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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의 슈퍼파월 도서관

개그맨 김영철 씨를 모르는 분들은 거의 없다. ‘나 혼자 산다’를 비롯, 여러 가지 예능 프로그램에서 활동 중인데, 웃기고 재치도 있지만 나는 김영철 씨 하면 ‘책’ 과 ‘영어’ 이미지가 떠오른다. 한 번도 해외에서 거주하지 않았지만 웬만한 유학생 수준의 유창한 영어 실력을 구사하고, 책을 통해서 습득한 고급 지식을 방송을 통해서 자랑하는 김영철 씨를 보면서 나는 기획사에서 저런 인텔리 이미지로 가라고 시켰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개인적으로 김영철 씨를 만났고, 이후에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실제로 영어를 정말 잘하고, 책을 상당히 많이 읽는 분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참 재미있는 사실은, 김영철 씨가 우리가 투자한 책 관련 스타트업 2개와 관계가 있다는 점이다.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추천해서 배달해주는 서비스 ‘플라이북’의 고객이자 공유도서관 ‘국민도서관‘에서 현재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고 있다. 오늘은 이 개인도서관에 관해서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국민도서관 장웅 대표님과 셀레브리티 마케팅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도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연예인들과 뭔가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그런데 단순히 연예인이 우리가 판매하는 제품을 홍보해주는 그런 1차원적인 그림이 아니라 조금은 더 큰 그림을 그려보고 싶었고, 책을 많이 읽는 유명인들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김영철 씨가 떠올랐고, 같이 식사하면서 이런 이야기를 하니까 안 그래도 김영철 씨 집에 책이 많은데 보관할 공간이 모자라서 도서관에 기증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때 장웅 대표가 제안한 게 바로 ‘셀레브리티 도서관’이다. 김영철 씨가 국민도서관에 책을 키핑하고, 팬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책’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자신들이 좋아하는 개그맨과 소셜 공간에서 관계를 이어나가는 개념이다. 김영철 씨는 일차적으로 책 328권을 국민도서관에서 키핑하고 있으며, 전 세계 최초로 ‘슈퍼파워 라이브러리‘라는 개인 도서관을 운영하는 셀레브리티가 되었다. 김영철 씨의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정 금액이 적립되며 김영철 씨와 팬의 이름으로 전액 기부될 예정이다. 또한, 책을 빌리는 팬들에게 책과 관련된 소식을 보내 팬들과 소통할 수 있다.

슈퍼파워 라이브러리가 공개된 지 아직 며칠 안 되었지만, 영철씨 팬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다. 독서를 생활화하는 연예인과 유명인들이 자신의 책꽂이를 공개하고 공유하며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는 첫 사례가 탄생했는데, 앞으로 다른 셀레브리티들도 동참하면 좋겠다.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

스트롱 투자사를 포함, 많은 스타트업을 만나면 자신의 비즈니스 보다 남의 비즈니스에 더 신경을 쓰고 관심을 두는 대표이사들이 은근히 많다. 잘 팔고 있는 제품의 가격을 갑자기 낮추거나,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하는 서비스의 방향을 갑자기 바꾸는 회사들이 있어서 그 이유를 물어보면 거의 100% 경쟁사들 때문이라고 한다. 경쟁사가 제품을 훨씬 더 싸게 판매하기 시작해서 우리도 가격을 그만큼 낮추었고, 경쟁사가 갑자기 B2C 제품을 출시해서 B2B 비즈니스를 잘하고 있었지만, 우리도 B2C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한다.

이런 분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아쉬울 때가 많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내 비즈니스, 내 고객들, 내 직원들 생각만 해도 잘 될까 말까 한데 사장의 초점이 우리 내부가 아니라 외부의 경쟁사에 집중되어 있으면 결과는 솔직히 안 봐도 뻔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내 비즈니스를, 내가 원하는 사람들과 내가 원하는 페이스에, 내가 타겟하는 고객군을 대상으로 전개하는 게 아니라 남의 비즈니스가 내 비즈니스를 결정하기 때문에 방향성을 잃을 수 있는 위험이 존재한다. 우리가 다른 회사들보다 더 높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면, 그리고 기꺼이 이런 제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는 고객군이 존재한다면, 우리 경쟁사들이 저가정책을 구사해도 굳이 우리가 가격을 이만큼 내릴 필요가 있을까?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명확하고, 장기적인 비전이 있다면, 경쟁사들이 우리와 다른 전략을 구사해도 우리는 그냥 우리만의 방향을 추구하면 된다. 남들이 하는 건 그들의 전략이다. 우리는 우리만의 전략이 있는데 왜 경쟁사들이 하는 모든 것을 따라 하는지 가끔은 이해가 안 간다.

이런 내 생각을 일반화해서 모든 창업가에게 적용 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그 어떤 상황에서도 잘 실행하고 성장하는 좋은 팀들도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렇게 자기 고객을 챙기기 전에 경쟁사의 동향만을 관찰하는 창업가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그 해결책을 항상 외부에서 찾으려고 한다. 회사의 매출이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면, 경쟁사만 신경 쓰는 대표이사는 그 원인을 다른 경쟁사들의 저가정책에서 찾으려고 한다. 경쟁사가 가격을 후려쳐서 우리 고객들이 다른 회사에서 돈을 쓴다는 논리이다. 실은 이렇게 생각하는 게 제일 쉽고 속 편하다. 그리고 피상적으로는 이게 원인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아마도 내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어쩌면 우리 회사의 제품에 문제가 있거나, 서비스의 경쟁력이 떨어지거나, 또는 고객관리가 미흡해서 그럴 수도 있다.

그리고 근본적인 해결책은 우리의 고객과 이야기를 더 많이 하고, 시장과 소통을 해야지 찾을 수 있다. 경쟁사를 맹목적으로 따라 하는 그 순간, 우리는 그냥 남의 비즈니스를 따라 하는 스타트업이 되는 것이다.

솔직히 비즈니스 역사를 공부해보면, 경쟁사 때문에 망한 회사들 보다 내부의 문제점들 때문에 망한 회사들이 더 많다. 남이 하면 더 잘 하는 거 같고, 남의 떡이 더 커 보이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왜 창업을 했고, 우리 비즈니스의 본질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물어보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의 문제는 우리 회사의 문제이지, 경쟁사의 문제가 아니다. 경쟁사가 아니라 우리 회사 내부를 보면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답은 항상 가까이 있다.

SuperZoo 2016

Photo 8-2-16, 2 51 19 PM미국 반려동물 산업의 규모는 대략 80조 원이다. 시장 규모도 크지만, 더 놀라운 건 성장 추세이다. 반려동물 산업은 지난 5년 동안 해마다 두 자릿수로 성장하고 있고, 지속해서 성장하는 몇 안 되는 밝은 산업이다. 사료, 액세서리, 미용, 의료 시장이 가장 크지만, 애견호텔과 같은 숙박 및 반려동물 전용 택시와 같은 운송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서 투자자로서 봤을 때 성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산업이다.

나도 개를 키우기 때문에 반려동물 시장의 가능성을 믿고 있고, 미국만큼 커지지는 않겠지만, 한국의 반려동물 산업도 앞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확한 시장 조사 자료는 없지만, 현재 한국 반려동물 시장의 규모는 대략 2조 원 정도이며, 앞으로 10년 안에 8조 원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한국사회의 매크로 트렌드는 이런 고속 성장을 뒷받침해준다. 젊은이들은 결혼을 미루고, 결혼해도 애를 갖지 않고 있다. 대신, 이들은 개나 고양이 같은 반려동물을 키우는 걸 선호하고 있다. 또한, 고령화가 가속되면서 나이 드신 많은 분이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 있다. 반려동물 문화 자체는 한국이 아직 많이 뒤처져있지만, 미국이나 일본을 따라간다는 가정하에 한국 시장이 성숙하는 건 시간문제이다.

8월 1일 – 4일 동안 나는 우리 투자사 헤이마일로와 함께 라스베가스에서 열린 전 세계 최대 규모의 도소매 업체를 위한 반려동물 박람회인 SuperZoo 2016에 참석했다. 세계 반려동물 시장이 엄청나게 크다는 건 잘 알고 있었지만, 막상 이 박람회에 와보니 그 어마어마한 규모에 할 말을 잃었다. 세계 각국에서 온 1,500개 이상의 업체들이 전시회에 참석했는데, 우리는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행사 장소인 Mandalay Bay의 컨벤션 센터를 하루 10킬로 이상을 걸었음에도 100개 업체도 못 만났다. 그만큼 큰 규모의 행사이고, 그만큼 큰 시장이라는 뜻이다. 한국에서 오신 분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옷이나 사료를 만드는 한국 업체에서 부스 전시 하는 것도 보였고, 행사장을 분주하게 돌아다니는 수입업자, 또는 헤이마일로 같은 이커머스 업체들도 보였는데, 한국에도 큰 시장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우리가 만난 대부분의 북미 또는 캐나다 제조업체들이 한국 시장의 성장에 대해서 익히 알고 있었으며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큰 관심을 두는 분들도 더러 있었다.

나도 우리 개 마일로한테 투자를 많이 한다. 특히 먹는 거에 있어서는 내 밥보다 더 비싼 사료를 주고, 각종 영양제랑 건강한 간식을 준다. 시간이 아무리 없어도 거의 매일 30분씩, 주말에는 2시간씩 산책을 시키고 있다. 심지어는 개를 키우는 사람들도 나한테 그래 봤자 동물인데 그렇게 지극정성일 필요가 있냐고 물어본다. 그런데, 마일로는 그냥 우리 집에서 키우는 동물이 아니라 같잉 사는 우리 가족이다. 우리 가족인데, 좋은 밥 먹이고 잘 대접하는 건 당연한 거 아닌가?

앞으로 나 같은 사람들이 더 많아질 것이기 때문에 한 5년 후부터는 이 시장이 활짝 열릴 거라고 확신한다. 이미 반려동물 관련 스타트업들이 많이 창업되고 있고 우리가 투자한 이커머스 업체 헤이마일로와 프라이머에서 투자한 반려견을 위한 온디맨드 돌보미 서비스 도그메이트 같은 회사들은 이 시장의 가능성을 잘 알고 있다. 반려동물 시장에 진출할 마음이 있는 예비창업자라면 지금이 적절한 시기이다.

안 될 것 같은데…

미국을 떠난 지 거의 9개월 만에 LA 본사 KOLABS에 왔다. 비행기 타는 걸 워낙 싫어해서 웬만하면 자주 안 오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와보니까 LA 날씨와 캘리포니아의 여유 있는 삶이 참 좋다는 생각을 새삼 다시 하게 되었다. 미국을 떠나면서 내 파트너 John과 스트롱의 일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내가 한국을 기반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에 있는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고, John이 미국 투자사들과 투자자들을 담당하기로 했다. 그렇다고 미국의 투자사들과 연락을 완전히 두절하는 건 아니지만, 아무래도 물리적으로 미국에 있는 파트너가 미국 회사들과 일을 하는 게 맞기 때문에 나는 상대적으로 한국 회사들과 더욱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

우리 미국 본사 규모는 약 150평이다. 공간이 꽤 크기 때문에 이 안에는 우리 투자사뿐만 아니라 한인들이 창업한 LA 기반 스타트업들이 같이 일을 하고 있다. 이 중 하나이자 우리의 자랑스러운 투자사가 한국 과자를 월정액제로(=subscription) 배송해 주는 이커머스 스타트업 스낵피버이다. 오랜만에 스낵피버 팀과 직접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를 하면서 이 회사가 단기간 안에 달성한 성장 때문에 깜짝 놀랐다. 내가 9개월 전 LA를 떠날 때만 해도 스낵피버의 월 매출은 1~2천만 원 정도였다. 우리가 투자했지만, 실은 “한국 과자를 미국 사람들이 사 먹을까?” , “먹어도 얼마큼 먹을까?”라는 의구심을 나는 항상 갖고 있었기 때문에 한 달에 미국인들을 대상으로 – 참고로 스낵피버 고객의 90%는 미국인이다. 교포들도 아니고 완전 미국인들 – 2천만 원 어치의 한국 과자를 판매하는 것도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게 한계라고 생각도 가끔은 했다.

그런데 이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내 편견을 이 팀은 보기 좋게 깨줬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할 수는 없지만, 이 추세로 간다면 앞으로 2~3년 후에 스낵피버가 한국 과자를 년간 50억 원 이상 판매할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LA 코리아타운에서 바퀴벌레같이 시작한 이 작은 스타트업이 한국이라는 작은 나라에서 만드는 과자를 전 세계를 대상으로 50억 원 어치 팔 수 있을까? 많은 사람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이다. 실은 농심이나 롯데 미주 지사장들도 깜짝 놀란다. 본인들이 한국 과자 분야에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지만, 전문가들도 못 하고 있고 – 실은 해보지도 않았겠지만 – 그러므로 안 될 거로 생각하지만, 여기에는 엄청난 기회가 존재했던 것이다.

비슷한 스토리를 가진 유니콘 회사가 얼마 전에 LA에서 탄생했다. 저가의 남성 면도날을 월정액제로 판매하는 Dollar Shave Club이 그 주인공이다. 2011년도 창업한 LA의 스타트업이고, 창업 초기부터 알고 있던 회사지만 싸구려 면도날 파는 회사가 팔아봤자 얼마만큼 팔까 라는 생각을 많은 사람이 했다. 이 회사가 5년 만에 다국적 기업 유니레버에 1조 원에 최근에 인수되었다. 이 역시 “잘 안 될 것 같은데….” 라는 편견을 버릴 수 있게 해준 좋은 예다.

투자자인 나도 의심을 하고 안 될 것 같다고 생각한 비즈니스가 이렇게 잘 되는 걸 보면 나도 많은 걸 배운다. 아무리 안 될 것 같은 사업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서 그 결과가 완전히 달라진다. 남들이 아무리 안 된다고 해도, 내가 굳게 믿고, 그 믿음을 꾸준히 실행하면, 안 될 것 같은 것도 된다. 이번에도 많이 배웠고, 우리 투자사들한테 항상 많이 배운다.

대기업, 동네 가게, 그리고 이들이 상생할 수 있는 방법

얼마 전에 네이버가 플리토의 번역서비스를 그대로 카피한 네이버 ‘참여번역Q’를 출시해서 상당히 욕을 먹고 며칠 만에 서비스를 중단한 사건이 있었다. 내가 봐도 이건 네이버가 생각이 너무 짧았던 거 같다. 그냥 카피해도 욕을 먹었을 텐데, 플리토라는 회사와 오랫동안 파트너십을 맺고 이 회사의 번역 서비스를 사용하면서 그대로 카피를 했으니까 이건 당연히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정말 궁금했던 게 있다. 네이버가 이 번역 서비스를 계속 운영을 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과연 네이버가 더 크고, 사용자들이 더 많고, 돈으로 밀어붙이니까 몇 년 동안 시장에서 잘 성장하고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플리토의 서비스가 위기를 맞고 문을 닫았을까? 아니면 워낙 서비스가 탄탄하고 사용자들의 사랑을 받았으니까 네이버가 공격해도 끄떡없고 오히려 네이버가 번역 서비스를 포기했을까?

대기업이 중소기업의 분야로 진출한다고 하면 우리는 일단 비판부터 하는 거 같다. 부자들이 더 부자가 되기 위해서 없는 자들의 피를 뽑아간다고 하면서. 그런데 나는 가끔 조금 다른 시각에서 생각해본다. 일단 대기업들이라고 항상 잘 먹고 잘사는 건 아니다. 이들도 성장을 위해서 매일 고민하고 있으며, 급변하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동네 상권으로 진출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리고,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이 있는 조금은 더 ‘작은’ 놀이터로 진출한다. 그리고 나는 대기업이 해야 할 분야, 스타트업이나 동네 가게들이 해야 할 분야가 따로 존재한다는 건 너무나 이상적인 생각인 거 같다. 자본주위에서는 회사의 성장과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면 모든 분야를 진출 대상으로 고려해 보는 게 현실적이라고 생각한다.

만약에 우리가 작은 스타트업인데 네이버나 카카오같이 큰 회사가 엄청난 자본력과 인력을 가지고 우리 나와바리로 진출한다면 당연히 걱정이 돼서 잠을 못 잘 거 같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이 분야에서 정말로 실행을 잘하고 있고, 고객들의 사랑을 받는 서비스를 만들어서 운영하고 있다면 아무리 대기업이 들어와도 자신이 있을 거 같다. 만약에 이 싸움에서 우리가 진다면? 억울하고 화가 나겠지만, 아주 냉정하게 생각을 해본다면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을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후발주자한테 시장을 빼앗긴 것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은 매우 중요하다. 대기업 때문에 스타트업이 다 망하면 우리 같은 투자자들도 설 자리가 없어진다. 하지만 대기업이 동네 상권으로 진입하는 걸 필사적으로 반대하고 막는 건 상생에 도움이 안 된다. 나는 진정한 상생은 실력으로 경쟁할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진짜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충성심 높은 고객들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라면, 아무리 대기업이 들어와서 서비스를 카피해도 따라 잡히지 않는다는 게 내 지론이다. 소비자들도 바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 아파트 앞에는 파리바게뜨와 같은 대형 빵집이 없다. 가장 가까운 빵집은 옆 아파트 상가 안에 있는 동네 빵집이다. 그런데 이 가게는 ‘동네 빵집’이 떠올리는 정겹고 친절한 그런 이미지의 가게와는 거리가 멀다. 맛도 그저 그렇고, 가격도 비싸고, 친절하지도 않고, 동네 경제의 일부라는 그런 공동체 의식도 전혀 없다. 빵마다 가격도 제대로 표시되어 있지 않아서 주인아주머니한테 매번 물어보는데, 그때마다 오는 답변이 과연 정확한 가격인지 아니면 말 그대로 ‘부르는 게 값’인 건지 의심스럽다. 만약 파리바게뜨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가 우리 집 앞에 생기면 이 동네 빵집은 그대로 문을 닫아야 할 것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없기 때문이다. 맛은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완전 고급은 아니고, 가격도 비싸고 서비스도 나쁘니까 빵집으로서는 실력이 없는 것이다. 이런 가게는 경쟁에서 도태되어 망할 수밖에 없다.

많은 분이 기억할 텐데, 롯데마트가 치킨을 판매한다고 발표했을 때 엄청 욕먹었다. 너무 싸게 팔아서 동네 치킨집들 다 죽일 것이란 걱정을 했는데, 실제로 많은 치킨집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문을 닫는 치킨집들은 다 맛없고 자기만의 개성이나 강점이 없는 가게들이었다. 롯데마트보다 훨씬 비싸게 팔지만, 자기만의 노하우로 정말로 맛 좋은 치킨을 좋은 서비스에 제공하는 동네 치킨집들은 여전히 잘 되고 있고 나도 더 비싸지만 이런 치킨집들을 애용한다.

위에서 언급한 플리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자. 결국, 네이버 김상헌 대표님이 공식적인 사과를 하고 번역 서비스를 중단했다. 이렇게 된 배경에는 플리토 이정수 대표님의 스마트한 소셜 마케팅이 있었고, IT 분야에서 종사하는 많은 분의 네이버 공격과 비난이 있었고, 언론의 플리토 옹호 플레이가 있었다. 나는 이것도 플리토가 그동안 쌓아왔던 실력과 사용자들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물론, 한국인들의 대기업에 대한 증오도 한몫을 했다). 제품이 후졌고, 사용자들의 사랑이 없었다면 아무도 신경을 쓰지 않았을 것이다.

대기업, 동네 가게, 중소기업, 그리고 스타트업들이 상생하려면 모두 다 자기만의 실력을 갈고닦는 방법밖에 없는 거 같다. 자연스럽게 경쟁력 없는 업체들은 없어지고, 실력 있는 회사들이 살아남을 것이며, 이런 과정이 계속 반복되면서 모두가 다 실력으로 상생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이렇게 되면 대기업만이 승자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