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기억에 남는 회사

요새 예능프로 ‘복면가왕’을 즐겨 보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시간 날때마다 다시보기 기능으로 그동안 못 봤던 편들을 와이프랑 거의 다 봤다. 내가 즐겨 듣던 옛날 노래들을 많이 들을 수 있어서 좋고, 이젠 흐린기억속에만 존재하는 가수나 연예인들이 가면을 벗고 나타나면 그렇게 반가울수가 없다. 더 이상 TV에서 활동하지 않는 가수들 또는 오랜 공백을 깨고 다시 컴백을 준비하는 가수들이 가면을 벗으면서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는데 “저라는 가수는 모르셔도 됩니다. 하지만, 제 노래는 기억해 주시면 좋겠어요. ‘아 저런 노래가 있었지’ 정도만 기억해 주시면 죽을때까지 행복할 거예요” 인거 같다.

내 주변의 좋은 창업가들도 대부분 이 복면가수들과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위대한 창업가로서 자신들의 이름을 널리 알리거나 기억에 남기기 위해서 인생을 살고 있다기 보다는, 시대를 초월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일 하고 있다. 내가 아는 이들은 분명히 후세에 사람들이 그들의 이름을 기억하기 보다는 이들이 만들어 놓은 기업을 기억해주길 바랄것이다.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싶다. 솔직히 20년, 30년 후에 나는 뭘하고 있을지 또는 그때까지 스트롱벤처스가 살아 있을지 나도 모른다. 하지만, 중요한 건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잘 되서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고 있으면 좋겠다. 현재 우리 계획대로라면 20년 후에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이 400개가 넘을 것이다. 이 중 많은 회사들이 크게 성장해서 앞으로 스트롱벤처스나 배기홍은 기억하지 못해도, “아, 그런 좋은 회사에 투자한 VC 구나” 정도는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수 있으면 좋겠다. 물론, 나도 기억해 주면 완전 땡큐다.

Review를 통한 불공평 해소

얼마 전에 택시를 타고 강남에서 서울역까지 넘어갈 일이 있었다. 서울에서 좋지 않은 택시경험을 많이 했지만 이건 최악이었다. 좌석벨트 미착용은 이제 나한테는 오히려 정상적으로 보이기까지 하는데, 이 기사분은 운전 자체가 저질이었다. 초급가속, 초급정지, 멀미가 날 정도의 끼여들기는 정말 지옥같아서 한 마디 했지만 역시 돌아오는 건 침묵과 더 거친 보복성 운전이었다. 운전을 업으로 하는, 운전을 가장 잘 해야하는 택시 기사분의 수준미달 운전실력에 화가 났다. 도대체 이럴땐 어디에 하소연하고 아까운 내 돈은 어디서 보상받을 수 있을까?

제대로 된 평가(=review) 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나마 카카오택시는 별점이라도 줄 수 있지만, 이 또한 많이 부족하다. 별점 2개와 별점 3개의 차이는 상당히 애매하다. 만약에 승객들이 택시기사를 고를 수 있다면, 단순 별점을 가지고 좋은 기사인지 아닌지 판단하긴 힘들다. 정당한 대가를 지불했으면, 돈을 낸 손님은 서비스에 대한 자세하고 공정한 평가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는데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서비스들은 이런 평가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그렇다고 현재 사용되고 있는 일부 평가시스템들이 완벽하지는 않다. 영혼없는 – 주로 리워드를 노린 – 평가도 많고, 알바생들을 고용해서 평가를 왜곡시키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또한, 아무리 내가 돈을 내고 택시를 타는 손님이라고 나만 택시기사를 평가하는 건 공평하지 못하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분들도 손님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현실은 손님이나 서비스 제공자나 서로에 대한 평가를 전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현실이 많은 옵션 중 특정 서비스를 선택하고 이에 대해서 돈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손님에게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얼마전에 투자한 홈케어 O2O 서비스 닥터하우스도 이와 비슷한 평가시스템을 도입할 것이다. 집수리는 택시보다 훨씬 더 비싸고 규모가 크다. 또한, 택시같이 한번 타고 끝나는게 아니라 이사가기 전까지는 수리한 집에서 온 가족이 계속 살아야 하기 때문에 삶의 질과도 직결된다(뭐, 택시승차는 삶의 질 뿐만 아니라 ‘삶’ 자체가 왔다갔다 하긴한다). 그런데 막상 공사를 맡긴 업체나 기술자가 일을 엉망으로 해놓고 “원래 그 공사는 그렇게 하는거예요” 라면서 나 몰라라 하면 문제가 커진다. 이런 업체나 기술자는 다시는 이 바닥에서 일을 못 하게 해야하며, 가장 효율적인 시스템이 바로 제대로 된 평가 시스템이다.

제대로 만든 평가 시스템은 바이어와 셀러에게 동등한 권리를 줄 수 있는 공평성을 시장에 제공할 수 있다. 물론, 좋은 시스템을 바이어와 셀러가 좋은 의도로 잘 사용해야 한다.

불필요한 욕심

스타트업 생태계가 발전할수록 과거에는 찾을수 없던 좋은 회사들이 더 많이 창업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경쟁 또한 치열해지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스타트업들이 과거에 비해 더 많은 돈을 필요로 하고 있다. 우리는 펀드 자체가 크지 않고, 투자하는 시점도 초기여서 소액투자를 전문적으로 한다. 하지만 과거보다는 회사들이 더 많은 펀딩을 필요로 하는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해서 최근에는 다른 투자자들과 공동투자를 한 사례가 많이 있다.

공동투자를 하는 이유는 스타트업한테 도움을 줄 수 있는 투자자들을 더 많이 참여시키기 위한 전략적인 면과 투자유치금액 자체가 너무 커서 공동부담하기 위한 정량적인 면이 있다. 전에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주로 투자한 회사들의 첫번째 투자자이다. 우리가 스타트업들을 발굴하고,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투자조건을 협의한 후에 다른 투자자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공동투자기회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최근에 공동투자를 여러번 하면서 우리가 먼저 발굴한 좋은 회사들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굳이 우리 지분율을 낮출 필요가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특히 우리가 소개한 공동투자자들이 우리보다 주로 많은 금액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더 많은 지분을 갖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때는 그냥 우리만 단독으로 좋은 조건에 투자해서 더 많은 지분을 확보하고, 그 다음 라운드에 다른 투자자들을 더 높은 밸류에이션에 참여시킬까라는 생각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이건 나의 지극히 개인적인 불필요한 욕심이라는걸 깨닫는다. 우리가 투자할 수 있는 금액은 한정되어 있다. 몇 년 전에는 이 금액만 가지고도 꽤 오래 버티면서 제대로 된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이걸로 괜찮은 후속 투자를 받을 수 있었다. 그런데 위에서 말했듯이 경쟁환경이 많이 바뀌었다. 좋은 스타트업들이 더 많이 창업되고 있고,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더욱 더 좋은 제품이 필요하다. 더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더 좋은 개발인력이 필요하고 과거보다 더 많은 펀딩이 필요하다.

우리가 단독으로 투자하면 더 많은 지분율을 확보해서 회사가 잘 되면 더 큰 돈을 벌 수 있는건 사실이다. 그런데 우리의 단독 투자금만으로 개발인력을 채용하고,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들기에는 모자라는 경우도 많다. 이런 경우에는 공동투자자들과 함께 투자규모를 더 키우는게 모두를 위해 현명하다. 공동투자를 하면 내 지분율은 낮아지지만 회사가 살아남아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확률은 훨씬 높아지기 때문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듯 1억원 짜리 회사의 지분 30%를 갖는거 보다 1,000억원짜리 회사의 3%를 갖는게 훨씬 더 좋다.

잘 부탁드립니다

8265590387_cefbec3838_b오랫동안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고 대화하던 회사와 얼마전에 투자계약을 마무리 했다. 투자 금액과는 상관없이 투자를 하는 회사와 투자를 받는 회사간에 계약을 한다는건 항상 어렵고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지난 2개월 동안 우리는 상당히 많은 한국과 미국의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했는데, 양사가 계약서에 서명하고 창업가와 악수를 하면서 내가 항상 하는 말이 있다. 바로 “잘 부탁드립니다” 이다.

계약하는 자리에 나와 같이 있던 어떤 분이 돈이 있는 투자자가 왜 피투자자한테 잘 부탁한다는 말을 하는지 여쭤봤다. 오히려 돈을 받는 사람이 주는 사람한테 그 말을 해야하는게 아니냐는 말과 함께. 얼핏보면 이 말이 맞아 보인다 – 돈 받는 사람이 돈 주는 사람한테 고마워해야하고, 잘 부탁한다는 인사를 하는게. 하지만, 투자한 회사가 망하거나 또는 성공적으로 exit한 경험이 있는 투자자라면 잘 알 것이다. 투자계약을 하고 투자금 납입이 되는 그 순간부터는 투자자의 운명과 미래는 바로 창업가와 그의 팀에 달려있다는 걸.

현명한 투자자라면 돈 뿐만이 아니라 그 이상의 가치를 스타트업에 제공해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그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한 지식이 많은 투자자는 전략이나 제품개발에 실질적인 피드백과 조언을 제공하고, 본인의 경험을 기반으로 스타트업의 시행착오를 최소화 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다. 이 비즈니스를 잘 모르는 투자자들도 좋은 인맥을 소개해주고 자신들의 생각과 의견을 제공해 준다. 그런데 나는 잘 안다. 나같은 투자자들이 제공하는건 제 3자의 의견과 제안이며, 실제 결정은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이사와 창업팀만이 할 수 있다는 것을. 이들이 올바른 결정을 해야지만 우리도 잘 되고, 우리가 잘 되야지만 우리 펀드에 출자한 출자자분들도(=LP) 성공하기 때문에 이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건 스타트업들의 성공이다.

절대로 그렇지 않지만, 외부에서 볼때는 마치 우리같은 투자자는 ‘갑’이고 투자를 받는 창업가들은 ‘을’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실제는 그 반대이다). 아쉬운 건 돈을 필요로 하는 스타트업들이기 때문에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잘 보여야한다고 생각하는 시각 때문인거 같다. 뭐, 그럴수도 있다. 하지만, 투자가 집행된 이후 투자자들의 미래는 그들이 투자한 스타트업한테 달려있다. 투자자들은 투자한 스타트업이라는 배에 탄 것이고, 이들은 험한 파도가 치는 거친 바다를 이 배의 선장과 그의 선원들이 잘 항해해서 무사히 육지까지 갈 수 있길 기도하는 수 밖에 없다. 가끔 선장한테 쓴소리도 하고 이래라 저래라 간섭하겠지만 결국 배를 모는건 선장과 그의 팀이다.

그래서 우리 투자사들에게 다시 한번 말하고 싶다. 잘 부탁드립니다.

<이미지 출처 = http://forums.elderscrollsonline.com/en/discussion/156579/shooting-star/p3>

검은 백조 찾기

article-2154839-13754B18000005DC-390_636x373나심 니콜라스 탈레브 교수는 저서 ‘Black Swan’ 에서 ‘검은 백조’는 다음 3가지의 특성이 있다고 했다:
1. 예측할 수가 없다
2. 엄청난 파급효과를 가진다
3. 후에 곰곰이 생각하면 충분히 일어날 수 있었다고 분석된다

Tech 분야에는 이런 검은 백조들이 많다. 페이스북도 검은 백조였고, 아이폰도(=스마트폰) 마찬가지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엄청나게 성장해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는 게 너무나 당연하지만, 페이스북이 처음 시작되었을 때, 그리고 아이폰이 시장에 출시되었을 때를 기억해보면 부정적인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어떻게 보면 우리도 투자자로서 이런 검은 백조들을 찾기 위해서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요새 많이 한다. 하지만 블랙스완을 예측하는 건 힘든 게 아니라 불가능하므로 쉽지 않다. 현재 시점에서 보면 말도 안 되는 비즈니스인데 이게 5년~10년 후에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 예측하는 건 과학이 아니라 감을 기반으로 하는 도박이라고 생각된다. 이런 관점에서 어제는 우리 투자사들을 – 이제 거의 30개 – 하나씩 짚어 가면서 투자 당시에는 갸우뚱했지만, 현재 잘 성장하면서 앞으로 큰 파급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가진 회사들을 한번 마음속으로 나열해봤다.

솔직히 블랙스완이라고 분류할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많지는 않지만, 확실한 승자들은 명확했다. 투자할 당시에는 대부분 “괜찮은 거 같은데, 잘 모르겠다.”라는 느낌의 스타트업들이었고, 심지어 어떤 회사들은 “별로인 거 같은데….” 라는 생각도 했었지만, 투자를 했던 기억이 난다. 참 재미있는 건, 돌이켜보면 이 회사들이 성장하고 잘 되는 게 너무나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이다. 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시장이 파도처럼 생겨서 ‘운’이 좋은 회사 또는 중간에 비즈니스 방향을 바꿔서 일이 잘 풀린 스타트업도 있다. 역시 이들의 성공을 3년 전에 예측하기란 탈레브 교수 말처럼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성공을 당연하게 보이게 만드는 공통 요소는 역시 있었는데 그건 바로 창업팀(=사람) 이다. 뭐, 이젠 귀가 닳도록 많이 들었고, 입이 닳도록 나도 많이 말했지만, 사람이 전부이다 라는 건 다시 한번 강조해도 충분치 않은 진리인 거 같다. 뭐, 너무 똑똑하고, 열정 있고, 끝을 보는, 그런 창업가 자질은 기본적으로 모두 다 가지고 있고 중간에 안타깝게 실패하거나 잘 안 된 우리 투자사 창업팀들도 다 이런 기질은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왜 잘하는 사람들만 잘하고 있을까?

이 창업가들은 확실히 ‘비합리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거 같다. 아일랜드의 극작가 조지 버나드 쇼가 다음과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합리적인 사람은 스스로 세상에 자신을 맞춘다. 비합리적인 사람은 끈질기게 세상을 자신에게 맞추려고 노력한다. 따라서 인류의 모든 발전은 비합리적인 사람들에 의해서 일어난다.”

내가 위에서 말한 창업가들이 바로 이 부류에 속하는 사람들인 거 같다. 뭐, 그렇다고 이들이 극단적으로 비합리적인 거는 절대로 아니다 (어쩌면 그래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할지도….)

세상 모든 사람이 비합리적일 수는 없다. 모두가 다 세상을 자기 기준에 맞추려고 하면 질서라곤 찾아볼 수 없는 개판 세상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인류의 비약적인 발전을 위해서는 소수의 미친 사람들이 반드시 필요하다. 과거의 틀을 거부하고,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행동을 통해서 변화를 일으키는 그럼 과감한 창업가들이 지금 그 어느 때보다 우리한테는 필요하다. 아마도 이들이 만들어가는 창조물과 세상이 블랙 스완이 아닐까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154839/Black-swan-stands-gatecrashing-group-600-white-ones-ancient-swannery.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