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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mble에 대한 내 생각

3038998-poster-p-1-bumble-the-tinder-competitor-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데이팅 앱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회자되는 Tinder에 대해서 알 것이다. Tinder가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다른 이유는 Whitney Wolfe라는 여직원이(마케팅 부사장)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Tinder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그녀와 사귀다가 잘 안풀리자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 전에 여러번 그녀를 성희롱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tech 분야가 워낙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누가 정확히 뭘 했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건 Whitney가 Tinder의 다른 전 직장동료들과 이와 똑같은 Bumble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걸 옆에서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틴더와 거의 똑같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틴더를 그대로 베낀거 같다. 색감과 몇개의 아이콘만 다르지 작동 방식(특히 swipe)은 완전히 틴더이다.

Bumble 창업자들은 틴더와는 달리 범블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걸 보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점들도 많지만, 나는 어떤 형태이든지 경쟁은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사가 하는걸 많이 참고하고 심지어는 ‘적당히’ 카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을 베끼는 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분야에서 같은 고객들을 쫓다보면 어쩔수없이 이런저런 기능이나 UI를 카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Tinder와 Bumble의 경우는 조금 다르고 도를 넘은거 같다. 아무리 공동창업자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나빠져서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다른 직원들과 같이 나가서 비슷한것도 아닌 완전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버젓이 운영하는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자신들이 한때는 열정과 에너지를 바쳤던 직장인데…..

실은 틴더라는 회사 자체가 들리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인데 이런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가 직원들한테도 스며드는건지, 아니면 원래 창업팀이 비도덕적인건지….아마도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은 좋다. 나도 우리 투자사들한테 경쟁이 출현하면 신경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협할 정도의 경쟁이면 무조건 이기라고 하고, 이기려면 아주 무섭게 싸우라고 한다. 그렇지만 범블과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astcompany.com/3038998/bumble-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y>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

Never say never

pinyata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이야기이다. 소규모의 행사에 참석하는 날이라서 사무실이 매우 분주했었는데 Justice라는 백인 친구가 행사 참석하러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우리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me: 그래서 너는 뭐하니?
-him: 아 우리 모바일 앱 만들어
-me: 어 그래? (굉장히 관심 많음). 무슨 앱?
-him: 사진 앱. 보여줄께.
-me: 아…그래? (관심 급격히 떨어짐). 내가 좀 바빠서 가봐야 겠다

실은 지금은 더 심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진 앱 시장은 굉장히 포화되어 있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진 앱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사진 앱’ 이라는 말만 듣고 이 친구들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린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거야 (근데 우린 돈도 없고 팀원도 5명이야)”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빨리 이 자리를 떠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친구를 넘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Justice는 아직 미완성된 앱을 내 얼굴에 갖다 대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정성껏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그냥 재미있는 척 하면서 대충 앱에 관심을 보이는 시늉만 하다 한 5분 뒤에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무려 45분 동안 이 앱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심지어는 행사에 늦기까지 했다. Pinyata라는 이 앱이 나한테 신선하게 다가왔던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단순히 timeline을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 아니라 특정 이벤트를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timeline과 사진에 대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냥 시간이 지나면 사진들이 timeline에 파묻힌다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사진들 보다는 항상 내가 잘났다는 걸 자랑하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류의 사진만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Pinyata를 이용하게 되면 주말에 참석했던 친구 생일파티, 야구경기 또는 굉장히 평범한 동네 공원에서의 산책과 같은 특정 이벤트에 대한 사진들을 편안하게 올리고 이를 가지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회사에 우리는 전략적 투자를 했고 긴 개발 시간,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후 Pinyata가 얼마전에 출시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이렇게 많은 사진 앱 중에 Pinyata가 과연 뜰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내가 다시 한번 느낀 점은 아무리 절대강자가 존재하는 포화된 시장이라도 똑똑하고 충분히 생각을 많이 하는 창업가들은 그 포화된 시장에서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유일한 각도에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그릭 요거트 Chobani검색엔진 DuckDuckGo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 나아가서는 “나는 앞으로 절대로 xxx를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갖는다는 건 위험하고 스스로 기회를 제한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했다.

관계 형성의 중요성

내 글을 읽는 분들 중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 또는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비 창업자 분들은 창업 후 어느 시점에 – 생각보다 빨리 온다 –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돈을 펑펑벌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투자 유치를 할때 알면 도움이 되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이다. 전부터 포스팅을 하고는 싶었는데 최근에 만났던 몇 창업가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이 생생할때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과정을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해서 그들의 돈을 받는다는 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좋은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결국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때 거쳐야 하는 과정같이 특정 양식이나 객관적인 항목을 기반으로 Yes, No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마다 다른 기준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거 같다.

엄청난 초기 traction이 (매출, 트래픽, 사용자 interaction 등) 없고 투자자와 창업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첫 만남에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1,2만원이 아니라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어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번 만나고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팀과 제품일지라도 위에서 말한 엄청난 트랙션이나 그 팀을 오래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팀원들, 제품 그리고 그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난관들을 대표이사와 팀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들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해보기도 한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건 한번 또는 두번 만남을 가졌는데 반응이 별로이고 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가 물 건너 간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와 그 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어한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 만남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제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종 NO를 듣기 전 까지는 그 투자자와 계속 연결고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한 두번 만난 후에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그 이후에 완전히 연락을 끊는거랑, 반응이 별로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계속 발전과 성장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계속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워낙 많은 회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회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자주 연락하는건 힘들다.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communicate 해야 한다.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게 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로 이런 교류를 통해서 창업가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가가 연락을 하면서 회사상황, 본인의 생각, 궁금한 점 등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주면 “우리가 만약에 이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 창업가는 이런식으로 굉장히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연락하고 communicate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투자자는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믿음과 관계가 형설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우리가 최근에 투자한 게임회사 Flow State Media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회사 창업자/대표이사 Kahn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능력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게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투자자들을 VC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그 다음 순서의 투자자로 넘어간다.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자자들과는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Kahn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락하면서 우리 동네로 출장오면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투자 상황 및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Flow State Media의 Letter UP이라는 게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고, communication 기술이 좋고, 투자자들한테 책임감있고 professional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해볼만 하다라는 결정을 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간단하게 보면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오랜 교류로 인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하면 좋겠다. 솔직히 창업가의 입장에서도 이왕 투자를 받을거면 이 투자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돈은 어떤 돈인지 더 잘 알면 좋다.

꿈이 현실이 될 때

우리 주변에는 창업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유명한 창업가들도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나름 성공한 창업가들도 있다. 또,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비즈니스를 소유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창업가들도 있다. 예를 들면, 동네 빵집 아저씨나 작은 커피숍 주인이 그렇다. 이런 분 중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과거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던 분들도 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던 명문대 출신들도 많다.

이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공통점은 많이 있는데 내가 최근에 많이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이 사람들은 ‘꿈’을 어느 순간에 ‘현실’로 만들었다.만들려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창업하고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꿈을 꾼다. 주위에 성공적인 창업가들을 보면서 본인도 언젠가 타이밍이 맞으면 멋지게 창업해서 성공하는 꿈을 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꿈만 꾼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어느 순간부터 꿈꾸는걸 멈추고 이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다. 이게 일반인들과 창업가들의 큰 차이점인 거 같다. 꿈꾸는 자는 아름답고 꿈을 가지고 사는 건 좋다고 하지만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좀 슬픈 말인 거 같다. 꿈은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므로 이루지 못하는 꿈만 꾸다가 인생을 끝내는 건 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건 언제인가? 인생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영어에도 “Timing is Every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과 변수투성이인 우리 삶에서 창업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린다는 거 자체가 그냥 평생 꿈을 꾸면서 살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지만 내가 꿈꾸는 걸 멈출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대한 정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이번 주말에도 모르는 분들한테 이메일을 여러 개 받았다. 학생들도 있고 직장인들도 있는데 모두 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큰일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꿈을 꾼다는 거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분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20년 후에도 같은 꿈만 꾸고 싶은지, 아니면 최소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언제 내디딜 것인지.

<이미지 출처 = http://cocospeaks.net/stop-dreaming-start-d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