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일을 하는 시스템 만들기

우리는 한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모바일 앱 중 하나인 개인 간 직거래 마켓플레이스 당근마켓의 투자자다. 스트롱이 항상 그랬듯이, 당근마켓도 시장과 제품을 보고 투자했다기보단, 이 팀의 공동창업자 김용현, 김재현 님을 보고 투자했는데, 아주 좋은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두 분이 local 시장에 대한 경험과 이해도도 높고, 성향과 스킬이 다르기 때문에, 서로 상호보완하는 팀플레이가 매우 좋다.

내가 항상 이 회사에 대해 놀라는 건, 다른 회사들이 사용하는 자원의 절반으로 2배 이상의 성과를 만드는 lean 한 팀을 운영하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일당백을 할 수 있는 좋은 인력이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회사의 많은 자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인 거 같다. 얼마 전에 당근마켓 김재현 대표님이 이런 이야기를 나한테 했다. “우리 회사 직원이 모두 무인도에 6개월 동안 갇혀서, 그 동안 누구도 회사 일을 할 수 없어도 당근마켓 서비스의 성장이나 매출, 그리고 모든 수치는 전혀 영향받지 않고 자동으로 돌아갈 수 있게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실은, 당근마켓 뿐만 아니라, 적은 인력으로 항상 더 많은 걸 해야 하는 모든 스타트업이 고민해야 하는 중요한 주제이다. 우리 투자사를 하나씩 비교분석해보지 않았지만, 매우 많은 회사가 사람이 – 특히, 대표이사가 – 직접 개입해서 모든 걸 처리해야 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물론, 시작은 모두 이런 노가다로 시작하지만, 회사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어느 순간부터 사람이 하는 일을 줄이면서 시스템이 일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런 전환이 참 쉽지 않은 거 같다. 현실은, 아직도 대표이사나 담당 직원이 아파서 하루만 회사를 비우면 회사 지표에 큰 타격을 받는다. 담당자 아니면, 그 업무에 대해 회사 내 그 누구도 모르기 때문에, 누가 잠깐 휴가를 간 동안 회사 업무가 마비되는 것도 나는 여러 번 봤다.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을 시스템이 할 수 있도록 자동화 해야 하고, 여기에서 그 스타트업의 개발력이 크게 기여한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이게 가능한 건 아니다. 개발력이 약한 회사는 항상 노가다 모드로 일을 해야 하는데, 이렇게 하면 성장에 명확한 한계가 있다. 왜냐하면 팀이 모두 자고 있을 때도 회사는 성장을 해야 하는데, 시스템으로 일하지 않고 몸으로 하면 하루에 24시간 이상 일을 못 하기 때문이다. 이런 회사는 대표이사의 과감한 투자와 결단이 필요하다. 시작할 때는 돈도 없고, 시스템을 만드는 거보다 그냥 전 직원이 직접 몸으로 뛰는 게 더 쉽겠지만, 어느 순간이 오면 시스템을 만들고, 프로세스를 만들어야 한다. 좋은 개발팀에 어느 정도의 과감한 투자를 해야 한다. 어떤 비즈니스는 직접 물건을 만들거나, 포장하거나, 배달해야 하는, 오프라인 프로세스 위주라서 시스템을 만들 수 없다고 하는데, 이런 비즈니스도 최대한 많은 프로세스를 자동화하고 시스템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노력을 하지 않으면, 회사의 성장은 선형적으로 증가하는 비용 위에서 이루어지고, 이런 구조의 비즈니스는 큰 기업가치를 만들 수가 없다.

모든 창업팀은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해보면 좋을 거 같다.
“우리 회사가 단체 해외 워크숍을 가는데, 비행기가 무인도로 추락해서, 여기에 3개월 동안 고립된다면, 우리 회사의 매출과 성장에 얼만큼의 지장이 있을까?”

물론, 모든 회사가 타격을 입을 것이지만, 어떤 회사는 그 타격의 강도가 그나마 견딜만하고, 어떤 회사는 무인도에서 탈출하면 다시 돌아갈 회사 자체가 없을 것이다.

Handshake

Handshake우리가 첫 번째 펀드에서 투자한 미국 회사 중 Purse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내가 이 회사와 교포 창업가 Andrew Lee에 대한 글을 전에 여기에 올린 적이 있다. Purse는 이미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왔고, 유니콘이 되진 않았지만, 나쁘지 않게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 회사의 대표 Andrew도 워낙 똑똑한 엔지니어고, 비트코인에 일찍 눈을 떴기 때문에, 암호화폐나 ICO에 대한 대중적인 관심이 생기기 훨씬 전부터 이 분야에서 좋은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재미있는 프로젝트에 관여하기 시작했다.

이 분이 아주 오랫동안 조용히 준비해오던 Handshake 라는 프로젝트의 처음이자 마지막 펀딩이 얼마 전에 마무리됐다. 스트롱도 운 좋게 a16z Crypto, Founders Fund, Polychain, Draper Associates 등의 훌륭한 top VC들과 함께 참여했는데, 자세한 내용은 코인데스크 기사를 읽어보면 된다. Handshake는 일단 좋은 개발자들의 신박한 프로젝트다. 우리 투자사 Purse의 Andrew Lee와 lightning network를 만든 Joseph Poon, 그리고 비트코인 업계에서 유명한 또 다른 교포 Andrew Lee를 주축으로 이 동네에서 개발 좀 한다는 사람들이 좋은 의도로 모였다.

그리고 요즘 좀 질려버린 기존 ICO랑 다른 점이 몇 개 있다. 실은 이 팀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 ICO 모델을 완전히 엎어버리는 걸 지향하고 있다. 일단 투자할 법인 자체가 없다. 다른 ICO와 같이 토큰을 나눠주기 위한 재단도 필요 없기 때문에, 우리는 Handshake라는 프로토콜에 투자한 것이다. 이번에 참여한 투자자들은 전체 프로토콜의 7.5%를 구매했고, 앞으로 이 프로토콜은 더이상의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다. 따로 할당해놓은 7.5%는 프로젝트팀에 할당될 것이고, 이 부분이 제일 재미있는데, 나머지 85% 토큰은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공짜로 배포할 예정이다. 이 방법 또한 일반적인 에어드롭과는 상반된다.

이제 시작이기 때문에, 앞으로 어떻게 될 진 그 누구도 모르지만, 이 프로젝트와 이 팀한테 우리가 거는 기대는 상당히 크다. 아주 큰 일을 할 수 있는 팀이고, Handshake가 실현된다면 재미있는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으로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andshake 웹사이트>

Hustle의 승리

나는 hustle이라는 말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인지 우리 투자사 중 힘든 상황이지만, 화이팅 넘치게 싸우는 창업가들을 존경한다. 실은 존과 나도 hustle로 스트롱이라는 브랜드를 열심히 만들고 있고, 우리도 다른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매일 고생하면서 힘들게 앞으로 꾸역꾸역 나아가려고 열심히 몸으로 뛰는 허슬러들이다.

나는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한테 믿음을 잃었다면 빨리 그만두지만, 계속 믿는다면 악착같이 hustle 하라고 조언하는데, 최근에 이런 hustle의 중요함을 우리 투자사를 통해서 다시 한번 제대로 경험했다.

전에 한 번 포스팅 한 적이 있는 마이듀티의 정석모 대표님이 얼마 전에 카카오벤처스로부터 투자를 받았다. 솔직히 10억 원이면, 요새 기준으로는 그렇게 큰 투자금은 아니라서 뭐 그렇게 대단한 건 아니지만, 이 투자를 받기 위해서 마이듀티 팀이 그동안 아주 멀리 돌아왔던 길을 내가 잘 알기에, 그리고 거의 2년 동안 무수히 많은 거절을 당한 걸 내가 다 알기 때문에, 이번 투자는 나한테도 상당히 시시한 바가 컸다. 실은 간호사 교대근무 캘린더 마이듀티의 사용 도는 엄청나게 높다. 한국 간호사 중 70% 이상이 이 앱을 사용하고 있고, 홍콩의 경우 90%가 사용한다. 하지만, 이 팀이 항상 부딪혀서 넘어졌던 부분은 상대적으로 작은 시장과 명확한 수익 모델의 부재였다. 지난 2년 동안 나도 많은 VC들한테 소개를 했지만, 몇 번 미팅하다가 이런 이유로 수 없이 미끄러졌다. 그래도 이 팀은 포기하지 않고, 계속 개발하면서 테스팅했다. VC들이 자금을 제공하지만, 이 앱의 실제 고객은 간호사이고, 고객은 계속 마이듀티 앱을 종교적으로 사용했고, 그 수는 꾸준히 증가했다. 약하다고 지적받은 수익모델도 다양하게 실험하면서 가장 좋은 모델을 정교하게 다듬어 나아갔다. 그러면서 계속 투자자 문을 두드렸고, 하나의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을 두드렸다. 그러다 보니, 카카오라는 좋은 투자사가 문을 활짝 열어줬다.

또 다른 회사는 울산과기원 팀 페달링이다. 실은 페달링은 원래 학생과 과외선생을 중개해주는 마켓플레이스로 시작했고, 거의 2년 동안 이 비즈니스를 했다. 내가 옆에서 잘 봐서 아는데, 공대선 대표 정말 열심히 했다. 아마도 2년 동안 할 수 있는 거는 거의 다 시도해봤는데, 그래도 실적은 좋지 않았다. 실은 올 초에 나는 이 팀한테 인제 그만 하라는 제안까지 했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이건 안 되거나, 이 팀이 할 수 없는 사업이라고 혼자 마음속으로 결정했고, 젊고 똑똑한 이 친구들도 이제 더 늦기 전에 자기 갈 길을 잘 찾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페달링 팀은 죽을 땐 죽더라도 찐하게 한 판 더 싸우고, 그래도 안 되면 장렬하게 전사해야겠다는 각오로 마지막 피보팅을 시도했다. 그 비즈니스가 클래스101이라는 취미클래스 플랫폼인데, 이 서비스가 그동안 페달링 팀이 경험하지 못했던 경이로운 성장을 하고 있다. 실은, 나는 클래스101에 대해서도 초반에는 회의적이었고, 이것도 망해서 페달링 곧 문 닫겠다는 마음의 각오를 하고 있었는데…웬걸…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물론, 매우 행복한 빗나감이었다. 실은, 과외 매칭 플랫폼을 할 때는 투자자들이 만나주지도 않았는데, 요샌 VC들이 거꾸로 관심 있다고 연락이 너무 많이 온다.

마이듀티랑 페달링을 보면서 다시 한번 많은 배움을 얻었다. 실은, 나 같으면 정석모 대표같이 2년 동안 투자 못 받고 시장과 수익모델에 대해 안 좋은 소리를 들었으면, 계속 비즈니스 할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나 같으면 공대선 대표같이 원래 하던 게 잘 안돼서 회삿돈은 바닥난 지 오래됐고, 낭떠러지가 눈앞에 보이는데, 새로운 비즈니스로 피보팅해서 처음 사업하는 것처럼 열심히 할 수 있었을까? 자신 있게 “YES”라고 대답할 자신이 없다.

내가 이 일을 좋아하는 이유다.

길이면 좋고, 아니라도 좋고

지난주에 브리티시 오픈 골프 대회가 열렸다. 작년에 조던 스피스 선수가 완전 극적으로 승리하는 걸 생방송으로 다 봤는데, 올해는 타이거 우즈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해서 4일 내내 눈이 너무 즐거웠다. 그냥 디오픈(The Open)이라고 부르는 브리티시 오픈은 해안 지역을 따라 만들어진 링크스(Links)라는 코스 지형에서 개최되는데, 링크스 코스는 자연 목초지에 그대로 골프장을 조성하기 때문에 우리가 흔히 아는 그런 녹색 잔디가 깔린 골프장과 아주 다르다. 또한, 바다 옆에 있기 때문에 예측할 수 없는 기상, 해풍을 뚫고 자란 무릎까지 오는 러프, 사람 키보다 높은 벙커 때문에 다른 메이저 대회보다 선수들의 평균 점수는 항상 나쁘다.

이번 대회도 과거와 다르지 않았다. 나는 마지막 이틀 경기를 거의 다 봤는데, 페어웨이에서 공을 치는 선수 보다 그 옆의 러프나 벙커에서 공을 치는 선수들이 더 많을 정도로 모든 선수가 고전하고 있었다. 모두 다 고전하는데, 상위권 선수들은 왜 점수가 좋았을까? 상위권 선수들이라고 모든 샷을 다 잘 칠 순 없다. 멘탈이 중요한 게임이라서 그런지, 잘 치는 선수도 페어웨이를 많이 놓치고, 깊은 벙커나 러프에서 스윙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이 선수들의 공통점은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벗어나게 하는 그 한 샷이 항상 있다는 점이다. 상위권 선수들의 플레이를 보면, 모두 다 이런 결정적인 샷이 있다. 그린이 보이지도 않는 언덕 밑의 러프에서 바로 홀 옆으로 공을 착지시키는 샷이나 그 높은 벙커에서 바로 홀에 집어넣는 그런 한 샷 말이다.

스타트업 운영도 이와 비슷한 점이 많은 거 같다. 스타트업 인생은 길 보다는 길이 아닌 곳으로 가는 경우가 많다. 진흙 길, 가시밭, 살얼음 등….모두 어려운 싸움을 하면서, 나도 언젠가는 장애물이 없는 정상적인 길로 진입하는 꿈을 꾼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게 길이 아닌 곳을 가다가 갑자기 리바운드해서 사업이 잘되는 경우가 있다. 아니, 내 주변에 잘 된 팀은 모두 이렇게 갑자기 어떤 특정 계기로 인해서 정상적인 길로 진입을 했다. 위에서 말한 그 ‘한 샷’ 때문이다. 그동안 그렇게 러프로만 가다가, 곧 망하겠다는 위기까지 가지만, 이 한 샷으로 갑자기 product-market fit이 찰지게 만들어지면서, 사업이 유턴을 한다.

그래서 인생은 한 방이라는 말들을 하나보다. 골프 선수든 벤처기업가든 인생에서 필요한 건 딱 한 번의 좋은 샷이다. 여러 번 치면 좋겠지만, 결정적인 한 샷이면 충분하다. 여기서 한 가지만 더 말하고 싶은 건, 겉으로 보면 그냥 그 한 샷이 운이 좋아서 나온 거 같지만, 실제로는 수년, 수십 년 동안 준비하고 연습을 했기 때문에 그런 샷이 가능한 거다. 반복을 통한 연습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 이런 샷이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항상 길로 가면 좋지만, 길이 아니라도 상관없다. 계속 앞으로 가면서, 준비하면, 결정적인 한 방을 날릴 기회가 올 것이고, 그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항상 준비되어 있어야 한다.

짐승피칭

beast mode on이젠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나도 벤처에서 일 할 때 VC 앞에서 많이 피칭했다. 피칭이 항상 그렇지만, 대부분 잘 안 됐고, 무수히 거절당했지만, 그렇게 거절당하면서 소중하고 의미 있는 관계가 만들어졌다. 당시에는 몰랐지만, 거의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서 뒤돌아보면 당시 나를 만든 건 당시 있었던 우연한 만남과 거절이 아닐까 싶다. 자세한 건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실은 지금도 VC로서 출자자(LP)한테 피칭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우리 투자사 대표한테 피칭 관련 조언을 하자면 항상 최선을 다하는 건 기본이고, 정말 제대로 하려면, 내 안의 모든 걸 다 바쳐서 미친 듯이, 짐승같이 피칭하라고 한다. 즉, 완전 올인 하라는 말이다. 실은, 돈 없는 스타트업의 대표는 1년 내내 펀드레이징 모드로 살아야 한다. 돈은 없고, 돈 있는 사람을 언제 어떻게 만날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준비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VC들도 워낙 많은 창업가의 자료와 피칭을 접하다 보니, 정말로 이 분이 진정성과 혼으로 피칭을 하는지, 아니면 그냥 대강대강 하는지 금방 눈치채기 때문에, 항상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하고, 실제 피칭을 하면 최선을 다 해야 한다. 왜냐하면, 그렇게 내 안의 짐승을 풀어서 피칭을 해도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 기업가치 수조 원 짜리 회사를 만든 창업가를 만날 기회가 있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이 분의 개인 가치만 해도 1조 원이 넘고, 만약에 지분을 조금이라도 현금화했다면 실제로 소유한 자산이 수천억 원 있을 것이다. 이 사람이 다시 창업해서 투자유치를 하고 있었고, 나는 우연히 이 분이 피칭하는걸 옆에서 접할 수 있었는데, 온종일 감명받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이 창업가의 백그라운드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이 분이 피칭하는걸 봤다면, 이제 사회생활을 시작한 젊고 패기 넘치는, 처음 창업하는 사람이 피칭하는거라고 느낄 정도로 열심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모든 미팅에 임했다. 눈에서는 레이저가 나오고, 침을 튀기면서 자신의 회사와 서비스에 관해 설명 하는걸 보면서, 속으로 나는 정말 많은 걸 느꼈다. 그것도 한 번도 아니고, 하루에 4번 이상, 이렇게 투자자 지갑 안의 돈을 모두 훔칠 기세로 피칭하는걸 보면서 마치 무슨 짐승이 피칭한다는 착각까지 할 정도였다.

나중에 물어봤다. 그냥 본인 돈으로 사업을 해도 되는데, 굳이 이렇게 힘들게 치사하게 남한테 투자받는 이유를. 그러니까 일단 자신도 사업하면서 정말 좋은 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고, 그래서 여기까지 잘 왔기 때문에, 이번에는 다른 분들도 다 같이 잘 되고, 모두 다 돈을 벌게 해주고 싶은 이유가 가장 크다고 살짝 귀띔해주고, 다음 피칭 시간 늦었다면서 바로 또 택시를 타고 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걸 느낄 수 있었다. 우리 투자사는 대부분 돈이 절실히 필요한 입장에서 피칭을 하는데, 실은 위에서 말 한 이 분보다 덜 열심히, 덜 절박하게, 덜 짐승답게 투자유치를 하는데, 앞으로 더 열심히 하라고 격려할 수 있는 좋은 생생한 사례가 하나 생겨서 기분이 좋았다.

<이미지 출처 = makemymer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