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네이버의 왕관 뺏기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모든 스타트업은 어느 정도의 유료 마케팅을 한다. 가장 인기 있는 유료 마케팅은 광고인데, 스타트업이라면 모두 다 검색 광고와 소셜미디어 광고에 돈을 쓰고 있다. 스타트업이 검색광고와 소셜광고에 집행하는 비용이 어느 정도일까? 공식적인 연구나 조사를 한 적은 없지만, 투자자들에게 물어보면, 포트폴리오 회사들이 VC 투자금의 절반 정도를 구글, 네이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에서 마케팅 비용으로 사용한다고 한다. 나도 생각해보면, 우리 투자금의 절반 정도가 구글, 네이버와 페이스북으로 흘러?들어가는 것 같다. 엄청난 돈이다.

본인들의 서비스를 홍보하기 위해서 이렇게 남의 플랫폼에서 돈을 과하게 사용하는 걸 스타트업 대표들이 모를 리 없고, 이야기해보면 모두 다 아까워하지만, 현재로서는 네이버, 구글,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유튜브만큼 좋은 온라인 마케팅 채널이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 먹기로 마케팅 비용을 집행하고 있다. 아마도 한국에서는 구글보단 네이버에서 광고비를 많이 쓰는데, 대부분 창업가의 마음속엔 언젠가는 네이버의 왕관을 본인들이 뺏어와서 스스로가 네이버와 같은 대형 플랫폼이 되는 목표가 있을 것이다.

네이버의 왕관은 엄청 무겁다. 이 왕관을 뺏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우리 서비스의 브랜딩이 확실하게 만들어져야 하고,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아닌 우리 제품을 먼저 실행해야 한다. 현재의 유저 시나리오는, 사용자들이 무의식적으로 네이버로 들어가서, 본인들이 원하는 걸 검색하고, 검색 결과를 클릭해서 운 좋으면 우리 서비스로 전송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사용자들이 네이버가 아닌 우리 서비스를 먼저 열고, 여기서 필요한 걸 검색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정말로 많은 돈, 시간, 그리고 인력이 필요한 작업이다. 이렇게 많은 돈, 시간과 인력을 투입해도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네이버의 왕관을 뺏는데 일부 성공한 내가 아는 회사들이 몇 개 있다. 일단 쇼핑 분야에서 쿠팡이 어느 성도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과거에는 가장 좋은 물건을 가장 싼 가격에 사기 위해서 네이버에서 먼저 검색하고, 이 검색 결과 중 하나를 클릭해서 쿠팡이나 다른 이커머스 서비스로 넘어가는 과정이 온라인 쇼핑의 일반적인 프로세스였다. 이젠 많은 사용자들이 그냥 쿠팡 앱을 실행하고, 여기서 물건을 검색해서 구매한다. 즉,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쿠팡이 네이버와 같은 검색, 발견, 그리고 구매의 플랫폼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쿠팡은 아직도 네이버와 다른 소셜 마케팅 플랫폼에서 마케팅 비용을 엄청나게 많이 집행하는 거로 알고 있지만, 어쨌든 이커머스 분야에서는 확실한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네이버의 왕관을 뺏는 시도를 계속할 것이다.

당근마켓 또한 중고 거래 분야에서는 네이버의 왕관을 확실하게 뺏었다고 생각한다. 당근마켓 초기 시절에는 네이버 검색을 통해서 당근마켓의 중고 거래 물품을 발견하고, 그 이후에 당근마켓으로 트래픽이 전송되는 프로세스가 일반적이었다. 지금은 대부분 사용자가 바로 당근마켓을 열고, 여기서 본인들이 필요한 용품을 검색하고 거래한다. 유저들에겐 중고 거래 분야에서는 당근마켓이 바로 네이버가 된 셈이다. 정확한 수치를 밝힐 순 없지만, 당근마켓에서 쿼리되는 검색 수가 이런 시장의 트렌드를 잘 반영해주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당근마켓은 중고 거래에서 다른 분야로 계속 영역을 확장하면서 네이버의 왕관을 야금야금 뺏어 먹을 것으로 예측된다.

홈 서비스 영역의 우리 투자사 미소와 생활 솔루션 영역의 숨고 또한 궁극적으로는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가사도우미가 필요하면 일단 대부분의 유저는 네이버에서 ‘가사도우미’ , ‘집안 청소’ 등으로 검색한다. 그러면 미소나 청소연구소 링크가 검색 결과로 나오고, 이 중 하나를 클릭해서 운 좋으면 실제 사용으로 전환된다. 숨고 또한 비슷하다. ‘피아노 레슨’ , ‘파워포인트 작성’ 등과 같은 생활 업무를 해줄 분이 필요하면 일단은 네이버를 먼저 실행해서 검색부터 한다. 여기서 나오는 수많은 결과 중 하나가 숨고에 등록된 프로들이고, 운 좋으면 숨고를 클릭해서 전환된다.

숨고나 미소나, 이렇게 중간에 네이버를 거치는 과정을 없애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즉, 사용자들이 청소 또는 집과 관련된 그 어떤 서비스가 필요하면 네이버로 가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미소를 먼저 실행하고 마치 홈서비스를 위한 검색 엔진처럼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미소는 홈서비스라는 버티컬에서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숨고도 마찬가지다. 살면서 “어떡하지?” 상황이 발생하면 네이버로 가서 검색하는 게 아니라 숨고를 마치 검색 엔진처럼 가장 처음 사용하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다. 숨고는 국민 생활 솔루션이라는 다소 큰 버티컬에서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한 전쟁을 하고 있다.

엄청 힘들고, 돈과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해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시도하다가 망할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면 10년 넘게 시장을 독점 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플랫폼 스타트업은 네이버의 왕관을 뺏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한다.

현실적인 밸류에이션

요새 비도 많이 오고, 엄청 덥고 습한데, 테크 업계에서는 추운 겨울 이야기로 난리다. 어떤 분들은 스타트업과 펀딩의 종말에 관해서 이야기하고, 어떤 분들은 일시적인 시장 조정 현상이라는 말을 한다. 모든 숫자와 데이터는 불경기와 인플레이션을 보여주는데, 미국 대통령은 경제는 건강하다고 말하고 있다. 정부와 전문가의 말도 너무 달라서 누구의 말을 들어야 할지, 그리고 현실이 정말로 어떤지는 그 누구도 모르는 것 같다.

나한테도 많은 분이 이 질문을 한다. 솔직히 경기가 앞으로 어떻게 될진 나도 전혀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내년까진 꾸준히 안 좋아지는 전형적인 slow death 양상을 보이지 않을까 싶다. 많은 투자자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같고, 요새의 조심스러운 분위기는 이런 우려를 잘 반영하고 있다.

상황은 좋지 않지만, 돈이 필요한 회사들은 투자 유치를 계속 해야 한다. 돈이 없어서 생존을 위해서 펀딩을 해야 하는 회사들도 있고, 돈이 있지만 이 기회를 잘 활용해서 더 빠르게 성장해야 하는 회사들도 있다. 어쨌든 투자를 받아야 하고, 요새 분위기는 나름 좋았던 과거 10년 펀딩 분위기와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어떻게 펀딩을 해야 하는지 많이들 물어보는데, 그냥 내가 요새 보고 느낀 점 몇 가지를 공유하고 싶다.

일단 모든 창업가는 밸류에이션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면 좋을 것 같다. 창업가는 현재 상황보단 사업의 미래 가능성을 기반으로 회사의 가치를 산정하고, 투자자는 사업의 미래가 없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에 현재 상황만을 기반으로 회사의 가치를 산정한다. 그래서 항상 창업가와 투자자의 밸류에이션에는 괴리가 존재하는데, 그 차이가 너무 큰 경우를 자주 본다. 평소 같으면 이런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창업가는 투자자를 확신, 자신감, 그리고 논리로 설득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치거나, 또는 FOMO를 형성하기 위해 다른 투자자들로부터 텀싯을 받거나, 긴박한 분위기를 만드는 판을 짜기도 한다. 그런데 지금같이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구매자(=투자자)가 유리한 시장에서는 이런 노력이 잘 통하지 않는다. 투자자들은 이미 “이 정도 선을 넘으면, 그냥 다른 회사에 투자해야지.”라는 심리 상태이기 때문에 본인들이 처음부터 마음에 생각하는 적당한 수준의 밸류가 아니라면 협상의 여지 없이 그냥 딜 자체를 부러뜨릴 것이다.

그래서 지금 같은 시장에서는 창업가들이 회사의 가치를 산정할 때, 매우 현실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물론, 회사의 가능성이 어느 정도 감안된 가치로 투자 유치를 하되, 그 숫자가 마치 J 커브가 만들어진 후 회사의 모습을 반영하면 그냥 그 자리에서 거절당할 확률이 높다. 밸류에이션 자체도 너무 높지만, 금액도 그만큼 높아지기 때문이다. 오히려 J 커브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금액, 그리고 현재의 수치와 상황이 많이 반영된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이야기를 시작해야지만, 잘하면 두 번째, 세 번째 미팅까지 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투자받는다는 보장은 전혀 없다. 투자를 받아도 오히려 밸류에이션은 더 깎일 확률이 높을 것이다.

우리도 정말 하기 싫은 말이고, 우리 같은 기투자자에겐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냉정하게 말하면, 이전 라운드와 동일한 밸류로 투자받는 flat round가 요샌 오히려 성공적인 펀딩이고, 이전 라운드보다 더 낮은 밸류로 투자받는 down round 또한 괜찮다는 이야기를 우리 대표님들에게도 하고 있다.

겨울 나라의 현실로 온 걸 환영한다.

Top Gun: Maverick

2019년도 여름이었던 것 같은데, 누군가 페이스북에 영화 예고편을 공유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손가락으로 넘겼을 텐데, 섬네일에는 전투기 조종석에 있는 파일럿이 보였고, 이 파일럿은 톰 크루즈인 것 같았다.

“설마?” 하고 너무 반가운 마음에 클릭해서 유튜브로 넘어갔는데, “Top Gun: Maverick”의 예고편이 내 눈앞에서 재생됐다.

“After 34 years, Tom Cruise returns as Maverick.”

이 멘트를 듣자마자 심장이 멎는 듯 했다. 탑건의 후속편이 만들어질 거라고는 전혀 예상치 못 했던 나로서는 너무 놀라웠다. 내 10대 때 가장 재미있게 본 영화의 후속편이 제작되고 있고, 그것도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톰 크루즈가 그대로 다시 출연한다는 소식은 소름이 돋을 정도로 멋지고, 흥분됐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2020년 여름에 개봉했을 텐데, 우여곡절 후에 2022년 6월에 출시됐다.

줄 서서 보고 싶은 영화였지만, 나는 개봉 한 달 후에 봤고, 그동안 영화를 본 분들의 관전평을 읽지 않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했다. 와이프는 별로 보기 싫다고 해서 대학교 친구 두 명과 친구의 중학생 아들과, 이렇게 네 명의 남자가 드디어 기대하고 기대하던 이 영화를 봤다.

Top Gun Anthem 도입부의 “쿵…” 소리를 듣자마자 난 그냥 영화를 보지도 않고 평점 10점을 주고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후에는 100점을 주고 싶었다. 뻔한 스토리, 그것도 1편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인데, 숨죽이면서 매 장면을 최선을 다해서 봤다. 비행, 싸움, 우정, 사랑, 희생, 가족 등, 너무나 뻔한 요소들이 들어간 뻔한 내용의 영화지만, 전 세계 남녀노소의 감정을 자극하기엔 충분했다.

유튜브에서 탑건 2 제작 과정에 대한 이 영상을 봤는데, 이 또한 흥미진진했다.

톰 크루즈가 탑건 2를 항상 촬영하고 싶었지만, 멋진 후속편을 위한 스토리와 이 스토리를 뒤받쳐 줄 만한 기술이 시중에 나왔을 때 하고 싶었고, 이를 위해서 30년 이상을 기다렸다는 이야기가 참 인상적이었다.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실제 비행기를 조종하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비행기 조종석에 아이맥스급 카메라 4개를 장착했고, 단순 CG를 사용한 게 아니라, 배우들이 실제로 비행 훈련을 받아서 많은 비행 장면을 실제로 소화했고, 물에 불시착했을 경우 죽지 않고 수중 탈출할 수 있게 수영장 안에서 훈련하는 장면은 상당히 재미있었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제리 브룩하이머는 “지금까지 이런 항공 영화는 없었고, 앞으로 또다시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다.”라는 이야기를 자신 있게 했는데 그만큼 최첨단 촬영 기술이 동원됐고, 영화 촬영을 위해 배우들이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 인 것 같다. 나도 동의한다. 허접하지만 감동을 주는 스토리라인, 훈련을 많이 한 개성 있는 배우들, 그리고 최첨단 기술과 촬영 기법으로 인해서 이 영화는 항공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건 확실하다. 이 요소 모두가 탑건 2의 확실한 진입장벽이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탑건 2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톰 크루즈 자체라고 생각한다. 60세의 나이에 이런 멋진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또 있을까? 톰은 관리의 대명사로 잘 알려졌지만, 이 정도로 자기 관리가 철저한 줄은 몰랐고, 촬영 현장에서도 영화감독이 해야 할 많은 일을 스스로 맡아 솔선수범했다고 하다. 한글 자막을 읽으면 정확한 뉘앙스가 전달이 안 되는 대사가 몇 개 있었는데, 이런 대사들마저 다른 배우가 했다면 어색했을 것이다. 톰 크루즈만의 표정, 눈빛, 그리고 몸짓으로 소화했기 때문에 상당히 세련되고 멋진 많은 대사와 장면이 합쳐진 게 탑건 2이다.

우리도 투자하면서 느끼는 것 중 하나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의 진정한 진입장벽은 그 회사의 창업팀 그 자체라는 건데, 이런 진입장벽은 극복하기가 정말로 어렵기 때문에 사람 자체가 진입장벽이면 그 사업을 카피하는 게 쉽지 않다. 아마도 탑건 프랜차이즈도 톰 크루즈 자체가 가장 큰 진입장벽이기 때문에 앞으로 이런 항공 영화를 만드는 게 정말 힘들지 않을까 싶다.

최고의 창업기회

내 책 ‘스타트업 바이블‘에서 가장 많이 강조된 내용은 창업의 3가지 필수조건인 사람, 돈, 그리고 아이디어다. 나열한 이 순서대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아이디어가 가장 덜 중요하고,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도 투자할 때 웬만하면 단독 창업가보단 공동 창업가가 있는 팀을 선호하고, 나는 공동 창업가가 없으면 웬만하면 창업하지 말라는 조언까지 한다. 그런데 이 힘든 여정을 오랫동안 같이 할 공동 창업가는 도대체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창업을 꿈꾸는 분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 하나이다.

어디로 가면 좋은 사람이 많다는 정답을 줄 순 없지만, 경험상 이건 말해줄 수 있다. 어려울 때 깨지지 않고 오래 가고, 이렇게 버티다 보면 결국엔 성공하는 팀의 공통점을 보면, 학교 친구(주로 고등학교 이후의 친구들인데, 이 시점부터 미래와 커리어에 대해 고민을 하기 때문인 것 같다) 또는 직장 동료인 경우가 상당히 많다. 우리가 투자한 230개가 넘는 회사 중 지금 잘하는 회사들만 봐도 이 코파운더 구조가 나름 잘 적용되는데, 그냥 깊이 생각하지 않아도 이해가 간다. 이해관계가 어느 정도 얽혀있는 사회에서의 관계가 시작되기 전부터, 인간적으로 오랫동안 친한 사람들이고, 서로를 나름 깊게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창업이라는 힘든 여정을 같이 하면서 좋을 때보단 좋지 않을 때 관계가 깨지지 않고 오래 간다는 건 정성적으로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학교 친구와 직장 동료의 관계를 조금 더 정량적으로 들어가서 분석해보면, 왜 이들이 좋은 코파운더가 되는지,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학생일 때와 직장 다닐 때가 왜 창업을 위한 최고의 기회인지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일단 내가 좋아하는 워렌 버핏 이야기를 해보자. 버핏의 투자 원칙은 가치 투자이다. 가치 투자는, 특정 기업의 가격이 본연의 내재 가치보다 낮을 때 투자하는 전략이다. 간단한 예를 들면, 버핏이 계산했을 때 나이키의 실제 가치를 반영한 주식 가격이 $100이라면, 시장에서의 가격이 $100 이상일 때는 투자하지 않지만, 이 가격 이하로 떨어지면 대량으로 투자하는 방법이다. 즉, 제대로 실행한다면 가장 좋은 매물을 가장 적은 취득 비용에 구함으로써 장기적으로 항상 돈을 벌 수 있는 전략이다.

학교는 창업을 위한 가장 값진 자원을 가장 적은 비용에 취득할 수 있는 곳이다. 한가지 자원이 아니라 지식, 책, 정보, 코파운더, 세계적인 석학 등의 다양한 자원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이런 자원을 가장 싸게 구할 수 있는 시간이 꽤 길어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직장도 마찬가지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한 직장에 평균 3년 정도 일 한다고 가정해보면, 직장 밖에서는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다양한 자원을 아주 오랜 기간 동안 가장 적은 비용에 취득할 수 있는 곳이다(학교의 경우 거의 공짜라고 할 수 있다. 부모님이 학비를 부담하면).

종합해보면, 학생일 때와 직장인일 때 미래의 그 어느 시점보다 더 낮은 가격에, 더 많은 지적자산에 용이하게 접근할 수 있다. 창업을 위한 가장 소중한 자원은 사람인데, 좋은 코파운더와 팀원에 대한 접근성을 학교와 직장은 거의 공짜로 제공하기 때문에, 이 글을 읽는 분들이 학생이거나 직장인이면, 지금이 창업하기에 최고의 기회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참고로, 주로 고등학교, 대학교 또는 대학원 친구들이 좋은 코파운더가 되는 이유는 아마도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는 아직은 본인들이 미래에 대한 그림을 그리기 전이고, 뭔가 심각하게 커리어에 대해서 고민할 나이가 아니라서 그런 것 같다. 아, 물론, 항상 그런 건 아니다. 스트롱의 코파운더인 존과 나는 초등학교 친구이다.

진화하는 창업가

사람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투자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창업가의 자질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실은 이 질문은 항상 받기 때문에 몇 년 전에 관련된 내용을 블로그에 정리한 적이 있다. 이 글에서는 대표이사나 창업가의 펀딩과 채용 능력에 관해서 썼는데, 그동안 ‘좋은 창업가’의 정의에 대한 내 생각이 보강돼서 몇 자 더 적어본다.

일단, 대표이사의 펀딩과 채용 능력은 여전히 중요하다. 실은, 사업 환경이 더욱더 힘들고 불확실하고, 경기가 좋지 않을수록 외부에서 자금을 수혈받을 수 있는 능력과 네트워크, 그리고 이 자금을 가장 효율적인 결과로 만들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을 회사로 데려오는 능력과 네트워크는 그 어느 때보다 더 중요하다.

스타트업에게 자금은 피와도 같다. 피가 몸에서 돌지 않으면, 우리가 살지 못하듯이, 회사에 돈이 돌지 않으면 망한다. 돈은 그냥 생기는 게 아니라, 우리가 직접 벌든지, 아니면 외부에서 인위적으로 가져와야 하는데, 초기 스타트업은 돈을 벌 수 있는 제품, 시스템이나 비즈니스 모델이 아직 없기 때문에 대부분 외부에서 돈을 끌고 와야 한다. 아무것도 없는 회사가 그 가능성을 팔고, 이에 대한 대가로 투자를 받는 건 거의 예술에 가까운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남의 투자를 받는 것도 너무 힘든데, 이걸 회사에 유리한 조건으로 받아 오는 건 정말로 mission impossible이다. 이 단계에서 투자유치에 성공하는 건, 전적으로 창업가의 능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지금까지 엄청 많은 회사에 투자했지만, 투자를 위해서 같이 만나고 대화했던 창업가/대표는 정말로 아주 특별하고 신비한 사람들이다. 펀딩을 못 하는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위에서 말한 대로, 돈은 회사를 돌아가게 하는 피와도 같다. 그리고 피와 같은 돈으로 제품을 만들어서 판매하고, 다시 회사에 자금을 공급하기 위해서는 좋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창업가의 또 다른 중요한 자질은 좋은 사람을 채용할 수 있는 능력이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 “당신이 지금 힘들게 채용해서 만드는 team이 바로 당신이 만들 회사 그 자체임을 잊지 말아라.”는 말은 날이 갈수록 중요해지고 있다. 누가 봐도 망하는 서비스를 유니콘으로 만드는 것도 좋은 사람들이고, 누가 봐도 유니콘이 될만한 서비스를 망하게 하는 것도 나쁜 사람들이다. 창업가는 지속적으로 받는 펀딩으로, 지속적으로 본인보다 똑똑하고 일 잘하는 사람들을 채용해야 한다. 실은, 이런 좋은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도 널려있지만, 이들이 듣보잡 스타트업으로 이직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이런 사람들을 데려오는 건 절대적으로 창업가/대표의 능력이다. 채용을 못 하는 대표가 운영하는 스타트업은 오래갈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실은, 펀딩과 채용의 기본이 되는 게 있는데, 이건 좋은 제품이다. 어떻게 보면, 대표이사와 창업팀의 가장 기본이 되는 능력은 고객을 감동하게 하는 좋은 프로덕트 빌딩 기술이다. 좋은 제품을 못 만들면, 펀딩도 못 하고, 채용도 힘들다. 기술력이 있는 팀, 제품이 있고 가능성을 보이는 초기 수치가 있는 팀, 제품에 대한 생각하는 논리와 프로세스가 좋은 팀, 또는 과거에 엄청난 프로덕트를 만들어 본 경험이 있는 팀, 이 모두 다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팀이고, 이런 팀이 펀딩과 채용을 더 잘할 확률이 높다.

제품, 펀딩, 채용, 이 세 가지는 너무나 중요한 창업가의 자질이고, 우리가 투자하기 전에 세밀하고 꼼꼼하게 따져보는 포인트들이다. 그런데 최근에 우리가 자세히 보려고 하는 네 번째 포인트가 있는데, “배울 의지가 있는 창업가” 또는 “진화할 수 있는 창업가”이다. 영어로는 founder evolution이라고 하는데, 사업을 하면 할수록 창업가가 더 좋은 창업가로 진화하고 결국엔 기업인으로 진화할 수 있는 자질을 말한다. 그리고 진화할 수 있는 자질을 판단할 수 있는 세 가지 포인트는 위에서 말 한 제품, 펀딩, 채용으로 다시 돌아오게 된다.

우리가 가장 먼저 투자해서 지금까지 계속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당근마켓의 창업가들, 클래스101의 창업가들, 핀다의 창업가들 모두 다 위에서 말 한 네 가지 자질이 압도적으로 뛰어나다. 그리고 우리가 투자하지 않았지만,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과 같은 분도 이런 능력과 자질이 있는 거로 알고 있다.

결국, 우리가 찾는 창업가의 단 하나의 특징이라고 하면, 위에서 말한 모든 자질을 포함하는 ‘진화하는 창업가’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