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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너스 자신감

believe-in-yourself-218323-1024x576설 연휴라서 계속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서, 오늘은 특별한 글감이 없어서 과거에 쓴 포스팅들을 기반으로 최근에 생각한 내용에 대해서 몇 자 써보겠다. 모든 창업가는 다르므로, 누군가 나에게 창업가들의 공통점에 관해서 물어본다면, 한참 생각을 해야 할 거 같다. 그런데 굳이 공통점을 찾아본다면 ‘자신감’이 아닐까 싶다. 대부분 창업가는 나름 능력 있는 분들이라서, 그냥 큰 고민 없이 편하게 살 수도이지만, 굳이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자신의 길을 가는 분들인데, 이게 스스로에 대한, 그리고 하고자 하는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감이 없으면 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자신감이란 건 유효기간이 있다. 즉, 사업 초기에는 자신감이 충만하지만, 실제 제품을 만들고, 고객과 시장을 알아가면서, 투자자들과 만나면서, 높디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서서히 고갈된다. 결국, 창업 초기의 그 패기 넘치던 창업가는 찾을 수가 없고,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지다 못해, 땅밑으로 들어가 버린 마이너스 자신감과 자존감에 허덕거리는 불확실한 창업가만 남게 된다.

초기 예상대로 성장하는 비즈니스는 없으므로, 실은 모든 창업가가 이런 마이너스 자신감을 어느 시점에서는 경험하게 된다. 나도 경험해봤고, 우리 투자사들도 모두 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자신을 추스르면서 현실과 싸우고 있기 때문이다. 실은 이럴 때일수록 자신을 더 믿으면서 버티고, 앞으로 나가야 하는데, 인간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약해지면서 나만이 목소리를 상실하게 되고, 다른 곳을 기웃거리게 된다. (나도 직접 경험해본) 이 시점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게 바로 지나치게 남들한테 내가 하는 모든 일에 대한 동의를 구하고, 남들이 하는 말에 심하게 휘둘리는 현상인 거 같다. 자신 있게 시도했던 일들이 결국 실패했고, 이로 인해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하는 일에 대한 두려움과 의구심이 계속 발생하니까 조금이라도 마음의 위안을 얻고자 새로운걸 벌리기 전에 전에 주변 분들의 동의를 구하려고 한다. 그리고 문제점들을 우리 내부에서 찾기보다는 자꾸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

이럴 때일수록, 얇아진 귀를 다시 두껍게 만들고, 창업 초기의 마음가짐과 자신감을 하나씩 다시 주어서 체력과 정신력을 재무장해야 한다. 마이너스 자신감을 플러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의지와 생각과는 달리 남이 하는 말에 의해서 비즈니스를 하다가 시간과 돈 낭비하고 망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이 비즈니스를 계속 할 의지가 있다면, 스스로 최면을 걸 필요가 있다. 내가 하는 비즈니스에 대해서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 만약에 남들이 내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 생각한다면 그 비즈니스는 하지 않는 게 좋다. 남이 뭐라던 그냥 묵묵히 내 비즈니스만 하면 된다.

Believe in YOURSELF. 왜냐하면, 나마저도 나를 믿지 않으면, 이 세상에 나를 믿을 사람은 한 명도 없다. 이거 너무 비참하고 초라하지 않나?

<이미지 출처 = http://www.amplifiedradio.net/3-ways-believe-no-one-else/>

밟아야 사는 사회

반기문 전 UN사무총장이 대선 출마를 위해서 한국으로 돌아왔다. 나는 실은 이 분이 한국에서만 자란 분 치곤 영어를 참 잘해서, 정말 열심히 영어공부를 하셨다는 점 빼고는 개인적으로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UN사무총장 시절, 자신만의 목소리가 참 없는 분이라고 생각했고, 모든 걸 “좋은 게 좋은 거야” 주의로 처리하고 결정하시는 거 같아서 정치인으로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오늘은 그런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이 분이 정치를 하겠다는 입장에 대한 다른 대선후보의 소감을 뉴스에서 봤는데, 하나같이 비판하고 비난하는 분위기였다. 실은 나는 정치를 전혀 모른다. 그래서 원래 정치인들은 다른 경쟁자들을 무조건 비난하는 캠페인을 전개해야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굳이 모든 상황에서, 기회가 주어질 때마다 남을 비방하는 건 좀 아닌 거 같다. 반기문 씨에 대해서도 그냥, “그동안 UN에서 고생 많으셨고, 잘 돌아오셨습니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서 우리 대한민국 좋은 나라로 만들어 봅시다.” 뭐, 이렇게 말하면서 경쟁하는 그림을 만들면 안 되는 건가? 이건 미국도 마찬가지인 거 같은데, 대선 무대에서 정치인들이 본인의 장점과 강점을 강조하는 걸 본적이 없는 거 같다. 대신, 보는 사람이 민망할 정도로 상대방의 약점을 물고 늘어지며, 거의 삿대질을 하면서 싸우는 저질 싸움판이 형성되는데, 원래 정치가 이런 건지, 아니면 조금 다른 방법으로 경쟁할 수 있는데 이렇게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이런 상황은 비즈니스 세계에서도 자주 접할 수 있다. 좋은 제품을 가지고 스스로 잘 성장해서, 우리 팀과 기술을 가지고 경쟁하는 바람직한 스타트업들이 있는가 하면, 내 강점보다는 남의 약점만 늘어놓으면서, 상대방을 밟아가면서 자신을 빛내는 스타트업들도 많다. 언론 인터뷰에서 경쟁사에 관해서 물어보면, 경쟁사를 칭찬하면서,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시장을 같이 키워나가고, 궁극적으로 소비자들한테 질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대표이사는 요새 찾아보기가 힘들다. 일단, 경쟁사를 비방하고, 저 회사는 나쁜 회사고, 우리는 좋은 회사니까 무조건 우리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펼치는 분들이 더 많다.

피칭할때도 자주 경험하는데, 어떤 대표는 일단 경쟁사는 비방하고, 밟고 시작한다. 이런 분들의 공통점은 바로 자신의 내실을 다지고 내공을 쌓는 데 집중하기 보다는, 경쟁사가 뭘 하는지에 더 관심이 많다는 점이다. 나는 오히려 경쟁사를 칭찬하는 분들을 선호한다. 상대방을 존중하고, 우리보다 잘하는 서비스와 회사를 잘 이해해야지만 더 좋거나 차별화된 서비스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잘해서 스스로 빛나야지, 굳이 남을 밟으면서 성공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배우기

나도 파트너로 활동하고 있는 프라이머의 10기 데모데이가 1월 19일 건설회관에서 성황리에 진행됐다. 실은 5분 안에 어떤 팀이, 어떤 문제점을, 어떤 솔루션으로 해결하는지 설명하는 건 쉽지 않다. 이번에 발표한 19팀 모두 짧은 시간 동안 적은 돈으로 열심히 제품을 만들고, 시장의 반응을 테스트하면서, 항상 꿈꿔왔던 꿈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실행가들이다. 꿈을 현실화하는 이 과정을 5분 안에 압축, 발표하기 위해서 모두 나랑 같이 3번의 리허설 시간을 가졌다. 어떤 대표는 청중을 압도하는 타고난 발표가 이지만, 대부분 무대 공포증에 시달리는 초기 사업가들이다. 데모데이 때마다 느끼는 건데, 발표 당일이 되면 나는 항상 조마조마하지만, 모든걸 직접 부딪히면서 해결해야 하는 창업가라서 그런지, 다들 실전에는 매우 강한 프라이머 팀들이다.

일 년에 두 번 하는, 매번 같은 포맷으로 진행되는 데모데이 행사이지만, 그 현장을 지켜보고 있자면 항상 흥분되고, 짜릿하다. 19팀 중 나는 3개의 팀과 약 3개월 동안 매주 만나면서 집중적으로 같이 일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릴 수 있었는데, 대표이사들이 많이 배웠고, 감사하다는 말을 나한테 항상 한다. 그런데 내가 말하고 싶은 건, 실은 이 팀들이 나한테 뭘 배운 거보다는 내가 이 팀들한테 배운 게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전반적인 비즈니스 경험은 프라이머 스타트업보다 내가 조금 더 많고, 대부분 대표이사보다 내가 더 많은 분야에서 다양한 시행착오를 했다고 생각하지만, 투자를 더욱 많이 할수록 생기는 편견과 고정관념, 그리고 나이가 들수록 급증하는 변화와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과 귀찮음을 극복하는 방법을 나는 프라이머 회사들한테 배우기 때문이다. 우리 아버지도 이런 행사를 좋아하셔서 10기 데모데이에도 오셨다. 복잡한 비즈니스들도 있어서 피칭을 모두 다 이해하시지는 못했지만, “이런 행사에 오면 늘 젊어지는 느낌이다”라는 문자를 보내주신 걸 보면, 위에서 내가 말한 것과 비슷한 생각과 영감을 받으신거 같다.

최근에 우리보다 더 복잡한 투자를 하는 선배가 “기홍아, 너도 어서 펀드 규모를 키워서, 재무제표도 좀 보고하는 투자를 해야지.”라는 말씀을 하셨다(프라이머나 스트롱이 투자하는 초기 단계에서는 재무제표가 큰 의미가 없다. 매출도 없고, 비용이라곤 월급밖에 없는 초기 스타트업들의 재무제표를 볼 필요가 별로 없고, 실은 나는 재무제표를 봐도 잘 이해하지 못한다). 대부분의 VC가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를 더 많이 하면, 펀드 규모를 키우고, 투자 규모도 키우고, 투자인력도 더 늘린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시간이 지날수록, 그리고 투자를 더 많이 할수록, 작은 규모의 펀드를 운용하면서, 계속 초기투자를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진다. 복잡한 걸 싫어하고, 많은 사람을 관리하는 걸 싫어하는 성격 때문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초기기업들과 밀착하게 일하면서 같이 성장하는걸 즐기는 거 같다. 한국으로 온 후에, 이런 걸 부쩍 많이 느끼고 있다.

자전거 처음 배울 때를 모두 기억할 것이다. 중심을 못 잡고, 넘어질까 봐 무서워서, 보조 바퀴를 이용하다가, 조금 자신감이 생기면 보조 바퀴를 제거하고 뒤에서 누군가 자전거를 잡아준 상태에서 앞으로 천천히 나아간다. 그러다 어느 순간에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던 손을 놓고, 스스로 페달을 열심히 밟으면서 전진한다. 아마도 뒤에서 자전거를 살짝 잡아주는 이 역할이 나한테는 큰 보람을 주는 거 같다. 실은, 손을 놓자마자 바로 꽈당 넘어지는 자전거들이 더 많은데, 그러면 다시 잡아주면 된다. 반면에, 어떤 자전거들은 손을 놓자마자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나아간다.

It’s all good.

개발은 정말 왕

trust+me+i+am+an+engineer인터넷이나 기술 기반의 스타트업 창업가는 개발자와 이들의 개발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모두 잘 알 것으로 생각한다. 나도 개발자와 디자이너들이 왕이라는 말을 항상 하고, 이에 대해서 2012년2013년에 포스팅한 적이 있다. 우리도 창업팀에 개발력이 없으면 웬만하면 투자하지 않는 것을 우리랑 이야기해 본 분들은 잘 알 것이다.

그런데 개발조직이 없어도 잘 성장하는 회사들이 있다. 일반화하는 건 옳지 않지만, 대부분 이커머스나 O2O 분야 회사들이다. 즉,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같이 존재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스타트업들이고, 특히 오프라인에 더 비중을 두는 회사들이다. 그래서 그런지 내가 회사의 개발력을 강조하면, 어떤 창업가들은 “우리는 오프라인 운영이 더 중요한 회사라서 개발력이 별로 중요하지 않아요.”라는 말을 하거나 개발력이 약하지만 잘 운영되는 회사들을 언급하면서 본인들도 개발력 없이 잘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실은 이분들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주변에도 내부 개발조직 없이 잘 성장하는 회사도 있고, 실은 스트롱 회사 중에도 개발을 외주처리하면서 성장하는 회사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도 한때는 개발력이 없는 스타트업들을 너무 단편적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겠다라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었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서, 그리고 이런 회사들을 조금 더 깊게 옆에서 지켜보면서, 역시 개발력이 약한 회사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을 굳혔다.

인터넷이나 모바일 기술이 존재하지 않던 과거에 살고 있다면, 개발력이 없어도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하지만 그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이제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세상에 살고 있고, 이 변화속도는 하루가 다르게 더 빨라지고 있다. 시장에서 나물 장사를 하더라도,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다면 하다못해 가게 웹사이트라도 있어야 하고, 페이스북 페이지라도 운영하고, 현장에서 카드결제가 가능한 모바일 플레이가 필요하다. 물론, 이런 작은 가게에서 개발자를 채용할 필요는 없지만, 아무리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운영하더라도 기술을 거부하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오프라인과 온라인 분야가 같이 존재하는 O2O나 이커머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월매출 1억 – 5억까지는 몸으로 때우면서 성장하는 걸 나도 봤지만, 이를 넘어서 정말 큰 비즈니스로 성장하려면 반드시 좋은 개발팀이 필요하다. 비즈니스의 특성상 오프라인 요소가 중요하고, 이를 활용해서 성장을 도모하면, 매출이 증가할수록 이에 따른 비용 또한 매출과 함께 거의 선형적으로 증가하는데, 이 오프라인 요소가 비용구조를 해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건 기술력밖에 없기 때문이다. 모바일, 간편결제, 물류의 시스템화, 동선 최적화, 추천, 봇, 데이터, 머신러닝 등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어야지만, 남들보다 더 lean 하게 비즈니스를 운영하면서 성장을 더 빨리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건 창업가보다는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 관점이다 – 회사가 잘 안 되더라도, 개발력이 있다면 다른 회사에 인수될 가능성이 훨씬 더 커지기 때문이다. 흔히 이 바닥에서 이야기하는 acq-hire(재능인수)는 대부분 개발력이 뛰어나지만, 딱히 product/market fit을 찾지 못하고 헤매는 스타트업한테 적용되지, 비즈니스모델 위주로 돌아가는 회사에 해당하는걸 나는 별로 못 봤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이 외국 회사에 인수되는 사례에 관해서 이야기를 하자면 – 아직 이런 사례가 거의 없지만 – 개발력이 매우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이커머스나 O2O 비즈니스들은 오프라인 요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지역’의 한계를 벗어나는 게 참 힘들다. 한국에서 O2O 비즈니스를 아무리 크게 운영해도, 한국 밖으로 확장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팀을 뽑아야 하고, 외국 시장에 맞는 오프라인 운영 모델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한국시장으로의 확장 계획이 없다면, 이런 비즈니스모델 위주의 스타트업을 외국 회사에서 인수하는 경우는 별로 없는 거 같다.
순수 소프트웨어 비즈니스를 하는 스타트업은 조금 다르다. 제품이 큰 성공을 거두고 있지는 않지만, 좋은 개발력이 있는 한국 스타트업이 있다면, 미국 회사에는 꽤 매력적인 인수대상이다. 미국보다는 밸류에이션이 상대적으로 낮고, 인수 이후 바로 현업에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좋은 개발력에 영어 실력까지 좋다면 정말 금상첨화이다.

어쨌든 비즈니스 분야와는 무관하게, 개발력은 정말 중요하고, 중요하다 못해 “개발은 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meydansozluk.com/gorsel/trust+me+i+am+an+engineer>

롤러코스터 인생

rollercoaster흔히 인생은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는 롤러코스터와 같다고 한다. 나도 40년 넘게 살아보니, 이 말이 맞는 거 같다. 평범한 인생도 롤러코스터인데, 스타트업 인생은 오죽하랴. 이제 우리도 투자한 회사가 70개가 넘었다. 이 중 잘 되는 회사도 간혹 있지만, 대부분 힘들어하고, 항상 돈이 부족하다. 스타트업을 하다 보면 항상 힘들고, 항상 돈이 부족한 건 누구나 다 알고, 누구나 다 경험하지만, 이 밑바닥 경험이 너무 오랫동안 지속하다 보면 인간의 멘탈 한계가 가끔 찾아온다.

창업가의 정신적 건강 리스크에 대해서는 이미 2013년, 2014년에 포스팅한 적이 있는데, 요새 이런 생각을 더욱더 자주 하게 된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 포함해서, 스타트업 커뮤니티에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창업가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최근 많이 느끼고 있다. 스타트업은 모두를 위한 건 아니다. 창업가를 보면 주로 비전이 있고, 자존심이 강하고, 열정과 야망이 넘쳐흐르는 분인데, 예상대로 일이 잘 안 풀리면 이런 사람들은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사는 사람들에 비해 더 크게 좌절하고, 더 큰 자괴감에 빠진다.

인생 살다 보면 일이 풀릴 때도 있고, 안 풀릴 때도 있고, 또는 일을 아예 못 벌일 때도 있다. 하지만, 스타트업 인생을 살다 보면, 일이 풀릴때가 거의 없고, 특히 초기에는 밑바닥을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이게 너무 오래 지속하면 – 그리고 대부분 이 처절한 몸부림을 오랫동안 경험한다 – 정신이 공격을 받는다. LG 전자에 다니는 내 월급쟁이 친구가 얼마 전에 이런 말을 나한테 했다. “야, 승진하니까 스트레스가 장난 아냐. 오늘은 기분이 좋았다가 내일은 확 다운되는데, 이러다가 조울증 걸릴 거 같네.” 물론, 이 친구가 정말 힘든 건 내가 그 누구보다 더 잘 안다. 그래도 난 별로 불쌍하다고 느끼지 못한 이유는, 우리 투자사 대표들은 하루에도 몇 번씩 이 기분의 업다운을 느끼기 때문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자는 동안 매출이 발생했거나, 유저들이 등록을 했다면 마치 마약 한 거같이 기분이 좋아졌다가, 그 이후로 몇 시간 동안 매출이 안 생기고 유저 등록이 더디어지면 또다시 기분은 지옥으로 떨어진다. 이 감정의 변동이 하루에도 수차례 미친 듯이 왔다 갔다 하니, 롤러코스터도 이런 기가 막힌 롤러코스터가 없다.

자, 이게 반복되다 보면 정신적인 타격이 누구한테나 다 오게 되어 있다. 천성이 낙천적이고, 스트레스를 잘 견디기 때문에 아무리 상황이 힘들어도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느끼지 않는 창업가가 있다면,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정말로 힘든 경험을 하지 않았거나, 목숨 걸고 비즈니스를 하지 않기 때문인 거 같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나름대로 강한 사람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도 이런 경험이 있으므로, 창업가들의 어두운 경험을 잘 알고 있다.

이런 스트롱 대표이사님들 보면 마음이 짠하다. 사업이 도대체 뭐길래……. 그런데 이분들이 아셔야 하는 게 있다면, 사업을 하면 할수록 스트레스는 더 심해지고, 문제는 더 많아지고, 상황은 더 안 좋아진다는 것이다. 사업이 안 풀리면 이에 따른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엄청난 스트레스가 찾아오지만, 반대로 사업이 잘 풀려도 이에 따른 다른 차원의 문제점들과 스트레스가 찾아오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을 하기로 했으면 미친 롤러코스터를 벗어날 수 없다. 이건 명심을 하면서 사업을 해야 한다. 다만, 이런 감정의 변화와 기복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니까, 너무 괴롭고 힘들면 주변에서 꼭 도움을 요청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가족, 친구, 동료, 투자자, 선배, 후배, 심리치료사, 정신과 의사, 그 누구도 괜찮고, 아무도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보지 않으니까 걱정 마라. 혼자 끙끙 괴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pinterest.com/explore/roller-coaster-quote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