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ying no to everything

어렸을적엔 인생을 살면서 모든 부탁을 다 들어주고 모든 사람들한테 yes라고 말하는 그런 nice guy가 되면 굉장히 행복하고 가치있는 삶을 살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요샌 오히려 점점 그 반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우린 모두 나름대로 참 바쁜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 막 창업해서 벤처를 하는 사람도 엄청 바쁘지만, 직업이 없는 취업준비생도 바쁘다.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노는 백수들도 나름 바쁜 삶을 살고 있다. 이렇게 나 자신을 위한 인생을 살기에도 할일이 많고 시간이 모자라는 세상인데 인생을 더 살고, 일을 더 많이 하고, 대단한 건 아니지만 작은 업적을 하나씩 이룰때마다 나의 시간과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진다. 뭐, 꼭 그렇지 않더라고 그냥 인생을 더 많이 살고 더 많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록 내 시간과 관심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거 같다. 한 3년 전인가…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직 나 자신이 이룬것도 없고 내가 해야하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데 소중한 시간과 자원을 남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 사용하고 있는 건 아닌가.

솔직히 나는 모든 사람들이 부탁하는 걸 들어주는 성격이나 스타일은 원래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 같은 사람도 내가 정말 하고 싶고, 해야하는 일을 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걸 느낀다. 언제부터인가 내가 하기 싫고, 꼭 해야하는 일이 아닌데 그냥 어쩔 수 없이 계속 받아들이다 보니 남을 위해서 뭔가를 하는게 즐거워야 하는데 오히려 굉장히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를 받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내가 해야 할 일도 산더미 같은데 ‘어쩔수 없이’ 다른 일들을 –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어쩔수 없이’ 하는 일들을 자세히 분석해보면 ‘하기 싫으면 안해도’ 되는 일들이었다. 물론, 거절을 함으로써 여러가지 힘든 인간관계의 문제는 발생한다. 괜히 내가 남들의 눈에 ‘나쁜 놈’으로 비춰지는거에 대한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하지만, 인생이라는게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키면서 살 수는 없다. 남들을 만족시키기 전에 나 스스로에 대해 만족해야하고 내가 일단 잘 되는게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선배들이나 부모님들은 “어떻게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사냐”라고 하신다. 맞는 말이다. 나는 (아직은)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없다. 하지만 “반드시 해야 하는 일만” 하면서 살 수는 있다. 물론, 희생이 필요하고 버릴건 과감히 버리면서 인간관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나도 그랬다. 하지만, 그렇게 함으로써 삶의 스트레스가 줄고 목표의식이 매우 뚜렷해졌다.

나한테 필요한 일이 아니면 절대로 미안해 하지 말고 과감하게 ‘NO’ 라고 말하는거 정말 중요하다. 더 나아가서 왠만한거는 모두 NO 라고 말하라고 권장하고 싶다. 우리 생각과는 반대로 인생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seemeggierun.com/2013/12/05/just-say-no/>

Never say never

pinyata지금으로부터 딱 1년 전 이야기이다. 소규모의 행사에 참석하는 날이라서 사무실이 매우 분주했었는데 Justice라는 백인 친구가 행사 참석하러 왔다가 시간이 좀 남아서 우리 사무실에 잠깐 들렸다. 나는 소파에 앉아 있었는데 내 옆에 앉아서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일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me: 그래서 너는 뭐하니?
-him: 아 우리 모바일 앱 만들어
-me: 어 그래? (굉장히 관심 많음). 무슨 앱?
-him: 사진 앱. 보여줄께.
-me: 아…그래? (관심 급격히 떨어짐). 내가 좀 바빠서 가봐야 겠다

실은 지금은 더 심하지만 당시만 해도 사진 앱 시장은 굉장히 포화되어 있었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을 시작으로 크고 작은 사진 앱들이 엄청나게 많았고 ‘사진 앱’ 이라는 말만 듣고 이 친구들은 힘들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마치 누군가가 “우린 페이스북을 능가하는 소셜 미디어 서비스를 만들거야 (근데 우린 돈도 없고 팀원도 5명이야)”라는 말과 비슷하게 들렸다.

그래서 나는 더이상 시간 낭비 하지 말고 빨리 이 자리를 떠야겠다라는 생각으로 이 친구를 넘어서 나가려고 했는데 Justice는 아직 미완성된 앱을 내 얼굴에 갖다 대면서 자신이 만든 제품을 정성껏 보여주기 시작했다. 어쩔수 없이 나는 다시 자리에 앉아서 그냥 재미있는 척 하면서 대충 앱에 관심을 보이는 시늉만 하다 한 5분 뒤에 나가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나는 무려 45분 동안 이 앱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이런저런 질문을 했다. 심지어는 행사에 늦기까지 했다. Pinyata라는 이 앱이 나한테 신선하게 다가왔던 가장 큰 이유는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과 같이 단순히 timeline을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방법이 아니라 특정 이벤트를 기반으로 사진을 공유하는 서비스라는 점이다. 페이스북의 timeline과 사진에 대해서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불만족스러워 하는 부분이 몇가지 있는데 그 중 하나가 그냥 시간이 지나면 사진들이 timeline에 파묻힌다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사진들 보다는 항상 내가 잘났다는 걸 자랑하고 남들에게 과시하는 류의 사진만을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Pinyata를 이용하게 되면 주말에 참석했던 친구 생일파티, 야구경기 또는 굉장히 평범한 동네 공원에서의 산책과 같은 특정 이벤트에 대한 사진들을 편안하게 올리고 이를 가지고 친구들과 대화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우연한 기회에 만나게 된 회사에 우리는 전략적 투자를 했고 긴 개발 시간, 실험, 그리고 시행착오와 우여곡절을 겪은 후 Pinyata가 얼마전에 출시 되었다. 아직 갈 길이 멀고 이렇게 많은 사진 앱 중에 Pinyata가 과연 뜰지는 시간만이 알려줄 것이지만, 이 기회를 통해서 내가 다시 한번 느낀 점은 아무리 절대강자가 존재하는 포화된 시장이라도 똑똑하고 충분히 생각을 많이 하는 창업가들은 그 포화된 시장에서 다시 새로운 기회를 만들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유일한 각도에서 사업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미 내가 전에 포스팅했던 그릭 요거트 Chobani검색엔진 DuckDuckGo가 그 대표적인 사례이다.

더 나아가서는 “나는 앞으로 절대로 xxx를 하지 않겠다”라는 생각을 갖는다는 건 위험하고 스스로 기회를 제한하는 태도이기 때문에 항상 열린 마음으로 인생을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다시 한번 했다.

Conversion funnel – part 1

얼마전에 자료들을 정리하다가 한 5년 전 뮤직쉐이크 자료들을 발견했다. 그 중 뮤직쉐이크 US를 거의 5년 동안 운영하면서 거의 매일 들여다 보면서 고민하고, 바꿔보고, 실험하고 또 고민하던 그림이 있었는데 바로 이 conversion funnel 이다.

conversion funnel 1

인터넷 서비스, 특히 전자 상거래나 광고 쪽 일을 하시는 분들은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는 잘 아실텐데 내가 보기에는 인터넷 비즈니스나 굴뚝 산업이나 모두 이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모든 산업에 적용되는 굉장히 기본적이고 중요한 개념이기 때문이다. 아니, 잘 알고 있기 보다는 내가 하고 있는 비즈니스의 conversion funnel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고민해봐야 한다. 그림의 깔때기의 윗부분은 musicshake.com 사이트를 방문하는 순방문자수(UV = Unique Visits) 이고 아랫부분은 순방문자 중에서 MP3를 구매하는 사용자수 이다.

즉, 뮤직쉐이크를 방문하는 네티즌은 몇 명이고 이 중 도대체 몇 명이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이다. 여기서는 그냥 이해를 쉽게 하기 위해서 사이트 방문자는 100명이고, 이 중 실제로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는 사람은 3명으로 그림을 다시 구성해 봤다. 이 경우 conversion rate은(전환율 = 방문자가 돈을 내는 사용자로 전환되는 비율) 3% 이다. 서비스마다 다르겠지만, 전자상거래 서비스의 평균 전환율은 3% 정도이다. 이 정도면 괜찮은 비즈니스라고 할 수 있고 전환율이 5%면 상당히 높다고 할 수 있다. 전환율이 10%면 꽤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여러가지 목표를 가지고 움직였지만 역시 궁극적인 목표 중 하나는 바로 이 ‘전환율’ 이었다. 어떻게 하면 우리 사이트를 방문하는 고객 중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쓰게 만들 수 있을까? 아마도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창업해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산업을 막론하고 누구나 다 풀어야 할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위의 3% 전환율을 가지고 이야기를 해보자. 전자상거래 서비스라면 ‘3명이 아니라 10명이 우리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나(전환율 3% -> 10%)’라는 고민을 끈임없이 할 것이다. 게임을 만들고 있다면 ‘우리 게임을 하는 100명의 게이머 중 3명이 아니라 15명의 게이머들이 in-app 구매를 하게 하려면 어떤 아이템을 팔아야 하나(전환율 3% -> 15%)’에 대한 고민을 할 것이다.

나도 뮤직쉐이크를 운영하면서 매일같이 이 고민을 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돈을 내고 MP3를 구매하게 만들어서 회사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까? 이론적으로는 간단하다.
-funnel 입구를 더 넓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전환율 3%라고 했을때 100명이 사이트 방문을 하면 3명이 돈을 쓴다. 그러면 절대적으로 이 100명의 순방문자수를 10,000명으로 증가시키면 300명이 돈을 쓴다. 순방문자수(=funnel 입구)를 계속 증가시키면 된다
-funnel 출구를 더 넓게 만드는 방법이 있다: 100명의 방문자 중 3명이 아니라 30명이 돈을 쓰게 만들면 된다. 즉, 전환율을 30%로 증가시키면 된다
-funnel의 입구/출구를 다 넓힌다: 순방문자수도 늘리는 동시에 전환율도 높이면 된다

그런데 이게 말은 쉽지만 해 본 사람들 이라면 전환율 0.1% 증가시키는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순방문자 늘리는 것도 제대로 하려면 굉장히 쉽지가 않다. 결국 위 3개 이론 중 쉬운 건 하나도 없다. 사이트로의 순방문자를 증가시키는 가장 쉬운 방법은 돈으로 마케팅을 하는 방법이다. 돈을 써서 서비스를 홍보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것이고 더 많은 사람이 방문할 것이다. 돈을 쓰지 않는 방법은 입소문이다. 입소문 나게 하려면 좋은 서비스를 만들어야 한다. 역시 쉽지 않다. 그리고, 방문한 사람들이 사이트에 계속 남아서 돈을 쓰게 만드는 건 또다른 이야기다. 전환율을 높이려면 방문한 사람들 중 더 많은 사용자가 돈을 쓰게 만들어야 하는데 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정말 힘들다. 그리고 이 두개를 동시에 – 더 많은 순방문자 + 더 많은 전환 – 달성하는 건 Facebook 같은 회사한테도 힘든 지상과제이다.

그런데 이 깔때기를 조금 더 깊게 파고 들어가 보면 더 복잡해진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진짜 비즈니스가 만들어 진다.

더 복잡해 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part 2를 통해서 설명하도록 하겠다.

관계 형성의 중요성

내 글을 읽는 분들 중 대부분이 예비 창업자 또는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꾸려가고 있는 분들일 것이다. 예비 창업자 분들은 창업 후 어느 시점에 – 생각보다 빨리 온다 – 외부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현재 창업해서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도 돈을 펑펑벌고 있는 서비스를 가지고 있지 않다면 언젠가는 투자를 유치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은 투자 유치를 할때 알면 도움이 되는 창업자들이 가져야 할 태도와 마음가짐에 대해서이다. 전부터 포스팅을 하고는 싶었는데 최근에 만났던 몇 창업가들을 생각하면서 기억이 생생할때 몇 자 적어보려고 한다.

창업가와 투자자가 만나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과정을 연애과정을 거쳐 결혼을 하고 새 살림을 차리는 과정과도 같다고 전에 말한 적이 있다. 그만큼 남을 설득해서 그들의 돈을 받는다는 건 힘들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 과정이다. 좋은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이 좋은 제품을 만들어도 투자를 받는 건 쉽지가 않다. 아마도 그 이유는 결국 돈이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흘러가는 거지만 역시 사람이 사람을 평가하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이 있기 때문인 거 같다. 그리고 은행에서 융자를 받을때 거쳐야 하는 과정같이 특정 양식이나 객관적인 항목을 기반으로 Yes, No를 결정하는게 아니라 투자자마다 다른 기준을 기반으로 주관적인 결정을 하는 과정이기 때문인거 같다.

엄청난 초기 traction이 (매출, 트래픽, 사용자 interaction 등) 없고 투자자와 창업가가 서로 모르는 상태에서 만났다면 첫 만남에서 투자가 성사되는 경우는 없다. 그리고 이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것이다. 1,2만원이 아니라 몇 억이 왔다갔다 하는데 그 어떤 제대로 된 사람이 한 번 만나고 투자를 하겠는가? 투자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괜찮은 팀과 제품일지라도 위에서 말한 엄청난 트랙션이나 그 팀을 오래동안 알고 지내지 않았다면 조금 더 시간을 두고 팀원들, 제품 그리고 그 시장에 대한 공부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또한, 비즈니스를 하다보면 예상치 못한 돌발상황들이 발생하는데 이런 난관들을 대표이사와 팀이 어떻게 극복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일부러 자극적인 질문들도 하고 엉뚱한 요구를 해보기도 한다.

투자 유치가 필요한 창업가들이 명심해야하는 건 한번 또는 두번 만남을 가졌는데 반응이 별로이고 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투자가 물 건너 간거는 아니라는 것이다. 투자자들은 창업가와 그 팀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싶어한다. 비즈니스에 대해서도 더 잘 알고 싶어한다. 경쟁사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다. 그렇기 때문에 지속적인 대화, 만남 그리고 교류를 통해서 이런저런 업데이트를 제공하는게 매우 중요하다. 최종 NO를 듣기 전 까지는 그 투자자와 계속 연결고리를 유지하는게 좋다.

한 두번 만난 후에 투자자 반응이 신통치 않다고 해서 그 이후에 완전히 연락을 끊는거랑, 반응이 별로라도 정기적으로 연락하면서 지내는 거랑은 많이 다르다. 일단 지속적으로 비즈니스에 대한 업데이트를 투자자들과 공유하고 계속 발전과 성장이 있다면 투자자들의 생각과 의견이 좋은 방향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이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뭔가 계속 발전하는 비즈니스라면 당연히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런데 투자자들은 워낙 많은 회사들을 만나기 때문에 그들이 만나는 회사들을 일일이 관리하고 자주 연락하는건 힘들다.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communicate 해야 한다. 투자자들과의 지속적인 연락이 중요한 또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게 나는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바로 이런 교류를 통해서 창업가들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쌓이기 때문이다. 투자자의 입장에서 지금 당장 큰 관심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창업가가 연락을 하면서 회사상황, 본인의 생각, 궁금한 점 등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주면 “우리가 만약에 이 회사에 투자하게 된다면, 이 창업가는 이런식으로 굉장히 진정성을 가지고 투자자들과 연락하고 communicate 하겠구나.” 라는 생각을 투자자는 분명히 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서로에 대해서 더 잘 알게 되고 믿음과 관계가 형설될 수 있는 확률이 더 커진다.

우리가 최근에 투자한 게임회사 Flow State Media도 이와 비슷한 경우다. 회사 창업자/대표이사 Kahn을 처음 만난 건 오래 전이었다. 굉장히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었고, 능력있는 팀원들로 구성된 회사라서 관심은 있었지만 내가 게임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서 투자를 하더라도 어떤식으로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을지가 명확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창업가들은 이런 상황에서는 관심을 보이지 않는 투자자들을 VC 리스트에서 지워버리고 그 다음 순서의 투자자로 넘어간다. 관심을 보이지 않은 투자자들과는 연락을 끊는다. 하지만 Kahn의 경우 지속적으로 우리와 연락하면서 우리 동네로 출장오면 가끔씩 커피도 마시고, 투자 상황 및 비즈니스 상황에 대해서 업데이트를 해 줬다.

이런 과정에서 우리는 Flow State Media의 Letter UP이라는 게임에 대해 더 잘 이해하게 되었고, 회사가 계속 성장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렇게 진정성 있고, communication 기술이 좋고, 투자자들한테 책임감있고 professional한 이미지를 줄 수 있는 사람이라면 투자 해볼만 하다라는 결정을 했다.

투자를 받는다는 건 간단하게 보면 있는 사람이 필요로 하는 사람한테 돈을 주는 것이지만, 그 밑에는 서로에 대한 깊은 신뢰와 오랜 교류로 인한 관계가 있다는 걸 잘 이해하면 좋겠다. 솔직히 창업가의 입장에서도 이왕 투자를 받을거면 이 투자자는 어떤 사람이고, 이 돈은 어떤 돈인지 더 잘 알면 좋다.

꿈이 현실이 될 때

우리 주변에는 창업가들이 생각보다 많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다 아는 큰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유명한 창업가들도 있는가 하면 사람들이 잘 모르지만 나름 성공한 창업가들도 있다. 또, 수십 명 또는 수백 명의 직원을 고용하는 비즈니스를 소유하지는 않지만 자기가 항상 하고 싶었던 일을 하면서 자신을 위해서 일하고 있는 창업가들도 있다. 예를 들면, 동네 빵집 아저씨나 작은 커피숍 주인이 그렇다. 이런 분 중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지만, 자세히 이야기해 보면 과거에는 대기업에서 일하던 분들도 있고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던 명문대 출신들도 많다.

이 창업가들의 공통점은 뭘까? 물론, 공통점은 많이 있는데 내가 최근에 많이 공감하는 부분은 바로 이 사람들은 ‘꿈’을 어느 순간에 ‘현실’로 만들었다.만들려고 행동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태어날 때부터 창업하고 자기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많은 사람이 학교에서 공부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언젠가는 남이 아닌 나를 위해서 일을 하겠다는 꿈을 꾼다. 주위에 성공적인 창업가들을 보면서 본인도 언젠가 타이밍이 맞으면 멋지게 창업해서 성공하는 꿈을 꾼다.

대부분의 사람은 평생 꿈만 꾼다. 하지만, 창업가들은 어느 순간부터 꿈꾸는걸 멈추고 이 꿈을 실현하기 시작한다. 이게 일반인들과 창업가들의 큰 차이점인 거 같다. 꿈꾸는 자는 아름답고 꿈을 가지고 사는 건 좋다고 하지만 이 말을 다시 생각해보면 좀 슬픈 말인 거 같다. 꿈은 말 그대로 현실이 아니므로 이루지 못하는 꿈만 꾸다가 인생을 끝내는 건 좀 안타깝다고 생각한다. 그럼 이 꿈을 현실로 만들어야 하는 건 언제인가? 인생의 모든 일에는 때가 있다. 영어에도 “Timing is Everything”이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꿈을 현실로 만드는 완벽한 타이밍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굴곡과 변수투성이인 우리 삶에서 창업을 위한 완벽한 타이밍을 기다린다는 거 자체가 그냥 평생 꿈을 꾸면서 살겠다는 말과도 같다. 그리고 완벽한 타이밍이 아니지만 내가 꿈꾸는 걸 멈출 준비가 되어있느냐에 대한 정답을 아는 사람은 단 한 사람, 바로 나 자신이다.

이번 주말에도 모르는 분들한테 이메일을 여러 개 받았다. 학생들도 있고 직장인들도 있는데 모두 다 현실에 만족하지 못해서 언젠가는 큰일을 하는 ‘꿈’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었다. 꿈을 꾼다는 거 자체는 좋다. 하지만, 이분들은 곰곰이 생각하고 행동하길 바란다. 20년 후에도 같은 꿈만 꾸고 싶은지, 아니면 최소한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한 첫 번째 발걸음을 언제 내디딜 것인지.

<이미지 출처 = http://cocospeaks.net/stop-dreaming-start-do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