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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 자율적 사고, 스타트업, 그리고 록키

몇 일 전에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시험’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이게 6부작짜리 프로인데 나는 그 중 2개만 봤다. 나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입시 시험을 봤지만(93학번이니까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였다), 나는 경험하지 않았던 고등학생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한국 고등학생 절 반 이상 –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 인생의 목표가 아직도 ‘대학진학’이라는 거에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고3 이었던 1992년도에도 이와 비슷했는데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좀 의외였다. 세상이 바뀌었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고,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가 생겼고, 지금 학부형인 부모님들도 우리 부모님들과는 달리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셔서, 학생이나 학부모나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18년 동안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대학교 가는거면, 그 이후에는 이 젊은 친구들은 무엇을 위해서 살까? 그렇게 힘들게 대학교 들어가면 뭐가 크게 달라질거라고 기대를 하는거 같은데 오히려 이때부터 인생은 더 힘들어 지는데….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되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웠던 건 바로 부모님들의 태도였다. 다른 학교, 다른 성적 수준, 다른 진학 진로의 고3 수험생 5명을 집중 취재했는데 이 중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을 격려하거나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분이 없었다. 모의고사를 못 보면 못 봤다고 화를 내고, 잘 보면 왜 한,두 문제 틀렸냐고 화를 내는 이런 부모님들이 과연 애들의 미래에 대해서 진심으로, 장기적으로 고민하시는건지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라면 오히려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격려를 해줘야 하는데, 항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옆 집 누구는 이번에 몇 점 받았고, 어디 갔더라. 개네 엄마 너무 부러워” 라는 말을 하는게 내가 보기엔 참 한심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창업을 못 할거 같습니다” 라고 하는 친구들이 이제는 조금 더 이해가 갔다. 인생의 20년을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부모님들과 함께 살았으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텐데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걸 나는 그동안 “왜 저렇게 자립심들이 없을까?” 라면서 고민했던거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애도 없는데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도 없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자립심과 자율적 사고는 굉장히 중요하고, 이런 습관은 교육과 가정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게 맞는거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부모님들의 역할이 지대하다. 언젠가 내가 Tumblr의 창업가 David Karp의 부모님에 대해 포스팅을 했는데, 다시 한번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Rocky 6에서 록키와 아들의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나는 부모라면 자식들한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 종교적 상황이 어찌되었던간에.

투자, 밸류에이션, 그리고 시가총액

한국의 스타트업 분위기, 요새 매우 좋다. 좋은 창업가들이, 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기술을 이용해서 창업을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에 스타트업의 절대적인 숫자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아지고 있다. 그리고 아직까지는 미국의 스타트업들보다 한국의 스타트업들이 더 ‘저렴’ 하다. 즉,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더 낮다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밸류에이션은 계속 높아지고 있고, 과거에는 보기 힘들던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받는 회사의 소식이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배고프고, 투자도 못 받은 창업가들한테는 부러운 소식이지만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 받은 회사와 성공적인 회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아직 상장하지 않은 회사의 가격을 정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상장회사면 시가총액이라는 (그나마) 객관적인 수치가 있지만, 이익은 커녕 매달 돈을 까먹고 있는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 자체를 논한다는게 어쩌면 말이 안 된다. 수 년 동안 손실이 날 게 뻔한 회사한테 수 천억원, 심지어는 수 조원의 가치를 주는 걸 어떻게 논리적으로 설명 할 수 있을까?

많은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수 년 동안 적자가 나고 있으면서도 1조원 이상의 밸류에이션을 즐기고 있는 반면, 탄탄한 비즈니스모델을 기반으로 수익을 만들고 있지만 스케일이나 성장 포텐이 ‘상대적으로’ 약한 스타트업들은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고 있는게 현실이다. 그렇게 때문에 높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왕창 받은 스타트업들을 성공한 회사라고 생각하면서 이를 부러워 할 필요는 없다. 이 회사들은 오히려 높은 밸류에이션과 시장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 무리수를 두면서 망가질 수 있는 가능성도 그만큼 높을수도 있다.

밸류에이션은 비즈니스의 현실을 정확하게 반영하는 숫자라기 보다는 사람들의 기대와 예상이 반영된 숫자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다. 이는 상장회사의 시가총액에도 비슷하게 적용된다. 잘 나가던 회사의 분기 실적이 시장의 기대에 못 미치면 주가가 떨어지면서 시가총액이 무섭게 빠진다. 시가총액이 떨어졌다고 그 비즈니스나 회사가 정말로 예전과 달리 갑자기 3개월만에 위기에 처한걸까? 그건 아니다. 회사는 여전히 탄탄하고 잘 하고 있지만, 시장의 기대와 예상이 시가총액을 깎아버린 것이다.

성공하는 비즈니스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어서 이 제품을 기꺼이 돈을 내고 사용하는 고객들을 유치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본기를 강화해야한다. 모든 창업가들은 여기에 초점을 맞춰야지 어떻게 하면 우리가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을까에 대해서 너무 고민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잉여스펙

한국 온 지 이제 한 달 반 정도가 되었다. 10년 전에 미국 갈때도 한국에서는 학벌이 매우 중요했는데, 시간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능력위주의 벤처업계에서도 한국은 여전히 학벌을 너무 중시 하는 거 같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

그러다가 얼마전에 재미있는 기사를 읽었다. 기업의 채용담당자들이 말하는 ‘잉여스펙’의 취업 지원자들에 대한 내용인데, ‘석사’ , ‘박사’ , ‘회계사’ , ‘한자능력’이 리스트의 맨 위에 있었다. 솔직히 이거 보고 뜨끔한 사람들 많았을거 같다 – 나를 포함해서. 내가 항상 농담 반 진담 반으로 와이프한테 버릇처럼 말하는게 그대로 기사화 되었기 때문이다. 벤처투자를 하는 VC 라는 직업이 주위 사람들이 보면 굉장히 어렵고 정교한 일 같아 보인다. 실제로 미국이나 한국이나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MBA와 같은 석사 이상의 고등학위를 소지하고 있으며, 박사들도 많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굉장한 지적 능력이 필요한 직업같아 보일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고등학교만 나오면 – 그리고 훈련을 받으면 – 누구나 다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벌써부터 나와 동의하지 않는 많은 분들의 따가운 시선을 인터넷으로 느낄 수 있다).

어디 VC만 그럴까? 내 주위 직장인의 90%가 하는 일들은 중,고등학교만 졸업하고 업무훈련만 받으면 할 수 있다. 심지어는 초등학교 나와서 더하기 빼기만 가능하면 전혀 무리없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석,박사급 인력들이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세상의 직업 수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이 많은 인력들이 취업을 하려면 뭔가 기준과 잣대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선택 받으려면 남들보다는 더 좋은 학교를 나와야 하고, 더 높은 학위를 소지해야 한다. 채용담당자가 사람을 채용하려면 그 이유를 정당화 할 수 있어야 하는데, 가장 쉬운 방법이 학벌을 보고 고르는 것이기 때문이다(그러면 나중에 혹시나 뭔가 잘 못 되어도 면피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하고 싶은 말은…..좋은 학교 나왔다고 으시댈 필요없고, 만나는 사람마다 출신학교 물어서 이를 그 사람이나 팀을 판단하는 척도로 삼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가 일하는 이 분야에서는 학벌 보다는 능력으로 인정을 받아야 한다. 물론, 학벌이 좋으면 좋은 학교 나온 동문들이 많지만 아직 한국은 중국이나 유태인들 같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문화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렇게 큰 불이익을 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정말로 필요한 스킬은 세련된 개발실력과 유창한 영어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다행히도 이 둘은 좋은 학교나 나쁜 학교나 다 잘 못 가르치는, 스스로 터득할 수 밖에 없는 스킬이다.

일관성에 자신 없으면 시작하지도 말아라

consistencyUnion Square Ventures의 간판 Fred Wilson은 지난 수년 동안 1년 365일 거의 매일 블로깅을 하고 있다. 실은 주말에는 굉장히 간단하거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수준의 글을 올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주일에 5번이지만 한 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나는 전에는 그냥 시간 날 때만 블로깅을 했다. 한 달 내내 바쁘면 한 달 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않다가 한가해지면 한 달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주일 동안 글을 5개씩 쓰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까 글 쓰는 습관도 불규칙해졌고, 내 블로그를 읽는 독자들과의 관계도 매우 불규칙해졌다(나는 작가가 아니라서 독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 주제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쓴다). 그래서 한 2년 전부터는 3일에 한 번씩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니까 독자들과의 관계도 꾸준해졌는데, 이보다 더 값진 건 바로 정기적으로 블로깅 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생활과 태도에 규율이 생겼다는 점이다. 가끔은 글을 매일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이걸 1년 내내 지속할 수 없다는 걸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많고 글을 많이 쓰고 싶어도 ‘3일 규칙’을 지킨다. 한가해도 무조건 3일에 한 번, 바빠도 무조건 3일에 한 번이다.

마케팅하는 스타트업들한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마케팅이라는 거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한다. 페이스북 마케팅 예산이 500만 원 있다면, 이 500만 원을 하루에 쓰는 거 보다는 1년 365일 매일 조금씩 일관되게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우리 제품을 꾸준히 특정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고, 그러면서 시장에 대한 감을 꾸준히 잡을 수 있다. 모든 걸 한방에 진행하려면 순간적으로 모든 자원을 무리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에 전반적인 자원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페이스북 마케팅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요새 웬만한 스타트업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다 운영한다. 회사에 대한 페이지 일 수도 있고, 제품에 대한 페이지 일 수도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의 70% 이상이 좀비 페이지이다. 개설하고 한 2~3개월 동안은 열심히 이것저것 올리고 홍보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활동이 뜸해지는데, 별로 효과가 없어서 더는 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3개월 만에 되는 일은 없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제품을 마케팅할 생각이라면, 최소 2년을 봐야 한다. 한 번에 100개의 포스팅을 올리지 말고, 2년 동안 매일 한 개의 포스팅을 꾸준히 올려보면 성과가 있거나, 아니면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일관성을 갖고 운영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정답이다. 죽은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거 보다는 아예 없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회사 블로그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다 하므로, 그리고 공짜로 만들 수 있으므로, 사업을 시작하면 회사 블로그를 다 만들지만, 현실은 모두 좀비 블로그로 변한다. 한 달에 한 번 글을 포스팅해도 좋다. 대신 이걸 꾸준히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해서 1년에 12개의 글을 꾸준히 포스팅하는 게, 한 달에 12개의 글을 포스팅하고, 남은 11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좋다.

스타트업바이블 2: 제33계명 – 매 순간 전력질주를 하면 장거리를 못 간다‘에서 아문센의 ’20마일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모든 일에는 이런 일관성 있는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번 아주 거하게 해서 되는 일은 이 세상에 거의 없다. 꾸준히, 일관성 있게 모든 일에 접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바람직하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24시간 연속 일하고 회복하느라 일주일을 쉬느니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8일을 연속 일하는 게 결과가 좋다.

일관성 있게 일을 진행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fqEnUqfOeWI>

진주 찾기

지난 주에 동네 헬스클럽에서 밖을 보면서 운동을 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 붙어 있는 문화체육센터라서 창밖에는 학교 야외 운동장이 보이고 마침 학생들이 단체로 잡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추운데 꼬마들이 즐겁게 노는게 보기 좋아서 운동하면서 계속 보고 있었는데, 운동장 한 쪽 끝에는 여자들이 대기하고 있었고, 그 외의 공간에는 남자들이 흩어져 있었다. 선생님이 호루라기를 부르자 남자들은 도망다니고, 여자들은 이들을 잡기 위해서 열심히 뛰어다녔다. 나도 어릴때 이런 게임을 한게 기억이 났다. 체형들은 많이 바뀌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은게 있다면, 가까이 있는 아무 남자가 아니라 평소에 흠모하던 남자를 여자들이 잡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멀리서봐도 키가 크고, 잘 생기고, 옷을 잘 입은 남자 아이를 잡으려고 10명 이상의 여자아이들이 운동장을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결국엔 그 아이는 잡혔고, 그 다음으로 잘생긴 남자아이가 잡히고, 뭐 이런 순으로 남자들은 다 잡혀갔다. 결국 모든 남자들은 잡혀서 운동장 밖으로 나갔고 한 명의 키도 작고, 외모도 보통인 아이가 남았다. 그런데 이 친구 상당히 빠르고 잽쌌다. 여자 15명 이상이 작은 운동장 안에서 이 친구를 마지막으로 잡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뛰었지만, 미꾸라지처럼 여기저기 잘 빠져다니면서 거의 5분 이상을 잡히지 않고 도망다니다가 결국엔 잡혀서 게임은 끝났다. 화려하지 않은 외모때문에 선택? 받지는 못 했지만, 이 친구가 그 중 가장 뛰어난 운동선수이자 날쌘돌이였던거다.

내가 하는 업무에 대해서 생각해 봤다. 나는 창업자들의 번드르르한 외모와 화술만 보고 투자하고 있는건 아닐까? 창업가들을 아무리 많이 만나도 이 사람에 대해서 모든걸 알 수 없기 때문에 첫인상, 외모, 화술, 어쩔때는 영어실력 등을 보고 투자 결정을 – 특히 우리같이 초기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겉과 속이 동일한 사람들도 있지만, 솔직히 말해서 그렇지 않은 경우를 나는 더 많이 봤다. 내 주위에는 말은 좀 어눌하고, 투자자들이 원하는 ‘정답’을 제공하지 않고, 옷도 잘 못 입지만 비즈니스는 정말 끝장나게 잘하는 분들이 더러 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 말을 들어보면, 창업 초기에는 그 누구의 시선도 받지 못 했고 투자도 못 받았다고 한다. “별로 스마트해보이지 않는다”가 그 이유였다고 한다.

이 업무를 하면 할 수록, 그리고 투자한 회사 중에 승자와 패자들이 명확히 구분되는 순간을 더욱 더 많이 경험할수록, 옥석을 가리고 흙에 파묻힌 진주를 찾는게 얼마나 어렵고 고도의 통찰력과 운이 필요한지 몸소 느끼고 있다. 특히 올해부터 프라이머와 긴밀히 협업하면서 super early 회사들을 엄청 많이 만나고 있는데, 경험없고 다듬어지지 않은 – 좋게 말하면 ‘닳고 닳지 않은’ – 젊은 창업가들 중 어떤 분들이 승자인지를 잘 판단하려면 더욱 더 노력하고 공부해야하는걸 많이 느끼고 있다.

솔직히 너무 많은 초창기 회사들을 만나다보면 피곤하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그냥 보이는거를 위주로 회사들을 판단하는 경향이 가끔 생긴다. 하지만, 위에서 언급한 예에서와 같이 겉만 보다가 진주를 놓치지 않으려면 정신 바짝 차리고 창업가들의 외모와 언변을 관통해서 볼 수 있는 통찰력을 키워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