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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과 소통하기

창업하면, 주로 제품의 작은 기능을 남들보다 더 잘 만드는 데 집중하고, 이 작은 기능을 가능하면 작은 고객군을 대상으로 실험한다. 이렇게 특정 고객군에 집중된 기능을 하나씩 개선하고, 고객군을 넓혀가면, 제품이 확장되고, 서비스가 개선되면서, 회사가 성장한다. 대부분 회사가 이런 초기 단계에서는 고객들과 많은 대화를 하고, 그들의 피드백을 구한다. 이렇게 함으로써, 시장에서 정말로 필요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지만, 고객과의 유대감을 형성하면서, 이들의 신뢰를 얻게 된다.

하지만, 회사가 성장하면, 이런 고객과의 대화가 점점 줄어든다. 절대적인 양도 줄어들지만, 고객에 따라 개인화되었던 대화의 깊이도 없어진다. 실은, 이건 어쩔 수 없고, 큰 회사가 수많은 고객한테 매일 업무 보고 하듯이 커뮤니케이션할 수 없다는 건 누구나 다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고객은 그들이 돈을 지급하고 사용하는 서비스를 만들고 관리하는 회사에 대해서 항상 알고 싶어 한다. 특히, 잘 사용하는 제품에 갑자기 문제가 발생해서 손해를 보거나, 예상치 못한 일을 경험하면, 그 이유를 알고 싶어 한다. 아니, 그런 사실을 거짓 없이 아주 정확하게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각도에서 보면, 우리 투자사들을 포함, 대부분의 회사가 – 대기업, 스타트업 막론 –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한다. 이 중 어떤 악랄한 회사는 고객한테 진실을 말하는 걸 원치 않기 때문에, 거짓말을 하거나, 아예 커뮤니케이션하지 않는다. 항의하면, 그제야 회사 웹사이트나 페이스북을 통해서 누군가 대필해준 영혼 없는 공식성명을 한다.
악의가 없는 회사들도, “굳이 이런 걸 고객들한테 말해야 하나”라는 생각으로 고객과 대화를 하지 않는데, 나는 우리 투자사들에는 고객과는 항상 투명하고 진실한 대화를 최대한 자주 나누라는 말을 한다. 수천 명이나 수 만 명의 고객한테 각각 연락하는 건 불가능하지만, 그래도 최소한 문자, 이메일 또는 페이스북을 통해서라도 최대한 많은 고객한테 회사에 문제가 있어서 고객이 불편함을 겪을 소지가 조금이라도 있다면, 이 상황에 대해서는 고객한테 알려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최대 비트코인 거래소 Coinbase에 얼마 전에 서비스 장애가 여러 번 발생했다. 실은, 코인베이스뿐만 아니라 우리 투자사 코빗, 그리고 전 세계 대부분의 거래소가 갑자기 늘어난 암호화 화폐에 대한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서, 스케일에 대한 심한 성장통을 겪었다. 나도 코인들을 거래하고 싶었는데, 서비스 장애 때문에 5시간 동안 거래를 못 했던 기억이 난다. 이게 타이밍을 놓치면, 짧은 시간 동안 꽤 많은 돈을 벌 수도 있고 잃을 수도 있어서, 엄청 짜증이 났었다. 고객지원센터에 전화해도, 불통이거나 받지 않아서, 내가 회사대표들을 개인적으로 알면, 직접 전화도 하고 했었다.

사업을 하다 보면, 이런 예상치 못한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미 벌어진 일은 어쩔 수 없지만, 이후에 고객들한테 어떤 문제가 있었고, 앞으로 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회사가 어떤 조처를 할지에 대해서 적절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좋다고 생각한다. 한국이나 미국이나, 대부분 회사는 고객과 이런 대화를 하지 않는데, 역시 코인베이스는 적절한 소통을 통해서 고객한테 믿음과 신뢰는 줬다. Brian Armstrong 대표가 고객한테 보낸 이메일인데, 내용이 정말 좋다. 요약하자면, 그동안 코인베이스는 엄청난 성장을 했지만, 이와 함께 예상치 못한 성장통으로 어려움도 많았고, 이제 2017년 삼사분기에는 기본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내용이다. 그리고 어떤 액션을 통해서 기본에 충실할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실패한 텀블벅 프로젝트 오너의 좋은 커뮤니케이션에 대해서 전에 쓴 적이 있는데, 회사가 커지면 이 정도는 힘들지만, 그래도 정기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고객들과 소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하지 않는 절실함에 대해

“대표님은 남의 돈으로 편하게 투자하고 있잖아요. 먹고사는 걱정이 없는데, 우리같이 하루하루가 불안한 사람들 마음을 이해하시나요?”라는 질문을 얼마 전에 화난 창업가한테 받은 적이 있다. 미래가 불투명한 회사를 운영하면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극도로 느끼고 있는데, 내가 이에 대해서 몇 가지 조언을 하니 이런 말이 나왔다.

뭐, 여기에 대해서 내가 반박할 생각은 없다. 실은, 반박할 수도 없다. 나도 버릇처럼 이야기하지만, VC들도 스트레스를 엄청 많이 받는다. 투자한 회사들이 잘 안 되고, 이로 인해서 펀드의 LP들에게 출자금을 회수하는 게 점점 어려워지면, 더 이상 펀드 만드는 게 힘들고, 그렇게 되면 VC의 커리어는 끝나기 때문에, 투자하는 사람도 나름대로 고민과 걱정이 많다. 하지만, 이 스트레스는 창업가의 스트레스와는 비교할 수 없다. 사내벤처 관련 과거 포스팅에서 언급한 부분과 비슷한데, 실제 사업하는 사람과 남의 돈을 갖고 투자하는 사람의 스트레스는 레벨 자체가 다르다.

그래서 위 창업가의 화난 질문에 대해서는 나도 “네, 저도 실은 잘 모르죠.”라고 대답하지만, 이 분의 그 절실한 마음가짐은 나도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아니, 어쩌면 나는 이 분보다 더 절실한 입장에 있었던 적이 있다. 나도 미국에서 일 년 동안, 집으로 1원도 못 가져가면서 정말 아슬아슬하고 힘들게 일했던 경험이 있다. 이 창업가는 모든 게 힘들었지만, 그래도 쥐꼬리만 한 월급이라도 가져가고 있었다. 펀드레이징이 힘들지만, 그래도 회사만 잘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면 여기에 투자할 수 있는 VC 돈이 현재 한국에는 넘쳐흐른다. 이와 반대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 2010년도는 정말 돈 구하기가 지독하게 어려웠던 시기였다.

실은, 내가 미국에서 일 할 때와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 기술도 다르고, 비즈니스도 다르고, 시장도 다르고, 모든 환경이 다르므로, 이 창업가의 고민이나 이 분의 비즈니스에 대한 건 내가 전혀 모른다. 내가 가진 스타트업 운영 경험은 이미 구닥다리 경험이기 때문에, 이 분에게 내가 이래라저래라 하는 건 말도 안 된다. 하지만, 일이 안 풀릴 때 느끼는 그 절실함, 이건 시대를 초월하는 감정이고, 많은 창업가가 느끼는 이 절실함을 나는 잘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직접 경험해봤기 때문에.

그래서 내가 이런 힘듦이나 절실함을 어느 정도 이해한다고 하면, 이게 빈말이 아니라는 건 말해주고 싶다.

프라이머 11기 데모데이

내일은 프라이머 11기 데모데이다. 스트롱은 본격적으로 프라이머 8기부터 파트너로 조인했으니까, 이제 나도 4기 수에 걸쳐 파트너 활동을 한 셈이다. 솔직히 악셀러레이터 일을 한 다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절대적으로 회사 수가 많고, 각 파트너당 최소 4개의 완전초기-초기 스타트업과 같이 일을 하려면, 체력도 강해야 하고, 공부도 상당히 많이 해야 한다. 그래도 나는 힘든 거보다는 배우는 게 더 많으므로, 매 기수 데모데이를 할 때가 되면, 보람차고 상당히 행복하다.

이번에 나는 4개의 회사와 같이 일을 했다. 이젠 물리적으로 한국에 있으므로, Skype가 아니라, 매주 한 번씩 직접 만나서 비즈니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야기를 창업가들과 했다. 나는 각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깊게 파고 들어가서, 비즈니스 모델이나 수치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기보다는, 그냥 전반적인 큰 그림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했는데, 그 이유는 일단 내가 각 비즈니스에 대해서 깊게 들어갈 정도의 지식이 없고, 이 단계의 회사들에 필요한 건 운영 면에서의 도움보다는 전반적인 방향에 대한 도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8기부터 11기까지, 지금까지 난 14개의 프라이머 회사들과 아주 밀접하게 일을 했는데, 내가 과연 이 회사들한테 어떤 도움과 가치를 제공해줄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매주 한두 시간씩 만나는 게, 지금 당장 일을 해야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데, 이 바쁜 사람들의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한 생각도 많이 했다. 그래서 데모데이 전 마지막 미팅에서는 각 팀한테 물어본다. 프라이머 프로그램에 대한 객관적인 피드백, 나랑 매주 만나면서 했던 미팅들에 대한 솔직한 의견, 그리고 혹시 앞으로 내가 더 잘하려면 어떤 부분을 수정하고 보완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본다.

다행히도, 지금까지는 나쁜 피드백보다는 좋은 피드백이 더 많았다. 그리고 특히 이제 갓 사업을 시작한 회사들에는 프라이머 파트너와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더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많이 느꼈다. 수치, 매출, 운영적인 차원보다는 그냥 스타트업이나 인생 경험이 조금 더 많은 선배 같은 파트너들과 정기적으로 얼굴 보면서 이야기 하는 게 심리적으로, 비즈니스적으로, 여러 가지 면에서 도움이 된다는 피드백을 들었다(어차피 사업은 본인들이 풀어야 할 장기적인 숙제).

Good luck with 데모데이!

스케치웨어

sketchware_meta_en우리 투자사 스케치웨어는 모바일 앱을 쉽게 만들 수 있는 앱을 개발하는 스타트업이다. 나같이 코딩 지식이 없는 일반인이 모바일 앱을 만드는 건 쉽지 않지만, Scratch 기반의 스케치웨어를 사용하면, 큰 학습곡선 없이 간단한 모바일 앱을 만들고, 이걸 다른 사용자들과 공유할 수가 있다.

비 개발자에게도 많은 돈과 시간의 투입 없이, 개발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하기 때문에 이런 부류의 제품을 흔히 empowerment tool이라고도 하는데, 최근에 이를 증명해주는 재미있는 사례가 생겼다. 시현수라는 한국 여고생이 스케치웨어를 사용해서 만든 앱이 한 달 만에 10만 번 이상 다운되면서 구글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 1위에 올라간 것이다. 한국의 인기 보이그룹 EXO 콘서트에서 사용할 수 있는 EXO-LIGHT 라는 앱인데, 물리적인 EXO 라이트스틱은 가격이 4만 원 이상이라서 학생이 사기에는 만만치 않기 때문에, 이 학생이 방법을 찾다가 직접 안드로이드 앱을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콘서트 시즌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EXO 라이트스틱이 출시되기 때문에, 이걸 앱으로 만들어서 적절히 업데이트만 하면, 현수양같은 고등학생들이 비용부담 없이 EXO를 응원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문제는 프로그래밍 지식이 없어서 – 실은, 고등학교에서 기본적인 코딩 수업을 듣긴 들었지만, 학교 수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이걸로 모바일 앱을 직접 만든다는 건 거의 불가능했다 – 앱을 만들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찾기 시작했고, 플레이스토어에서 여러 가지 앱을 시도해본 후, 가장 직관적으로 앱을 만들 수 있는 스케치웨어를 선택했다. 큰 기대 없이 만든 EXO-LIGHT는 첫날 22,000번 설치되었고, 현재 110,000번 다운로드, 3,500개의 리뷰, 평점 4.9를 받는 인기 앱으로 급부상했다. 지금은 순위가 떨어졌지만, 한때 인도네시아 플레이스토어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9위, 그리고 중국에서는 6위까지 올라갔다.

코딩 지식이 없는 여고생이 며칠 만에 인기 앱을 직접 개발한 것도 대단하지만, 이 과정을 계기로 이 학생은 코딩에 흥미를 갖게 되었고, 앞으로 조금 더 복잡하고 다양한 제품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다. 창업에도 관심이 있다고 하니,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된다. 시현수 학생의 꿈을 실현하는데 스케치웨어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스케치웨어팀에서 현수 학생을 직접 인터뷰한 자세한 내용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고, 누구나 다 스케치웨어앱을 다운받아서(안드로이드 only) 자기만의 모바일 앱을 만들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스케치웨어 홈페이지>

YULIP – 엄마의 프로젝트

yulip
우리 서울 사무실이 위치한 구글캠퍼스서울에서 해마다 진행하는 ‘엄마를 위한 캠퍼스(Campus for Moms)’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9주 동안 창업을 하고 싶거나, 창업에 관심이 있는 엄마와 아빠를 위한 일종의 스타트업 교육 프로그램인데, 사업계획서 작성부터 펀드레이징까지의 전반적인 과정을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이 개론적으로 설명해준다. 아기와 함께 참여해도 되며, 아기 놀이 공간과 돌보미 서비스까지 제공해주는 좋은 프로그램이다.

나도 작년부터 투자와 관련된 세션에 초대받아 참여하고 있는데, 항상 많이 배우고 좋은 에너지를 받고 있다. 일단, 내가 주로 만나는 분들이 아니라서 – 아빠도 가끔 있지만, 대부분 엄마다 – 신선한 아이디어와 사고를 접할 수 있어서 좋고, 반대로 이분들도 창업이 자주 접하는 분야가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내가 하는 말과 공유하는 경험이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기 때문에 나도 보람이 크다. 물론, 참여하시는 분이 프로그램을 마치고 모두 다 창업하는 건 아니다.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에는 모두 의지와 사기가 불타오르지만, 육아와 가정이라는 현실의 벽에 다시 부딪히면, 뭔가를 시작하는 게 참 어렵기 때문이다.

2016년 프로그램 참석하신 분 중 인체에 무해한 립스틱 ‘율립’을 창업한 원혜성 대표님이 오랜 준비 기간을 거쳐 드디어 첫 번째 제품의 크라우드펀딩을 시작하셨다. 10년 이상의 매거진 뷰티에디터 경험과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 PR 실무를 바탕으로, 본인과 같이 민감한 피부 때문에 고생하는 여성분들을 위한 립스틱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고, 엄마캠을 통해서 용기와 실행에 대한 의지를 얻게 되었다고 한다. 현재 우리 투자사 텀블벅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는데, 재미있는 건, 텀블벅 염재승 대표도 2016년 엄마를 위한 캠퍼스 프로그램에 스피커로 참여하면서 원 대표님과 인연이 생겼다.

참고로, 율립은 우리 투자사도 아니고, 나랑은 그 어떠한 비즈니스적인 관계도 없다. 다만, ‘엄마’가 세상에서 가장 힘든 직업 중 하나라고 하는데, 이런 쉽지 않은 현실 속에서 꿈을 현실로 만들어가는 그 과정,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 열정을 응원해주고 싶다. 이 프로젝트에 관심 있으면 여기서 펀딩 할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