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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프트웨어의 아름다움 – product iteration

Photo Jan 15, 11 08 24 AM며칠 전 산호세 공항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 비누 모두 동작센서로 작동되는데 비누가 나오는 구멍이 수도꼭지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물로 손을 씻다 보면 동작이 감지되어 비누가 자동으로 계속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이 화장실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손을 씻을 텐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비누가 나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된다. 설계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시공을 잘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다시 고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동 비누 디스펜서를 물리적으로 뜯어내고 다시 공사해서 다른 위치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다른 위치로 옮겼는데도 너무 가까워서 계속 비누가 낭비된다면? 또는, 비누는 낭비되지 않지만, 너무 멀리 위치해서 사용자들이 불편해한다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위치를 찾을 때까지 여러 번 뜯어내고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비싼 product iteration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는 정말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수만 번의 product iteration을 큰 비용과 시간의 손실 없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스타트업 중 하루에도 몇 번씩 product iteration을 하는 회사들이 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만 있으면 된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게 말처럼 간단한 거는 아니지만, 하드웨어를 부수고 다시 만드는 거에 비하면 코드를 고치는 건 정말 간편하다. 하드웨어는 일단 출시를 하면 뜯어고치고 다시 대량생산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product iteration이 더 쉬우므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상당히 높은 완성도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내 주위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정말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을 가지고 고객들을 만족하게 해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쉬움에도 불구하고 product iteration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이런 장점을 좋은 회사들은 잘 활용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도 시장이 인정해주는 제품이 만들어질 확률은 3%도 안 된다. Product iteration을 십분 활용하지 않는 게으른 회사들에 이 확률은 0% 이다.

멈추지 않는 변신 – Windows 10

a마이크로소프트가 어제 Windows 10을 발표 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tech 관련 전문가, 분석가 그리고 기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기적으로 하는 새로운 윈도우스 발표라고 생각했고 Windows 8이 기대이하였기 때문에 8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친 운영체제 정도로 생각을 했다.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부 다 보지는 못 했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30년 이상 고객들한테 1원이라도 더 쥐어짜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스 10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약 5,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 뭐, 이 정도는 마이크로스프트한테 큰 돈은 아니다 – 돈을 떠나서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자’ 라는 회사의 방향 자체를 180도 바꾸는거라서 놀라웠다. 물론, 내부적으로 많은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했고, 윈도우스를 무료로 주면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추가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작년 매출 90조원을 한 큰 회사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대표이사인 Satya Nadella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장 취임한지 1년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기업문화를 바꾸고, 과거에 절대로 물어보지 않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더욱 더 경청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40년을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 갈 40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한테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세상은 레드몬드의 공룡보다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 작고 빠른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스프트의 밥을 야금 야금 먹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완전 후발주자이다. 그렇게 갈길은 멀지만, 드디어 방향은 잘 잡은거 같다. 똑똑한 인재들, 엄청난 돈, 그리고 좋은 리더십을 잘 이용해서 더 빨리 뛰어서 꼴찌를 모면하길 바란다.

Windows 10 –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진 운영체제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걸 보여줬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아, 맞다….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가상현실과 홀로그램도 보여줬다.

멋지다. 그리고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과거 포스팅: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실 받아들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이미지 출처 = https://www.dailyherald.com/article/20150122/business/150129644/>

만능 스타트업

얼마 전에 출장 가서 묵었던 숙소에는 제대로 된 헬스클럽이 없었다. 대신, 객실 하나를 개조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이런 만능? 기계를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Photo Jan 16, 8 26 41 AM

아마도 이런 기계를 한 번씩은 본 경험이 있을 거다. 내가 아는 어떤 분들은 집에 이런 기계를 가지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니 이 기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이 25가지나 되는데 복근, 팔, 다리, 어깨, 등 한 마디로 한 개의 기계에 헬스클럽 전체를 압축해 놓았다고 보면 된다. 매우 생산적인 기계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이 기계를 사용해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몸의 여러 근육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 근육들을 운동하는 여러 가지 다른 기구들을 하나의 본체에 압축을 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깊게 운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pull과 push 동작 자체가 다른 역학인데 이 두 동작을 하나의 기계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기계의 움직임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다. 이렇게 만들어지다 보니, 기계가 불필요하게 많이 삐걱거리기도 했다.

Photo Jan 16, 8 27 09 AM

이 기계를 사용하면서 모든 걸 다 하려는 ‘만능’ 스타트업 또는 모든 게 다 가능한 제품이 갑자기 생각났다. 내 주위에도 이런 회사들이 몇 개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모든 기능이 다 탑재된 제품 또는 모든 시장에 다 적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야심 찬 회사들은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회사들이다. 아무리 하찮고 간단한 기능이라도 직접 구현하고 제대로 해보면 절대로 하찮지 않고 간단하지가 않다. 기능 하나만 제대로 구현하고 이걸 최고로 만들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할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모든 게 가능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엉성하고 불완전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B2C와 B2B 시장의 특성은 매우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기업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므로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와 기업들에 동시에 제공하는 건 상당히 많은 시간과 개발이 필요하다. 작은 스타트업이 그냥 처음부터 단 한 개의 제품을 만들어서 “우린 모든 고객한테 이 제품을 팔 겁니다.” 라고 하는 건 위에서 말한 pull과 push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다른 요구사항이 나올 때마다 땜질 형태로 임시방편의 코드를 만들어서 제품에 덕지덕지 붙이는데 이게 너무 많이 쌓이면 기계가 삐걱거리듯이 제품이 느려지고 매우 무거워진다.

전에 여러 번 말했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는 건 정말 힘들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남들보다 월등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만능 스타트업” – 말은 멋있지만, 다르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스타트업일 확률이 더 높다.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살면서 누구나 다 “아,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고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잘 안하지만 우리같이 tech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보다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은거 같다. 워낙 많은 기술과 사업을 보고 접하기 때문인거 같다.

최근에 Fred Wilson의 USV에서 투자한 eShares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이 회사 메인페이지에 있는 회사설명 딱 한줄을 읽는 순간 “왜 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면서 스스로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말하면 eShares는 클라우드 기반의 cap table(회사의 전체 주주가 정리되어 있는 표) 관리 솔루션이다. 아마도 일반인들한테는 감이 잘 안오겠지만, 기관/개인 투자자 또는 창업가와 직원한테는 –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사람들 – 굉장히 유용한 제품이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얼마에 주식을 구매했고, 현재 지분을 어느정도 소유하고 있는지 계속 관리하는게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잘해도 향 후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인수될때 내 지분을 계산해 보면 숫자가 항상 틀린다.

이런 불편함을 남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동안 불편함을 가지고 그대로 살아왔을까? eShares라는 서비스를 접했을때 비로서 “아, 나도 이 불편함을 아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까?

여전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별 생각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와 항상 “왜?” 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이 내 몸에 배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기회들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 더 나아가서 이 불편함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훌륭한 창업가들은 모두 다 이런 호기심 많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는 나도 이 정도는 못해도 따라가려는 노력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주말에 많이 했다.

소프트웨어가 정말 중요하다

google-maps-is-the-best아이폰 사용 7년만에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Blackberry Classic이 새로 나와서 출시 전부터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믿을만한 제품 리뷰어들의 사용후기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평들을 종합해보면 블랙베리의 출혈이 이제 어느정도 멈추고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주가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내가 가장 그리웠던거는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 그리고 그지같은 통화품질이었는데 Classic은 이 두가지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나같이 이메일 자체가 인생인 사람한테는 물리적인 키보드는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켜주고 아이폰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서 항상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블랙베리 통화품질은 거의 유선 전화랑 비슷하다고 하니 구미가 많이 당겼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폰을 갈아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결정적으로 블랙베리 앱들이 너무 없어서 포기했다. 더 재미있는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없어도 되고, 자주 사용해도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와 통화품질과 그 불편함을 충분히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 바로 구글맵스 때문에 그냥 아이폰을 당분간 사용하기로 했다(안드로이드는 불편해서 처음부터 제외). 구글맵스가 없는 불편함과 키보드/통화품질의 편안함을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앱 생태계 때문에 운영체제나 디바이스를 교체할때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는건 봤지만 이렇게 단 한개의 앱 때문에 디바이스를 바꾸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위한 들러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고 엄청난 사양의 디바이스라도 그 디자인과 사양을 충분히 즐기면서 음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말짱 소용이 없다.

이런 현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한테는 또다른 골치거리이다. 하드웨어 사양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지금은 아직 애매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IoT가(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많이 다듬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모든 사물들이 연결된 미래의 그림이 구체화될거 같다. 특정 디바이스들이 소수의 특정 기능이나 업무만 처리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소화해야 할텐데 – 또는 그런 다양한 기능이나 업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함 – 이렇게 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소화할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도 신경 써야하고 제조 비용도 신경써야하니 순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 한테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거 같다.

Marc Andreessen이 2011년도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엣지있는 글을 썼는데 정말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다 먹어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9to5mac.com/2012/12/19/mossberg-agrees-with-pogue-google-maps-is-the-best-on-ipho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