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으로 가야하나요? Part 1

한국 들어갈때마다 사람들이 나한테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을때도 일주일에 여러번 이메일이 온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개발하는게 맞는건가요 아니면 미국으로 가서 하는게 좋은가요?”

미안하게도 정답은 없다. 어떤 스타트업들은 한국에서 시작했고 아직도 한국에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들은 미국으로 완전히 이사해서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는 커녕 제품하나 없다. 어떤게 정답일까?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그래도 미국에서 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해준다.
*참고로,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나랑은 완전히 반대의 입장을 취하시는 분들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는걸 잘 안다.

이와 관련 간단한 일화를 공유한다. 이번에 한국 나갔을때 과거 한국 뮤직쉐이크 개발팀장과 저녁을 먹은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 업무 이야기가 나왔고 페이스북앱 이야기가 나왔다. 2008년 여름에 – 이때만해도 페이스북 앱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너도나도 페이스북앱을 만들었고 Zynga와 같은 소셜 게임도 이때부터 뜨기 시작했다 – 우리도 뮤직쉐이크 앱을 페이스북앱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개발은 한국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개발팀에 페이스북앱에 대해서 잘 설명하면서 앱 개발을 진행했다. 결과물은 반쪽짜리 앱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개발팀장이 이번에 나한테 했던 말; “페이스북이란걸 사용을 해봤어야지. 계정도 그때 처음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니까 이건 어떻게 써먹는건지도 모르겠더라. 코드야 어렵지 않아 그냥 SDK니까. 근데 이게 만들어지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감을 못 잡으니까 개발이 참 막막했어.”

미국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탄생한다. 물론, 90%는 뜨지 못하고 곧 죽지만 그 중 몇개의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이 대박을 친다. 어느날 갑자기 내 주위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그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바로 바이럴리티(virality)의 진행을 목격하게되는 그 순간이다. 한국에 있으면 이런걸 접하는 타이밍이 상당히 느리거나 아예 접하지 못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뜨는 서비스들이 많은데 막상 한국 가보면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좋은 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이다. 교포 친구들이나 미국에 지인들이 많은 한국에 거주하는 분들은 분명히 어느 순간에 이들이 페이스북/트위터를 사용하는걸 목격했고 그로 인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페이스북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거의 1-2년 이후였을거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세상에 살고 있지만서도 물리적인 위치, 그 위치로 인해서 접하게 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접하게 되는 타이밍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뮤직쉐이크 개발팀장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분이 만약에 그당시 미국에 있었다면 매일 접하는 서비스나 문화에 페이스북이 분명히 깊숙하게 자리잡았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어떻게 사용하고, 미국의 다른 서비스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알았을거다. 그리고 우리 앱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 있다고해서 이런게 안되는건 아니다. 영어를 하고, 실리콘 밸리 관련 최신 소식을 항상 읽고,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물리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타이밍이 늦고, 몰입의 정도가 약하다. 왜냐하면 미국에 있으면 이런게 그냥 daily life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계속 흡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새같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타이밍이란걸 무시할 수 없다.

이게 미국으로 올 수 있으면 오는게 더 유리하다고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다음에 또 쓰겠다.

잡음(noise) 조심

작년 말 부터 느낀거지만, 특히 6월 beLAUNCH 행사 이후 부쩍 크고 작은 창업 경진 대회와 행사들이 한국에서 많이 개최되는거 같다. 민간 주도의 행사보다는 정부, 언론, 재단 그리고 학교 주최의 행사들이 특히 많은거 같다. 역시 스타트업의 생리나 사람들에 대한 이해도가 깊지 않은 단체들이기 때문에 내가 보기에는 여러가지 면에서 수준이 떨어진다고 생각된다.

더불어 한가지 더 눈에 띄는 부분은 창업 경진 대회에 나오는 업체들이 대부분 이 바닥에서 닳고달아서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다 아는 회사라는 것이다. 이미 여러 창업 경진대회에서 수상경력이 있는 ‘오래된’ 스타트업들이라서 “또 저 회사야?”라는 질문을 나 스스로에게도 여러번 한다. 미국은 오히려 한국보다 이런 스타트업 경진 대회가 훨씬 많다. 모두가 잘 아는 TechCrunch Disrupt, DEMO, LAUNCH 등이 좋은 예다. 하지만, 그 어떤 대회를 봐도 과거에 이미 수상경력이 있거나 본선 진출한 경험이 있는 스타트업들은 다시 뽑지 않는다. 아니, 뽑지 않는게 아니라 이미 과거에 대회를 통해서 데뷔한 스타트업들은 다시 이런 대회에 지원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이런 서비스다’라는걸 무대를 통해서 세상에 알린 후, 대부분의 회사들은 조용히 잠수를 탄다. 그리고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정말 열심히 일한다. 그리고 이 스타트업들이 다시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릴때는 아주 좋은 제품이 완성되고, 돈을 내는 고객이 생길때 쯤이다.

신생 벤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런 닳고달은 회사들에게 상을 주는 대회도 문제가 있다. (“한국에는 생각만큼 스타트업들이 별로 없습니다”라는 말은 이제 신빈성이 없다. 내가 직접 확인해보니 엄청 많다. 발굴이 안되었을 뿐이다) 하지만, 계속 이런 대회에 지원하는 스타트업들도 문제가 있다. 제품은 언제 만들고, 일은 언제 하는지 참 궁금하다.

엄청나게 큰 투자를 받거나, 미디어에 여러번 노출되거나 또는 각종 경진 대회에서 수상했다고 그 스타트업이 성공하고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라. 좋은 제품을 만들어서 고객을 유치하고, 그 고객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서 돈을 내면 매출이 생긴다. 이게 스타트업의 성공이다. 그 외 모든건 잡음이다. 잡음을 조심하고 본질에 집중하자.

영국 올림픽팀의 구조조정

내가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런지 이 블로그에도 스포츠 관련 글들이 꽤 있다. 그 중 ‘돈과 스포츠’라는 주제로 쓴 글 2개가 있다. 경영 테크닉들이 스포츠 분야에 어떻게 적용되었고, 그로인한 결과들에 대한 내용들이다:
-‘돈과 스포츠 Part 1 – Private Equity and Boston Celtics
-‘돈과 스포츠 Part 2 – Canada and B2ten‘ 

영리단체들의 특징인 숫자기반, 결과기반, 능력위주, 수익창출, 효율성 위주의 경영 기법과 사고가 비영리단체에도 충분히 적용될 수 있고 그 결과로 인해 드라마틱한 변화가 생기는걸 보면 놀랄때가 정말 많다. 대영제국 또한 그런 방법으로 올림픽팀을 완전히 구조조정하고 있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 폐막 후 영국 올림픽팀은 금메달 1개를 가지고 귀국했다. 이는 금메달 3개를 취득한 카자흐스탄 보다 못한 치욕적인 실적이었다. 영국 타블로이드는 “대영제국이 염소와 양때를 키우고, 독수리를 훈련시켜서 사냥을 하는 카자흐스탄한테 굴육당했다.”라면서 영국 정부, 올림픽 위원회 그리고 올림픽 선수들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대영제국의 올림픽팀은 이제 완전히 끝났다고 자국민들은 슬퍼했다. 하지만, 그 이후 Team GB(Great Britain)는 드라마틱하게 컴백을 했고 곧 개막할 런던 올림픽 홈그라운드에서는 메달 신기록을 수립할지도 모른다.

1996년 아틀랜타 올림픽에서 영국은 메달 총 15개를 획득했다. 2000년 시드니 올릭픽에서는 메달 28개를 획득해서 전체 랭킹 10위권에 들었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는 30개, 그리고 4년 뒤인 2008년 베이징 올릭픽에서는 무려 메달 47개를 획득하면서 미국, 중국, 러시아에 이어서 4위를 했다. 골드만 삭스의 분석에 의하면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영국이 65개의 메달을 획득해서 러시아를 넘어설거라고 예측하고 있다. 4년 전보다 메달을 무려 38% 더 이긴다는 이론이다.

다 죽어가는 올릭픽 팀을 영국은 어떻게 구조조정 했을까? 핵심을 정리해본다:

1. 대량감원 및 새로운 team – 1997년도에 영국은 기존 올림픽 준비 위원회를 해체하고 기업마인드를 가진 인력으로 재정비했다. 그리고 UK Sport라는 새로운 기관을 만들었다.

2. 뚜렷한 목표 – UK Sport의 목표는 ‘스포츠를 통한 대영제국의 건강 도모’와 같은 애매모호한게 아니다. 목표는 하나였고 ‘올릭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거’ 였다. UK Sport의 대표이사인 Liz Nicholl은 버릇처럼 “올릭픽의 목표는 참여가 아니라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을 했다.

3. 대규모 투자 – 1996년 이전 영국 올릭픽팀은 항상 예산 부족에 허덕였다. 아틀랜타 올릭픽 이후 몇명의 영국 올릭픽 선수들이 돈이 없어서 길거리에서 선수복과 장비를 팔았다고 하니까 얼마나 돈이 없었는지 상상이 간다. 결국 올림픽도 돈싸움이라는걸 인식한 영국 정치인들은 UK Sport기관에 예산을 배정하기 위해서 새로운 복권 시스템을 만들었다. 또한, 런던 올림픽에서 메달을 더 많이 획득하기 위해서 영국정부는 UK Sport에 5,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추가로 퍼부었다. 참고로, 한국이나 미국의 올림픽팀의 예산은 대부분 대기업이나 개인후원으로 충당된다.

4. 우선순위 기반의 전략 – UK Sport는 일단 다른 스포츠보다는 메달을 딸 수 있는 스포츠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했다. 조정, 세일링, 사이클, 육상이 이에 해당됐고 이 4개의 스포츠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육성했다. 이미 전성기가 지났지만 계속 국제시합에 나가는 선수들은 일부러 체계적으로 운동선수 생활을 마감시켰다. 더이상 메달 획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모든 선수들을 ‘메달 획득 가능성’ 순위로 재배정 했다. Rebecca Romero 선수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조정 은메달리스트였지만, UK Sport의 반강제적 권장으로 종목을 사이클링으로 바꿨다. 그녀는 2008년 올림픽에서 사이클링 금메달을 획득했다. 

5. 객관적 지표 기반의 평가 – UK Sport는 해마다 영국의 모든 운동 선수들을 객관적인 성적을 기반으로 평가하고 점수를 매긴다. 물론, 모든 평가와 점수는 선수들의 메달 획득 가능성 위주로 실행된다. 시스템은 간단하다. 여러개의 메달 획득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으며, 그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예산이 배정된다. Nicholl 대표는 “우리의 시스템이 너무 냉정하고 선수들을 기계와 같이 취급한다는 비난을 많이 받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목표는 메달 획득이고 이 목표를 위해서 돈을 한푼도 낭비하지 않는게 제가 해야할 일입니다.”라고 마치 대기업 CEO와 같이 단호하게 말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 영국이 과연 몇개의 메달을 획득하고 몇위 할지 매우 궁금해졌다(물론, 한국이 제일 궁금하다). 하지만, 나는 쓰러져가는 스포츠팀과 정부기관들이 사기업들의 이러한 체계적인 시스템을 도입해서 성공적인 구조조정 과정을 거친 사례들을 많이 목격했기 때문에 분명히 잘 할거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도 정부나 공기업에 이런 체계적인 경영 기법들이 적용되어서 업무를 더욱 효율적으로 하고 국민 세금 낭비를 최소화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Return of the British Empire” by Paul Sonne and Jonathan Clegg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2

*이 글의 전편인 ‘성공적으로 실패하기 1‘을 먼저 읽으면 도움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항상 강조하는거지만 인생을 살다보면 – 특히, 스타트업은 그 강도가 100x – 실수와 실패는 삶의 일부가 된다. 빈도와 강도는 다르겠지만 누구나 다 실패를 한다. 실패한다고 성공하는건 아니지만, 실패없는 성공은 없다. 성공한 사람들의 공통점은 바로 이런 실패를 잘 극복하고, 실패로부터 배워서 성공했다는 점이다.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 후 성공할 수 있고 어떤 사람들은 실패 후 폐인이 될까? 전에 쓴 글에서 바로 이 차이는 ‘성장 마인드(growth mindset)’라고 했다. 즉, 필요한 ‘시간’과 ‘노력’만 투자하면 무엇이든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만 있으면 지금은 실패해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서 계속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이론이다.

지난 25년 동안 사회학자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한 사람들에 대해 많은 연구를 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마인드’는 누구나 다 만들 수 있지만, 중요한거는 어릴적 형성되는 ‘배움’에 대한 자세에 달렸다고 한다. 간단하게 정리하자면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지능은 선천적이라서 아무리 공부를 해도 배울 수 있는건 개개인의 절대적인 지능에 달렸다고 믿는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이들은 “내 머리는 여기까지야. 이런 문제는 나한테는 무리야”라면서 좌절하고 실패한다. 하지만, 실패를 극복하는 사람들은 지능은 노력하면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어려운 문제에 직면하면 이들은 “조금만 더 생각하고 노력해보자. 시간이 걸릴뿐 분명히 해결할 수 있어”라는 자세를 갖는다. 물론, 그렇다고 이들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하는건 아니다. 대부분 실패한다. 하지만, 계속 노력하고 배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이런 자세를 지속적으로 개발하면 궁극적으로 과거에는 풀지 못하던 문제들도 풀 수 있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

실패를 극복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왜 지능은 고정되었다고 생각할까? 이건 우리 모두가 반성해야한다. 바로 IQ 테스트가 한 사람의 총명함을 측정하는 유일한 척도라고 간주하는 우리 사회와 문화의 전반적인 분위기 때문이라고 한다. 어렸을적 본 IQ 테스트에서 높은 IQ를 받으면 그 사람은 커서 좋은 학교에 가서 훌륭한 사람이 될거라고 아직도 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배운다. 그리고 우리는 애들을 칭찬할때 “너 정말 너무 똑똑하구나!”라고 하지 “너 정말 열심히 노력했구나!”라고는 잘 안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지 말자. 사회학자들은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을 가능케하는 ‘성장 마인드’는 훈련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 있다고 한다. 2007년도에 스탠포드와 컬럼비아 대학의 심리학자들이 이와 관련된 실험을 한 적이 있다. 100명 이상의 중학교 1학년 학생들(대부분 수학을 잘 못하는)을 대상으로 약 8주 동안 공부에 대한 워크샾을 진행했다. 100명의 학생들은 두개의 그룹으로 나뉘어졌고 각 그룹은 숙제를 효율적으로 하고, 공부시간을 어떻게 하면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훈련과 지시를 받았다. 두개의 그룹이 받은 학습 자료의 내용은 달랐다.

한그룹은 “당신의 지능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You Can Grow Your Intelligence)”라는 내용의 자료를 받았다. 새로운 학습을 할때마다 뇌신경 세포들이 강화되어 지능이 좋아질 수 있다는 조사결과에 대한 내용의 자료였다. 이 그룹의 학생들은 이 자료의 내용을 큰 소리를 내면서 읽었다. 다른 그룹은 기억력의 작동 원리에 대한 자료를 공부했다.
예상했듯이 결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워크샾에 참여하기전에는 100명의 학생 모두가 다 지능은 선천적이고 고정되어 있다고 믿었지만, 지능은 향상된다라는 자료를 읽은 그룹은 8주가 지난 후에는 노력하면 지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강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이 그룹은 그 이후로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전반적으로 수학문제를 더 잘 풀었고, 문제해결에 대한 노력과 동기부여가 다른 그룹의 학생들보다 월등했다고 한다.

인생이 편하고 모든일이 술술 잘 풀리면 지능이 낮든 높든, 그리고 고정되어있든 향상가능하든 큰 상관이 없다. 하지만 연속되는 실패와 실수를 극복하면서 계속 인생을 살아야 한다면(대부분의 인생같이), 노력을 통해서 선천적으로 주어진 능력과 지능을 향상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만이 실패를 극복하고 성공할 수 있다. 바로 하루에도 수십번의 좌절과 실패를 경험해야하는 – 그러면서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서 결국엔 성공해야하는 – 스타트업 인생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자세이다.

영어에는 이런 말이 있다.

“When one door closes another door opens”(by Alexander Graham Bell)

즉, 한개의 기회를 놓치면 다른 기회가 온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바로 내 앞의 문이 닫히면 수많은 다른 문 중 한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나를 비롯해서 오늘도 수많은 실패를 직면해야하는 한국의 창업자들을 생각하면서 이글을 써봤다.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Flummoxed by Failure – or Focused?” by Ken Bain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모바일 먼저, 그리고 모바일 온리

한국 출장의 여독이 풀리기도 전에 7.10 ~ 7.11 이틀동안 열린VentureBeat 주관의 MobileBeat 2012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이번주는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다녀왔다(참고로, 우리가 소개하고 데모한 앱 ‘Better Hearing’이 Smartphone App Competition에서 우승했다). 나도 시간이 많이 없어서 컨퍼런스의 모든 세션을 주의깊게 듣지는 못했지만 이번 행사의 주제이자 가장 많이 회자되었던 단어들은 ‘모바일’, ‘UI’, ‘UX’였다. 여기서 내가 느낀 점들은 6월 한국에서 열렸던 beLAUNCH 2012 행사에서 느낀 점들과 거의 동일했다. 모바일의 세상이 활짝 열렸고, 세상은 다시 한번 지각변동이 일어나고 있다.

5년 전만해도 웹을 먼저 하고, 어느정도 성공을 거두면 그제서야 모바일 서비스를 시작했다. 2년전에는 모바일 서비스를 먼저하고, 그 다음에 웹서비스를 시작했다.
이제는 모바일을 먼저하고, 모바일만 해도 billion dollar business를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세상이 왔다. 얼마전에 Facebook한테 10억 달러에 인수된 Instagram이 이런 케이스이다. 소비자 시장은 말할것도 없지만, 기존 Windows 체제가 지배하던 기업용 시장의 기기 중 절반 이상이 이제는 iOS와 Android 기반의 모바일 환경에서 연결되어 있다고 한다(이런 환경을 조성한 일등공신은 역시 스티브 잡스다). 이 바닥에서 일하고 있는 나도 감을 잡기도 전에 이렇게 빨리 온 모바일 환경은 한국을 포함한 전세계 창업자들한테는 일생일대의 기회이다. 왜냐하면, 이미 수십년동안 non-모바일 환경하에서 제품을 개발하고 서비스하던 대기업들이 방향을 틀어서 모바일 전략을 수립하는거 보다는 애초부터 모바일 제품 전략을 가지고 시작하는 스타트업들이 더 빨리 움직이고, 신속하게 결정해서 이길 수 있는 승산이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다. 지금 현재 본인들이 사용하고 있는 모바일 서비스들을 한번 봐라. 대기업에서 만든 서비스들은 거의 없다. 모든 모바일 혁신은 1-2년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던 스타트업들에서 나오고 있다. 이 스타트업들 모두 다 모바일을 회사의 첫째이자 유일한 전략으로 선택하고 제품을 개발하기 때문이다.

모바일 서비스에서 가장 중요한건 UI / UX 디자인이다. 손바닥만한 스마트폰 화면상에서 사용자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고, 눈이 어지럽지 않을 정도로 간단하지만 동시에 사용할만한 가치가 없을 정도로 너무 간단하지 않은 서비스를 만드는건 정말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과제인거 같다. 물론, 좋은 제품을 기획하고 이걸 잘 코딩하는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모바일 UI / UX를 잘 디자인하는게 기획이나 코딩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번 MobileBeat 컨퍼런스에서 내가 만난 대부분의 창업자들은 이제는 오히려 엔지니어링 보다 디자인이 더 중요하다고 여러번 말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냥 화면만 이쁘게 만들어서 되는건 아니다. 이뻐서 눈이 즐거워야하는건 기본이고, 사용하기 쉽고(모바일 서비스는 복잡한 ‘사용방법’ 이나 ‘사용자 매뉴얼’ 같은게 존재하면 안된다. 그 자체가 “우리 서비스는 복잡해서 매뉴얼을 읽어야 합니다”라고 말하는거와 같다), 쉽게 사용하지만 그 쉬운 사용이 특정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덕스러운 고객들은 손가락 하나만 까딱해서 다른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쉽지 않지만, UI / UX 디자인을 제대로만 한다면 어쩌면 Instagram 부럽지 않은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5년 전 첫 아이폰이 출시 될때만해도 모바일이 이렇게 뜰줄은 몰랐다. 앞으로 5년 후에는 또 어떤 새로운 기술들이 세상을 지배할지 매우 궁금해지는 주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