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블로그] 창업의 어두운 면 –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helping-hand최근에 한국 스타트업 CEO의 자살 소식을 접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알던 분은 아니지만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다. 직접적으로는 자살한 분의 가족, 지인 그리고 동료들이 큰 충격에 빠지지만 간접적으로는 같은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동료 창업가나 투자자들 한테도 그 파장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솔직히 스트레스, 공황, 우울, 자살 이런 단어들은 창업가들한테 낯선 단어는 아니다. 미디어에 비추어지는 창업가들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자기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는 멋쟁이들이다. 거기에다가 회사가 잘 되면 막대한 부를 거머지는 우리 시대의 영웅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은 겉과는 달리 이들의 속은 각종 공포, 걱정 그리고 스트레스로 인해서 곯았다는 점이다. ‘Entrepreneur’라는 가면의 화려함 뒤에는 창업을 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절대로 이해할 수 없는 어두운 면이 존재하는데 이걸 잘 다스리지 못하면 어떤 이들은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된다.

내 주위에도 힘들어 하는 사람들이 몇 있지만 나는 이 분들한테 “힘내세요. 모든게 잘 될 겁니다.”라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는다. 우울증으로부터 오래동안 시달려온 사람들한테는 이런 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모든게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마음의 병을 나는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섣부른 조언은 하고 싶지 않다.

다만, 현재 너무 힘들어서 극단적인 생각을 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면 이 한마디는 해주고 싶다. 힘들면 주위에 도움을 구하라는 말이다. 가족, 친구, 직장 동료 그 누구라도 붙잡고 도움을 청해야 한다. 도움을 청하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고 본인과 주위 모든 분들을 위한 최선책이다.

[과거글: 힘들면 도움을 구해라]

1월 말에 LA는 Jody Sherman이라는 유능한 창업가를 잃었다. Jody는 2009년도에 어린이들을 위한 친환경 제품을 판매하는 Ecomom이라는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LA와 남가주 쪽에서는 꽤 유명하고 평판이 좋은 사람이었다. 47살에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정확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수 년 동안 스트레스에 시달리면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자살은 한국인들한테는 낯선 단어가 아니다. Wikipedia에 의하면 한국은 OECD 국가 중 자살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며, 40살 이하의 사망 원인 중 1위가 자살이다. 자살하는 사람 중에는 우리가 아는 창업가들도 있고, 모르는 사람들도 분명히 많이 있을 것이다.
나도 여러번 말한적이 있지만, 월급쟁이들이 받는 직장의 스트레스와 owner들의 스트레스는 많이 다르다. 뭐가 다른지는 여기서 굳이 설명하지 않겠다. 창업을 했고 이 짓을 오래한 사람들이라면 너무나 잘 알고 있을테니까. 스트레스의 레벨이 다르기 때문에 창업가들이 극한 상황에 몰리면 그에 대한 반응 또한 샐러리맨들과는 달리 극을 달릴 수 있다. 만약에 이 글을 읽고 있는 분들 중 현재 너무 힘들어서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다면 그러지 말고 이걸 끝까지 읽어 달라고 부탁한다.

나도 이 짓을 몇 년 해왔다. 죽고 싶을 정도로 힘들거나 그런 생각을 한 적은 없지만 성공의 확률이 높지 않은 스타트업 industry에서 일을 하면서 이 바닥의 ups and downs를 매일 경험하고 있다. 육체적으로도 힘들지만 정신적인 소모가 많은게 스타트업 운영이라는걸 부인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미안하지만 창업을 했고 스타트업을 평생 운영할 계획이라면 이 정신적 스트레스는 더하면 더했지 줄지는 않는다. 그러니까 단단히 각오해라. 하지만, 좋은 소식은 바로 인생이 고달플때 우리에게 위안을 주고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사실은 바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많은 창업가들이 있고 분명히 겉으로는 웃으면서 모든게 잘 되고 있다고 연기를 하고 있지만 모두 다 힘들어 하고 엄청난 정신적 스트레스를 받아면서 하루하루를 살고 있을 것이다.

힘들어 하는 창업가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이제 더이상 희망이 없고 모든게 끝났다고 생각할때 –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면 분명히 이런 순간이 올 것이다 – 주위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도움을 구해라. 가족, 친구, 동료, 투자자, 변호사, 회계사 심지어는 경쟁자도 상관없다. 아주 당당하고 직설적으로 도움을 구해라. 힘들때 도와달라고 하는 건 전혀 부끄러운게 아니다. 가끔 난 창업이라는게 거대한 압력밥솥 속에 발가벗은 채 들어가 있는거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시간이 갈수록 압박은 더욱 더 심해진다. 이런 압박 속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며 살다보면 몸과 마음에 당연히 영향이 미친다. 그러니까 힘들면 괜히 스스로를 자책하면서 겉으로 웃지말고 솔직하게 도움을 구해라.

Jody가 앓던 우울증이나 최근 한국의 연예인들이 경험하는 공황장애는 미국에서는 더 이상 ‘병’이 아니라 사회적 ‘현상’으로 분류 할 정도로 흔한 현대인들이 경험할 수 있는 현상이다. 혹시, 주위에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색안경을 쓰고 보지 말고 따뜻한 마음으로 다가가서 도움을 주자.

<이미지 출처 = http://comeinunity.org/partners/>

유니크한 포지셔닝

회사 소개서를 잘 안 보는 편이지만 어쩌다 보니 9월 마지막 주에만 5개 이상 본 거 같다. 회사 소개서마다 공통적으로 내 눈길을 끄는 페이지가 있었는데 대략 다음과 비슷한 차트가 포함된 페이지다: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나만의 유니크한 포지셔닝?

이 차트의 유래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경영 컨설턴트들이 만들어서 사용하기 시작한 거 같다. Magic quadrant, competitive matrix 등으로 불리는 거 같고 우리 회사가 속한 분야에 어떤 경쟁사들이 있고, 그 중 우리는 어디에 포지셔닝이 되어 있고, 경쟁 중에 우리는 어떤 강점과 약점이 있는지를 한 눈에 잘 보여주는 차트라서 유용하긴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내가 본 모든 차트가 주는 인상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분야는 경쟁이 살벌합니다. 특히, 페이스북이나 트위터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도 이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다른 경쟁사와는 달리 유니크한 포지셔닝을 하고 있기 때문에(더 저렴, 더 빠름, 더 포커스된 등) 승리할 수 있습니다.”

이거 굉장히 좋은 말이지만 현실감은 120% 떨어진다. 오히려 괜히 시간 낭비해서 쓸데없는 슬라이드를 만들었다는 느낌이 든다. 기본적으로 본인들이 위치해 있는 공간에는 경쟁사들이 거의 없고 다른 3 사분면에는 경쟁사들이 미어터질 정도로 많다. 일단 이거부터 현실성이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우리 회사는 무조건 제일 좋은 사분면의 제일 끝에 있다. 가장 저렴하고, 가장 효율적이고, 가장 소셜하고, 가장 성능이 좋다. 정말로 굉장히 혁신적인 아이디어나 서비스가 아닌 이상 – 그리고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시도해보지 않은 완전히 새로운 기술은 천재들이나 연구소에서 나오지 일반인들한테 나오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 모든 사분면이 경쟁사로 득실거려야 하는게 현실이다. 그리고 x 축과 y 축의 명칭에 상관없이 페이스북, 트위터, 유투브와 같은 대형 플레이어들은 차트를 꽉 채워야 하는데 항상 보면 어느 구석에 다른 회사보다 조금 큰 동그라미로 표시되어 있다.

나는 개인적으로 경쟁에 큰 비중을 두지 않는다(관련글 ‘너나 잘해라‘). 어떤 비즈니스를 하든 경쟁은 존재하기 마련이다. 오늘 경쟁이 없다면 내일 또는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것이다. 만약에 평생 경쟁이 없다면 이건 오히려 시장성이 없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래서 나같은 경우 이런 차트를 봤을때 특정 회사가 대형 경쟁사들 사이에 찡겨 있어도 상관없다. 오히려 내가 관심있는 건 이런 쟁쟁한 경쟁사들이 존재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나만의 유일한 product fit과 market fit을 찾아서 의미있는 비즈니스와 고객을 만들 것인지에 대한 부분이다. 모든 창업가들은 이런 방향으로 생각을 해야한다. 어떻게 하면 우리 비즈니스가 속한 사분면에 아무도 없게 x축과 y축을 인위적으로 정의할까 고민하느라 시간 낭비하지 말고, 이들보다 뭘 우리가 다르게 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에 대해서 고민했으면 한다.

Totspot 투자

내가 최근에 사람과 팀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했는데 이번 포스팅도 같은 맥락의 글이다. 내 블로그를 오래 읽으신 분들은 알다시피 나는 원래 2007년도에 워튼 MBA 프로그램에 입학했다가 한 학기만 하고 휴학을 했고, 그 이후로는 학교로 돌아가지 않았다. 지금은 자동으로 중퇴 처리가 되었지만 실은 중간에 내가 복학을 한 번 시도했던 적이 있었다. 워튼 스쿨의 정책상 입학하고 7년 안으로는 졸업을 해야하기 때문에 나는 2012년도에는 다시 복학을 해야지만 2014년도에 무사히 졸업을 할 수 있었는데, 솔직히 그때 검토를 했던게 얼마전에 이런저런 말들이 많이 나왔던 안철수씨가 졸업한 워튼의 executive MBA 프로그램 이었다.

워튼 exec MBA 프로그램은 full-time 프로그램에 비해서 장점이 많았는데 필라델피아가 아니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수업을 한다는 점, 한달에 4일 – 6일만 part-time으로 (그것도 주로 금/토) 다니면 된다는 점, 일을 계속 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이렇게 2년을 학교 다니면 똑같은 MBA 졸업장이 나와서 당당한 워튼 MBA가 된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나도 full-time MBA 프로그램에서 exec MBA 프로그램으로 편입?을 하고 한 달 정도 샌프란시스코로 등교를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나는 Vijay Ramani라는 인도 친구를 학교에서 만났다. 나한테 했던 첫마디가 “안뇽하세요~” 였던 그는 당시 실리콘밸리 소재의 반도체 대기업에서 프로젝트 매니저를 하고 있었고 삼성과 일을 많이 했었다. 한국도 여러번 방문을 해서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잘 알고 있었다. 이렇게 우리는 2주에 한 번 보는 동기였지만, 한국이라는 연결고리 때문인지 금세 친해졌다. 참고로, 나는 워튼 exec MBA 프로그램도 시작한지 한달만에 그만뒀고 그 이후 공식적으로 학교를 중퇴했다. 새벽 비행기를 타고 샌프란시스코에 가는것도 힘들었고, 일하면서 공부하는 것도 쉽지 않았고, 무엇보다도 내가 이 돈을 내면서 이 나이에 학교를 다녀야 하는지에 대한 – 단순히 가방끈 늘리기 위해서 – 명쾌한 답변을 찾을 수가 없었다.

Exec MBA 프로그램에서의 짧은 만남과 어울림 이었지만 그 관계는 오래갔고 비제이는 MBA를 졸업하자마자 다니던 반도체 회사를 그만두고 모바일 유아용품 판매 마켓플레이스 앱 Totspot을 창업했다. 그리고 우리는 이 회사에 가장 처음 투자한 자랑스러운 투자자가 되었다. 모든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Totspot 또한 굉장히 어려운 고비들이 있었지만 그럴때마다 비제이와 그의 팀원들이 현명하게 장애물을 넘어서 계속 목표를 향해서 전진했다. 그들은 500 Startups 프로그램을 거치면서 앱을 계속 개선시켰고 얼마전에 180만 달러의 Series A 투자를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솔직히 Totspot에 투자한 가장 큰 이유도 ‘사람’ 때문이다. 이 제품이 경쟁하고 있는 분야는 굉장히 포화되어 있고 우리가 투자할 당시에는 기본 프로토타입만 존재했다. 하지만, 나의 짧았던 워튼 샌프란시스코 프로그램의 경험에 비추어보면 비제이는 믿을만한 사람이었고 뭔가 시작하면 굉장히 책임감 있게 끝을 볼 수 있을거 같다는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우리는 오래 고민하지 않고 투자를 했다. 제품이나 시장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사람이라는 걸 마음에 다시 한번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경험이었다.

Congrats Totspot!

생존을 위한 변화

10월인데도 LA에는 늦더위가 한참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오늘도 그렇지만 지난 2주 동안 내가 사는 오렌지카운티 낮 온도는 계속 32도 – 35도를 왔다갔다 했다. 그런데 재수없게 에어콘이 고장나서 Yelp를 보고 평이 좋은 수리공들한테 연락을 해보니, 날씨가 갑자기 더워진 관계로 급증한 에어콘 수리 문의 때문에 최소 2주는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받았다. 괜히 실력없는 수리공들 불렀다가 돈만 쓰고 시간만 낭비한 경험이 있어서 일단 예약을 해놓고 2주를 기다리기로 했다. 그런데 바로 그 다음날 너무 더워서 그냥 한인 전화번호부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번호에 전화를 했다. 왠지 영어도 어눌하고 한국어도 좀 어눌한 아저씨가 전화를 받더니 지금 가능하다고 해서 당장 와 달라고 했다.

굉장히 나이드신 할아버지가 오셨다. 경험은 많으신거 같지만 거동도 좀 불편하시고 사다리를 타고 지붕밑에까지 올라가야하는데 작업하시는 동안 내가 내심 불안했지만 나도 딱히 다른 옵션이 없어서 불안한 마음으로 바라보기만 했다. 한 3 시간 정도 작업을 하더니 에어콘/히터 본체의 control unit이 고장나서 이걸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작업을 중단하고 이 분이 다시 차를 타고 대형 공구점 몇 군데 들리신 후 비슷한 모델을 가져 오셨다(고장난 unit이 단종된 모델이라서 대체모델을 가져왔다). 다시 2 시간 정도 작업을 하더니 기존 모델에는 구멍이 2개 인데 신모델에는 구멍이 1개 밖에 없어서 연결이 힘들다고 하시면서 고개만 절래절래 흔드셨다.

오전/오후 시간 나도 다 날렸는데 인건비는 날라갔고 에어콘은 아직 고장난 상태였다. 아무것도 개선된 게 없었다. 그런데 나를 더 짜증나게 했던 건 바로 이 분의 인터넷과 기술에 대한 무지였다. 솔직히 YouTube나 eHow 같은 사이트에서 찾아보면 대체모델을 설치하는 방법이 굉장히 친절하게 설명된 동영상들이 많이 있는데 – 내가 나중에 찾아보니 상당히 많았다(다만, 봐도 내가 직접 설치를 못 한다는…) – 이런 무료 자원들을 활용하지 못하는게 상당히 답답했다. 전화기도 구식 피쳐폰이라서 직접 디지탈 카메라를 가지고 다니면서 고장난 unit 사진을 찍으면서 작업을 하셨다. 스마트폰으로 바꾸라고 말을해도 본인은 그런거 필요없다고 하면서 고객를 절래절래 저었다. 결국 단종된 모델도 내가 그 다음날 아마존에서 찾아서 주문을 했고, 배달 받자마자 다시 이 분을 불러서 결국 고치긴 고쳤지만 그냥 Yelp에서 평 좋은 미국인 불러서 처리했으면 덜 복잡했을 것이라는 후회가 막심했다.

연세도 많으시고 우리 아버지 생각도 나서 좀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나는 다시는 이 분을 부르지 않을 것이다. 그냥 더 기다리고 더 비싸도 조금 더 professional 하게 일하는 수리공을 부를 것이다. 세상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 본인이 불편하고 귀찮다고 구닥다리 방식을 계속 고집한다면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고 결국은 공룡과 같이 멸종할 수 밖에 없다(전에 카드사 아멕스에 대해서 비슷한 글을 쓴 적이 있다). 로케트 과학자한테도 기술과 인터넷은 중요하지만, 에어콘 수리공한테도 동일하게 중요하다.

스톡옵션 개론

내가 속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스톡옵션(Stock Option)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받아서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받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아직(한국, 미국 포함)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여기서 한번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실은 많은 분이 스톡옵션에 대해서 이메일로 문의하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고 먼저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스톡옵션은 주식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에 채용돼서 적당한 연봉과 그 회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그 회사의 주식을 받는 거와는 약간 다르다(주식을 받는다는 건 즉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이며 주식의 가격에 따라서 세금을 내야 한다.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위에서 이미 말한 대로 아직은 회사의 주주가 아니지만,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세금을 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그렇듯이 스톡옵션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은 옵션 수량, strike price(구매가격), vesting 기간(부여하는 옵션을 한꺼번에 다 주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에 걸쳐서 줌), 그리고 vesting 방법이다(cliff, acceleration, 기간별 등).

간단한 예를 통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Racebook이라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내가 3번째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스톡옵션 10,000주를 $1 strike price, 4년 vesting으로 받았다(vesting 방법은 1년 cliff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 되는 조건)

이미 말했듯이 입사하면서 내가 Racebook의 주식 10,000주를 바로 소유하게 되는 게 아니다. 10,000주를 4년에 걸쳐서 구매(vesting 기간=4년)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것인데 회사의 주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나는 $1에(strike price=$1)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10,000주를 4년 동안 구매할 수 있는데 해마다 2,500주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매달 1만 주의 1/48(4년=48개월)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4년 되는 시점에 한방에 1만 주를 다 구매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vesting 방법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본 많은 벤처기업은 Racebook의 경우와 같이 1년 cliff vesting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근무 시작하고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에 부여받은 1만 주의 1/4인 2,500주를 $1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참고로, 받은 스톡옵션을 구매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행사(exercise)’라고 한다)

왜 cliff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1년 cliff vesting의 의미는 만약에 Racebook에서 360 일만 근무하고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면 –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 – 스톡옵션을 단 1주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을 full로 근무했을 경우 그 시점에 전체 옵션의 1/4이 즉시 vesting 되기 때문에 – 마치 절벽(cliff)처럼 – cliff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cliff vesting-1

1년 cliff vesting과 4년 cliff vesting(해마다)

위 Racebook의 경우 1년 후 cliff vesting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이 되니까 다음과 같이 10,000주가 4년에 걸쳐서 – 이 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다는 가정에 따라 – vesting 된다(그 전에 떠나면 떠나는 시점에 vesting 된 옵션만 챙길 수 있다).
-1년 후: 2,500 주
-1년 1개월 후: 2,500 주 + 208.3 주(10,000 주의 1/48)
-1년 2개월 후: 2,500 주 + 208.3 주 + 208.3 주
-2년 후: 5,000 주
-2년 1개월 후: 5,000 주 + 208.3 주
-4년 후: 10,000 주(fully vested)

cliff vesting-2

1년 cliff vesting + monthly vesting

다시 Racebook의 예로 돌아가 보자. 내가 입사한 후 회사가 너무너무 잘돼서 입사 9개월 만에 IPO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IPO 당시 주식 가격이 $30이었고 내가 입사한 지 1년 되는 시점(=스톡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 주가가 더 올라서 $40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는 현재 주가 $40에 Racebook 주식을 구매해야 하는가? 아니다. 바로 strike price인 $1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차액으로 내가 얻는 수익은 자그마치 2,500주 x $39(현재 주가 $40 – 내 구매가 $1) = $97,500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받은 스톡옵션의 1/4로만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걸 기억하자. 물론, 주식이라는 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는 내 strike price가 워낙 낮아서 회사가 계속 잘 된다면 주가가 $1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없을 것이다. 물론, 주가가 $1,000까지 올라간다면 완전 대박이 나는 것이다(주식당 수익 $999).

이 strike price는 모든 직원한테 같지가 않다. 초기에 입사하는 직원들일수록 낮고 나중에 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높다. Racebook에 늦게 입사한 사람들의 strike price는 $25일 수도 있는데, 회사의 주가가 $25 이하로 떨어지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게 손해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행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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