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rong

IRR, Multiple, 그리고 DPI

우리가 스타트업을 만나면 수치에 대한 질문을 많이 한다. 팀도 중요하고, 시장도 중요하고, 제품도 중요하지만, 결국 우리 같은 투자자들이 돈을 투자해서 다시 이 돈의 수 배를 벌기 위해서는, 스타트업에서 의미 있는 숫자가 나와줘서, 이 회사가 엑싯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포트폴리오 회사가 엄청난 펀딩을 받아서 유니콘이 되면 당연히 기분이 좋겠지만, 그 회사의 지분을 팔지 않으면 그냥 투자자들이 인정한 종이상으로 높은 밸류에이션 회사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것이지, 실제로 돈을 번 건 아니다.

우리 같은 VC 펀드에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벤처 펀드의 실적을 평가하는데 가장 자주, 그리고 많이 사용되는 수치가 IRR과 multiple이다. 흔히, 배수라고 하는 multiple은 단순하다. 한 펀드에서 투자한 전체 금액과 이 금액의 현재 시장 가치를 비교하는 수치이다. 예를 들어, 한 펀드에서 10개의 회사에 100억 원을 투자했는데, 이 100억 원의 현재 밸류에이션이 200억 원이라면, 배수는 2.0이다. IRR은 내부수익률이라는 건데, 펀드에 투자한 출자자들(=LP)의 실질적인 수익률이다. 이자율의 개념과도 비슷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배수와 다른 점이 있다면, 여기에는 시간이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때문에, 특정 회사에 투자한 후, 이 회사의 지분을 얼마나 오랫동안 보유하고 있는지에 따라서 IRR은 달라질 수 있다.

벤처 펀드의 수치를 트래킹하고 분석하는 자료를 보면 여러 가지 복잡한 수치가 많이 보이지만, 아마도 이 배수와 IRR이라는 수치는 항상 도드라지게 강조되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도 투자받기 위해서 LP들과 이야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배수와 IRR을 물어보고, 이를 다른 펀드와 비교해보고, 이 펀드의 수익률이 높은지 별로 안 좋은지 판단을 하는 것 같다.

둘 다 아주 오래된 수치이고, 펀드의 실적을 평가하기에는 좋은 기준이긴 하지만, 배수나 IRR은 대부분 아직 실현되지 않는 수치이다(실은, 그래서 실현된 배수와 IRR, 그리고 미실현된 배수와 IRR을 구분하지만, 대부분의 수치는 미실현된 수치이다). 어떤 펀드의 배수가 5.0이면, 엄청난 숫자이지만, 그 펀드에서 투자한 회사들의 밸류에이션이 이 배수에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실제로 5배의 이익을 얻었다는 의미는 아니다. IRR도 비슷한 원리가 적용된다. 높은 (미실현) 배수와 IRR을 자랑하는 펀드는 마치 높은 밸류에이션을 자랑하는 스타트업과 비슷하다. 종이 상 숫자는 좋지만, 실제로 이게 수익으로 실현될지 안 될지는 아직은 미지수이다.

그래서, 내가 개인적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건 DPI라는 수치이다. Distribution to Paid in Capital의 약자인데, 투자자들에게 실제로 수익으로 지급된 현금을 계산한 지표이다. 내가 어떤 펀드에 주주로 참여해서, 10억 원을 출자했는데, 이 펀드가 투자한 회사들이 실제로 엑싯을 해서 출자금의 절반인 5억 원을 실제로 현금으로 받았다면 DPI는 0.5이고, 대박 난 회사가 하나 있어서 30억 원을 현금으로 받았다면 DPI는 3.0이 된다.

펀드 수익률이나 배수가 높으면 자랑할만하고, 펀드 만드는 데 유리하긴 하지만, 결국, 이 펀드에 출자하면, 돈을 벌 수 있냐 없냐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show me the money를 하기 위해선, 결국엔 수익이 실현되어 다시 출자자들에게 현금으로 지급되어야 한다.

자만심

벤처 투자뿐만이 아니라, 세상만사에 적용될 수 있는 내용인데, 경험이 쌓이면 쌓일수록 경계해야하는게 바로 자만심이라는 몹쓸 녀석이다. 나도 투자를 처음 시작할 땐,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였기 때문에 초짜의 모습, 겸손 그 자체로 일을 했다. 전혀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전혀 아는 척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이제 경험이 조금씩 쌓이고, 적당히 쓴 맛도 보고, 아주 가끔 작은 성공도 맛보면서, 자연스럽게 나만의 철학이 생기고, 나만의 관점이 생겼고, 의도치 않게 자만심이라는 게 서서히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어떤 미팅을 하면서, 속으로 계속 “저 분야는 전에도 투자해봤고, 나도 좀 공부를 해서 내가 좀 아는데, 저거 정말 힘들어서 잘 안 될 텐데”라는 생각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 대해, 그리고 처음 접하는 사업에 대해서 내가 이미 그 분야에 대해서 잘 안다는 생각을 기반으로 섣부른 편견을 갖거나, 판단해버리는 이런 순간을 우린 아주 조심해야한다. 왜냐하면, 사업은 결국 사람이 하는거라서, 같은 분야에서 같은 사업을 해도 그 결과는 항상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의 경험을 기반으로 미래를 너무 예측하려고 하고, 가끔 그 결과가 운 좋게 맞았다는 이유만으로 스스로 실력이 좋다고 자만하기 시작하면, 그때부턴 계속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자신을 변화시키는 게 정말 힘들어진다.

그래서, 우리같이 많은 회사를 만나고 투자하는 투자자나, 매일매일 힘든 결정을 해야 하는 창업가는, 경험이 쌓이면서 일이 조금씩 잘 풀려서, 자신감에 차 있을 때를 가장 조심해야 한다. 이 자신감이라는 존재와 자만심은 종이 한 창 차이인데,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그 순간부턴, 더 이상의 발전은 없고, 퇴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내가 뭘 좀 안다고 생각하는 그 순간부터 더 배우려고 하지 않기 때문에, 자만심 없는 태도를 유지하는 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도 항상 속으로 이런 다짐을 한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고, 항상 겸손해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래도 어쩔 수 없이 한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다 보면, 경험과 짬밥이 쌓이면서, 이런 자만심이 조금씩 생긴다. 이런 순간이 오면, 요샌 그냥 일부러 스스로 주문을 건다. “나는 아무것도 모르는 바보다. 지금까지의 내 경험은 아무것도 아니니, 항상 배워야 한다. 자만심을 경계하자. 그렇지 않으면 언제든지 한 방에 훅 갈 수 있다,”라는 말을 속으로 되새긴다.

내가 좋아하는 VC인 Benchmark의 빌 걸리가 항상 버릇처럼 하는 말이 “좋은 판단을 하려면, 경험이 필요하다. 그런데, 경험은 나쁜 판단을 많이 해야지 생긴다.”인데, 나도 너무 좋아하는 명언이다. 그런데, 이 말을 조금 더 확장 해석해보면, 나쁜 판단을 많이 해서 경험이 생기면, 좋은 판단을 하는데, 좋은 판단을 너무 많이 하면 더 이상의 경험이 축적이 안 된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가 있다. 그래서 이 정도 경지에 올라가면, 자만심이라는 녀석을 항상 경계해야 하고, 계속 열린 마음으로 배우는 자세를 가져야지만, 더 많은 경험이 생기고, 더 많은 성장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엔 팀플레이

작년 팬데믹 기간에 우린 예상했던 것 보다 더 많은 투자를 했고, 올해도 투자 속도를 늦추지 않기 위해서 새로운 펀드를 만들고 있다. VC의 파트너라면 해야 할 일이 많은데, 그중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투자하기 위한 재원 마련인데, 가장 중요한 일이라서 그런지 가장 어려운 일이기도 하다. 투자자들끼리 항상 농담처럼 하는 말이, “돈 쓰는 건 쉬운데, 돈 모으는 건 너무 어렵고, 돈 버는 건 더 어렵다” 인데, 우리도 9년째 이 업을 하고 있고, 이번에 4번째 펀드를 만들고 있지만, 남을 설득하고 지갑을 열게 만들어서 돈을 받는 일은, 아무리 생각해도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 중 하나인 것 같다.

어렵긴 하지만, 그래도 마음의 위안을 얻는 건, 첫 번째 펀드 만들때보단 조금씩, 아주 조금씩 수월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내가 주말에 생각을 좀 해보니까 대략 다음과 같다.

일단, 우리도 9년 동안 망하지 않고 살아남았고, 운 좋게 꽤 좋은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다. 이 좋은 회사들이 진짜로 잘 될지, 그리고 우리에게 수익을 가져다줄지는, 아직 수년을 기다려야겠지만, 그래도 좋은 파트너들이 만든 VC가 9년 동안 계속 펀드를 만들어서, 꾸준히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어느 정도의 신뢰를 형성하는 것 같다.

둘째는, 아직 엄청난 성과는 없지만, 그래도 그동안 우리에게도 꽤 크고 의미 있는 엑싯이 꾸준히 발생하고 있고, 후속 투자를 받는 회사들의 밸류에이션도 커지면서 VC들의 성적인 IRR, 배수, DPI 등의 수치가 나쁘지 않게 나오고 있다. 우리도 스타트업에 투자할 때, 팀을 비롯한 많은 정성적인 부분에 집중하지만, 결국엔 정량적인 지표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잘 안다. 비슷하게, 우리 같은 펀드에 출자하는 투자자들도(LP) 결국엔 펀드의 수익성과 지표를 보고 출자 결정을 한다.

마지막 이유는, 우리같이 한국 시장에 투자하기 위해서 외국 기관들에게 “돈 주세요”라고 부탁하는 VC에 해당하는 사항인데, 한국 시장 자체가 많이 좋아졌기 때문이다. 몇 년 전만 해도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미팅을 하면, 이들과 오랫동안 만나면서 첫 6개월 동안은 스트롱의 철학, 강점, 실적 등에 대해서는 거의 이야기도 못 했고, 한국 시장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했었다. 그만큼 외국인들에게는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가 알려지지 않았고, 과연 한국이라는 시장에 투자하는 VC에 출자하는 게 본인들에게 매력적인지 갸우뚱했었다. 그래서 이들과 만나기 위해서 출장을 가면, 항상 한국 시장, 한국의 유니콘,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에 대한 슬라이드만 엄청나게 만들어서, 몇 시간 동안 주구장창 한국 시장에 대해 영업을 했었다. 그리고 더이상의 진전이 없는 경우도 허다했다.

그런데, 요새 내가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이야기를 하면, 한국 시장에 대한 의구심 자체는 많이 없어졌다는걸 몸으로 느끼고 있다. 오히려 어떤 LP들은 “한국 시장에 대해서는 우리도 공부 많이 했고, 매력적이라는걸 잘 아니까, 스트롱과 너랑 존에 대해서 좀 이야기해볼래?”라고 하는데, 몇 년 동안 “한국이 얼마나 매력적인 시장인데, 왜 이 사람들은 이걸 몰라줄까?”라는 스트레스를 달고 달았던 나에게는 단비와 같은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심지어 어떤 분들과는 2년 동안 한국 시장에 관해서만 이야기를 했고, 인제야 우리 펀드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있을 정도로 나에게는 풀기 쉽지 않은 숙제였는데, 이제 조금씩 상황이 좋아지고 있다.

왜 이렇게 상황이 바뀌었느냐 하면, 여러 가지 요인이 있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알토스벤처스의 한 킴 대표님에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지난 몇 년 동안 한국을 외국 기관 투자자들에게 설명하는걸, 한 킴 대표님은 거의 10년 전부터 하고 계셨고, 해외 기관 투자자들에게 한국이라는 시장을 처음 알리기 시작한 분이기도 하다. 한 킴 대표님이 한국이라는 시장으로 가는 비포장도로에 아스팔트를 깔아 줬고, 이런 노력이 있었기에 우리 같은 후배들이 더 쉽게 펀딩을 받아서 한국의 좋은 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후에 훨씬 더 많은 분의 노력이 있었다. 중기부, 그리고 한국벤처투자와 같은 모태펀드의 역할도 매우 컸고, 디캠프와 아산나눔재단과 같은 기관의 지원도 나는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이들의 돈을 받아서, 좋은 회사를 발굴한 국내외 투자자들이 있었기에 유니콘 회사들이 시작 자체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그리고 가장 중요한 선수들인데, 엄청난 기업을 무에서 만들어 한국이라는 시장을 글로벌 무대로 올려준 자랑스러운 한국의 창업가들이 있었기에 우리 같은 VC들이 더욱더 자랑스럽게 해외 LP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새 많은 분이 올림픽 보고 계실 텐데, 운동 경기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이 모든 게 결국엔 좋은 분들과 이해관계자들의 팀플레이다.

모르는게 약이다

나는 스트롱벤처스를 2012년도에 존이랑 같이 시작했다. 그땐 둘 다 지금보단 젊었고, 조금 더 무모했고, VC에 대해서 아는 게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맨땅에 헤딩이 가능했던 것 같다. 실은 둘 다 이전에 했던 스타트업에서 투자유치를 했기 때문에, 그냥 벤처 펀드 만들어서 여기에 투자(출자) 받는 것도 거의 똑같고, 그냥 하다 보면 되지 않겠냐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한 생각을 했다. 더 웃긴 건, 순진한 생각에서 멈춘 게 아니라, 이 순진한 생각이 굳은 신념으로 이어졌고, 신념은 행동으로 이어졌다. 그렇게 시작했던 스트롱이 이제 벌써 9살이 되어 간다. 지금도 우린 매일 새로운 걸 배우고 있는데, 초반에는 정말 하루하루가 새로울 정도로 밖에서 보던 VC 산업과 실제 VC 산업은 너무나 달랐다. 그리고 처음 스트롱 시작할 때 VC 산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면, 절대로, 다시 한번 반복한다, “절대로” VC 펀드를 시작하지 않았을 것이다. 너무 힘들고, 복잡하고, 당시 우리같이 투자 경험이 전무한 사람들이 first-time 펀드를 만드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둘 다 너무 몰랐기 때문에 시작했고, 역시 몰라서 무식했고, 무식했기 때문에 용감했었다. 우리에겐 모르는 게 약이었다.

우리가 투자하는 많은 창업가들이 지금은 본인들이 하는 분야의 전문가이고, 어떤 분들은 그 시장의 일인자이지만, 처음 그 시작할 땐 대부분 그 사업 또는 시장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몰랐던 분들이 많다. 그런데 짧은 시간 안에 그 분야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사업을 하던 기존 플레이어들보다 더 빠르고, 더 좋고, 더 싼 서비스를 만들어서 산업을 파괴하면서 잘하는걸 보면, 오히려 이들이 이 시장과 산업에 대해서 전혀 몰랐기 때문에 이게 가능했던 것 같다. 이미 이 시장에서 오래 일을 하던 사람들은 그냥 ‘원래 그런’ 방식대로만 일했고, 새로운 접근 방법에 대해서는 생각도 못 했지만, 이 사업을 새로 접하는 창업가들은 완전히 백지상태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그들이 지금까지 모르는 사람의 입장에서 봤던 문제점을 해결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원래 그런’ 방식을 이들은 계속 반문하면서, 다른 사업, 다른 시장, 그리고 다른 산업에서 보고 느낀 점들을 이 새로운 시장에 적용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방식으로 문제에 접근하면서 풀어나가고 있다. 이분들에게도 모르는 게 약이 됐다.

그리고 또 다른 측면에서는, 사업을 시작하고 싶지만, 그 시장이나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창업을 망설이는 분들이 있다. 이 분들에게도 하고 싶은 말이, 오히려 모르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고, 모르기 때문에 용감할 수 있는데, 그 무식한 용감한 속에서 유식하고 회의적인 사람들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고 기발한 생각과 행동이 나올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실은 많은 창업가들이 본인이 하려고 하는 사업에 대해서 아무것도 몰라서 걱정하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는데, 이분들에게 너무 걱정하지 말고 일단 지르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기존 산업을 파괴하고, 완전히 새로운 플레이북을 쓰기 위해서는, 원래 그런 너무나 당연한 규칙을 하나씩 깨 부서야 한다. 그리고, 이걸 가장 할 수 있는 건 잘 몰라서 무식한, 그래서 용감한 사람들이다. 모르는 게 약이다.

답은 데이터에 있다

우리 투자사 중 지지틱스라는 스타트업이 있다. 게임에 대해서는 매우 심각한 차민창 대표님이 2016년도에 창업한 회사인데, 게임을 만들거나 퍼블리싱하는 회사가 아니고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하는 게임 중 하나인 라이엇게임즈의 대표작 LoL(League of Legends)의 데이터를 분석해주는, 게이밍과 이스포츠라는 큰 시장의 스타트업인데, 회사의 정확한 비즈니스는 데이터 분석 플랫폼이다.

LoL은 혼자 하는 게임이 아니라, 마치 야구나 농구처럼 팀원들과 하는 팀 게임이라서 혼자서만 게임을 잘한다고 상대팀에게 이기는 게 아니다. 팀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욱더 중요한 건 이 개인들의 팀 플레이, 그리고 팀의 우승에 대한 기여도이다. 이렇게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변수가 존재하는 LoL에서 팀의 승률을 높이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건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드는 최적의 팀 전략이다. 브래드 피트가 주연한 스포츠 영화의 걸작 머니볼에서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빌리 빈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선수를 채용하고, 배치하면서 승률을 높였는데, 지지틱스는 LoL을 위한 머니볼이라고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몇 년 전부터 이 게이밍 산업을 우린 이스포츠(e-sports)라고 부르기 시작했고, 전통적인 스포츠인 야구나 농구와 같이 자본이 투입되면서, 상당히 큰 시장으로 성장하고 있다. 아직 역사가 짧아서 이스포츠에 대해서 “이게 무슨 스포츠야? 애들 장난이지.”라는 생각을 하는 분들이 많지만, 실제 숫자를 보면, 이미 웬만한 운동경기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관람하고 즐기는 종목이 됐다 (되어가고 있는 게 아니라, 이미 됐다). 전통적인 스포츠를 좋아하는 관객은 이제 죽어가는 사람들이고, 이스포츠 관객은 이제 태어나는 사람들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어떤 게 더 큰 시장을 형성할진, 각자의 판단에 맡기겠다.

지지틱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이 회사의 엔지니어 조민규 님의 글을 참고하면 된다. 6월 기준으로 110만 MAU, 8만 DAU, 그리고 2,200만 PV를 달성하고 있는데, 게임도 아니고 게임 데이터 분석 플랫폼치곤 상당히 높다.

현재 지지틱스에서 좋은 개발자분들을 채용하고 있는데, recruit@your.gg로 연락하거나 로켓펀치의 채용공고를 참고하면 된다. 게임을 좋아하면 더욱더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괜찮다. 중요한 건 데이터로 세상을 바꿔보는 그 도전 자체를 즐기면 된다. 세상의 많은 일이 그렇듯이, LoL도 답은 데이터에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