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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트코인과 은행

미국에서 제일 앞서가는 비트코인 서비스인 Coinbase가 Vault (=금고)라는 새로운 서비스를 launch 한다고 7월 초에 발표했고, 오늘 드디어 일반인들에게도 서비스가 공개되었다. 그동안 꽤 궁금했었는데 오늘 사용해보니 좋은 취지이며 역시 간단하면서도 잘 만들었다는 생각을 했다. 비트코인을 구매하거나 사용해 본 분들이라면 지갑에 (wallet) 대해서는 잘 알 것이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Vault라는 서비스는 더 안전하고 보안이 강화된 지갑이다. 특히 비트코인을 엄청 많이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냥 일반 지갑이 조금 불안할 수도 있는데 Vault는 이런 사람들을 위한 지역적으로 분산된 offline 저장소 서비스를 제공한다. 비트코인을 수 십억원 어치 보유한 사용자들은 이 금고 서비스로 인해서 밤에 더 안심하고 잘 수 있을 것이다. 무료 서비스이며 비트코인 보유 수량에 상관없이 코인베이스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누구나 다 사용할 수 있다.

Vault 서비스를 셋업하는 것도 엄청 간단했다. 우리나라의 금융 서비스 셋업하는 절차와는 달리 그냥 기존 Coinbase 사용하는 이메일 외에 추가 이메일로 인증 한번만 하면 기다리지 않고 바로 사용 가능했다. 액티브엑스도 없고, 핸드폰 인증도 없고, 아이핀도 없었다.

단순한 비트코인 거래소/지갑으로 시작한 Coinbase는 Vault 서비스를 론치하면서 은행과 거의 비슷하게 변화하고 있다. 일반 지갑 서비스는 은행의 checking 계좌와 (입출금용 계좌) 같은 역할을 하며, 금고 서비스는 은행의 savings 계좌 (예금용 계좌) 역할을 하니 비트코인이 화폐인 은행이라고 할 수도 있을거 같다.

비트코인 은행…..앞으로 Coinbase와 비트코인 경제가 어떻게 더 발전하고 변화할지 기대된다.

모바일 – 창작과 소비

iPhone 6는 화면이 더 커진다는 믿을만한 이야기들이 돌고 있는데 이는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분들한테는 희소식이 아닐까 싶다. 작은 화면을 가진 기기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만드는 건 정말 쉽지 않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눈이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동시에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 건 진짜로 어려운 지상과제이다. 이런 각도에서 보면 가장 완성도가 높은 스마트폰인 아이폰의 –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가장 완성도도 높지만, 유일하게 중요한 스마트폰이다. 안드로이드폰들은 아직 한참 멀었다고 생각한다 – 화면이 커진다는 건 그만큼 컨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 걸림돌이 되는 큰 장애물 하나가 낮아지는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래도 제대로된 모바일 서비스를 만드는 건 어렵다. 화면이 커지면 ‘소비’의 경험은 많이 개선되지만 소비만큼 더 중요한 ‘창작’의 문제가 그대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스마트폰은 컨텐츠 소비에는 최적화된 기기이자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즉시 켰다가 컨텐츠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면이 작아서 소비하는데 있어서 에로사항은 존재하지만 그래도 작은 화면이 컨텐츠 소비를 막는 큰 장애 요소는 아니다. 다들 숨 쉴 공간조차 없는 서울의 지옥철에서 스마트폰의 작은 화면에 얼굴을 쳐박고 컨텐츠를 소비하고 소화하고 있는게 그걸 증명하고 있다.

그렇지만 창작에 있어서는 스마트폰은 매우 비효율적인 기기이다. 작은 화면도 문제이지만 더 큰 건 창작의 기본 입력 도구인 키보드가 없어서 별도의 키보드가 필요한데 이걸 따로 가져다니는게 또 하나의 부담이 된다 (나는 virtual 키보드는 너무 불편하다고 생각한다). 이메일을 쓰는것도 창작이라고 할 수 있는데 나 같은 경우 왠만큼 급한게 아니라면 스마트폰으로 이메일을 작성하지는 않는다 (물론, 이메일 소비는 엄청 한다). 그리고 스마트폰의 사양이 계속 좋아지고 있고 앞으로 PC의 성능을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되지만 현재로써는 Photoshop이나 아주 헤비한 창작 프로그램들을 돌리기에는 많은 무리가 있어서 예술적 창작은 거의 불가능하다. 나도 시도는 해봤지만 절대로 폰을 사용해서 블로깅을 하지는 않는다. 다만, PC에서 작성한 블로그를 폰으로 소비하고 검토 정도는 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창작이 힘든 건 아니다. 사진 위주로 되어 있는 컨텐츠를 창작해서 올리거나, 아주 짧은 내용의 글을 창작하거나 아니면 동영상 위주의 컨텐츠를 만들어서 올리는 행위는 오히려 스마트폰에서 더 쉽고 간단하게 할 수가 있다. 여기에서 바로 Facebook, Twitter 그리고 YouTube의 모바일 제품으로써의 강점이 여지없이 두각된다. 이 3개의 서비스들은 모바일 환경에서’창작’이 직면한 어려움들을 아주 훌륭히 해소하고 창작과 소비를 동시에 가능케하는 서비스로 발전해서 전세계 모바일 유저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 사진, 동영상 그리고 140자라는 아주 파워풀한 창작 플랫폼을 기반으로. 인스타그램에는 하루에 평균 6,000만 개의 사진이 업로드 되며 Vine을 통해서 트위터에는 하루에 1,200만 개의 동영상이 올라온다고 하니 Facebook과 Twitter는 소비 뿐만이 아니라 창작까지 가능케 하는 full-blown 플랫폼인거 같다.

모바일 서비스를 현재 기획하거나, 개발하거나 아니면 이미 서비스하고 있다면 이 창작과 소비에 대해서 잘 생각해 보길 바란다. 우리 제품이 ‘소비’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창작’에 focus를 맞추고 있는지 아니면 두가지를 다 가능케 하는건지에 따라서 여러가지 고민해야하는 점들이 많기 때문이다. 요새는 누구다 다 “mobile first, mobile only”를 외치고 있지만 (실은 나도 얼마전까지는 그랬었다) 솔직히 말해서 모든 서비스들이 모바일을 먼저 하거나 모바일만 할 필요는 없다.

LinkedIn 같은 제품을 생각해 보자. LinkedIn은 아직까지 모바일 환경에서는 강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모바일에서는 대부분의 유저들이 소비만을 하고 있고, 창작을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의 프로필을 체크하기 위해서는 링크드인 모바일앱을 사용하지만, 내 이력서를 올린다거나 내 경력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PC와 같은 큰 기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아직까지 링크드인 사용자들에게는 이 창작활동이(=자기 이력서를 매력적으로 꾸미기) 더 중요하고 의미있는 용도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이유로 링크드인 실적 보고 내용들을 자세히 보면 ‘모바일’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아직까지는 더 큰 기기에서의 창작활동이 링크드인 비즈니스한테는 더 의미가 있고, 모바일은 현재까지는 단순 소비를 위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만약에 이런 류의 서비스를 기획하고 있다면, 그리고 자원이 한정되어 있다면, 굳이 모바일에 처음부터 무리해서 큰 투자를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모바일이 중요하지 않다는 건 절대로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엄청나게 중요하다. 앞으로 세상은 모바일로 갈 것이기 때문에 모바일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고민해야 한다. 하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소비냐 창작이냐 아니면 두개를 다 하냐 또한 심각하게 고민을 해야하고 여기에 모바일을 절묘하게 잘 부합시켜야 한다.

그렇다고 사진, 동영상 또는 짧은 글 위주의 제품을 만들면 무조건 성공하나?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이미 이 분야 최고의 강자들인 Facebook, Instagram (=Facebook), Twitter와 YouTube가 너무나 많은 실험과 경험을 통해서 완벽을 향해 빠른 속도로 가고 있기 때문에 왠만큼 잘 만들지 않으면 절대로 이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이미지 출처 = http://jydesign.com/hci-design-the-growing-tension-between-consuming-vs-creating>

Lyft, Uber, 그리고 공유 for everything

6월달에 한국 출장 갔다가 LA 공항에 도착한 후 집까지 차량이 없어서 처음으로 Lyft를 사용해 봤다. 주로 이용하는 Uber를 사용하려고 했는데 공항 근처에 UberX가 한 대도 안 보여서 우버보다는 기업가치나 규모는 작지만 유일한 대체 서비스인 Lyft 앱을 실행해서 차 한대를 불렀더니 거짓말 안하고 30초 만에 차가 왔다.

차종은 현대 EF 소나타였고 차 주인은 (기사) 이란에서 이민 온 젊은 친구였다. 월드컵이 이제 막 시작했을 때였고 이란과 한국팀에 대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공항에서 우리집까지의 50분 거리가 굉장히 짧게 느껴졌던 즐거운 드라이브였다. Lyft는 처음 타봤고, 이런저런 궁금한 사항들이 많아서 – 실은, 한국에서 이지택시를 애용하면서 과연 우버와 같은 공유 라이딩 서비스가 한국에도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 리프트에 대해서 많은 질문을 했다. 재미있는 점은 이 친구는 Uber에도 등록이 되어 있고 Lyft에도 등록이 되어 있는 ‘따블’ 드라이버다. 그리고 주위에 이렇게 두개를 다 하는 친구들이 엄청 많다는. 이란에서 LA로 무작정 넘어와 2년 전문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고 CPA 시험 준비를 하면서 틈틈이 택시 서비스를 한다는 이 친구가 1년에 우버/리프트로 버는 돈은 자그마치 4만 달러였다 (=4,100만원). 이 정도면 왠만한 사회 초년생의 연봉보다 많다. 2년 전문대학 나와서 LA에서 취직하면 이 정도 연봉 못 받는다. 본인도 그 사실을 알고 회계사무소에 회계사 보조로 취직해서 연봉 3만 달러 정도 받는 대신 운전하면서 돈 더 많이 받고, 공차 시간에 차 안에서 회계사 시험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런 생활이 거의 2년째라고 한다. 그리고 이 친구 주위에는 우버/리프트로만 8만 달러씩 버는 사람들도 있다고 한다.

공유 경제와 공유 서비스의 위력을 느꼈던 순간이었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우버로 그냥 용돈 조금 버는 수준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실제로 우버와 리프트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되면서 Airbnb, Taskrabbit, Uber 등으로 대표되는 공유 서비스들이 앞으로 일으킬 disruption이 머리속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전에 내가 Uber의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쓴 글이 있는데 당시 우버의 1조원 밸류에이션은 이미 먼 옛날 이야기가 되었고 앞으로 과연 우버의 기업가치가 얼만큼 커질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을 좋아한다 (미국에서는 ‘Airbnb for X’ 또는 ‘Uber for X’ 라는 카테고리가 아예 생길 정도로 커졌다). 우리 주위를 보면 이 세상에는 남는 잉여 자원들이 상당히 많다. 1년에 절반을 출장으로 보내는 혼자 사는 사람들의 집은 1년에 6개월은 비어있다. 공간의 낭비이다. Airbnb의 등장과 함께 이와 비슷한 서비스들이 무수히 생기면서 이런 공간의 낭비가 조금 더 효율적으로 해소되고 있다. 직장에 다니지 않는 사람들도 차가 있지만, 일주일에 5일은 그냥 주차되어 있다. 이렇게 노는 차들은 더 효율적인 운송수단으로 사용될 수 있다. Uber가 등장하면서 그런 생산적인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

한국도 이제 이런 류의 서비스들이 막 생겨나고 있지만, 미국은 정말로 희한한 공유 서비스들이 많이 있다. 내가 한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서비스들도 많아서 다 잘 되는지는 모르겠지만…집에 남는 주차 공간이 있으면 이걸 필요로 하는 불특정 다수에게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parking spot), 반려견을 모르는 사람의 집에 단기 또는 장기로 맡겨 놓을 수 있는 서비스 (Uber for dogsitting), 집에 놀고 있는 공구를 (드릴, 망치, 전기톱 등..)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 (Airbnb for tools), 심지어는 모르는 사람들한테 가정집의 화장실을 공유해 줄 수 있는 서비스까지 (Uber for bathrooms)…생각할 수 있는 모든 거에 대한 공유서비스가 존재하다고 보면 된다.

이 중 멍청한 아이디어도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공유 서비스들은 이런 ‘잉여 자원’의 문제점들을 훌륭하게 해결해 줄 수 있다 (물로, 이에 따른 리스크와 문제점들도 많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신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자원과 자원, 사람과 자원을 거의 실시간으로 연결해주는 플랫폼은 인터넷이 최고이며, 여기에 스마트폰이라는 기기까지 더해지면 엄청난 공유플랫폼이 만들어 진다. 이 플랫폼을 통해서 내가 필요한 공유 서비스를 찾고, 이 서비스를 이용해 보고 경험이 좋으면 내가 서비스의 제공자가 되고, 다시 이런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하면서 순식간에 이 플랫폼은 커질 수 있기 때문에 공유 서비스야 말로 인터넷에 최적화된 서비스이고, 인터넷이야 말로 공유 서비스에 최적화된 플랫폼이라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blog.urbact.eu/2014/05/the-sharing-economy-whats-in-it-for-cities/>

결국은 제품이다

오늘 새벽에 USV의 Fred Wilson의 “No Pain No Gain“이라는 포스팅을 보면서 든 생각이다. 이 포스팅의 내용은 고통이 더 클수록 얻는게 더 값지다는건데 육체적인 고통에 대한 건 아니고 특정 서비스를 사용하는데 있어서 서비스에 익숙해 지는데 들어가는 시간과 노력이 더 많을수록 더 높은 부가가치를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일 확률이 높다 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예를 들었다. Pandora나 Spotify (둘 다 한국에서는 음원 저작권 때문에 즐길 수 없는걸로 알고 있다) 같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는 그냥 채널, 음악 또는 아티스트만 설정하면 알아서 자동으로 계속 음악을 재생해서 굉장히 쉽지만 어느 정도 듣다보면 계속 똑같은 음악이 반복되어 금방 싫증이 난다. 이와 반대로 SoundCloud는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좀 들어가지만,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원하는 아티스트들을 팔로우하고, 음악을 큐레이션하고 다른 유저들이 포스팅한 음악을 다시 리포스팅 하다보면 그 결과물은 훨씬 더 다채롭고 서비스 사용자 경험이 매우 흥미롭다.
Fred는 트위터도 이와 비슷하다고 한다. 시간을 들여서 본인도 계속 트윗을 하면서 실험하고, 나랑 취향이 맞는 사람들을 팔로우하고, 이들의 트윗을 잘 읽고 다시 리트윗하고, favorite하다 보면 그 어떤 소셜 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서는 느낄 수 없는 트위터 만의 매력과 유용함을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한 두번 사용해서 되는게 아니라 이건 어느정도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한다고 한다. 마치, 아무도 발견하지 않은 조용하고 깨끗한 해변가를 찾으려면 산을 오르고 정글을 지나야하는 고통을 감수해야 하는 것처럼.

SoundCloud나 Twitter를 사용하다가 자기 맘대로 안되고 남들은 다 좋다고 하는데 왜 나만 잘 모르겠을까 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익숙해질 때까지 이 제품들을 사용하는 유일한 이유는 좋은 제품들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사용하기 어려운 서비스인데 각 단계마다 사용자 경험을 불편하게 하거나 에러가 나면 모두 중도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귀찮고 어려워도 소중한 시간을 들여서 계속 이런 제품들을 사용하게 만드는 건 product manager, 디자이너 그리고 개발자들의 뼈를 깍는 고민과 노력이 제품에 녹아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디테일에 대한 집착과 마지막 10%에 대한 집착 때문인거 같다. 역시 한국 회사들이 많은 생각과 주의를 기울어야 하는 부분이다. 특히, 공공사이트들은.

Option Pool

최근에 진행하는 투자 건이 하나 있는데 한국이 본사인 스타트업이다. 투자계약서 초안의 항목 중 option pool에 대한 설명을 이메일로 장황하게 적으면서 매번 이걸 글로 설명하지 말고 아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나도 한국 상법을 잘 모르고 한국 투자 계약서를 직접 만들어 보지 않아서 한국에도 option pool이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아는 미국의 모든 투자자는 옵션 풀을 권고(강요?)하고 투자계약서에도 거의 standard 하게 들어가는 부분이다. 전에 내가 이 동영상에서 옵션 풀에 대해서 한 번 언급한 적은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 – 우리가 어떤 벤처기업에 pre-money 밸류에이션 9억 원에 1억 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보자. 투자금이 들어가면 이 회사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은 10억(pre-money 가치 9억 + 신규 투자금 1억)이 되고 우린 이 1억 원을 투자하고 회사 지분의 10%를 보유하게 된다.

그런데 투자금이 들어간 바로 그다음 날 이 회사에서 아주 우수한 개발인력을 채용했고 이분을 모시기 위해서 경쟁력 있는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제시했다. 그리고 일주일 후에 또 다른 우수한 인력을 채용했고 이 분에 다시 높은 연봉과 함께 stock option을 줬다. 벤처기업에서 초기에 우수한 인력들을 데려오기 위해서 스톡옵션을 주는 건 흔한 일이지만 투자자인 우리 처지에서는 매우 난처하다. 왜냐하면, 우리가 투자한 지 일주일 만에 회사에 신규 자본의 유입이 없이 스톡옵션 발행 때문에 우리가 가지고 있는 회사 지분 10%가 마구 희석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을 방지하고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한 항목이 바로 option pool 항목이다(간혹 어떤 투자자들은 이 option pool은 회사와 창업가들한테 오히려 유리한 제도라고 포장해서 말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이 건 100%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이다).

투자를 집행하기 전에 창업팀과 미리 상의해서 어느 정도의 option pool을 만들어 놓을지 결정한 후에 투자금이 들어가기 전에 post-money 밸류에이션 기준의 옵션 풀을 만들어 놓고, 이후 신규 직원들을 채용해서 stock option을 부여 할 때는 신주가 아닌 이 option pool에서 나누어 주는 것이다. 보통 미국에서는 15%~30%를 옵션 풀로 만들어 놓지만, 투자자마다 다르고 회사마다 다르다.

위의 예로 다시 돌아가 보자. 우리 투자계약서상 옵션 풀 15%가 포함되어야 하는 경우를 계산해 보면, pre-money 밸류에이션에 1.5억 원의 (post-money 밸류에이션인 10억 원의 15%) 옵션풀이 포함되어야 하고 이럴 경우 실질적인 pre-money 밸류에이션은 9억 원이 아니라 7.5억 원이 되는 것이다. 자, 이렇게 되면 우리가 1억 원을 투자하고 지분 10%를 가져가면 창업가와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지분율은 90%가 아니라 75%가 되는 것이다. 나머지 15%는 옵션 풀을 위해서 할당을 해 놓은 지분이다(아직 스톡옵션을 발행한 거는 아니며 그냥 할당해 놓은 것이다).

창업자의 처지에서 보면 이게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지만, 투자자의 처지에서 보면 당연한 게 option pool 장치이다. 참고로 직원들을 계속 채용하지만 발행하는 스톡옵션이 15%가 되지 않고 이 옵션 풀에서 지분이 남는다면 다시 기존 지분구조에 ‘집어넣을’ 수도 있지만 모자라면 모자라지 남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옵션풀이라서 창업가들은 이런 게 존재한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하며, 투자자들도 창업가들과 원만하게 합의하여 합당한 선에서 옵션 풀을 결정하는 걸 권장한다.

Option pool 동영상 보기


참고 동영상:
–밸류에이션 정하기
–지분 투자 원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