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Always Stay Humble

6월 20일 프라이머 13기 데모데이가 있었다. 나도 프라이머 파트너로서 활동한 지 이제 거의 3년이 되는데, 항상 느끼지만, 꼬꼬마 초기 스타트업과 같이 일하는 건 생각보다 힘들다. 하지만, 힘든 만큼 보람과 배움은 크다. 내가 프라이머 회사들에 주는 도움도 물론 있겠지만, 실은 내가 이들한테 배우는 점이 더 많다. 특히, 대부분 젊은 분들이라서 이들의 포기를 모르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다 보면, 항상 힘이 솟아난다.

이번 데모데이부턴 기조연설을 없앴다. 대신, 프라이머 선배 기수 창업가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마련했는데 이번에는 직방에 인수된 호갱노노의 심상민 대표와 대기업의 자회사인 29CM를 인수해서 화제가 되었던 스타일쉐어의 윤자영 대표가 그 주인공이었다. 나는 두 분 다 개인적으로 안다. 특히, 심상민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알았고 호갱노노가 성장하는 모습을 꽤 가까운 곳에서 볼 기회가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아직도 이 두 분에 대해서는 이제 시작하는, 젊고, 경험보다는 패기로 사업하는 창업가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데모데이 무대에서 발표하는 걸 보니 짧은 시간 동안 훌륭한 사업가로 성장하신 거 같아서 기뻤다.

특히, 윤자영 대표님이 정말 좋은 발표를 했는데, 일반인들이 보면 스타일쉐어는 이제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온 회사지만, 정작 그 회사를 만들고 운영하는 본인은 스타일쉐어를 아직도 성장하고 있는 스타트업이라고 강조하는 게 인상적이었다. 내 주변에는 누구나 다 알만한 대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들도 있는데, 이 중 몇 분은 아직도 회사가 잘 되려면 멀었다는 생각을 하시고, 항상 초심으로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이런 분들 참 존경스럽다. 항상 겸손하고, 지금까지 이룬 일보단 앞으로 이루어야 할 일이 더 많다는 그런 자세를 가져야지만 계속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너무 많은 기업인이 작은 일 때문에 자만하는 경우를 목격하는데, 자만하기 시작하면 더 올라갈 곳이 없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부턴 아래로 내려올 수밖에 없다. 아래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 위로 오르고 싶으면, 항상 겸손해야 한다.

스타트업(Startup)이라는 단어 자체가 뭔가를 시작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회사가 작든, 크든, 잘 되든, 안 되든, 항상 이제 시작하고 있고, 계속 성장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은 중요하다.

대등한 경쟁

지난주 한국 – 멕시코 월드컵 축구경기에 대해서 어떤 외국인이 나한테 “한국 팀치곤 그 정도면 괜찮게 했다”라고 했는데, 난 이 말을 듣고 얼마 전에 어떤 외국 VC가 했던 “한국 스타트업치곤 나쁘지 않네”라는 말이 생각나서 기분이 좀 그랬다. 조금 더 설명하자면, 한 회사에 최소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하는 꽤 큰 미국 투자자를 만나서 우리가 투자한 몇 스타트업에 대한 설명을 한 적이 있다. 큰 규모의 투자를 하므로, 우리 투자사 중에서도 내가 생각하기에 꽤 잘하고, 글로벌 기준으로 봐도 수치나 팀의 수준이 괜찮은 회사들 이야기를 했다. 흥미 있게 들었지만, 결국 “Not bad. For a Korean startup”이라는 말을 했다.

실은, 이 말을 어떻게 이해하냐에 따라서 반응이 달라질 텐데, 나는 이 말을 좀 부정적으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솔직히 조금은 자존심도 상했다. 그냥 좋은 회사면 좋은 회사지, 굳이 “한국 회사치곤”이라는 말을 하는 이유는 그만큼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스타트업에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반영이 되었기 때문이다. 내가 얼마 전에 태국에 갔다가 TV에서 태국 음악 프로그램을 봤는데, 태국을 대표하는 가수조차 흔한 한국 연습생보다 춤과 노래 실력이 떨어진다는 걸 느꼈다. 그때, “그래도 태국치곤 나쁘지 않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아마도 위에서 말한 그 투자자는 이와 비슷한 생각을 했던 거 같다.

나는 앞으로 한국 스타트업이 더 잘해줬으면 한다. 지금도 충분히 잘 성장하고 있고, 실은 한 나라에서 좋은 회사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우리가 생각하는 거 보다 훨씬 더 많은, 보이지 않는 요소들이 유기적으로 상호작용을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시간이 5년~10년은 더 걸릴 것으로 생각된다. 그래도 나는 가능하면 이 시간을 계속 단축하는 노력을 창업가, 투자자, 기업인, 정부, 학교가 해줬으면 한다. 그래서 ‘한국 회사치곤’이 아닌, 누가 봐도 좋은 회사가 – 글로벌 시장에서 조금도 양보받지 않고, 남들과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그런 좋은 회사 – 한국에서 많이 탄생했으면 한다.

실은 이렇게 대등한 경쟁을 하려면, 우리 스스로 잘 해야 한다. 알토스벤처스 한 킴 대표님이 항상 강조하는 “더, 더, 더”를 모든 창업가가 매일 연습해야 한다. 한국을 벗어나서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영어도 더 잘 해야 하고, 누구나 다 이해할 수 있는 숫자/데이터 기반의 비즈니스를 더 잘 해야 하고, 한국 축구가 강조하는 투혼이 아니라 실적과 성과가 뒷받침되는 진정한 실력을 더 잘 키워야 한다.

나도 이 여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한국 축구의 미래는 잘 모르겠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는 밝다.

날카로운 칼

knife sharpen시장에 아무리 돈이 많이 풀렸어도, 펀드레이징은 항상 어렵다. 나도 오래전에 스타트업을 하면서 투자유치를 한 경험이 있는데, 그때도 정말 어려웠고, 이제 시장이 더욱더 빡빡해지고, 더 좋은 경쟁상대들도 많기 때문에, 요새 투자 받는 건 더 어려워진 거 같다. 그런데 지금 투자받기 위해서 열심히 자료 만들고, 투자자들 연락하고, 피칭하고 있는 대표님들한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수 있는 말을 하나 하자면, 우리 같은 VC들이 투자금을 모으는 과정도 만만치 않다. 아니, 오히려 스타트업이 VC한테 투자 받는 거 보다, VC가 LP들한테 투자 받는 건(이걸 ‘출자’라고 한다) 훨씬 더 어려울 수 있다. 스타트업은 제품, 매출, 사용자 등 뭔가 보여줄 만한 게 있지만, VC의 실적은 최소 5년이 지나야지 나오기 때문이다. 어떤 펀드는 10년이 지나도 실적이 나오지 않는다. 그 실적이 나오기 전까지는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는 스토리를 가지고 정말 열심히, 전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투자유치를 해야 한다.

우리도 요새 새로운 펀드를 만들고 있는데, 내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 2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왜 펀드 규모를 더 키우지 않냐이고, 두 번째는 왜 스트롱은 한국과 LA 지역에만 투자하냐이다. 실은 항상 받는 질문들이기도 하지만, 이 질문들에 대한 우리 생각이 우리의 태생과 철학을 잘 반영하기 때문에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우리 현재 펀드 규모는 약 180억 원이고, 이번에 새로 만드는 건 조금 더 크다. 하지만, 그래도 대형 기관한테는 – 특히, 해외기관 – 너무 작은 사이즈다. 대형 기관들은 펀드에 출자하려면, 최소 규모 이상으로 출자를 해야 하는데, 이게 전체 펀드의 특정 퍼센트를 넘기면 안 된다. 예를 들면, 특정 기관투자자가 펀드에 출자할 수 있는 최소규모가 500억 원인데, 이게 전체 펀드의 10% 이하여야 되면, 그 펀드의 규모는 최소 5,000억 원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펀드 규모가 작기 때문에 해외 기관투자자들과는 항상 이런 문제가 발생한다. 스트롱이 하려고 하는 건 좋은 거 같은데, 펀드 규모가 너무 작으니까, 아예 펀드 규모를 더 키우면 출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도 돈이 필요한 입장에서 귀가 솔깃해진다.

어쩌면 펀드 규모가 더 커지면 펀드레이징이 더 수월해질 수도 있겠지만, 우리의 태생과 뿌리를 항상 스스로 상기시킨다. 우린 초기 투자자다. 가끔은 법인도 없고, 제품도 없는 팀한테 투자하고, 다른 투자자가 항상 “저게 될까? 너무 초기라서 잘 모르겠네.”라고 하는 단계에 과감하게 투자한다. 스트롱은 이걸 공식적으로 7년 동안 해왔기 때문에 이제 어느 정도 익숙해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존과 내가 이 전에 미국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운영해보면서 개고생한 경험이 풍부하고, 이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들을 도와주려는 사명이 있기 때문에 우리는 초기 투자를 해왔고, 이걸 좋아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다. 펀드 규모가 커질수록 초기 투자만 하는 게 힘들어진다. 더 큰 규모의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하면서도 항상 큰 펀드의 큰 수익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우리가 좋아하고, 그나마 남들보다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초기 소액 투자를 할 수가 없게 된다. 펀드가 커지면 사람도 더 필요한데, 실은 이 부분도 나는 자신이 없다. 큰 규모의 팀을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을 관리해야 하는 건 나에겐 매우 힘든 일이다.

왜 우리는 다른 지역에 투자하지 않나? 이게 우리가 펀드레이징 할 때 두 번째로 많이 받는 질문이다. 많은 한국의 VC나 기업들이 동남아 시장에 투자하고 있는데 왜 스트롱은 7년 동안 한국과 LA 지역에, 그것도 ‘한국’이라는 테마를 고집하는지 LP 들이 물어본다. 일단 나는 VC라는 업은 겉으로 보면 상당히 글로벌한 직업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상당히 로컬(=local)하다고 생각한다. 아니, 로컬 하다 못해 하이퍼로컬 하다. 한 지역의 회사에 투자하려면, 그 지역의 언어를 알아야 하고, 지역의 창업가/투자자/기업 커뮤니티와 깊숙한 관계를 맺어야 하는데 이게 가능해지려면 그 지역에 있어야 하고, 그 지역을 잘 알아야 한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한국과 LA에 7년 동안 투자하면서, 이 두 시장의 특성을 인제야 조금 알 것 같다. 실은, 이 두 시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완전히 own 하려면 아직 한참 멀었기에, 이 시점에 내가 전혀 모르고, 말도 못 하고, 전혀 네트워크가 없는 새로운 지역에 투자하는 건 왠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실은 위 두 개 질문에 대한 내 답변을 쉽게 풀어 말하면, 내가 잘 할 수 있는 거에 집중하고, 잘하는 걸 더 잘 연마하는 거다. 7년 동안 열심히 공부하고, 네트워크를 만들고, 어느 정도 평판을 쌓았으면, 이걸 계속 더 잘 할 수 있도록 더욱더 집중하고 싶다. 내가 창업가들한테 자주 말하는 “칼날을 더욱더 날카롭게 다듬는” 작업이다. 어마어마하게 크고 무겁지만, 날이 뭉툭한 칼로는 그 어느 것도 제대로 자를 수가 없다. 반면에, 작고 가볍지만, 날이 예리한 칼은 깊게 자를 수 있다.

결국, 투자하는 투자자나, 투자받는 창업가나 지속해서 칼을 날카롭게 만들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InsideJapan Tours>

경험과 패기

테니스 메이저 대회 중 하나인 2018년 French Open이 한참 진행 중이다. 이제 후반 부인 2주 차로 접어들면서 점점 더 재미있고, 치열한 시합들이 많아지면서 이번 주는 생각만 해도 행복하다. 테니스라는 운동 자체가 워낙 체력소모가 많고, 30대 중반부터는 체력이 급격하게 떨어지기 때문에, 우승하려면 무조건 젊어야지 유리하다. 이걸 증명하듯이, 16강 진출한 선수들을 보면, 우리가 잘 아는 라파엘 나달이나 노박 조코비치와 같은 30대 노장?들도 있지만, 어리고 아직 테니스 업계에서는 이름이 많이 알려지지 않은 미래의 ‘다크호스’들도 상당히 많다.

주말에 이 젊은 선수들의 경기를 봤는데,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남자 테니스의 레벨을 한 단계 더 올릴만한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들이었고, 힘과 스피드에 있어서는 역시 30대 노장 선수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세했다. 220km에 육박하는 서브를 3시간 내내 뿜어대면서, 코트를 종횡무진 누비고, 완전히 새로운 스타일의 플레이를 하는 20대 초반 선수들을 어떻게 당해낼 수 있을까 경기 보면서 계속 생각했다. 마치 얼마 전에 내가 썼던 제도권을 위협하는 10대 창업가와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런데, 경기의 결과는 조금 더 나이가 있고, 국제무대의 경험이 많은 노장들의 승리로 끝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체력적으로 밀리고, 새로운 플레이 스타일을 받아들이는 데 있어서 느리다는 단점을 이들은 노련함, 꾸준함과 일관성으로 극복했다. 시작은 밀리는 경우도 많았지만, 역시 끝나기 전까지는 끝이 아니기 때문에, 이들은 과거 수많은 시합으로부터 몸으로 배우고 익힌 경험을 기반으로 자신만의 플레이를 꾸준히 하면서 상대방의 약점을 계속 공격했다. 화려한 서브나 풋워크, 또는 미사일 같은 포핸드와 백핸드를 시합 내내 구사할 수 있는 체력은 없었지만, 착실하게 포인트를 하나씩 이기면서 시합을 잘 마무리했다.

요새 내가 점점 더 젊어지는 창업가를 만나면서 이제 성공적인 스타트업을 하려면 무조건 나이가 젊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접근성이 없는 신세대를 어떻게 하면 더 잘 이해하고 만날 수 있겠냐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데 프랑스 오픈을 보면서 또 다른 각도에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젊은 패기, 체력, 기존 방식에 대한 거부감은 실은 테니스나 스타트업에서나 성공에 기여할 수 있는 좋은 요건이라고 생각한다. 나도 큰 편견은 없지만, 이왕이면 나이가 좀 있는 창업가보단 젊은 창업가들한테 더 관심이 간다. 하지만, 그렇다고 항상 젊은 창업가한테 베팅할 수 없는 가장 큰 요인은 ‘경험’ 때문이다. 실은, 성공 경험이 더 좋긴 하지만, 실패 경험도 절대로 무시할 순 없다. 우리 업에서 경험은 배움과 일치하기 때문에, 성공하든 실패를 하든 배움의 깊이가 제일 중요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이 first time entrepreneur들은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위에서 말한 그런 노련함이나 끈기가 없는 경우가 많은데, 이 또한 성공적인 창업에 젊은 패기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에서 돌아다니는 글 제목을 보니까 가장 성공하는 창업가의 평균 나이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20대도 아니고, 30대도 아니고, 40대라고 하던데, 아마도 내가 말하는 거와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경험이 있다고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아무리 같은 분야의 비슷한 서비스라도, 과거의 경험이 현재의 성공과 직결되어있진 않기 때문이다. 아니, 오히려 과거의 경험이 유연한 사고를 방해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경험 없는 무식한 패기가 유니콘을 만드는 걸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그래서 경험이 중요하다는 말인가, 아니면 패기가 중요하다는 말인가? 한 가지만 선택하라고 하면 나는 패기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경험은 시간이 지날수록 쌓이고, 습득할 수 있지만, 패기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할 확률이 크기 때문이다.

내면의 목소리

이 주제에 대해서는 내가 여러 번 글을 썼지만, 나도 실은 잘 모르고, 그 누구도 이에 대한 정답을 제공해 줄 수 없을 것이다. 창업하고 잘 해보려고 정말 별짓을 다해봤지만, 아무리 해도 안 될 것 같을 때, 이땐 어떻게 하나?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존버하는게 맞을지, 아니면 고집부리지 말고 깨끗하게 여기서 접는 게 맞을지에 대한 결정에 대한 이야기다.

실은 이 주제에 대한 내 생각은 항상 왔다 갔다 한다. 남들이 다 안 된다고 하는 비즈니스를 오랫동안,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버티다가 결국 성공하는 사례를 보면 역시 계속 버티는 게 정답이라는 생각을 하지만, 너무 오래 버티기만 하면서 좋은 기회를 다 놓치고 시간도 다 허비하고 결국 잘 안 되는 사례를 보면, 역시 아니다 싶을 때 그만두는 게 본인, 동료, 가족 그리고 인류를 위해 유익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과연 그 “아니다 싶을 때”는 도대체 언제일까? 회사를 시작하고 처음 이런 생각이 들면, 그때가 그만둘 때인가? 아니면 두 번째로 이런 생각이 들 때인가? 자금을 다 소진하고, 전 직원이 무급으로 일하는 기간이 12개월이 될 때인가? 내가 만나는 창업가 중 이런 질문을 하는 분들이 있다. “대표님, 이제 정말 죽을 거 같아요. 더 하면 돌아버릴 거 같은데요, 여기서 그만둬야 하는 건가요? 그래도 더 버티면 어쩌면 뭔가 잘 될 수도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아, 정말 이분들한테는 뭐라고 이야기를 해줘야 할지 잘 모르겠다.

요새 나는 조금 더 버티는 방향으로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해본다. 평지가 아닌 가파른 경사의 언덕길을 뛰어 오를 때 중요한 건 속도 보다는 인내력이고, 체력보다는 정신력이다. 벤처도 비슷한 거 같다. 절망적인 상황에서 중요한 건 뭐니 뭐니 해도 버티는 정신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존버’ 정신인 거 같다. 하지만, 버티는 것도 무식하게 버티기보단 스마트하게 버텨야 한다. 그냥 지금까지 투자한 돈과 시간이 아까워 오기로 버티기보단, 우리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필요가 있다. 이 사업을 포기하면 남들한테 내가 어떻게 보일까 하는 생각은 도움이 안 되니, 할 필요가 없다.

“나는 내가 하는 이 사업을 진심으로 믿고 있는가?” , “어렵지만 조금만 더 버티면 정말 이 힘든 상황을 바꿀 자신이 있는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내 내면의 목소리가 정말 그렇다고 답하면, 그땐 계속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게 아니라, 죽을 거 같이 어려우면서도 내가 이 비즈니스를 계속 고집하는 이유가 주위의 시선, 자존심, 그리고 자격지심 때문이라면 당장 멈추는 게 모두를 위해서 좋다.

사업을 시작하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지만, 사업을 접는 것도 용기가 필요하다. 언제 그만둬야 할지 아는 창업가가 현명한 창업가다. 스타트업이 실패했다고 그 창업가 개인이 실패한 건 아니다. 그냥 사업이 잘 안 된 거다. 훌훌 털어버리고, 다시 일어나서 가던 길 가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