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고찰

생활 수준이 높아질수록 사람들이 제일 먼저 신경쓰는 부분이 바로 먹거리 이다. 요새 한국이나 미국이나 ‘잘먹고 잘사는법’에 대한 관심이 매우 높아지고 있고 나 또한 마찬가지이다 (미래의 식량 곤충). 동네 슈퍼에서도 쇼핑을 많이 하지만 유기농 제품을 전문적으로 파는 슈퍼나 마트도 자주 가고, 이제는 뭐를 하나 사더라도 재료랑 영양성분 표기를 보는게 습관이 되었다 (그렇다고 보면 다 이해한다는 건 아니다).

유기농 제품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계속 증가하면서 요새 미국에서 화두가 되고 있는게 GMO (Genetically Modified Organism: 유전자 재조합 식품)라는 레이블이다. 식품 제조업체들이 자발적으로 유전자 조작 유무를 표기하기 시작했고 Non-GMO Project나 Just Label It!과 같은 관련 단체들은 이걸 의무화 시키자는 운동을 하고 있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인 아이스크림 업체 Ben & Jerry’s와 멕시칸 semi-패스트푸드 업체 Chipotle는 아예 유전자 재조합 재료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선언까지 했다. 이런 분위기에 둘러쌓이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GMO는 굉장히 안 좋은 거라는 생각을 하고 슈퍼에서도 non-GMO 라벨 제품들을 찾게 된다. 나 또한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이를 반박하는 기사와 글들을 통해서 우리가 잘 몰랐던 유전자 재조합 식품에 대한 사실을 몇가지 알게 되었고 스스로를 교육하는 차원에서 여기 몇 자 적어본다.

-과학일 뿐이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서 인간의 삶은 굉장히 편해지고 윤택해졌다. 유전자 재조합도 생명과학일 뿐이지 음식에 나쁜 짓을 하는게 아니다. 이미 수천년 동안 농부들은 다양한 교배 방법을 통해서 더 강하고 맛있는 작물을 재배하고 있었고 80년대 생명과학의 눈부신 발전으로 인해서 과학자들이 다른 품종의 특성을 특정 식물의 DNA에 심을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해서 가뭄을 더 잘 견디는 씨앗이나 해충의 피해를 덜 입는 씨앗이 탄생하게 되었다. 1996년도에 유전자 재조합이 상용화 되었고 이제 우리가 먹는 옥수수와 콩의 80%가 유전자 재조합된 품종들이다.

-농부들의 선택이다: 유전자가 재조합되지 않은 씨앗들은 여전히 존재하고 사용할 수 있지만, 오히려 농부들이 유전자 재조합 품종을 선호한다. 뭐, 이유는 뻔하다. 유전자 재조합 씨앗은 내성이 더 강하고, 적은 노동력으로 더 많은 수확을 가능케 하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월등하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가 여기서 기억해야하는 사실은 농부들은 상당히 똑똑한 사람들이고 단순히 경제적인 관점에서 유전자 재조합 씨앗을 사용하는게 아니라는 점이다. 경제적인 면도 있지만, 맛도 좋고 건강에도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왜냐하면 본인들도 이걸 먹고 이들의 가족들도 먹기 때문이다.

-과학적인 근거: 그동안 많은 연구 결과가 진행되었지만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건강에 나쁘다는 과학적인 근거는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 음식에 대해서는 가장 까다롭다는 유럽의 모든 식품 관련 규제 기관들에서는 유전자 재조합 농산물들이 안전하고 일반 농산물만큼 영양소가 풍부하다고 인정을 했고 이는 미국의 식약청도 마찬가지이다.

-엄격한 규제: 생명공학으로 탄생한 농산물들은 내가 생각했던 거 이상의 시험과 규제를 받는다. 새로운 씨앗이 탄생되면 미국 농무부로부터 검사를 받아야 하며, 미식약청으로부터 자발적 – 하지만, 거의 의무적이다 – 검사를 받게 된다. 씨앗들에 살충제나 해충제가 들어가 있다면 미국 환경청의 검사까지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 때문인지 새로운 씨앗을 개발해서 상용화 하기까지 들어가는 비용은 약 1,000억원 정도라고 한다. 이와 반대로 비유전자 재조합 방식으로 개발되는 씨앗은 정부의 검사나 규제를 전혀 받지 않는다고 한다.

-지구를 살리는 GMO 농산물: 유전자 재조합 씨앗들은 오히려 지구를 살리고 있다. 대부분의 GMO 씨앗들은 해충에 강한 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살충제의 사용을 극적으로 감소시킨다. 실제로 2012년도에 살충제 감소로 인해 전세계 탄소배출량을 267억 킬로나 줄였다고 한다 (이는 1년 동안 자동차 1,180만대가 방출하는 탄소와 동일)

-심리적 요인: 약간의 심리적 요인도 작용을 한다. “유전자 재조합” 이라는 말 자체가 부정적인 이미지를 주기 때문이다. 일부 GMO 업체들은 비GMO 업체들이 영리적인 목적 때문에 일부러 이런 무시무시한 용어를 만들어 냈다고 주장하기까지도 한다.

지구를 사과로 생각해보자. 이 사과를 반으로 쪼개고, 또 반으로 쪼개고, 32등분으로 쪼갤때까지 잘라보자. 그 32개의 사과조각 중 하나가 바로 농업을 할 수 있는 땅의 크기이다. 나를 비롯한 선진국 사람들은 잘 못 느끼고 있지만 지구의 자원부족과 식량부족 문제는 매우 심각하다. 그리고 앞으로 이 문제는 더욱 더 심해질 것이다. 매일 전세계 인구 9억명이 고픈배를 움켜잡고 잠을 청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 좁은 땅덩어리에서 더 많은 수확을 해야만 하고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생명과학의 발전을 통한 유전자 재조합이 필수인거 같다.

나도 맹목적으로 non-GMO 라벨만을 선호했었는데 이제는 생각의 전환이 필요할거 같다.

<참고: Wall Street Journal “Meet Mr. Frankenfood”>
<이미지출처 = http://www.thefarmersdaughterusa.com/>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가?

올해 초 Bloomberg에서 한국을 세계에서 가장 혁신적인 국가로 뽑은 적이 있다. 특히 하이테크와 연구개발 분야에서 높은 점수를 준걸로 알고 있는데, 블룸버그 심사위원들이 한국 공공기관들의 웹사이트를 한 번만 사용해 봤으면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왔을 것이다. 이미 나는 과거에 한국 공공기관 사이트들과 액티브엑스에 대한 포스팅을 한적이 있는데 개선되기는 커녕 갈수록 더 심해지는 거 같아서 과연 이런 사이트들이 진짜 국민들을 위해서 만들어진건지 아니면 그냥 보여주기 위해서 만들어진건지 궁금해진다.

솔직히 액티브엑스에 대해서는 이제 불평하지 않겠다. 여러가지 정책, 법 그리고 기술에 대한 낮은 이해도 때문에 한국 사이트들에서 – 특히 공공사이트 – 액티브엑스를 걷어내는 건 정말 어려울거 같다는 깨달음을 나도 이제는 얻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외의 UX (사용자경험)적인 많은 부분들은 충분히 개선이 가능할거 같은데 왜 이렇게 지저분한 웹사이트를 고집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특히 나같이 외국에 거주하는 한국인들이 쉽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사이트는 하나도 없는거 같다. 회원가입을 하면 본인임을 인증하는 수 많은 방법 중 한국의 공공사이트들은 대부분 아이핀 또는 핸드폰 인증 옵션만을 제공하는데 외국에 사는 사람들을 위해서 여러가지 다른 옵션을 주면 좋겠다. 한국 핸드폰이 없거나, 있어도 외국에 있으면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 한국 핸드폰을 국제 로밍해서 평생 사용하지 않으면 – 외국에 사는 사람들이 사용해야하는 건 아이핀 인증인데 결국 아이핀을 처음에 설치하려면 핸드폰 인증을 받아야 한다. 결론은 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은 사용하지 말라는 말이다. 굳이 인증을 해야한다면 그냥 미국같이 심플하게 이메일 인증은 안 되는건가? 이메일은 별로 안전하지 않아서? 핸드폰 인증이나 이메일 인증이나 맘만 먹으면 해킹하고 털 수 있는건데 왜 굳이 이 방법을 수 년 동안 고수하는지 모르겠다.

한국 사람들이 비행기보다 더 자주 이용하는 기차 예매 사이트 코레일도 사용자 경험에 있어서는 개판이다. 대전 갈 일이 있어서 KTX 표를 미국에서 미리 예매하려고 코레일 사이트에 접속했는데 역시 회원 가입은 불가능해서 못 했다. 그런데 코레일 사이트는 비회원도 구매할 수 있는 기능이 있어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비회원 구매는 왕복표에는 적용이 안되어서 편도표를 2개 따로 구매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다. 회원가입을 유도하려면 그냥 비회원 구매 기능을 구현하지 말던지…..이런 반쪽짜리 기능을 만들어 놓고…..(솔직히 손발이 오그라드는 왕콩글리쉬 “Let’s Korail!” 이라는 슬로건도 상당히 거슬렸다)

그리고 신용카드 결제를 선택하면 굳이 개인카드와 법인카드를 구분해야 하는것도 이해가 안간다. 어쩌면 우리나라 금융결제법일지도 모른다. 개인카드를 이용하려면 주민번호를 입력하고 또 인증을 해야하고 (개인인증서로), 법인카드를 이용하려면 사업자등록번호를 입력하고 인증을 받아야 하는 (법인인증서로) 절차가 내가 보기에는 굉장히 비효율인거 같다. 전화번호도 마찬가지이다. 요새는 별도로 집 전화번호나 회사 전화번호를 안 만드는 사람들도 굉장히 많다. 그냥 핸드폰으로 모든걸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굳이 몇 몇 사이트들은 ‘집전화번호’ 또는 ‘회사전화번호’를 요구하고 여기에는 010 옵션은 없고 그냥 일반 전화번호 옵션만 제공을 한다. 즉, 핸드폰으로 모든 비즈니스를 하는 사업자는 가입을 못 한다는 뜻이다.

이 외에도 상당히 이해하기 힘들고 사용자를 불편하게 만드는 부분들이 많은데 위에서 나열한 것들은 내가 최근에 한국의 공공사이트를 외국에서 사용하면서 절실히 느낀 부분들이다. 내가 항상 궁금하게 생각했던 건, 과연 이런 공공기관의 높으신 분들은 자신들의 얼굴인 웹사이트를 한 번이라도 사용해봤을까? 이다. 딱 한번이라도 자세히 사용을 해보면 이런 불편한 부분들을 누구나 다 느끼고 지적할 수 있을거 같은데 매번 사용할 때마다 같은 문제점들을 발견하고 오히려 더 지저분해지는걸 보면 윗분들은 사용하지 않는게 확실하다. 서울시 행정을 하시는 높으신 분들은 인터넷으로 지방세를 한번도 납입해보지 않았고, 코레일 윗 분들은 인터넷으로 기차표를 한번도 예매해보지 않았음이 분명하다. 제대로 하려면 내가 항상 강조하는 자기 개밥을 직접 먹어봐야 한다.

한국의 모든 공공사이트들에 UX 전문가의 터치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과연 누구를 위한 공공사이트인지도 궁금하다. 국민과 시민이 편리하게 사용하라고 만든건지 아니면 이제는 옛말이 된 ‘IT 강국 대한민국’ 위상을 위해서 걸레조각들을 덕지덕지 붙여서 만든 ‘보여주기’위한 사이트인지.

‘Team’이 중요한 이유

Photo Aug 22, 3 20 10 PM선배 VC들이 농담처럼 하는 말이 있다. “It takes one fund to train a VC (의역: 제대로 된 VC가 되려면 최소 펀드 하나 정도는 말아먹어야된다.)” ‘말아먹은’ 건 절대로 아니지만 우리도 첫번째 펀드를 통해서 많은 실수를 했고 또 이로 인해서 많은 배움을 얻었고, 계속 배우고 있다. 이제 우리 첫번째 펀드가 거의 다 소진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내가 그동안 투자를 하면서 얻은 배움을 머리속에 정리 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배움에 대해서 간단히 써보려고 한다.

우리는 현재 첫번째 펀드에서 18개의 스타트업에 투자를 했다. 모든 투자와 마찬가지로 이 중에는 굉장히 잘 성장하고 있는 회사들도 있고, 그럭저럭 되는 회사들도 있고, 예상과는 달리 많이 고생하는 회사들도 있다. 18개의 회사들 모두 우리가 가장 많이 focus를 둔 부분은 그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팀 이었지만, 솔직히 말해서 가끔은 그 비즈니스가 속한 시장의 크기와 제품에 조금 더 많은 focus를 둔 경우도 있었다. 물론, 둘 다 중요하다. 엄청나게 똑똑하고 열심히 일하는 창업팀이 성장 가능성도 많은 비즈니스를 한다면 이 회사의 성공 확률은 매우 높지만 이런 회사를 발굴하는 건 쉽지가 않다. 하지만, 불확실성으로 가득찬 벤처기업에 투자를 한다면 빠른 결정을 해야하고 이 결정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시장의 크기나 현재의 제품보다는 ‘팀원’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첫번째 펀드를 운영하면서 나는 많은 걸 배웠지만, 그 중 가장 큰 배움 한가지만 꼽으라면 결국엔 ‘사람’의 주제로 다시 돌아오게 되는거 같다. 역시 좋은 창업가와 좋은 팀에 투자하는게 제일 중요하다. 나는 앞으로 아무리 좋은 비즈니스 모델과 제품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도 창업팀과 우리랑 궁합이 맞지 않으면 절대로 투자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 보다 제품과 시장에 더 많은 포커스를 두고 투자를 하면 투자자-창업가 관계가 오래 유지될 수가 없다. 이 업을 30년 넘게 하신 선배들도 똑같은 말씀을 하시겠지만, 나는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에 최고의 기술과 최고의 제품을 가진 회사가 거만하고 고집불통인 창업팀 때문에 하락하는 걸 목격했고 이와는 반대로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서 좋은 창업팀이 대단한 비즈니스를 만들어 가는 것을 경험했다.

좋은 제품은 만들기 어렵다. 정말 힘들다. 하지만, 이 좋은 제품을 계속 유지시키려면 그 뒤에는 좋은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바닥으로 추락할 수 있다. 지금 매출을 발생시키고 있는 아주 좋은 제품이 있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이겠지만, 이걸 진짜 비즈니스로 scale하고 그 과정에서 겪게되는 다양한 난관을 극복하려면 좋은 사람들이 필수이다.

Korbit의 Series A 투자

우리의 비트코인 투자사 코빗의 30억 원 Series A 투자가 오늘 언론에 보도되었다. 모든 투자와 비슷하게 투자 이야기가 시작되고 성사되기까지는 많은 협상과 대화가 있었고 시간이 걸렸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어 코빗 팀 못지않게 스트롱벤처스도 많이 기뻐하고 좋아했다. 이번 투자는 한국의 소프트뱅크벤처스가 lead를 했고 미국의 Pantera Capital (비트코인과 다른 전자화폐에만 투자하는 펀드)이 참여를 했다. 또한, 우리를 비롯한 기존 투자자들도 다시 투자에 참여해서 한국과 미국의 좋은 투자자들이 직접 코빗에 대해 믿음을 표현했다.

내가 코빗의 대표이사 Tony를(유영석) 처음 만난 건 작년 5월이었다. 그때 난 한국에 잠깐 나왔었고 일주일 후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는데 내 파트너 John이 “기홍아 너 이 친구 꼭 만나봐” 하면서 Korbit이라는 신생 회사의 창업자 토니를 한국에서 꼭 만나고 LA로 오라고 했다. 당시 미국에서는 비트코인 열풍이 불고 있었지만, 나랑은 직접적 연관이 없어서 비트코인에 대한 큰 관심은 없었다. 그런데 존이 이렇게 누군가에 대해서 흥분하는 걸 오랜만에 봐서 비 오는 날 아침 청담동 커피숍에서 토니를 만났다. 솔직히 그날 아침 비도 오고 한국에서의 바쁜 일정을 소화하느라 몸도 많이 피곤해서인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지만, 코빗의 미래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는 토니와 10분만 이야기해 보니까 왜 존이 이 친구를 꼭 만나라고 했는지 금방 이해가 됐다. 지금까지 만났던 창업가들과는 느낌이 좀 달랐고 이 친구라면 큰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1시간 미팅 후, 나는 미국에 있는 존한테 바로 전화했다. “John, let’s do it(존, 투자하자)”

그 이후 작년 9월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beGlobal 2013에서 토니는 실리콘밸리의 전설 Draper 가문 3대 – Bill Draper, Tim Draper, Adam Draper – 앞에서 피칭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이를 계기로 12월에 Tim Draper씨가 주도한 소규모의 작은 Series AA 투자를 성공적으로 받았다. 그리고 얼마 전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30억 원의 Series A 투자는 비트코인과 코빗에 대해 시사하는 점이 매우 많다.

일단 한국에서의 비트코인의 가능성과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탄이다. 한국에서 IT 및 비IT 관련 분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비트코인이 완전히 망했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거 같은데 현실은 그와는 완전히 반대이다. 아마도 비트코인 가격이 작년 말의 정점에 비해서 많이 떨어졌는데, “비트코인 가격의 추락 = 비트코인 산업의 몰락”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고 실제 한국 언론에서는 이렇게 보도를 하고 있다. 이는 마치 특정 기업의 주가가 내려가면 그 기업이 망했다고 생각하고 환율이 내려가면 그 나라가 망했다고 생각하는 것과 비슷하다. (특히 실리콘밸리에서는) 비트코인 산업은 여전히 성장하고 관련 기술과 비즈니스들이 계속 창업되고 있다. 그동안 많은 성공적인 회사들에 투자한 투자자들이 코빗에 투자한 건 코빗이라는 특정 회사뿐만이 아니라 전반적인 한국의 비트코인 생태계에 투자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제 1년이 조금 넘은 한국의 스타트업인 코빗은 비로써 한국과 미국의 대표적인 벤처캐피탈과 엔젤투자자들과 한 가족이 되었는데, 내가 알기로는 한국 벤처기업으로서는 최초이다. 토니의 말대로 비트코인 벤처투자를 주도해 온 글로벌 투자자들이 모두 코빗을 선택하였고 계속해서 지원하고 있다는 것은 의미가 큰 거 같다.

스트롱벤처스에게도 이번 Series A는 의미가 크다. 상용화되지 않은 제품과 가야 할 길이 먼 아직 증명되지 않은 비트코인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그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을 보고 투자하는 우리의 철학과 투자 방법론이 이번 투자유치를 통해서 다시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아직 비트코인의 미래는 불확실하다. 나는 믿고 있지만, 비트코인이 화폐로 인정을 받으려면 가야 할 길이 멀고 넘어야 할 산들이 많다. 하지만, 비트코인이 해결할 수 있는 문제점들이 너무나 명확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빨리 비트코인의 상용화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랑 워튼스쿨 동기이자 이번 투자를 주도한 소프트뱅크벤처스 이강준 상무님이 이 부분을 아주 명확하게 표현해 주셨다.

“비트코인은 금융 거래에 있어 기존의 중개회사가 제공하던 핵심 가치인 신용 담보와 증거력 제공에 따른 비용과 보안 문제를 기술 혁신으로 풀어냈습니다. 기존 화폐나 신용카드와 비교했을 때 비용과 사용 편의성 측면에서 큰 강점이 있고, 이를 바탕으로 지급, 해외 송금 등에 있어 의미 있는 시장을 만들어 갈 것이며 나아가 스마트 계약, M2M(Machine-to-Machine) 거래 등과 같은 다양한 분야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Big congrats to Tony and the Korbit Team.

Hustle on

최근에 한국 갔을 때 서베이 서비스 모아폼을 운영하는 내 고등학교 친구 명철이가 다음과 같은 명언을 했다. “기홍아, 성공할 수 있는 비결 진짜 간단한 거 같다. 그냥 성공할 때까지 계속하면 된다.”

저녁 먹으면서 들은 말이라서 그냥 웃고 넘겼지만, 지난주에 다시 이 말을 떠올리면서 단순하지만, 점점 더 make sense 한다는 생각을 했다. LA에 위치한 우리 투자사 Brandboom한테 지난주 금요일은 매우 특별한 날이었는데 바로 회사의 연 매출이 100만 달러 (=한화 약 10억 원)를 돌파한 날이었다. 브랜드붐에 대한 자세한 소개는 이 글을 참고하면 된다. B2B 서비스를 운영하시는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enterprise 서비스를 가지고 연 매출 10억 한다는 게 진짜 쉽지가 않고, 지난 7년 동안 옆에서 이 회사의 사장 Eric과 그의 팀원들이 얼마나 개고생을 했는지 그 누구보다 우린 잘 알기 때문에 투자자이자 친한 친구로서 회사의 100만 달러 매출 돌파는 매우 매우 반가운 소식이었다.

그동안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을 크게 한번 pivot 했고, 그 이후 7년 동안 매일 새로운 실험과 도전을 했다. 비즈니스를 중간에 접고 다른 걸 해볼까 라는 생각도 한 적이 있었지만, 이 팀은 자신들의 능력, 시장의 가능성과 회사의 비전을 믿고 지금까지 이를 악물고 달려왔다. 큰 투자도 받지 않았다. 아니, 받으려고 수십번의 피칭을 했지만, 그때마다 기업용 서비스에 대한 의구심과 회사의 상대적으로 느린 성장 때문에 – 모바일 제품들과 B2C 서비스들보다 – 무산되었다. 물론, 실리콘 밸리 기준으로 봤을 때 연 매출 100만 달러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다. 더 크고, 더 빠르고, 더 많은 거에 익숙한 현대인들한테 매출 10억은 크게 와 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와 같이 이 팀이 그동안 걸어왔던 과거를 아는 사람들한테는 감회가 새롭고 많은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

내가 이 일을 하면서 가장 좋아하게 된 영어 단어가 하나 있다. 바로 ‘hustle’이라는 단어이다. 사전적인 의미는 ‘맹렬히 활동하다’ 인데 더 실용적인 뜻은 ‘바둥바둥하면서 고생하다(좋은 의미로)’ 이다. Brandboom의 7년을 딱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hustling의 연속이었다. 안되면 될 때까지 하고, 거절당하면 받아들여질 때까지 또 했다. 힘들지만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걸 정말 즐기고, 자신이 하는 걸 진심으로 믿고 있다면 나는 끝까지 hustle 하라고 모든 분에게 말해주고 싶다. 그러다가 잘 되면 좋지만, 안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소한 안 되더라도 자신의 한계를 경험할 수 있고, 살아가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얼마 전에 카카오 김범수 의장의 “악착같이 살지 마“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제목과는 달리 이 기사의 내용은 오히려 악착같이 살아라 인거 같다.

믿지 않는다면 빨리 그만둬라. 하지만, 믿는다면 악착같이 hustle 해라. 그리고 성공할 때까지 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