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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

easypam살아가면서, 또는 일하면서 필요한 여러가지 중요한 스킬이 있다. 이 중 가장 중요하지만 극소수만이 보유한게 ‘커뮤니케이션’ 스킬인거 같다.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강조하는것 중 하나가 이 커뮤니케이션 능력이지만, 실은 나도 잘 하고 있다고 자랑스럽게 말 할 수는 없다. 우리 투자사 대표들 중에는 커뮤니케이션을 정말 잘 하시는 분들도 있지만, 가끔씩은 내가 왜 저런 사람들한테 투자를 했을까 후회하게 만들 정도로 소통을 못 하는 분들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건 ‘상황이 좋지 않을때의’ 커뮤니케이션이다. 회사가 잘 되고 있으면 모두 다 행복하기 때문에 정보의 전달과 소통이 조금 부진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숫자가 좋으면 모든게 용서가 되고 용납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 그리고 스타트업들은 좋지 않을 때가 훨씬 많다 – 상황이 좋지 않을때에는 가능하면 높은 레벨의 커뮤니케이션 수준을 유지하는게 필요하다.

솔직히 말해서 스타트업이 잘 안 되기 시작하면 그 끝은 좀 빤하다. 돈도 없고, 자원도 없는 작은 회사가 불리해지면 회복하는게 쉽지 않다. 그리고 많은 회사에 투자를 해봤고, 여러가지 상황을 경험해본 현명한 투자자라면 이 사실을 누구보다 더 잘 안다. 어쩌면, 대표이사보다 투자자는 이 회사의 끝이 어떻게 될지 잘 알지도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어차피 벤처의 성공확률은 매우 낮고, 투자는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들은 3년 – 5년 안으로 망하는게 – 물론, 그렇게 안 되게 모두 열심히 하겠지만 – 현실이다.

전에도 한 번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나는 우리가 투자한 창업가 중 실패했지만 또 창업을 하면 무조건 다시 투자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는 반면에, 굉장히 성공했지만 또 창업을 해도 절대로 다시 투자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커뮤니케이션이 핵심이다. 사업의 성공 여부를 떠나서 소통을 잘 하는 창업가들한테는 믿음이 간다. 상황이 좋지 않을때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럴때는 그냥 다 포기하고 세상과 담을 쌓고 싶을때가 있다. 하지만, 현명한 창업가들은 이럴수록 회사를 믿고 투자한 투자자들과 활발하게 소통을 한다. 현황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공유하고 해결책을 같이 찾아가려는 노력을 하면 창업가와 투자자 사이에는 – 쉽게 말하면 사람과 사람 사이 – 신뢰와 존중이 생기는데, 이렇게 쌓인 감정은 비즈니스가 실패해도 평생 가기 때문에 우리는 이런 창업가들한테는 다시 투자할 의향이 항상 있다. 우리도 우리를 믿는 좋은 분들이 우리 펀드에 출자한 돈을 가지고 투자하기 때문에 이 소중한 돈이 우리가 믿는 좋은 분들한테 투자되길 원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업을 잘 하고 돈을 잘 벌어도 소통이 안되고 투명한 정보를 공유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랑은 다시는 같이 일하고 싶지 않다는게 내 지론이다.
참 안타까운건 투자를 하기 전에는 잘 모른다. 투자를 한 후에만 알 수 있기 때문에 우리도 이런 실수를 가끔씩 한다.

얼마전에 나는 우리 투자사 텀블벅에서 진행된 ‘이지팸‘이라는 크라우드펀딩 캠페인을 후원했다. 스팸을 써는게 상당히 불편하고, 나중에 설겆이 하는건 더 불편한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스팸 커팅 도구를 만드는 캠페인이었다. 인기가 많을 줄 알았는데 목표금액 700만원 중 50% 밖에 못 모으고 실패했다. 비록 캠페인은 실패했지만 이 프로젝트 오너는 후원자분들한테 진심이 담긴 소통을 정기적으로, 그리고 적시에 했다. 얼굴도 모르는 분이지만 나는 이 분이 다음에 창업을 해서 나한테 투자 받으로 온다면 굉장히 긍정적으로 검토할 의향이 있다. 생각했던거 만큼 왜 후원이 없는지, 처음에 세웠던 가설이 왜 틀렸는지, 그걸 고치기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굉장히 자세히 후원자들한테 설명하는 모습에서 창업가가 투자자들에게 투명하고 명확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소통하려는 노력을 봤기 때문이다.

이 분이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후원자들에게 보낸 “프로젝트 기간 종료를 앞두고” 라는 글을 그대로 붙여본다. 이런 인간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할 줄 아는 분이라면 사업이 실패해도 함께 하고 싶다.

안녕하세요 후원자여러분.

프로젝트 종료를 한시간여 남기고 이렇게 글을 씁니다. 결국 프로젝트는 후원목표금액의 50%를 모집하는데 그쳐 실패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의 후원자 수는 223명, 타 프로젝트와 비교해봤을 때 실패한 경우로 보기엔 후원자 수가 너무 많지만(황당하네요.) 어찌됐던 설정한 목표에 미달했으니 아쉽게도 제품을 받아보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업데이트에서 제품을 개선하고 그 사실을 알려드릴 것을 약속했지만 제품의 개선과 마케팅 전략 실행을 진행해본 바,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판단되었습니다. 그래서 텀블벅측에 프로젝트 조기종료를 요청할까 생각해봤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원금액 증가추이를 파악하기 위해 일부러 남겨두었고 꽤 의미있는 경험과 데이터를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은 전체 후원금액의 60% 정도가 단 6일만에 모였다는 점을 들 수 있겠네요. 전체 후원자수는 223명인데 이중 40여명이 하루만에 모였을 때도 있습니다.

이런 일은 첫번째론 텀블벅측에서 프로젝트를 페이스북에 노출시켰을 때 발생했고 두번째 폭발적 증가는 텀블벅에서 광고메일을 돌렸을 때였습니다. 제품의 품질도 중요하지만 마케팅과 홍보가 이렇게 중요한 줄은 미처 몰랐네요. 두차례의 외부 공개로 각각 3일씩 그 파급효과가 지속되었고 50일의 프로젝트 진행기간중 단 6일만에 60~70%의 후원자가 집중된 것은 꽤나 의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

더불어 외부 공개 이후 후원자가 공유와 공유를 거치며 후원자수 증가의 선순환에 진입하지 못하고 감소후 정체하게 된 점도 곰곰히 생각해 봤습니다. 저의 생각으론 아마 이 제품이 가진 여러 문제점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시제품 단계의 미완성 제품인데다가 프로젝트 페이지가 너무 복잡하고 자세해서 주의를 분산시키고, 더불어 두번에 걸친 절단방식 때문에 이에 거부감을 가진 분들이 많았기 때문으로 보여집니다. 그래서 외부 공개 당시엔 ‘스팸을 썰어먹기 너무 힘들다’라는 것에 아주 강하게 공감하시는 분들 위주로 후원이 이루어졌고 스팸썰기에 대한 편의성 측면에서 애매하게 생각하시는 분들, 혹은 그다지 크게 불편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들에게 매력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다보니 이런 일이 벌어졌다고 생각합니다.

스팸을 썰어먹는데 큰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 분들에게조차 ‘아 이제품을 사용하면 더 편리해지겠군’이라고 생각하게 하거나 ‘가격도 싼데 그냥 사서 써볼까?’ 하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면 제품이 큰 공감을 받고 후원자수 증가가 공유를 거듭하며 선순환 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못한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결국 내려진 결론은 이렇습니다. 제품의 상품성을 더 다듬고, 시제품이 아니라 완제품을 제시해야 하며, 가격은 더 싸게 하고, 마케팅 전략을 초기부터 체계적으로 실행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지만 하나 하나 만만한게 없는 사안이네요.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땐 준비가 충분하다고 판단했는데 막상 시작하고 보니 엉망이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절반의 성공(?)을 한 점은 그만큼 스팸을 편하게 썰어먹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다는 증거겠지요. 이 프로젝트로 저희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명확히 알 수 있었지만 더 중요한 교훈은 스팸썰기에 대한 수요가 분명 가볍진 않았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제품을 쉽게 포기하지 않기로 결정했습니다. 반드시 지금보다 더 훌륭한 제품으로, 더 저렴하게 후원자 여러분을 찾아갈 것입니다. 또한 지금 이 순간까지 후원을 지속해주신 223명께는 추후 프로젝트를 통해 특별한 보답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저희 니나히와 이지팸은 반드시 다시 돌아옵니다. 우선은 이지팸 말고 상대적으로 수익을 얻기 좋은 제품의 프로젝트를 진행해 자금을 모을 생각입니다. 차기 프로젝트는 완성품을 제시할 것이며 상당부분 진행이 완료되었습니다. 저희 니나히를 계속 지켜봐 주십시요. 그리고 이지팸의 부활을 기다려주십시요.

후원해주신 223명 한분한분께 너무 감사합니다.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반드시 보답하겠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리며 다음에 꼭 찾아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미지 출처 = 텀블벅 ‘이지팸’ 캠페인 페이지>

자기만의 바둑 두기

stones_of_enlightenment_by_nooooooo87‘미생’은 수많은 명장면과 명언을 탄생시켰다. 나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다” 였다. 그렇게 안 하려고 노력을 많이 하지만 어쩔 수 없이 가끔은 나를 찾아온 창업가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훈수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이럴때마다 미생의 이 에피소드를 떠올린다.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바둑이 있고, 그 결과는 경기가 끝나봐야지 알 수 있는데 내가 뭘 안다고 훈수질을 하고 있을까.

창업가들을 보면 대부분 남들이 가지 않는 길들을 선택한 사람들이다.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하지 않고 자기만의 바둑을 묵묵히 두는 사람들이다. 험하고 쉽지 않은 세상에서 자기만의 바둑을 둔다는거 자체로도 나는 이 분들한테 존경을 표시하고 싶다. 자기만의 바둑을 둔다는거…겉으로 보면 멋져 보이지만 현실적으로 보면 굉장히 배고프고, 힘들고, 약간 미친 짓이다. 남들이 하는대로 하면 되지 왜 입증되지도 않고 승리가 보장되지도 않은 자기만의 바둑을 두고 있는가?

남들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것 자체가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스스로 매우 답답하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런데 여기에 더 많은 불확실성, 스트레스 그리고 짜증을 더하는건 바로 다른 사람들의 훈수이다. 자기만의 바둑을 두면 엄청난 훈수와 지적을 받을 것이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 나를 믿는다고 생각했던 가족들, 업계 사장님들, 비즈니스 파트너들, 투자도 하지 않은 투자자들, 그리고 투자한 투자자들. 이 모든 사람들이 한 마디씩 훈수질을 할 것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나도 본의아니게 가끔 이런 훈수질을 한다. 사람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것 같다. 나에 대해서는 항상 관대하지만 남에 대해서는 뭔가 지적을 해야지만 내가 더 똑똑하고 잘난 사람같이 느껴지는 인간의 본능 때문인거 같다.

자기만의 바둑을 두고 있는 사람들한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만나는 사람마다 훈수를 하겠지만, 낯 두껍게 그냥 다 무시하세요. 계속 자기만의 바둑을 두세요. 그리고 이기세요. 반드시 이겨서 내 바둑이 옳았고, 내 목소리가 가장 크다는걸 그동안 당신들을 믿지않고 훈수했던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보여주세요.

자기만의 바둑을 두다가 패배하는게 평생 남의 바둑만 두는 것 보다는 의미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 http://jlel.deviantart.com/favourites/42010620/Go-Wei-Qi>

It’s that simple

나도 항상 말하지만 VC 들이 모두 똑똑한건 아니다. 실은 그렇지 않은 VC 들이 훨씬 더 많다(나를 포함). 하지만 워낙 많은 비즈니스들을 보고, 많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에 창업가들과 30분 정도만 이야기를 하다보면 이 사람이 어떤 스타일이고,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인지 아닌지, 진짜로 이 사업을 할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 정도는 대략 파악을 할 수 있다. 물론, 구체적으로 들어가보면 틀리는 경우도 많지만 전반적으로 큰 그림은 대략 볼 수 있다.

나도 많은 회사들을 만나다보니, 정말로 다양한 부류의 인간들을 만난다. 맘에 딱 드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고, 이 업을 시작할때는 나랑 잘 안 맞는 사람들을 만나는게 힘들고 짜증났지만 이제는 익숙해져서 그런지 왠만한 미팅들은 다 재미있다. 하지만 아직도 정말 시간이 아깝다고 느껴지는 부류의 사람들이 있는데 바로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을 하지 않는 창업가들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답을 ‘못’ 하는게 아니라 ‘안’ 하는거다. 이들은 대부분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정확하고 간단한 답을 하는 대신, 매우 장황한 이야기와 왜 그럴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변명을 구구절절 늘어놓는 경우가 많다.

작년 매출이 어땠는지 물어보면, 그냥 매출이 얼마인지 말을 해주면 된다. 매출이 10만원이면 10만원이고, 100억이면 100억이다. 매출이 없으면 그냥 없다고 하면 된다. 이렇게 간단한데, 어떤 사람들은 불경기라서 현금흐름이 어려웠고, 전략적 고객들이 갑자기 사정이 어려워졌느니, 뭐 이런 이야기를 거의 10분 동안 늘어놓는다. 그런건 다 부수적인 내용들이고, 내가 알고 싶은건 그냥 작년 매출이었다. 정확한 숫자만. 이 회사의 실제 매출은 굉장히 부실했고, 그건 불경기나 고객 때문이 아니라 그냥 제품도 후졌고, 비즈니스를 잘 못 해서 그런거였다.
론치 한지 6개월 된 앱을 운영하는 어떤 대표이사한테 그동안의 앱 설치 수치를 물어봤다. 그냥 숫자 하나를 말해주면 되는데, 마케팅에 한 푼도 쓰지 않았고, 클로즈드 베타를 몇 주 진행했다는 이야기만 장황하게 하고 내가 물어보는 질문에 대한 답변을 계속 요리조리 피해가면서 변명만 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이 계속 반복되다보면 나는 이 창업자가 둘 중 하나라는 생각을 하게된다. 지능이 떨어져서 내가 물어보는 간단한 질문을 이해하지 못 하거나, 자신한테 불리하니까 일부러 답을 회피하면서 나랑 장난하는건데, 이해력이 떨어지는 창업자에게도 별로 투자하기 싫고, 잔머리 굴리는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건 더더욱 싫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과는 같이 일 하기가 싫다.

전에 내가 비슷한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VC 들이랑 이야기할때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있으면 있는거고, 없으면 없는거다. 세상살이도 마찬가지다. 할 수 있으면 할 수 있고, 할 수 없으면 할 수 없다. It’s that simple.

그 누구의 길도 아닌. My way.

사진 2016. 1. 9. 오후 5 04 54작년부터 John과 나는 권도균 대표님이 설립한 국내 최초의 악셀러레이터인 프라이머의 파트너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우린 본격적으로 8기 부터 조인했는데, 얼마 전에 9기 모집이 끝났다. 9기에는 586명이 참가를 했고, 이들이 135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서 지원했다. 내 주위에는 더 이상 한국에는 투자할 회사가 없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젊은 친구들의 창업 열기가 시들었다고 하시는 분들도 많은데 프라이머 9기 지원한 분들을 보면 오히려 한국의 창업 현실은 이와 반대로 매우 건강하다고 생각한다.

이 중 20개 정도의 팀들은 프라이머 9기로 선발되겠지만, 대부분은 선발되지 못 할 것이다. 선발되지 못 한 분들에게 내가 꼭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전혀 신경쓰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그리고 하던 일 계속 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프라이머 같은 악셀러레이터에 지원하기 위해서 많은 준비를 하고, 많은 밤을 세웠던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불합격 통보를 받으면 정말 김 빠지고 실망이 크다는 것 또한 잘 안다. 어떤 팀들은 불합격이 창업의 끝이라고 생각하고 그동안 꿈꾸던 비즈니스를 접고, 힘들게 만든 팀을 해체하고, 창업 자체도 그만둔다. 나는 이들이 남의 길이 아닌 자신들의 길을 가라고 해주고 싶다. 물론, 프라이머에 합격하면 당연히 좋다. 투자도 받고, 프라이머 파트너들의 적극적인 도움도 받고, 다른 프라이머 동기/선배 회사들과 교류하면서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귀한 기회가 주어진다. 그렇지만 악셀러레이터가 창업의 종착점은 아니다. 이는 그냥 창업의 과정에서 거쳐가는 수많은 과정 중 하나이다. 되면 좋지만, 안 되도 좋다. 중요한 건 창업가와 팀이 시작한 걸 끝까지 믿고 밀어 붙이는 것이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디 이런게 악셀러레이터 지원 뿐이겠나. 투자도 마찬가지이다. 스타트업의 목표는 투자를 받는게 아니다. 돈이 떨어져서 투자를 받으면 하고 싶은걸 조금 더 하고, 사업 초기에 세운 가설들을 조금 더 테스트 해볼 수 있는 여유가 약간 더 생기는 것이다. 그 이상도 아니고, 그 이하도 아니다. 투자를 많이 받은 회사가 성공한 회사는 절대로 아니다. 투자를 못 받아도 그만이다. 그냥 내가 원래 가던 길을 계속 가면 된다.

아직 성공했다고는 말 할 수 없지만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온오프믹스, 스타일쉐어, 그리고 마이리얼트립 모두 프라이머 회사들인데 2010년도에 선발된 1기 회사들이다. 이 회사들이 현재 위치까지 오기에는 5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고, 미안하지만 아직 한참 멀었다. 그만큼 어렵고 시간이 많이 걸리는게 비즈니스이다. 창업은 남들과 경쟁하는 경진대회가 아니고, 창업가들은 연예인이 아니다. 남한테 보여주기 위한 길을 가는게 아니라 나만의 길을 가는 것이다.

프라이머 9기 스타트업 뿐만 아니라 모든 스타트업들이 너무 조바심 갖지 말고, 좀 길게 보고 자신만의 my way를 갔으면 하는 바램이 있다.

부모, 자율적 사고, 스타트업, 그리고 록키

몇 일 전에 EBS에서 방영하고 있는 ‘시험’ 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봤다. 이게 6부작짜리 프로인데 나는 그 중 2개만 봤다. 나도 한국에서 고등학교를 다녔고, 대학입시 시험을 봤지만(93학번이니까 마지막 학력고사 세대였다), 나는 경험하지 않았던 고등학생들에 대한 여러가지 사실들을 새로 알게 되었다.

한국 고등학생 절 반 이상 – 이보다 더 높을 수도 있다 – 인생의 목표가 아직도 ‘대학진학’이라는 거에 솔직히 좀 놀랐다. 내가 고3 이었던 1992년도에도 이와 비슷했는데 20년도 더 지난 지금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게 좀 의외였다. 세상이 바뀌었고, 할 수 있는 일들도 많아졌고, 다양한 가능성과 기회가 생겼고, 지금 학부형인 부모님들도 우리 부모님들과는 달리 새로운 경험을 많이 하셔서, 학생이나 학부모나 세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18년 동안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대학교 가는거면, 그 이후에는 이 젊은 친구들은 무엇을 위해서 살까? 그렇게 힘들게 대학교 들어가면 뭐가 크게 달라질거라고 기대를 하는거 같은데 오히려 이때부터 인생은 더 힘들어 지는데….험한 세상을 어떻게 헤쳐 나갈지 걱정되었다.

그런데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보다 더 아쉽고 안타까웠던 건 바로 부모님들의 태도였다. 다른 학교, 다른 성적 수준, 다른 진학 진로의 고3 수험생 5명을 집중 취재했는데 이 중 그 어떤 부모도 자식을 격려하거나 자율적으로 살아갈 수 있게 가이드를 해주는 분이 없었다. 모의고사를 못 보면 못 봤다고 화를 내고, 잘 보면 왜 한,두 문제 틀렸냐고 화를 내는 이런 부모님들이 과연 애들의 미래에 대해서 진심으로, 장기적으로 고민하시는건지 잘 모르겠다. 부모님이라면 오히려 남들 시선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격려를 해줘야 하는데, 항상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들과 비교하면서 “옆 집 누구는 이번에 몇 점 받았고, 어디 갔더라. 개네 엄마 너무 부러워” 라는 말을 하는게 내가 보기엔 참 한심했다.

그런데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난 후에 “부모님이 반대하셔서 창업을 못 할거 같습니다” 라고 하는 친구들이 이제는 조금 더 이해가 갔다. 인생의 20년을 이런 분위기에서, 이런 부모님들과 함께 살았으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능력이 없을텐데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한 걸 나는 그동안 “왜 저렇게 자립심들이 없을까?” 라면서 고민했던거 같다.

뭐, 그렇다고 내가 교육 전문가도 아니고, 애도 없는데 부모들의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할 수 도 없다. 하지만, 창업을 하는데 있어서 자립심과 자율적 사고는 굉장히 중요하고, 이런 습관은 교육과 가정을 통해서 만들어 지는게 맞는거 같다. 그리고 여기에는 부모님들의 역할이 지대하다. 언젠가 내가 Tumblr의 창업가 David Karp의 부모님에 대해 포스팅을 했는데, 다시 한번 읽고 느낀 점이 많았다.

Rocky 6에서 록키와 아들의 다음과 같은 장면이 있다. 나는 부모라면 자식들한테 이런 말을 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사회, 정치, 경제, 종교적 상황이 어찌되었던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