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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에 대한 거부

인간은 천성적으로 변화를 싫어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만의 comfort zone을 가지고 있고, 이 범위를 조금이라도 벗어나면 마치 생명에 위협을 느끼는거 처럼 긴장하고, 불안감이 온몸을 감싸면서 몸은 방어태세로 들어간다. 그런 면에서 보면 편안하고 안정적인 삶을 스스로 차버리고 새로운 일들을 시도하는 창업가들은 약간 미친 사람들이다.

나는 벤처 관련된 일을 하면서 하루에도 몇번씩 내 comfort zone 밖으로 나가야 한다. 변화에 민감하고 스스로 변화하려고 항상 노력하지만 변화라는건 나한테도 쉬운게 아니다. 이 일을 하면서 내가 느낀건 바로 학력이 높고 더 많이 배운 사람들일수록 변화에 대한 거부감이 크다는 점이다. 더 많이 배운 사람일수록 자기만의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이 남들보다 더 똑똑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본인의 생각과 다른걸 인정하지 않고 지금까지 투자한 시간과 돈, 그리고 자존심 때문에라도 불확실하고 새로운걸 시도해 보려고 하지 않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그 중 한 부류가 의사들이다 (참고로, 이 글은 의사들을 일반화 하려는건 절대 아니다. 그냥 내 개인적인 경험이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하나인 The Good Ear Company의 첫번째  제품인 Better Hearing이 얼마전에 아이폰 앱으로 출시되었다. 이 앱은 TSC(Threshold Sound Conditioning)이라는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된 제품이며, 딱 한가지 기능이 있다: 우리의 청각 시스템에서(달팽이관) 가장 기능이 약한 부위(주파수)를 파악해서 그 부위를 향상시키는 기능이다. 그런데 그 방법이 약간 특이하다: 약물투입, 수술 또는 외부적으로 압력을 가하는 침해적인 방법이 아닌, 단순하게 소리를 사용해서 특정 부위를 자극하고 컨디셔닝하는 방법이다. 사용자는 그냥 이 소리를 특정 기간동안 지속적으로 듣기만 하면 청력이 좋아질 수 있다. 마치 우리가 규칙적으로 헬스클럽에 가서 운동을 하면 없던 근육이 생기는거와 같이 귀를 ‘훈련’시키면 청력이 향상된다는 논리이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한번 나빠진 청력은 개선될 수 없다’라는 이론을 기반으로 힘든 의과대학 공부를 한 의사들 – 특히, 이비인후과 – 은 납득하기 어려운 이론이다. 우리가 이 이론과 기술에 대해서 많은 의사들과 이야기를 해봤지만 거의 모두 부정적인 피드백과 사기가 아닌가라는 의심을 했다. 그리고 거기서 대화는 끝난다. 어떤 이론을 기반으로 개발된 기술인지 그리고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어디있는지…전혀 관심이 없다. 왜냐하면 이 기술이 사실이라면 본인들의 밥그릇이 없어지거나 작아지기 때문이다. 의사들이 가장 신경을 써야하는 환자들의 안정과 편리함은 안중에도 없다. 궁극적으로는 청력을 손상시키는 비싼 보청기를 팔고, 살을 찢는 달팽이관 이식 수술을 해야지만 의사, 의료 기기, 보청기 회사들이 모두 다 안정적으로 잘먹고 잘살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람들이 더 오픈 마인드로 변화와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면 더 좋은 세상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Better Hearing의 경우, 과연 이 기술이 널리 사용된다고 이비인후과 의사들이 없어질까? 아니다. 오히려 신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더 생산적이고, 환자들에게 더 도움이 되는 일에 그만큼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내 의견에 대한 반대 의견도 충분히 많다. 가장 흔한건 바로 “의학적으로 100% 입증되지 않은 기술을 환자에게 적용할 수 없다” 이다. 절대로 틀린 말은 아니다. 실은 이걸 증명하기 위해서 우리는 현재 스탠포드 대학 병원과 임상실험을 진행 중이다(이미 한국에서 중앙대학교 부속 병원과 삼성의료원과 진행한 임상 실험 결과가 있지만 외국의 임상실험 결과를 잘 믿지 않는 미국 의사들을 위해서 다시 하고 있다). 실험 결과가 좋지 않게 나올 수도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이며, 이렇게 되면 우리 입지는 불리해질 것이다. 하지만, 내가 안타깝게 생각하는건 오히려 새로운걸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하는 의사들과 같이 배운 사람들의 폐쇄된 자세와 태도이다.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의학 기술과 이론만 바뀌지 말란 법이 있을까? 내가 학교에서 배운거와 다르다고, 또는 내 밥그릇이 위기에 처한다고 변화를 거부하고 다른 의견들에 대해 귀를 막으면 그 사람은 물론 이 세상에는 발전이란게 없을 것이다.

신 경제의 슈퍼스타들 – 개발자와 디자이너

제품이 후져도 영업력 만으로 먹고 살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아마도 우리 아버지 세대였던거 같다. 그때는 무조건 영업과 마케팅 능력만 있으면 돈을 벌 수 있었던 때였던거 같다. 영업/마케팅 인력이 회사를 먹여살렸기 때문에 이들이 회사에서 가장 인정받고 몸값도 높았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실리콘 밸리의 새로운 슈퍼스타들은 영업 이사도 마케팅 이사도 아닌 개발자와 디자이너다.

The Engineer
Strong Ventures의 웹 사이트에는 ‘창업팀에 개발자가 없는 스타트업이라면 정중히 거절합니다. 스트롱 벤처스는 직접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팀만을 지원합니다.’라고 써놨다. 우리와는 다른 레벨인 Y 콤비네이터가 투자하는 모든 스타트업은 개발자 출신의 공동 창업자가 있던지, 창업 구성원 모두가 개발자 출신이다. Y 콤비네이터가 소액 투자해서 최근에 가장 주목받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와 드롭박스인데, 두 스타트업 모두 개발자가 창업팀의 주를 이루고 있다.

언젠가 어떤 젊은 친구가 좋은 아이디어를 들고 찾아왔다. 그런데 그는 프로그래밍 능력이 없었고 개발자 공동 창업자도 없었다. 우리는 투자할 수 없다고 단호히 말했다.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창업팀에 개발자가 없다는 점이라고 지적하면서. 우리는 왜 아이디어에 투자하지 않았을까? 우리는 가끔 ‘백만불 짜리 아이디어’라는 말을 하는데 이건 정말 말도 안되는 모순이다. 아이디어는 실제 제품화가 되어서 형체를 갖기 전에는 아무런 가치가 없는 쓰레기일 뿐이다. 그리고 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바로 ‘개발자’이다. 그런 개발자가 없는 팀에 투자하는건 돈 낭비이다.

벤처기업의 최초 제품의 개발은 절대로 외주하면 안된다. 개발 외주는 영업으로 먹고사는 원청회사나 하는 하도급이다. 전세계 식당을 평가하는 Michelin Guide에서 별점 만점을 받는 음식점은 절대 공장 소스를 쓰지 않는다. 하물며 기술 기반의 인터넷 벤처가 자신의 혼과 생명인 제품 개발을 어떻게 외부인에게 맡기나? 외주업체는 그냥 돈 받은 만큼 일해서 제품을 넘기면 끝이다. 제품에 대한 사랑도 책임감도 없다. 나중에 잘못되도 상관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이런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찮게 본다. 이미 우리나라 대학교에는 수년 동안 공대 지망생이 줄고 있고, 공대 학생마저 요새는 고시나 회계사 시험을 공부하는데 그 이유는 이들이 기계적으로 열심히 밤새서 일하는 비숙련 노동자 취급을 받기 때문이다.

미국과는 너무나 다른 슬픈 현실이다. 언젠가 내가 유튜브와 트위터를 방문했을 때 매니저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우리 회사 최고 자산은 엔지니어죠”라고 했던 말이 아직도 생생하다.

페이스북은 제품보다는 우수한 개발 인력을 통째로 채용하려고 회사를 인수한다. 페이스북의 이런 도매금 인력 인수는 ‘acqhire’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인수를 의미하는 ‘acquire’와 채용을 의미하는 ‘hire’의 합성어다. 회사 자산 중에 사람이 제일 탐나서 회사를 인수하는 걸 의미한다. 물론 저커버그도 개발자 출신이다.

The Designer
유튜브의 공동 창업자 채드 헐리, 그루폰의 공동 창업자 앤드루 메이슨, 그리고 애플의 공동 창업자 고(故) 스티브 잡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기술이나 기능은 나중 문제라고 생각하는 ‘디자인’ 근본주의다. 특히 채드 헐리와 앤드루 메이슨은 디자이너 출신이다. 채드 헐리는 첫 직장 페이팔에서 회사 로고를 디자인했고, 앤드루 메이슨은 시카고에서 웹 디자인을 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인지 유튜브와 그루폰 사이트를 방문해보면 단순한 느낌이 들면서도 유용하다. 요란한 화장 없이 단정하고,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추어 기능을 배열한 이런 디자인은 하루아침에 탄생하지 않는다. 물론 소비자 가전제품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는 애플의 제품 디자인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오죽했으면 최근에 내가 만난 실리콘 밸리의 투자자들은 “일단 디자인이 좋으면 무조건 투자하겠다”고 할까?

웹 서비스의 – 특히 B2C – 생명은 사용자 인터페이스(UI)와 사용자 경험(UX)이다. 즉, 인간은 새 서비스를 볼 때 첫 느낌이 좋아야 서비스를 계속 사용하고 싶어한다. 아니면 바로 사이트를 떠난다. 아무리 기능이 좋고 유용한 서비스라도 ‘나쁜 디자인’ 안에 갇혀 있으면 사용자의 눈길도 못 받는다. 소개팅에서는 일단 상대 외모가 좋아야 호감이 간다. 첫인상이 나쁘면, 사람을 더 알고 싶은 흥미가 없어서 빨리 자리를 벗어나려고 꾀를 쓴다. 웹 서비스에서도 첫인상이 나쁘면 바로 웹 브라우저 탭을 닫아버린다. 디자인 무척 중요하다.

그러나 내가 아는 벤처는 대개 창업 단계에 디자이너를 들이지 않았다. 심지어 디자이너가 아예 없는 회사도 많다. 전에 개발자가 없는 창업팀은 시작 자체가 어렵다고 했다. 하나 더 말하면, 디자이너가 없는 창업팀은 시작은 해도 오래가기가 어렵다.

왜 창업팀에는 디자이너가 있어야 할까? 오랫동안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디자인을 컨설팅한 디자이너 펀드의 Enrique Allen은 이렇게 말한다:
-시장 경쟁이 심화하면서, 브랜드와 사용자 경험이 성공을 이끄는 필수 조건이 됐다. 제품의 기술은 둘째다.
-혁신의 핵심은 전면적인 협업이다. 디자인·기술·비즈니스 지식의 전면적인 융합은 제품의 수정과 반복을 더 빠르게 하고 제품을 더 정교하게 만든다.
-디자이너 출신 창업자는 단순히 시각적 능력뿐 아니라, 인간의 욕구와 겉으로 표출되지 않은 기회를 발견하는 독보적인 능력이 있다.

개발자와 마찬가지로 한국에서는 대체로 디자인이 대접을 못 받고 있다. 많은 CEO가 애플을 벤치마킹하면서 “우리 회사의 핵심은 디자인입니다”라고 말은 해도, 막상 행동은 반대다. 디자인 인력을 줄이고, 디자이너를 막 부린다. 디자이너는 많이 생각하고, 많이 그려보고, 많이 실험하는 게 생명인데 밤새워서 시키는일 하느라 바쁜게 우리나라 디자이너들의 일상인거 같다. 거의 막노동자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스티브 잡스는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디자인을 정통으로 공부하지는 않았지만, 디자인뿐만 아니라 사용자 경험까지 누구보다도 잘 이해했던 감수성이 예민한 창업자였다. 스티브 잡스처럼 기술이 인간과 친구가 되려면 어떤 형태를 갖추고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제공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창업자야말로 기술의 세계와 사람의 세계 중심에서 두 세계를 적절하게 혼합할 수 있는 마법사다.

자동차 운전대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와 자동차 전체와 자동차를 운전하는 사용자 경험을 디자인할 수 있는 디자이너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오래가는 벤처를 하려면 둘 다 할 수 있는 디자이너가 창업팀에 필요하다.

역시 멋진 서비스는 그냥 나오지 않는다. 개발자가 없다면 스타트업을 시작할 수 없고, 디자이너가 없다면 스타트업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우리시대의 슈퍼스타인 개발자와 디자이너들과 어울려라, 그리고 잘 모셔라. 이 사람들이 없으면 창업해서 성공 못한다.

스타트업 바이블 2: 계명 10 – 개발자와 동업해라‘와 ‘계명 11 – 명품에는 명품 디자이너가 필요하다‘를 정리한 내용이다.

애플 vs. 삼성

애플과 삼성의 소송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솔직히 이 특허전쟁을 보면서 나는 개인적으로 실리콘 밸리가 조금 싫어졌고 ‘특허’에 대해서 구역질이 나기도 했다. 어쨌던간에 재미교포 Judy Koh 판사는 세기의 특허소송에서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물론, 삼성이 내야하는 벌금 1조원은 몇일이면 벌 수 있는 껌값일 것이다. 하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는 큰 타격을 입었고 앞으로 신제품을 개발할때는 지금보다 더 신중하게 많은 요소들을 고려해야할 것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건…삼성이 소송에서 졌는데, 한국 언론만을 보면 삼성이 패소했다는게 아주 명확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내가 받은 인상은 그 어떤 한국 언론도 삼성이 애플을 배꼈기 때문에 소송에서 졌다고 아주 정확하고 투명하게 보도를 하지 않는거 같다. 오히려, 특허 소송에서 진 건 별게 아니고 삼성은 앞으로 전혀 문제없이 비즈니스를 할 수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편파적인 미국 배심원들이 무조건 애플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에 억울하게 패소했다는 기사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었던거 같다. 아직도 어떤 기사는 배심원들이 결정하기 전에 범했던 실수를 요모조모 분석하고 있다. 물론 내가 한국 언론을 모두 다 접한건 아니기 때문에 틀렸을 수도 있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이랬다.

모든 재판이 그렇듯이 모두를 만족시키는 결과가 나올 수는 없다. 어쩌면 미국 배심원들이 실수를 했을 수도 있고, 이로 인해서 편파적인 판정이 나왔을 수도 있다. 그리고 삼성만 배꼈을까…애플도 여러 업체에서 이것저것 분명히 배낀 경험이 있을것이다.

하지만 – 그리고 이게 가장 중요하다 – 영어로는 “it is what it is”라고 하듯이 결과는 결과이다. 삼성은 애플한테 졌고 우리는 이 결과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이제 더 이상 이에 대해서는 왈가왈부 하지말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모두 발전할 수 있다. 나는 이번 계기를 통해서 삼성이 제품 개발 프로세스에 originality와 creativity를 제대로 도입했으면 한다. 우리나라 언론에서 맨날 욕하는게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원천기술을 훔친다는거 아니었나? 남의 기술이나 디자인을 배끼는걸 너무 쉽게 생각하는 삼성이 앞으로 이런 도둑질을 더 이상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AT&T 청구서

나는 거의 6년째 AT&T;를 통해서 핸드폰을 사용하고 있다. 좋은 점도있고 나쁜점도 있지만 확실히 Verizon에 비해서는 coverage도 약하고 통화도 자주 끊긴다. 한국에 사시는 분들은 상상하기 힘들겠지만 미국은 아직도 핸드폰 통화가 자주 끊긴다. 지하에서는 당연히 안되고, 엘리베이터에서도 거의 안된다. 가족끼리 같이 가입하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family plan으로 우리 가족이 매달 내는 핸드폰 요금은 (무한 data랑 문자 포함) 대략 $160 정도인데 지난 달 요금이 $200가 넘게 나왔다. 나는 신용카드나 핸드폰 청구서는 항목 하나하나 보는게 귀찮아서 잘 안보는데 오늘은 시간이 좀 있어서 왜 $40이 더 추가되었는지 자세히 한번 봤다.
*참고로 정확히는 $36이지만 세금이랑 이것저것 다 합치면 $40이 조금 넘는다.

‘One-time upgrade charge’라는 항목하에 $40가 청구되었다. 아주 어렵게 기계음들을 하나씩 통과해서 AT&T; 고객 서비스 담당자랑 통화를 했더니 이번에 새로 구매한 iPhone 5로 “쉽고 smooth하게 업그레이드”하기 위해서 청구되는 서비스 비용이라고 했다. 내가 직접 주문해서 받았고, 집에서 내가 직접 업그레이드 했는데 무슨 서비스 비용이냐고 아주 세게 반박했더니, AT&T; 여직원은 1초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아, 그러면 저희가 그 비용은 그냥 까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시간도 없고 이런거 때문에 싸우기 싫어서 – 쌈닭의 이미지를 벗기 위해 – 그냥 나는 전화를 끊고 넘어갔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화가난다. 대부분의 사용자들이 나와같이 청구서를 자세히 안 보니까 일단은 이런 ‘서비스’ 비용을 청구하고 아무말 없으면 그냥 넘어가고, 이번과 같이 항의를 하면 그냥 까주는 이런 비겁하고 야비한 수법을 통해서 많은 이통사들이 이익을 챙긴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법적으로 소송을 걸면 분명히 계약서나 이용약관 어딘가에 눈에 보이지도 않게 깨알같은 글씨로 적혀있는 항목들을 보여주겠지.

이걸 계기로 앞으로 신용카드, 핸드폰, 인터넷 고지서 등을 아주 자세히 읽어봐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눈뜨고 코배어가는 세상 맞다.

소셜 미디어의 몰락 – Zucked Up!

세상을 지배할거 같던 페이스북이 고전하고 있다. 5월 18일 $38의 주가로 나스닥에 상장한 페이스북의 현재 주가는 달랑 $20 이다. 기업 가치는 1,000억 달러에서 440억 달러로 떨어졌다. 그래서 ‘Zucked up’이란 신조어까지 생겼는데 ‘마크 저커버그 꼴 됐네’ 라는 의미이다 (‘좆됐다’를 의미하는 영어의 ‘fucked up’에서 나온 말). 페이스북 플랫폼을 통해서 대부분의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소셜 게임 업체 징가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10에 상장해서 월가의 사랑을 듬뿍 받던 징가의 현재 주가는 $3 이하이다.

왜 그럴까? 소셜 미디어/서비스를 대표하는 이 두 업체의 IPO가 왜 이렇게 부진할까. 이에 대한 답변과 가설은 너무 많다. 애초부터 매출도 별로 없고, 물리적인 제품을 제조하지 않는 인터넷 비즈니스가 이렇게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은거 자체가 거품이었고 이제서야 투자자들이 정신을 차렸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두 업체 모두 이제 시작인데 월가가 너무 성급하다는 장기적인 관점을 갖는 사람들도 있다.

정답은 없다. 오직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다.

페이스북과 징가 – 그리고 여러 소셜 서비스들 – 주가 폭락 관련 내가 가장 동의하는 견해는 바로 둘 다 모바일 전략 구축에 성공하지 못했다는 의견이다. 페이스북은 웹서비스로 시작했고 8년만에 전세계 인구 9억명이 살고있는 가상 국가로 성장했다. 징가 또한 이러한 페이스북의 소셜 플랫폼에 기생하면서 유저와 매출 모두 크게 성장했다.
문제는 모바일이다. 이제는 더 많은 유저들이 모바일을 통해서 페이스북에 접속하고 있고, 앞으로 이 숫자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iOS나 앤드로이드 페이스북 앱을 사용하는 분들은 – 아마도 이 블로그 구독자 100%일 거다 – 페이스북 앱이 세상에서 가장 후진 앱이라는데 동의하실 거다. 세상을 바꾸고, 하는거마다 대부분 disruptive한 페이스북과 같은 스타트업이 어떻게 이렇게 후진 모바일 앱을 출시했고 관리가 이렇게 안되는지 이해가 안갈 정도다. 그 정도로 버그 투성이고, 느려빠졌고, 답답한게 페이스북 모바일 앱이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사용하기 힘든 앱은 사용자들의 문제이지만, 투자자와 월가의 입장에서는 아직 페이스북이 모바일에서는 매출을 거의 만들지 못한다는게 엄청난 불만이자 주가 폭락의 가장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까 싶다. 모바일 기기를 통한 페이스북의 page view는 엄청나다. 여기에 배너 광고만 뛰어도 엄청난 매출을 벌 수 있다. 페이스북은 매우 정교하게 타겟된 광고를 밀어낼 수 있는 능력과 사용자들의 빅 데이타를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web -> mobile로의 전환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다. 물론, 이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서 월가의 기대가 달라지겠지만 현재 페이스북의 주가를 봐서는 ‘모바일 시장은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엄청난 시장이다’라는 입장이 아닌 ‘페이스북은 모바일에서는 헤매고 있다’라는 입장인거 같다.

이런 페이스북 플랫폼에 의존하고 있는 징가도 비슷한 상황이다.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징가 또한 모바일 게이밍 분야로의 전환을 아직 제대로 하지 못했다. 역시 이러한 사실이 주가에 반영되고 있으며, 이 외에도 여러가지 복잡한 내부적인 문제가 겹치면서 지금 징가의 시가총액은 상장 당시와 비교해서 70%나 하락했다.

얼마전에 내가 모바일 서비스 관련해서 쓴 글이 있는데, 앞으로는 모바일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지만 그만큼 모바일이 어렵다는 내용이다. 모바일이 정말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여기서 하나 재미있는 비교를 해보자. 비즈니스를 위한 소셜 미디어인 링크드인은 그럼 왜 계속 잘나가고 있을까?

링크드인은 더이상 소셜 미디어가 core인 서비스가 아니다. 겉으로 봐서는 프로페셔널 소셜미디어 이지만, 단순한 채용자/구직자/회사를 연결시켜주는 서비스를 이제는 탈피했다. 링크드인의 2009년 1사분기와 2012년 2사분기 실적을 비교해보면 다음과 같다:
-프리미엄 서비스 매출은 4,000만 달러로 4배 성장
-마케팅 매출은 6,000만 달러로 10배 성장
-채용관련 서비스 매출은 1억 2,000만 달러로 20배 성장

모바일에서도 링크드인은 페이스북/징가와 확연히 차이가 난다. 링크드인은 모바일 전략이 (아직은) 필요가 없다. 구직자들이 이력서나 경력 관련 사항을 입력하려면 아직까지는 데스크탑에서 해야하기 때문에 모바일 전략의 유무는 링크드인의 주가와 향후 중/단기 비즈니스와는 큰 상관이 없다. 참고로, 링크드인은 상장 후 실적발표 자료에 단 한번도 “mobile”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그만큼 모바일과는 아직까지는 상관없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모바일 기기들이 계속 진화화면서 이런 상황은 바뀌겠지만.

하지만, 섵부른 판단은 하지 말자. 모바일 전략이 부실하다고 해서 페이스북이 그만큼 가치가 없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올해 한국의 어떤 행사에서 누가 이 질문을 해서 내 생각을 공유한적이 있는데, 나를 비롯한 이 블로그를 보는 사람들은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한다. 나같은 경우 아예 페이스북을 켜놓고 업무를 보고 하루에도 몇번씩 아이폰으로 페이스북 앱을 열었다 닫았다 한다. 이게 바로 페이스북의 진정한 ‘가치’가 아닐까? 당장 매출은 크지 않더라도 전세계 9억명의 인구가 하루에도 몇번씩 매일 이렇게 열성적으로 사용하는 서비스를 ‘가치가 없다’라고 할 수 있을까? 이건 모두가 다 고민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연 Zucked up이 “마크 저커버그 꼴 됐네”로 남을지 아니면 “마크 저커버그 같이 하버드 중퇴해서 완전 대박 성공했네”가 될지는 조금 더 두고보자.

참고:
-peHUB “Why was LinkedIn’s IPO so successful, when other social IPOs weren’t?” by Jonathan Mari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