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 – 우리는 모두 이 단어를 두려워하고 싫어한다. 나를 비롯한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은 실패보다는 성공하기를 원할 것이다. 실패란 단어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오르게 하고, 그 어감 자체도 너무 싫다. 내가 지금 이 글을 쓰면서도 실패란 단어를 보면 절로 표정이 안 좋아진다. 하지만,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한두번의 실패를 경험한다. 어디 한두번만 실패하겠는가? 나는 지금까지 크고 작은 실수와 실패를 수십번 했고, 오늘도 몇가지 작은 실수들을 저질렀다.
교육학의 가장 기본적인 사상 중 하나가 바로 학생들은 실수를 하면서 가장 많은 걸 배운다는 매우 아이러니컬한 이론이다. 앞뒤가 잘 안맞지만, 잘 생각해보면 실패를 직접 경험해본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가장 많은것을 배운다는걸 잘 알고 있을것이다. 이 유쾌하지 않은 “실패 -> 배움 -> 성공” 프로세스에는 지름길이 없다. 배우려면 누구나 다 실패를 경험해야한다.
이 포스팅의 포인트는 여기에 있다. 누구나 다 실패를 하지만, 그 실패의 경험과 결과는 누구에게나 다 동일하지는 않다. 어떤 이들은 실패를 훌륭하게 성공으로 승화시키지만 또 어떤 이들은 (많은 이들은) 계속 실패를 반복하게 된다. 차이는 무엇일까? 왜 어떤 사람들은 실패를 통해서 배우고, 어떤 이들은 아무것도 얻는게 없을까?
현대 연구에 의하면, 실수를 할때마다 사람의 뇌에서는 2가지의 다른 반응이 일어난다고 한다. 첫번째 반응은 ERN (Error-Related Negativity)이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50 밀리초 후에 무의식적으로 이 신호가 생성된다. 두번째 반응은 Pe (Error Positivity)라는 신호의 생성인데 실수를 한 후 100 ~ 500 밀리초 사이에 이 신호가 생성된다. Pe 신호는 우리가 실수에 신경을 기울이고, 그로 인한 실망스러운 결과에 대해서 생각을 할때 생성된다.
연구에 의하면 ERN과 Pe가 다음과 같은 패턴으로 생성되면 실수로 부터 많은것을 배운다고 한다: 1)큰 폭의 ERN 신호 – 실수를 무의식중에 적극적으로 인정한다는 의미 2)큰 변동없는 꾸준한 Pe 신호 – 지속적으로 실수의 결과에 대해서 신경을 쓴다는 의미
다음은 이러한 뇌의 반응을 교육학에 적용한 의미있는 실험들이다:
- 스탠포드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Carol Dweck 박사는 인간을 ‘고정 마인드 (fixed mindset)’와 ‘성장 마인드 (growth mindset)’로 구분한다.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모든 사람들은 이미 태어날때부터 어느정도 수준의 IQ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유전자적인 지능을 발달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굳게 믿고있다. 이와 반대로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필요한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면 무엇이던간에 더 좋게 만들고 향상할 수 있다고 믿고있다.
- 미시간 주립 대학의 Jason Moser 박사는 위의 Dweck 박사의 연구결과들을 조금 더 깊게 실험해봤다. 그는 교육에 대한 믿음과 뇌에서 발생하는 신호와의 상관관계를 자세히 연구해봤다. 그는 실험대상들이 알파벳의 배열순서를 찾아야하는 매우 지루하고 반복적인 인지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 실험의 포인트는 바로 이 단순함/지루함이다. 실험대상들이 단순함을 못 이겨서 평소에는 하지 않는 실수를 하게 만드는게 실험의 목적이었다). 성장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훨씬 더 높고 일관성있는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그들의 정확도는 지속적으로 향상되었다. 하지만, 고정 마인드를 가진 대상들은 실수를 저지른 후에 낮고 불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하였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서 오히려 더 잦은 실수를 저질렀다.
Dweck 박사가 진행한 많은 실험에서 고정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무조건 부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능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실패했다고 믿는다. 반면에 성장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은 실패는 배움을 위해서 거쳐야만 하는 관문 정도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를 통해서 더 개선될 수 있는 확률이 높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학생들이 실수로부터 배움을 얻을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더 많은 학생들이 높고 규칙적인 Pe 신호를 생성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질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Dweck 박사는 이에 대한 여러가지 실험도 해봤는데, 교육자나 부모들의 아주 작은 노력들이 학생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에 크게 작용할 수 있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녀는 수백명의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을 두개의 그룹으로 나누었다.
첫번째 그룹의 5학년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머리가 좋구나. 너는 참 똑똑하구나.”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본인들이 원래 똑똑하게 태어났으니 실수를 하는건 자신의 명예에 마이너스가 되고, 실수나 실패는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일종의 ‘고정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다.
두번째 그룹의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으로 “너 참 열심히 하는구나. 노력하는건 좋은거야.”라는 식의 칭찬을 했다. 이들은 실수를 범해도 열심히 노력하면 격려와 칭찬을 받을 수 있다는 일종의 ‘성장 마인드’를 발달하게 되었으며, 실패에 대한 거부반응이 덜 생겼고, 오히려 실수와 실패로부터 배움을 얻어서 나중에 성공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었다.
이런 결과는 시험에서도 똑같이 입증되었다. 머리가 참 좋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20% 정도 떨어졌고, 노력을 많이 한다는 칭찬을 지속적으로 받은 학생들은 수개월 후에 시험 성적이 30% 정도 향상되었다. 고정 마인드에 대한 성장 마인드의 승리인 셈이다.
자, 이 결론들을 잘 생각하면서 대한민국 버전의 실패에 대해서 한번 고민해 보자. 한국은 확실히 고정마인드에 사로잡혀 있다. 실패를 하면 인생의 낙오자가 되고, 마치 나병환자와 같이 사람들이 뒤에서 손가락질하면서 숙덕숙덕한다. 이러니 한번 실패한 사람들은 다시는 재기에 성공할 수가 없는것이다. 아니, 재기에 성공을 해도 가족과 친구들이 모두 다 떠나간 후이다. 타인들도 문제이지만, 본인 조차 어쩔수 없이 이런 고정마인드를 갖게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 특히, 어렸을때부터 전교 1등하면서 서울대가서 천재소리만 듣고 자란 사람이라면.
얼마나 이런 고정마인드를 가지고 있으면 ‘실패 기업인 재창업자금지원‘ 이라는 정책을 정부가 만들었을까. 대놓고 “실패한 기업인은 재창업할 생각마라”라는 말을 하는거와 다름없는건데 이 정책 정말 어이가 없다. (이런 분들이 아마 게임 셧다운 제도도 만들었겠지?)
우리도 빨리 실리콘밸리와 같이 실패를 우대하고 실패한 사람들이 성장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성장국가/성장사회가 될 수 있을면 좋겠다.
처음에 말했듯이 실패는 유쾌한게 아니다. 그 누구도 실패하는걸 좋아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실패가 인생에서 겪어야 하는거라면, 겸손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되 반드시 배움을 얻도록 노력하자. Growth mindset (성공 마인드)을 발달시키자.
실패를 해도 성공적으로 실패하자
이 글과 연관이 있는 몇개의 과거 포스팅들:
–한국이여 – 실패를 우대하자!
–Life and Rejections
–Trophy Kids
참고:
-The Wall Street Journal “The Art of Failing Successfully” by Jonah Lehrer
-“생각버리기 연습 (1부)” by 인지심리 매니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