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s by Kihong Bae:

안티들의 말은 무시해라

얼마 전에 요새 큰 고민이 있는 우리 투자사 대표와 이야기를 했다. 사업은 그냥 나쁘지 않게 진행되고 있는데, 이 회사의 제품에 대한 악플과 형편없는 리뷰 때문에 밤잠을 설치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고민을 하거나, 한 번 정도는 해 본 대표들이 있을 것이다. 특히나 일반 고객과 실물 시장과의 접점이 훨씬 많은 B2C 서비스 또는 먹고, 입고, 바르는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는 브랜드/D2C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이라면 엄청난 악플과 제품 리뷰를 쏟아내는 안티들에게 시달려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런 분들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조언은 다음과 같다.

우리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안 좋은 피드백이 단순 증오성 내용이 아니라, 실제 우리 제품을 자주 사용하는 고객의 애정이 어린 피드백이라면, 그리고 정말로 이분들이 우리 회사와 제품의 미래를 걱정한다면, 이런 충고, 리뷰, 피드백은 아주 적극적으로 듣고, 수용하고, 반영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런 분들이 우리 제품을 구매하고 사용하고, 결국엔 우리 회사가 계속 존재하게 만들어 주는 고마운 찐팬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분들이 남기는 글이나 영상은 그냥 봐도 회사와 제품에 대한 애정이 보일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특별한 논리와 내용도 없이 주구장창 우리 제품과 회사를 욕하는 증오성 피드백이라면 – 그리고 이런 건 그냥 보면 알 수 있다 – 그냥 무시하면 된다. 어차피 이런 사람들은 우리의 팬도 아니고 고객도 아니고 그냥 우리의 안티다. 아마도 우리 제품을 한 번 정도 써봤거나, 아니면 아예 써보지도 않고 그냥 악감정으로 특별한 이유 없이 이런 증오성 악플과 혹평을 하는 것일 텐데 이런 사람들은 우리 회사에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인간들이다.

우리 제품을 구매하는 건 우리의 팬이지, 우리의 안티들이 아니다.

엄격한 사랑

American Idol을 시작으로 수많은 원조 오디션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이자 전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음악 사업가 중 한 명인 사이먼 코웰의 팟캐스트를 얼마 전에 참 재미있게 들었다. 요샌 그나마 나아진 것 같은데, 이분이 몇 년 전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참가자 평가하는 것을 본 분이라면 듣는 사람이 민망하고 미안할 정도로 차갑고 독하다는 것을 모두 다 인정할 것이다. 나도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솔직하게 말하는 straight shooter 스타일이지만, 코웰씨의 악평을 듣다 보면 나는 참 천사 같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나는 이분을 볼 때마다 미디어에서 본인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서 저렇게 싸가지 없게 행동하는 걸로 이해했다. 원래 사람이 저렇게 독하게 생각하고 말하는 거라면, 저 분한테 욕먹는 참가자도 힘들겠지만, 저분도 세상 사는 게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뷰를 들어보니 이분은 원래 이렇게 가혹하고 냉정하게 생각하고 행동하는데, 이게 상대방을 무시하거나 싫어해서가 아니라 오히려 상대방을 존중하고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상대방에 대한 자신의 ‘tough love’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한다고 한다.

이분이 같이 오디션 심사를 하다 보면 어떤 심사위원은 참가자가 정말로 재능이 없고 노래도 못 부르는데, 앞에서는 “노래 정말 잘하시네요. 조금만 다듬으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라고 칭찬하면서 뒤에서는 “최악의 가수네”라고 하는 걸 자주 봤다고 한다. 그리고 본인은 이런 사람들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한다. 일단 정직하지 않기 때문에 싫다고 하고, 심사위원이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걸 듣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로 본인이 조금만 더 연습하면 좋은 가수가 될 수 있다는 심한 착각을 해서, 절대로 가수가 될 수 없는 목소리를 가졌지만, 자칫 잘못하면 그 심사위원의 말 때문에 평생 돈과 시간 낭비를 해서 인생 자체를 완전히 망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본인은 이런 참가자에겐 아예 면전에서 솔직하게 가수의 재능이 없어서 이 길 말고 다른 커리어를 찾아보라고 하는 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상대방에게 훨씬 더 도움이 되는 말이라고 한다. 즉, 이분은 무대에 있는 분을 혐오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존경하기 때문에 이렇게 엄격한 사랑으로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는 게 훨씬 더 인류의 발전에 이롭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코웰씨의 말과 태도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나는 가수 오디션을 심사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수많은 창업가들과 만나고 이들의 사업에 투자할지 고민한다. 물론, 누가 언제 유니콘을 만들진 아무도 모르지만, 아예 안 될 것 같은 사업 아이템이나 아예 사업을 할 자질이 없는 창업가는 미팅 후 15분 정도면 어느 정도 파악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분들에겐 나는 어떻게 할까?

첫 번째 방법은 – 그리고 이게 서로에게 싫은 소리 안 하고 나도 편한 방법이다 – 그냥 아주 좋은 사업 같고, 내부적으로 이야기해 보고 다시 연락하겠다면서 잠수 타는 것이다. 어차피 다시 볼 사람은 아니고, 우리가 투자 안 할 건데, 굳이 이분이 듣기 싫은 소리를 해서 감정 상하게 하고 나도 싫은 소리 하기 싫은 게 모든 사람들의 디폴트 태도이다. 하지만, 이건 상대방에 대한 예의는 아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창업가는 투자자들의 조언을 상당히 진지하고 진중하게 받아들인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고 개선해야 할 점 투성이인 비즈니스와 창업가의 태도가 너무나 명확하게 보이는데 “너무 좋으니까 계속 열심히 하면 우리가 투자 검토하겠다”라는 맘에도 없는 말을 하면, 정말로 이 말을 믿고 지금 하는 것을 하던 대로 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분은 시간과 돈을 낭비하고, 인생을 낭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법은 코웰씨와 같이 대놓고 면전에서 이 사업은 문제가 있어서 안 될 것 같다고 하거나, 아니면 내가 봤을 때 당신은 창업할 준비가 안 된 것 같다고 아주 솔직하게 말해준다. 물론, 이 말은 무례하게 하거나, 갑의 자세로 하는 게 아니라,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해야 한다. 나는 항상 이 두 번째 방법의 선상에서 내 솔직한 생각과 피드백을 창업가들에게 전달하려고 노력한다. 그런데 나도 사람이고, 상대방도 사람인지라, 최대한 예의 바르게 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하지만, 가끔씩자주 상대방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자존심에 기스를 내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어떤 창업가들은 그 자리에서 대놓고 나에게 정말 무례하고 어떻게 이런 말을 본인에게 할 수 있냐고 감정적으로 격하게 따지기도 한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면, 나도 속으로 내가 굳이 왜 잘 알지도 못하고, 오늘 처음 만났고, 아마도 앞으로 안 만날지도 모르는 이분에게 이런 말을 해서 이런 상황을 만들었을까,,,라는 후회를 하기도 하고 그냥 앞으로는 무조건 좋은게 좋다는 태도로 “굉장히 좋습니다.” , “열심히 하시면 됩니다.” , “내부적으로 검토해 볼게요.”라는 말로 일단 그 상황을 모면한 후에 다시는 연락하지 말까 하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절대로 이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되는 사업이든 아니든, 이상한 창업가이든 아니든, 내 앞에서 열심히 사업을 설명하는 이 사람은 나를 만나기 위해서 두 달을 기다린 사람도 있고, 우리가 대단한 VC는 아니지만, 창업가의 입장에서 투자자라는 존재 자체가 굉장히 어렵고 긴장하게 만드는 존재라서 이 미팅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고민과 연습을 했을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창업가들은 나와 단 한 시간의 미팅을 위해서 지방에서 서울로 올라온 분들도 있는데, 내가 이분들을 위해서 보여줄 수 있는 최소한의 예의는 바로 서로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고 아주 냉정하고 솔직하게 내 의견과 조언을 제공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감정은 전혀 없다. 내가 처음 만나는 사람인데 어떻게 개인적인 감정이 생길 수가 있을까. 하지만, 나는 이분에 대한 같은 사람으로서의 예의를 표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위에서 말한 tough love라고 굳게 믿고 있다.

나도 남에게 돈을 받아서 투자하는데, 우리에게 투자하는 잠재 LP 중 “스트롱 너무 좋아요. 내부적으로 이야기하고 바로 검토 시작할게요.”라고 면전에서는 이야기하지만, 이후 몇 달 동안 연락조차 안 되는 사람들도 많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정말 싫다. 오히려 내 앞에서 내 눈을 똑바로 보면서 “스트롱은 이런 점이 별로다” , “나는 한국 시장이 정말 아닌 것 같다.” , “배기홍 너는 정말 쓰레기 같은 파트너야(아, 이런 말을 들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그냥 극단적인 예시다.)” 뭐 이런 말을 해주면서 스트롱에 투자하지 않겠다고 하는 분들이 오히려 더 고맙다. 이런 분들과는 오히려 장기적으로 투명하고 솔직한 관계를 맺어 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고객 서비스는 왜 좋아질 수 없을까?

얼마 전에 열흘 정도 미국에 다녀왔다. 나는 미국 출장을 가면 동부로 들어가서 서부로 나오거나, 반대로 서부로 들어가서 동부로 나오는데, 미국은 워낙 큰 나라라서 이동하는 게 참 어렵다. 이번에도 미국 내에서만 방문한 곳이 꽤 많고, 땅덩어리가 커서 직행 비행기 노선이 없는 곳도 많아서 미국 내에서만 비행기를 8번 탔다. 이전에는 다양한 항공사를 이용했지만, 대한항공과 제휴되기도 하고 그나마 서비스가 나은 것 같아서 요샌 미국 내에서는 델타만 이용하는데, 이번에 좀 크게 짜증 나는 경험을 했다.

동부에서 출발해서 중부 테네시주 내쉬빌에 오후 1시에 착륙했다. 나는 오후 4시에 여기서 미팅이 있었고, 저녁 8시 비행기로 다시 바로 서부 LA로 가는 일정이었다. 큰 짐이 있어서 이걸 들고 이동하는 게 좀 귀찮았지만, 저녁 8시 비행기에 짐을 체크인하기엔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델타에 물어보니 8시 비행기지만 2시에 짐을 체크인해도 된다고 해서 일단 가방은 체크인하고 내쉬빌 시내에서 미팅하고 6시쯤 다시 공항에 왔다. 이때부터 30분 단위로 출발이 계속 지연되면서 결국엔 밤 10시 정도에 LA로 가는 비행기가 취소됐다. 뭐, 미국 국내 항공은 여러 가지 이유로 취소되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이것까진 괜찮았다. 기상 문제로 인해서 취소돼서 자동으로 그다음 날 LA로 가는 항공편 예약이 됐는데, 가장 빠른 비행기를 타도 미팅에 늦을 예정이라서, 일단 LA 미팅도 다 취소하고, 내쉬빌에서 예정에 없던 1박을 하게 됐다.

다시 짐을 찾기 위해서 수화물 칸에서 거의 한 시간을 기다렸는데, 다른 사람들 짐은 모두 다 빙글빙글 돌면서 나왔는데, 유독 내 짐만 안 보여서 확인해 보니, 이미 내 가방은 LA 공항에 도착했다는 황당한 답변을 받았다. 좀 당황스러웠지만, 내쉬빌 공항 델타 수화물 사무소 직원분에게 LA 공항 수화물 사무소에 연락해서 내일 이 가방을 다시 내쉬빌로 보내달라고 부탁하고 맨몸으로 호텔에 체크인했다. 델타 직원분은 다음 날 오전 11시 정도에 가방이 다시 올 것이고, 도착하면 나에게 전화하라는 메모를 시스템 안에 남겨 놨다. 그런데 그다음 날 델타 앱을 통해서 확인해 보니 내 짐은 아직도 LA 공항에 그대로 있었다. 나는 델타 내쉬빌 수화물 사무소에도 전화를 해봤고, 델타 고객 서비스 번호로도 전화해 봤지만, 그 누구 와도 통화를 할 수가 없었다. 참고로 고객 서비스 번호는 최소 대기 시간이 90분이었는데, 거의 70분을 기다렸는데 전화가 끊겼다.

너무 답답해서 다시 내쉬빌 공항 수화물 사무소로 갔다. 일단 여기서도 30분 대기 후에 어제와는 다른 직원에게 그동안 있었던 자초지종을 잘 설명한 후 – 예상은 했었지만, 내부 시스템에 내 상황에 대한 그 어떤 내용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음 – 내 가방 어디 있느냐고 물어보니까 본인도 어깨를 쓱 하면서 “LA에 있네요. 이게 왜 내쉬빌로 오는 비행기에 안 실렸을까요.”라는 말만 반복했다. 델타 직원들이 내부 번호로 LA 공항 수화물 사무소에도 계속 전화를 시도했지만, 아무도 안 받고, 본인들도 내부적으로 소통이 안 되는 듯했다. 어쨌든, 다음 비행기에 가방을 실어서 꼭 보내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다시 호텔로 돌아와서 원치 않은 일박을 내쉬빌에서 더했다.

그다음 날 일어나자마자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나 내 가방은 LA에 그대로 있었다. 이쯤 되니 더 이상 이 병신 같은 항공사를 믿지 말고 그냥 내가 LA로 직접 날아가서 내 가방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다시 내쉬빌 공항으로 왔고, 수화물 서비스로 가서 역시나 새 담당자에게 내 상황을 다시 설명하고 내 가방을 내쉬빌로 보내지 말고, LA에 그대로 보관하라는 내부 긴급 지시를 해 달라고 세 번이나 이야기했다. LA에 갔는데 가방은 내쉬빌로 출발했으면 정말 델타 직원 싸대기를 때려야 할 판이니까. 그리고 실제로 델타 직원한테 그렇게 말했다.

여기서 이 불행한 상황이 종료됐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LA로 가는 직항을 못 타고 미네소타를 경유해서 미네소타에서 LA로 날아가는 동안 하늘에서 와이파이 접속을 한 후에 델타 앱을 확인해 봤다. 앱을 누르면서도 왠지 불안했는데, 앱을 리프레시 하자마자 뭔가 상태가 바뀌었고, 내 가방이 LA에서 내쉬빌로 가는 비행기에 priority booking이 되어 있다는 업데이트가 떴다. 와,,,왜 이런 일이 나한테…항공법상 하늘에서 통화는 금지되어 있어서, 온갖 델타 관련 사이트를 다 뒤지다가 결국엔 델타의 페이스북 페이지 메신저와 연결됐다. 그리고 내가 가장 처음 물어봤던 질문은, “Are you a bot?” 이었다. 다행히도 사람이었고, 다시 한번 내 상황을 최대한 짧게 설명했고, 이 가방 절대로 비행기에 탑승하면 안 되니까 당신이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 막아달라고 부탁했다. 가방이 이미 비행기에 들어갔으면 본인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처리하겠다는 약속을 두 번이나 받은 후, 나는 그냥 비행기 안에서 초조하게 아름다운 구름만 보면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LA에 도착하자마자 수화물 서비스 지역으로 달려갔는데, 다행히도 꿈에 그리던 내 가방을 찾을 수 있었다. 가방을 찾자마자 다시 델타 고객 서비스 사무실에 들어가서 다시 내 상황을 설명하면서 LA까지의 항공비, 그리고 이 상황 때문에 내가 취소했던 미팅에 대해 보상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본인들은 창구에서는 해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고, 9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고객서비스로 전화해서 시도해 보라는 아주 성의 없는 답변만 받았다. 성질 같아서는 난리를 치고 싶었지만, 여기서 지랄하면 경찰을 부를 것이라는 걸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알기 때문에 그냥 화를 꾹 참고 그다음 행선지인 샌프란시스코행 비행기를 탔다. 이번에는 내 가방이 내가 타는 비행기에 실린다는 걸 확인한 후에.

이런 더러운 고객 경험은 항공사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는 너무 자주 경험하는 흔한 일상이다. 고객 서비스는 정말 좋아질 수 없을까? 힘들게 번 돈을 이렇게 날렸는데, 그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상식적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게 당연한 건가?
아니, 충분히 좋아질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최소한 지금보단 훨씬 개선될 수 있다. 그런데 안 좋아지는 이유는 그냥 델타의 경영진에서 고객 서비스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안 쓰기 때문이다. 아마도 이 회사의 경영진들은 내가 항상 강조하는 자기 회사의 개밥 먹기를 안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같은 일반 고객의 비행 경험을 직접 안 하므로 뭐가 문제인지 전혀 모르고, 문제가 발생하면 본인들이 운영하는 회사의 고객서비스 직원들이 얼마나 고객들을 무시하고 거지 같은 불친절을 제공하는지 모를 것이다. 알면 이런 고객 서비스가 있을 수가 없다.

이런 거지 같은 서비스에 쓰는 비용도 아깝다고 많은 미국 회사가 요새 AI를 활용해서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데, 나는 이것도 정말 맘에 안 든다. 사람도 제대로 제공할 수 없는 고객 서비스를 과연 기계가 제공해 줄 수 있을까? 내가 최근에 경험했던 이 상황에서 AI 봇이 나를 얼마큼 도와줄 수 있었을까?

이런 경험을 하고 – 그리고 델타 뿐만 아니라, 미국 Chase 은행에서도 아주 거지 같은 고객 서비스 경험을 많이 했다 – 한국에 돌아오니, 대한항공은 전 세계에서 가장 좋은 항공사라는 생각을 했고, 하나은행도 너무 좋은 고객서비스를 제공하는 은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슈퍼앱의 허상

매우 적지만, 우리도 지금까지 몇 개의 엑싯을 경험한 적이 있다. 쿠팡 같이 IPO를 한 경우도 있지만, 더 큰 회사에 인수되거나 비슷한 규모의 회사와 합병하면서 M&A를 통해 엑싯 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많지 않은 M&A를 통해서 내가 배운 게 하나 있다면, 좋은 엑싯을 위해서는 회사가 팔려야지, 팔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좋은 회사는 엑싯을 굳이 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사업만 잘하면, 누군가 연락이 와서 인수의 관심을 표시하리라는 것이다. 안 되는 회사를 억지로 다른 회사에 인수나 합병시키려고 하면 아예 안 되거나, 아주 안 좋은 조건에 딜이 성사된다.

그래서 나는 창업가를 만날 때, 이분이 회사를 시작하자마자 엑싯에 너무 꽂혀 있으면 매력도가 확 떨어진다. 이제 시작했고, 지금 매출 100만 원도 못 하는데, 사업에 집중하지 않고 3년 후에 회사를 네이버나 카카오에 얼마에 팔겠다는 생각만 한다면 이 회사는 금방 망하거나, 헐값에 팔릴 것이다. 반면에 엑싯은 크게 생각하지 않고 그냥 아주 좋은 사업을 만들고, 매출을 만들고, 고객의 목소리에 집중하는 창업가들은 언젠가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회사가 먼저 연락이 와서 인수 의향을 밝힐 것이고, 이렇게 된다면 본인이 원하는 좋은 조건에 회사가 팔릴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슈퍼앱을 만들겠다는 한 창업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M&A에 대한 내 배움이 떠올랐다. 이분의 목표는 그 분야에서 모든 걸 다 처리할 수 있고, 모든 걸 다 가능케 하는 슈퍼앱이었다. 창업 첫날부터 슈퍼앱에 대한 생각만 하고 있고, 회사의 모든 결정의 – 제품, 펀드레이징, 채용 – 기준이 되는 건 슈퍼앱이었다. 아직 제대로 기어다니지도 못하는데, 처음부터 하늘을 나는 것에만 관심이 있고, 여기에만 꽂혀 있는 것이다. 이분의 슈퍼앱에 대한 야망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듣자니 짜증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내가 입을 열고 이 창업가에게 진심 어린 충고를 하나 했다. “대표님, 슈퍼앱은 그렇게 처음부터 만들겠다고 해서 만들기보단, 그냥 작은 기능을 하나씩 완벽하게 만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에요.” 슈퍼앱에 꽂혀서 한 번에 너무 많은 걸 동시에 만들다 보면, 결과는 뭐 하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C급의 저질 앱이다. 그냥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만들지만, 그 하나하나를 완벽하게 만들다 보면, 복리의 힘이 작용하면서 결국엔 이게 슈퍼앱이 되는 것이다. 정작 본인은 이 제품이 슈퍼앱이 되는지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 사례를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개의 슈퍼앱인 네이버와 카카오만 보더라도, 처음부터 슈퍼 앱을 만들겠다고 만든 게 아니다. 검색과 메신저라는 기능을 그 누구보다 뾰족하게 만든 후에, 그리고 다른 분야로 확장하더라도 기반이 되는 이 검색과 메신저 기능을 다른 경쟁사가 절대로 더 잘하지 못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진 후에, 그제야 다른 분야로 확장하면서 본인들도 모르게 슈퍼앱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제 사업을 시작했는데, 너무나 슈퍼앱에 꽂혀 있는 창업가들에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슈퍼 앱 이야기를 들은 후, 내게 아직도 에너지가 남아 있다면, 항상 비슷한 충고를 한다. 슈퍼앱은 만들고 싶다고 만드는 게 아니라, 작은 것들을 계속 반복하면서 고객들이 좋아하는 작은 기능과 제품을 잘 만들다 보면,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자연스럽게 만들어지는 것이라고. 그리고 창업가들이 우리 제품은 슈퍼앱이라고 떠드는 게 아니라, 고객들이 우리 제품은 슈퍼앱이라고 명명하면서 왕관을 씌워주는 거라고.

탁월해지기

2001년도에 출간된 짐 콜린스의 책 ‘Good to Great’은 당시에 아주 화제가 됐다. 웬만한 경영대학원에서 가르치는 그 어떤 수업보다 더 생생하고, 이론적이면서도 동시에 실용적인 경영 서적이었다. 한국에서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간됐고, 이 책이 어떤 내용인지는 책의 제목이 그대로 설명해 준다. 좋은 기업이 되는 것도 어렵지만, 왜 어떤 기업은 그냥 좋은 기업으로 남고, 어떤 극소수의 기업은 위대한 기업이 되는지, 꽤 괜찮은 프레임워크 기반의 연구와 조사를 통해서 위대한 기업의 특징을 쉽게 설명해 준다. 시간을 이기는 장사는 없다고, 안타깝게도 시간이 지나면서 이 책의 내용에도 허점이 많다는 게 계속 증명되고 있다.

이 책보다 기업의 위대함과 탁월함에 대해서 먼저 나온 책은 1982년 출간된 ‘In Search of Excellence’이다. 개인적으론, 이 책이 정말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는 ‘초우량 기업의 조건’이라고 번역됐는데, 나한테 만약에 이 번역을 맡겼다면 ‘탁월한 기업의 조건’이라고 했을 것 같다. 그리고 ‘Good to Great’도 ‘좋은 기업을 넘어 탁월한 기업으로’라고 했을 것 같다.

일을 제대로 하고 싶어 하는 분들은, 대부분 탁월해지고 싶어 한다. 특히나 창업가들은 탁월해지고 싶어 하고, 모두 다 탁월한 회사를 만들고 싶어 한다. 탁월하다는 걸 의미하는 영어 단어가 몇 개 있지만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extraordinary’이다. 모든 창업가들이 꿈꾸는 탁월함을 이 단어가 가장 잘 표현하는 게 아닐까 싶다.

Extraordinary 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Extraordinary 한 사람들로만 회사를 구성하거나, 보통 사람들이 모두 extraordinary 하게 일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extraordinary 한 사람이란 평범한 사람들보다 월등하게 능력이 좋고, 지능도 높은 천재들인데, 솔직히 일반 회사를 이런 사람들로 구성하는 건 쉽지 않다. 이 방법으로 extraordinary 한 회사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하지만, 너와 나 같은 보통 사람들로 회사를 구성하고 이들이 extraordinary 하게 일해서 탁월한 회사를 만드는 건 조금 더 가능한 일이다. Extraordinary 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전 직원이 extraordinary 하게 일해야 한다. 즉, 미친 듯이 열심히 일해야 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extraordinary 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고 하는데, 막상 이들이 일하는 걸 보면 그냥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하게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한다. 남들과 똑같이 일해서 어떻게 extraordinary 한 회사를 만들겠다는 말인가?

탁월한 회사를 만들고 싶다면 개 같이 일해야 한다. 아주 개 같이 탁월하게 일하지 않으면 그냥 그렇고 그런 평범한 회사도 못 만들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