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들이 만드는 자동차 테슬라

얼마전에 소프트웨어의 저렴하고 쉬운 product iteration, 그리고 이로 인해 하드웨어 제조보다 소프트웨어 개발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인 장점에 대해서 쓴 적이 있다. 그리고 계속 이 부분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는데 몇일전에 테슬라 모터스에서 재미있는 발표를 했다.

테슬라의 Model S P85D은 굉장히 빠른 차다(모터가 2개 달렸다). 0-100키로 까지 가속하는데 3.2초 걸리는데, ‘업데이트’를 통해서 더 빨라지게 만들 수 있다고 테슬라에서 발표했다. 실은 0.1초 더 빨라져서 3.1초만에 100키로까지 가속하는거지만 마치 수영이나 달리기에서처럼 빠른 자동차들한테 0.1초는 매우 중요하다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거는 0.1초가 아니라 ‘업데이트’ 이다. 그것도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통해서 쇳덩어리가 더 빨라지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자동차 부품이 고장나거나 업그레이드를 하려면 정비소에 차를 몰고가서 몇시간 동안 맡겨놔야한다. 미국의 경우 대중교통이 발달되지 않아서 항상 누구랑 같이 가야 한다. 그래야지만 다시 그 차를 타고 집에 왔다가 정비가 끝나면 다시 다른사람 차를 타고 찾으러 가야한다.

그런데 마치 윈도우스 업데이트 하는거처럼 – 그만큼 불편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 그냥 집에서 무선으로 테슬라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 자동차가 물리적으로 빨라질 수 있다는 이 개념은 기존의 자동차 회사들은 쉽게 생각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적인 발상이다. 정비소에 갈 필요도 없고, 본네트를 열어서 물리적으로 부품을 교체할 필요도 없다. 엘론머스크는 자동차를 만들던 사람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사람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도 다양한 방법으로 iteration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다양한 변수들을 바꿔가면서 테슬라 자동차의 속도를 더 빠르게 만들 수 있고, 효율을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차를 뜯어고치거나 하드웨어에 크게 손을 대지 않고 소프트웨어만 지속적으로 iterate 하면 되니까.

네이버 실적에 대한 너무나 다른 시각들(우린 뭘 믿어야 하나?)

요새 워낙 이상한 미디어들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까지 뭘 믿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할때가 많다. 어제 네이버 실적발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언론의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런걸 느꼈다. 기자들도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숫자와 사실을 근거로 글을 쓰는걸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갖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보고 이 개가 똥개냐 진돗개냐 하는거랑, 이걸 고양이라고 하는거랑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실적 관련 기사들이 이렇다.

조선비즈의 “네이버·페이스북, 어닝서프라이즈” 기사에 의하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서비스들에 힘입어 작년 4분기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30.3% 늘었다. 작년 전체 실적은 매출 2조 7,619억원, 영업이익 7,6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3%, 50.1% 증가했다.

실적 향상은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라인이 이끌었다

아시아투데이경제의 “라인의 힘, 네이버 작년 4Q 영업익 1961억…30.3% 상승” 기사에 의하면,

특히 라인 매출은 광고와 콘텐츠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61.9%, 전분기 대비 6.4% 상승한 2,217억 원을 기록했다

무료 통화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일본·대만·태국 등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한국언론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굉장히 좋고 엄청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들을 발행했다. 한국 미디어만 보는 분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echCrunch에서 쓴 네이버 실적에 대한 기사 “라인 매출 성장 둔화로 인해 네이버의 실적이 기대이하였다(Naver’s Earnings Miss Expectations As Line’s Sales Growth Slows)” 에 의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 네이버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약했던 라인의 게임부문 매출때문이다(South Korean Internet giant Naver announced quarterly results that fell short of expectations because of weaker performance from the gaming unit of its messaging app Line)

2014년 영업이익은 작년대비 50.1% 성장했지만, 순익은 75.9% 감소했다(Its net profit for 2014 fell 75.9 percent from the previous year to 456.6 billion won, though its annual operating profit managed to grow 50.1 percent to 760.4 billion won)

네이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라인 사업부의 4분기 매출은 작년대비 62% 성장했지만, 증권분석가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 실적이었다(Line, which is currently Naver’s most important source of revenue, grew its 4Q2014 revenue 62 percent year-over-year to 221.7 billion won, but that was still short of analysts’ targets…..)

라인의 현재 월 실이용자수는 1억 8,1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라인은 현재 일본, 대만 그리고 태국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앱이지만, 전체 이용자수는 WeChat(4억 6,800만)과 WhatsApp(7억)에 뒤지고 있다(Line revealed today that its current monthly active user count is 181 million. It is currently the top messaging app in Japan, Taiwan, and Thailand, but overall its user base lags behind WeChat, which has 468 million users, and WhatsApp, with 700 million users)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실적발표를 들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자들이 네이버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재미있다를 떠나서 너무 이상한거 같다. 나의 심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TechCrunch 기사를 더 신뢰한다. Catherine Shu 기자를 개인적으로도 조금 알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한국의 tech 기자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조선비즈나 아시아투데이경제 기자들은 아마도 네이버에서 배포한 자료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거 같다. 그러니까 회사에 유리한 숫자와 내용만을 가지고 기사가 작성되었다. 재무제표를 아주 자세히 본 기자들이 몇 명 있을까? 봐도 뭘 알까? 그리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생각을 해서 실적발표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안 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네이버라는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포스팅은 네이버에 대한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가 동일한 실적발표에 대해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에 대한 글이다.

소프트웨어의 아름다움 – product iteration

Photo Jan 15, 11 08 24 AM며칠 전 산호세 공항 화장실에서 찍은 사진이다. 물, 비누 모두 동작센서로 작동되는데 비누가 나오는 구멍이 수도꼭지에 너무 가까이 있어서 물로 손을 씻다 보면 동작이 감지되어 비누가 자동으로 계속 나오는 문제가 있었다. 이 화장실에서 상당히 많은 사람이 손을 씻을 텐데 그럴 때마다 이렇게 비누가 나오는 건 엄청난 낭비라고 생각된다. 설계를 잘못한 것인지 아니면 시공을 잘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걸 다시 고치려면 엄청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자동 비누 디스펜서를 물리적으로 뜯어내고 다시 공사해서 다른 위치로 옮겨야 한다.

그런데 다른 위치로 옮겼는데도 너무 가까워서 계속 비누가 낭비된다면? 또는, 비누는 낭비되지 않지만, 너무 멀리 위치해서 사용자들이 불편해한다면? 별거 아닌 거 같지만, 제대로 하려면 정확한 위치를 찾을 때까지 여러 번 뜯어내고 시행착오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당히 비효율적이고 비싼 product iteration이다.

이런 면에서 볼 때 소프트웨어는 정말 아름답다고 할 수 있다. 수만 번의 product iteration을 큰 비용과 시간의 손실 없이 효율적으로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스타트업 중 하루에도 몇 번씩 product iteration을 하는 회사들이 있다. 개발자와 디자이너만 있으면 된다. 물론 소프트웨어를 고치는 게 말처럼 간단한 거는 아니지만, 하드웨어를 부수고 다시 만드는 거에 비하면 코드를 고치는 건 정말 간편하다. 하드웨어는 일단 출시를 하면 뜯어고치고 다시 대량생산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product iteration이 더 쉬우므로 소프트웨어 회사들은 고객의 눈높이에 맞는 제품을 상당히 높은 완성도로 만드는 게 가능하다. 그런데 내 주위의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정말로 완성도가 매우 높은 제품을 가지고 고객들을 만족하게 해주고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렇게 쉬움에도 불구하고 product iteration을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웨어 비즈니스가 제공하는 이런 장점을 좋은 회사들은 잘 활용해서 좋은 제품을 만들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해도 시장이 인정해주는 제품이 만들어질 확률은 3%도 안 된다. Product iteration을 십분 활용하지 않는 게으른 회사들에 이 확률은 0% 이다.

멈추지 않는 변신 – Windows 10

a마이크로소프트가 어제 Windows 10을 발표 했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tech 관련 전문가, 분석가 그리고 기자들은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냥 정기적으로 하는 새로운 윈도우스 발표라고 생각했고 Windows 8이 기대이하였기 때문에 8에서 실수했던 부분들을 고친 운영체제 정도로 생각을 했다.

발표를 실시간으로 전부 다 보지는 못 했지만 내가 가장 놀랐던 건 독점적인 위치를 이용해 30년 이상 고객들한테 1원이라도 더 쥐어짜내던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스 10 무료 업그레이드를 제공한다는 소식이었다. 이로 인해 약 5,500억원의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 뭐, 이 정도는 마이크로스프트한테 큰 돈은 아니다 – 돈을 떠나서 ‘독점적인 소프트웨어를 최대한 비싸게 팔자’ 라는 회사의 방향 자체를 180도 바꾸는거라서 놀라웠다. 물론, 내부적으로 많은 분석과 시뮬레이션을 했고, 윈도우스를 무료로 주면 이로 인해서 얻을 수 있는 장기적인 추가 매출이 더 높을 것이라는 결론이 나왔겠지만 작년 매출 90조원을 한 큰 회사한테는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3번째 대표이사인 Satya Nadella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사장 취임한지 1년도 안 되었지만 그동안 기업문화를 바꾸고, 과거에 절대로 물어보지 않던 질문들을 스스로에게 하고, 변화하고 있는 시장을 더욱 더 경청했다. 그리고 마이크로소프트의 자원들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지금까지 걸어왔던 40년을 과감하게 버리고 앞으로 갈 40년을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한테도 현실은 만만치 않다. 세상은 레드몬드의 공룡보다 조금 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더 작고 빠른 기업들이 지속적인 혁신을 통해 마이크로스프트의 밥을 야금 야금 먹고 있다. 특히 모바일과 스마트폰 분야에서는 완전 후발주자이다. 그렇게 갈길은 멀지만, 드디어 방향은 잘 잡은거 같다. 똑똑한 인재들, 엄청난 돈, 그리고 좋은 리더십을 잘 이용해서 더 빨리 뛰어서 꼴찌를 모면하길 바란다.

Windows 10 – 세상은 조금 더 좋아진 운영체제를 기대했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는 그 이상을 보여줬다. 빠르게 변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다는걸 보여줬다. 그리고 회사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줬다. 아, 맞다….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가상현실과 홀로그램도 보여줬다.

멋지다. 그리고 기대된다.

마이크로소프트 관련 과거 포스팅:
마이크로소프트의 현실 받아들이기
마이크로소프트의 역습

<이미지 출처 = https://www.dailyherald.com/article/20150122/business/150129644/>

만능 스타트업

얼마 전에 출장 가서 묵었던 숙소에는 제대로 된 헬스클럽이 없었다. 대신, 객실 하나를 개조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이런 만능? 기계를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Photo Jan 16, 8 26 41 AM

아마도 이런 기계를 한 번씩은 본 경험이 있을 거다. 내가 아는 어떤 분들은 집에 이런 기계를 가지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니 이 기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이 25가지나 되는데 복근, 팔, 다리, 어깨, 등 한 마디로 한 개의 기계에 헬스클럽 전체를 압축해 놓았다고 보면 된다. 매우 생산적인 기계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이 기계를 사용해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몸의 여러 근육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 근육들을 운동하는 여러 가지 다른 기구들을 하나의 본체에 압축을 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깊게 운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pull과 push 동작 자체가 다른 역학인데 이 두 동작을 하나의 기계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기계의 움직임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다. 이렇게 만들어지다 보니, 기계가 불필요하게 많이 삐걱거리기도 했다.

Photo Jan 16, 8 27 09 AM

이 기계를 사용하면서 모든 걸 다 하려는 ‘만능’ 스타트업 또는 모든 게 다 가능한 제품이 갑자기 생각났다. 내 주위에도 이런 회사들이 몇 개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모든 기능이 다 탑재된 제품 또는 모든 시장에 다 적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야심 찬 회사들은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회사들이다. 아무리 하찮고 간단한 기능이라도 직접 구현하고 제대로 해보면 절대로 하찮지 않고 간단하지가 않다. 기능 하나만 제대로 구현하고 이걸 최고로 만들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할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모든 게 가능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엉성하고 불완전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B2C와 B2B 시장의 특성은 매우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기업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므로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와 기업들에 동시에 제공하는 건 상당히 많은 시간과 개발이 필요하다. 작은 스타트업이 그냥 처음부터 단 한 개의 제품을 만들어서 “우린 모든 고객한테 이 제품을 팔 겁니다.” 라고 하는 건 위에서 말한 pull과 push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다른 요구사항이 나올 때마다 땜질 형태로 임시방편의 코드를 만들어서 제품에 덕지덕지 붙이는데 이게 너무 많이 쌓이면 기계가 삐걱거리듯이 제품이 느려지고 매우 무거워진다.

전에 여러 번 말했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는 건 정말 힘들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남들보다 월등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만능 스타트업” – 말은 멋있지만, 다르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스타트업일 확률이 더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