가 있다고 당분간 투자하지 말자고 내부적으로 결정했던 그 나라가 맞는지 의아해했다. 그리고 미국 본사의 파트너들에게 그들이 걱정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잘 있고, 한국인들은 평상시와 같이 잘 살고 있고, 한국 시장도 아주 좋다는 걸 어떻게 설득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제삼자를 통해서 보고 듣는 이야기와, 내가 직접 그 현장에서 보고 듣는 이야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솔직히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이나 북한의 위협은 내가 종사하고 있는 실제 투자 현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내용인데, 한국에 와보지도 않고 외신을 통해서 한국의 소식을 접하면 우리나라에서 당장 전쟁이 나고, 정치적으로도 완전히 무너질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은 위에서 말 한 분 뿐만이 아니라, 이런 이유로 올해는 아예 한국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투자자들도 있는데, 이들이 한국이라는 현장에 와서 직접 시장 돌아가는 걸 보면 생각이 많이 바뀔 것이다.

우린 실제로 어떤 시장, 회사, 인물에 대해서 잘 모르면서, 소문이나 “~카더라” 이야기, 정확하지 않은 기사, 근거 없는 소셜미디어의 내용만을 기반으로 판단하는데, 이렇게 하면 틀린 결정을 하고, 이로 인해 좋은 기회를 놓칠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말 한 투자자가 한국의 벤처 시장에 지금 투자하지 않음으로써 몇 년 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과 비슷하게.

정답은 항상 현장에 존재한다.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이야기하고, 직접 판단해야 한다.

함께 목소리 내기

스트롱의 mission statement는 “Together, We are All Strong”이다. 아주 간단한 문장이지만, 이 문장을 만드는 과정은 간단하지 않았고, 표면적인 의미는 단순하지만, 내포하는 의미는 꽤 깊고 powerful 하다. 우리가 봤을 때 스타트업의 생태계를 만들고, 이끌고, 지탱하는 가장 큰 3명의 이해관계자는 LP, GP, 그리고 창업가이다. LP는 우리 같은 VC에게 자금을 제공해 주는, 돈 먹이사슬의 가장 상단에 있는 우리의 투자자이다. GP는 우리 같은 VC이고, 우리의 돈을 받는 건 창업가이다. 우리는 돈의 먹이사슬의 중간에 있고, 우리 위의 LP 들의 돈을 받아서 이 돈을 먹이사슬의 가장 하단에 있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한다.

스트롱의 “Together, We are All Strong”에서 가장 중요한 단어는 “All”인데, 우리가 하는 모든 결정의 결과가 그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이 생태계를 구성하는 LP, GP, 창업가 모두에게 바람직하고 공평해야 한다는 우리의 미션을 잘 설명해 주기 때문이다. 어떤 의사결정을 할 때, LP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니고, GP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니고, 창업가에게만 유리한 결과도 아닌, 이 세 명 모두에게 공평하고 유리한 결과를 만들기 위해서 우린 최선을 다한다는 뜻이 담긴 스트롱의 선언문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 세 명의 이해관계자 중 가장 중요한 한 주체만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지체하지 않고 창업가를 선택할 것이다. 창업가는 다른 두 이해관계자인 LP와 GP보다 압도적으로 중요한데, 그 이유는 이 생태계의 모든 가치는 창업가들이 만들기 때문이다. 실은, 우리 같은 GP는 창업가들이 만드는 가치를 LP 둘에게 전달해 주는 단순한 도관 역할을 한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회사와 고객의 관계에 따라 생각해 보면, 우리 같은 VC의 가장 중요한 고객은 창업가라는 뜻이다. 고객이 없으면 회사가 존재할 필요도 없고, 존재할 수가 없는데, VC들도 창업가들이 없으면 존재할 필요가 없고,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요즘 시장에는 본인들의 고객이 누구인지 완전히 망각하고 있는 VC들이 너무 많다. 이들은 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GP가 최고, 또는 GP와 LP가 최고라는 입장이라서, 본인들은 항상 창업가의 위에서 군림하면서 절대적인 갑의 위치에 있다는 철저한 믿음을 갖고 있다. 이런 믿음은 철저하게 개소리/개믿음이다.

다시 말하지만, 이 생태계에서 모두가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주체는 생태계의 모든 가치를 만드는 창업가들이고, 이들이 가장 중요한 이해관계자이자, 가장 철저하게 존경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분들이다. 이런 생각에 반대하면서 창업가들에게 갑질하고 이들을 온갖 이상한 방식으로 괴롭히는 투자자를 우리는 ‘빌런 VC’라고 한다. 실은, 점점 이런 VC들이 많아지는 것 같고, 이들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어지럽히고 있는 걸 직간접적으로 더 자주 목격하면서 점점 더 걱정되고 있기도 하다.

마침, 얼마 전에 우리 조지윤 이사님이 이런 빌런 VC들을 구분하고, 이들에 대처하는 법에 대한 노하우를 페이스북에 올려주셨는데, 이 포스팅이 상당히 많이 공유되고 회자된 거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요새 이상한 VC들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나는 해석한다.

솔직히, 싫든 좋든 이 생태계에 같이 몸담고 있고, 같이 좋은 창업가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고, 심지어 우리랑 같은 회사에 공동 투자한 VC들도 있어서, 이런 동료빌런 VC들에 대해 이렇게 공개적으로 목소리를 낸다는 건 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그래도 조지윤 이사님은 역시 젠틀하시다. 내가 이런 글을 썼다면, 아마도 실명을 거론했을 것 같다. 그래서 안 쓴다.) 하지만, 이제 막 싹이 트고 있는 한국의 벤처 생태계를 위해선 이런 VC들은 사라져야 하고, 이들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선 우리 모두 참지 말고, 일어서서 함께 목소리를 내줘야 한다.

Stand up and speak up. 이렇게 해야지 변화를 같이 만들 수 있다. 모두 같이 이 생태계 깨끗하게 대청소 한 번 합시다.

소화불량으로 인한 죽음

경험이 좀 있는 미국 투자자들이 하는 말 중 이런 말이 있다.

“굶주려서 문 닫는 회사보단, 소화불량으로 문 닫는 회사가 훨씬 더 많다.(More companies die due to indigestion than starvation)”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게 무슨 말인지는 대충 알 텐데, 스타트업의 맥락에서 이야기하자면, 돈이(=런웨이) 없어서 문을 닫는 회사도 많지만, 이보다 돈이 너무 많아서 멍청한 짓을 해서(cross out) 문을 닫는 회사가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내가 처음에 이 말을 들었을 때 나는 약 3년 차 VC였다. 그리고 솔직히, 이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를 못 했다. 돈이 없어서 스타트업이 문을 닫지, 돈이 많은데 어떻게 회사가 망하는지 잘 이해가 안 갔다. 더 많은 사람을 채용하고, 더 많은 영업과 마케팅을 하고, 더 많은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매출도 늘어나고 더 잘 되는 게 아닌가.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다.

하지만, 이제 14년 차 VC인 내가 이 말을 들으면 그냥 자동으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그리고, 그동안 투자를 너무 많이 받고 돈이 너무 많아져서, 소화불량으로 어려워진 우리 투자사들이 했던 멍청한 짓들이 비디오같이 내 머릿속에서 재생된다. 이 중 많은 회사들이 망했고, 일부 회사들은 아직 살아 있지만, 과거의 실수를 만회하느라 아직도 허덕거리는 곳들이 상당히 많다.

과식해서 소화불량으로 – 즉, 투자를 너무 많이 받아서 – 죽거나 힘들어하는 회사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다. 이 회사들은 주로 시장에 유동성이 과하게 높았던 시기에 약간 말도 안 되게 높은 밸류에이션에 필요 이상의 투자를 받았다. 시작부터 이러니, 마치 본인들이 정말로 사업을 잘해서 이런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받은 거로 착각하는데, 사업을 못 했으면 투자를 못 받았을 테니, 사업을 잘하는 건 맞지만, 그렇다고 그렇게 높은 밸류를 받을 정도의 대단한 사업은 아니었다. 이렇게 필요 이상의 투자금을 받은 창업가들은 대부분 돈의 가치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본인들이 평생 일을 해도 200억 원이라는 돈을 만져보지도 못할 텐데, 갑자기 회사 통장에 200억 원이 입금되면 이 돈의 무게를 그대로 느끼지 못하고,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걸 나는 자주 목격했다.

그리고 갑자기 큰돈이 생기면, 이들은 돈이 없었으면 절대로 할 생각도 하지 않았을 일들을 벌리기 시작한다. 즉, 위에서 말한 대로, 아주 멍청한 짓들을 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그냥 돈이 있어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딱히 사람이 필요 없는데, 네이버, 카카오, 토스, 쿠팡 같은 곳으로부터 몸값이 엄청나게 비싼 임원들을 회사로 영입한다. 이런 분들이 필요하면 당연히 비싸게 돈을 주고 채용해야겠지만, 그냥 돈이 너무 많으니까, 사람들을 막 데려온다. 그리고 본업과는 상관없는 방향의 제품을 개발하기 시작하고, 주변의 다른 회사를 인수하기 시작한다. 왜 이러냐고 물어보면, 답변은 항상 논리적이고 똑똑하다. 결국엔 그 방향으로 확장해야지만 유니콘 기업이 될 수 있는데, 하나씩 하면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좋은 회사들을 ‘싸게’ 인수한다는 답변을 나는 꽤 자주 들었다. 그리고 이걸 가능케 하기 위해 더 많은 인력을 채용하고, 이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서 더 크고 더 좋은 사무실로 이사 가거나, 어쩔 땐 사옥을 매입하기도 한다.

그러면서 서서히 소화불량으로 회사가 죽는 걸 나는 꽤 많이 봤다. 왜 이 회사의 투자자인 스트롱은 이걸 그대로 두고 봤냐고 물어본다면, 솔직히 나도 할 말은 없다. 당시엔 나는 이렇게 하는 게 맞다고 믿었고, 돈 다 쓰면 또 투자받으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을 했다. 굉장히 위험한 생각이고, 굉장히 멍청한 생각이었다. 이제 나는 회사의 퍼포먼스 대비 너무 높은 밸류에 너무 많은 투자를 받는 우리 투자사가 있으면 이 회사가 과식하고 소화불량으로 죽지 않게 각별히 주의한다.

돈이 다 떨어졌고, 도저히 펀드레이징이 안 되는 회사가 서서히 죽어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이런 회사는 배가 너무 고프지만, 뭘 사 먹을 돈이 없어서 계속 굶는다. 그런데 많은 경우에 이런 회사들이 오히려 물만 먹으면서 오랫동안 살아남는 경우를 봤다. 반면에 갑자기 너무 돈이 많이 생겨서, 배가 고프지도 않은데 계속 뭔가 먹다가 과식해서 소화불량으로 급체해서 죽는 회사들이 더 많다는 사실을 모든 창업가는 기억하길 바란다.

너무 허기져도 안 되고, 너무 배가 불러도 안 된다. 항상 적당히 먹어서 잘 소화하고 건강해야 한다.

반복의 기계

올해 나는 엘리트 운동선수들의 팟캐스트를 꽤 많이 들었다. 인간의 육체적, 정신적 한계를 극복하고 세계 최고의 운동선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들을수록 엘리트 운동선수와 창업가 간엔 공통점이 너무나 많다는 생각을 계속하게 된다. 가장 대표적인 공통점은 내가 자주 이야기하는 ‘극강의 바퀴벌레력’이다. 그중에서도 생존력과 회복력이 바퀴벌레, 창업가, 그리고 엘리트 운동선수가 태어날 때부터 보유하고 있는 천성, 또는 성장하면서 남들보다 더 잘 발달시킨 후천적 습성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들은 지구상의 그 어떤 생명체보다 살아남는 능력과 넘어지면 또 일어나는 능력이 강하다.

한 팟캐스트에서 들었던 이 부분이 계속 내 뇌리를 맴돌면서 기억에 강력하게 남았다.

“평범한 운동선수는 그냥 보통의 선수지만, 탁월한 운동선수들은 ‘반복의 기계’이다.(Ordinary athletes are just athletes, but extraordinary athletes are ‘machines of iteration’”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탁월한 운동선수들은 같은 동작을 끊임없이 반복한다는 의미다. 말콤 글래드웰의 1만 시간의 법칙에 따라서 생각해 보면 카를로스 알카라스 같은 탁월한 테니스 선수는 포핸드 하나만 2만 시간 이상 반복 연습한다. 손흥민 선수는 왼발 감아차기를 아마도 수천 번 반복 연습할 것이다. 스테판 커리는 3점 슛을 수만 번 반복 연습할 것이다. 이 선수들은 그 동작이 신체 일부가 될 때까지 계속 반복해서 ‘반복의 기계’가 되고, 이런 과정에서 평범한 선수에서 탁월한 선수가 되는 것이다.

‘반복의 기계(machines of iteration)’라는 말이 나에게 정말 인상 깊게 다가왔고, 내 안에서 아주 오랫동안 남았는데,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요새 아주 많이 생각하고, 스스로에게 아주 많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해답일지도 모르겠다는 느낌이 왔기 때문이다.

평범한(ordinary) VC가 어떻게 하면 탁월한(extraordinary) VC가 될 수 있을지 나는 요새 굉장히 많이 생각하고 고민한다. 어렴풋이 그냥 열심히 하면 된다는 건 알겠지만, 여기서 조금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고 싶었는데, ‘반복의 기계’라는 표현이 내 생각을 매우 깔끔하게 정리해 주는 해답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평범한 VC는 어떻게 하면 반복의 기계가 되면서 탁월한 VC가 될까?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간단하다. 다른 VC보다 이메일을 더 많이 쓰고, 더 많은 창업가를 만나고, 더 많이 일하면 된다. 딱 이 세 가지만 하면 되는데, 이 세 가지는 그렇게 어려운 게 아니다. 실은, 생각보다 쉽다. 하지만, 정말 어려운 건 이 세 가지를 10년 동안 매일 반복해서 내 몸의 일부가 되게 만드는 것이다. 즉, 반복의 기계가 돼야 하는데, 이게 정말 어려운 일이다.

남들보다 하루에 이메일을 하나만 더 쓰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개의 이메일을 더 쓸 수 있다.
남들보다 하루에 미팅을 하나만 더 하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명의 창업가를 더 만날 수 있다.
남들보다 하루에 한 시간만 더 일하면, 10년이면 남보다 3,650시간을 더 일 할 수 있다.

위의 수치는 실로 엄청난 숫자이고, 이렇게 하면 반복의 기계가 될 수 있고, 탁월한 VC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이런 훈련과 반복을 통해서 탁월한 VC가 될 수 있다면, 다른 평범한 VC는 절대로 우릴 이길 수가 없을 것이다.

이미 나는 스트롱을 통해서 이 여정을 시작했다. 언제 완성될지 모르겠지만, 엘리트 운동선수들같이 반복의 기계가 되는 그 순간을 매일 꿈꾼다.

사실 이건 운동선수나 VC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 모두에게 적용되는 인생의 원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