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카카오톡 업데이트는 거의 대국민 재난 사태가 된 것 같다. 다행히 나는 자동 업데이트가 비활성화되어 있어서 아직 이전 버전의 UI를 사용하고 있는데, 바뀐 버전을 보니 정말 불편하고 짜증 낼 만한 것 같다. 나는 제품을 만드는 사람은 아니라서 카카오에서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이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동안 수많은 제품과 서비스들의 업데이트를 봤고, 이 중 회사를 거의 망하게 한 최악의 업데이트/업그레이드도 봤기 때문에 그때의 생각과 경험을 기반으로 내 생각을 몇 자 적어본다.

일단 카카오톡은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할 때 – 특히 이번과 같이 단순한 버그 픽스나 기능 업데이트가 아닌, 정말 대대적인 변화일 때 – 지켜야 하는 거의 교과서적인 원칙을 간과했던 것 같다. 제품 업데이트를 하는 이유는 고객들에게 더 빠르고, 더 이쁘고,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이다. 물론, 회사의 수익성을 위한 업데이트도 있지만 궁극적으론 고객들을 위한 업데이트/업그레이드인 게 맞을 것이다. 그 어떤 회사도 업데이트나 업그레이드를 통해서 다운그레이드(downgrade)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다. 카카오톡을 과거에 한 번도 사용해 보지 않은 완전 신규 사용자들에겐 업데이트된 카톡의 UI는 전혀 문제가 안 된다. 이들은 그냥 원래 이런가보다 하고 잘 쓸 것이다.

하지만, 카톡은 너무나 오래된, 그것도 한국 국민이 모두 다 사용하는 전 국민 필수앱이다. 이 필수앱에겐 너무나 극단적인 업데이트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어쩌면 더 편리하고, 더 좋아진 UI일 수도 있지만, 기존 사용자들이 가장 먼저 느끼는 건 너무나 큰 변화이고, 이들에겐 이 새로운 업데이트가 더 좋은 UI가 아니라 너무나 다른 UI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간은 전반적으로 변화나 다름을 싫어한다. 눈에 보이는 UI가 달라지면 일단은 마음속에는 긴장과 혼란이 발생하는데, 카카오는 이런 인간의 심리적인 면에 대해서는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 같다.

제품 개발을 아주 잘하는 노련한 PM들은 이런 극단적인 업데이트 경험을 마치 어느 날 퇴근하고 집에 왔는데 누군가 벽지를 새로 하고 가구를 재배치한 것에 비교한다. 이 상황에서는 집이 전보다 훨씬 더 멋지고, 밝고, 세련됐다는 생각보단, “누군가 벽지랑 가구를 완전히 바꿨는데, 좀 많이 달리 보이네…”라는 생각을 하고 이건 일단 불안과 혼란을 가져온다.

카카오는 이 업데이트를 강제적으로 일괄 적용하지 않고 사용자들에게 새로운 UI와 피드를 점진적으로, 그리고 순차적으로 공개하면서 바뀐 UI에 이들이 적응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제공해야 했다. 기존 사용자들에게 앞으로 진행될 업데이트와 완전히 달라지는 UI에 대해서 충분히 시간을 가지면서 알려주고, 업데이트가 적용되기 전에 이들이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줬어야 한다.

현재 대대적인 서비스 업데이트를 계획하고 있는 스타트업들이라면 이런 접근방법을 사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일단은 기존 사용자들에게 업그레이드에 대해서 알려주고 새로운 기능과 UI를 경험할 수 있는 기간을 줘야 한다. 그리고 이들이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를 충분히 사용해 보고 익숙해졌을 때 스스로 업데이트할 수 있는 선택권을 줘야 한다.

카카오 정도면 이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방식에 대해서 잘 알 텐데, 왜 이 교과서적인 방법을 건너뛰었는진 잘 모르겠다.

이런 업데이트를 전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회사는 구글이다. 유튜브와 지메일 모두 이런 과정을 거쳤고, 아직도 이 두 서비스는 계속 업데이트와 업그레이드를 반복하고 있다. 구글은 대대적인 UI 업데이트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60일~90일 전부터 사용자들에게 변경될 UI를 직접 사용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리고 그동안 새로운 UI와 기능을 사용자들이 직접 사용해 보고 적응할 기간을 충분히 준다. 그 기간에 만약에 새로운 UI가 별로면, 사용자들은 이전 버전으로 다시 돌아갈 수 있는 옵션도 있다.

그런데 이번 카카오톡의 업데이트는 정말 망한 것일까? 이 정신없는 피드를 UI에 적용한 게 많은 사람들이 욕하는 것처럼 역사적인 악수일까? 솔직히, 이건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 나처럼 나이 먹은 분들은 기억할 텐데, 페이스북이 2006년도에 News Feed를 적용했을 때 엄청난 비난과 욕을 먹었다. 유저들이 원하지도 않는 지저분하고 말도 안 되는 UI로 업데이트를 강행했다고 마크 저커버그는 살해 협박까지 받은 거로 알고 있다. 그런데 몇 달 후에 이 UI에 사람들이 익숙해지자 이렇게 획기적이고 편한 UI가 없다는 의견들을 너도나도 페이스북에 올리기 시작했다. 심지어 너무나 기발한 UI라고 모두 칭찬했고, 다른 소셜 서비스들이 이 피드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페이스북은 같은 만행을 2011년도에 또 저질렀다. Timeline(타임라인: 탐라)을 강제 업데이트한 것이다. 나도 탐라가 정말 싫었고 화가 많이 났었는데, 이 또한 몇 주 사용해 보니 너무나 편하고 획기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즉, 카톡의 UI도 충분히 익숙해지고 사용하다 보면 아주 좋은 UI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반대일 수도 있는데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것이다.

앞으론 어떻게 될까? 정말로 카톡 사용자들이 카톡을 떠나고 라인, 텔레그램이나 왓츠앱으로 옮겨 탈까? 절대로 그렇게 되진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 친구들이 다 카톡에 있으니까 정말로 카톡을 탈퇴하고 싶어도 그렇게 하지 못할 것이고, 그동안 사용자들은 새로운 UI에 익숙해지거나, 카카오가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의 UI로 다시 수정하거나, 최악의 경우 이전 UI로 다시 돌아갈 것으로 생각한다. 카카오에서는 복구하겠다는 발표를 했지만, 이게 어느 정도 수준의 복구인지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 이게 락인 효과가 너무나 압도적인 제품이 갖는 특권이기도 하다. 어쨌든 카카오톡은 큰 타격은 받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