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 Real, or Go Home

굳이 여기서 지금 세계 경기가 얼마나 개판인지 내가 다시 말하지 않아도 이 블로그를 보시는 분들의 수준으로는 나보다 훨씬 더 잘 알고 계시리라 믿고 있다. 2001년 서부에서부터 시작된 닷컴 거품 붕괴로 인하여 몇 년동안 지속되었던 불경기와는 달리, 그 사태가 훨씬 더 심각하며, 최악의 경우 세계 경제 대공황으로 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하는 뉴욕 월가에서 시작된 현재의 mess가 드디어 서부의 tech industry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였다. 그동안 tech industry의 많은 관계자들이 sub-prime mortgage로 시작된 금융권의 위기는 실리콘 밸리의 IT 산업에는 영향을 끼치지는 못할것이라고 큰소리를 쳤지만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실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드디어 많은 VC들과 tech 블로거들이 실리콘 밸리도 recession proof 하지는 않으며 이번 사태에 지대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공식적 또는 비공식적으로 알게 모르게 발표를 하고 있다. 지난 주에 실리콘 밸리의 Top 3 VC 중 하나인 Sequoia Capital에서 자신들이 투자한 회사들의 CEO들을 한자리에 불러 모아 놓고 밑에 embed한 ppt를 가지고 비상대책회의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내용은 대략 상황이 옛날만큼 좋지 않으니 돈 아껴쓰고, 비용 절감하고 그리고 빨리 수익을 내라는 것이었고, 이 ppt 슬라이드의 막장을 보면 “Get Real or Go Home”이라는 말이 있는데 자금줄이 끊기면 하루 아침에 회사가 망할 수 있는 벤처기업들의 현재의 절박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말이다. 솔직히 조금 소름이 끼칠정도이다.

보통, VC들은 한번 투자한 회사에 계속 돈을 제공한다. 그 이유는 본인들의 선택에 대한 믿음이 가장 큰데(내가 A라는 회사에 투자를 한거는 이 회사가 성공할 거라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A사가 다른 회사한테 인수되거나 상장할때까지 계속 자금을 제공할 것이다) 이런 트렌드가 앞으로 한동안 반복되지 않을 수가 있다. IPO 시장은 죽은지 오래되었으며, 이런 불경기에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초대형 회사가 아니라면 작은 회사들을 인수할 저력이나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VC들도 본인들이 투자한 포트폴리오 회사들 중에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할 것이며, 오래동안 살아남고, cash burn rate이 낮은 회사들에만 지속적으로 투자를 할 확률이 크다.

뮤직쉐이크도 예외는 아니다. 물론 그동안 아주 싸게 놀았고, 왠만하면 돈을 쓰지 않는 방향으로 회사를 운영하였지만, 앞으로 1-2년 동안 이와 같은 trend는 계속 될것으로 예상되니 더욱 더 허리띠를 졸라 매고 회사를 운영해야할거 같다. 무조건 아껴야 한다. 현금 아끼고, 돈내고 남한테 시키는거 왠만하면 스스로 하고, 밥값도 아끼고 일단은 낮은 포복으로 살아남는게 최우선이다.

Founders At Work

2월달에 필라델피아를 떠난지 거의 8개월만에 동부로 출장 왔다가 이제 다시 LA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이다. 뉴욕에 작은 소규모의 박람회가 있어서 참석하고, 그동안 서부에 있어서 통화만 하고 실제 미팅할 엄두를 못 내었던 업체들이랑 미팅을 하려고 하였는데 막판에 모든 미팅들이 취소 되어서 그냥 conference만 참석하고 수요일 오전은 호텔에서 이것저것 밀린 이메일 처리하고 비행기를 탔다. 그래도 어제 저녁에는 간만에 누나랑 만났고 (누나는 오랫동안 일하다가 이번 학기부터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 현재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중이다) 친한 친구 정아랑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할 수 있었다. 올때마다 느끼는거지만 뉴욕은 참 매력적인 도시인거 같다. 개인적으로 추운 날씨를 좋아하지 않아서 막상 뉴욕에서 살고 싶지는 않지만, 방문 할때마다 서부와는 다르게 다양한 인종이 복작복작하고 바쁘게 살아가는 정신없이 생동감 있는 도시를 보면 참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특히 쌀쌀한 가을 바람을 맞으면서 Times Square를 오랜만에 걸어보니 그 감회가 참으로 새롭더라.

최근에 읽고 있는 책이 있는데 “Founders At Work“라는 아주 두꺼운 책이다. Y Combinator의 공동 창업자인 Jessica Livingston이라는 여자가 인터넷/hi-tech 관련된 회사들을 창업해서 성공적으로 상장 시키거나 아니면 다른 회사에 좋은 조건으로 합병시킨 창업자들을 인터뷰한 내용들을 바탕으로 거의 filtering 없이 쓴 책인데 나도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다시 한번 성공한 사람들은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었으며, 어떻게 회사를 창업하였고, 어떤 thinking process를 가지고 있는지,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그러면 내가 잘하고 싶으면 이 선배들의 어떤 점을 배우고 적용시킬 수 있는 지를 곰곰히 생각하고 다짐해 보고 있다. 상당히 많은 founder들과 아주 자세하게 인터뷰한 내용들이 나열되어 있는데, 이 바닥에 있으면 누구나 한번 정도는 들어봤을 Max Levchin (PayPal 창업자), Steve Wozniak (Apple 공동 창업자), Paul Graham (Viaweb 창업자), Caterina Fake (flickr 창업자) 등이 그 이름들이다. 모두 다 다른 배경을 가지고 성장하였으며, 제각각 다른 학교를 다녔고, 시작한 비즈니스도 다른 류의 비즈니스들이지만, 나름대로 몇가지 공통점은 확실히 있다. 아주 세분하게 나누자면 100가지 정도 공통점이 있겠지만, 내 생각에는 여기서 나열하는 2가지 공통점이 있었기에 나머지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한다.

첫번째는 매우 간단하고 모두 다 아는 사실이다. 이 사람들은 모두 열심히 일했다.열심히 일했다는 말이 너무나 당연하게 들리겠지만, 정말 살인적인 업무를 소화하면서 정말로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이다. 머리도 좋고, 운빨도 있었지만 이 모든건 바로 수개월, 어떤 경우에는 수년 동안 잠시마나 개인 생활을 접고, 가정을 소홀히 하면서까지 스스로 믿고 있던 비전과 이상을 실현시키기 위해서 사무실에서 흘렸던 눈물과 땀이 있었기에 오늘의 Yahoo나 Google과 같은 회사들의 서비스를 우리가 즐길 수 있는게 아닌가 싶다. 그러면 열심히 일한다는거의 정의는 무엇일까? 책 좀 읽어보고 세미나 같은데 몇번 다닌 사람들은 “Work smart, not hard”라는 말을 하지만 이 책에 소개된 젊은 친구들은 (나이 많아서 백발인 할배도 실은 있다) 무조건 “Work smart AND hard”라고 충고한다. 우리말에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자”라는 말이 있는데 우리의 창업자들은 – 그리고 나도 이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 인생에서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한다. 인생을 살면서 우리는 열심히 일하거나, 아니면 열심히 놀 수 있다. 둘 중 하나면 해도 잘할까 말까 하는 입장에서 두개를 다 할 수는 없고 이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는 옵션을 선택하였다. 나는 과연 현재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하루에 몇시간을 일해야 할까? 시간과의 전쟁을 하고 있는 이 비즈니스에서 더 열심히 해야하는게 아닐까?

두번째 원리 또한 매우 간단하다. 이 창업자들은 모두들 끈기가 있었다. 끈기있다 못해 아주 끈질기게 인생을 사는 사람들이다. 나는 이런 사람들을 매우 좋아한다. 본인한테 주어진 업무가 있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결과를 만들어 오는 사람들이 바로 이런 류의 사람들인데, 어떻게 보면 나라는 인간도 이 부류에 속한다고 생각한다. 아 물론, 수단과 방법을 안가린다고 해서 누구를 죽이거나 불법적인 방법을 사용한다는 말은 절대 아니니 오해하지 말도록.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들을, 끈기있게 계속 두드려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일은 이 세상에서 극소수의 사람들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스스로의 경험으로 난 알고 있다. “그거 이렇게 하면 되고, 이런식으로 해야하는거야. 그렇게 하면 절대 못해.”라고 말하는 인간들 중에서 실제로 그걸 해본 사람이 몇 있을까? 아마 한명도 없을거다. 그리고 그걸 해봤다고 하는 인간들도 보면 한번 시도만 해보고 중도포기한 사람들이겠지. 끈기 있게 뭐를 진행한다는거는 어떻게보면 별게 아니다. 대단한 머리가 필요한것도 아니고, 빽이 좋아야하는것도 아니기 때문에 그냥 주어진 일을 끈기있게 계속 밀어 붙이면 되는건데 대부분 사람들은 이걸 잘 못한다. 이 책에 소개된 창업자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마자 “와 그거 진짜 좋은 아이디어다. 내가 돈 대 줄께.”라는 말을 들은 사람들은 거의 없다. 심지어는 구글마저도 회사 초기에는 돈 구하는데 어려움이 있다고 하지 않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위에서 이런 부정적인 말을 하고, fund raising에 실패하고 몇달 동안 월급 없이 살아가야하는 상황에 도달하면 안되는가 보다 하고 포기 하기 나름이다. But, 이 사람들은 달랐다. 그냥 다른 사람들은 나와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계속 자신이 믿고 있는 꿈을 실현하기 위해서 더 열심히, 더 끈질기게 인생을 살았다. “두드려라, 그러면 열릴것이다. 만약 열리지 않는다면 망치를 가져오던, 전자 톱을 공구상에서 훔치던지 해서 문을 뽀개버려라.” 이런 mentality가 없으면 이 험한 세상에서 잘될거라고는 꿈도 꾸지 말아라.

나는 열심히 일하고 있는가? 그런거 같지만 더 열심히 일해야겠다. 정신 바짝 차리고, 더 일찍 일어나고 더 늦게까지 일해야겠다.나는 끈기가 있는가? 더 노력하자. 어차피 한번 사는 인생 뭐 있겠냐 그리고 어차피 사람들이 하는 일들인데 불가능한게 어디있겠냐. 다만, 시간이 조금 걸리고 노력과 끈기가 필요할 뿐이다. 그래, 남들이 못가서 안달인 Wharton을 때려치운 가오가 있지…조금 더 열심히해보자.

오랜만에 이런 류의 책을 읽으면서 (물론 책에 있는 이야기들이 100% 다 사실은 절대 아니지만)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였고 앞으로는 어떻게 인생을 살아야할지에 대해서 다시 한번 스스로 다짐을 한다. 이제 서서히 비행기가 LAX로 하강하고 있다. Tomorrow is going to be an awesome day.

LA에서의 6개월 중간 평가

아…정말 일요일날 간만에 여유있게 소파에 앉아서 쉬고 있다. 오늘은 그래도 아침 일찍 일어나서 머리 깍고 (언제부터인지 이발비용을 아끼기 위해서 직접 바리깡으로 머리를 밀기 시작했는데, 이제는 완전 고수가 되서 혼자서도 앞뒤 완벽하게 깍는다) 내일 뉴욕 출장갈 준비를 좀 했다. LA 온 뒤로 한번도 겨울옷을 입은적이 없는데, 뉴욕은 날씨가 꽤 쌀쌀할거 같아서 간만에 장농에서 코트나 블레이저를 꺼내입어야할거 같다.

학교를 그만두냐 마냐 고민하면서 이것저것 생각하던게 엊그제 같은데 LA에 온지 벌써 8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서 잠시 스스로 중간 평가를 한번 해보고 있는데 일단 점수를 매기자면 100점 만점에 75점이라는 후한 점수를 주고 시작을 하고 싶다. 이렇게 시간이 빨리 지나간걸 보면 나도 나름대로 매우 정신없고 바쁘게 살았다는 증거이니 인생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하는 30대 중반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은것 만은 확실하다. 와이프한테도 물어보니,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거 같다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주었다 ㅎ.

일단 비즈니스적으로 보면 나름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거 같다. 물론 생각만큼 속도가 팍팍 나가고 있지는 않지만, 현재 주어진 상황과 주어진 resource를 기반으로는 나름대로 상당히 효율적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다. 일단 작은 한국의 벤처기업이 미국 진출하는거 자체가 쉽지가 않은 과제인데 우리는 soft landing을 하였으며, 좋은 사람들을 채용하였으며, 많은 사람들을 만나서 뮤직쉐이크의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부터가 매우 중요한 시기인데 다행히도 특급 product manager를 스카우트하는데 성공해서 10월14일부터 이 친구가 첫 출근을 한다. ㅎㅎ 실은 이 특급 product manager가 내 어렸을적 친구인 서철이다. 어쩌다가 우연히 LA에서 다시 만나서 뮤직쉐이크와 인연을 맺고, 이렇게 평생 같이 일할 수 있는 동지가 된게 참으로 재미있다.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같이 일하였던 부장님이 얼마전에 이런 말을 하였는데 “세상이라는게 언젠가는 노력한만큼 돌려주더라.” 그래, 언제일지는 모르겠지만 열심히 한만큼 세상은 돌려주겠지.

Personally도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한 가정의 가장으로써 LA로 이사하기까지 많은 생각을 하였다. 다행히도 와이프가 나를 100% 믿고 따라주었기 때문에 동부에서 서부로의 transition을 큰 무리없이 할 수 있었고, 솔직히 현재 생활이 필리에서 워튼 다닐때보다 더 여유있고 풍요롭다고 말할 수 있다. 날씨 1년 내내 따뜻하고, 어찌되었던간에 공부하면서 돈만 쓰는게 아니라 돈을 버니 경제적으로도 더 여유롭고 졸업과 취업에 계속 압박을 받는 학교 생활보다는 현재 생활이 훨씬 맘에 든다. 특히, 요새 전세계 경제가 돌아가는 꼬라지를 보면 더욱 더 지금 학교를 다니지 않는다는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한다 (ㅎㅎ, 워튼 동기들한테는 불쌍하다는 말 밖에 할말이 없구나). Anyways, 이제 내일 출장갈 가방이나 좀 싸야겠다.

유투브 스타가 만든 뮤직쉐이크 동영상

얼마전에 이 블로그를 통해서 YouTube 스타 KevJumba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한 적이 있다. 도대체 무엇이 이토록 이 보잘것 없는 동양 소년의 팬들을 열광시키는 것일까? 하루에 수십번도 유투브 비디오를 보면서 생각하지만, 거기에 대한 답은 아직도 못 구하고 있다. 흔히 마케팅 전문가들이 말하는 virality는 과연 어떻게 생성할 수 있는지 끈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아마도 죽을때까지 정답을 찾지는 못할것같다.

전에 보여줬던 동영상은 맛배기였고, 이번에는 KevJumba가 제대로 뮤직쉐이크를 위한 동영상을 만들었다. 내용은….KevJumba의 꿈 중에 하나가 항상 음악을 하는거였는데, 드디어 기회가 되어서 할리우드로 스튜디오에서 음반을 녹음하는 내용의 동영상이다. 재미있는거는 스튜디오에서 매니저들이 여러 종류으 악기랑 음반 기구를 보여주고 있는데 KevJumba가 “아..이렇게 복잡한거 필요없구요, 저는 그냥 뮤직쉐이크를 사용하겠습니다.”라는 말을 하면서 뮤직쉐이크로 직접 음악을 만드는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결국에는 좋은 곡을 만들어서 뮤직쉐이크를 통해서 KevJumba 팬들이 이 곡을 mp3나 링톤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게 이번 캠페인의 큰 전략이었다. 솔직히 이 4분짜리 동영상 중 뮤직쉐이크가 언급되는 부분은 극히 작으며, 왠만큼 집중하지 않으면 그냥 눈치 채지 못하고 지나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처음에 이 동영상을 봤을때 내가 스스로나 KevJumba 매니저한테 하였던 질문은 “야, 이거 뮤직쉐이크 노출되는 시간이 너무 작지 않냐…조금 더 홍보를 많이 해야지.” 였는데 KevJumba 쪽에서 극구 그냥 이렇게 가자고 해서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그냥 go를 하였다.

약 2주 전에 KevJumba의 유투브 채널에 올라갔는데, 그 반응은 정말 폭발적이었다. 자그마치 첫날 뮤직쉐이크 홈페이지로 수만명의 사람들이 접속을 하였으며, 뮤직쉐이크 어플리케이션 다운로드, 사용자 음악 제작 등의 숫자들은 지금까지의 뮤직쉐이크 기록을 완전히 다 갈아치울 정도였다. 참고로, 2주가 지난 오늘 이 동영상은 약 90만번 이상 유저들이 view를 하였다. CRAZY!!

그리고 이거는 KevJumba가 직접 녹음한 KevJumba 링톤이다.

남들 앞에서 말을 잘할 수 있는 11가지 기술

내 자랑을 하는건 아니지만, 나는 남들 앞에서 발표를 꽤 잘하는 편이다. 긴장하지 않고, 아주 편하게 하고 싶은 말을 전부 다 하면서 청중의 관심을 집중시키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말을 하면서 ‘타고난’ 무대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하는 이들도 간혹 있다. 하지만, 이 사람들이 모르는 점이 하나 있는데 나도 10년 전까지만 해도 무대나 청중앞에 서면 뱃속에서 나비들이 난리를 치고, 땀을 삐질삐질 흘리는 소심한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솔직히 내 public speaking 실력은 99%의 노력으로 얻은 것이고, 그 노력은 99년도 스탠포드 유학 시절 2학기 연속 수강하였던 Public Speaking 클래스부터 시작되었다. Public Speaking 클래스라고 하면 가장 먼저 “말 잘 못하는 저능아들이 듣는 수업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스탠포드 공대가 배출하는 인재들은 머리는 똑똑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공돌이”들이 대부분이다. 공돌이들은 머리는 좋은데 본인의 생각을 남들한테 전달을 못해서 항상 비즈니스맨들과 공돌이들은 구분이 되는데(주로 비즈니스하는 사람들이 더 유명해지고 돈도 많이 번다), 이러한 괴리를 방지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공대에 설립된 수업이다. 수업은 일주일에 한번 3시간 동안 상당히 빡시게 진행되었는데 아직도 그 수업의 tight한 분위기와 긴장되었던 모의 public speaking session들이 실전을 앞둔 날이면 항상 생각난다. 솔직히 나한테 스탠포드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수업을 골라보라고 하면, 노벨 물리학 수상 교수한테 들었던 기초 물리학 수업도 아니고, Netflix 사장 Reed Hastings한테 들었던 세미나도 아니다. 바로 이 public speaking 수업이다. 현재 내가 하는 일과 나의 인생에 가장 큰 영향과 도움을 줄 수 있는 연습을 할 수 있었던 기회였기 때문이다.

Anyways, 그래서 오늘은 public speaking을 잘할 수 있는 tip 11개를 소개한다. 참고로 이 내용들은 Guy Kawasaki가 Entrepreneur 잡지에 기고한 글을 많이 참조했다.

1. 재미있는 내용이 아니면 말을 하지마라.이 규칙만 잘 지켜도 80%는 성공한다. 뭔가 재미있는 내용이 없으면, 그냥 입 다물고 집에서 잠이나 자라.

2. Sales pitch를 하지마라.모든 강연/연설의 목적은 청중을 즐겁게 하기 위함이다. 이 점을 명심하고, 쓸데없이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의 제품을 팔려는 영업적 목적으로 speech를 하지 마라. 만약 디지털 음악의 미래에 대한 강연에 초청을 받으면 자기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 제조하는 MP3 플레이어에 대해서 이야기 하지 말라는 말이다.

3. 청중을 즐겁게 해주는데 집중해라.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웅변 전문가들이 동의하지는 않지만, 어찌되었든 바쁜 사람들을 잡아놓고 그 사람들 앞에서 말을 하면, 그 사람들을 즐겁게 해줄 의무가 speaker한테는 있다. 강연이 재미있으면 그 사이사이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히 있지만, 강연 자체가 재미없으면 게임 오바다.

4.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이야기하는지 정확하게 파악해라.한 12년 전에 어떤 강의를 들었는데, 내 나이 또래의 젊은 청중들을 대상으로 어떤 나이 많으신 분이 6.25전이 얼마나 참혹했는지 열심히 떠드셨다. 시작한지 한 15분 후에 방에 있는 사람들 절반이 나갔다. 어떤 사람들을 대상으로 연설을 하는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어야 한다. 강연 시작하자마자 청중들에게 내가 당신들이 누구인지 잘 알고 있다는 사실이 전달되면 2시간 강연 내내 청중을 압도할 수 있을것이다.

5. 옷은 항상 잘 입어라. (Overdress)반드시 청중들보다 옷을 잘 입어라. 청중들이 추리닝을 입고 있으면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청중들이 면바지에 남방을 입고 있으면 양복에 넥타이를 입어라. 청중들이 양복에 타이를 매고 있으면, 더 고급스러운 양복에 타이를 매라. 청중들보다 연설하는 사람이 옷을 후지게 입으면 이건 마치 “당신들보다 나는 더 똑똑하고, 돈이 더 많고, 더 잘난 사람이니까 이렇게 옷을 입은거다. 억울하면 출세해라.”라고 말하는거와 같다.

6. 경쟁사 흉을 보지 마라.강연하면서 경쟁사 흉을 보면, 이건 강의 하는 사람한테 주어진 특권을 남용하는 범죄이다. 바쁜 사람들 붙잡아 놓고 강의하라는 부탁을 받았으면, 강의나 해라. 남 욕하지 말고.

7. 연설을 하지 말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해라.주제를 잘 설정해서 연설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story telling을 한다고 생각해라. 그 어떤 이야기라도 괜찮다. 어렸을때 있었던 재미있는 이야기, 기억에 남는 고객에 대한 이야기 등. 위대한 연설자들은 관중들과 interactive한 대화를 한다.

8. 강의 전에 청중과 교류하라.청중들을 조금 더 entertain하고 싶다면, 실제 강연 시간보다 더 일찍가서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이야기를 나누어라. 특히, 맨 앞줄에 앉은 사람들과 많이 교감을 하면 무대위에 올라가더라도 친숙한 얼굴들이 보이기 때문에 그다지 긴장하지는 않을거다.

9. 항상 행사 첫날, 오전 session에 강연을 해라.잘 아시다시피 재미있는 연설자들과 중요한 speech는(except for closing speech) 대부분 행사 초반에 있다. 3일 동안 진행되는 행사의 예를 들어보면, 첫째 날 청중의 관심도는 하늘을 찌를듯하고, 출석도 엄청나게 높지만 갈수록 그 수는 낮아지며 마지막 날은 거의 나가리 분위기다. 만약에 선택권이 있다면 (보통 없지만…) 항상 행사 첫날, 그것도 오전 session에 강의를 하는게 훨씬 좋다.

10. 큰 강의실 보다는 작은게 효과적이다.이거 또한 선택권이 있다면 가장 작은 강의실에서 강연을 해라. 큰 강의실이라면 대학 강의실 스타일의 방을 선택해라(책상이랑 의자가 있는). 작지만 꽉 찬 방에서 강연을 하면 더욱 더 청중과 공감대를 잘 형성할 수 있다. 200명을 수용하는 방에 2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하는게 1,000명을 수용하는 방에서 500명의 청중을 대상으로 강연 하는거 보다 훨신 효과적이다. 강연이 끝난 후 청중들 머리 속에서는 “와, 방이 꽉꽉 찰 정도로 인기가 많더라.”라는 인상이 지배적이지 “방이 작아서 그런지 꽉꽉 차더라.”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거다.

11. Practice, Practice and Practice내 경험에 비추어 보면, 이 11번째 tip이 가장 쉽고 중요한 점이다. 타고난 speaker들도 연습을 많이 하는 사람은 당할 수 없다. 이런 말이 있다. “Good speakers are born, but great speakers are made.” 아마도 이 말 뒤에는 made by practice and practice라는 말이 생략되어 있을거다. 강연할 내용을 최소한 20번은 연습을 해라. 15번 정도 연습을 하면 대략 내용을 외울 수 있을것이다. 20번을 외우면 틀리지 않고 외울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이 있다면 가족앞에서 연습하고, 가족이 없다면 개 앞에서 20번 연습을 해라. 개가 없다면 그냥 벽을 보고 연습해라. Practice makes perfect. 이거 이상도 아니고 이거 이하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