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iBook 무료배포 종료

*전자책 다운로드 받아서 잘 읽어주신 모든 독자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지난 주에 ‘스타트업 바이블’의 ePub 파일을 무료 배포한다고 포스팅하고 정확히 2주가 되어서 다운로드 링크를 오늘 제거했다 (참고로 iBooks Store에서 정식 승인이 나면 이 또한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다). 실은 ePub 파일을 무료로 배포하면서도 약간의 우려와 걱정이 없었던거는 아니다. 전자책을 무료배포해서 종이책의 매출이 확연하게 줄어들면 어쩌나하는게 하나였고, 이렇게 무료로 배포를 하는데 한국은 아직 전자책 시장이 없으니 아무도 다운받지 않으면 어쩌나가 두번째였다. 전자는 시간이 더 지나봐야 알겠지만, 후자의 우려는 불필요한 걱정이었다.

전자책을 무료배포하겠다는 포스팅에는 90+의 댓글이 달렸고(부정적인 댓글은 하나도 없었다. 모두 다 감사의 내용들이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20+의 이메일을 받았다. 아직 답변을 못드린 분들도 많은데 최대한 빨리 답변을 하려고 한다. 이펍 파일은 내가 개인적으로 Dropbox를 통해서 제공한거라서 정확히 몇번 다운로드 되었는지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앱 스토어에서 대략적으로 1만개의 다운로드가 발생할때마다 comment가 한개 정도 올라온다는걸 감안해 본다면 상당히 많은 다운로드가 발생했을거라고 생각된다.

내가 이번에 다시 한번 느낀거는 역시 해보지 않으면 모르고, 잘 모르겠으면 무조건 일단 해봐야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는 한국의 출판업계에 종사하시는 분들로부터 한국의 전자책 시장은 아직 멀었고, 한국 사람들은 워낙 교육, 학업 그리고 학벌을 중요시하기 때문에 묵직한 종이책을 손으로 만지고, 가지고 다니면서 읽어야지 성이 차기 때문에 전자책을 절대로 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역시 해보지도 않고 하는 말들이었다. 우리나라의 전자책 시장이 아직 크지 않다는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 이유는 바로 전자책을 읽을 수 있는 인프라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기 때문이다. 독자들은 이미 전자책을 받아드릴 준비가 끝났고 어떤 분들은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애플이 아직 iBooks Store를 한국에 정식으로 오픈하지 않았다는것도 큰 이유이지만 기존 출판업계의 관행과 변화를 싫어하는 태도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전자책의 방해요소들이다. 가장 놀랐던 점은 많은 아이패드 오너들에게 스타트업 바이블이 아이패드로 읽는 최초의 전자책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반응은 “아이패드 전자책 읽을만하네”가 아니라 “정말 좋다!”였다.

이를 증명하는 독자들의 피드백 몇가지를 여기서 공유한다:
-“감사합니다. 종이책 벌써 샀지만, 아직도 다 못읽었는데 이제 틈틈이 볼 수 있겠습니다.”
-“스티브잡스 이후로 두번째로 읽는 한글 아이북입니다. 한글로된 전자책을 아이북으로 읽는다는것만으로도 가믐에 내린비처럼 감격스럽습니다.”
-“이제 아이패드만 들고다니면 언제든지 볼 수 있겠네요.”
-“한국에도 얼렁 정식 아이북스 스토어가 열려서 이런 양질의 책을 해외에서도 많이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좀더 가까이 두고 읽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곧 도착할 아이패드에서 읽어볼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 더 기쁘네요. 한국에서 e-book이 좀 더 활성화 되면 좋겠습니다.” 

이런 좋은 피드백들을 많이 접하니 ePub 파일을 무료로 배포한게 참 잘한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오늘 아침에 아주 결정적인 블로그 포스팅을 읽고 무료배포한게 자랑스럽기까지했다. 주인장님이 copy&paste;를 못하게 해서 여기서 다 보여줄 수는 없지만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오십살이 넘으신 직장생활을 하고 계신 어르신인데 스타트업 바이블을 읽고 아주 진지하고 진정성있는 느낌을 솔직하게 적어주셨다. 아이패드로 처음 책을 읽는 즐거움과 창업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는 즐거움을 무료로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하신다. 또한, 아무 생각없이 남을 위해서 일한 지난 세월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이라도 도전해도 늦지 않았다는 자신감을 얻으셨다고 한다. 우리나라에 이런 분들이 더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많이 생기는 하루이다. 이분의 원문은 여기서 읽을 수 있다.

다만, 전자책을 읽고 선물용이나 소장용으로 종이책도 좀 사주면 더 좋겠다. 종이책 구매는 여기에서.

눈부신 기술의 발전 (스탠포드 대학병원)

요새 내가 개인적으로 관심을 갖는 분야가 있어서 어제 스탠포드 대학병원을 방문했다. 몇가지 질문들과 배움을 얻기 위해서 신경외과 의사님과 45분 정도 이야기를 했는데, 의사선생님 책상위에 있는 2개의 모니터에는 데이터와 그래프들이 실시간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어서 뭔지 물어봤다.

각 모니터에는 7가지의 정보가 실시간으로 보여지고 있었다:
-실시간 수술 상황: 의사의 방과 멀리 떨어져 있는 수술실에서 다른 신경외과 의사가 한 환자의 뇌를 열고 종양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고 있었다. 현미경으로 보면서 수술을 하고 있었는데 현미경 끝에 달린 렌즈를 통해서 수술상황이 실시간으로 stream되고 있었다. 영상 quality가 엄청나게 좋았고, 끊김 현상도 거의 없었다.
-팔 신경 그래프: 뇌종양을 제거함에 따라서 뇌의 signal이 환자의 양팔에 제대로 도달되는지 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프로 표시되고 있었다.
-다리 신경 그래프: 팔과 마찬가지로 뇌의 signal이 환자의 양다리에 제대로 도달되는지 또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그래프로 표시되고 있었다.
-호흡 그래프: 수술이 진행됨에 따라서 환자의 호흡/맥박의 변화가 표시되고 있었다.
-채팅: 이게 좀 재미있었는데, 모니터를 통해서 수술 상황과 그래프를 관찰하면서 수술실에 전달할 말이나 또는 수술을 다른 곳에서 관찰하고 있는 의사들과 실시간으로 채팅할 수 있는 기능이 있었다. MSN 메신저와 상당히 유사했다.

자, 그러면 이것들이 의미하는게 무엇일까?
나도 처음 관찰하는 뇌종양 수술이었는데, 뇌종양의 색깔은 하얀색이었다. 칼로 종양을 어느정도 제거하다보니 뇌에 원래 있는 흰색 물질과 종양이 구분이 안되는 경우들이 많았다. 수술하는 의사가 종양이 아닌 흰색 물질을 제거하거나 아니면 뇌의 다른 부분을 건드릴때마다 팔 또는 다리의 신경 그래프가 요동을 쳤다. 즉, 제거할 필요가 없는 부분들을 건드려서 종양이 아닌 뇌세포에 손상이 가면 뇌의 신호가 양팔과 양다리에 정상적인 경우와는 다르게 전달이 되는 것이었다.
이럴때마다 이 과정을 모니터로 지켜보던 의사선생님은 채팅창을 통해서 ‘방금 오늘쪽 팔의 신호가 xx만큼 뛰었으니까 거기말고 그옆을 어떻게 해봐라’ 등의 지시를 했다. 즉, 내가 만난 의사선생님은 마치 비행기 관제탑과 같은 역할을 하면서 수술을 하고 있는 다른 의사선생님이 실수를 최소화하면서 생명을 살릴 수 있도록 자세한 지시를 하고 있었던 것이다. 눈부신 기술의 발전 – 빨라진 CPU, 슈퍼 컴퓨터, 인터넷 속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 스트리밍 기술 – 덕택에.
*참고로 스탠포드 병원에서는 이걸 Intraoperative Monitoring Program이라고 한다.

오늘 나는 cutting edge technology가 생명을 살리는데 적용되는걸 두눈으로 직접 목격하고 그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가끔씩 너무나 빠른 기술의 변화에 당황하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로 발전하는 기술과 매일 새로 등장하는 서비스들을 접하면서 나도 가끔씩 제발 더이상의 발전과 변화가 없었으면 하는 생각을 한적이 여러번 있다. 하지만, 오늘 눈부신 기술의 발전이 생명을 살리는데 적용되는걸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다.

기술은 더 빠른 속도로 발전되어야 한다. 혁신은 멈추면 안된다. 그리고 이건 배운자들과 노력하는자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다. Let’s all get moving.

스타트업 바이블 전자책 제작 후기

*이 글은 <스타트업 바이블>을 iBook으로 작업해주신 요구맹(堯口孟)님(@eh_dirty)이 기고해 주신 글입니다.
**원글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배기홍 님이 쓴 종이책 <스타트업 바이블>을 iBooks용으로 제작하는 일을 맡았다. 관련 글은 여기 있다.
먼저 전자책 포맷을 선택한다. 전자책 표준(EPUB)으로 제작하느냐, 아니면 애플 iBooks Author 포 맷으로 제작하느냐. 처음에는, 당연히 iBooks Author가 EPUB보다 기능이 많고 있어 보이기 때문에 iBooks Author를 선택했다. 하지만 일차 작업 결과물을 내놓고 배기홍 님과 상의 끝에 EPUB으로 만들기로 했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지만 iBooks Author로 제작한 전자책은 독자 입장에서 유저 인터페이스가 당황스럽게 생소했다.

<스타트업 바이블> 원고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로 작성됐다. 각주(Footnote)를 미주(Endnote)로 변환하고, 적당하게 스타일을 적용하고, 이미지 파일을 삽입해서 EPUB으로 변환하면 간단하다. 문제는 워드는 EPUB 변환을 지원하지 않는다. 워드 파일을 EPUB으로 변환하는 프로그램을 돌리면 간단하겠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그래서 EPUB 변환을 지원하는 맥 OSX용 Pages ’09 (유료 $19.99) 워드 프로세서를 사용하기로 했다. 물론 Pages는 DOC 파일을 읽을 수 있다.
그럼 Windows PC에서는 어떻게 하는가? 답은 없다. iTunes Store에 EPUB 파일을 올리려면 iTunes Producer(무료)라는 프로그램이 필요한데 애플은 물론 윈도용 iTunes Producer를 내놓지 않았다.
Pages에서 DOC 파일을 읽은 후에 모든 한글 글꼴을 AppleGothic으로 바꾼다. 왜냐 iOS5.01까지는 한글 글꼴이 AppleGothic 하나 밖에 없다. 그리고 EPUB으로 변환한다.
자 그러면 아이패드에서 제대로 보일까? 컴퓨터에 아이패드를 연결하면, iTunes 프로그램에 아이패드 아이콘이 뜬다. 이 아이콘에 만들어놓은 EPUB 파일을 끌어다놓으면 아이패드 내의 iBooks에 EPUB이 등록된다.

만족스럽게 책이 나왔을까? 글자 크기나 글자색이 마음에 안들 수 있다. Pages에서 고쳐서 다시 해보자. 적어도 줄 간격은 마음에 안 들 것이다.
그래도 안 되면 EPUB 파일을 수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Sigil(무 료)이라는 EPUB 에디터를 다운로드 받아서 EPUB파일을 열어보면 Text, Styles, Images 폴더가 있다. Text 폴더에는 HTML 파일들이 저장되고, Styles에는 CSS 파일, Images에는 그림 파일이 있다. Styles 폴더 아래에 있는 CSS 파일을 수정하면 줄 간격이나 글자 크기를 수정할 수 있다. CSS가 뭔지 모르면 아는 웹 디자이너나 개발자에게 문의한다.
이제 EPUB을 iBookstore에 올려보자.  iTunes Store 계정을 만들자. Paid Books Account와 Free Books Account가 있는데 Paid Books Account를 선택하면 먼저 자신의 iTunes 계정을 물어본다. 그래서 OK를 하면 자신의 iTunes 계정이 Paid Books Account로 지정된다. 나중에 Free Books Account로 못 바꾼다. 같은 논리로 Free Books Account를 선택하고 자신의 iTunes 계정을 입력하면 자신의 iTunes 계정이 Free Books Account로 지정되고 나중에 Paid Books Account로 못 바꾼다.
Paid Books Account가 있으면 전자책을 무료로 팔 수도 있고 가격을 매길 수도 있다. 단 전자책용 ISBN과 자신이 미국 국세청에서 발급받은 납세자번호(EIN)가 필요하다. EIN을 만드는 방법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잘 나와있다.
이제 iTunes Store 계정으로 iBookstore에 로긴해보자.  iTunes Producer 2.5.1을 다운로드 받는다. iTunes Producer 사용방법은 인터넷 검색을 하면 된다. 그런데 ISBN은 어떻게 만드나?
공짜로 ISBN을 만들려면 출판사 등록을 하고 한국문헌번호센터에서 무료로 발급받는다. 출판사 등록하기 귀찮으면 미국 사이트에서 ISBN을 사면 된다. 하나에 $125, 열 개에 $250이다.

iTunes Producer에서 필요한 정보를 다 입력하고 전송 버튼을 누르면 일단 접수가 완료된다.

iBookstore에 가서 ‘Manage Your Books’를 클릭하면 전자책 처리 상태가 나온다. 만약 안 나온다면 5분 정도 기다렸다가 다시 시도한다. ;)
그러면 iBookstore에서 응답이 올 때 까지는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가? 아직 모른다. ;)
그래서 나온 결과물은 여기에 있다.

@eh_dirty

FAQ
1. 너무 복잡한데 더 쉬운 방법 없나요?
Smashwords 같은 aggregator 사이트에 등록하면 완전 공짜로(무료 ISBN 포함) iBookstore를 포함한 미국 온라인 서점에 올려준다. 수익 배분율도 좋다. 단, 원고는 DOC 포맷이어야 한다. EPUB은 안 받는다. 실제로 이 사이트로 한글책을 iBookstore에 올린 분이 있다.

2. 전 종이책을 낸 저잔데 출판사와 별개로 전자책을 내도 되나요?
계약서에 명시적으로 전자책에 대한 조항이 없다면 혹은 있더라도 독점출판계약이 아니라 비독점출판계약인 경우 아니면 아예 계약이 소멸된 경우, 텍스트에 대한 저작권은 저자에게 있다. 답은 그렇다이다. 본인은 변호사가 아니다. 자세한 사항은 인터넷 검색을 해본다.
단, 책 커버나 책 안에 삽입된 일러스트와 사진은 원저작자에게 저작권이 있기 때문에 원저작자와 따로 계약을 해야 전자책에서 사용할 수 있다. 원저작자가 해당 출판사 직원인 경우는 대개 출판사에게 저작권이 있다.

3. 전자책을 내면 잘 팔리나요?
최근 인터넷 교보문고를 통해 (종이책을 안 내고 바로) 전자책 에세이집을 낸, 서울시 마포구 서교동에 사는 최광희 씨에게 물어봤다.

“아무래도 종이책만큼 홍보가 어렵다는 것, 독자들이 가진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을 극복하는 게 힘들구나, 하는 걸 느낍니다. 여전히 독자들은 책과 관련해서는 전자책보다 손에 들고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종이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한 것 같습니다. 아무튼 트위터를 통해 열심히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출판업계에서는 전자책이 2,000권이상 팔리면 대박이라고 한다. 최광희 씨는 2월 24일에 책을 출간해서 3월 2일 현재까지 175권을 팔았다.

4. iBookstore에 올라온 스티브 잡스 전기 한글판은 AppleGothic이 아닌 다른 명조체를 썼던데요?
저작권 문제가 해결된 글꼴 파일을 EPUB 파일에 첨부시키고 파일 몇 개를 수정하면 됩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바이블>에는 적용하지 않았습니다. 새 iOS 버전이 나오면 스티브 잡스 전기에 사용된 산돌 글꼴이 포함되서 iPad, iPhone에 적용되리라 전망합니다.

5. 종이책에 썼던 ISBN을 전자책에 그대로 쓰면 안 되나요?
안 됩니다.

스타트업 바이블 iBook(무료배포)

* 제가 몇 주 전에 무료로 배포한 ePub 파일을 타 웹사이트나 본인들이 운영하는 카페에 아직도 올려놓고 있는 분들은 내려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물론, 제가 DRM도 안걸린 파일을 무료로 배포해서 스스로 자초한 상황이기도 하지만 (그리고 예상을 못했던것도 아니지만), 책을 잘 읽으셨다면 작가와 출판사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는 지켜주시면 감사드리겠습니다.

* Update 3: 스타트업 바이블 iPad App 출시되었습니다. 4/4일까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습니다. 그 이후에는 $0.99로 모십니다. (포도트리 @podotree에서 수고해 주셨습니다)

* Update 2: 스타트업 바이블 iBook 출시되었습니다. $0.99로 모십니다. (미국 계정 필요) 

* Update 1: iOS 5.1로 업그레이드하면 글꼴이 훨씬 더 아름다워집니다. 

** 스타트업 바이블 eBook 작업을 깔끔하고 정성스럽게 해주신 요구맹님(@eh_dirty)에게 감사드립니다. 혹시 이 글 읽으시는 분 중 이북 변환/출판 작업이 필요하신 분 있으면 적극 추천합니다.

‘스타트업 바이블’ eBook 변환 작업을 끝내고 오늘 iTunes Bookstore에 올렸다. 엄청나게 어려운 작업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생각보다 간단하지는 않았다. 내가 직접 변환을 하지는 않았지만, 작업해주신 요구맹님(@eh_dirty)을 옆에서 관찰한 결과 아직 iTunes Bookstore가 공식적으로 한국에서 available하지 않고 한글을 완벽하게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들이 이북의 아름다운 변환에 큰 걸림돌이 되었다. 참고로, 이북 변환 과정에 대해서는 다른 포스팅을 통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스타트업 바이블 iBook은 (종이책이) 이미 출간된지 1년 7개월이 되었기 때문에 아주 화려한 변신을 하지는 않았지만 현재 YES24나 교보문고에 올라와 있는 이북에 비해서 다음 부분들이 추가/향상되었다:
-역시 iBook 답게 아주 beautiful한 eBook이 만들어졌다
-각주 처리를 제대로 했다(페이지마다 각주(footnote) 처리가 안되어서 책 맨 뒤에 미주(endnote) 처리를 했다)
-Online Resource라는 페이지를 추가했다
-그리고 내가 직접 손으로 쓴 note를 추가했다

아직 승인된거는 아니지만, 승인을 받더라도 아이튠즈 한국 계정만 가지고 계신분들은 미국 계정을 만들어야하는 번거로움이 발생한다. 물론, 애플 북스토어가 한국에 공식적으로 출시되지 않은게 내 잘못은 아니지만, 그동안 독자분들이 나한테 보여주신 과분한 관심에 대한 보답과 아이튠즈 계정의 불편함을 조금이나마 해소시켜드리기 위해서 무료로 배포한다(다만, iTunes Bookstore가 한국에서 공식 출시되면 그때는 $0.99로 유료화 할수도 있슴).

하지만, 무료로 배포를 해도 미국 아이튠즈 계정 만드는게 힘들고 귀찮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ePub 파일을 무료로 배포한다. 여기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슴(오늘부터 2주 동안만; 끝났습니다).

ePub 파일을 다운 받으신 분들은 다음 방법으로 ‘스타트업 바이블’ iBook을 읽을수 있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사파리로 접속해서 클릭하고 다운로드가 완료되면 iBooks로 열겠냐는 물음이 나오고 이때 오케이하면 된다.
-다운받은 ePub 파일을 이메일로 첨부 보내서 아이패드나 아이폰 이메일로 열면된다. 첨부파일을 그냥 클릭하면 자동으로 iBooks를 통해서 열린다.
-다른 방법은 iTunes를 실행해서 Library > Books에 다운받은 ePub 파일을 drag&drop;하고, 아이패드나 아이폰의 Books 부분으로 가서 sync를 하고 iBooks 프로그램으로 열면 된다.
*기본적으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에 iBooks 앱이 깔려 있어야 함

이미 책을 구매하신 분들은 그냥 보너스라고 생각하고 다운 받아주시고, 책을 아직 구매하지 않으신 분들은 좋은 컨텐츠를 무료로 읽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주시면 좋겠다.

Enjoy!

The REAL VC – 영업하는 VC

나도 개인적으로 괜찮은 아이디어와 스타트업에 소액투자를 하고 있고, 주위에 VC들이 워낙 많이 있어서 VC(Venture Capital)라는 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갈수록 VC라는 업이 투자보다는 영업에 가깝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는데 얼마전에 다시 정독한 ‘The Facebook Effect’에서 Kevin Efrusy 관련 내용은 이런 내 생각을 확고히했다. 책을 읽으셨거나 페이스북의 역사를 잘 알고 계시는 분들은 실리콘 밸리의 Accel이 페이스북에 투자했다는걸 잘 아실거다. Accel이 2006년도에 페이스북에 투자한 1,270만 달러는 만약에 페이스북이 올해 1,000억 달러 밸류에이션에 상장을 한다면 자그마치 100억 달러가 되는 셈이다. 쉽게 말하자면, 투자한 1달러가 800달러가 된다. 액셀의 페이스북 투자 관련해서 언론에서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건 액셀의 스타 파트너 Jim Breyer이다. 물론 브라이어씨는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현명한 투자를하는 VC 중 한명이며, 그가 선견지명이 있다는걸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것이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건 바로 페이스북을 진흙속에서 발견하고 액셀의 페이스북 투자를 주도한 사람은 Kevin Efrusy라는 사회초년 VC라는 점이다.

Efrusy씨는 2003년도에 액셀에 입사했다. 입사와 함께 그에게 떨어진 임무는 바로 소셜과 뉴미디어 분야에서 ‘next big thing’을 발굴하는 것이었다. 그는 주어진 임무를 다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리콘 밸리와 미국의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젊은 창업가들과 인터넷 스타트업들을 sourcing하기 시작했고, 그러다가 친구를 통해서 페이스북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지금은 페이스북이 너무나 당연한 투자대상 1호지만, 때는 2004년도였다. 당시 페이스북 유저 수는 100만명도 채 되지 않았으며, 아직도 ‘소셜네트워크’라는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고 널리 퍼져있지 않았을때이다. 하지만 Efrusy씨는 페이스북의 엄청난 마케팅 잠재력을 직감적으로 감지했다. 그리고 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페이스북에 투자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그는 Mark Zuckerberg와 Sean Parker한테 계속 이메일을 보냈고 전화를 시도했지만 매번 보기좋게 무시당하거나 거절당했다. 한번은 그는 저커버그한테 “페이스북이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액셀에서 하늘과 땅까지 움직이겠다(move heaven and earth)”라고까지 한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당시 VC들로부터 투자유치에는 큰 관심이 없었다. 이미 Peter Thiel로부터 50만 달러의 투자를 받은 상황이였고 이미 스타트업 운영과 투자 관련해서 산전수전을 다 겪은 Sean Parker가 저커버그를 옆에서 코칭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결국 Efrusy는 페이스북의 사무실 주소를 친구로부터 알아낸 후, 직접 사전연락 없이 불쑥 방문하기로 결심했다. 그가 방문했을 당시 페이스북 사무실은 그전날 파티로 인해서 완전 개판이었다고 한다. 술병이 여기저기 널부러져있었고, 어떤 페이스북 직원은 이마가 깨져서 피가 질질나고 있었다고 한다. 당시 저커버그는 부리또를 먹고 있었는데 Efrusy는 다음 주 월요일 액셀의 투자자 파트너 미팅이 있을 예정이니 그때 꼭 사무실로 찾아오라는 말을 저커버그한테 하고 사라졌다.

다음 주 월요일 오전 10시에 저커버그는 반바지에 티 그리고 쪼리를 신고 액셀의 사무실에 나타났다. 그리고 정확하게 5일 후에 액셀은 페이스북에 1,270만 달러의 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페이스북이 상장을 해봐야지 알겠지만 어쩌면 이 deal은 실리콘 밸리 역사상 가장 수익성이 좋고 현명한 VC 투자로 남을 가능성이 높다. 

VC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우리 역사상 최고의 deal은 Kevin Efrusy라는 젊고, 거침없고 무모한 초년 VC가 발굴해서 성사시켰다. 나는 Efrusy씨의 이야기를 다시 읽으면서 투자자로써 갖추어야할 마음가짐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을 해봤다. 내 주위의 너무나 많은 VC들이 – 어쩔때는 나도 – ‘갑’의 허상에 사로잡혀있다. 본인들이 돈을 가지고 있으니 VC가 마치 무슨 벼슬인마냥 착각하는데 절대로 그렇지 않다. 모든 VC들은 Efrusy씨와 같이 아주 공격적으로 영업을 해야한다. 마치 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의사들한테 약을 팔듯이(제약회사 영업사원이 영업하는걸 본 사람이라면 이 세상이 얼마나 치열한지 잘 알것이다) 좋은 스타트업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영업을 해야한다. 이 세상에 돈은 널려있다. VC들도 널려있다. 그 많은 VC 중 좋은 스타트업에 다른 VC가 아닌 우리한테 투자할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걸 진심으로 감사해야하며, 창업가들과 스타트업들을 serve할 마음가짐을 갖추어야한다.  

투자받기 위해서 스타트업들이 VC들을 쫓아다니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이제는 VC들이 좋은 스타트업을 쫓아다녀야 한다. 직접 발로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구석구석 deal sourcing할 능력이 없는 VC라면 페이스북과 같은 스타트업에 투자할 기회는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참고:
Mahendra Ramsinghani, Facebook’s Unsung Heroes“(peHUB, 2012.02.16.)
-David Kirkpatrick, “The Facebook Effect“(Simon and Schuster, 2010.06.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