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categorized

억울하면 성공하자

요새 사기냐 아니냐 말이 많이 되고 있는 유니콘 테라노스와 아직은 아니지만 유니콘 가능성이 농후한 유빔(uBeam) 사태를 보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남가주를 대표하는 VC blogger이자 우리 펀드의 공식 어드바이저 Mark Suster 형님의 이 글을 보고 떠오르는게 있어서 몇 자 적어본다.

테라노스 이야기는 이 분야에서 일하면 모르는 분이 없을거다. 정맥에서 피를 뽑지 않고 손가락 끝을 찔러 나온 피 한 방울로 대부분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에 실리콘밸리의 명문 VC들이 돈을 쏟아 부었고, 회사의 가치가 거의 10조원이 되면서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즈는 어린나이에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 하지만, 테라노스 기술의 진위여부가 최근 도마위에 오르면서 이 회사는 최악의 위기에 처해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절대로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하며 홈즈를 사기꾼으로 몰아붙이고 있다.

LA가 본사인 uBeam 이라는 회사도 비슷한 곤경에 빠져있다. 테라노스와 비슷하게 Meredith Perry라는 젊은 여성 창업가가 시작한 이 스타트업도 화려한 VC와 개인 투자자들로부터 큰 투자를 유치했다. 유빔은 지금까지 그 누구도 하지 못한걸 하려고 한다. 전기를 초음파로 바꿔서 핸드폰같은 전자기기에 붙일 수 있는 충전기로 쏴 준 후에 다시 전기로 바꿀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 기술이 실현되면 집과 같은 공간에서 핸드폰을 가지고 돌아다녀도 충전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선도 필요없고, 벽의 콘센트에 폰을 꽂을 필요도 없다. 하지만, 많은 과학자들은 물리학적으로 말이 안되는 기술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절대 불가능한’ 기술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뭐가 과연 맞을까? 테라노스랑 유빔은 정말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일까? 아니면 희대의 사기극일까? 솔직히 나는 잘 모르겠다. 이 회사들에 대해서 자세히 알지도 못 하고, 아직 그 어떤 것도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는 이를거 같지만, 개인적으로는 테라노스와 유빔의 기술이 모두 상용화되어 두 회사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사기꾼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 맹비난받는 두 회사가 부정과 회의의 목소리에 맏서 대항하고 이들을 닥치게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보기좋게 성공하는 것이다.

마크 서스터가 그의 블로그에서 이런 말을 했다.

“The best ‘FUCK-YOU’ in life is SUCCESS(나를 억울하게 하는 사람들을 엿 먹일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성공하는거다)”

세상을 바꾸고, 수십년 동안 바뀌지 않은 산업과 관행을 바꾸겠다는 젊은 창업가들을 대부분의 세인들은 비웃고, 욕하고, 손가락질한다. 이들에게 하나씩 대꾸할 필요도 없고, 스스로를 방어하거나 정당화 하는데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할 필요가 없다. 억울하면 열심히 해서 성공하자. 나를 믿지 않는 사람들을 엿 먹이고 싶으면 열심히 일해서 보란듯이 성공해라.

Let’s fight on.

거품인가 아닌가?

bubble-779310또다시 떠오르는 벤처 거품론. 미국과 비교할 수는 없지만, 한국 스타트업들의 밸류에이션도 많이 높아졌다는 걸 느끼고 있다. 돈 한 푼 못 버는 회사들의 높아져만 가는 밸류에이션과 이를 더욱 부추기는 VC 돈이 합쳐지면 나 같은 투자자들도 이해할 수가 없는 밸류에이션들이 나온다. 과연 거품(bubble)인가? 이 거품이 터지면 2000년도와 같은 위기가 올까?

솔직히 난 잘 모르겠다. 왜냐하면, 거품은 터져야지만 그게 거품이었다는걸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거품은 ‘블랙스완’이라고 할 수 있을 거 같다. 블랙스완에 대해서 잠깐 짚고 넘어가면,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저서 ‘Black Swan’ 에서 ‘검은 백조’는 다음 3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1/예측할 수가 없다
2/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3/후에 곰곰이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솔직히 현재의 tech 생태계가 거품인지, 거품이라면 언제 터질지는 그 누구도 예측할 수가 없다. 만약 거품이 터지면 그 파급효과는 엄청날 것이다. 2000년도 인터넷 거품과 2008년도 금융위기 거품을 생각해보면 파급효과는 대략 짐작은 갈 것이다. 또한 – 그리고 이게 블랙스완의 가장 재미있는 특성인 거 같다 – 거품이 터지고 난 후에 곰곰이 생각해보면 이게 너무나 당연하다고 느껴질 것이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거품이 터지기 전까지의 일련 사건들과 현상들을 총정리해서 이미 거품은 예견되었고 일어날게 뻔한 거였는데 모두 너무 무심했고, 방심했고, 탐욕스러웠다고 우리 같은 tech 관련자들을 맹비난할 게 뻔하다.

거품이 블랙스완이라고 가정을 하면, 우리는 지금 스스로 틀린 질문을 하고 있다. 일어나기 전까지는 아무도 모르기 때문에 “거품인가 아닌가?”라는 질문은 매우 어리석은 질문이다. 올바른 질문은 바로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대처할까?”일 것이다. 탈레브 교수도 블랙스완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일어났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럼 거품이 터지면 어떻게 될까? 우리 회사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아직 정상궤도에 오르지 못한 벤처기업들이 거품이 터진 후에도 살아남을 방법은 두 가지라고 본다.
가장 바람직한 거는 거품이 터지기 전에 자립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거다. 여기서 말하는 자립은 자체적인 매출을 만드는 것이며, 비용보다 더 많은 매출을 만들어서 수익을 내는 걸 말한다. 거품이 터지면 유동성이 사라질 것이며, 현재 시장에 널려있는 벤처투자금이 순식간에 메마를 것이다. VC 돈에 의지하지 말고 스스로 수익성을 만들고 이를 계속 개선해야 한다. 더 중요한 건 외주나 정부 프로젝트 같은 거 말고 제품의 코어 서비스로 매출을 만들어야 한다. 그 외의 모든 건 거품이 터지면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다른 방법은 지출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다. 수익을 만들지 못하면 매일 돈을 까먹을 텐데 까먹는 돈을 최소화 해야 한다. 불필요한 인력은 해고하고, 쓸데없는 회식은 없애라. 사무실도 가능하면 작고 저렴한 곳으로 옮겨라. 업계에서 흔히 말하는 burn rate를 낮춰서 runway를 최대한 연장해야 한다.

스타트업계에 겨울이 곧 올까? 거품이 곧 터질까? 잘 모르겠다. 터져야지만 거품이다. 하지만 돈 없고, 비즈니스 모델 없고, 매출 없는 스타트업들은 최소한 준비는 하고 있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kos.com/story/2009/03/19/710273/-Bubble-Economics-and-the-Cycles-of-Boom-and-Bust>

VC와 이야기할때 알면 도움되는 몇가지

창업가라면 VC들과의 만남은 항상 긴장되고 설렌다. 대부분 어렵게 잡았을 미팅일 확률이 크고, 바쁜 VC들과 친구 사귈게 아니라 지금 당장 또는 앞으로 언젠가는 투자를 받기 위한 목적으로 만나는거면 잘 계획하고 준비해야 한다. VC와 미팅할 때, 특히 첫 미팅 시 알고 가면 조금은 도움되는 몇가지 tip 이다.

1/기본적인 숙제 하기 – 내가 개인적으로 제일 싫어하는건데, 미팅하기 전에 가장 기본적인 숙제도 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다. 모든 VC들이 투자를 하지만 이들이 좋아하는 분야, 투자금액, 단계는 다르다. 동일한 자료를 가지고 모든 VC들에게 똑같은 피칭을 하는건 매우 어리석다. 구글이나 네이버에서 5분만 검색을 해보면 특정 VC의 성향을 알 수 있고, 웹사이트에서 포트폴리오 회사들을 자세히 보면 어떤 종류의 회사들을 좋아하는지 알 수 있다. 같은 제품을 보더라도 기술을 매우 중요시하는 VC 한테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에 대해서만 강조를 한다면 좋은 결과가 나올리 없다. 최소한의 숙제는 하자.

2/발표는 간소하게 – VC와의 첫번째 미팅은 대부분 짧다. 이 짧고 귀중한 시간 내내 창업자가 일방적으로 발표만 하고 미팅이 끝난다면 이건 미팅이 아니라 발표가 된다. 미팅 시간의 절반만 발표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Q&A에 활용하는게 좋다. 그래야지만 투자자는 창업팀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잘 파악할 수 있고, 창업팀도 그 VC에 대해서 조금 더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자료는 10장 – 15장으로 무조건 간소하고 visual한 수치 위주로 만드는걸 권장한다.

3/물어보는 질문에 대답하기 – 많은 창업가들이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못한다. 못 하는건지, 안 하는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투자자가 “작년 매출이 얼마였나요?” 라고 물으면 작년 매출이 얼마였는지 알고 싶은 것이다. 매출이 없으면 “없습니다” , 매출이 있으면 “얼마입니다” 라고 대답하면 끝이다.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정확히 못 하면 창업가가 바보라고 생각할 것이고, 물어보는 질문에 대답을 정확히 안 하면 뭔가 구리다고 생각할 것이다.

4/과장하지 말기 – 절대로 과장하지 말자. 그냥 있는 그대로 말해라. 한번 과장하기 시작하면 계속 과장해야하고, 이는 아주 비참한 거짓말로 끝날 수가 있다.

5/몰라도 된다 – 많은 창업가들이 “잘 모르겠습니다” 라는 말을 투자자에게 하면 자신을 자신감없고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착각한다. 실제로는 이 반대이다. 아직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은 사업에 대해서 모든걸 알 수가 없다. 당연히 생각해보지 않고 모르는게 많을 수 밖에 없다. 투자자들도 창업가들에게 물어보는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기대하는건 아니다. 모르겠다고 하는건 절대로 약점이 아니다. 그건 그냥 사실 그대로 이야기 하는 것이며, 투자자들은 창업가들이 모르는걸 안다고 하는거 보다는 그냥 있는 그대로 잘 모르겠다고 하는걸 선호한다(다른 분들을 대변할 수는 없지만, 내 주변의 투자자들은 대부분 이렇다).

6/조금 길게 봐라 – 정말로 대단한 창업가 또는 제품이 아니라면 한 번 만나고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길게는 수개월에 걸쳐서 여러번 만날 것이며, 이래도 투자가 성사되는 확률은 낮다. 그렇기 때문에 첫번째 미팅에서 너무 돈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않는게 좋다. 오히려 투자 조건이나 돈 관련된 이야기는 투자자가 먼저 물어보면 꺼내지 먼저 이 주제를 꺼내지 않는게 좋다. 첫번째 미팅을 끝으로 보지 말고, 미팅을 한 번 더 하기 위한 수단으로 생각하면 편하다. 첫번째 미팅에서 투자자의 관심을 유발해서 두번째 미팅에 대한 약속을 만들고, 두번째 미팅에서는 세번째 미팅에 대한 약속을 만드는걸 반복하다보면 최종 미팅까지 갈 것이고 잘 되면 이 후에 투자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7/투자자들도 질문을 받고 싶어한다 – 많은 창업가들이 VC와 미팅하면 발표하고 질문에 대해서 답하고 미팅을 끝낸다. 그런데 투자란 투자자와 창업가와의 결혼과도 같기 때문에 양쪽이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불편함이 없어야 한다. 어렵게 잡은 미팅이다. 최대한 이 미팅을 활용해야 한다. 창업자라면 이 투자자가 어떤 사람이고 나와 궁합이 맞는지 판단을 해야하는데,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질문을 많이 해야 한다. 나도 전에 창업팀과 미팅을 했는데, 나만 질문을 하고 미팅이 끝난적이 있다. 이들이 간 후에 나 스스로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아니, 이 사람들은 나에 대해서는 전혀 궁금하지 않나?”

머리 숙이고 계속 전진

marching on한국 온 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스타트업들은 15개 이상 만났다. 대부분 초초기 또는 초기 스타트업들인데 시간이 갈수록 한국의 벤처기업들과 창업자들의 수준이 무섭게 좋아지고 있다는 걸 몸으로 느낄 수 있다. 그것도 기울기가 완만하게 선형적으로 높아지는 게 아니라 곧 J 커브를 탈 정도로 빠르게 올라가고 있다(물론이건 개인적인 생각과 느낌이다. 어떤 분들은 해마다 창업자들의 수준이 떨어져서 한국에는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한다). 그래서 이들과의 만남도 더 재미있어지고 나도 과거보다 준비를 많이 하고 미팅을 한다. 예상치 못했던 좋은 질문들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뀌지 않고 항상 아쉬운 부분이 있긴 있는데 그건 바로 ‘제품’에 대한 집중과 중요성 인식이다. 초기 스타트업이면 이제 대부분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단계인데 많은 창업팀의 관심이 너무 앞서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물론 제품이 잘 만들어지고 사업이 성장하면 큰 투자도 받고, 마케팅도 하고, 제대로 된 비즈니스의 모습을 갖추기 위한 다양한 분야에 신경을 써야 한다. 하지만 이제 겨우 걸음마를 뗀 초기 스타트업들은 ‘어른’들의 일에 당장 신경 쓸 필요도 없고, 신경을 쓰면 안 된다. 이 단계의 스타트업들은 오로지 제품과 고객에 집중해야 하므로 그 외의 모든 건 집중을 방해하는 것이다(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 짙음으로 다른 분들은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떤 투자자들은 초창기 회사들은 비전과 전략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한다. 어떤 분들은 한국 스타트업들이 마케팅의 중요성도 모르고, 마케팅을 잘 못 한다고 한다. 모두 다 맞는 말이지만 우리가 주로 보는 early stage 회사들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한테 중요한 건 오로지 제품과 고객이다.

얼마 전에 프라이머 워크숍에서 배치 8기 스타트업들 대상으로 투자에 관해서 이야기했는데 내가 가장 강조한 건 숫자와 수치였다. 솔직히 젊은 친구들이 창업한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음에 있어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대부분 처음 창업하는 first time entrepreneur이기 때문에 과거 성공 경험이 없다. 대부분 직장 경험이 없거나 짧음으로 이 또한 일반적인 투자자의 눈에는 마이너스 요소이다. 제대로 된 제품이 없음으로 뭔가 보여줄 것도 변변치 않다. 그리고 돈이 없는 스타트업들이라서 투자자들의 눈에는 절박해 보이는데, 이는 투자 받는 데 걸림돌이 된다.

이런 회사들이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숫자’로 승부하는거다. 하지만, 이 숫자는 상대적이지 절대적이지 않다. 창업한 지 6개월 된 스타트업이 짧은 기간 동안 수억 원의 매출을 만들거나 수백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길 기대하는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다만, 이런 성장의 가능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서비스 launch 한 지 한 달 만에 신규 사용자를 3명 확보했는데 이 숫자가 6개월 후에는 열 배인 30명이 되었다면 절대적인 수치는 작지만, 그 성장 폭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투자자가 물어보고 관심을 두는 건 왜 6개월 동안 사용자 수가 10배나 성장을 했는지, 더 성장할 수는 없었는지, 어떤 방법으로 이런 성장을 했는지,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할지, 6개월 동안 사용자 수를 10배 성장시키면서 어떤 걸 배웠는지, 뭐 이런 것들이다. 창업팀이 그동안 진지하게 고민하고, 실험하고, 경험하고, 배웠다면 이러한 구체적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짧은 기간 동안 충분한 실험을 했다면 이러한 경험을 어느 정도 공식으로 정량화하는 게 가능할 텐데 이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예: “1,000만 원의 예산을 가지고 6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를 30명으로 만들었으니 5,000만 원의 예산이 있으면 3개월 만에 신규 사용자 수를 500명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왜? 어떻게? 이미 이 팀은 다양한 실험을 하면서 경험을 공식화했기 때문이다. 초기 투자자들이 찾는 건 이러한 공식들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수치를 만들려면 초기 창업팀이 해야 하는 건 딱 한 가지다. 미국인들이 말하는 “Keep your head down, and keep marching on(머리 처박고, 계속 전진해라)”이다. 즉, 다른 거 전혀 신경 쓰지 말고 무조건 제품개발에만 집중하라는 말이다. 사업하다 보면 주위에 잡음이 많이 발생하는데 그때마다 머리 처박고 전진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artsonline.monash.edu.au/news-events/monash-university-commemorates-the-great-war-centenary/>

깊게 파고 들어가기

요새는 땅 밑 깊게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탐지할 수 있는 기술이 발달해서 땅을 파고 들어갔을때 기름을 찾지 못할 확률을 최소화 할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런 기술과 도구가 존재하지 않던 과거에는 땅 밑에 기름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딱 한가지 밖에 없었다. 계속 파고 들어 가야 했다 – 더 이상 들어갈 수 없을 때까지. 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는데 아무것도 없다면 그 위치에는 석유가 없다고 표시하고 그 옆을 다시 파고, 기름을 찾을 때까지 이 과정을 반복했다. 물론, 모든 사람들이 석유를 찾지는 못 했지만 매장을 찾아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석유를 찾을 때까지 깊게 파고 들어갔다는 것이다.

오늘은 피보팅에(pivoting) 대해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많은 창업팀들이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생각치 못한 상황들이 발생하고, 예상치 못한 장애물들에 부딪힌다. 그러면서 초기에 세운 가설이 틀렸고, 아이디어와 방향 자체가 비현실적이라는걸 깨달으면서 피보팅을 시도한다. 나는 이 피보팅을 과도하게 많이 한 몇 스타트업을 만났는데 이 팀들이 과연 올바른 결정을 했는지 의심스럽다. 솔직히 나를 비롯한 대부분의 VC 들은 피보팅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다. 현실성이 없는 아이디어를 미련하게 계속 고집할 필요는 없고, 유연성이 DNA의 일부인 벤처기업들은 ‘이게 아니다’ 싶으면 바로 방향을 틀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창업한 지 2년 된 스타트업이 피보팅을 벌써 6번 정도 했다면 이들에게 물어보고 싶은 건 피보팅 하기 전의 아이디어를 정말 최선을 다해서 실행을 해봤냐이다. 위에서 말한 기름의 예에 빗대어 이야기해보면 정말로 바닥까지 파고 들어갔는데 기름이 없어서 그 옆을 파는 건지 아니면 중도포기하고 그냥 다른 곳을 파는 건지. 이건 정말 피보팅을 하는 창업가들이 곰곰이 생각해봐야 한다. 끝까지 해보지 않고 다른 쪽으로 피봇을 하면, 조금만 더 파고 들어가면 매장되어 있는 석유를 놓칠 수 있기 때문이다.

피보팅을 하는 건 좋다. 하지만, 끝까지 해보고 피보팅 하길 권장한다. 그래야지만 정말로 안 되는거와 안 해본거를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끝까지 해봤는데 이건 아니다 싶으면 정확하게 어떤 방향으로 피보팅을 해야 하는지 몸이 안다.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 시도하고 실행해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선을 다하지도 않고 그냥 방향을 바꾸면 배우는 게 없고 미래에 비슷한 실수를 반복할 확률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