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관계 형성의 중요성

내 글을 읽는 분들 중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 또는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비 창업자 분들은 창업 후 어느 시점에 – 생각보다 빨리 온다 –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돈을 펑펑벌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투자 유치를 할때 알면 도움이 되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이다. 전부터 포스팅을 하고는 싶었는데 최근에 만났던 몇 창업가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이 생생할때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과정을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해서 그들의 돈을 받는다는 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좋은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결국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때 거쳐야 하는 과정같이 특정 양식이나 객관적인 항목을 기반으로 Yes, No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마다 다른 기준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거 같다.

엄청난 초기 traction이 (매출, 트래픽, 사용자 interaction 등) 없고 투자자와 창업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첫 만남에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1,2만원이 아니라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어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번 만나고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팀과 제품일지라도 위에서 말한 엄청난 트랙션이나 그 팀을 오래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팀원들, 제품 그리고 그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난관들을 대표이사와 팀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들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해보기도 한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건 한번 또는 두번 만남을 가졌는데 반응이 별로이고 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가 물 건너 간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와 그 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어한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 만남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제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종 NO를 듣기 전 까지는 그 투자자와 계속 연결고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한 두번 만난 후에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그 이후에 완전히 연락을 끊는거랑, 반응이 별로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계속 발전과 성장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계속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워낙 많은 회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회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자주 연락하는건 힘들다.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communicate 해야 한다.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게 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로 이런 교류를 통해서 창업가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가가 연락을 하면서 회사상황, 본인의 생각, 궁금한 점 등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주면 “우리가 만약에 이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 창업가는 이런식으로 굉장히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연락하고 communicate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투자자는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믿음과 관계가 형설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우리가 최근에 투자한 게임회사 Flow State Media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회사 창업자/대표이사 Kahn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능력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게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투자자들을 VC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그 다음 순서의 투자자로 넘어간다.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자자들과는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Kahn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락하면서 우리 동네로 출장오면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투자 상황 및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Flow State Media의 Letter UP이라는 게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고, communication 기술이 좋고, 투자자들한테 책임감있고 professional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해볼만 하다라는 결정을 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간단하게 보면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오랜 교류로 인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하면 좋겠다. 솔직히 창업가의 입장에서도 이왕 투자를 받을거면 이 투자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돈은 어떤 돈인지 더 잘 알면 좋다.

Totspot 투자

내가 최근에 사람과 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포스팅도 같은 맥락의 글이다. 내 블로그를 오래 읽으신 분들은 알다시피 나는 원래 2007년도에 워튼 MBA 프로그램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만 하고 휴학을 했고, 그 이후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자동으로 중퇴 처리가 되었지만 실은 중간에 내가 복학을 한 번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워튼 스쿨의 정책상 입학하고 7년 안으로는 졸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2012년도에는 다시 복학을 해야지만 2014년도에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그때 검토를 했던게 얼마전에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던 안철수씨가 졸업한 워튼의 executive MBA 프로그램 이었다.

워튼 exec MBA 프로그램은 full-time 프로그램에 비해서 장점이 많았는데 필라델피아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수업을 한다는 점, 한달에 4일 – 6일만 part-time으로 (그것도 주로 금/토) 다니면 된다는 점,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2년을 학교 다니면 똑같은 MBA 졸업장이 나와서 당당한 워튼 MBA가 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나도 full-time MBA 프로그램에서 exec MBA 프로그램으로 편입?을 하고 한 달 정도 샌프란시스코로 등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Vijay Ramani라는 인도 친구를 학교에서 만났다. 나한테 했던 첫마디가 “안뇽하세요~” 였던 그는 당시 실리콘밸리 소재의 반도체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고 있었고 삼성과 일을 많이 했었다. 한국도 여러번 방문을 해서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2주에 한 번 보는 동기였지만, 한국이라는 연결고리 때문인지 금세 친해졌다. 참고로, 나는 워튼 exec MBA 프로그램도 시작한지 한달만에 그만뒀고 그 이후 공식적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는것도 힘들었고,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돈을 내면서 이 나이에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 단순히 가방끈 늘리기 위해서 – 명쾌한 답변을 찾을 수가 없었다.

Exec MBA 프로그램에서의 짧은 만남과 어울림 이었지만 그 관계는 오래갔고 비제이는 MBA를 졸업하자마자 다니던 반도체 회사를 그만두고 모바일 유아용품 판매 마켓플레이스 앱 Totspot을 창업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회사에 가장 처음 투자한 자랑스러운 투자자가 되었다. 모든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Totspot 또한 굉장히 어려운 고비들이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비제이와 그의 팀원들이 현명하게 장애물을 넘어서 계속 목표를 향해서 전진했다. 그들은 500 Startups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앱을 계속 개선시켰고 얼마전에 180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솔직히 Totspot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도 ‘사람’ 때문이다. 이 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분야는 굉장히 포화되어 있고 우리가 투자할 당시에는 기본 프로토타입만 존재했다. 하지만, 나의 짧았던 워튼 샌프란시스코 프로그램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비제이는 믿을만한 사람이었고 뭔가 시작하면 굉장히 책임감 있게 끝을 볼 수 있을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투자를 했다. 제품이나 시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마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

Congrats Totspot!

한국의 유니콘들

기고자 소개) John Nahm은 (남호형)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배기홍씨의 친구이자 스트롱벤처스 공동 대표이다. 그는 기술 및 금융 산업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과 미국의 초기 벤처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John Nahm 대표는 어린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영어, 스페인어 및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동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3년 11월 TechCrunch에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서 분석한 글이지만 나를 비롯한 tech 업계의 모든 분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전설속의 날개달린 말이 아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을 가르킬때 사용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글을 기고한 Aileen Lee에 의하면 유니콘은 ‘2003년 이후 창업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소프트웨어 회사’ 이다. 그 이후 더 많은 유니콘들이 미국에서는 탄생했지만 글이 발행되었을 당시에 미국에는 39개의 유니콘들이 있었다.

American unicorns

우리는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한국에는 유니콘들이 있을까? 있다면 몇 개? 앞으로는 어떤 유니콘들이 탄생할까? 스트롱벤처스가 (미래의) 유니콘들을 초기에 발견해서 투자하려면 뭘 어떻게 더 개선하고 바꿔야 할까?

내 파트너 John이 이런 질문들과 생각들을 시작으로 한국의 유니콘들을 찾아봤다.

[기고문]

회사의 가치가 천억 대를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스타트업 그룹을 ‘더 유니콘 클럽(The Unicorn Club)’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이란 전설속의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유니콘처럼 보기 드물고 마술적인 가치를 창출해 낸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드롭박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지난 11월 카우보이벤처스(Cowboy Ventures)의 에일린 리(Aileen Lee) 대표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한화 약 1조384억 원) 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39개를 유니콘이라고 지명하는 기사를 테크크런치에 기고했다. 그후로 10억 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전세계에서 유니콘(Unicorn)으로 불리고 있다.

내일 9월 12일 개최되는 지난 금요일 개최된 비글로벌2014 (beGLOBAL2014)에서는 국내 10개 유망 스타트업들을 해외 VC와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계기로 인해 필자가 속해있는 스트롱벤처스와 비석세스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한국의 유니콘 클럽(Korean Unicorn Club)’을 선정해 보았다. 분석에 의하면 한국에는 10개의 유니콘이 존재한다.

Korean unicorns

쿠팡은 지난 5월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의 투자로 인해서 기업 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마켓은 이베이코리아(eBay Korea)에 2009년 인수된 가격을 기반으로 가치를 정했다(현재 가치는 아마도 더 높을 것이다). 컴투스(Com2US), 다음(Daum), 엔씨소프트(NCSoft), 넥슨(Nexon)은 상장한 회사이니 현 시점의(9월 10일) 시총을 기준으로 잡았다.

스마일게이트(Smilegate)는 작년 이익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현재 평균 P/E ratio를 적용해서 기업가치를 정했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LINE)이 곧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니 네이버의 현재 시총에서 라인의(보수적인) 예상가치를(130억 달러) 분리했다. 카카오(Kakao)와 라인의 기업가치는 최근 미디어에서 거론되는 수치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 분석에 의하면 다음의 몇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새롭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만하다):

  • 한국은 소프트웨어도 잘한다(Korea is good at software): 많은 사람들에 의하면 한국은 하드웨어는 잘하는데 (e.g. 삼성, LG) 소프트웨어는 못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 유니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뛰어나며, 충분히 거대한 비즈니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게임은 한국의 최대 강점이다(Gaming is our specialty): 고정관념과 일치하는 부분은 한국에는 좋은 게임회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유니콘 10개 중 4개가 게임회사다(Com2us, NCSoft, Nexon, Smile Gate).
  • 전자상거래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E-commerce is rising as a leading category):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쿠팡과 지마켓만 유니콘으로 분류되었지만, 그 외에도 소셜커머스에는 티켓몬스터(TicketMonster)와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 배달 시장에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현지 스타트업이 시장을 이끈다(Local players lead the local market): 한국의 경우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만든 스타트업들이 대성공한다. 한국에서 야후(Yahoo!)와 구글(Google)이 로컬 검색과 포털사업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토종 서비스인 다음과 네이버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주로 이렇게 보인다.
  •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는 한국의 스탠포드다(SNU and KAIST are the Stanford of Korea): 한국 유니콘 10개 중 적어도 5개의 스타트업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창업멤버들로 구성 되어있다.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라인의 경우 거의 동기동창으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창업멤버들이다.
  • 메신저 앱이 가장 빨리 성장한다(Messaging Apps rule): 한국 유니콘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메신저앱 카카오와 라인이다.
  • B2B 유니콘은 한국에 없다(B2B SaaS unicorns are non-existent in Korea):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유니콘은 B2C 소비자 서비스들이다. B2B분야를 폭발적으로 리드할 유니콘 탄생의 기회가 다분히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많은 단체들과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협조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테크 스타트업 업계는 티핑 포인트를 (tipping point) 넘어섰다. 앞으로 5년 안에 한국의 유니콘이 적어도 10개가 더 탄생할 수 있기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http://siddgan.wordpress.com/2014/03/09/trip-to-the-unicorn-capital-of-the-universe/
http://techcrunch.com/2013/11/02/welcome-to-the-unicorn-club/

Where are they now? – Part 2

Capture15년 동안 입은 걸레가 된 이 정든 티를 버리면서 2009년도에 내가 쓴 포스팅을 다시 읽어봤다. 이 과거 포스팅 이후 5년 동안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서 다시 한번 이 회사들의 근황들을 조사해봤다. 찾아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서 틀린 정보가 있을수도 있음) 1999년 – 2009년에 비해 그닥 큰 변화는 없었던 거 같지만 역시 인수, 상장, 파산 등 몇가지 변화는 있었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 잘 될 수도 있겠지만 다 망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조금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 중 잘되는 회사도 있고 안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우리를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이 100년 이상 가는 회사들을 찾아서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이 중 어떤 회사들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그게 50년이 되고 또 100년이 될지는 나도 참으로 궁금해지는 월요일 아침이다. 한국은 추석 아침밤 이겠지. 밑에는 내가 2009년도에 쓴 글을 다시 포스팅해본다.

[2009년 6월 과거글]

사진에 보이는 t-shirt는 내가 1999년도 실리콘밸리의 한 저녁 행사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웃음이 생기는데, 바로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물론, 아무도 몰랐다),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스탠포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그 당시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행사 중 하나였다. 학교 내부에서 한거는 아니고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행사 장소까지 버스가 제공되었던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냥 잠옷으로 입는데, 몇일 전에 와이프가 이 티를 보더니 “오빠, 저 회사 중 지금 제대로 남아서 비즈니스 하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이 은근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궁금해서 이 티 뒤에 있는 48개의 (숫자가 애매해서 다시 세고 또 세어봤는데 50이 아니라 48개 맞다) 벤처기업 중 과연 10년 후인 지금 – 2009년 6월1일 – 부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가 몇개나 남아 있을까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봤다. 와…진짜 힘들고 완전 노가다 였는데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오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Bing이라는 새로운 서치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것도 이 기회에 사용을 해봤다. Not bad at all!

참고로, 위의 48개 벤처기업들은 1999년 나름대로 VC 중 가장 잘나가는 회사 중 하나였던 손정의 대표의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hot한 회사들이자 Stanford MBA들의 로망이었던 회사들이었다. 나도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멋진 인터넷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business development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1. AsiaOnline – 한때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가장 잘나가는 포탈이었음. 지금 망했음.
2. Concentric – 2000년도에 Nextlink라는 회사에 29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Nextlink는 XO Communications로 이름을 바꿈.
3. Net2Phone – 한국의 Dialpad와 더불어서 공짜 VoIP의 선두주자였음. 아직 살아 있음.
4. E-Trade– 아직 살아있고, 잘 되고 있음.
5. More.com –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걸 봐서는 지금 망한거 같음.
6. USWeb/CKS – 웹디자인 회사로 출발하였다가 몇차례 인수 합병에 실패 한 후 파산 신청. 지금은 US Web이라는 웹 마케팅 회사로 존재.
7. Yahoo! – 아직 살아있음.
8. Comergent – Ariba/CommerceOne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망한거와 다름없음.
9. Rivals.com – 야후가 2007년도에 인수하여서 아직 살아 있음.
10. ThinkLink – 관련 기사가 별로 없는걸로 봐서는 망했음.
11. SmartAge – 망했음.
12. Spinway – 망했음.
13. Urban Media – SoftbankAccel이 엄청나게 돈을 디리 부었는데, 망했음.
14. CharitableWay – 망했음.
15. Dr.Drew웹사이트 개편 중이라고 나오는데, 아직은 살아 있는거 같음. (Update: 잘 되고 있는거 같음)
16. CareAssured – 망했음.
17. Televoke – 망했음.
18. Quova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11월 Neustar에 인수됨)
19. Appgenesys – 망했음.
20. Buy.com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5월 일본의 Rakuten에 인수됨)
21. 1-800 Flowers – 아주 잘되고 있음.
22. DoDots – 망했음.
23. Kizai – 망했음.
24. Photopoint – 망했음.
25. BroadDayLight – 망했음.
26. Bluelight.com – 망했음.
27. iPrint.com – 2000년도에 상장하였고, 아직 영업 중.
28. LRN – 아직 잘 하고 있음.
29. Invisible Worlds – 망했음.
30. Law.com – 법 관련 포탈로써 자리를 잘 잡았음.
31. Kefta – Acxiom이 2007년도에 인수하였음.
32. Support.com – 2000년 7월 상장해서 잘 하고 있음.
33. Model-E – 망했음.
34. ZDNet – 잘 되고 있음.
35. ToysRUs.com – 경기를 많이 타고 있지만, 그래도 건실함. (Update: 아직도 경기를 많이 타고 있고, 건실하지는 않고 위험함)
36. CriticalPath – 49개 회사 중 가장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함. (Update: 2013년 12월 Openwave Messaging 사에 인수됨)
37. PeoplePC – 2002년도에 EarthLink가 인수하였는데, 인수 당시 상당히 상태가 좋지 않았음.
38. ELoan – 아직 살아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음.
39. AllAdvantage – 와…이 회사에 대해서는 내가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AllAdvantage.com은 아마도 1999년도 스탠포드 캠퍼스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었던 벤처 industry의 darling 이었다. 웹서핑을 하면서 AllAdvantage.com을 실행시켜면 하단에 광고 배너들이 노출되고 광고들을 더 많이 볼수록 광고 수익이 발생해서 회사와 유저가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그 당시만 해도 정말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지금은 완전 대박 울트라 망했음.
40. Preview Systems – 망했음.
41. Rentals.com – 아직 살아 있음.
42. CruelWorlds – 망했슴.
43. HotVoice – 망했슴.
44. Dovebid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03년도에 상장했다가 현재 시장에서 퇴출되었음)
45. Ecoverage – 망했음.
46. Biztro – 망했음.
47. FastParts – 망했음.
48. Bayla – 망했음.

-망한 회사 27개 28개
-간신히 살아남은 회사 12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회사 9개 8개 (E-Trade, Yahoo!, Rivals.com, 1-800 Flowers, Law.com, LRN, ZDNet, ToysRUs.com, CriticalPath)

즉, 48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망했는데, 스스로 이 회사들을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1999/2000년도 실리콘 밸리에서 왕같이 군림하던 회사들이 지금은 우리와 같은 노땅들의 기억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특히, AllAdvantage와 같은 회사들은 그 당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순진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벤처의 꿈을 잔뜩 심어주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벤처의 열풍으로 인도하였던 그러한 회사들이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 또다시 이와 비슷한 글을 쓴다면, 과연 그때는 어떤 회사들이 남아 있을까. Facebook? MySpace? Twitter? Musicshake?

‘Team’이 중요한 이유

Photo Aug 22, 3 20 10 PM선배 VC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의역: 제대로 된 VC가 되려면 최소 펀드 하나 정도는 말아먹어야된다.)” ‘말아먹은’ 건 절대로 아니지만 우리도 첫번째 펀드를 통해서 많은 실수를 했고 또 이로 인해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계속 배우고 있다. 이제 우리 첫번째 펀드가 거의 다 소진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그동안 투자를 하면서 얻은 배움을 머리속에 정리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배움에 대해서 간단히 써보려고 한다.

우리는 현재 첫번째 펀드에서 18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이 중에는 굉장히 잘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고, 그럭저럭 되는 회사들도 있고, 예상과는 달리 많이 고생하는 회사들도 있다. 18개의 회사들 모두 우리가 가장 많이 focus를 둔 부분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팀 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시장의 크기와 제품에 조금 더 많은 focus를 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창업팀이 성장 가능성도 많은 비즈니스를 한다면 이 회사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지만 이런 회사를 발굴하는 건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다면 빠른 결정을 해야하고 이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의 크기나 현재의 제품보다는 ‘팀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번째 펀드를 운영하면서 나는 많은 걸 배웠지만, 그 중 가장 큰 배움 한가지만 꼽으라면 결국엔 ‘사람’의 주제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거 같다. 역시 좋은 창업가와 좋은 팀에 투자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도 창업팀과 우리랑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보다 제품과 시장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투자를 하면 투자자-창업가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가 없다. 이 업을 30년 넘게 하신 선배들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제품을 가진 회사가 거만하고 고집불통인 창업팀 때문에 하락하는 걸 목격했고 이와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좋은 창업팀이 대단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것을 경험했다.

좋은 제품은 만들기 어렵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이 좋은 제품을 계속 유지시키려면 그 뒤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금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아주 좋은 제품이 있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걸 진짜 비즈니스로 scale하고 그 과정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필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