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뒷바람과 앞바람

코로나 바이러스 팬데믹의 최대 수혜자 중 하나가 바로 골프 관련 산업이 아닐까 생각한다. 한국은 골프를 잘하는 나라이고, 골프는 한국에서 항상 어느 정도 인기가 있었지만, 최근 몇 년 사이에 더 인기 있는 게임이 됐고, 여성 골퍼와 젊은 골퍼 덕분에 새로운 성장의 국면을 맞이하게 된 것 같다. 미국은 더 드라마틱하다. MZ 세대에게 골프는 너무 지루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게임이라는 인식으로 인해, 미국의 골프 산업은 수년 동안 하락세였지만, 요샌 미국도 주말엔 골프장 예약하는 게 정말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실내가 아닌, 넓은 자연에서 하는 운동이라서 골프는 본인의 실력 외에도 여러 가지 외부 요인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바람이 그 대표적인 요소이다. 앞바람이 불면 스윙에 변화를 주거나 – 세게 또는 탄도를 낮게, 등등 – 또는 더 긴 골프채를 잡는다. 반대로 뒷바람이 불면, 스윙을 작게 하거나 평소보다 짧은 채를 잡는다. 이렇게 아마추어 골퍼든, 프로 골퍼든, 바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내부, 외부 요소에 변화를 준다.

내가 전에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는데, 비즈니스도 골프와 비슷한 점이 많은 것 같다.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환경이 아닌, 야생의 정글에서 사업을 하다 보면, 상상치도 못한 다양한 외부 요소와 장애물을 만나게 된다. 사업을 하면서 맞이하게 되는 앞바람은 경쟁과 규제가 대표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예상치 못한 앞바람을 만나는 창업가는, 마치 골퍼가 스윙과 도구를 바꿔서 환경에 자신을 적응시키고 변화하는 것처럼, 제품, 펀딩, 사람에 대한 전략 등을 계속 수정하면서 새로운 시도를 한다. 어떤 건 바뀐 환경에 잘 맞아서 그때의 위기를 잘 모면하지만, 많은 경우, 잘 안 된다. 그러면, 다시 또 여러 가지 변화를 주면서 이 앞바람을 뚫고 가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러다가 바람이 잠잠해질 수도 있지만, 더 강해질 수도 있어서, 그때마다 계속 창의적으로 대응을 해야 한다.

반면에, 사업을 하면서 만나는 뒷바람은 흔치 않다. 우리 투자사를 보면, 뭔가 기술적인 혁신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런 좋은 기술은 사업의 뒷바람 역할을 해줄 수가 있다. 동일한 전략과 노력을 구사하지만, 뒷바람의 효과로 더 멀리 갈 수가 있다. 물론, 이런 호재를 맞이했을 때도 위에서 말한 제품, 펀딩, 사람에 대한 전략에 수정이 필요하기도 하다.

제일 바보 같은 건, 바람의 방향이 바뀌는데, 계속 같은 스윙과 클럽을 고집하는 골퍼, 그리고 계속 같은 전략을 고수하는 창업가이다. 또는, 바람의 방향을 잘 못 읽고, 앞바람인데 오히려 클럽을 짧게 잡고, 뒷바람인데 오히려 클럽을 길게 잡는 것도 흔한 실수 중 하나이다.

어쨌든 제일 중요한 건, 환경의 변화에 따라서 계속 민첩하게 잘 대응하고 반응하는 것이다.

호기심, 기술, 그리고 발전

날이 갈수록 정신없고, 복잡해지는 이 세상에서 나는 가끔 스스로 이 질문을 한다. “기술의 진보로 인해서 인류가 정말로 발전하고 있긴 한 건가?”

기술에 투자하고, 세상을 조금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창업가들에게 투자하는 사람으로서 “YES”라는 답을 바로 해야 할 것 같지만, 오히려 더 곰곰이 생각하고 고민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가끔, 나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삶이 더 복잡해져서 삶의 질 자체가 떨어졌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래서, 이메일도 없고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결론은 기술로 인해서 인류가 발전했고, 앞으로도 계속 발전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리가 현재 누리고 있는 눈부신 기술의 발전의 시작은 호기심이라고들 한다. “왜 이게 안 될까?” , “왜 항상 우린 이런 방식으로 일을 해야 할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뭐 이런 종류의 질문으로 시작한 호기심으로 인해 다양한 고민과 연구가 시작되고, 이런 고민과 연구가 엄청난 기술과 비즈니스가 되면서, 이로 인해 세상이 더 좋은 곳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데에는 나도 동의한다. 대부분의 창업 동기, 그리고 창업가와 일반인들을 구분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이 호기심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호기심이 비즈니스가 되어 인류의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선, 기술이 필수라고 생각해서, 반대로 기술이 없다면, 호기심 자체가 생기기 어렵다는 생각도 요샌 하고 있다. 얼마 전에 내가 이런 기사를 읽었는데, 매우 흥미롭게 봤다. Biological reprogramming이라는 시도를 하는 스타트업에 대한 기사인데, 생명공학을 이용해서 사람의 세포를 프로그래밍하고 수정해서 수명을 연장하는, 마치 공상과학 소설에서나 나올법한 그런 일을 하는 회사에 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 회사의 창업가들이 세포를 새로 프로그래밍해서 인간의 수명을 무한연장시킬 수 없겠냐는 호기심을 갖게 된 동기는 바로 이걸 가능케 하는 기술이 어느 정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공상과학소설 작가들도 호기심과 상상력이 있었지만, 이런 시도를 실제로 하지 못하고 글로만 표현했던 이유는 당시엔 기술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젠 정말 호기심과 상상력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시도를 할 수 있는데, 그 정도로 기술이 뒷받침해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기술이 계속 발전하면서, 우리가 그동안 상상만 해왔던 미래에 대한 구체적이고 실행 가능한 호기심이 계속 생길 것이고, 호기심과 기술이 서로에게 플라이휠 같은 영향을 미치면서 계속 인류는 발전하리라 생각한다.

율립 2.0

yulip website

이미지 출처: 율립 웹사이트

클린 뷰티를 지향하는 우리 투자사 율립에 대해서는 내가 전에 여러 번 이 블로그에서 언급한 적이 있다. 실은 우리가 투자하기 전부터 이 회사와 팀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하고자 하는 비전에 많은 공감을 했는데, 원혜성 대표님이 아주 오랫동안 준비한 야심 찬 프로젝트가 곧 launch하고, 이번에도 이 내용을 공유하고 싶다. 솔직히, 우리 투자사라서 홍보 차원의 글이기도 하지만, 심각한 환경 위기에 직면한 지구를 조금이라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는 좋은 프로젝트이자 제품이라고 믿고 있다.

율립(YULIP)이라는 회사와 제품의 이름부터 자세히 보자. ‘율립’ 사명은 창업자 원혜성 대표님의 딸 율희와 립스틱을 합성한 말이다. 그만큼 이 회사의 이름에도 엄청난 고민과 철학이 담겨 있다. 2017년도에 창업된 율립은 “립스틱을 다시 생각하다”라는 슬로건으로 립스틱에 들어간 유해성분을 없애고,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도 무해한 레시피로 판매가 시작됐다. 말은 좀 거창하긴 하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클린 뷰티 회사보다 지속가능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고, 수년 동안 내가 옆에서 이걸 지켜봤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노력을 해도 충분하진 않았다. 일반 화장품, 특히 립 제품의 경우 재활용되지 못하면 소각되거나 매립되는데, 이렇게 되면 절대로 썩지도 않고 미세 플라스틱을 재생산하면서 환경에 심각한 타격을 입힌다. “이 작은 립스틱이?”라고 말하는 분들이 많지만, 상상도 못 할 정도로 많은 립스틱이 해마다 버려진다. 내가 살면서 사용하고 버린 립스틱이 내가 죽은 뒤에도 지구상에 아주 오랫동안 남아 있으면, 이건 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탄생한 게 율립 2.0이다.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되는 생분해 소재로 만든 케이스와 지속가능한 립스틱 심지가 율립 2.0의 핵심 포인트인데, 지금 율립 웹사이트에서 미리 알림 신청하면, 제품 판매 시작하면 다양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율립 2.0의 탄생 배경과 디자인에 대한 자세한 설명 또한 웹사이트에서 읽을 수 있다.

Beauty that Co-exists. 율립 2.0 많이 기대된다.

길을 찾는 사람들

얼마 전에 어떤 중견기업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굉장히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하셨는데, 스트롱은 기투자한 회사가 망하고, 그 창업가들이 다시 창업하면 다시 투자하는지, 만약에 한다면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투자했는데 첫 사업은 실패했지만, 이후 재창업하는 창업가들한테 가급적이면 다시 투자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1차원적으로 보면, 그 책임은 대표이사에게 있고, 어쨌든 대표가 방향을 잘 제시하지 못했고, 실행을 못 했고, 결국 대표가 사업을 못 해서 회사는 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조금 더 깊게 보면, 실은 대표와 경영진의 큰 실수 때문에 사업이 안 된 것 보단,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대부분 하는 그런 작은 실수와 그릇된 판단이 쌓이고, 이런 실수를 감싸줄 수 있는 자금을 적시에 확보하지 못했고, 그리고 여기에 운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망하는 그런 경우가 가장 많다.

우린 이런 걸 워낙 많이 봤다. 성공한 모든 사업의 뒤에는 뛰어난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있다. 물론, 운과 타이밍도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실패한 모든 사업의 뒤에 능력없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항상 있진 않다. 오히려 실패한 사업도 보면 아주 뛰어난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있지만, 운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이분들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당시엔 못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은, 잘하는 창업가라면 결국엔 이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운 좋은 분들은 한 번에 이 길을 찾지만, 그렇지 못해도, 3~4번 정도 시도하면 결국엔 길을 찾는다.

이런 이유로 스트롱에서 한 번, 또는 두 번 투자한 창업가지만, 실패하더라도, 기꺼이 다시 투자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비즈니스를 되게 만드는 분들을 많이 봤고, 보이지 않는 길을 어떻게 해서든 찾는 분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분들을 지원해주면 결국엔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패하고 재창업하는 스트롱 대표들에게 무조건 투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전 사업에 실패한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게 대표이사의 큰 판단 미스이고, 이분의 성향 자체가 그런 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면, 다시 한번 고려한다. 그리고 위에서는 내가 이분들이 언젠가는 길을 찾는다고 했는데, 길을 찾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면 – 예를 들어, 50년 – 우리 같은 투자자가 다시 투자하긴 좀 힘들긴 하다.

섣부른 판단

며칠 전에 미디어 커머스라는 분야를 개척한 블랭크코퍼레이션에 대한 이런 기사를 읽었다. 요약하면, 미래 유니콘 가능성이 있던 회사가 임직원의 대규모 퇴사와 이직 문제 때문에 인사관련 문제가 커지고 있고,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인해서 회사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다.

이 기사에 대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내 주변 많은 분들은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 , “이상한 제품 만들어서 마케팅만 하더니, 결국…” 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기사 내용도 그렇지만, 이런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조금 불편했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고, 좋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블랭크에 대한 이 기사는 현재 회사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없이, 특정인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부분적인 조사를 기반으로 쓰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도 블랭크라는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 회사의 반려동물 브랜드 아르르의 제품을 몇 번 사본 것 외에는 나는 블랭크와는 그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빙산의 일부만 보고, 그게 마치 빙산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범한다. 거기서 멈추면 좋을 텐데, 이걸 또 온 세상에 공개하고 방송하고, 소셜 미디어의 힘을 빌려, 근거가 전혀 없는 소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사실도 아닌 내용을 빠른 시간 안에 퍼뜨린다. 이렇게 한 번 바이럴을 타면, 이후엔 이걸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동안 이런 피해를 본 회사가 너무 많지만, 우리도 아주 작은 주주인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미디어의 내용과 기사가 모두 맞았다면, 쿠팡은 이미 망했어야 할 회사이다. 현금이 바닥이라는 기사, 내부 갈등 때문에 경영진이 모두 퇴사한다는 기사, 등…대부분의 기사가 완전히 근거 없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틀린 내용들이었고, 이런 내용이 공개되고, 급속하게 퍼지면서 파생 소문까지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쿠팡은 이제 곧 망할 회사가 된 적이 너무 많다. 현실은, 뉴욕증시에 이미 상장까지 했고, 더 잘 성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진 실은 외부인은 그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그냥 대부분 기사 내용이 ‘카더라’ 기반으로 유추되고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회사는 이제 어느 정도 연식이 됐고, 성장도 꽤 많이 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경험하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위 기사에서 묘사된 것 처럼 상황이 심각해서 조만간 망하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고, 섣부르게 말하는 게 아쉽긴 하다.

그런데, 남의 회사에 대해서 이렇게 우리가 왈가왈부하면서,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도 없고, 솔직히 그럴 시간도 없다. 그냥 내 비즈니스 신경 쓰고, 내 비즈니스만 잘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