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에듀캐스트 투자

article-0-1B6C6098000005DC-99_634x411작년 가을 테니스 리그전에서 나보다 좀 어린 친구랑 시합을 한적이 있다. 나도 어릴적부터 테니스를 제대로 배워서 실력이 나쁘지 않은 편인데 이 친구도 여러면에서 봤을때 그냥 취미로 배운건 아니고 어릴적부터 제대로 친 실력이었다. 내가 졌는데, 시합이 끝나고 혹시 중학교나 고등학교때 선수였냐고 물어봤다. 대답은 의외였다. “한번도 정식으로 배운적은 없고 유투브로 테니스를 배웠어요.”

워낙 빠르게 변하는 세상이고 이런 변화의 중심에서 일을 하고는 있지만 다시 한번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걸 느꼈다. 유투브라는 회사는 2004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는데 10년 이라는 길지않은 기간 동안 엄청난 성장을 했고 유투브가 시작한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많은 전통 비즈니스에 disruption을 가져오고 있다.

교육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몇백년 동안 교육만큼 바뀌지 않은 분야가 있을까? 고대 로마 시대부터 교육은 교실이라는 물리적인 공간에서 소수의 선생님들은 가르치고 다수의 학생들은 들으면서 배우는 틀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렇게 빨리 바뀌는 세상에서 이렇게 바뀌지 않는게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 정도이다. 하지만, 기술이 우리가 배움을 얻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다. 풍부한 bandwidth, 전세계 어디서나 사용가능한 인터넷, 무료 컨텐츠, 그리고 유투브나 MOOC(Massive Open Online Courses: 대규모 온라인 공개수업)와 같은 새로운 플랫폼이 이를 가능케 하고 있다.

온라인 교육의 위력에 대해 스탠포드 동문 잡지인 Stanford Magazine에 다음과 같은 글이 소개된 적이 있다:

Christos Porios는 그리스의 알렉산드로포울로스에 사는 16살 고등학생이다. 그는 스탠포드 대학과는 전혀 연관되어 있지 않고, 스탠포드 대학 근처에도 가보지 못했다. 하지만 스탠포드 대학의 한 수업이 그의 인생을 바꿨다.

포리오스 학생은 작년 가을학기에 머신러닝 관련 시범 온라인 수업에 등록한 10만명의 학생 중 한명이다. 컴퓨터공학 교수 Andrew Ng은 스탠포드 학생들을 위해서 이 수업을 만들었는데, 수업 시작하기 몇일 전 누구나 무료로 이 수업을 온라인으로 수강하고, 시험도 보고, 숙제도 제출할 수 있도록 온라인 공개 강의로 변경을 했다.

포리오스 학생은 이 소식을 트위터로 접했다. 물론, 수업을 마친 후 스탠포드 대학 정식 학점을 취득하지는 못했다. 그냥 수업을 무사히 잘 수료했다는 축하 편지만 받았지만, 이 경험은 그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비록 한번도 직접 만나본적은 없지만, Andrew Ng 교수는 제 인생 최고의 선생님 입니다. 이런 엄청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싶습니다.”

Nightcrawler 라는 영화를 보면, Louis Bloom 이라는 주인공은 사회적 외톨이/왕따이다. 그래서 변변찮은 교육도 제대로 받지 못했지만, 하루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서 위키피디아를 통해서 엄청난 지식을 습득한다(심지어는 연애하는 방법까지 위키피디어로 부터 배운다). 영화이지만 그는 왠만한 전문가나 방송일을 오래한 사람들보다 더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

인터넷과 기술의 발달이 배움에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인데 박사학위를 받을 목적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지식을 이제는 온라인상에서 거의 무료로 습득이 가능하다. 물론, 이 분야의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교수님을 통해서 배우는거보다 시간이 조금 더 걸릴수는 있겠지만, 의지만 있고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투자할 의향이 있다면 왠만한 전문지식은 다 온라인상에서 배울 수 있다.

그렇다고 학교는 이제 더 이상 필요 없다는 말인가? 그건 아니다. 말콤 글래드웰이 그의 베스트셀러 ‘Outlier’ 에서 말하듯이 한 분야에서 성공하려면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소들과 적절한 운이 필요한데 학교라는 물리적인 공간은 단순한 학문적 지식 외에 다양한 인간관계와 혼자서 인터넷으로 접하기 어려운 수많은 기회들을 제공할 수 있다. 또한, 정해진 시간내에 뭔가를 배워야 한다는 강제성까지 있기 때문에 주어진 시간에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데 효과적이다. 물론, 이를 위해 수천만원의 학비를 부담할 의향이 있냐는 개인의 선택이다.

다시 위의 테니스 예로 가보자. 학문적인 지식은 유투브를 보고 습득할 수 있지만 이제는 테니스같이 몸으로 하는 운동까지 유투브를 보고 배울 수 있는 세상이 왔다. 인터넷, 가상현실, 블록체인 등의 기술이 성숙해지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의 모든 지식을 거의 무료로 배울 수 있는 세상이 곧 올것이다. 어쩌면 우리 생각보다 빨리 올 것이고 이미 와 있을지도 모른다.

이를 현실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TNTcrowd라는 회사가 있다. 젊고, 기술력이 풍부하고, 똑똑한 친구들로 구성된 이 팀은 에듀캐스트라는 서비스를 통해서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만들고 있다. 우리는 이 친구들의 사고방식과 태도가 좋아서 최근에 투자하고 한 배를 같이 탔다.

세상에서 가장 큰 학교를 응원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dailymail.co.uk/news/article-2400941/The-world-s-biggest-school-47-000-pupils-1-000-classrooms-run-3-800-staff-India.html>

첫번째 투자자

tumblr_m5ksnz57Cz1r2bgg3o1_500최근에 우리 회사 소개자료 만들 일이 있어서 그동안 투자한 회사들에 대한 정리를 좀 해봤다. 지금까지 우리가 투자한 회사는 23개인데 이 중 18개 회사에 Strong Ventures가 가장 먼저 투자한 첫번째 투자자였다. 우리야 워낙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시드펀드이기 때문에 금액은 크지 않지만 전체 포트폴리오의 80%에 가장 먼저 투자했다는건 우리 스스로에게 시사하는 바가 컸다. 남들보다 먼저 좋은 회사와 팀을 찾아서 투자하고 같이 성장한다는 스트롱의 전략에 충실했었고, 다른 사람 눈치 보지 않고 우리가 믿는 사람들을 소신있게 지원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했다.

벤처 세계에서 ‘첫번째 투자자’는 중요한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투자 액수를 떠나서 상당히 많은 기회의 문을 여는 열쇠의 역할을 한다. 특히, 제대로 된 제품도 없고 과거에 성공적인 창업 경험이 없는 창업가들에게는 더욱 중요하다. 아무리 시드펀딩을 하는 투자자라도 이런 팀한테 투자하는건 너무 큰 리스크의 부담이 있기 때문에 섣불리 용기를 내어서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경우, 그 누구도 첫번째 투자자가 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여기 아주 흔한 예가 있다; 창업 경험은 없지만 똑똑한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큰 시장에 존재하는 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한 기술 기반의 해결책을 만들기 위해서 회사를 만들었다. 어느 정도의 프로토타입까지는 만들었지만 product fit이나 market fit의 가능성을 보여주기에는 부족하기 때문에, 이를 증명하기 위해서 약간의 투자가 필요하다.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창업 초짜들이기 때문에 분명히 자신들의 비전을 이해하는 투자자를 만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여러 투자자들을 만나본다. 하지만, 현실은 매우 냉혹하다. 모든 투자자들의 피드백은 다음과 같다. “똑똑한 팀이고 재미있는걸 하려고 하네요. 그런데 아직은 잘 모르겠고 조금 더 지켜보고 싶네요.”

그리고 많은 투자자들이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혹시 다른 투자자 누구랑 이야기를 또 하고 있나요? 그들은 뭐래요?” 여기서 만약에 누군가 – 그리고 그 누군가가 어느정도 평판과 브랜드가 있는 VC 라면 – 투자하기로 약속을 했다면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특히 여러 투자자들이 좋아하고 명망있는 VC가 투자하기로 했다면, 이 회사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결정은 아직 내리지 못한 투자자들이 들어올 확률이 매우 커진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100% 확신이 서지 않는 이 시점에서 첫번째 투자자가 투자결정을 했다는거 자체가 2% 모자란 이들의 확신을 확고하게 해줄수 있기 때문이다.

또다른 이유는 – 이건 내가 투자를 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부분이니 옳을수도 있고 틀릴수도 있다 – 리스크를 감수해야하는 VC 들이 은근히 리스크를 기피하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엔 괜찮은 회사인데…그리고 다른 투자자들이랑도 이야기 하고 있다는데….왜 다른 사람들은 투자하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는게 투자자이다. 그래서 눈치만 보다가 다른 투자자들이 들어오면 그때서야 투자를 하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 이런 심리가 팽배해 있기 때문에 첫번째 투자자의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이 회사는 괜찮은 회사이니까 당신들이 투자해도 좋습니다. 일단 우리가 깃발을 꽂습니다.” 라는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다.

최근에 우리가 투자한 회사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루키 창업가들이지만 머리도 좋고 과거 직장 경력도 좋았다. 그리고 하려고 하는 사업 아이템도 괜찮았고 내가 보는 시장은 상당히 컸다. 하지만 거의 3개월 동안 시드투자유치를 위해 여러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했지만 위에서 말한 이유들 때문에 그 누구도 선뜻 투자하겠다는 결정을 하지 못했다(참고로, 매우 작은 시드 round 였다). 그때 우리가 첫번째로 투자 계약서에 서명했고, 이 ‘신호탄’을 그동안 이야기하고 있던 다른 투자자들에게 다시 가져갔다. 그리고 3개월 동안 맴돌던 투자이야기가 우리가 투자하기로 결정한 이후로 정확히 3일 만에 closing 되었다. 그동안 눈치보고 있던 4명의 투자자들이 스트롱벤처스가 들어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3일만에 모두 투자하기로 결정했던 것이다(심지어는 주말이 껴있었다).

“스트롱벤처스가 그래도 미국<->한국을 좀 아는 믿을만한 LA 창투사인데, 얘네들이 투자를 했다면 뭔가 괜찮은 회사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와, 워낙 작은 시드라운드였기 때문에 빨리 움직이지 않으면 다른 투자자들한테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두려움(FOMO: Fear Of Missing Out) 때문에 이렇게 빨리 시드 투자금을 모을 수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가능하면 항상 첫번째 투자자가 되길 원한다. 그래서 우리가 ‘깃발을 꽂는’ 이 회사가 가능성이 있다는 신호를 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이미지 출처 = http://www.tumblr.com/search/Stanley+Goodspeed>

평판의 세상

Warren Buffett은 많은 명언을 남겼지만, 내가 생각하는 명언 중 명언은 이거다:

“We can afford to lose money – even a lot of money. But we can’t afford to lose reputation – even a shred of reputation(버크셔헤서웨이가 돈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아주 많이 잃어도 괜찮습니다. 하지만, 명성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단 한 티끌이라도)”

창업가나 투자자들도 이 말을 명심해야 한다. 창업가들은 소프트웨어 코드를 가지고 무에서 유를 창조하지만 혼자서 이걸 할 수는 없다. 좋은 팀원들과 같이 해야 하고, 같이 일할 수 있는 믿을만한 파트너들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들을 믿고 돈을 대줄 투자자들을 잘 만나야 한다. 결국, 모든 건 ‘관계’ 기반이고 이러한 크고 작은 인간관계의 기본이 되는 건 각자의 평판(reputation) 이다.

우리같이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시드 투자자들에게 창업가들의 평판은 더욱 중요하다. 제품이 없거나, 아니면 시장에서 아직 증명되지 않은 제품을 개발한 창업팀이 투자유치를 하러 오면 그 시점에서 시장이나 제품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수치가 없다. 창업팀에 대한 ‘느낌’을 기반으로 투자 결정을 해야 한다. 이미 내가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게 문제가 없지만 그렇지 않다면 내가 믿는 다른 사람들을 통해서 이들의 평판을 확인하는 방법밖에 없다. 나는 주로 내가 100% 신뢰하는 다른 동료 투자자나 창업가들의 의견을 구하는데 이들한테 오는 답변이 긍정적이면 투자할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아무리 첫인상이나 느낌이 좋아도, 내 주위 사람들의 이들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다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본다.

창업가가 투자자를 선택함에서도 이 법칙은 적용된다. 잘 모르는 투자자한테 투자 제의를 받으면, 현명한 창업가라면 주위에 있는 믿을 수 있는 분들한테 이 투자자의 평판에 관해서 물어보고 결정을 한다. 그만큼 좁고 “내가 믿는 사람이 믿는 사람이면 나도 믿을 수 있다.”라는 법칙이 강하게 적용되는 게 이 바닥이다.

평판은 사람뿐만이 아닌 제품에도 적용되는 걸 경험했다. 나는 비트코인 회사에도 투자했고,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들을 많이 사용한다. 한국도 비슷하지만, 미국의 경우 비트코인 관련 스타트업들이 매일 새로 생긴다. 이 중 큰 비즈니스가 될만한 서비스들도 있고, 금방 죽을 서비스도 있다. 비트코인이 워낙 규제되지 않은 새로운 분야라서 그런지 사기꾼들도 많다. 그래서 나는 비트코인 서비스를 새로 사용해보기 전에 그 회사에 누가 투자했는지를 먼저 본다. 내가 알거나 아니면 평판이 좋은 VC가 투자한 회사면 안심하고 사용을 한다. Coinbase가 그 대표적인 사례인데 Andreessen Horowitz와 Union Square와 같이 평판이 좋은 VC 들이 투자한 회사이기 때문에 내 비트코인들이 날아갈 염려를 별로 하지 않는다(물론, 이건 근거 없는 믿음이다). 더 나아가서는 내 비트코인이 다 날아가면 코인베이스에서 어떻게든 보상해주겠지라는 생각마저 한다. 코인베이스의 창업가들을 나는 개인적으로 전혀 모르고 거기서 일하는 친구도 없지만 단지 믿을 수 있고 평판이 좋은 투자자들이 이 회사에 투자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런 마음의 평안을 가질 수 있다.

평판은 정말 중요하다. 워런 버핏이 말한 대로 돈은 잃어도 되지만, 평판을 잃어서는 안 된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망한 회사들도 있지만, 그 창업가들이 새로운 회사를 시작하면 나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있다. 그들은 돈은 잃었지만, 평판은 잃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대로 회사는 잘 되지만 다시 투자하기 싫은 경우도 있다. 그들은 돈은 잃지 않았지만, 평판을 잃었기 때문이다.

PurseIO

purseio한국의 대기업으로는 CJ E&M이 최초로 비트코인을 결제 수단으로 도입했다. CJ의 온디맨드 영화 서비스 Vingo가 코스닥 상장사 최초로 비트코인을 도입했는데 비트코인의 가능성에 많은 기대와 믿음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굉장히 좋은 소식이었다. 그리고 더 좋은 소식은 우리 투자사 Korbit의 결제 시스템인 Korbit Pay로 결제를 구현했다는 점이다. CJ에서 앞으로 비트코인을 통한 매출과 거래량과 같은 수치를 공개할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재미있을 거 같다. 특히 외국에 사는 교포들이나 외국인 중 K-pop이나 한국 드라마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마니아들이 많은데 현재 이들이 좋아하는 한국 배우들이 나오는 드라마나 영화를 볼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한정되어 있다. 정식으로 돈을 내고 콘텐츠를 소비하려면 불편한 한국 사이트랑 결제 시스템 때문에 상당히 힘들었는데 결제를 비트코인으로 가능케 하면 과연 이 수치가 바뀔지, 그리고 어느 정도 바뀔지 매우 궁금하다.

앞으로 더 많은 대기업과 중소기업들이 CJ E&M을 예의주시하면서 긍정적인 신호들이 보이면 너도나도 비트코인을 결제수단으로 도입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비트코인 도입이 가속화되겠지만, 그래도 문제는 존재한다. 막상 비트코인으로 물건을 구매해야 하는 소비자들이 아직 절대적으로 부족하다는 것이다. 비트코인에 대해 아는 일반 소비자 수가 너무 적고, 비트코인에 대해 조금 아는 사람들도 막상 지갑을 만들어서 사용하려면 아직 좀 어려운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 많은 일반 소비자들이 Korbit이나 Coinplug와 같은 서비스를 통해서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고 비트코인을 사고팔아야 하고, 현금이나 신용카드를 소유하는 거와 같이 비트코인을 소유하고 있어야지만 쉽게 비트코인으로 결제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 비트코인 도입의 어려움에 대한 생각과 고민을 상당히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이 어려움에 대한 좋은 해답을 제공하는 PurseIO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고, 11월 말에 우리가 시드펀딩을 lead 했다. PurseIO의 비즈니스는 굉장히 재미있고 한국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이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Amazon이 발행하는 상품권은(gift card) 평생 소멸하지는 않지만, 현금화할 수도 없고 남한테 양도할 수도 없다. 아마존 상품권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아마존에서 물건을 사는 것이다. 정확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현재 150억 달러(=16조 원) 어치의 미사용 아마존 상품권이 시장에 존재한다고 한다. 이 중 일부는 소진되겠지만 대부분 그냥 미사용으로 남을 것이다. PurseIO는 이 상품권들에 유동성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아마존에서 1,000달러짜리 TV를 구매하려고 한다. 현금으로 결제하면 당연히 1,000달러를 내야겠지만, 이걸 PurseIO에서 더 저렴한 가격에 구매 요청할 수 있다. 대신, 나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으로 지급을 한다. 한 20% 할인해서 800달러에 구매요청을 올리면,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용자가 상품권을 1,000달러 사용해서 TV를 구매한 후에 나한테 보내주고, 나는 그 사람한테 800달러에 상응하는 비트코인을 보내 준다. 내 비트코인을 받으려면 그 사람은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어야 하고(아직 없다면) 앞으로 다시 나한테 받은 비트코인을 사용해서 뭔가를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조금 복잡해 보일 수도 있지만, 위의 예에서 몇 가지 중요한 거래가 발생했다. 일단, 나는 1,000 달러짜리 TV를 20% 할인된 800달러에 구매해서 절약했다. 아마존 상품권을 보유한 사람은 어쩌면 평생 사용되지 않아 가치가 없을지도 모르는 상품권을 사용해서 800달러를 벌었다. 대신 800달러는 현금이 아닌 비트코인을 받았기 때문에 그 금전적 가치는 오를 수도 있고 내릴 수도 있다. 어쨌든 아마존 상품권에 유동성이 생긴 것이다. 이 과정에서 – 만약에 상품권을 사용한 사람이 비트코인에 대해 전혀 몰랐고, 비트코인 지갑이 없었다면 – 비트코인 지갑이 하나 추가로 생성되고 비트코인 사용자가 한 명 더 생긴 것이다.

아마존 상품권과 같이 금전적 가치가 있지만, 유동성이 부족한 다양한 상품들에 유동성을 제공하는 Purse의 기본적인 개념은 상당히 파격적이고 다른 분야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purse.io>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