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옵션 개론

내가 속한 분야에서 일하다 보면 스톡옵션(Stock Option)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어쩌면 많은 사람이 스톡옵션을 받아서 현재 보유하고 있거나 아니면 앞으로 받을 것이다. 그런데 내 주위에는 아직(한국, 미국 포함) 스톡옵션에 대해서 잘 모르거나 틀리게 알고 있는 분들이 많은 거 같아서 여기서 한번 간단히 정리를 해보려고 한다. 실은 많은 분이 스톡옵션에 대해서 이메일로 문의하는데 그때마다 똑같은 내용을 설명해야 하는 나의 불편함을 덜기 위해서이기도 하다.

가장 중요하고 먼저 알아야 하는 건 바로 스톡옵션은 주식이 아니라 특정 시점에 특정 가격으로 주식을 구매할 수 있는 권리라는 점이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에 채용돼서 적당한 연봉과 그 회사의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그 회사의 주식을 받는 거와는 약간 다르다(주식을 받는다는 건 즉시 회사의 주주가 된다는 의미이며 주식의 가격에 따라서 세금을 내야 한다. 스톡옵션을 받는다는 건 위에서 이미 말한 대로 아직은 회사의 주주가 아니지만, 주주가 될 수 있는 권리를 받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당장 세금을 내야 할 필요는 없다). 모든 게 그렇듯이 스톡옵션도 깊게 파고 들어가면 복잡하고 다양한 방면으로 응용할 수 있지만, 기본적으로 스톡옵션이 가지고 있는 조건들은 옵션 수량, strike price(구매가격), vesting 기간(부여하는 옵션을 한꺼번에 다 주는 게 아니라 정해진 기간에 걸쳐서 줌), 그리고 vesting 방법이다(cliff, acceleration, 기간별 등).

간단한 예를 통해서 설명해 보도록 하겠다:

Racebook이라는 잘나가는 스타트업에 내가 3번째 직원으로 채용되면서 스톡옵션 10,000주를 $1 strike price, 4년 vesting으로 받았다(vesting 방법은 1년 cliff 그리고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 되는 조건)

이미 말했듯이 입사하면서 내가 Racebook의 주식 10,000주를 바로 소유하게 되는 게 아니다. 10,000주를 4년에 걸쳐서 구매(vesting 기간=4년)할 수 있는 권리를 받는 것인데 회사의 주가와는 상관없이 무조건 나는 $1에(strike price=$1) 주식을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10,000주를 4년 동안 구매할 수 있는데 해마다 2,500주를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매달 1만 주의 1/48(4년=48개월)을 구매할 수 있는 것인가? 아니면 4년 되는 시점에 한방에 1만 주를 다 구매하는 것인가? 이 때문에 vesting 방법이 중요하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내가 본 많은 벤처기업은 Racebook의 경우와 같이 1년 cliff vesting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근무 시작하고 정확히 1년 되는 시점에 부여받은 1만 주의 1/4인 2,500주를 $1에 구매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참고로, 받은 스톡옵션을 구매해서 내 것으로 만드는 행위를 ‘행사(exercise)’라고 한다)

왜 cliff라는 단어를 사용하는가? 1년 cliff vesting의 의미는 만약에 Racebook에서 360 일만 근무하고 회사를 스스로 떠난다면 – 아직 1년을 채우지 못한 시점 – 스톡옵션을 단 1주도 행사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1년을 full로 근무했을 경우 그 시점에 전체 옵션의 1/4이 즉시 vesting 되기 때문에 – 마치 절벽(cliff)처럼 – cliff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그림을 보면 이해가 갈 것이다.

cliff vesting-1

1년 cliff vesting과 4년 cliff vesting(해마다)

위 Racebook의 경우 1년 후 cliff vesting 되지만 그 이후부터는 매달 vesting이 되니까 다음과 같이 10,000주가 4년에 걸쳐서 – 이 회사에서 4년 동안 근무한다는 가정에 따라 – vesting 된다(그 전에 떠나면 떠나는 시점에 vesting 된 옵션만 챙길 수 있다).
-1년 후: 2,500 주
-1년 1개월 후: 2,500 주 + 208.3 주(10,000 주의 1/48)
-1년 2개월 후: 2,500 주 + 208.3 주 + 208.3 주
-2년 후: 5,000 주
-2년 1개월 후: 5,000 주 + 208.3 주
-4년 후: 10,000 주(fully vested)

cliff vesting-2

1년 cliff vesting + monthly vesting

다시 Racebook의 예로 돌아가 보자. 내가 입사한 후 회사가 너무너무 잘돼서 입사 9개월 만에 IPO를 했다고 가정해보자. IPO 당시 주식 가격이 $30이었고 내가 입사한 지 1년 되는 시점(=스톡옵션의 1/4을 행사할 수 있는 시점) 주가가 더 올라서 $40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럼 나는 현재 주가 $40에 Racebook 주식을 구매해야 하는가? 아니다. 바로 strike price인 $1에 구매할 수 있다. 그러면 차액으로 내가 얻는 수익은 자그마치 2,500주 x $39(현재 주가 $40 – 내 구매가 $1) = $97,500이다. 그리고 이건 내가 받은 스톡옵션의 1/4로만 발생하는 수익이라는 걸 기억하자. 물론, 주식이라는 건 오를 수도 있지만 떨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위의 예에서는 내 strike price가 워낙 낮아서 회사가 계속 잘 된다면 주가가 $1 이하로 떨어질 확률은 없을 것이다. 물론, 주가가 $1,000까지 올라간다면 완전 대박이 나는 것이다(주식당 수익 $999).

이 strike price는 모든 직원한테 같지가 않다. 초기에 입사하는 직원들일수록 낮고 나중에 입사하는 사람들일수록 높다. Racebook에 늦게 입사한 사람들의 strike price는 $25일 수도 있는데, 회사의 주가가 $25 이하로 떨어지면 이들에게는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게 손해이기 때문에 이럴 경우 행사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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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미 넘치는 실리콘밸리

미국 ABC 방송국의 Shark Tank는 투자나 기술과는 상관없는 미국인들도 많이 즐겨보는 가장 인기있는 쇼 중 하나다(Shark Tank 관련 자세한 설명은 성문님의 글 참고). 투자나 tech을 전혀 모르는 분들이 이 쇼를 보면 마치 창업가나 투자자들은 전부 다 자존심으로 가득찬 돈 밖에 모르는 냉혈인간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솔직히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실리콘밸리는 강한 자존심 하나로 무에서 수 조원의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는 재수없는 jerk들이 많고 이런 사람들에게 돈을 퍼부어 주는 돈밖에 모르는 투자자들로 득실거린다.

하지만, 그렇다고 tech 창업가/투자자들이 모두 이렇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글로벌 행사에서 피칭한 한국의 스타트업 중 프라센이라는 회사가 있었다. IoT, 웨어러블, 감각 분야의 회사인데 첫번째 제품은 수면 관련 제품이다. 대표이사가 회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다음과 같다. 어느 날 그는 어머니가 밤에 잠을 잘 못 주무셔서 괴로워 하는 걸 목격했다. 나같이 특별한 지식이나 기술이 없는 사람은 그냥 병원에 보내거나 약을 사드렸을텐데 기계공학을 공부한 프라센의 대표이사는 어머니의 고충을 덜어드리기 위해서 이 문제를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왜 우리 어머니는 잠을 잘 못 주무실까?”라는 질문을 하면서 노화, 잠, 건강, 빛의 상관관계에 대해 더 깊게 공부했고 점점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되어 갔다고 한다. 이렇게 5년 동안 스스로 독학한 결과를 프라센을 창업하면서 제품화 했다. 아직 완성품은 아니지만 생각하는 대로 제품이 만들어 진다면 우리의 삶을 더 건강하고 윤택하게 만들 수 있는 좋은 제품이 될거라고 생각된다.

부모님이 편찮으셔서 의학이나 공학을 공부한 아들이 직접 해결책을 찾는 이야기 – 솔직히 식상할 수 있다. 하지만 프라센 대표의 발표를 들으면서 나는 짦은 시간 동안 많은 생각을 했다. 실은 몇 년 전에 우리 어머니도 암 수술을 했고 다행히도 지금은 건강하시다. 암 걸리셨다는 이야기는 나한테 상당히 충격적이었지만 나는 한번도 “왜 사람은 암에 걸릴까? 내가 어머니를 치료할 수 없을까?”라는 생각은 한번도 해보지 않았다. 왜냐하면 나한테는 그런 기술이나 지식이 없었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방향은 돈 많이 벌어서 좋은 병원에서 치료받게 해드리고 좋은 약을 사드리는거 였다.

왜 창업했냐고 물어보면 창업가마다 그 이유는 다르다. 어떤 사람들은 취직을 못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때돈을 벌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어떤 사람들은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했다고 한다. 솔직히 투자자의 마인드만 가지고 생각한다면 창업한 이유는 상관없다. 우린 투자한 금액보다 더 많은 돈만 벌면 된다. 그리고 실리콘밸리의 많은 투자자들이 이렇게 생각을 한다. 하지만, 투자자보다는 이 시대를 같이 살아가는 한 ‘사람’의 마인드로 생각한다면 나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창업하는 사람들을 좋아할 수 밖에 없다. 특히 프라센과 같이 고통받는 가족을 위해서 내가 가지고 있는 지식과 기술을 이용해서 뭔가를 만드는 건 거룩하기까지(holy) 한 아름다운 그림과 같다. 그리고 이런 여행에 동참하는 투자자들도 상당히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런 회사/창업가/투자자들이 실리콘밸리에 생각보다 많다. 아마도 수억명의 사용자들이 이 제품들을 사용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세상을 좋은 방향으로 바꿀 수 있고 사랑하는 우리 주변 사람들을 더 행복하게 만들 수 있다. 그래, 실리콘밸리에는 돈과 자존심에 눈 먼 사람들만 있는 건 아니다. 인간미가 생각보다 많이 넘치고 있다.

제품의 갑

10615584_752536748126336_3247264656462536935_n9월 1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비글로벌 행사의 마지막 세션은 Twitch의 COO Kevin Lin과의(얼마 전에 아마존에 1조 원+에 회사를 매각) 대화였는데 운 좋게도 이 젊은 창업가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회자의 영광이 나에게 주어졌다. 나도 처음 만나는 친구라서 무대 올라가기 약 30분 전에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안하게 했는데 정말 착하고 똑똑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많이 받았다.

무대 위에서는 제한된 시간안에 나는 많은 질문을 던졌다. 구글에 인수당할 뻔 하다가 아마존에 인수된 사연, 회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 게임의 전통 강국으로서 한국의 현주소 등 재미있게 이야기를 하다 보니 시간이 금방 갔고 비글로벌 행사가 막을 내렸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Kevin의 말은 바로 ‘좋은 제품’에 대한 내용이었다. 실은 비글로벌 행사의 핵심은 ‘글로벌’이고 이날 주제 대부분은 어떻게 하면 한국 회사들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해서 성공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였는데 많은 분들의 공통된 의견은 “한 나라에서 대박이 났다고 그 제품이 다른 시장에서도 똑같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다.” 였다. 나라마다 고객이 다르고, 언어가 다르고, 문화가 다르고 여러 가지 다른 점이 많아서 현지에서 인력을 채용하고 이 인력들이 그 나라 시장에 맞게 제품을 재포장, 심지어는 완전히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솔직히 말해서 Twitch는 이런 전문가들의 의견을 직접 반박하는 대표적인 서비스이다. Twitch의 6,000만 명이 넘는 월 방문자 중 절반 이상이 해외 사용자(비미국인)라고 하는데 얼마 전까지만 해도 Twitch는 영어 외의 다른 언어로 번역조차 되어 있지 않았었다. 서비스도 구글과 같이 나라마다 customize 되어 있지 않고 그냥 딱 한 개의 미국용 버전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전 세계 사용자들이 접속해서 즐기고 있는 서비스로 성장할 수 있었다. Kevin이 여기서 재미있는 한국 관련 이야기를 했다. 잘 아시다시피 한국은 스타크래프트나 LoL과 같은 게임이 굉장히 인기 있고 이를 광적으로 하는 게이머들이 많다. 이런 한국의 젊은 게이머들이 자신만의 멋진 게임플레이를 Twitch를 통해서 글로벌 청중을 대상으로 뽐내기 위해서 일부러 영어를 배우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이 이야기를 진짜 재미있게 들었다. 대부분의 회사들이 고객을 위해서 제품을 고치는데 Twitch는 완전히 반대였기 때문이다. 거의 “Twitch 사용하고 싶으면 고객님이 알아서 영어 배우고 우리가 만들어 놓은 거 그대로 사용하세요.” 인데 그래도 이렇게 많은 사용자들이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걸 보면 정말로 제품이 좋기 때문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일반 소비자들과 게이머들은 성향 자체가 많이 다르다는 점도 감안을 해야 한다.

에버노트의 아시아 태평양 담당자 Troy Malone이 오전 세션에서 이런 말을 했다. “진짜로 좋은 제품은 특별한 customization이나 localization이 필요가 없습니다. 정말로 좋은 제품은 국가, 언어, 문화를 초월하고 ‘사람’을 감동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번역과 같은 최소한의 현지화 작업만 하면 됩니다”

그런데 Twitch는 – 지금은 다양한 언어로 번역이 되어있지만 – 번역조차 하지 않은 상태에서 전 세계의 사용자들을 사로잡은 갑 중의 갑이다. 결국은 제품이다.

API 비즈니스

YC의 폴 그래이엄이 다음과 같은 말을 한적이 있다 – “API = self-serve biz d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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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의역을 하면 좋은 API를 만들어서 제공하면 다른 서비스들이 알아서 이 API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큰 영업조직을 유지하면서 영업 사원들이 영업을 하지 않아도 API가 스스로 영업을 한다는 의미이다. 그만큼 제대로 된 API는 사업성과 파급력이 크다. 얼마전에 발표된 Uber API를 구현하면 차량 이동이 필요한 서비스들은 (예: 지도관련 서비스, 식당 관련 서비스 등) 사용자들에게 아주 편리하고 깔끔한 기능을 제공할 수 있고, 이런 서비스들이 더 많이 생길수록 우버의 영향력은 커진다. Chain.com은 비트코인 관련 서비스를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는 API이다. 이 API를 통해서 모든 비트코인 거래가 저장되는 공개장부 접근이 가능하기 때문에 비트코인 서비스를 훨씬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물론, 비트코인 장부는 어차피 공개되어 있기 때문에 그 전에도 누구나 접근이 가능했지만 Chain API는 이를 더 쉽게 만들었다 (Chain이라는 이름도 정말 기똥차다). 뭐, 그 외에도 API들은 엄청 많지만 내가 요새 간단하면서도 유용하다고 생각하는 API들은 EasyPost (미우체국, UPS, DHL, FedEx 배송 시스템과 연동)와 Lob (종이, 편지, 명함, 카드 등에 출력을 가능케함)이다. 공교롭게도 두 스타트업 모두 YC 출신이다.

API의 장점에 대해서 아주 기술적으로 이야기 하지는 않겠지만 위에서 언급한 Uber API 예를 들어보자 (아직 우버가 API를 완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앞으로는 공개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버가 API를 제공하지 않고 구글이나 Yelp와 같은 회사들과 개별적인 파트너쉽을 통해서 시스템 통합을 시도하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어갈 것이다. 또한, 이 통합된 시스템을 유지보수하려면 우버와 파트너사 모두의 자원이 투자되어야 한다. 하지만, API를 잘 만들어서 제공하면 우버가 할일은 그냥 API를 지원만 하면 되고 그 외의 모든 작업은 파트너사 쪽으로 전가된다. 그와 동시에 우버 비즈니스는 전방위적으로 동시에 확장하고, 더 큰 파트너 생태계로 진입할 수 있다. 물론, 이로 인해서 얻게 되는 매출 및 트래픽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다.

미국에는 좋은 API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유용하다고 생각되는 API를 제공하는 한국 회사가 당장 머리에 떠오르지는 않는다. 나는 한국의 스타트업들도 API 비즈니스를 적극적으로 수용했으면 좋겠다. 우버의 경우 자사의 서비스에 대한 API를 직접 만들어서 제공하지만, 대량의 서비스/데이터/정보가 존재하고 이 서비스/데이터/정보를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층이 존재한다면 이 두 관계자들을 매끈하게 연결해 주는 API만을 가지고도 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 어쩌면 여기에서 한국의 차세대 유니콘이 탄생할지도 모르겠다.

<이미지 출처 = https://twitter.com/paulg>

장기전을 뛰면서 드는 생각

1999년 9월에 나는 스탠포드 대학원으로 유학을 왔다. 이때 내 나이 25살이었고, 당시 스스로 다짐했던 건 “빨리 대박 터트려서 35살에 은퇴해야지” 였다. 지금 내 나이 40이다. 그리고 대박은커녕 자발적 은퇴랑은 매우 거리가 먼 상황이다 (실은 아직도 “5년 후에는…..” 이라는 생각은 항상 하고 있지만, 현실은 만만치 않다는 걸 이제 잘 안다.) 인생 선배들의 인생은 장기전이고 마라톤이니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살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조언을 이젠 몸소 체험하면서 매일 매일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래도 두려움과 의구심은 매일 든다. 하루에도 몇 번씩 내가 가고 있는 길이 과연 올바른 길인지, 나는 제대로 하고 있는 건지, 가끔은 도대체 내가 뭘 하는 건지 스스로 질문할 때가 있다. 이런 내 기분과 상황을 내가 조금 보유하고 있는 나이키(Nike)의 주가가 잘 반영하고 있다. 이 차트는 2014년 9월 9일 나이키사 주가의 변동을 보여준다.

Nike-20140909

개장하고 폐장할 때까지 주가는 올라 갔다 내려갔다를 반복한다. 나도 좋은 소식이 있으면 희망으로 가득 차고, 문제가 발생하면 다시 불안해하고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왔다 갔다 한다.

그런데 나이키사의 1982년부터 지금까지 32년 동안의 주가 차트를 보면 상당히 다른 그림이 보인다.

Nike-1982

굴곡은 있고 이 또한 왔다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주가는 계속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내가 언제 은퇴할 수 있는 형편이 될지 모르겠지만 – 속으로는 항상 5년 후 – 내 40년 인생도 생각해 보면 나이키사의 주가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단기적으로 볼 때는 잘하기도 하고 못 하기도 하고 실수도 엄청 많이 한다. 항상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을 갖고 있지만, 불안하기도 하고, 이게 하루에도 몇 번씩이나 반복된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나는 계속 발전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실에 대해서는 스스로 매우 자랑스럽고 대견스럽다.

벤처도 마찬가지이다. 전진하는 거 같아 보이지만, 어느새 또 후진하고 이걸 계속 반복하다 보면 과연 내가 앞으로 나가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단기적으로 하루하루를 보면 이 비즈니스가 과연 뭐가 될지 창업가 자신도 의심이 든다. 하지만 분명히 이러한 경험과 실수로부터의 배움이 차곡차곡 쌓이다 보면 장기적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을 것이다. 너무 조바심내지 말고, 주위에서(도움 안 되는) 사람들이 하는 말들 너무 많이 듣지 말고, 소신 있게 꾸준히 하다 보면 어느새 크게 성장해 있을 것이다. 인생은 장기전이고 살아남는 놈이 이 장기전에서 이기는 것이다.

<이미지 출처 = http://investors.nikeinc.com/Investors/OVERVIEW/default.asp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