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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명

우리 한국 사무실이 있는 구글캠퍼스 서울이 작년 3월 1일부터 코비드19로 인해 문을 닫았다. 그때부터 우린 재택근무를 시작했고, 이러다가 곧 다시 열겠지라는 기대를 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났고, 아직도 구글캠퍼스 서울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주말에 달력을 3월로 바꾸면서, 벌써 1년이 됐다는 생각과 1년 밖에 안 됐다는 생각이 동시에 머릿속을 왔다 갔다 하면서, 어쩌다 이런 세상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라는 놀라움과 과연 이 지긋지긋한 팬데믹은 언제 끝날지에 대한 걱정을 동시에 잠깐 했다. 그러면서 우리 투자사의 비즈니스 현황 관련해서 이메일을 몇 개 쓰고, 검토해야 할 새로운 회사들의 자료를 보는데, 눈에 확 들어오는 부분들이 있었는데, 바로 “코로나 때문에…”라는 내용이었다. 자세한 걸 여기서 공개할 순 없지만, 대부분 코로나가 다시 기승을 부리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올라갔고, 이로 인해서 연초에 비즈니스가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는 내용이다.

작년 3월/4월/5월, 또는 작년 다른 기간에 이런 내용을 접했다면, 나는 그냥 끄덕거리면서 공감하고 동의하고, 참 안됐다고 생각하면서 동정했을 것이지만, 이젠 팬데믹과 비즈니스 환경을 조금은 다른 시각으로 보기 시작했다. 비즈니스 하시는 분들에게는 이제 코비드19는 예상치 못한 재앙이 아니라, 항상 다시 돌아오는, 예측이 가능하고, 예측을 해야 하는 일상이 됐고, 모든 창업가는 이제 이런 시각으로 팬데믹을 보면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년에 누구도 예상 못 했었고, 모두 처음 접했을 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어떤 사업들은 예상치 못하게 코비드19으로 인해 기록적인 매출을 갱신하면서 비즈니스 황금기를 경험했지만, 대부분 사업들은 최악의 경험을 했고, 이 중 많은 비즈니스가 문을 닫았다. 이때 망했으면 어쩔 수 없지만, 힘들게 살아남아서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이제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는 건 변명이 되어 버렸다. 1년 동안 버텼고, 살아있다면, 그만큼 내성이 생겼을 것이고,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상향됐을 때 어떻게 해야지만 타격을 최소화 할 수 있는 행동강령과 지침이 생겼을 것이다.

이런 말 하면 참 야속하지만, 이제 코로나로 인한 비즈니스 타격은 안타까움과 연민의 대상이 아니라 변명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마치, 안 되는 비즈니스는 항상 불경기를 탓하지만, 그 와중에도 아주 잘하고 있는 사업이 있듯이, 코비드19로 인해서 계속 어려움을 겪는 분들도 있겠지만, 그 와중에도 돌파구를 잘 찾아서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문제를 사랑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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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ezps / 크라우드픽

빠르면 이번 주에 쿠팡이 티커 CPNG로 NYSE에 IPO를 한다. 아마도 구정 연휴 기간 동안 쿠팡의 상장 신청 소식을 듣고 많은 분들이 놀랐을 것이다. 우리도 쿠팡의 작은 주주이며, 미국에서 IPO를 계획하는 정도까진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빨리 진행됐고, 그리고 목표 밸류에이션이 $50B인줄은 몰랐다. 나도 이 소식을 접한 후, 적잖게 놀랐고, 우리가 하는 업, 투자하는 회사, 그리고 우리랑 항상 교류하는 창업가들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다. 큰 시장을 석권하는 큰 회사를 만들려면, 남들과는 뭔가 다른 자세와 마인드가 필요하고, 미국 친구들이 말하는 go big or go home 자세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됐다.

쿠팡이 소위 말하는 문샷(moonshot)회사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갈리겠지만, 이 밸류에이션은 한국 기업으로서는 충분히 문샷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회사를 만들기 위해서는 남들이 불가능하다고 하는 일에 도전해야 하고, 일반적으로 봤을 때 불가능해 보이기 때문에 대부분 망하겠지만, 누군가 성공할 것이고, 성공하면 이건 쿠팡같이 엄청난 기업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내 철학은 모든 창업가들이 유니콘 회사를 만들 필요는 없다이지만, 그래도 뭔가 시작을 했다면, 이런 문샷에 도전하는 자세는 모두 다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실패할 것이지만, 그 과정에서 많은 배움을 얻을 수 있고, 그 배움은 그대로 다음 창업 또는 다음 도전에 큰 영양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문샷 회사 또는 프로젝트에 도전하는 창업가들의 공통점이 몇 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는 누가 봐도 약간 미친 사람들이라는 점이다. 이 글의 영감을 준 쿠팡의 김범석 대표, 김범석 대표한테 영감을 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그리고 한국에서도 유명한 엘론 머스크와 같은 기업인들은 회사가 성공하니까 대단한 비즈니스맨으로 존경받지만, 그 과정에서는 모두 다 불가능에 도전하는 또라이라는 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물론, 지금도 가끔 이런 소리를 듣는다.
또 다른 공통점은 이런 분들은 특정 문제의 해결책(=솔루션) 보단 그 문제 자체를 좋아한다는 점이다. 아니, 그냥 문제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문제를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특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솔루션에 더 많은 초점을 두면, 아무래도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되는 것만 주로 하는데, 문제 자체를 사랑하면, 그 문제를 해결 할 수 있는 말도 안 되는 시도를 하고 아이디어를 생각해낸다. 나는 이 과정에서 문샷 비즈니스가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에는 어쩔 수 없이 수많은 실패가 동반된다. 이런 수많은 실패로부터 얻는 배움이 오랫동안 더해지면서 누군가는 문샷 성공을 만들고,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아주 진부한 말을 우린 너무 자주 하지만, 진부한 만큼 이 말에는 뼈가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문샷 창업가의 대명사인 엘론머스크는 멋지면서도 기능도 좋은 전기자동차 테슬라를 만들고 양산하는 데 성공했지만, 전기자동차의 역사를 보면 수많은 실패한 창업가들이 있다. 엘론과 인터뷰를 해보면, 본인과 대부분의 다른 전기자동차 창업가들은 어릴 적 봤던 영화 백투처퓨처에 등장한 드로리안 자동차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드로리안도 망했고, 다른 많은 전기자동차 창업가들도 망했지만, 이들의 실패 사례를 잘 연구했고, 실패로부터의 배움을 개선하고, 실패한 기술과 사례를 잘 취합해서 그는 성공했다고도 할 수 있다.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큰 걸 하려면, 해결책보단 문제를 사랑해라. 그리고 수많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라.

믿습니다

iwanttobelieve

이미지 출처: https://www.slashgear.com/x-files-2015-guide-catching-up-with-mulder-and-scully-24375084/

투자금의 100배 이상의 수익이 생기는 사례를 보면, 주로 모두가 다 안 된다고 할 때, 이걸 된다고 본 소수의 VC가 투자했을 때, 이런 말도 안 되는 결과가 발생한다. 모두 다 안 된다고 했기에 당시 이 비즈니스의 밸류에이션은 낮을 수밖에 없었고, 이런 상황에서 투자해서 회사가 크게 잘 되면 100배 수익이 발생하는 경우가 자주 있진 않지만, 우리도 경험했고, 다른 VC들의 성공 이야기를 가끔 듣게 된다.

이런 수익을 경험하는 투자자들에게 사적인 자리에서 그 과정과 경험에 관해서 물어보면, 모든 투자자와 창업가의 이야기는 항상 다르지만, 나름대로 내가 공통으로 뽑아낸 배움이 있다면, 바로 이런 투자자들은 당시에는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를 100% 이해하기 전에, 일단 100% 믿었다고 한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가 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다. 그는 앞으로 10년, 20년 후에 어떤 기술이 나오고,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가 유행할진 모르겠고, 이런 걸 예측하는데 별로 시간 낭비하고 싶지 않다고 한다. 왜냐하면, 본인은 기술자도 아니고, 미래학자도 아니고, 경제학자도 아니라서 미래를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한다. 하지만, 이해는 못 하지만, 100% 믿음을 가질 수 있는 몇 가지 사실이 있는데, 그건 바로 시대가 아무리 바뀌고, 로봇이 사람을 대체하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나와도, 소비자는 항상 더 많은 선택을 원하고(더 적은 선택이 아니라), 더 싼 제품을 원하고(더 비싼 게 아니라), 그리고 더 빠르게 배송받길 원한다는(더 늦게 받는 게 아니라) 것이다. 이 3가지를 100% 믿기 때문에, 이 믿음을 가능케 하는 기술, 제품, 팀에 주저 없이 과감하게 투자할 수 있고, 아마존은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항상 경쟁사보다 다섯 발은 앞장 서는 것 같다.

나도 투자를 시작할 때는, 내가 완벽하게 이해하지 못하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고수했다. 실은 이건 내 원칙이기도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워런 버핏의 원칙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전략은 한동안 잘 맞아떨어졌던 것 같지만, 이제 너무 많은 창업가가 너무 대단한 비전을 갖고 창업하기 때문에, 내가 만나거나 검토하는 회사들의 절반 정도는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하거나, 내가 잘 이해하지 못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이제 나는 이런 회사를 볼 때, 가장 먼저 스스로에게 주입시키는 건, “이해하기 전에 믿자” 이다. 믿는다면 언젠가는 이해할 것이고, 나도 이해하고 세상이 이해하게 되면, 그때 이 비즈니스는 대박 성공하고 우린 100배 이상의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이 꿈꾸는 미래를 믿는가? 믿는다면 과연 이 팀이 이걸 할 수 있나? 이게 미래에 투자하는 투자자로서 내가 물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다.

이제 나는 믿는다. 남들이 이해하기 전에 믿는다. 그리고 내가 이해하기 전에 믿는다. 아멘.

배움의 한 해

2020년도와 팬데믹은 우리가 죽은 후에 역사책에 길이 남을 큰 사건이고, 후손들은 이 기록을 읽으면서, 그때 그런 일이 있었다는 생각을 할 것이다. 코비드19에 대해서는 누구나 다 할 말이 많고, 나도 블로그를 통해서 여러 번 언급했는데, 어쨌든 작년은 바이러스의 한 해였음이 틀림없다.

투자자로서 작년 한 해는 나에게 배움과 겸손의 한 해였던 거 같다. 다른 VC는 모르겠지만, 나는 투자를 하면 할수록, 그리고 경험이 쌓일수록, 자신감이 생긴다기보단, 그냥 계속 겸손해지는 것 같다. 2019년도 그랬고, 2020년도 그랬는데, 이상하게 투자는 하면 할수록 내 예상과는 결과가 다르게 나온다. 수학 공부는 하면 할수록 점수가 오르고, 숫자의 오차가 줄어들고, 뭔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자신감이 생기는데, 작년 한 해 동안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면서,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걸 나는 몸으로 배웠던 것 같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건 코비드19이다. 2019년 4분기부터 전문가들이 2020년의 트렌드, 뜨는 기술, 지는 기술에 대해 나름의 예측을 발표했고, 많은 분이 이걸 귀담아들으면서 사업계획을 세우고 수정했다. 그런데 작년에 이 계획대로 사업을 하신 분은 거의 없다. 우리도 나름 2020년 투자 계획을 세우고, 되도록 이 계획에 충실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지만, 뒤돌아보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서 비행을 하면서 비행기를 조립했던 것 같다. 이렇게 힘든 상황이 온다는 걸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는데, 역시 시장은 내 맘대로 할 수 없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큰 배움이었다.

그리고, 2020년에도 엄청 잘 될 것 같았던 회사들이 의외로 고전을 면치 못했고, 망할 게 거의 확실하거나, 잘 안될 게 확실해서 전혀 기대 안 했던 회사들이 결국엔 승자로 한 해를 마무리한걸 보고 다시 한번 겸손해질 수 있었다. 역시 세상은 내가 생각하는대로 안 흘러가고, 거의 반대로 굴러간다는 걸 다시 느낄 수 있었다.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했던 회사가 갑자기 살아나는 신박한 경험을 지금까지 몇 번 하긴 했지만, 실은 잘 안되는 회사는 계속 잘 안 된다. 그리고 이 중에서 이제 그만하겠다고 하는 곳들이 조금씩 나왔다. 개인적으로는 대표님들에게 “조금만 더 해보시죠…”라고 조심스럽게 말하고 싶었지만, 그냥 마음속으로만 말했다. 이 또한 내가 남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이젠 잘 알고 있다. 이 또한 큰 배움이었다.

그래서 대부분의 VC는 투자할수록 겸손해진다. 더 많이 투자할수록, 더 많은 돈을 관리할수록, 더 많은 사람과 일 할수록, 내가 완벽하게 제어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는 걸 계속 깨닫기 때문이다. 많은 걸 내가 컨트롤 할 수 없다고 생각하니, 스트레스도 많이 받지만, 오히려 많이 배우고 있기 때문에, 이 업이 좋다. 작년 한 해 동안 정말 많이 배웠고, 올해도 많은 넘어짐과 배움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 것 같다. 나는 이미 실수로 한 해를 시작하고 있다.

하드 트레이닝

2015년 6월 3일, 나는 와이프랑 한국에 잠깐 나와 있었는데, 미국 옆집 이웃 브라이언한테 다음과 같은 이메일이 왔다. “집에서 물이 새는 거 같아서 수도국에 전화해서 물 공급을 중단시켰어요. 차고랑 정문 밑에서 물이 나오는 걸 봤는데, 이제 멈췄네요.” 정원 스프링클러가 고장 나서 물이 좀 샜나보다 생각하고 넘겼지만, 그래도 혹시 몰라서 한국 나오기 전에 집 키를 맡긴, 같은 동네에 사는 와이프 친구에게 집에 가서 상황 좀 확인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한국 시각으로 밤늦게 이 친구분한테 급하게 전화가 왔고, 와이프가 통화하는 분위기를 보니 뭔가 큰일이 난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화를 끊고 와이프 왈, “오빠, 우리 집 x됐어”. 친구분이 문을 열고 들어가 보니, 온 집 안에 물난리가 났고, 당시 거실 사진을 찍어서 보낸준게 있는데,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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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집이었는데, 마루 천장이 무너졌고, 와이프 친구분 말 그대로 온 집에 홍수가 나 있었다. 나는 급하게 한국 일정을 다 취소하고, 그다음 날 혼자서 LA로 돌아왔다. 일단 상황 파악을 하고, 기초적인 건 내가 수습할 계획이었다.

오자마자 주택 보험회사에 전화했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젖어 있는 집 구석구석을 꼼꼼히 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이 층 안방 화장실에서 원인을 발견했다. 비대와 변기의 물 저장소를 연결하는 호스의 이음새가 약해져서 파열됐는데, 집에 아무도 없었기에 이 상태로 48시간 이상 물이 누수됐고, 이 물이 이 층 바닥의 카펫에 모두 흡수됐다. 그리고 목재로 지은 건물이라서 천장이 물을 흠뻑 먹은 카펫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면서 집 모든 곳에 물난리가 났고, 우리 집 이웃이 수도국에 전화하기 전까지 거의 5일 이상 계속 물이 샜던 것이다.

이 광경을 처음 봤을 때 정말 황당했고, 머리가 하얘지는 거 같았다. 태어나서 처음 겪는 일이라서 뭘 어디서부터 어떻게 수습해야할지 몰랐지만, 보험 회사 직원의 안내에 따라서 하나씩 일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미국은 이런 보험이 비교적 잘 되어 있어서, 2015년 10월 말 한국으로 완전히 귀국하기 전까지 5개월 동안 이 사태를 수습하느라 정말 힘들었고, 막판에는 거의 번아웃이 됐다(실은 이 사건 때문에 우리의 한국 귀국이 예정보다 빨리 앞당겨졌다). 여기서 다 나열하진 못 하지만, 물에 파손되지 않은 나머지 짐을 옮기는 과정에서 절반이 분실되고, 이 회사랑 법적 소송까지 갈 뻔했고, 보험금 합의하느라 한국 와서까지도 엄청 많은 에너지 낭비가 있었고, 무엇보다도 물난리 때문에 3주 동안은 일을 거의 못 하면서 이때 많은 기회비용이 발생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난리를 다 처리하고, 보험금까지 다 받은 후에, 물난리가 있고 난 뒤 약 1년 후에 이 포스팅의 사진을 와이프랑 다시 보면서, 우린 그래도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이 경험에 대해서 서로 웃으면서 이야기 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에는 처음 겪는 일이라서 정신이 없었지만, 만약에 다시 한번 이런 일이 발생하면, 그땐 잘 처리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까지 했다. 어쩌면, 타지에서 오롯이 둘이서 이 큰일을 하나씩 해결하면서, 이 일이 우리에게는 큰 모험이기도 했지만,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든 하드 트레이닝이 되었던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 성장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나도 실은 이 일을 겪은 후부턴, 웬만한 어려운 일이 발생하더라도 별로 놀라지 않고, 덤덤하고, 침착하게 일을 하나씩 해결하려는 태도로 모든 것에 임한다. 실은, 이 물난리가 났을 때, 첫 일주일은 짐 옮기고, 집을 청소하고 건조하는 인부들을 관리해야해서 보험사에서 마련해줬던 호텔에서 집으로 매일 출퇴근을 했다. 그리고, 세탁기가 있던 다용도실 – 다행히도 이 방은 물 피해가 없었다 – 구석에 있는 세탁기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틈 날 때마다 일을 조금씩 했다. 그 난리 통에 AuditBoard라는 회사에 투자했는데, 이 회사가 요새 엄청나게 잘 하고 있다.

2020년도에 아마도 많은 창업가들이 내가 경험한 물난리와 같은, 인생 최악의 경험을 여러 번 했을 것이다. 우리도 워낙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다양한 회사와 창업가들과 일하는데 코로나 거리 두기 단계가 바뀔 때마다 울고 웃는, 정말 웃지 못할 상황이 끝없이 펼쳐졌던 2020년이었다.

운이 없는 회사는 올해 문을 닫았고, 최선을 다해서 싸웠지만 어쩔 수 없는 결과를 이분들은 겸허하게 받아들이면 좋겠다. 하지만, 올해 살아남았다면, 그리고 내년에도 계속 싸울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자랑스럽게 생각하시길. 여러모로 봤을 때, 역사상 최악의 한 해였고, 아마도 회사가 경험할 수 있는 나쁜 시나리오는 모두 경험했을 것이다. 살아남았다면, 육체적, 정신적으로 더 강해졌을 것이다. 물난리가 나를 하드 트레이닝 했듯이, 코비드19는 창업가들을 하드 트레이닝 했을 것이다. 올해를 잘 살아남았다면 앞으로 겪을 시련과 싸울 준비가 되어 있을 것이다.

모두 수고했고, 살아있음에 감사한다. 이제 훨훨 날기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