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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공룡, 그리고 Windows 8

마이크로소프트가 이제는 뭐를 해도 절대 놀라지도 않고 관심도 갖지 않을거라고 스스로에게 다짐을 했건만, 내일은 괜히 기대가 된다. 10월 26일은 Windows 8이 세상에 공개되는 날이다 (10월 25일 뉴욕에서 공식 launch 행사가 있다).

나도 Windows 8을 직접 사용해 보지는 못했다. 여러 사람들의 사용후기, 이번 주 부터 세게 보여주고 있는 TV 광고, 동영상, 스크린샷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아직 일하고 있는 옛 동료들을 통해서 들은 게 전부이다. 10명 중 9명으로 부터는 상당히 좋은 피드백을 들었고 나머지 한 명으로부터는 엄청나게 좋은 피드백을 들었다 (그 한명은 마이크로소프트 직원이다). 변화를 거부하는 공룡이라는 비판을 받는 마이크로소프트이지만 과거에 전혀 변화를 시도하지 않았던거는 아니다. Xbox, Zune, Office365, Microsoft Store 등과 같은 제품과 서비스들을 통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많은 새로운 실험을 하긴 했다. 하지만 Windows 8은 과거 그 어떤 시도보다 훨씬 강도가 크고 그만큼 리스크도 큰 혁명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제품이다. 어떻게 보면 회사의 운명이 걸려있는 비싸고 위험한 시도라고 할 수 있다.
현재 Windows 운영 체제를 사용하고 있는 전세계 사용자 10억명에게 Windows 8은 단순한 업그레이드가 아닌 운영체제의 지각변동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만 3억 3,600만대의 PC가 팔렸다고 한다. 감이 잘 안온다면 이건 1초마다 PC가 10대씩 팔린 꼴이다. 대부분의 PC는 개인보다는 변화를 엄청 싫어하는 기업고객들이 구매했는데 과연 이 보수적인 기업고객들이 완전히 바뀐 운영체제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새로운 운영체제로 10억명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조용히 풀을 잘 뜯어 먹고 있던 캐쉬카우를 스스로 죽여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Microsoft Windows는 25년 동안 동일한 디자인과 기본 컨셉을 유지했다. 파일들을 폴더에 보관하고 실제 사물과 비슷하게 디자인된 아이콘들을 기반으로 구성된 물리적인 책상을 따라만든 인터페이스는 Windows 1.0 이후 껍데기만 바뀌었을 뿐 기본 디자인과 컨셉에는 전혀 변화가 없었다. Windows 8은 이런 구시대의 디자인과 컨셉을 완전히 탈피하고 Metro라는 새로운 미니멀리스트 UI 개념을 도입했다.
물론, 누구나 다 변화에 발맞춰서 바뀌어야하고 빨리 변화는 tech 산업에 종사하는 회사라면 더욱 더 그렇다. 그렇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5백만 명의 사용자들을 보유하고 있는 2년된 스타트업이 아니다. 전세계 10억명의 유료 고객이 사용하고 있는 25년된 베스트셀러 제품 Windows를 만드는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이다. 그렇기 때문에 Windows 8의 변신은 바로 전세계 computing 방법과 문화의 변화를 의미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영어로 흔히 말하는 ‘tectonic shift(지각변동)’를 컴퓨터 산업에 일으킬 수 있는 제품이 될 것이다.

뛰어난 engineering power만을 기반으로 소프트웨어를 공장같이 찍어내는 마이크로소프트가 갑자기 디자인과 UX에 올인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하는데에는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공?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대표이사 스티브 발머는 ‘design’의 철자도 모르는 사람이라는 소문이 날 정도로 아름다움과 형태에 무관심하고 감이 없는 CEO다. 뭐, 딱 보면 그렇게 생겼다. 하지만, iPad 단일 제품의 매출이 Windows의 매출을 능가하고, iPhone 단일 제품의 매출이 마이크로소프트의 1년 전체 매출보다 커지는걸 보고 그는 큰 충격을 받았다. 그렇게 해서 메트로 UI와 Windows 8이 탄생했다고 관계자들은 말을 한다. 하지만…애플이라는 강력한 경쟁사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디자인 위주의 전략을 채택했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단순히 애플을 배끼는 길을 선택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완전히 새로운 각도에서 디자인, 소프트웨어, UI, UX를 접근했고 뭔가 굉장히 참신하고 새로운 제품과 방법론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운영체제에 대한 시장과 고객의 반응은 어떨까? 나 역시 정말 궁금하다. 어쨌던간에 마이크로소프트한테 이번만큼은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지금 내 머리속에는 이미 육중한 몸의 절반이 늪에 빠진 한마리의 덩치 큰 공룡이 죽을 힘을 다해서 바둥거리는 이미지가 떠오른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보겠다고 제살을 깍으면서 피똥싸는 모습은 아름답기까지 하다. 그 아름다움이 메트로 UI를 통해서 승화되길 바란다.

과거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글: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 in deep shit?
Andreessen and Skype
Microsoft Store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이 블로그를 오래 구독하신 분들은 알 텐데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와는 애증의 관계를 맺고 있다. 회사와 창업자 빌 게이츠는 사랑하지만, 현재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스티브 발머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뭉툭한 실행력은 정말 증오한다. 특히 내가 몇 년 동안 몸담았던 회사라는 점, 그리고 아직도 나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소액주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아쉽다.

그런데 놀랍게도 죽었다고 생각한 공룡이 요새 부활의 조짐을 보인다. 단순한 부활이 아니라 엄청난 역습을 준비하고 있다는 걸 많이 느끼고 있다. 나는 97년부터 Hotmail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내 지인들은 대부분 핫메일로 나와 개인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하지만, 10년 이상 업그레이드도 안 되고 버그도 너무 많아서 올해 Gmail로 완전히 갈아탈까 고민을 심각하게 했는데 얼마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Outlook.com을 론치 했다. Hotmail을 훨씬 더 빠르고 깔끔하게 향상했고 지메일에는 없는 여러 가지 유용한 기능을 Office 제품군 Outlook의 UI를 통해서 제공하는 의미 있는 업그레이드라고 생각한다. Facebook과 Twitter와 같은 소셜 서비스가 기본적으로 통합되어 있고 마이크로소프트가 85억 달러에 인수한 Skype 또한 곧 통합될 거라고 한다. 아직 한국에서는 서비스되고 있지 않는 걸로 알고 있는데 미국에서는 Outlook.com 론치 첫날 몇 시간 만에 백만 명이 등록했다고 한다. Outlook.com 자체가 큰 매출원은 아니지만 웹메일이라는 게 다른 웹서비스로의 통로 역할을 하므로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매우 중요한 서비스인데 그동안 계속 지메일에 밀리다가 드디어 의미심장한 업그레이드를 한 거 같다.

10월 출시예정인 Windows 8은 데스크톱과 모바일 기능들이 통합된 마이크로소프트의 단일 OS이다. 지금까지 터치 기기와 데스크톱 기기를 위한 운영체제가 별도로 존재해서 마이크로소프트도 별도의 자원과 인력을 유지해 야했고, 소비자들도 두 개의 OS를 사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감수했는데 아주 좋은 시도이자 실험이다. 시장에서의 초기 반응은 긍정적이지만, 실패할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은 공룡이 이런 실험을 한다는 점, 그리고 그 실험을 회사 전체 매출의 23%를 차지하는 제품으로 한다는 점에 박수를 보낸다.

Windows Phone 8 또한 시장에서의 반응은 조심스럽게 긍정적이다. 이미 애플과 구글에 많이 뒤져있고, 시장 점유율도 바닥이지만 Windows 8과 같은 골격으로 개발된 모바일 운영체제이기 때문에 개발자들은 여러 가지 앱을 제작하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애플보다 수년 전에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iPad에 한방에 시장을 빼앗겼던 태블릿 시장에도 다시 도전한다. 10월에 출시될 Surface 태블릿의 비밀무기는 Office이다. iPad는 콘텐츠를 소비하는데 있어서는 압도적으로 월등한 태블릿이지만, 콘텐츠를 생성하는데 있어서는 매우 약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콘텐츠 생성을 가능케 하는 오피스 제품군인 워드와 엑셀을 Surface에 기본적으로 장착할 예정이다. Surface는 콘텐츠를 생성해야 하는 사용자들한테는 매우 유용한 태블릿이 될 것이라고 많은 전문가는 예측한다. 차기 오피스 제품인 Office 2013은 대대적인 기능들이 업그레이드되었는데 구글 앱스에 효과적으로 대항하기 위해서 웹 호환성이 특히 좋아졌다고 한다.

여기에다가 마이크로소프트 매출의 20%를 차지하는 서버 제품군을 대표하는 윈도우스 서버의 차기 버전 Windows Server 2012 또한 9월에 출시될 예정이다. Server 2012를 사용해본 얼리어답터들과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은 virtualization 시장에서 VMware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정도로 잘 만든 제품이라는 평을 한다.

최근 몇 년 동안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 구글 때문에 엄청나게 고전했다. 스마트폰 시장은 완전히 놓쳤고, PC 시장은 애플의 iPad에 계속 빼앗기고 있다. PC 시장의 약세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캐쉬카우인 Windows와 Office 제품의 매출에 직격타를 날리고 있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는) 미지의 세계인 웹에서는 구글의 클라우드 기반 제품들 때문에 수십억 달러 손해를 보고 있다.

어떻게 보면 애플은 마이크로소프트보다 더 폐쇄적인 회사이고, 구글은 이제 사악해졌다. 다행히도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직 죽지 않았다. 올 하반기부터 멋진 반격이 예상되며 구글과 애플을 상대로 어떤 전술을 펼칠지 매우 기대된다. 이와 함께 마이크로소프트 주식도 조금 올라갔으면….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글:
Microsoft –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 in deep shit?
Andreessen and Skype
Microsoft Store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Next Act in Software Will See Microsoft Play to Its Strengths ” by Rolfe Winkler

별로 하고 싶지 않은 patent trolling

내가 2008년도에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은 patent trolling“이라는 글을 올린적이 있는데 이젠 이 제목을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은 별로 하고 싶지 않은 patent trolling”으로 바꿔야 할때가 온거 같다. Patent troll(특허 괴물)들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직접 만들지는 않지만 특허를 보유하면서 소송을 통해서 수익을 올리는 회사들이다. 아마도 내가 아는 가장 유명한 patent trolling 사건은 2006년도에 블랙베리 제조사 RIM이 모바일 이메일 특허 침해 때문에 NTP라는 patent troll에게 6.13억 달러를 지급한 사건이다. 물론, patent troll 본인들은 소송을 목적으로 특허를 취득하는게 아니라 오히려 자신들은 대기업들로부터 부당하게 특허를 빼앗기는 개인 발명가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존재한다고는 한다.

특허 때문에 아직도 지저분하게 싸우고있는 Apple과 삼성, 2011년 8월 구글의 125억 달러 Motorola Mobility 인수 그리고 바로 이번 주에 발표된 마이크로소프트의 11억 달러 AOL 특허 구매 (현금!)…이 모든게 빌어먹을 특허 때문이다. 나도 한때는 patent trolling을 하면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꼭 해보고 싶었지만 (한국의 대학이나 개인 발명가들로부터 특허를 구매해서) 이렇게 지저분해 지고 있는 tech industry의 판을 보고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현재 특허법에 의하면 특허 소유자가 그 특허를 기반으로 만든 물리적인 제품이 없어도 특허 침해 소송을 걸 수 있게 되어있는데, 이거 자체가 바뀌어야 한다. 특허 침해 소송을 하려면 반드시 그 특허를 기반으로 자신이 직접 제품을 만들어서 상용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디어’는 그 어떠한 가치도 없는 쓸모없는 쓰레기이다. 아이디어가 가치를 가지려면 반드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승화되어야 하는데 단지 아이디어를 처음 고안해낸 사람들한테 특허권을 부여하고 이들이 수년 동안 피땀흘려 열심히 제품을 만들어서 상용화한 사람들을 상대로 특허 소송하는건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특허법 전문가들은 생각이 다르겠지만. 

이런 비합리적인 특허법 때문에 patent troll들이 존재하는 것이고, 뭐 하나 만드는것도 없는 이런 회사들이 떼돈을 버는 것이다.

특허 소송을 방지하기 위한 일종의 보험으로 구글이 125억 달러를 주고 Motorola Mobility를 인수하고 마이크로소프트가 AOL이 보유하고 있는 800개의 특허를 11억 달러 현금구매를 했다. 두 회사가 쓴 136억 달러를 신제품 연구 개발에 대신 투자했다면 우리는 더 발전된 좋은 세상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고:
Andy Kessler, Patent Troll vs. Progress” (The Wall Street Journal, 2012.04.13.)
-John Cook, “Nathan Myhrvold’s Intellectual Ventures slaps AT&T;, T-Mobile and Sprint with patent lawsuit” (GeekWire, 2012.02.16.)  

Microsoft Store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

난 2005년 1월부터 2007년 5월까지 한국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마케팅 업무를 담당했었다. 내가 당시 근무했던 기간에는 아직 Google, Apple 그리고 Facebook의 힘이 지금같이 막대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걸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했고, 나름대로 innovation을 통해서 인류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있는 기업에서 일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보다 더 중요한 점은 바로 Bill Gates가 그 당시 회사의 CEO였기 때문에 Steve Ballmer의 허튼짓들과 광기를 억누를 수 있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동안 세월이 많이 변했고 레드몬드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는 정말 공룡같이 둔해졌고 어쩌면 곧 멸종될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래도 난 마이크로소프트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이 남아있다. 아직도 나는 MSFT의 소액 주주이며 아직 한 주도 팔지 않고 있다 ($30이 넘으면 팔려고 했는데 아직 몇 년째 못 넘고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난 빌 게이츠의 영원한 팬이기 때문에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신제품이 출시되거나 새로운 소식이 발표되면 꽤 관심 있게 검토하고 사용해보곤 한다.

얼마 전에 우리 집 근처의 쇼핑센터에 갔다가 그동안 말로만 듣던 Microsoft Store가 생긴 걸 보고 너무나 반가워서 와이프와 함께 들어가 봤다. 그리고 엄청 실망하고 나왔다.
아직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일하고 있는 옛 동료들과 친구들도 많고 또한 소액 주주로써 웬만하면 이제 MSFT에 대해서 부정적인 글을 쓰지 않으려고 했지만, 스토어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가 없어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Microsoft Store에 대한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마이크로소프트 벼룩시장”이다. 워낙 애플 스토어의 깔끔함과 미니멀리슴에 익숙해서 그런지 도대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뭘 파는 가게인지 약간 의심이 들 정도였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의 비즈니스 모델은 애플과 같이 A부터 Z까지 OS, 소프트웨어 그리고 하드웨어를 다 in-house에서 제조하는 게 아니므로 애플 스토어와 같은 ONE CONCEPT, ONE BRAND를 기대할 수는 없다. 나도 이 정도는 잘 알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내부 관련자한테 이에 관해서 물어보니 비슷한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소프트웨어만 주로 제공하고 하드웨어는 많은 제조업체가 만들기 때문에 다양한 모양과 다양한 색감이 보이는 건 어쩔 수 없습니다. 저는 오히려 애플과 같이 white, metallic, minimalist 컨셉보다 이런 게 훨씬 좋은 거 같은데요?”라는 말을 하는데, 역시 관련자의 수준이 이 정도이니 이런 후진 가게가 산출물로 나왔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이런 이유로 IBM, Sony, Samsung, Acer, ASUS, LG, HP 등등의 노트북, 데스크톱, 태블릿, 폰, TV와 잡동사니가 가지각색의 모양과 색깔로 어수선하게 전시되어야만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는 도대체 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최근 마이크로소프트의 행태를 보면 애플과 구글이 하는 걸 무조건 따라 하려는 성향이 있는데 애플 스토어의 인기가 많으니 일단 따라 한 거 같다는 느낌을 떨칠 수가 없었다. 밑에 사진 보면 현재 진행하고 있는 할인 프로모션 배너를 이젤 위에 얹어 놓았는데 싸구려 나무 이젤이라니….

안 그래도 어수선한 제품들을 파는 가게에서 더욱더 눈을 피곤하게 하는 건 바로 전반적인 색감이다. Windows 브랜드 색인 빨강, 파랑, 초록 그리고 노랑을 위주로 인테리어를 장식했고 직원들도 이 4가지 색 중 하나의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물론, 색을 통해서 브랜드를 계속 노출하는 건 좋은데 고객의 입장에서는 약간 눈에 피로감이 올 수 있는 경험을 했다.

30분 동안 내가 관찰한 바에 의하면, 가게를 찾는 고객군들 또한 애플 스토어와는 차이가 크게 난다. 애플은 젊고 cool 한 돈이 좀 있는 고객들이 오는 거 같다면, 마이크로소프트는 옷도 잘 못 입고 저렴함을 찾는 고객들이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를 포함?). 직원들이 고객들한테 ‘25% 할인 프로모션’을 계속 강조하는걸 보면 어쩌면 처음부터 상대적으로 저렴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만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의 Microsoft Store에서의 최악의 경험은 바로 직원들 그 자체였다. 그들의 낮은 수준이었다. 어떻게 ‘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이런 허섭스레기들을 자기네 얼굴과도 같은 스토어에 채용했을까? 약 30분간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 있는 동안 12명의 직원이 와서 “뭐 도와드릴까요?” “궁금하신 점 있으신가요?” “지금 진행하고 있는 25%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알려드릴까요?”를 토시 하나 안 틀리고 앵무새 같은 목소리로 지저귀며 계속 귀찮게 했다. 심지어는 5분 전에 이미 이 프로모션에 대해서 우리한테 자세히 설명해준 어떤 멍청한 여직원은 다시 우리한테 와서 “할인 프로모션에 대해서 아시나요?”를 또 물어보기도 했다. 더 한심한 거는 대부분의 직원이 본인이 뭘 파는지도 잘 모르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Windows 7 Enterprise의 용량을 물어봤는데, 주위에 있던 4명의 직원이 전혀 모르고 있었고 Windows 7 Starter에 관해서 물어봤더니 “그게 뭐지? 그런 것도 있나?”라고 하는 직원조차 있었다. 참고로 Windows 7 Starter는 저사양 넷북을 위한 Windows 7이고,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는 넷북이 여러 대 진열되어 있었다.

즉, 직원 교육이 전혀 안 되고 있다는 뜻이다. 아무 생각 없는 사람들을 급히 채용했다는 느낌을 팍팍 받았고 작은 가게에 너무 많은 직원을 배치해놔서 서로의 담당 구역 관리가 전혀 되지 않기 때문에 같은 직원이 또 와서 똑같은 질문들을 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파는 제품에 대해서 너무나 교육이 잘되어 있고 경험이 많은 애플 스토어 직원들과는 정말 하늘과 땅 차이의 수준이었다. 참고로 나는 최근에 iPhone 4S를 사기 위해서 애플 스토어를 찾아갔었는데 이때 캐리어인 AT&T;와 작은 문제가 있었다. 담당 직원이 너무나 깔끔하게 이 문제를 해결해 줬는데, 이때 나는 작은 감동까지 받은 경험이 있다.

들어간지 30분만에 나는 Microsoft Store를 나왔다. 맹세컨데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다.

왜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의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지 못하는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의 신제품 출시 전략은 주로 ‘일단 출시하고, 계속 새로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해서 적당한 가격에 더욱더 많은 사용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자. 우리는 돈이 많으니까 5년이 걸려도 되고 10년이 걸려도 된다.’ 이다. 이게 어떻게 보면 비즈니스를 long-term으로 보고 꾸준히 노력하니까 굉장히 좋은 전략이 될 수도 있고, 어떻게 보면 되지도 않는 비즈니스를 너무 오래 해서 돈만 낭비하는 매우 나쁜 전략이 될 수도 있다. 하여튼 이런 전략을 실행하려면 가장 기본적인 조건은 돈이 많아야 하는 건데 마이크로소프트에 돈은 아직은 전혀 문제가 안 되기 때문에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Xbox의 예를 한번 들어보자. 2001년도에 Xbox가 처음 출시되었고, 2005년도에 후속타인 Xbox 360이 출시되었는데 전문가들에 의하면 그때까지도 Xbox 한 대 팔 때마다 손실액이 약 15만 원이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최근 3년 동안 Xbox를 담당하는 그룹은 계속 흑자를 내고 있고, 지난 사분기에는 Kinect라는 효자 상품 덕분에 – 마이크로소프트도 가끔은 혁신적인 제품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누렸다. 하지만, 그동안 Xbox 그룹이 퍼부어야 했던 돈은 얼마일까? 거의 6조 원 이상이라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다른 제품들도 비슷하다. 구글로부터 검색 시장을 뺏어오려고 Bing을 출시한 검색 그룹은 최근 5년 동안 수조 원의 현금을 퍼부었고, Windows Phone은 말할 필요도 없다. Windows Phone 7을 유통하기 위해서 노키아에만 지급한 게 2조 원이 넘는다.

자, 과연 Microsoft Store도 이런 방향으로 가게 될까? 수년 동안 수조 원의 돈을 퍼부어서 결국에는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만한 가게로 만들 수 있을까? 단위 면적당(1 sq ft) 매출 600만 원 이상으로 전 세계에서 수익성이 가장 높은 소매상점인 애플 스토어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참고로 2위는 보석상인 Tiffany인데 단위면적당 매출은 애플의 절반인 300만 원 밖에 안된다). 글쎄다. 내가 느낀바로는 한 10년 정도의 시간과 수십 조원의 현금이 또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때가 되면 애플은 또 몇단계 업그레이드 되어있을 것이다.

(내가 전에 마이크로소프트의 위기에 대해서 쓴 포스팅들이다)
Microsoft 이제는 어디로?
Microsoft in deep shit?

아, 그나마 마이크로소프트 스토어에서 내가 가장 즐겼던 제품은 Surface였다. 이건 정말로 꽤 쿨한 제품인거 같다.

참고:
Costa Mesa Microsoft Store
-Cult of Mac “Move Over Tiffany’s! Per Square Foot, Apple Is The Most Powerful Retailer In America” by Killiam Bell
-Business Insider “Microsoft’s Board Is Now Worried About How Much Money XBox Will Lose” by Matt Rosoff

Andreessen and Skype

얼마전에 Marc Andreessen이 Wall Street Journal에 기고한 글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를 읽고 다시 한번 Marc의 소프트웨어 기술과 세상를 바라보는 시각과 그 통찰력에 많은 사람들이 놀랐고 동의했다. 얼마전에 은퇴한 Steve Jobs가 PC 시장을 만들고 다시 버린 – computer를 버리고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을 시작 – tech industry의 visionary였다면, Marc는 실리콘 밸리의 진정한 악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의 나이 올해 딸랑 40세 (71년 생이다). 넷스케이프를 코딩한 일리노이 대학의 촌놈만큼 그 나이에 그만큼 많은 경험을 한 사람을 또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얼마전에 Marc Andreessen에 대해서 다시 한번 놀란적이 있었다. 올해 5월달에 마이크로소프트가 Skype를 85억 달러에 인수한 깜놀 deal이 있었는데, 바로 이 deal이 가능했던 결정적인 요인이 “Marc Andreessen”이라는 사실이다.

Skype를 주로 tech 업계의 Kurt Cobain이라고 사람들은 말을 한다 (엄청나게 인기가 많지만, 실질적으로는 매우 문제가 많은 골치덩어리). Skype는 2003년도 북유럽에서 창업된 이후 2005년 9월달에 eBay한테 26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eBay가 Skype를 인수한거 자체가 틀렸던건지, 아니면 관리의 문제였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Skype는 다시 한번 2009년 9월에 Silver Lake Partners라는 사모펀드와 Andreessen-Horowitz 창투사한테 27.5억 달러에 팔렸다. 그리고 2년이 채 되지 않은 2011년도 5월달에 또다시 마이크로소프트에게 85억 달러에 팔린 것이다.
2년동안 그 가치가 무려 60억 달러 이상 증가했다는 말인데 (물론, 이자율도 고려를 해야함) 과연 그정도의 가치가 있는 deal 이었을까? 2010년 손실 70억원, 2009년 손실이 무려 4,000억원 이상인 인터넷 전화 회사가 2년 동안 그만큼 발전을 했다는 말인가?
이 deal에 대해서 많은 외부인들은 다시 한번 실리콘 밸리의 거품을 마이크로소프트가 부채질 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 deal에 직접 관연했던 내부 인력들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한다. 여기 그 내부 스토리를 요약해본다:

망가질대로 망가진 Skype를 고칠 수 있는 방법은 바로 서비스의 기반이 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모두 소유하고 있는 Skype의 창업자 Niklas Zennstrom과 Janus Friis의 마음을 다시 설득시키는 일이었다. 하지만,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두명의 창업자들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달리 eBay가 Skype를 인수하자마자 퇴출당했고, 이에 대해 eBay에 대한 좋지 않은 감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Silverlake가 Skype를 다시 인수하겠다는 의향을 밝히자 이 둘은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을 고소했다.
Silverlake에서 당시 Skype 인수를 담당하던 Egon Durban은 Niklas와 Janus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Marc Andreessen임을 알고 있었다. Marc 또한 이들과 같은 창업가 출신이며 (Netscape, Opsware) eBay와 Facebook의 이사회 멤버였으며 실리콘 밸리의 신세대 창업가들이 신처럼 모시는 존재였기에 그는 Marc를 이번 deal에 불러들였다.
Marc Andreessen 또한 Skype를 좋아했다. 그는 Skype야 말로 저평가된 실리콘밸리의 보석이라고 믿고 있었으며, 5천만 달러를 투자하기로 결심했다. 이와 같은 big bet, 호탕한 성격과 미래를 꿰뚫어 볼수 있는 통찰력 때문인지 Skype의 창업자들은 본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모든 지적재산권을 양도하였고 이에 대한 댓가로 새로운 Skype의 14% 지분을 받았다. 이제 법적으로 문제가 될게 없었기 때문에 Silverlake와 Marc의 창투사인 Andreessen-Horowitz는 Skype를 회생 모드로 전환시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2년 동안 업무 시간의 절반을 Skype에서 보낸 Egon은 가장 먼저 새로운 경영진을 도입했으며, 그와 Marc는 회사 경영진 30명 중 29명을 교체했다.
새로운 경영진의 지도하에 Skype는 실리콘 밸리에 사무실을 열었으며, 엔지니어링 팀을 2배 이상으로 키웠다. 새로운 개발팀은 지속적으로 Skype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으며, 6주마다 새 업데이트를 출시하면서 유용하지만 불안정하다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던 서비스를 매우 안정적인 서비스로 변화시키는데 주력했다. 그 이후 가장 의미심장한 파트너쉽은 Facebook과의 연동이었는데, 이 또한 Facebook의 이사회 멤버인 Marc가 중간에서 큰 역할을 했다.
2009년 iPhone과 앤드로이드가 모바일 혁명을 일으키면서 Verizon이나 AT&T;와 같은 대형 캐리어들은 앞으로 전화 통화료로 돈을 버는 시대는 지났고, 데이터 서비스로 돈을 버는 시대가 왔다는 현실을 인정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들은 Skype와 같은 앱들이야말로 비싼 스마트폰과 데이터 통신 요금 구매를 유도할 수 있는 금맥임을 깨달았다.
Silverlake와 Andreessen-Horowitz에 팔린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2010년 가을, Skype는 하늘 높은줄 모르고 성장해가고 있었다: 유저 수는 1년만에 2억명이 늘어나서 총 6억명의 유저가 Skype를 사용하고 있었고 영상 통화 서비스 유저 또한 지속적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능력있는 CEO가 필요했으며, Egon은 당시 Cisco의 임원인 영국 출신의 Tony Bates를 유력 후보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Egon과 Tony는 캐주얼하게Skype를 통해 통화하기 시작했고, Tony Bates를 Skype로 데려올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이번에도 Marc Andreessen이었다.
“저는 Marc를 항상 존경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만난적은 한번도 없었어요”라고 Tony는 당시 상황에 대해서 회상하면서 말한다. “Andreessen-Horowitz 사무실을 방문하는거 자체가 저한테는 엄청나게 설레이는 경험이었죠. 마치 어린이들이 Willy Wonka의 초코렛 공장을 방문하는거 같았다고 할까요 하하.”
기술에 대한 깊은 이해도와 엔지니어들과 매끄럽게 융화가 가능했던 Tony Bates는 2010년 10월에 Skype의 신임 대표이사로 스카우트되었다. 그리고 그는 조인한지 3개월만에 새로운 기능들과 매출원들을 만들어 내기 시작했다. 특히, 영상 통화를 통한 광고 수익과 같은 비즈니스 모델은 당시 업계에서 매우 신선하고 수익성이 높은 모델이었다. 그러면서 Tony는 Skype의 IPO를 다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다시 한번 실리콘 밸리에서는 Skype가 화제가 되었으며, 이러한 소문은 시애틀의 공룡 마이크로소프트의 귀에도 들어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후발주자인 모바일 비즈니스를 도약시키기 위한 서비스가 필요했으며, Xbox 게이밍 플랫폼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를 찾고 있었는데 Skype가 이러한 조건들에 딱 맞는 제품이었다. 
2011년 4월 마이크로소프트의 CFO인 Peter Klein은 Silverlake의 Egon에게 직접 연락을 해서 Skype 인수에 대한 의향을 전달했다. 재미있는 점은 Egon과 Peter의 주 통화내용은 마이크로소프트-Skype 합병보다는 Marc Andreessen 이었다고 한다. 평소 Marc의 팬이었던 Peter가 Skype 인수에 결정적인 관심을 갖게된거는 당연히 Skype가 필요한 제품이었지만, 회사 주인의 네임 브랜드도 톡톡하게 한 몫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불한 85억 달러가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이었을까? 잘 모르겠다…오직 시간만이 우리에게 알려 줄 것이다. 2007년도에 Facebook 지분 1.6% 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지불한 가격은 2억4,000만 달러였다. 당시 관계자들은 미친 짓이라고 손가락질 하면서 욕했지만, 현재 페이스북의 850억 달러 밸류에이션 기반으로는 그 2억 4,000만 달러의 가치는 13억 달러이다.

하여튼 Skype deal을 통해서 다시 한번 Marc Andreessen의 네임밸류와 그 정도의 네임밸류를 유지하려면 어떠한 경험들이 뒷받침 되어야하는지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

참고:
-Fortune 2011.07 “Skype: The inside story of the boffo $8.5 billion deal”
-Wikipedia “Skype”
Skype Enterprise Blog
Andreessen Horowitz website
-Wall Street Journal 2011.08.20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