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학생 창업가를 위한 몇 가지 조언

나는 개인적으로 학생 창업가를 좋아하고, 이들이 창업하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응원한다. 우리가 학생 창업가에게만 전문적으로 투자하거나 이들에게만 투자하는 펀드가 있는 건 아니지만, 스트롱은 지금까지 꾸준히 대학생 창업팀에 투자하고 있고 이들이 하는 몇 개의 이벤트를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우린 모두 다 바빠서 외부 강연이나 발표는 거의 안, 못 하고 있는데, 학생들 대상의 강연이나 발표, 또는 해커톤 심사는 웬만하면 시간을 만들어서 참석하고 있다. 창업가들의 나이는 점점 더 낮아지고 있는데, 우리가 지향하는 첫 번째 기관투자자가 되기 위해서는 이제는 학생들에게 투자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이 학생들은 스트롱의 미래의 고객이기 때문에 우리가 학생들 대상으로 하는 모든 활동은 잠재 고객에 대한 영업/마케팅 활동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이들이 지금 또는 나중에 창업할 때, 가장 먼저 생각나는 VC가 스트롱벤처스가 되는 게 우리의 목표다.

내가 스트롱을 시작한 2012년만 해도 학생들은 창업을 거의 하지 않았다. 창업이 뭔지도 몰랐고, 어떻게 하는지도 몰랐고, 이들에게 투자해 주는 VC도 없었다. 창업은 취업하지 못하면 어쩔 수 없이 선택해야 하는 마지막 옵션이었기 때문에 내가 당시에 만났던 학생 창업가들은 준비도 안 됐고, 실력도 없었다. 실은, 아직도 대부분의 학부생이나 대학원생들은 취업을 선호하긴 하지만, 요샌 창업을 1순위로 생각하는 학생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게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

요새도 우린 더 많은 학생 창업가를 만나기 위한 방법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는데, 혹시 이 글을 읽는 학생분들 중 좋은 방법이 있다면 언제든지 제안해 주시면 좋겠다.

이미 창업했거나, 창업을 생각하는 학생들에게 내가 몇 가지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 꼭 이렇게 하라는 건 아니지만, 창업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해 봐야 하는 주제들이고, 몇 개는 나중에 회사가 켜졌을 때 이 회사를 완전히 망가뜨릴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일단 가장 첫 번째 조언은, 사업은 학교 과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내가 만나는 많은 학생 창업가는 실은 학생 창업가가 아니라 그냥 창업 과제를 하는 학생이다. 이들은 사업할 준비가 전혀 되지 않았고, 그냥 학업 외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고, 멀리서 다른 창업가를 보니까 본인들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법인설립하고 대표이사 명함 만들고, 코파운더 명함 만들면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수준의 활동을 하고 있다. 어떤 분은 소위 말하는 스타트업 대표이사 놀이에 빠져있고, 졸업하고 대기업에 취직하는 게 목적인데, 이력서에 “ABC 창업 경험” 한 줄 달기 위해서 창업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당연히 사업을 풀타임으로 안 한다. 학업을 하면서 사업을 병행하는데, 이렇게 대충대충, 건성건성 해서 제대로 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면, 우리가 14년 동안 투자한 290개의 회사는 모두 다 유니콘이 돼야 했다.

그래서 내가 학생 창업가에게 가장 먼저 드리고 싶은 조언은, 정말로 제대로 사업을 하려면 일단 그 마음가짐부터 제대로 가지고, 이를 실제로 행동에 옮기려면 학업을 휴학하거나, 아니면 자퇴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지 않고서는 절대로 제대로 사업을 할 수가 없다. 너무 이진법적인 생각 같지만, 창업은 all in or nothing이다.

두 번째 조언은, 교수님의 말을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리고 되도록 창업하는 회사의 주주명부에서 교수님은 빼거나, 아니면 이들의 지분을 2% 이하로 낮추라는 조언을 드리고 싶다. 내가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 창업 스타트업은, 그리고 특히 지도교수가 있는 대학원생이 창업한 스타트업의 창업팀에는 지도교수가 들어가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이들은 30% 이상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게 왜 틀렸는지는 내가 전에 이 글에서 대략 설명했는데, 다시 한번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스타트업의 코파운더는 1년 365일 하루 24시간 이 사업 생각만 해야 하고, 이 사업에 그 무엇보다 높은 우선순위를 둬야 한다. 교수들은 이게 구조적으로 안 된다. 왜냐하면 학교가 이들의 직장이라서 항상 학교가 이들의 우선순위이기 때문이다. 나는 회사가 잘 되면 가장 고생하고 기여를 많이 한 사람들이 가장 많은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지분이 이걸 결정한다. 회사가 안 되면 역시 지분이 가장 많은 분들이 모든 책임과 비난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이 회사에 all in 하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와서 파트타임으로 조언과 훈수를 하는 교수들이 지분을 이렇게 많이 보유하는 건 확실히 불공평하다고 생각한다. 어떤 교수들은 학교에서 가르치고, 본인이 창업한 회사가 있고, 지도하는 학생들이 창업한 3~4개 회사의 높은 지분을 보유한 C 레벨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이런 구조로 회사가 나중에 투자받고, 좋은 사람을 채용하고, 잘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래서 되도록 교수는 창업팀에서 빼라. 꼭 이들의 조언이나 도움이 필요하다면 스톡옵션을 0.5% 이하로 주고 고문으로 모시는 걸 권장한다. 전에 어떤 학생 대표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굉장히 곤란해하면서 나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본인도 졸업해야 하는데, 지도교수님이 승인하지 않으면 졸업을 못 하므로 이런 껄끄러운 대화를 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그래서 내가 위에서 말한 대로 진짜로 사업을 하려면 그냥 학업을 중단하는 게 이런 졸업의 고민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아니면, 교수님과 이 힘든 대화를 해서 쇼부를 봐야 한다. 사업하면 이보다 훨씬 더 어려운 대화를 많이 해야 하고 훨씬 더 힘든 결정을 많이 해야 하는데, 여기서부터 막힌다면 사업 못 한다.

마지막 조언은, 스타트업은 돈을 버는 사업을 만드는 곳이지, 그 누구도 따라 할 수 없는 기술을 개발하는 조직이 아니라는 점이다. 본인이 현재 개발하고 연구하는 분야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면 이건 정말 대단하고 축하할만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게 세계 최고의 사업이 된다는 보장은 없다. 아니, 그렇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럼, 노벨상 받은 모든 이론과 기술이 유니콘 사업이 돼야 한다. 기술은 그냥 단지 기술일 뿐이다. 이 기술을 기반으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더 나아가서는 돈을 버는 사업으로 진화시키는 건 완전히 다른 일이다. 연구보다 사업이 더 어렵다는 말이 아니다. 그냥 완전히 다르다는 말이다.

우리 같은 VC는 기술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 기술로 만드는 돈을 버는 사업에 투자한다. 이걸 명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나는 젊고, 똑똑하고, 에너지 넘치는 학생 창업가를 정말 좋아한다. 이들이 맘먹고 사고 치면 유니콘이 아니라 데카콘 몇 마리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나는 더 많은 학생이 창업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위에서 말한 내용에 대해서 충분히 고민해 본 학생 창업가들이라면 언제든지 스트롱에 연락해 주시길.

두 번 실수하지 말자

바로 전 글에서 골프 이야기를 잠깐 했는데, 같은 내용으로 이 포스팅을 시작해 본다. 실제로 골프를 쳤던 방콕 골프장에서 1번 홀이 어려운 파 5였고, 여기서 나는 4개 오버해서 9개를 친 적이 있다.(골프 용어로는 쿼드러플인데,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점수다). 그리고 그다음 2번 홀은 파3인데, 여기서 3개 오버하면서 6개를 쳐서 소위 말하는 양파를 했고, 3번 홀은 파4인데 6개를 쳐서 더블보기를 했다. 이렇게 치고 나니 18홀 중 3개를 쳤는데 점수는 이미 9+가 됐다. 그리고 이후 4번 홀부터 내 마인드는 어차피 이번 라운딩은 망했으니까 그냥 대충 막 쳐야겠다였고, 정말로 막 쳐서 최악의 점수가 나왔다. 그리고 막 치는 4시간 내내 이번 게임은 망했으니까, 다음에 제대로 쳐야지 생각했다.

그런데 나중에 숙소로 돌아와서 생각해 보니, 정말 후회가 많이 됐고, 그날 내 행동에 대해 짜증이 많이 났다. 첫 3개 홀을 못 쳤으면, 그 다음엔 잘 치기 위해서 더 집중해야 했는데, 나는 그냥 이생망(=이번 생은 망했다)의 마인드로 고칠 수 있는 실수를 안 고치고 계속 실수했고, 이렇게 해서 조금만 경기가 안 풀리면 그냥 막 치는 게 습관화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최악의 행동이었다.

요새 내가 듣는 몇 팟캐스트의 단골이 ‘Atomic Habits’의 저자 제임스 클리어인데, 이 책에서 정확하게 이런 행동을 절대로 하지 말라고 하면서 “한 번 실수는 사고지만, 두 번 실수는 새로운 습관의 시작이 될 수 있다.”라는 말을 한다. 무슨 말이냐 하면, 내가 초반에 골프를 못 친건 사고지만, 이후에 포기하고 마음먹고 그냥 계속 실수한 건 나쁜 습관의 시작이 된다는 말이다.

새해 결심을 아침에 운동을 열심히 하기로 했다면, 그리고 이게 작심삼일이 되는 나쁜 습관으로 바뀌는 걸 원치 않는다면, 매일 몸을 움직여야 한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하루 빠지고, 그다음 날은 늦게 일어나서 또 빠지면, 그냥 이번 주는 운동 안 하고 다음 주부터 열심히 해야지라는 생각을 많은 분들이 하는데, 이렇게 되면 일 년 내내 절대로 운동하지 않는다. 아침 일찍 미팅이 있어서 운동을 안 한 건 실수다. 그리고 늦게 일어나서 못 한 것도 실수다. 하지만, 그다음 날 곧바로 이 실수를 바로잡고 운동을 해야 한다. 안 그러면 운동하지 않는 행동이 습관화되기 때문이다.

새해 결심이 다이어트라서 식단 관리를 잘하다가 화요일 저녁에 피자 한 판을 다 먹는 칼로리 폭탄 실수를 했다면, 그다음 날은 다시 제대로 식단 관리를 하면 된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먹으면 기분이 상하고 어차피 식단 망했기 때문에 이번 주는 그냥 막 먹고 다음 주부터 다시 식단 관리하자라는 생각으로 일주일 내내 막 먹는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실수하면 막 먹는 게 습관이 돼서 다이어트는 물 건너간다. 누구도 완벽할 순 없고, 누구나 다 실수할 수 있는데, 중요한 건 그 시점에 바로 고치는 것이다. 이생망 기분으로 두 번 실수하면, 정말로 이생망된다.

운동을 빠지면, 다시 하면 된다. 잘하다가 또 빠지면, 그 이후에 또다시 하며 된다. 다이어트하는데 칼로리 폭탄을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는 건강하게 먹으면 된다. 건강하게 먹다가 어느 날 혼자서 치킨 한 마리랑 맥주를 먹었다면, 그다음 끼니부터 또 식단 관리하면 된다.

제임스 클리어의 두 번 실수하지 않는 프레임은 다음과 같다. 하루를 4쿼터로 나누고, 이 중 4쿼터를 모두 완벽하게 살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기는 너무 힘드니까 4쿼터 중 한 쿼터만 실수하는 걸 목표로 삼으라고 한다. 한 쿼터만 실수하고, 나머지 세 쿼터는 실수하지 않는 걸 목표로 하면 나름 좋은 습관을 만드는 인생을 살 수 있다고 한다.

한 번 실수했을 때 너무 자책하거나 실망하지 말고, 곧바로 다시 시도하는 게 연속적으로 실패하는 습관의 형성을 방지할 수 있다. “이생망”이라는 말은 우리가 절대로 생각해서도 안 되고, 입에 담아서도 안 되는 말이다. 다음 생은 없으니까.

지금 제대로 해라

작년 연말에 따뜻한 방콕에서 며칠 동안 휴식을 가졌다. 말이 휴식이지만, 우린 워낙 적은 인력이 많은 일을 하고, 각자 맡은 일이 있어서 일하면서 쉬는 일정이었는데, 일보다는 휴식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했다.

이 기간에 골프를 몇 번 쳤는데, 골프 라운딩이 끝나고 점수표를 보면 매번 이런 아쉬움의 말들을 했다. “1번 홀 파 5에서 물에 두 번 빠져서 4오버만 안 했다면 80대 쳤을 텐데.” , “13번 홀에서 퍼팅을 두 개로 끝냈다면 그 홀은 파했을 텐데. 오늘 퍼팅이 별로네.” , “아이언은 완벽했는데 드라이버가 오늘 협조를 안 해주네.”

이후 숙소로 돌아와서 다시 업무를 처리하면서 몇몇 투자사 대표님들과 이메일, 카톡, 통화를 했는데, 이들이 이런 말들을 했다. “아쉽네요. 런웨이가 3개월만 더 있었다면 잘했을 텐데요.” , “그때 그 투자가 됐어야 하는데” , “굳이 그 기능을 개발하는데 시간, 사람, 돈을 그때 안 써야 했는데” , “그때 그 정도의 매출을 해야 했는데”

실은 위에서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하는 말은 1년 내내 너무 많이 듣는 말이고, 들을 때마다 나도 같이 아쉬워하는데, 이날은 대표님들의 아쉬움과 오전의 내 골프 라운딩의 아쉬움이 머릿속에서 겹치면서 한 가지의 작은 깨달음과 배움이 있었다. 그건 바로 이게 인생이고, 인생에서 ‘그때’는 다시 오지 않기 때문에 그때, 또는 지금 무조건 최선을 다해서 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순간이 지났다면, 결과에 대해서 다시는 생각하지 않고, 불평하지도 않고, 아쉬워하지도 않고, 그냥 바로 다음 수를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해야 한다는 점이다.

내 골프 라운딩에서 공이 물에 빠지지 않았다면, 모든 퍼팅을 세 개 대신 두 개로 마무리했다면, 그 칩샷을 삐직하지 않았다면,,,그러면 당연히 점수가 훨씬 더 좋았을 것이고, 최고의 골프 경기를 했을 텐데. 이런 후회는 시간 낭비다. 그때 티박스에 올랐을 때, 그린 위에 있을 때, 그때 나는 정신 차리고 제대로 해야 했다. 왜냐하면 기회라는 건 여러 번 오지 않고, 다시는 ‘그때’가 오지 않기 때문이다.

런웨이가 3개월만 더 있었다면 새로운 기능을 출시해서 회사를 흑자전환 시켰을 텐데, 아쉽지만, 지금은 런웨이가 끝났다. 몇 달 전에 런웨이가 남아 있을 때, 그때 제대로 잘 해야 했다. 그때 그 투자를 받았다면 회사는 반등했을 텐데, 아쉽지만, 투자를 못 받아서 은행 잔고는 바닥났다. 그럼 그때 투자를 받았어야 한다. 그때 그 돈을 쓰지 말아야 했는데, 아쉽지만 이미 돈은 썼고 우린 장래가 어두운 돈 없는 스타트업이 됐다. 아쉽지만, 그때 잘 해야 했고, 그때 제대로 된 판단을 해서 돈을 안 썼어야 한다.

이게 인생이다. 다시는 ‘그때’가 오지 않는다. 지금 제대로 해라. 그때 제대로 안 했다면, 지금 제대로 해라. 그때에 대한 아쉬움과 불평은 도움이 안 된다.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

이 블로그를 통해서도 몇 번 인용했는데, 내가 지난 2년 동안 가장 많이 반복해서 읽고 썼던 이런 시가 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일주일을 계속하면 성실한 것입니다.
한 달을 계속 한다면 신의가 있는 것입니다.
일 년을 계속 한다면 생활이 변할 것입니다.
십 년을 계속 한다면 인생이 바뀔 것입니다.

세상의 모든 큰 일
아주 작은 일을 계속 하는 것에서 시작됩니다.”

강미정 작가의 ‘아주 작은 일’이라는 시인데, 내가 살고 싶은, 그리고 살려고 노력하는 삶을 잘 압축한 몇 줄의 문장이다. 뭔가 일이 잘 안 풀릴 때마다 내가 읽고 쓰기를 반복하는 주옥같은 시라고 생각한다.

이런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와중, 내가 자주 듣는 전직 특수부대원의 팟캐스트(Jocko Podcast) 인터뷰에서 어떤 군인이 본인의 인생철학은 “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는 말을 했는데, 이 말 또한 내 마음가짐을 완벽하게 정리해 주는 주옥같은 단어들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이 새해를 맞이하면서 다짐과 결심을 한다. 나는 새해 다짐은 없고 그냥 인생 다짐만 있는데, 매년 1월 1일 많은 분들이 대단한 다짐들을 한다. 아주 거창하고 거대한 다짐들인데, 이런 거창한 다짐을 하는 분 중 실제로 실행하는 분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런 분들에게 나는 앞으로는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해라(be big in the little things)”라고 말해줄 것이다.

새해가 되면 또 헬스장에 인간들이 바글바글할 것이다. 며칠 전에 친구가 “새해가 되면 꼭 운동 끊어서 일주일에 최소 4번은 헬스장 가야지”라고 했는데, 나는 이 친구에게 그러지 말고, 그냥 지금 당장 등록해서 오늘부터 바로 시작하라고 했다. 그렇게 거창하게 신년에 열심히 운동하겠다고 결심할 시간에 그냥 오늘 당장 가서 운동 시작하는 게 더 쉬운 일이다. 그리고 헬스장 등록할 필요도 없고 그냥 매일 스쿼트 하면서 양치하고, 양치 끝나고 푸쉬업 5개씩만 하면 된다. 작은 것에서 완벽함을 추구하고, 이 작은 일을 계속하면 아주 큰 일이 되는데, 처음부터 너무 큰 일을 하려고 하면 잘 안된다.

작은 일부터 제대로 하는 사람들이 큰 일도 완벽하게 하는데, 나는 이걸 매달 월말에 경험하고 있다. 우리는 모든 포트폴리오사 대표들에게 매달 업데이트를 공유해달라고 한다. 뭐, 그렇게 대단한 내용을 요구하는 건 아니고, 월간 리포트를 위해서 시간을 많이 할애하라고 하지도 않는다. 어차피 사업을 하는 분들이면 매달 정기적으로 사업 내용을 검토하고 잘한 것과 못 한 것을 복기하면서 조금씩 더 좋은 사업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한다. 사업을 하다 보면 온갖 어려움이 닥치는데, 월간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는 건 정말 작은 일 중에서도 가장 작은 일이다.

하지만, 이 작은 일도 제대로 못 하는 대표들이 너무 많다. 한 달에 한 번, 월 마감하면서 투자자와의 최소한의 약속이자 예의인 간략한 리포팅도 못 하는 분들이 무슨 사업을 하고, 펀드레이징을 하고, 영업을 하고, 채용을 제대로 하겠다고 하는지 가끔은 이해할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특징 중 하나가 항상 큰 한 방을 노리고, 큰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 전에 작은 것부터 완벽하게 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작고 사소한 것에서 완벽함과 위대함을 추구해라. 그러면 크고 원대한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품질 유지하기

나는 차가 없다. 미국 서부에서는 차가 없으면 이동하는 게 거의 불가능해서 미국 살 때는 정말 운전을 많이 했는데, 원래 운전하는 걸 싫어하고, 서울은 대중교통과 택시 인프라가 워낙 좋아서, 이제 대부분의 이동은 택시, 공유 킥보드, 그리고 대중교통으로 한다.

타다 이동 서비스가 아마 2018년도 하반기에 출시됐는데, 나는 이 서비스가 나오자마자 이용했고, 지금도 거의 매일 이용하는, 아주 오래된 고객이다. 아마도 타다 고객리스트를 뽑아보면 이용 빈도 기준으로는 내가 상위 15% 안에 들어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타다가 처음 출시됐을 땐 정말 획기적이었다. 당시에 내가 한국 택시와 택시 기사들에 대해 불만이 상당히 많았고, 뭔가 새로운 이동 수단에 대한 갈망이 극에 다다랐을 때인데, 초기 타다 서비스는 이런 나의 모든 불만을 잠식하면서 내가 모빌리티 수단에 대해 원하는 모든 걸 제공 했다.

더럽고 냄새나는 실내, 멀미 날 정도의 급출발과 급정차, 승차 거부, 안전벨트 미착용, 귀가 아플 정도의 아무말 대잔치 등이 당시 내가 택시를 탈 때마다 나를 짜증 나게 했던 불편함이었다. 내가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보통 이상으로 좀 까칠하고 예민하긴 하지만, 운전을 업으로 하는 분들이 고객의 안전에 대해 신경 쓰지 않고, 일반인보다 운전을 못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런 시기에 나타난 타다는 초반에는 나에게 감동을 주기까지 했다. 일반 택시보다 비쌌지만, 이 가격 차이에 대한 지불 의향이 나에게는 충분히 있었다.

하지만, 타다 서비스가 시장에 나온 지 7년밖에 안 되는 현시점에서 나는 이제 타다를 그만 탈지 고민 중이다. 그동안 가격은 오히려 더 올랐는데 서비스는 정말 바닥으로 떨어져서 타다 넥스트의 경우 차만 크지, 일반 택시랑 똑같은 카테고리로 하락했다고 생각한다. 승차 이후 차 문이 열린 상태로 그냥 출발하고, 급출발과 급정차는 이제 너무 흔하고, 차량 내부도 냄새나고 지저분하여졌다. 굳이 돈을 더 많이 내고 계속 이용해야 할지 요새 좀 고민 중이다. 이제 타다에서 하차하자마자 ‘이 기사님 30일 동안 안 만나기’ 박스를 체크하는 것도 지쳤고, 정말로 이런 내 후기와 피드백이 서비스에 반영되는지도 잘 모르겠다.

이제 전반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돌아와 보자. 서비스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건 왜 이렇게 힘들까? 어떻게 하면 회사는 사용자가 많아지고 제품이 스케일 하면서 초반의 높은 품질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나도 제품을 만들어서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잘 모르지만, 작게 시작했는데 이제 국민 브랜드가 된 우리 투자사의 성장 과정을 옆에서 봤던 경험을 잘 복기해보면, 대략 다음과 같은 포인트들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단 전사적인 개밥먹기를 매일 해야 한다. 내가 초반에 타다의 예찬론자가 됐던 이유도 아마 이 회사의 창업가분들과 초기 멤버분들이 매일 직접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관리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건 타다뿐만이 아니라 모든 제품과 서비스에 동일하게 볼 수 있는 현상이다. 초반에는, 이 제품을 직접 만든 분들이 매일 사용하면서 불편한 점들을 직접 개선하기 때문에 시장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하지만, 돈이 벌리기 시작하고, 고객들이 많아지고, 조직의 규모가 커지면서 모두 바빠지면서, 본인들이 만드는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 보는 이 개밥 먹기 문화는 점차 없어지거나, 일부 조직원들만 하게 된다. 이러면서 현장으로부터 멀어지고, 서비스는 망가지는 것이다. 전 직원들, 특히 임원들이 본인들이 만드는 서비스를 매일 사용하면 품질이 웬만하면 떨어질 수가 없다.

계속 타다 이야기만 해서 좀 미안하긴 하지만,,,요샌 탈 때마다 차량의 청결 상태, 기사의 손님 응대 태도, 운전의 안전 기준 등이 너무 차이가 난다. 초반에는 모든 차가 깨끗했고, 기사의 태도도 비슷했고, 타면 항상 물어보는 표준 질문들이 있었는데, 이제 이런 게 잘 안 지켜지면서 표준 운용 절차라는 게 없어진 것 같다. 내 기억으론 서비스 시작 초반에는 모든 타다 기사가 표준 운영 매뉴얼을 숙지하고, 누가, 언제, 어디서 타더라도 항상 동일한 품질의 탑승을 경험할 수 있었다. 본인들이 운영하는 서비스의 품질을 계속 유지하고 싶다면, 고객들에게 항상 같은 경험을 제공하는 아주 명확하고 구체적인, 문서화된 표준 운영 절차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전 직원이 이 운영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객들의 피드백과 리뷰를 적극적으로 수집하고, 이를 실제 서비스에 거의 실시간으로 반영해야 한다. 솔직히 타다를 비롯해 내가 사용하는 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이 시장과 고객의 피드백을 제품에 반영하는지 잘 모르겠다. 카카오 택시도 이 중 하나인데, 나는 지금까지 카카오로 호출한 블랙 외의 다른 택시가 맘에 들었던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고, 운행이 끝나자마자 적극적인 후기를 수십 번 제출했는데, 이게 반영이 되는지 잘 모르겠다. 타다가 요새 이 내리막길을 가고 있는 것 같아서 매우 안타깝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건 본인이 만드는 제품과 서비스를 하루 종일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서비스가 아무리 커져도, 품질이 유지되지 않을 수가 없다. 대표가 이렇게 하는데도 품질 유지가 안 된다면, 정말 거지 같은 서비스를 만들고 있고, 회사에 정말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