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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도 무명의 시절이 있었다

얼마전에 ‘동상이몽’ 이라는 프로그램에서 15년 동안 무명가수 생활을 하고 있는 김현미라는 가수의 이야기를 봤다. 나도 이 일을 하면서 정말 힘들게 사는 창업가들을 많이 보지만 이 가수분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무대에서 노래하는게 너무나 즐겁고, 노래 하는게 자기 팔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 김현미씨 한테는 박수를 보낸다. 이 분은 건강이 썩 좋지 않지만 무대 위에 올라가서 노래만 부르면 아픈것도 다 잊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하시는데, 노래 부를때 표정을 보니 정말 너무 행복한 표정이었다. 김현미씨가 이애란씨 처럼 성공할 수 있을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만약에 그렇게 된다면 사람들은 하루아침에 스타가 탄생했다고 할 것이지만, 그게 아니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하루아침에 대박나는 건 이 세상에 없다. 복권도 꾸준히 구매하고 간절히 원할 때 당첨되는 걸 나는 주변에서 봤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이다. 갑자기 우리가 모르는 회사가 대박나면 우리는 그 회사랑 사장은 운이 좋다고 부러워들 하지만, 실제로는 위에서 말한 김현미씨와 같이 아픔, 고통, 그리고 서러움을 참으면서 자기 갈 길을 걸어왔던 오랜 무명의 시절이 있을 것이다. 성공은 그 준비 기간이 매우 길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그 준비 기간 동안 수 백만가지 이유 때문에 망하지만, 잘 참고 운이 조금만 바쳐줘서 파도를 잘 타면 유명해 질 수 있다.

내일은 프라이머 8기 데모데이이다. 20개의 스타트업이 800명이라는 어마무시한 청중 앞에서 5분씩 피칭을 하는 아주 중요한 행사이다. 이들 모두 지금은 김현미씨와 같은 무명의 스타트업들이다. 아직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등 따시고 배부른 길을 스스로 버리고 본인들이 믿는 길을 외롭게 가고 있는 (대부분)젊은 친구들이다. 하지만 나는 이 회사들과 지난 몇 개월 동안 같이 일하고 교류하면서 이들의 가능성을 직접 느끼고 봤다. 외롭고 서러운 무명의 시절을 잘 극복해서 모두 다 유명해지길 진심으로 바란다.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이 세상에는 이런 소중한 인생을 마치 여러 번 사는 것처럼 낭비하는 사람들이 있다. 아니, 이런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대충 살고, 남이 내 운명을 결정하게 하고, 그리고 “어떻게 잘 되겠지”를 꿈 꾸면서 그냥 그렇게 살다가 죽을 사람들이다. 이런 분들 한테는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그들을 보면서 “나는 저렇게 살지 말아야지” 라고 하루에도 여러 번 다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 아주 가까운 주변에는 이런 사람들이 없다. 지금은 그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이지만 – 그리고 딱히 누가 이들을 알아주었으면 하는 바램 때문에 열심히 사는 건 절대로 아니다. 그냥, 자기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즐겁게, 힘들게, 그리고 치열하게 사는 젊은 친구들이다 – 언젠가는 이들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고, 오랜 기간 동안 잘 준비하고 훈련을 했다면 이들은 성공해서 유명해 질 것이다.

내일 모두 데모데이에서 good luck.

O2O 마켓플레스

o2o-marketplace바로 전 포스팅에서 우리가 투자한 몇 개의 O2O 서비스들에 대해 잠깐 이야기 했다. O2O 플랫폼들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성격이 조금씩 다르다. 집 수리/유지보수 서비스 닥터하우스의 경우, 시작은 마켓플레이스였다. 즉, 자신들이 직접 집 수리를 하는게 아니라 사용자와 집수리 업체를 연결만 해주는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단순히 연결만 해 줄 때 항상 발생하는 품질 문제 때문에 – 사용자들은 집 수리 결과에 대해 항상 불만이었고, 업체의 경우 일단 돈 만 받으면 “나 몰라라” 하고 발뺌한다 – 직접 자체 기술자를 고용해서 철저한 품질을 보장하는 in-house 비즈니스 모델로 진화하고 있다. 부동산다이어트의 경우 자체 공인중개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외부 공인중개사와 같이 일을 하기도 하는 일종의 hybrid 모델을 가지고 있다.

뭐가 정답일까? 나도 모르고, 솔직히 정답은 없다. 품질을 철저하게 관리하려면 모든걸 자체적으로 하는 in-house 모델이 정답이지만 비용도 많이 들고, 그만큼 스케일하는게 어렵고 느려진다. 에어비앤비나 우버와 같이 순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스케일 하는게 더 수월하지만, 직접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기 때문에 품질의 리스크가 항상 존재한다. 예를 들어, 우버의 택시기사가 손님을 강간하거나, 에어비앤비 손님이 남의 집을 빌려 마약파티를 하다가 경찰한테 발각되면 마켓플레이스의 입장에서는 골치가 아프다. 또한, 영어로 disintermediation 이라고 하는 ‘탈중개화’ 문제가 항상 존재한다(소비자와 공급자가 첫 거래는 마켓플레이스 플랫폼을 이용하지만, 오프라인 상에서 만나기 때문에 두 번째 거래 부터는 마켓플레이스를 건너뛰고 서로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나도 이렇게 해봤다).

그래도 시장은 스케일이 있고, 자체 재고나 인력 관리의 부담이 없는 마켓플레이스 형태로 흘러가고 있는거 같다. 만약에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거나, 운영할 계획을 갖고 있다면 다음 몇 가지에 대해서 생각을 좀 해보면 좋을거 같다:

1/ 단순 제품보다는 서비스에 집중
한 번 사거나 파는 제품보다는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 전략이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버와 같은 택시 서비스는 한 달에 여러 번 사용하지만, 중고 옷을 거래하는 서비스는 일년에 한 두번만 사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서비스를 제공하면 사용자 경험에 집중
우버와 같이 지속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한다면 사용자 경험을 향상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이렇게 해서 ‘자주 사용하는 서비스’를 ‘없으면 안되는 습관과도 같은 서비스’로 만들어야 한다. 잘만 하면 LTV(Life Time Value) 또한 배로 늘어날 것이며, LTV가 배로 늘어나면 신규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비용인 CAC(Customer Acquisition Cost)도 배로 사용할 수 있다(LTV와 CAC 관련 글)

3/ 여러 우물보다는 한 우물(=horizontal 보다는 vertical)
마켓플레이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유동성(=liquidity) 이다. 즉, 내가 뭔가를 팔고 싶어서 특정 마켓플레이스에 물건을 올리면 이 물건을 살 사람들이 즉시 나타나야지만 마켓플레이스는 존재의 가치가 생긴다. 미국의 Craigslist가 그 후진 UI와 UX를 가지고 오랫동안 개인 대 개인 거래시장의 일인자가 될 수 있었던 이유이다. 중고장터앱의 UI가 아무리 이뻐도 팔 물건을 올렸는데 살 사람들이 없으면 존재할 이유가 없다. 너무 많은 분야에 걸쳐 있는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면 수요과 공급에 유동성을 제공하는게 어려워진다. 어린이, 10대, 20대, 30대, 성인 남녀 모두를 위한 패션 중고거래 마켓플레이스 보다는 10대 여자들을 위한 중고 패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는게 유동성 확보 면에서는 훨씬 좋다. 이 플랫폼에는 그냥 아무 옷이 아닌, 10대 여자들 옷만 찾는 사용자들이 있기 때문이다.

4/ 탈중개화를 방지할 수 있는 온디맨드 서비스
위에서 이미 언급한 탈중개화 현상은 모든 마켓플레이스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이다. 우리 투자사를 예로 들어보면, 집 수리가 필요해서 닥터하우스를 통해 좋은 기술자와 연결되어 좋은 경험을 했다고 가정해보자. 다음에 또 집 수리를 해야하면 굳이 닥터하우스를 이용하지 않고 – 수수료가 발생하니까 – 지난 번 기술자에게 직접 전화해서 예약을 하고 싶은게 사람의 심리이다. 즉, 플랫폼의 disintermediation이 발생한다. 하지만, 우버는 예약 기반이 아니라 필요한 시점에 즉시 사용하는 진정한 온디맨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런 탈중개화가 일어날 확률이 매우 적다. 아니, 아예 없다. 왜냐하면 한 시간 안으로 공항에 가야하는데 집을 나와서 여기저기 택시회사에 내가 전화를 걸어 가격을 비교하고, 더 싼 택시를 부르고 할 시간도 여력도 없기 때문에 그냥 우버를 누르고 즉시 사용하기 때문이다.

5/ 시장의 양쪽을 다 신경써야 한다
마켓플레이스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two-sided business 이다. 우버의 예를 또 들면, 택시 이용객도 우버의 고객이지만 택시 서비스를 제공하는 택시 기사들도 우버의 고객이다. 어떻게 보면 택시기사들이 더 중요한 고객일 수도 있는게 많은 택시 기사들이 우버를 full-time 업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O2O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수요와 공급 모두를 만족시켜야지만 비즈니스가 제대로 굴러가는데, 서로 원하는게 다르고 보는 방향도 다른 양쪽을 모두 같은 플랫폼 위에 태우려면 지속적인 실험과 수정을 해야한다.

6/ 수수료 이상의 비즈니스 모델

내가 아는 O2O 마켓플레이스들은 거의 모두 수수료 기반의 비즈니스 모델을 채택했다. 이들은 수요와 공급을 매칭해주고, 거래가 일어나면 일정 %의 수수료를 가져간다. 하지만, 이 비즈니스 모델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탈중개화이다. 공급자의 신원과 연락처가 파악되면 사용자는 수수료를 피하기 위해서 플랫폼 밖에서 공급자와 직거래를 하기 시작한다. 두 번째는 과다한 가격 경쟁이다. 시장이 존재하고 충분히 크다고 판단되면 동일한 경쟁 마켓플레이스들 여럿이 등장하는데 – 마켓플레이스의 또 다른 단점은 바로 진입장벽이 전반적으로 낮다는 것이다 – 이렇게 되면 서로 가격을 낮추거나 수수료를 낮추면서 경쟁을 하게 된다.
이 두가지 이유 때문에 결국 어느 시점에 수수료는 ‘0’ 이 될 수 밖에 없다. 이미 우리가 잘 아는 배달의 민족도 아마도 이러한 이유 때문에 수수료를 없애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그러면 마켓플레이스들은 어떻게 돈을 벌어야 하나? 바이어와 셀러들을 엄청나게 많이 모은 마켓플레이스들의 진정한 비즈니스는 이때부터 시작된다. 수수료가 아닌 다양한 부가서비스들을 유료로 제공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만들어야 한다. 현재 수수료 기반의 마켓플레이스를 운영하고 있다면 지속 가능한 궁극적인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 끈임없이 고민을 해야한다.

<이미지 출처 = https://moduleapps.com/mobile-marketing/ufs-o2o/>

한국에서 Strong 개밥먹기

happy senior이 블로그를 꾸준히 읽으셨다면 내가 ‘개밥먹기‘를 상당히 많이 강조하는걸 잘 알 것이다. 스타트업을 운영하고 있다면 대표이사나 팀원으로서 우리가 만들고 있는 제품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사용해봐야 하는 건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 그런데 이 당연한 걸 많은 분들이 하지 않고 있다 – 투자자로서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의 서비스를 사용해 보는 것도 너무나 중요한 과정 중 하나이다. 단순한 인터넷이나 모바일 서비스라면 미국에서도 한국의 서비스를 사용하는게 간단하지만, 오프라인 부분이 많이 가미된 O2O 서비스라면 미국에서 한국의 서비스를 사용할 수가 없다.

이제 한국 온 지 3 개월이 되었다. 집과 사무실을 찾은 후에 내가 가장 먼저 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우리가 투자한 스타트업 중 오프라인 프로세스가 비즈니스의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회사들의 서비스를 사용한 것이다. 다는 아니지만, 하나씩 차근차근 이용해 보고 있다.

일단 오자마자 집을 찾기 위해서 부동산다이어트와 같이 일을 해봤다. 일반 오프라인 부동산, 그리고 정말 “이렇게 땅 집고 헤엄치면서 돈을 거져 먹을 수 있는 직업도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분노했던 일반 공인중개사들보다 너무나 책임감 있고 프로페셔널한 서비스에 나 스스로도 감탄했다. 집을 구한 후에는 간단한 인테리어 작업을 하기 위해서 닥터하우스를 사용해봤다. 역시 깔끔하고 책임감 있는 서비스, 그리고 괜찮은 가격에 매우 만족했다. 도서공유서비스인 국민도서관도 지금 사용하고 있는 중인데 사이트 업데이트가 되면 그 후기는 별도로 남길 계획이다(참고로 스타트업바이블 1과 2를 아직 안 읽으셨고, 구매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분들은 무료로 빌려볼 수 있다. 국민도서관 내 서재로 가기). 그리고 계속 하나씩 우리가 투자한 오프라인 부분이 사용자 경험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서비스들을 사용해 보고 있다(원투웨어 같은 경우 subscription 기반 여성복 대여 서비스라서 내가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와이프가 사용하기에는 옷의 종류가 맞지 않아서 주위의 젊은 여성분들의 피드백을 참고하고 있다).

수 십번, 수 백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창업자와 팀원들은 자신들이 만들고 있는 서비스를 1 부터 100까지 완벽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너무나 당연한거지만, 놀랍게도 많은 창업가들이 자기 제품에 대한 기능이나 사용자들이 잘 알고 있는 버그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는 걸 나는 너무도 많이 봤다. 투자자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투자사들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항상 사용하면서 지속적인 피드백을 제공하고, 경쟁사와도 비교해보고, 이 시장에 대해서도 끈임없이 고민해야 한다.

유니콘의 재정의

주말에 발표자료를 만들면서 이런저런 기사와 수치를 찾아보다가 1조원 기업 유니콘들에 대한 최신 기사들을 많이 읽어봤다. 이미 전에 내 파트너 John이 ‘한국의 유니콘들‘ 이라는 글을 VentureBeat와 비석세스에 기재하면서 좋은 반응들이 있었는데, 이제는 유니콘들을 다시 한번 정의해봐야 하는 시점이 온 거 같다. 작년에 지방 강연 중 청중한테 유니콘이 뭔지 물어봤는데 어떤 나이 드신 분이 자신있게 손을 들고 “뿔 달린 말 아임니까!” 라고 한 적이 있는데, 2013년 까지는 이게 유니콘의 정의가 맞았다. 날개도 있고 뿔 달린 전설속에 존재하는 말이었다. 그러다가 2013년 11월에 Cowboy Ventures의 파트너 Aileen Lee가 Unicorn Club이라는 글에서 tech 분야에서의 유니콘을 “2003년도 이후 창업된 소프트웨어 회사 중 상장 또는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1조원(=10억 달러) 이상인 회사”라고 정의했다. 2013년 말 기준으로 미국에는 39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있었다.

그런데 워낙 빨리 변화하는 분야이다 보니 유니콘의 의미도 계속 바뀌고 진화했다. 물론, 1조원의 기준은 그대로이지만 이제는 “2003년도 이후 창업된 소프트웨어 회사 중 상장 또는 비상장 시장에서 기업가치가 1.2조원(=10억 달러) 이상인 회사”를 유니콘 기업이라고 하는 것 같다. 수치와 자료들이 많지만 내가 주로 참고한 Fortune과 CB Insights에 의하면 전 세계에는 174개의 유니콘들이 존재한다. 이 중 절반 이상인 101개의 유니콘 기업들이 미국에 본사를 두고 있고, 중국에 36개, 인도에는 7개가 있다. 새로운 유니콘의 정의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는 딱 2개의 유니콘이 존재하는데 쿠팡과(6조원) 옐로모바일이다(1.2조원). 참고로 미국의 101개 유니콘 중 실리콘밸리와 그 인근지역에는 50개의 기업들이 본사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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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p 10 유니콘 기업들을 나열해 보면,
1/ 우버: 미국 – 운송 – 74조원
2/ 샤오미: 중국 – 가전 – 55조원
3/ 에어비앤비: 미국 – 숙박 – 30조원
4/ Palantir: 미국 – 데이터과학 – 24조원
5/ Snapchat: 미국 – 소셜 – 19조원
6/ 디디콰이디: 중국 – 운송 – 20조원
7/ 플립카트: 인도 – 전자상거래 – 18조원
8/ 차이나인터넷플러스: 중국 – 인터넷서비스 – 18조원 (솔직히 이 회사에 대해서 알려진게 별로 없다. 웹사이트도 없다)
9/ SpaceX: 미국 – 항공우주 – 14조원
10/ 핀터레스트: 미국 – 소셜 – 13조원
*2016년 1월 25일 환율 기준

Top 10 유니콘 기업들의 전체 시장가치는 285조원인데, 이는 어마무시한 금액이다. 이 금액으로 어떤 회사들을 살 수 있을까? 한국을 대표하는 회사들인 네이버, 카카오, 넥슨, SK텔레콤,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중공업, 포항제철을 모두 한 묶음으로 살 수 있는데 그것도 이 묶음을 3개나 살 수 있다. 10개 중 6개가 미국, 3개가 중국, 1개가 인도 회사다. 그리고 10개의 회사가 속한 산업군은 꽤 다양하다. 그만큼 미국을 기준으로 전 세계, 전 분야에서 disruption이 많이 일어나고 있고 그 가능성에 많은 돈이 투자되고 있다는 걸 의미한다.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많다. 유니콘들이 이제는 사망하고 있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실제로 몇 몇 유니콘들이 죽고 있는건 사실이다. 또한, 285조원 이라는 건 어떻게 보면 종이가치이기 때문에 어느 순간에 붕괴될지 모르는 것 또한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 전까지는 어쨌든 유니콘들이다.

과거 포스팅에서 한국에는 10개의 유니콘들이 존재한다고 했는데(최근에 더블유게임즈가 1조원에 상장하면서 새로운 유니콘 게임회사의 탄생을 기대했는데 오늘 시총을 확인해보니 많이 하락한 6,800억 정도이다), 요새 기준으로 따지면 2개 밖에 없고 실은 옐로모바일도 약간 턱걸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를 상당히 희망적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 있을때, 조금은 멀리서 봤던 것 보다 한국에 와서 몇 개월 직접 경험을 해보니 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앞으로 10년 안으로 한국에서 8개의 유니콘들이 더 나올 수 있을거 같은데(=1년에 하나씩, 20% 정도 불확실성 요소 감안), 게임이나 전자상거래 분야만이 아닌 다양한 산업에서 나올 수 있도록 관련된 많은 분들의 협업이 절실히 필요하다. 한국이 유독 게임 분야에서 많은 유니콘들을 배출할 수 있었던 건 우리가 게임분야의 선두주자이기도 하지만, 어떻게 보면 대기업이 뛰어들지 않았던 분야라서 그만큼 비즈니스 성장이 가능했던거 같은데, 다양한 분야에서 좋은 회사들이 많이 나오려면 역시 전에 언급했던 부의 대물림 보다는 부의 창출이 이루어져야 한다.

PLAY like Nexon

사진 2016. 1. 19. 오전 7 48 48이 분야에서 일하면 얼마전에 출간된 신기주 기자의 ‘플레이’ 라는 책을 읽어 본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 한국을 대표하는 유니콘 회사 중 하나이자, ‘freemium’ 또는 ‘free to play’ 라는 개념을 게임에 세계 최초로 적용한 게임회사 넥슨의 이야기를 상당히 재미있게 쓴 책이다. 실은 나는 거의 4년 전부터 종이책을 읽지 않고 있었는데, 얼마전 부터 다시 종이책과 전자책을 병행하면서 읽기 시작했고 한국 돌아와서 완독한 첫 종이책이 플레이다.

이건 서평이 아니라서 책에 대한 내용을 자세히 쓰지는 않겠다. 궁금하신 분들은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나한테 이 책이 더 흥미로웠던 이유는 아직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신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들이 꽤 많이 등장했고,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흥미롭게 관찰하던 회사에 대한 생생한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참고로 나는 2008년 – 2012년 뮤직쉐이크 시절, 넥슨아메리카 사무실 안에서 작은 방을 얻어서 일을 했었고 본사는 아니지만 넥슨 미국 지사를 통해서 넥슨에 대해서 많은걸 보고 배웠다. 책에 등장하는 몇 인물들은 개인적으로 알고 지내는 분들인데 이렇게 치열하게 도전하면서 일을 하셨고, 이렇게 훌륭하신 분들인지는 책을 통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지금 창업을 하셨거나 창업을 고려하시는 분들은 읽으면 느끼는게 많을거 같고, 스스로의 현 주소 및 앞으로의 방향을 재정비 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나는 창업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는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이 분들한테는 꽤 큰 감동과 인생을 새롭게 볼 수 있는 시각을 충분히 제공해 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타고난 사업가나 창업가들이 존재하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많은 창업가들은 만들어 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이 들 중 살면서 어느 시점에 인생의 방향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되는 사건을 통해서 창업을 결심하는 사람들도 많다. 나 같은 경우 스탠포드 대학원에서 Khosla Ventures의 비노드 코슬라의 강연을 들은게 내 커리어 인생을 바꾸게 한 계기가 되었다. 나는 ‘플레이’가 많은 젊은이들에게 이런 계기를 제공하는 책이 되었으면 한다. 그래서 이들이 인생을 조금은 다른 방법으로 접근해봤으면 한다. 그리고 창업을 해서 수 조원의 돈을 벌고 유니콘 기업을 만들었으면 한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부자지도를 부를 대물림 받은 재벌들이 아닌 자수성가한 창업가들로 채워줬으면 한다.

플레이에는 맘에 드는 문구들이 많이 있는데,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김정주도, 정상원도, 송재경도, 서민도, 일이 이렇게 풀릴 거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직 20대였던 공학도들이 국가 인프라 전략을 앞서 읽고 시장의 흐름을 예측한 다음 거기에 걸맞은 상품을 먼저 준비한다는 건 불가능하다. 환란을 예측한다는 건 말도 안 된다. 그들은 그저 남들보다 더 무모했고, 누군가 미래를 만들어주길 기다리는 대신 미래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어 했을 뿐이다. 도전했고, 실패했다. 행운이 따라줬고, 불행도 따라왔다. 그리고 부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