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동기부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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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yet / 크라우드픽

코로나바이러스가 우리 투자사의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시작한 지 한 7개월 정도가 지났다. 신천지 사태가 터지면서 한국은 잠시 전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코비드19 국가가 됐지만, 정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방역 전략으로 얼마 안 가서 바이러스를 가장 잘 통제한 나라의 명예를 얻었는데, 요새 다시 한번 위기를 겪고 있다. 이번에도 국가와 국민 모두 잘 협조해서 슬기롭게 이 위기를 극복하길 바란다.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가 계속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면서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의 정신건강도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거 같다. 100% 소프트웨어 기반의 완전 비대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은 그나마 낫지만, 사람들이 제공하는 서비스를 기반으로 만들어진 비즈니스는 이럴 때마다 지옥을 맛보기 때문이다. 안그래도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과의 만남과 접촉을 꺼리게 되는데, 거리 두기 단계가 상승할수록 이 콘택트를 국가에서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심각할 경우 갑자기 매출이 0으로 떨어지는 지옥을 경험하기 때문이다(이미 3월과 4월에 그 지옥을 경험하긴 했다).

실은 이 글을 쓰는 이 시점에도 많은 스타트업 대표들이 이런 지옥을 경험하고 있을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에 화가 나고,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게 만든 안일한 시민들한테도 화가 나고, 세상만사에 짜증이 나겠지만, 그래도 자기 사업이기 때문에 창업가는 비즈니스가 좋든 힘들든 스스로 계속 동기부여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물론, 이런 자가발전하는 건 힘들다. 그런데 상황을 더욱더 힘들게 만드는 건 직원들의 사기이다. (회사에 대한 실제 오너십 또는 오너 같은 마음가짐이 있는 직원분들도 있겠지만)회사의 오너가 아닌 일반 직원들은 상황이 이렇게 힘들어지면 멘탈이 완전히 바닥을 쳐버리는데, 이들은 창업가와는 완전히 다른 입장이기 때문에 스스로 모티베이션이 잘 안 된다.

만약 팀 내에 이런 직원들의 사기저하 시그널들이 조금이라도 보인다면, 대표이사는 관심을 갖고 당장 해결하려는 시도를 해야 한다. 다들 어른들인데,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잘 해결될 거라는 생각을 하고 초반에 이런 문제를 잘 잡지 않으면, 이런 분위기가 암과 같이 조직 내부로 퍼지면서 회사 자체가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영업 하는 분들은 회사가 만든 제품을 외부 고객한테 팔면서 짜릿한 희열과 보람을 느끼고, 이게 이 분들의 삶과 직장생활의 원동력이 된다. 개발자들도 겉으로 보면 그냥 코딩만 하면 행복해한다고 느낄 수 있지만, 결국 본인들이 만든 제품을 시장에서 인정해주고, 사용해주고, 사랑해줘야지만 계속 좋은 코딩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정체가 너무 오래 가고, 회사 내부 사정을 속속들이 모르는 직원들에게도 회사의 미래가 썩 밝지만은 않다는 게 너무 뻔하게 느껴지면, 문제가 발생한다.

초짜 대표이사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 중 하나가 이런 상황이고, 이럴 때 좋은 이사회가 있으면 같이 극복해나가는걸 나는 몇 번 봤다. 이런 상황이 생기면 대표는 원래 대표가 가장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 ‘사람’에 다시 한번 집중을 해야 한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자산이고, 대표이사는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 할 수 있도록 옆에서 응원해주는 치어리더 역할을 잘 해야 하는걸 모두 알고 있지만, 회사가 정신없이 돌아가면, 회사 내부보단 외부에서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쓰게 된다. 하지만, 이럴 때일수록 더욱더 직원들한테 신경을 써야 한다. 필요하다면, 모든 직원과 일대일 면담을 주기적으로 해야 하고, 가끔 회식도 하고, 직원들의 상태가 어떤지 꼼꼼하게 체크해야한다. 경험 많은 코치나 이사회 멤버들은 매달 한 번씩 – 회사 규모가 크지 않다면, 매주 – 모든 직원들이 참석해서 회사의 현황과 미래, 그리고 대표이사의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하면서 토론할 수 있는 all-hands 미팅 또는 타운홀 미팅을 권장한다. 어쨌든 직원들의 동기부여는 대표이사에게는 매우 중요하고 현실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한 건, 이 모든 걸 아무리 잘 하고 직원들과 매일매일 진솔한 대화를 나누어도 결국 스타트엄 멤버들에게 동기 부여를 가장 잘 할 수 있는 건 회사의 성장이다. 투자유치 또한 직원들에게는 큰 모티베이션이 될 수도 있지만, 그 효과는 오래 지속하지 못 한다. 결국, 내가 회사에서 뭔가 열심히 하고 있는데, 이게 결국엔 시장과 고객이 좋아하고, 누군가 돈을 내고 사용하는 제품으로 구현되고, 이런 수치가 계속 커져야지만 지속적인 모티베이션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진입장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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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Jaylee102 / 크라우드픽

VC들이 창업가들에게 많이 물어보는 것 중 하나가 진입장벽에 관한 질문이다. 네이버나 구글 같은 회사가 우리랑 똑같은 비즈니스를 하면 어쩔거냐, 그렇게 했을때 우리가 그냥 당하지 않을 수 있는 우리만의 강점, 즉, 진입장벽이 뭐냐는 질문을 웬만한 창업가라면 수도 없이 들었을 것이다. 나는 요샌 잘 안 하지만, 전에는 항상 하던 질문 중 하나였다. 이 진입장벽이라는 용어는 참 애매하긴 하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VC가 원하는 진입장벽에 대한 답변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는 기술력’과 같은 측정할 수 있는 하드 팩트인데, 이런 하드 팩트를 진입장벽으로 가진 회사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가 투자하는 소위 말하는 이해하기 쉬운 소비자 인터넷 분야의 회사들은 대부분 아주 좋은 기술력을 지녔지만, 이 기술력이 밖으로 노출되진 않는다. 투자자의 눈에 보이는 건 이런 기술력이 뒷받침하는 재미있고 유용한 서비스이기 때문에, 이커머스나 서비스 기반의 마켓플레이스 스타트업은 진입장벽에 대한 시원한 답변을 주는 게 쉽지 않다. 본인들은 경험을 기반으로 확실한 진입장벽이 있다고 믿고 있지만,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이런 게 항상 대기업이 돈과 사람으로 밀어붙이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는 사업이라고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비슷한 분야에서 거의 동일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들이 수없이 많아도, 이 중 항상 제일 잘하는 회사가 있다. 그리고 비슷한 사업을 남들보다 더 잘 하는 이유는 명확한 진입장벽이 있기 때문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동안 내가 여러 회사를 보면서 느꼈던 다양한 진입장벽은 대략 이런 거 같다.

일단 분야를 막론하고, 그 어떤 회사라도 좋은 기술력은 훌륭한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 남들보다 브레인파워가 더 높은 엔지니어들이 있는 회사는 어쩔 수 없이 그렇지 못한 회사에 비해 월등한 기술적 장벽을 갖게 된다. 다만, 이 기술적 장벽에 대해서 내가 배운 게 있다면, 처음부터 높은 기술적 장벽을 갖고 시작하는 회사가 있는가 하면, 시간이 가면서 기술적 장벽을 만들어 가는 회사가 있다. 대부분의 투자자는 전자에 관심이 많다. 즉, 창업팀에 공학 박사가 있거나 좋은 개발인력이 있으면, 이 회사는 기술적 장벽이 높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반만 맞다고 생각한다. 높은 기술적 장벽을 갖고 시작해도, 그 어떤 진입장벽과 마찬가지로, 이건 따라 잡힐 수 있다. 다른 회사에서 더 뛰어나고 비싼 엔지니어를 더 많이 채용하면 따라 잡힐 수 있다. 나는 오히려 비즈니스 모델을 정교화하기 위한 기술개발을 오랫동안 하면서 얻는 기술력이 훨씬 더 방어하기 좋은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간과하기 쉬운 또 다른 진입장벽은 운영의 진입장벽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우리가 투자한 많은 회사들의 강점이기도 한데, 이거야말로 겉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에 증명하는 게 어렵다. 예를 들면, 유통기한이 있는 물건을 사입해서 자체 창고에 보관하고, 이걸 고객들에게 판매하는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한 번 생각해보자. 겉으로는 그냥 모바일 앱으로 고객들이 물건을 구매하면 늦지 않게 배송해주는 그런 일반 이커머스 비즈니스랑 똑같아 보인다. 하지만, 조금 더 깊게 들어가보면, 유통기한이 있기 때문에 창고에 보관하는 방식도 달라야하고, 재고가 너무 많으면 물건이 상하기 때문에 정확한 수요예측과 재고 관리를 해야 하고, 주문을 어떤 주기로 취합해서 하루에 한 번 배송할지 여러 번 배송할지 등을 잘 관리하고 최적화해야지만 이 비즈니스를 잘 운영할 수 있다. 이런 건 우리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이라서 책에서 배울 수도 없고, 남이 이미 경험을 했더라도 공개되지 않은 영업비밀이라서 스스로 터득해야한다. 말이 ‘터득’이지, 이건 수많은 시행착오, 실험, 그리고 노가다가 필요하다. 이런 운영의 진입장벽은 남들이 따라잡기가 쉽지 않고, 따라잡더라도 많은 시간, 돈, 그리고 피와 땀이 필요하다. 내가 제일 존경하는 진입장벽 중 하나이다.

과거에는 돈도 진입장벽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수천억 ~ 수조 원의 투자를 받고 유니콘이 된 회사들이 코비드 19로 인해서 자금이 마르자 급격하게 망가지는 모습, 그리고 상장 후 시장에서 박살나는걸 목격한 후, 돈은 더이상 진입장벽이 될 수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실은 초반에 잠깐 진입장벽이 되더라도, 돈만큼 무너뜨리기 쉬운 진입장벽은 없다. 그냥 더 많은 돈으로 이 진입장벽을 무너뜨리면 되니까.

마지막으로, 내가 생각하는 가장 좋고, 따라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진입 장벽은 사람 그 자체이다. 전에 ‘불가항력‘이라는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비즈니스에서 가장 중요한 건 어떤 걸 만들고 어떤 서비스를 하는 게 아니라, 누가 이걸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가장 위대한 비즈니스를 만들고 운영하는 회사를 보면 시스템이 일을 하는 특정 시점에 도달하기 전까지는 이 회사의 사람 자체가 가장 극복하기 힘든 진입 장벽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돈, 기술, 운영과는 달리 사람이라는 진입 장벽은 복사하거나 따라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젠 없어진 KBS 개그콘서트 프로의 봉숭아 학당 코너에 개그맨 정종철 씨의 역할은 ‘옥동자’라는 캐릭터였다. 인물이 많이 빠지는 그런 캐릭터였는데, 다른 캐릭터들이 옥동자에게 “넌 얼굴 자체가 무기야.”라는 우스갯소리를 많이 했다. 만약에 얼굴 자체가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진입 장벽이라면, 이걸 남들이 따라하기란 거의 불가능한데, 이런 진입장벽이 사람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손에 흙 묻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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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크리에이티브열정 / 크라우드픽

투자 받을 때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보라고 나는 항상 조언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많은 VC를 만날수록 다양한 시장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마다 회사와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VC를 만날수록 창업가의 피칭 실력이 향상한다. 어떤 질문을 할지, 그리고 특정 질문을 하면, 어떤식으로 답변을 해야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감이 생기고, 이걸 더 할수록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투자 받는 것도 결국엔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많이 만날수록 투자받을 확률 또한 높아진다.

내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랑 궁합이 잘 맞는 VC를 만나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 모호하긴 하지만, 많은 VC를 만나본 창업가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나자마서 뭔가 이야기가 술술 풀리고, 왠지 우리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것 같고, 대화하면서 편한 느낌을 받는 그런 투자자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주로 우리랑 궁합이 잘 맞는 VC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런 VC는 사상, 철학, 가치 등이 창업가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해봤거나, 아니면 서비스를 사용하는 친구 또는 가족이 있을 확률이 높다. 어떤 VC는 이미 우리 서비스의 열렬한 팬인 분들도 있을 텐데, 이런 분들과는 매우 매끄럽고 질 좋은 미팅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한테는 너무나 유리한 상황이다.

영어에는 “get your hands dirty”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직접 팔/소매 걷어붙이고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의미 정도가 될 듯싶다. 즉, 본인이 직접 자기 손을 더럽혀가면서 뭔가를 실제 해본다는 의미인데, 투자를 받을 때는 이런 손에 흙을 묻히면서 우리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본 VC와 대화할 때,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내가 사용하고, 애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과 이야기 할 때 훨씬 더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고, 투자할 확률이 높고, 우리 투자사도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이들의 제품을 알거나, 사용해봤거나, 또는 열렬한 애용자인 VC한테 투자받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모바일 세탁소 세탁특공대에 우리가 처음 투자하기 전에 이미 우리 집은 세탁특공대의 고객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제품에는 미흡한 점들이 많았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편리하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름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에 투자결정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레인지엑스라는 골프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할 때도 내가 골프를 치고, 좋아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보지 못 했던 부분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코너마켓이라는 유아동복 리세일 플랫폼에는 많은 여성 VC 분들이 관심을 갖는데, 본인들이 엄마로서 직접 이 서비스를 사용해봤기 때문이다. 플랩풋볼은 풋살(=미니축구)을 중개해주는 소셜 스포츠 플랫폼인데, 실제로 플랩풋볼을 통해서 현재 풋살을 하는 젊은 VC들이 투자에 관심이 훨씬 더 높다. 한 달에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당근마켓도 마찬가지다. 뭐, 이런 이야기는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창업가들은 우리와 궁합이 잘 맞는 VC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우리 서비스를 잘 사용하고 있는 투자자와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분한테 투자받을 수 있는 확률이 꽤 높다는 점을 잘 기억하면 좋겠다.

덕업일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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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夢䀄몽몽스튜디오 / 크라우드픽

미국의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몇 회 정도 하다가 종영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처음부터 몇 회짜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 시리즈를 다 만들기보단, 일단 4개 정도만 기획하고, 방송 나간 후 시장의 반응을 봐가면서 계속할지 또는 종영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걸 알게 됐다. 특히 요새는 소셜미디어만 잘 주목해도 특정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 바로 판단할 수 있어서, 이런 실험을 방송국에서도 자주 하는 거 같다. 한국 방송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요새 보이는데, MBC에서 딱 2회만 하고 방송 종영된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런 케이스다.

실은 나는 이 예능 프로가 좋아서 계속 방영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지만, 더는 안 하는걸 보니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진 않았나 보다. “아무튼 출근!”은 요즘 젊은이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그들의 직장 생활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엿보는 ‘남의 일터 엿보기’ 프로그램이다. 시장의 반응은 별로인 거 같지만, 나는 계속 밀레니얼의 생각, 생활, 그리고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우리가 요새 투자하는 회사의 창업가들이 대부분 이 분들과 나이 또래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더 몰입해서 봤던 거 같다. 한 회에 3~4명의 직장인이 소개됐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공무원, 대기업(아모레퍼시픽), 작가, 해녀, 미용사, 자동차 사진작가 등이다.

이 중 내가 제일 재미있게 봤던 분들이 작가, 해녀, 그리고 자동차 사진작가이다. 특히 29살의 최연소 거제도 해녀분의 일상은 정말 재미있었다. 원래는 병원에서 일했는데,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기 시간이 전혀 없어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 사용도 자유로운 편이고,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물과 관련된 직업이라서 해녀를 새로운 직업으로 택했다고 하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만 하는, 아주 올드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알고 있던 해녀라는 직업을 젊은 분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니까 상당히 흥미로웠다. 파주에 사는 작가분의 일상도 신선했다. 배운 건 글 쓰는 거 밖에 없고, 글 쓰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하면 항상 배가 고픈 작가의 삶을 탈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이 만만치 않은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스트롱 창업가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살 백건우라는 대학생 자동차 사진작가의 일상 또한 상당히 좋았다. 차와 사진을 워낙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 모형을 직접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린 게 계기가 되어 실제 슈퍼카들의 사진작업을 의뢰받고 있는, 요새 잘 나가는 신세대 자동차 사진작가이다.

물론, TV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안다. 어쩌면 사실이 왜곡되어 있고, 수많은 편집을 통해서 이들의 멋있고 좋은 면만 어느 정도 연출됐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연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리얼했던 건, 이 젊은 친구들이 일을 할 때 볼 수 있었던 즐거움과 진지함이다. 이 즐거움과 진지함이 얼굴 표정 뿐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발산되는걸 TV 화면으로도 내가 느낄 수 있었다면 이건 찐 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들은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에, 그리고 그냥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 하지 않고,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 일이기에, 힘들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고, 이러다 보니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덕업일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는걸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젊은 분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에너지를 받았고, 가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내 태도를 많이 바꿀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이 프로에 나온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런 젊은 세대를 나는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가족 창업

한국에서는 절대로 가족 또는 친한 친구랑 동업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은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사업은 어렵고, 실패할 확률이 높고, 잘 안되면 가족이나 친구랑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런 격언이 존재하는 거 같다. 많은 사람이 이 말에 동의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하는 걸 권장하고 싶다. 스타트업의 핵심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건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료 간에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랜 친구 또는 가족일 확률이 매우 높다.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했는데, 결국 완전히 원수가 된 창업 사례도 나는 많이 알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너무 궁합이 잘 맞아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었고, 아직도 잘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더 많다. 실은 나도 이런 경험이 개인적으로 있기 때문에 더욱더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하라고 권장한다. 지금 하는 스트롱벤처스의 파트너이자 공동대표인 존 남은 내 초등학교 친구이다. 중간에 서로 다른 대륙에 살았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시기가 있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린 꾸준히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이제 스트롱벤처스를 같이 8년째 그럭저럭 잘 꾸려가고 있다. 우리 둘을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우리는 성향, 성격, 철학 등이 매우 다르다. 그래서 의견 충돌도 많지만, 비즈니스 파트너 이전에 아주 오래된 친구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이런 절대적인 신뢰가 우리를 항상 끈끈하게 본딩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했던 뮤직쉐이크도 나는 서철이라는 아주 오래된 친구랑 같이 했었다(참고로, 철이랑 존은 모두 어릴 적 같은 학교 다닌 친구들이다). 이땐 정말 down의 연속이었지만, 이 시기를 아주 용감하게 잘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철이라는 친구와 같이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오래된 친구라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더 심하게 싸우고, 격한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엔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작용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가족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꽤 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났던 공동창업가 분들도 가족이었는데, 집에 오면서 우리 투자사 중 가족이 창업한 회사를 세어보니 무려 15개나 되었다. 이 중 부부 창업한 회사가 – 창업 당시 부부였거나 또는 창업할 때는 남친 여친이었다가 부부가 된 – 11개, 그리고 남매 또는 형제 창업한 회사가 4개다. 물론, 친한 친구들이 창업한 회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15개 회사 중 이미 망한 회사도 있지만, 가족과 관계가 나빠져서 폐업한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계속 운영하는 회사들은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족 창업과 친한 친구와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이다. 특히 이렇게 피와 의리로 맺어진 공동창업자 관계는 비즈니스가 어려울 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이 또한 내 경험에서 말을 하는데, 나도 많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많이 힘들지만, 이때마다 정신적 좀비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일하던 내 동료이자 친구 철이, 그리고 지금의 스트롱 파트너 존 때문이다. 투자자 배기홍이 아닌, 그냥 인간 배기홍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들이기에 힘든 시기에 파트너십이 깨지지 않고 서로를 다독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거 같다.

가족과 같이 일하면,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24시간 일에 대해 이야기만 하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내가 아는 가족창업가 분들에게는 가족한테 욕먹지 않고 이렇게 24시간 사업 생각만 하고 사업 이야기만 할 수 있는건 오히려 축복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비즈니스 상황이 좋지 않으면, 관계가 정말 끈끈하지 않으면 이 공동창업자의 관계는 박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피로 맺어진 관계는 웬만하면 부서지지 않는, 정말로 끈끈한 관계라는 걸 나는 옆에서 수없이 지켜봤기 때문에 항상 가족 창업을 권장하는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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