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가 그렇게 중요한가? YES

얼마전에 한국에서 오신 분이랑 LA의 한 맥도날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었다. 햄버거 세트 하나 시키는게 별거 아니지만 캐시어가 이런저런 질문을 하는데 이 분이 하나도 못 알아들으셔서 주문하는데 상당히 애를 먹었다. 그리고 먹는 동안 계속 “아, 내가 영어만 좀 하면 저런 멕xx놈들한테 무시 당하지 않을텐데.” 라면서 투덜거렸다. 듣다 못해 내가 “그럼 영어 좀 배우세요. 무시 당하지 않으려면.” 하면서 차갑게 한마디 해줬다.

“우리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대상으로 제품을 만들었습니다.” – 하도 많이 들어서 이젠 식상할 정도다. 이런 분들한테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내가 만든 제품, 내가 하는 비즈니스, 앞으로 회사의 계획 등에 대해서 글로벌 고객, 글로벌 투자자, 글로벌 파트너 그리고 글로벌 직원들에게 창업가 스스로 설명할 줄 알아야 한다. 비즈니스에서는 스토리텔링이 매우 중요한데 영어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설득력있는 스토리텔링이 불가능하다. 통역을 사용해도 되지만 비즈니스 스토리텔링은 단순한 한글 -> 영어 통역이 아닌 감정/문맥/생각/경험이 그 통역에 녹아있어야 하기 때문에 창업가의 생각이 100% 효율적으로 전달되기 힘들다. 결론은, 쉽지 않지만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려면 영어 공부를 하고 영어를 배워야 한다.

9월 초 US Open 테니스 대회에서 일본의 영웅이 된 Kei Nishikori를 보면서 영어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다.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플로리다로 일찍 테니스 유학을 와서 그런지 영어를 잘하는 이 일본의 젊은이가 세계 테니스 팬들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당연히 테니스를 잘쳐서 그렇지만 또다른 이유는 유창한 영어로 팬들과 소통하고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어를 잘하기 때문에 더 많은 인터뷰와 TV 쇼에 초대를 받고 그럴때마다 본인의 생각을 영어로 진솔하고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팬들과의 관계를 더 돈독하게 만들 수 있다.

테니스 선수는 아니지만, 같은 운동 선수인 LA Dodgers의 류현진 선수를 비교해보자. 메이저리그에 진출한지는 얼마되지 않았지만 이미 그의 피처로서의 실력은 어느정도 인정 받았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는 류현진 선수는 아직은 그냥 공 잘 던지는 피처지 ‘미국의 팬들과 공감대를 형성한’ 스타는 아니다. 내 생각에는 영어도 그 이유 중 하나인거 같다. 류현진 선수는 영어를 못한다 – 영어 하는걸 아직 한번도 못 봤지만 그를 아는 사람들에 의하면 거의 한마디도 못 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인터뷰나 TV 쇼 같은데서 그가 직접 그의 생각을 말하는 걸 난 못 봤다. 가끔씩 나오지만 통역사를 통해서 이야기를 하고 좋은 통역이지만 그의 생각이나 어감/어투를 100% 전달하지는 못한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LA 팬들도 아직 류현진 선수가 인간적으로는 어떤 생각을 가진 선수인지는 잘 모른다. 직접 본인 입으로 그날의 구질이나 느낌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거랑 이 내용을 한다리 걸쳐서 통역을 통해서 팬들에게 말하는 거는 큰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다.

이야기가 약간 옆으로 샜지만, 포인트는 동일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 그리고 내가 말하는 글로벌 시장은 북미시장이다 – 창업가와 대표이사가 영어를 잘 하는게 필수이다.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지금부터라도 열심히 영어 공부를 하고 연습하길 권장한다.

<이미지 출처 = http://article.wn.com/view/2013/09/12/Dodgers_will_have_to_watch_HyunJin_Ryu_carefully_down_stretc/>

한국의 유니콘들

기고자 소개) John Nahm은 (남호형) 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배기홍씨의 친구이자 스트롱벤처스 공동 대표이다. 그는 기술 및 금융 산업의 네트워크와 경험을 기반으로 한국과 미국의 초기 벤처기업들을 발굴, 조언 및 투자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John Nahm 대표는 어린시절을 스페인에서 보냈으며 영어, 스페인어 및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한다. 그는 컬럼비아 대학교에서 경제학 학사 및 동대학원에서 국제관계학 석사를 취득했다.

2013년 11월 TechCrunch에 “Welcome To The Unicorn Club: Learning From Billion-Dollar Startups“라는 기고문이 실렸다. 우리가 읽는 대부분의 글이 그렇듯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다양한 데이터를 취합해서 분석한 글이지만 나를 비롯한 tech 업계의 모든 분들이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고 이후 실리콘밸리에서는 ‘유니콘’이라는 단어가 전설속의 날개달린 말이 아닌 기업가치가 10억 달러를 초과하는 기업을 가르킬때 사용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 글을 기고한 Aileen Lee에 의하면 유니콘은 ‘2003년 이후 창업된 기업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소프트웨어 회사’ 이다. 그 이후 더 많은 유니콘들이 미국에서는 탄생했지만 글이 발행되었을 당시에 미국에는 39개의 유니콘들이 있었다.

American unicorns

우리는 이 글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과연 한국에는 유니콘들이 있을까? 있다면 몇 개? 앞으로는 어떤 유니콘들이 탄생할까? 스트롱벤처스가 (미래의) 유니콘들을 초기에 발견해서 투자하려면 뭘 어떻게 더 개선하고 바꿔야 할까?

내 파트너 John이 이런 질문들과 생각들을 시작으로 한국의 유니콘들을 찾아봤다.

[기고문]

회사의 가치가 천억 대를 넘어 조 단위에 이르는 스타트업 그룹을 ‘더 유니콘 클럽(The Unicorn Club)’이라고 부른다. ‘유니콘’이란 전설속의 상상의 동물이지만 마치 유니콘처럼 보기 드물고 마술적인 가치를 창출해 낸 페이스북과 링크드인, 드롭박스와 같은 스타트업들을 그렇게 부르고 있다.

지난 11월 카우보이벤처스(Cowboy Ventures)의 에일린 리(Aileen Lee) 대표가 기업가치가 10억 달러(한화 약 1조384억 원) 넘는 미국의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39개를 유니콘이라고 지명하는 기사를 테크크런치에 기고했다. 그후로 10억 달러가 넘는 소프트웨어 스타트업들은 전세계에서 유니콘(Unicorn)으로 불리고 있다.

내일 9월 12일 개최되는 지난 금요일 개최된 비글로벌2014 (beGLOBAL2014)에서는 국내 10개 유망 스타트업들을 해외 VC와 스타트업 관계자에게 선보이는 무대가 펼쳐졌다. 이번 계기로 인해 필자가 속해있는 스트롱벤처스와 비석세스도 소프트웨어 스타트업 중 ‘한국의 유니콘 클럽(Korean Unicorn Club)’을 선정해 보았다. 분석에 의하면 한국에는 10개의 유니콘이 존재한다.

Korean unicorns

쿠팡은 지난 5월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의 투자로 인해서 기업 가치가 1조원을 훌쩍 넘었다. 지마켓은 이베이코리아(eBay Korea)에 2009년 인수된 가격을 기반으로 가치를 정했다(현재 가치는 아마도 더 높을 것이다). 컴투스(Com2US), 다음(Daum), 엔씨소프트(NCSoft), 넥슨(Nexon)은 상장한 회사이니 현 시점의(9월 10일) 시총을 기준으로 잡았다.

스마일게이트(Smilegate)는 작년 이익에 넥슨과 엔씨소프트의 현재 평균 P/E ratio를 적용해서 기업가치를 정했다. 네이버의 경우, 라인(LINE)이 곧 상장할 것으로 예상되니 네이버의 현재 시총에서 라인의(보수적인) 예상가치를(130억 달러) 분리했다. 카카오(Kakao)와 라인의 기업가치는 최근 미디어에서 거론되는 수치를 기준으로 정했다.

이 분석에 의하면 다음의 몇가지 결론을 내릴 수 있다(새롭지는 않지만 곰곰이 생각해 볼만하다):

  • 한국은 소프트웨어도 잘한다(Korea is good at software): 많은 사람들에 의하면 한국은 하드웨어는 잘하는데 (e.g. 삼성, LG) 소프트웨어는 못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다. 하지만 이 유니콘 분석에 의하면 한국은 소프트웨어 분야에서도 뛰어나며, 충분히 거대한 비즈니스로 성장해 나갈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 게임은 한국의 최대 강점이다(Gaming is our specialty): 고정관념과 일치하는 부분은 한국에는 좋은 게임회사들이 많다는 점이다. 한국의 유니콘 10개 중 4개가 게임회사다(Com2us, NCSoft, Nexon, Smile Gate).
  • 전자상거래 분야가 부상하고 있다(E-commerce is rising as a leading category): 전자상거래 스타트업들이 급성장하고 있다. 아직은 쿠팡과 지마켓만 유니콘으로 분류되었지만, 그 외에도 소셜커머스에는 티켓몬스터(TicketMonster)와 위메이크프라이스(WeMakePrice), 배달 시장에는 배달의 민족과 요기요가 뒤를 바짝 쫓고 있다.
  • 현지 스타트업이 시장을 이끈다(Local players lead the local market): 한국의 경우 한국인들이 한국에서 만든 스타트업들이 대성공한다. 한국에서 야후(Yahoo!)와 구글(Google)이 로컬 검색과 포털사업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 분야에서는 한국 토종 서비스인 다음과 네이버가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도 주로 이렇게 보인다.
  • 서울대학교와 카이스트는 한국의 스탠포드다(SNU and KAIST are the Stanford of Korea): 한국 유니콘 10개 중 적어도 5개의 스타트업은 서울대와 카이스트 출신 창업멤버들로 구성 되어있다. 네이버, 넥슨, 엔씨소프트, 카카오, 라인의 경우 거의 동기동창으로 가깝게 지내는 친구들이 창업멤버들이다.
  • 메신저 앱이 가장 빨리 성장한다(Messaging Apps rule): 한국 유니콘들 중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최고의 스타트업들은 모바일 메신저앱 카카오와 라인이다.
  • B2B 유니콘은 한국에 없다(B2B SaaS unicorns are non-existent in Korea): 현재 대한민국의 모든 유니콘은 B2C 소비자 서비스들이다. B2B분야를 폭발적으로 리드할 유니콘 탄생의 기회가 다분히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후원, 많은 단체들과 많은 관계자들의 노력과 협조로 인해서 대한민국의 테크 스타트업 업계는 티핑 포인트를 (tipping point) 넘어섰다. 앞으로 5년 안에 한국의 유니콘이 적어도 10개가 더 탄생할 수 있기를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기대해본다.

<이미지 출처>
http://siddgan.wordpress.com/2014/03/09/trip-to-the-unicorn-capital-of-the-universe/
http://techcrunch.com/2013/11/02/welcome-to-the-unicorn-club/

[生生MBA리포트] MBA for PE, VC and Entrepreneurs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2015년 9월 입학을 목표로 MBA 지원을 준비하시는 분들이라면 요즘 상당히 바쁘시겠죠? 몇일 전 하버드(9/9)를 시작으로 1라운드 마감일이 다가옵니다. 올해는 9월 17일의 듀크(얼리), 23일의 MIT, 25일의 시카고 등 꽤 많은 학교들이 작년보다 일찍 1라운드를 마감합니다. 사실 박쌤도 그래서 한동안 업데이트를 못했는데, 오늘은 “PE, VC, 창업가를 위한 최고의 비즈니스 스쿨”이라는 주제로 글을 써볼까 합니다. 정확히는, 미래에 창업이라는 목표를 가진 학생들을 위한 학교가 되겠죠. 과연 MBA에서의 교육이 창업에 어떠한 실질적인 도움이 되어 주는가, 차라리 거기에 들어가는 돈을 실탄으로 투자하는 것이 낫지 않는가 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고, 결과 중심적으로 PE, VC 종사자 및 창업자를 가장 많이 배출하고 있는 학교들은 어떤 곳인지를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를 전문으로 조사하는 Pitchbook이라는 리서치 회사가 가장 큰 200개의 사모펀드와 벤처캐피탈에서 조사한 결과를 요약한 다음의 표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 모두에서 하버드가 1위로 각각 26.1%와 24.4%를 차지한 바 있습니다. 사모펀드의 경우에는 와튼-스탠포드-시카고-켈로그의 순서로, 벤처캐피탈의 경우에는 스탠포드-와튼-시카고-켈로그의 순서입니다. (Pitchbook에서 공개한 자료에는 컬럼비아나 MIT, Haas가 없었습니다).

MBA for PE, VC, Entrepreneurs1

창업가들은 어떨까요? 아무 창업가가 아니라 VC의 펀딩을 받는데 성공한 사람들 말입니다. 이 경우에도 1위는 하버드가 차지했습니다. 352명의 창업가 312개의 회사를 열어 VC들로부터 4.23조 달러의 펀딩을 받았고, 여기에는 Arava Power, Linio, Kolltan Pharma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2위는 Stanford로 226명의 창업가가 201개의 회사를 창업하여 2.9조 달러를 유치했습니다. 3위는 Wharton으로 Warby Parker등을 창업했는데 194명이 2.15조 달러를 받았습니다. 4위는 MIT로 131명이 8억 6백만달러를, 5위는 켈로그를 졸업한 111명이 1.5조 달러를, 6위는 컬럼비아로 110명이 1조 달러를 투자받았습니다. 7위는 프랑스의 인시아드로 99명이 1.2조달러를 받았고, 8위는 시카고, 9위는 Haas, 그리고 10위는 UCLA가 차지했습니다.

1위부터 25위까지의 정보는 다음의 표에 있습니다:
MBA for PE, VC, Entrepreneurs2

우리가 흔히 참조하는 MBA 랭킹과는 사뭇 다른 양상을 보입니다. 따라서 미래의 커리어 골로 창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계신 분이라면, 다른 학교보다 오히려 이 리스트의 상위권에 있는 학교들을 중점적으로 고려해 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면 창업 골을 가진 사람이라면, 여기 리스트에 오르지 못한 Darden 에 가기 위해서 애쓰는 것보다는 전체적으로 랭킹과 경쟁률은 조금 낮지만 이 리스트에 위치한 Michigan이나 Texas 에서 공부하는 것도 아주 좋은 옵션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창업이라는 길은 비슷한 성향의 커뮤니티에서 보고 듣고 배우는 부분이 크다보니, 비슷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을 많이 배출한 학교인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내가 원하는 직종에 진출한 동문들이 많을수록 내가 그 분야에 대하여 정보를 얻고 인맥을 쌓기가 당연히 쉬워집니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보다 더 그런 부분도 분명 있습니다.) 따라서 지원을 고민하시는 분들이 학교를 선정하실 때 위의 내용도 충분히 고려하여 결정하시길 바랍니다.

Where are they now? – Part 2

Capture15년 동안 입은 걸레가 된 이 정든 티를 버리면서 2009년도에 내가 쓴 포스팅을 다시 읽어봤다. 이 과거 포스팅 이후 5년 동안 또 어떤 변화들이 있었을까? 궁금해서 다시 한번 이 회사들의 근황들을 조사해봤다. 찾아보니 (시간을 많이 투자하지 않아서 틀린 정보가 있을수도 있음) 1999년 – 2009년에 비해 그닥 큰 변화는 없었던 거 같지만 역시 인수, 상장, 파산 등 몇가지 변화는 있었다.

이 리스트를 보면서 과연 우리가 투자한 회사들은 10년 후에는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다 잘 될 수도 있겠지만 다 망할수도 있을 것이다. 물론, 조금 더 현실적인 시나리오는 이 중 잘되는 회사도 있고 안되는 회사들도 있겠지만…..우리를 비롯한 모든 투자자들이 100년 이상 가는 회사들을 찾아서 투자하고 싶어하지만 과연 이 중 어떤 회사들이 10년 이상 지속되고, 그게 50년이 되고 또 100년이 될지는 나도 참으로 궁금해지는 월요일 아침이다. 한국은 추석 아침밤 이겠지. 밑에는 내가 2009년도에 쓴 글을 다시 포스팅해본다.

[2009년 6월 과거글]

사진에 보이는 t-shirt는 내가 1999년도 실리콘밸리의 한 저녁 행사에서 받은 기념품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입가에 웃음이 생기는데, 바로 인터넷 거품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고 (물론, 아무도 몰랐다),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스탠포드 학생들을 대상으로 저녁과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하는 그 당시에는 흔히 접할 수 있는 그런 행사 중 하나였다. 학교 내부에서 한거는 아니고 약간 떨어진 장소에서 진행되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학교에서 행사 장소까지 버스가 제공되었던걸로 생각된다. 지금은 그냥 잠옷으로 입는데, 몇일 전에 와이프가 이 티를 보더니 “오빠, 저 회사 중 지금 제대로 남아서 비즈니스 하는 회사가 있을까?”라는 질문을 했는데, 이 질문이 은근히 내 머리속을 떠나지 않고 있었다. 궁금해서 이 티 뒤에 있는 48개의 (숫자가 애매해서 다시 세고 또 세어봤는데 50이 아니라 48개 맞다) 벤처기업 중 과연 10년 후인 지금 – 2009년 6월1일 – 부로 제대로 비즈니스를 하고 있는 회사가 몇개나 남아 있을까 궁금해서 하나씩 찾아봤다. 와…진짜 힘들고 완전 노가다 였는데 그래도 은근히 재미있었다. 오늘 마이크로소프트에서 Bing이라는 새로운 서치엔진을 발표하였는데 이것도 이 기회에 사용을 해봤다. Not bad at all!

참고로, 위의 48개 벤처기업들은 1999년 나름대로 VC 중 가장 잘나가는 회사 중 하나였던 손정의 대표의 Softbank Venture Capital에서 투자를 받은 회사들이기 때문에 당시만 해도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hot한 회사들이자 Stanford MBA들의 로망이었던 회사들이었다. 나도 빨리 학교를 졸업하고 이런 멋진 인터넷 회사에서 마케팅이나 business development를 해야지 하는 생각을 하루에도 몇번씩이나 했던 기억이 난다 ㅎㅎㅎ.

1. AsiaOnline – 한때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가장 잘나가는 포탈이었음. 지금 망했음.
2. Concentric – 2000년도에 Nextlink라는 회사에 29억 달러에 인수되었고, Nextlink는 XO Communications로 이름을 바꿈.
3. Net2Phone – 한국의 Dialpad와 더불어서 공짜 VoIP의 선두주자였음. 아직 살아 있음.
4. E-Trade– 아직 살아있고, 잘 되고 있음.
5. More.com – 아무리 찾아도 찾을 수가 없는걸 봐서는 지금 망한거 같음.
6. USWeb/CKS – 웹디자인 회사로 출발하였다가 몇차례 인수 합병에 실패 한 후 파산 신청. 지금은 US Web이라는 웹 마케팅 회사로 존재.
7. Yahoo! – 아직 살아있음.
8. Comergent – Ariba/CommerceOne과 같은 전자상거래를 대표하는 업체 중 하나였는데 지금은 망한거와 다름없음.
9. Rivals.com – 야후가 2007년도에 인수하여서 아직 살아 있음.
10. ThinkLink – 관련 기사가 별로 없는걸로 봐서는 망했음.
11. SmartAge – 망했음.
12. Spinway – 망했음.
13. Urban Media – SoftbankAccel이 엄청나게 돈을 디리 부었는데, 망했음.
14. CharitableWay – 망했음.
15. Dr.Drew웹사이트 개편 중이라고 나오는데, 아직은 살아 있는거 같음. (Update: 잘 되고 있는거 같음)
16. CareAssured – 망했음.
17. Televoke – 망했음.
18. Quova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11월 Neustar에 인수됨)
19. Appgenesys – 망했음.
20. Buy.com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10년 5월 일본의 Rakuten에 인수됨)
21. 1-800 Flowers – 아주 잘되고 있음.
22. DoDots – 망했음.
23. Kizai – 망했음.
24. Photopoint – 망했음.
25. BroadDayLight – 망했음.
26. Bluelight.com – 망했음.
27. iPrint.com – 2000년도에 상장하였고, 아직 영업 중.
28. LRN – 아직 잘 하고 있음.
29. Invisible Worlds – 망했음.
30. Law.com – 법 관련 포탈로써 자리를 잘 잡았음.
31. Kefta – Acxiom이 2007년도에 인수하였음.
32. Support.com – 2000년 7월 상장해서 잘 하고 있음.
33. Model-E – 망했음.
34. ZDNet – 잘 되고 있음.
35. ToysRUs.com – 경기를 많이 타고 있지만, 그래도 건실함. (Update: 아직도 경기를 많이 타고 있고, 건실하지는 않고 위험함)
36. CriticalPath – 49개 회사 중 가장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회사이기도 함. (Update: 2013년 12월 Openwave Messaging 사에 인수됨)
37. PeoplePC – 2002년도에 EarthLink가 인수하였는데, 인수 당시 상당히 상태가 좋지 않았음.
38. ELoan – 아직 살아 있지만, 상태가 그다지 좋지는 않음.
39. AllAdvantage – 와…이 회사에 대해서는 내가 한마디를 하지 않을 수가 없다. AllAdvantage.com은 아마도 1999년도 스탠포드 캠퍼스에서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었던 벤처 industry의 darling 이었다. 웹서핑을 하면서 AllAdvantage.com을 실행시켜면 하단에 광고 배너들이 노출되고 광고들을 더 많이 볼수록 광고 수익이 발생해서 회사와 유저가 광고 수익을 나누어 갖는 그 당시만 해도 정말 획기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가지고 있던 모든 스탠포드 대학생들의 로망이었다. 지금은 완전 대박 울트라 망했음.
40. Preview Systems – 망했음.
41. Rentals.com – 아직 살아 있음.
42. CruelWorlds – 망했슴.
43. HotVoice – 망했슴.
44. Dovebid – 아직 in business. (Update: 2003년도에 상장했다가 현재 시장에서 퇴출되었음)
45. Ecoverage – 망했음.
46. Biztro – 망했음.
47. FastParts – 망했음.
48. Bayla – 망했음.

-망한 회사 27개 28개
-간신히 살아남은 회사 12개
-그나마 잘 되고 있는 회사 9개 8개 (E-Trade, Yahoo!, Rivals.com, 1-800 Flowers, Law.com, LRN, ZDNet, ToysRUs.com, CriticalPath)

즉, 48개 회사 중 절반 이상이 망했는데, 스스로 이 회사들을 찾아보면서 깜짝 놀라는 내 자신을 발견하였다. 1999/2000년도 실리콘 밸리에서 왕같이 군림하던 회사들이 지금은 우리와 같은 노땅들의 기억속에서만 살아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하다. 특히, AllAdvantage와 같은 회사들은 그 당시 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하던 순진한 학생들의 마음속에 벤처의 꿈을 잔뜩 심어주고 학교를 때려치우고 벤처의 열풍으로 인도하였던 그러한 회사들이었는데…..

앞으로 10년 후에 또다시 이와 비슷한 글을 쓴다면, 과연 그때는 어떤 회사들이 남아 있을까. Facebook? MySpace? Twitter? Musicshake?

뿌리를 찾아서 뽑자

the-root-of-the-problem지난 주에 급한 일들 때문에 아주 짧게 한국에 갔다 왔다. 짧은 기간 동안에 미팅은 엄청 많이 했고, 이동 시간과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 서울에서는 주로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참 좋지 않은 경험들을 많이 했다. 워낙 한국 택시들에 대한 좋지 않은 이야기들을 많이 들어서인지 일단 택시를 타면 택시 등록증이랑 기사분 얼굴을 비교해 보는데 – 범죄자들이 택시 훔쳐서 이상한 짓들 많이 한다고 해서 – 절반은 택시 등록증의 사진과는 다른 분들이 운전을 하고 있었다. 나는 한국의 택시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모르는데 이렇게 남의 택시를 막 운전해도 되는건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운전을 ‘업’으로 하시는 분들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정도로 대부분의 기사들이 안전벨트를 착용하지 않았고, 차 안에서 담배를 피고, 운전하면서 드라마 보고, 교통법규를 아예 지키지도 않았다. 급정차와 급출발은 (예측 출발 포함) 기본이고 밤 12시가 넘으니까 신호등은 아예 무시하고 그냥 음주운전 하듯이 – 어쩌면 술을 먹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질주를 했다. 정말 답답한거는 나같이 까칠한 사람도 찍소리 못하고 뒷자석에서 식은땀만 흘리면서 약속 장소에 무사히 도착하기를 기도하고 있었다는 거다. 괜히 싫은 소리했다가 택시 기사가 해꼬지라도 하거나 어디 박아 버리는게 무서웠기 때문이다. 남자도 이런데 힘없는 여성이 술이라도 먹고 택시를 타면 정말로 정신 바짝 차리고 조심해야겠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내 택시 경험을 일반화하면 안되겠지만, 서울의 택시 관련해서는 내 주위 모든 분들이 나랑 동의 하는 걸 보면 이게 서울 택시의 안타깝고 짜증나는 현실이다 (한국의 다른 지역에서는 이번에 택시를 안 타봐서 모르겠는데 비슷하다고 들었다).

주제를 조금 바꿔서 우버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보자. 한국에서는 우버에 대한 말들이 많다. 서울시 교통당국에서는 공식적으로 우버는 불법이라고 발표한거 같고 서울시에서는 우버와 비슷한 앱을 자체적으로 출시한다는 말도 있고, 하여튼 우리 아버지도 우버가 뭔지 알고 있으니 매스컴 엄청 많이 탄 거 같다 (어쨌든 우버한테는 공짜 PR이다). 그런데 나는 서울시한테 딱 한가지만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스스로에게 다음의 질문을 해보시길 바란다.

서울시에는 더 싸고, 더 잡기 쉬운 일반 택시들이 넘쳐 흐르는데 서울 사람들은 굳이 교통당국에서 불법이라고 규정한 우버를 계속 이용할까?

내 짧은 생각으로는 바로 내가 위에서 언급한 서울 택시의 개판오분전 현실 때문인거 같다. 우버도 이런 사실을 알기 때문에 한국 시장의 잠재력을 보고 계속 한국에서 확장을 시도하는거다. 서울시에서 우버가 불법이라면 불법이다. 이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우버를 불법으로 규정하는게 법적으로 약간 애매한걸로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서울시 교통당국 담당자라면 우버를 규제하기 이전에 “서울에 더 싼 택시들이 이렇게 많은데 왜 사람들이 우버를 사용할까? 서울의 택시 시스템에 문제가 있나?”를 먼저 물어보겠다. 그래서 이 택시 논쟁의 근본적인 문제점의 뿌리를 찾아서 그 뿌리를 뽑아버리는데 초점을 맞추겠다. 현재 교통당국이 우버와 싸우는걸 보면 교통법을 재해석하고, 기존 법에 새로운 규정을 추가하는 소위 말하는 탁상공론에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는거 같다. 이럴 시간과 에너지를 교통법규 준수를 강화하고, 벌금을 강화하고, 경찰에 힘을 주고, 택시 운전사들 교육을 강화하는데 사용하면 오히려 서울시와 서울시민 모두를 위한 좋은 해결책이 만들어 질 수 있을거 같다 (감히 말씀드리지만 택시요금을 올리는 것도 고려해 볼만한 부분이다. 우리나라는 생활수준에 비해서 교통비가 너무 싸다는 의견도 많이 들었다).

우버를 한국에서 사용해본 분들 소감은 비슷한다. (더 비싸지만) 앱을 완전 편리하게 만들었고, 안전하고, 운전사 신용이 어느정도 확인되고, 교통법규 잘 지키고, 운전사들이 전반적으로 인간적으로 친절하고, 택시를 탄 후에 운전사를 평가할 수 있어서 좋다고 한다. 뭐 이 정도이다. 별거 아닌거 같지만 내가 타본 서울의 택시들이 모두 절대적으로 부족한 부분들이다. 이렇기 때문에 비싸지만 우버를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다. 서울의 택시들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더 비싼 우버를 굳이 이용할까?

핵심은 여기에 있는거 같은데 교통당국 분들은 다른 곳에서 해답을 찾으려고 하는거 같다 – 뭐, 그렇기 때문에 공무원들이기도 하겠지만…..잡초를 영구제거 하려면 뿌리를 잘 찾아서 뽑아야 한다. 잡초의 뿌리를 찾는 건 어렵고 귀찮지만, 이렇게 하면 잡초가 다시 나지 않는다. 법과 로비를 통해서 우버를 불법화하고 한국에서 쫓아낼 수는 있겠지만 서울의 택시 서비스가 개선되지 않으면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시간이 더 걸리고 귀찮을 수도 있겠지만 뿌리를 찾길 바란다. 그래서 개같은 택시들이 서울에서 빨리 사라지고 내가 돈을 내는만큼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택시를 탈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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