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베타

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대기업에 취직하는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게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창업을 강조하고 권장한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을 해보면 솔직히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다 창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창업이 천직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남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의 좁은 의미는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버는게 맞지만, 이 단어를 조금 더 크게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삶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크게 봐서 나는 항상 더 좋은 남편, 아들, 동생, 친구, 동료,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고 조금 작게 봐서는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게 우리가 죽을 때 완벽한 인간이 되지는 못 하더라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은 나아야 하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나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 자체가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태도와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 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창업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이번 주말에 이런 영원한 베타 정신을 많이 접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미 은퇴하신지 오래 되셨고,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오신 후에 인터넷에서 태양계 행성에 대해서 공부하시고 각 행성이 어떤 특징이 있고 인터스텔라가 과학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까지도 공부하셨다. 최근에는 The Big Short 영화를 보신 후 자막없이 보고 싶은데 영어가 좀 어려우니 영문 대본을 좀 구해달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스스로를 개선하고 계신다. 우리 장인어르신도 비슷한데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셔서 배우신지 2년 만에 상급반으로 진학하셨고, 하루에 10시간씩 기타 연습을 하시는 날도 있다. 이 두 분은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으셨지만,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사시려는 이러한 시도와 태도가 바로 스타트업 정신인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미래엔지니어링의 김태준 대표님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되면서부터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건 바로 ‘시간’이다. 공평한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인생은 영원한 베타이다.

[生生MBA리포트] 다시 한 번의 기회를 줄 수 있는 MBA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대학을 졸업할 당시에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던 직장과 직종이 만족스럽지 않을 때, 천직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애초의 기대와는 너무나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막상 사회에 나와 보니, 대학 다닐 때 조금만 더 발품을 팔고 멀리 봤더라면 찾을 수도 있었던 더 좋은 커리어 기회가 뒤늦게 눈에 보이기도 합니다. 아니면 괜찮았던 업종이, 경제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 부정적인 암운이 드리우면서 전망이 급격히 나빠지는 일도 있고, 맞벌이하고 자녀를 키우면서도 별 희망이 없는 삶에 한탄하기도 합니다. 물론 the grass is always greener on the other side of the fence(남의 떡이 더 커보인다라는 의미)라는 말도 있지만, 냉정하게 현재와 미래를 고려해 봤을 때 더 늦기 전에 다른 길을 찾는 것이 낫겠다는 판단이 들 때는 어떻게 할까요? 일부 사람들은 로스쿨이나 의전원에 가기도 하지만, 이미 그렇게까지 극단적인 변화나 긴 시간을 투자할 수 있는 형편이 아니거나, 법이나 의료분야와는 적성에 맞지 않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럴때, MBA는 분명 커리어를 바꾸면서 한번 더 점프할 수 있는 second chance가 되기도 합니다.

제가 MBA 를 하면서, 혹은 MBA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면서 만났던 많은 분들은 이러한 커리어 점프에 성공하신 경우들 입니다. 재계 26위 기업 재무팀에 다니다가 MBA 이후 국내 사모펀드에서 일하시는 분도 계시고, 모 대기업 상사에 근무하다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사모펀드 중 하나에서 일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한국에서 회계사로 일하다가 MBA를 거쳐 지금은 맨하탄의 글로벌 금융회사에서 MBA 이전의 몇 배의 연봉을 받고 승승장구하시는 분들도 여럿 있습니다. 국내 외국계 회사에서 근무하시다가 지금은 빅3 컨설팅사의 서울 오피스에서 컨설턴트로 일하시는 분도 계십니다. 물론 해외취업, 혹은 커리어 전환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왠지 ‘이미 닫혀버린 것 같은’ 커리어 점프의 기회를 MBA가 다시 한번 제공해 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그러나 MBA가 모든 업종에, 모든 사람에게 제2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합리적인 지원자라면, MBA를 거치면 어떠한 기회를 잡기가 쉬워지는 것인지, 그것이 ‘나’에게도 해당되는 지에 대해서 심사숙고해 봐야 합니다. 우선, MBA에서 커리어 전환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출발점에서 너무 멀리 오지 않았어야 합니다. 즉, 가능하면 젊은 지원자가 유리합니다. 물론 유관산업 및 유사한 function으로 전환하는 것은, 보다 긴 경력으로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아예 다른 업종이나 function으로 전환하는 경우의 커리어 체인지는 다릅니다. 하나의 산업/직종에 들어가서 일한 지 3년, 혹은 길어도 5년 이내인 편이 좋다는 의미입니다. 회사들은 커리어 체인저를 평가할 때, 해당 지원자가 좋은 MBA 과정에 합격했다는 것 자체를 일종의 screening 절차로 보지만, 사실 MBA 이전에 쌓은 네트워크나 업무상 스킬 자체에는 큰 의미를 두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컨설팅으로 전환하는 많은 이들은 비영리법인부터 광고회사까지 다양한 경력을 가진 경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MBA 이전의 회사에서 아주 긴 시간 일을 했다면, 그 시간과 경험을 무시하고 새로 시작하는 것은 지원자 본인에게도 큰 낭비일 뿐더러, 회사 입장에사 보는 learning potential 면에 있어서도 좋지 않습니다. 동일한 학교에서 같은 회사에 지원하는 두 사람이 있을 때, 한 명은 3년의 경력(30세), 다른 한 명은 8년의 경력(35세)이라면,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전자가 더 유리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좋은 학교들을 중심으로 나이가 적은 지원자를 선호하는 추세가 강해지고 있기 때문에, 길이 아니다 싶으면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방향을 트는 것이 중요합니다.

두번째로는, 해당 커리어의 문이 넓으면 넓을수록 유리합니다. 즉, 애초에 들어가기가 어려운 곳은 커리어 전환도 하기 어렵습니다. 유관경력이 없는 지원자에게는 더구나 그렇습니다. MBA에 가서 커리어 전환의 가능성이 확실히 높은 곳은 McKinsey, BCG, Bain과 같은 글로벌 컨설팅 사나 은행(투자은행 뿐 아니라 일반은행도 포함)처럼 MBA 를 많이 뽑는 곳 입니다. 대학을 졸업하고 문득 주변을 돌아보니, 학교다닐 때는 조용하던 동기 몇몇이 높은 연봉을 주는 컨설팅사나 외국계 금융회사에 취직한 것을 보고 뒤늦은 후회를 하신 분들이라면 분명 MBA가 새로운 가능성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로는, 특히 미국내 취업을 염두에 두신 분들의 경우에는, 단순히 영어 뿐만 아니라 미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과 친화력이 높을수록 유리합니다. 최근 썸머인턴 인터뷰를 하시던 1학년 재학생 분이 마이크로소프트사 인터뷰에서 특정 콘솔게임에 대해서 이해하는 문화적 인지능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절감했다고 하신 적이 있어서 깊이 공감한 적이 있습니다. 본인에게 편하지 않은 것, 익숙하지 않은 것을 배우고자 하는 자세, 먼저 손을 내밀고 자기를 낮추어 다가가려는 자세가 있는 분일수록 새로운 커리어 체인지의 문은 열리게 됩니다.

불만족스럽거나 정체된 커리어, 불안한 미래의 대안으로 MBA를 고려하고 계시다면 정말로 하시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깊이 고민해 보세요. MBA를 통한 커리어 전환의 가능성이 얼마나 될 지를 냉정하게 판단해 보시길 권합니다. 직접 상담을 원하신다면 mbaparkssam@gmail.com 으로 이메일을 주시길 바랍니다.

*블로그 주인장 의견 – 저는 영어 구사나 에세이 작성에 있어 큰 어려움이 없어서 MBA 지원할 때 학원 또는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지 않고 직접 해결했습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지원하는 많은 분들은 도움이 필요하고, MBA 어드미션의 경쟁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기 때문에 능력있는 컨설턴트와 함께 지원 작업을 하면 합격률을 높일 수 있습니다. 저도 많은 MBA 컨설턴트들을 알고 있지만, 박은정 선생님 만큼 학생들의 합격에 대해서 고민하고 집착하는 분은 별로 보지 못 했습니다. 혼자 준비하면 모르겠지만, 컨설턴트의 도움이 필요하다면 한 번 연락해보세요.

휴지통, 그리고 본질

한국에 와서 느낀 점 중 하나는 – 다른 곳은 잘 모르겠고, 서울의 경우 – 길거리나 공공장소에 쓰레기통이 많이 없다는 점이다. 한 3-5 블럭 마다 휴지통이 있고, 지하철 화장실에는 아예 휴지통이 없는 곳도 많다.
사진 2015. 12. 30. 오후 6 23 58정자역 화장실에서 청소하시는 분들한테 물어보니 시민들이 공공장소의 휴지통에 쓰레기를 너무 막 버리고, 어떤 얌체같은 사람들은 심지어 개인 쓰레기를 공공 휴지통에 버리기 때문에 아예 휴지통을 없애는 극단적인 조치를 당국에서 취했다고 하는데, 오히려 일은 더 많아졌다고 하다. 왜냐하면, 휴지통이 없으니까 이제는 소변기 또는 세면대에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냥 화장실 바닥에 쓰레기를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청소하시는 분도 웃으시면서 “나 같아도 더러운 휴지나 쓰레기를 계속 가지고 다니라고 하면 아무래도 그냥 아무도 안 볼 때 버리지 않겠어요.” 라고까지 하시면서…

실은 나도 이와 비슷한 생각을 항상 하고 있다.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시도는 좋다. 그리고 국가를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 선택한 방법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발생시키는거 같다. 휴지통이 부족해서 버려서는 안되는 곳에 시민들이 계속 쓰레기를 버려서 미적으로도 좋지 않고, 이를 처리하기 위한 인력이 더 많이 투입되어야 한다는 그런 역효과 말이다. 어떤 분들이 이런 정책을 만드는지는 모르겠지만, 이 분들은 내가 항상 강조하는 ‘본질 파악‘을 제대로 못 하고 있거나, 알고 있으면서도 귀찮아서 나 몰라라 하고 있다.

휴지통을 아예 설치하지 않거나, 또는 일부러 띄엄띄엄 배치해 놓는 목적이 쓰레기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서라면 다시 한번 생각을 해보면 좋을거 같다. 서울 시민들이 모두 법 없이도 살 수 있는 사람들이라면 이 논리는 맞다. 쓰레기 발생을 최소화하고, 자기 쓰레기는 주머니나 가방에 보관하다가 집에 가서 버릴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는 반대다. 휴지통이 없으니까 몰래 길거리에 버리고 있고 이로 인해서 더 많은 손해와 역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런 광경들이 서울 시내 여기저기서 보이는거다.Processed with MOLDIV나 같으면 아예 크고 견고한 쓰레기통을 여기저기 더 많이 배치를 하든지, 아니면 정말 제대로 쓰레기 무단투기를 관리할 의지와 생각이 있다면 CCTV를 설치하고 과태료를 아주 극적으로 올리겠다. 현재 담배꽁초나 휴지를 아무데나 버리는 경우 과태료가 5만원이고, 유원지나 공원등에서 쓰레기를 무단 투기한 경우 과태료가 20만원인데 이 금액을 한 50만원으로 확 올리고 관리를 제대로 하면 시민의식이 바뀌고 서울시 예산도 많이 확보할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을 한다.

문제를 제대로 해결하려면, 그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본질을 파악하는 건 시간도 더 걸리고, 어쩔때는 고통스럽고 귀찮지만 문제의 뿌리를 공략하려면 그 방법밖에 없다.

비트코인: P2P 전자현금시스템

오늘은 딱히 글 소재가 없어서 최근에 다시 읽었던 Satoshi Nakamoto의 비트코인 원조 백서를 소개한다. 아직 안 읽어본 분들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 이 백서는 2008년 사토시 나카모토가 – 이게 일본인인지,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아니면 해커들의 신디케이션인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 공개했는데, 보시다시피 긴 논문이 아니라 8장의 짧은 자료이다. 실은 나도 한 3번은 읽어봤는데 코딩, 보안, 그리고 암호학에 대한 기초지식이 별로 없어서인지 반 정도 밖에 이해를 못 했다. 이 백서의 내용을 기반으로 전 세계의 개발자들이 2008년 부터 지금까지 무상으로 개발한 비트코인 프로토콜과 화폐가 이렇게 어마어마하게 커진것이다.

실은 8장 짜리지만, 꽤 굵직한 주제들로 구성되어 있고 상당히 많은 고민과 연구를 한 흔적들이 여기저기서 보인다. 그동안 전자현금과 화폐에 대한 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이중사용(double-spending)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A와 B가 돈 거래를 할 때 ‘믿을 수 있는’ 제 3자가 항상 개입이 되어야 했다. 하지만, 이미 우리가 경험했듯이 돈 거래에 있어서 제 3자를 믿는다는 건 – 그게 은행이라도 – 매우 위험하다. 또한, 우리가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 그 3자가 딴 맘을 먹거나 해커들의 공격을 받는다면 거래 자체가 위험해 진다.

사토시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누구나 다 볼 수 있는 공개된 장부, 즉 블록체인을 제안했고, 블록체인의 운영 방법도 매우 심플하게 제시했다. 그리고 왜 블록체인은 공격 당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지 수학적으로도 증명을 했으며, 사토시가 제시한 다수의 결정에 따르는 자유의지론적인 운영 방식 또한 매우 흥미롭고 새롭다.

물론, 비트코인 프로토콜이 완벽하지는 않다. 오히려 허술한 부분들도 많고, 사토시가 제안한 많은 내용들은 시간이 갈수록 더 많은 질문들을 낳고 있다. 특히 최근에 비트코인 업계에서 많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는 별도의 포스팅으로 다시 한 번 정리해보겠다.

어쨋든, 어쩌면 세상을 바꿀지도 모르는 비트코인이 이 간단해 보이는 8장의 백서로부터 탄생하고 성장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상당히 놀랍다.

IPO에 대한 단상

사진 2016. 3. 14. 오후 4 27 07얼마 전에 어떤 회의에 참석할 기회가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한국 스타트업들의 미국 시장 상장이었고, 여러가지 좋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던 자리였다. 하지만 회의 내내 내가 주장하고 강조했던 건, 왜 충분히 상장을 할 수 있는 미국 회사들도 IPO를 일부러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이 판국에 우리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한국 회사들에게 굳이 미국 시장 IPO를 강조하냐 였다.

솔직히 우버, 에어비앤비, 핀터레스트 같은 유니콘들은 원한다면 언제든지 미국 시장에서 IPO를 할 수 있는 회사들이지만 계속 비상장시장(private market)에서 자금을 가져다 쓰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최근 몇 년 동안 상장시장과 비상장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들을 보면 굳이 이 회사들이 왜 IPO를 하지 않고, 왜 IPO가 가장 좋은 exit 전략이 아닐 수도 있는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스타트업들이 왜 IPO를 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되면 좋을거 같다. 몇 년 전만 해도 많은 스타트업들이 비상장시장에서 시작을 해서 어느정도 성장을 한 후, 시장의 상황이 좋으면 상장을 했다(물론, 상장하는게 이렇게 쉽지는 않지만 이야기의 편의를 위해서 단순하게 적어본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상장을 하면 그동안 VC를 통해서 투자받던 금액과는 비교가 안 되는 큰 자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주주들은 회사 주식을 즉시 사고 팔 수 있는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큰 장점들이 있다. 또한, IPO를 하면 ‘상장’ 이라는 훈장이 가져다 주는 기업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즐길 수 있었다. 일반인들 사이에는 상장한 회사가 그렇지 않은 회사보다는 더 믿을 만하고 왠지 상장기업의 제품이 더 좋을거 같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상장하면 무조건 좋은 건 아니다. 위에서 말한 장점들도 많지만 단점들 또한 존재한다. 일단 회사가 상장을 하게되면,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비즈니스를 하기가 힘들다. 상장한 이후에는 회사의 장기적 비전이나 미션보다는 금융시장의 단기적인 관점에 입각한 재무제표 위주의 비즈니스를 해야하기 때문이다. 비상장 스타트업이면 재무적으로 손실이 발생해도 비즈니스의 기본이 탄탄하면 계속 높은 가치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 투자자들도 회사의 장기적인 비전과 경영진의 능력을 중시한다. 하지만, 상장을 하게되면 주주들의 관심은 오직 매 분기마다 발표되는 회사의 실적이다. 아무리 장기적인 비전이 좋더라도 단기 실적이 나쁘면 그 회사의 주가는 반 토막 날 수 있다. 또한, 상장을 하게 되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일단 Sarbanes-Oxley와 같은 투자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 때문에 상장할 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되며, 상장 이후에도 다양한 감사 및 보고로 인한 (스타트업들한테는)천문학적인 비용을 써야 한다.

물론, 상장에 대한 이런 단점들이 갑자기 생겨난 건 아니다. 이미 존재하고 알려진 단점들이었지만 상장 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장점이 이런 단점들 보다 많았기 때문에 그동안에 많은 스타트업들이 IPO를 선택했다. 하지만, 몇 년 전부터 시장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비상장 시장은 더욱 매력적으로 변했고, 상장 시장은 더욱 더 엄격해졌다.

상장시장에는 너무나 다양한 매수와 매도 방법이 존재한다. 특히 최근에 각광을 받고 있는 기계와 알고리즘 기반의 트레이딩이나 공매(short selling) 등은 기업의 가치나 비전은 무시하고 단순히 숫자만을 보기 때문에 상장기업의 주가에는 예측할 수 없는 변동성의 위험이 내재되어 있다. 잘 나가던 회사들도 갑자기 단기 실적이 부진해지면 하루만에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나는게 현재의 상장시장이다. 실적이 조금 부진하다고 해서 과연 이 회사의 비즈니스가 위험한가? 기업가치가 반 토막 날 정도로 그 회사가 갑자기 안 좋아졌을까? 그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게 바로 상장시장이다. 상장시장의 투자자들에게 기업의 장기적인 비전은 중요하지 않다. 우리같은 비상장시장의 투자자들과는 완전히 반대이다. 그리고 상장기업을 유지하기 위한 법무비용과 회계비용은 갈수록 비싸지고 있다는 점도 IPO를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게 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이와는 반대로 비상장시장은 스타트업들에게 매우 유리해지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많은 CEO들은 오히려 상장하지 않고 계속 비상장 상태에서 비즈니스를 잘 운영하고 있다. IPO의 가장 큰 강점이었던 대규모 자금 조달은 이제는 비상장 시장에서도 가능하다. 위에서 언급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회사들은 IPO를 통해서가 아닌, 큰 헤지펀드나 뮤추얼펀드로부터 조 단위의 투자금을 받고 있다. 주로 상장시장에서 놀던 큰 펀드들이 낮은 이자율과 높은 변동성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회사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오히려 비상장 시장에서 더 유리한 밸류에이션에 대규모 자금 확보가 이젠 가능해졌다. 또한, (미국의 경우)비상장 회사들의 주식을 쉽게 사고 팔 수 있는 시장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주주들의 유동성 확보 면에서도 상장시장만큼 매력적인게 비상장시장이다.

현실이 이런데 굳이 우리는 투자사들에게 IPO를 강요할 필요가 있을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게 좋을거 같다. 물론, 위의 내용들은 주로 미국 시장에 적용된다. 한국은 자본시장이 미국만큼 발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은 이르고, 나는 코스닥 시장에 대해서는 솔직히 잘 모른다. 하지만, 결국 한국의 자본시장도 미국을 따라가기 때문에 몇 년 후에는 한국에서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 현상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