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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한 대화

내가 개인적으로 아는 분과 이야기하다가, “내가 보기엔 당신이 너무 못하는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했는데, 이분이 상당히 언짢아하고 기분 상했다고 하면서, 이후에 나랑 관계가 소원해졌다. 솔직히 나는 이분을 생각해서 내 솔직한 생각을 공유해 드린 건데, 완전히 반대의 결과가 생겨서 아쉽긴 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일할 때 내가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님들과 굉장히 솔직하고 투명하게 이야기하는 편인데, 이게 습관이 돼서 이런 이야기를 개인적인 지인들에게 한 것 같다. 솔직히 나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분들과는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직설적 화법이 낯선 한국에서 본인이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한테 이런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나쁠 수도 있는 현실을 어느 정도 인정하게 됐다.

이 해프닝을 겪으면서, 나는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대표들과 항상 투명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 다시 한번 고맙게 생각하게 됐다. 나는 투자자나 창업가에게 이 솔직함이라는 게 가장 필요한 능력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솔직함은 용기와 자존감과 직접 연관이 있는데, 좋은 일보단 나쁜 일이 훨씬 더 많이 발생하는 스타트업 라이프에서 가장 필요한 게 바로 이 용기와 자존감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스트롱 투자사 그룹을 스트롱 패밀리라고 부르긴 하지만, 이건 그냥 호칭만 빌려 쓰는 거지 이분들이 정말로 우리 가족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가족은 무조건 서로 사랑하고, 용서하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투자자와 피투자사는 아무리 관계가 좋아도 이렇게 가족 같은 사이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명확하게 영리적인 목적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관계이기 때문에 잘못하면 고쳐줄 필요가 있고, 책임을 져야 하는데, 이런 관계가 훨씬 더 건강한 관계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런 관계 속에서 서로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위에서 말한 솔직함은 필수적이다.

내가 여러 포스팅을 통해서 언급했지만, 워낙 많은 회사에 우린 투자하기 때문에 어려운 회사도 상당히 많다. 운이 좋지 않아서 사업이 잘 안되는 회사도 많지만, 어떤 회사는 대표와 경영진이 잘 못 해서 안 된다. 후자의 경우에 나는 대표님에게 아주 솔직하게 내 생각과 그동안 관찰한 사실을 말한다. 그리고 이런 경우에는 아무리 완화해도,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이 “제가 보기엔 대표님이 잘 못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이런 후진 제품을 만들면 당연히 안 되겠죠.” 뭐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솔직히 이런 말을 들으면, 상대방은 당연히 감정이 상하고 기분이 나쁠 수도 있지만, 내가 항상 고맙게 생각하는 건, 이런 어려운 대화를 서로 웃으면서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경우엔 회사가 곧 문을 닫을 것이고, 대표이사는 공식적으로 망한 창업가 또는 실패한 창업가가 되는데도, 우린 서로 눈을 똑바로 보면서 웃으면서 이런 솔직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 이런 게 나는 아주 건강하고 바람직한 관계라고 생각하고, 내가 아는 모든 분들과 이런 건강한 관계를 만들고 싶다.

채용에 대해

작년에 내가 우리 투자사 대표님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부탁은 바로 사람에 대한 부탁이었다. “개발자 소개해 주세요” , “마케터 소개해 주세요” , “사람이 너무 없네요. 채용이 너무 힘들어요.”라는 말과 채용에 대한 부탁을 가장 많이 들었던 것 같고, 어쩌면 올해는 더 많이 들을 것 같다. 우리가 투자한 모든 회사의 대표는 우리에게 최소 한 번 정도는 사람 소개해달라는 부탁을 한다. 처음에는 대부분 개발자 채용에 대해 부탁을 했고, 우리도 아는 분들 많이 소개하다가, 너무 많아져서 우리 투자사 코드스테이츠랑도 연결해줬지만, 공급보다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아서 이제 우리도 이 채용의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면 될지에 대해서 상당히 많이 고민한다. 그리고 개발자뿐만 아니라 이젠 모든 분야의 모든 인재를 채용하기 위한, 채용 전쟁이 시작됐다. 그리고 이 채용 전쟁은 앞으로 더 심각해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그리고 어디로 가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내가 정답을 제공해주고 싶지만, 아쉽게도 채용엔 답이 없다. 그냥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총동원하고, 활용할 수 있는 모든 네트워크와 연줄을 100% 활용해야 한다. 삼성, LG, 현대와 같은 재벌기업도 좋은 사람을 채용하지 못해서 안달이고, 네이버, 쿠팡, 토스와 당근마켓과 같은, 대부분의 스타트업 보다 훨씬 돈도 많고, 복지도 좋은 회사가 사람을 못 구해서 난리면, 작은 회사는 당연히 채용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이 큰 회사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인재를 모시고 있다면, 이건 처음부터 작은 스타트업엔 불리한, 한쪽으로 기운 놀이터에서의 전쟁이기 때문에 모두 다 정신 빠짝 차리고 채용이라는 전쟁에 임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시원한 해결책을 내가 제공해줄 순 없지만, 어떻게 하면 절대로 안 된다는 이야기는 해줄 수 있다. 대기업이랑 똑같이 채용공고 내고, 누군가 좋은 인재가 우리 회사에 지원해주길 기다리는 방법은 절대로 안 된다. 그 이유는 이미 위에서 다 말해줬다. 이렇게 같은 방식을 통해서 공개 채용을 하다 보면, 우리보다 브랜딩이 잘 되어 있고, 돈도 많은 대기업과 큰 스타트업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연봉, 복지, 혜택이 훨씬 좋기 때문에 우선순위는 그쪽이 된다. 운이 좋아서 만약에 우리 회사에까지 이런 분들이 지원한다면, 그건 다른 곳의 면접에서 떨어진 경우인데, 이런 분들은 대부분 실력이 좋지 않거나, 또는 얼마 후에 곧 다른 회사로 이직하는 경우를 나는 많이 봤다.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이제 기업가치가 상당히 커진 곳 들이 있고, 이런 회사들은 500억 원 ~ 3,000억 원 정도 투자를 받았기 때문에 좋은 인재는 얼마든지 연봉을 높게 주면서 채용할 수 있는 여유가 있다. 그런데도 어떤 대표는 금요일, 토요일 새벽 1시까지 채용 인터뷰를 직접 진행하고 있다. 그만큼 사람 채용하는 게 힘들고, 대표이사가 가장 많은 에너지를 투자해야하는게 ‘사람’임을 잘 알기 때문이다. 어떤 대표는 매달 미국으로 출장 가서 페이스북, 아마존, 트위터, 마이크로소프트, 구글에서 일하는 한국분들과 교류하면서 술 한잔한다. 술 한잔하기 위해서 미국까지 매달 날아가는 건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지만, 그렇게 하면서 회사 홍보하고 운 좋으면 좋은 인재를 모셔온다. 어떤 대표는 좋은 CTO를 모시기 위해, 3개월 넘게 밤마다 집 앞으로 찾아가서 삼고초려해서, 거의 사람을 질리게 만든 후에 채용했다고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그만큼 채용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돈도 많고,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회사에서 이런 식으로 채용에 목숨을 건다면, 돈도 없고 완전 듣보잡인 작은 회사의 – 그리고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이런 듣보잡 회사 소속일 것이다 – 대표는 영혼과 육체를 바쳐서 좋은 인재를 데려와야 한다. 모든 네트워크를 총동원하고,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수백 번 귀찮게 하고, 필요하다면 집으로 여러 번 찾아가야 한다. 그리고 전국, 전 세계를 찾아봐야 한다. 지방에도 은근히 좋은 인재들이 많기 때문이다. 좋은 사람을 위해서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생각한다면, 스타트업 운영할 자격이 없다.

채용에 왕도는 없다. 그냥 스타트업의 모든 것과 비슷하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는 그 순간, 우린 다른 회사와 비슷해지고, 그러면 우린 무조건 지기 때문이다. 채용에서 지면, 회사는 무조건 전쟁에서 진다.

기회의 해 2022년

작년 12월에 The New Consumer의 “Consumer Trends 2022 Report“라는 보고서를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USV Fred Wilson의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보고서이다). 유료 구독 서비스지만, 이 보고서는 회원 가입만 하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분야와는 상관없이 사업을 하시는 분이라면 모두 다 완독하는 걸 강력하게 추천한다.

이 자료에는 좋은 내용이 상당히 많다. 핵심을 요약하자면, 현재 10세~40세인 MZ 세대가 이제 미국 인구의 거의 절반인 40%를 차지하는데, 이들이 이제 왕성한 소비를 할 시점이 도래했다는 내용이다. 그래서 앞으로 분야를 막론하고, 모든 비즈니스는 MZ 세대의 취향에 맞춰서, 그리고 그들의 가치를 반영해서 전략과 계획을 수립해야 하며, 이를 위한 다양한 설문 조사 결과가 정리되어 있다.

내가 가장 공감했던 몇 가지 핵심 내용만 정리해보면,

1/ 2020년은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두 쇼크를 받은 한 해, 2021년은 이 상황에 적응을 한 해, 그리고 2022년은 새로운 기회의 해.

2/ ESG와도 긴밀한 상관관계가 있는 지속가능성(sustainability)이 대중이 생각하는 만큼 MZ 세대에게 대세는 아니다. 젊은 세대가 환경 이슈에 민감하지만, 아직은 지속 가능하지 않지만, 가격이 저렴한 물건을 선호한다. 하지만, 지속가능성은 앞으로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3/ 350조 원 이상의 상거래가 최근 2년 동안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앞으로도 전자상거래는 폭발적으로 성장할 것이다. 또한, 미국의 MZ 세대도 앞으로 청과물이나 육류와 같은 fresh grocery도 온라인으로 해결할 것이다.

4/ 팬데믹 때문에 헬스장이 문 닫았고, 홈트레이닝과 펠로톤 같은 기구 시장이 성장했지만, 역시 피트니스는 오프라인 경험이 적절히 혼합되어야 한다. 피트니스의 미래는 온, 오프라인의 hybrid 형태가 될 것이다.

5/ 모두가 우려하는 인플레이션은 이미 현실이 되어 가고 있다. 설문 조사한 모든 미국인은 물건의 가격이 올랐다고 했다.

6/ MZ 세대는 암호화폐를 현금과 같이 생각한다. 설문 조사한 MZ 세대의 21%가 작년에 이더리움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이는 13%인 비트코인의 거의 두 배인데, 아마도 NFT 구매를 위해서 이더리움을 구매한 듯). 어쨌든, 디지털 자산은 이미 메인스트림으로 들어왔고, 이 변화는 더욱더 가속화될 것이다.

솔직히 이 6가지 포인트가 엄청나게 쇼킹한 건 아니다. 이미 많은 분들이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그래도 이렇게 정리가 된 걸 보면, 진짜로 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실감 난다.

나는 이 중 첫 번째 내용이 가장 와닿는다. 2020년은 그 누구도 예상 못 했던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전 세계는 쇼크에 빠졌다. 아무것도 못 하고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2021년에 이제 천천히 정신을 차리면서 백신도 개발했고, 이 지긋지긋한 바이러스와 함께 살아가는 삶에 적응하는 방법을 우린 배운 것 같다. 2022년은 이 위기를 기회로 바꿔야 하는 한 해라는 생각에 100% 동의한다. 이미 우린 2년 동안의 연습 시간을 가졌고, 이제 이 연습을 통한 배움을 기회로 바꿔야 하는 시점이 2022년이다.

내년에도 코로나 때문에 사업이 힘들다고 하는 분들은 – 그리고, 이런 말 해서 미안하다 – 그냥 사업 접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제 이건 변명이 될 것이고, 누군가는 변명하는 동안 민첩하고 똑똑한 창업가들이 기회를 모두 독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릿(gri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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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전에 우리 투자사 율립의 새로운 립스틱과 립밤을 받았다. 프리오더는 그 전에 했고, 실제 생산하기까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잘 해결해서 무사히 나 같은 고객에게 배송됐다. 얼마 전에 내가 율립 2.0 이라는 글에서 이 제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원혜성 대표님을 나는 수년 전부터 알았고, 사업 시작 초반부터 율립을 봤었고, 이번 제품이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주 고객은 아니지만, 실제 물건을 받아보니 감동이었다.

일단, 이렇게 제품 하나씩 개별 포장되어 배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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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분해 케이스의 형상은 지구와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소셜 미디어에선 로켓과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겉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정말 우주로 날아가면서 케이스가 하나씩 분리되는 로켓과도 비슷하다.

실은 이 포장에도 정말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잘 보면, 그 어떤 접착제나 테이프 없이 그냥 종이 자체로만 립스틱을 보호하는 포장인데, 율립 팀은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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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다. 분해 되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돼서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는 지속 가능한 소재이다.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강렬한 색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earth friendly한 파스텔 톤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다 사용하면, 심지만 빼서 버리면 된다. 리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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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스타트업이라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과 절충이 필요했지만,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해선 율립 팀원분들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갈아넣어 만드는 걸 옆에서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선 아주 긍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고, 재활용, 비건,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립스틱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걸 보면, 율립 팀의 노력과 그릿(grit)이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문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경험하시길.

우리가 안 하면, 남들이 할 것이다

수십 년, 심지어는 수백 년 동안 바뀌지 않고 항상 같은 주체가 같은 방법으로 하던 일이 있다고 가정해보자. 너무 오랫동안 변화가 없던 분야라서, 이걸 하는 주체나 이걸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오래된 방식보단 더 좋은 다른 방식에 대해 생각조차 하지 않고, 그냥 원래 이렇게 했던 거니까 별 생각 없이 항상 같은 방식을 사용한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주체가 등장해서, 그동안 너무 당연한 상식으로 받아들였던 방식이 아닌, 완전히 새로운 방법으로 같은 일을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모두가 무시하고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게 점점 커지면서 더 많은 사람이 이 새로움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가지 시나리오가 펼쳐질 것이다. 변화를 끝까지 거부하고, 자기 밥그릇을 지키기에 급급한 분들은 이 새로움을 끝까지 부인하고, 저항하고, 반대할 것이다. 심지어는, 본인의 모든 힘과 권력을 동원해서 이걸 막고, 완전히 제거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하지만, 변화를 인정하고 세상의 논리에 순응하는 현명한 분들은 이 새로움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연구하고, 심지어는 본인들도 아주 오래된 습관, 인습, 방식을 이번 기회에 바꾸려는 시도까지 할 것이다.

실은, 위에서 말 한 이 두 가지 시나리오는 가상이라기보단,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 매일 목격할 수 있는 현상이다. 특히 내가 몸담은 이 스타트업 세계에서는 항상 일어나고 있다.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하냐에 따라 결과는 항상 다르지만, 급변하는 환경에서는 변화를 적극 수용하는 경영진과 회사가 살아남고 우승하는 현상을 훨씬 더 자주 볼 수 있다.

최근 수개월 동안 이런 일이 미국의 금융 업계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금융업의 살아있는 화석인 대형 은행들이 죽지 않고 계속 커지고 있는 디지털 자산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고 갈팡질팡하는 동안 이 시장은 오히려 더 커지면서 이제 서서히 메인스트림 시장으로 들어오고 있다. 그동안 이 현상을 지켜만 보고 있던 관계자들의 반응은, 처음에는 “저거 사기야. 다들 크게 다칠 것이고, 그러다가 없어질 거야.”라는 입장이었다. 그런데 아무리 시장이 폭락해도 다시 올라오고, 한 번 올라올 때마다 이전보다 더 커지는 걸 목격하면서, “어, 이거 봐라. 이거 가만히 두면 우리 밥그릇 망가지겠네. 손 좀 봐야겠네.”라는 입장으로 변했다. 그리고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암호화폐 시장을 규제하고 억압했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걸 깨달았다. 워낙 오래된 산업이라 아직 대부분의 은행은 암호화폐 시장을 계속 억압하고 등을 돌리는 분위기이지만, 일부는 오히려 디지털 자산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미 FDIC(연방예금보호공사) 조차 이런 파격적인? 생각을 하고 있다. FDIC 의장 Jelena McWilliams가 한 인터뷰에서 “디지털 자산을 은행 내부로 가져오지 않는다면, 은행 밖에서 계속 커질 것이고, 그 어떤 규제도 이걸 막지 못할 것이다.”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시장에 전달했다. 무슨 말이냐 하면, 새로운 시장이 현재 생겨나고 있고, 우리가 이 새로움을 환영하든 환영하지 않든 엄청나게 커질 것이라서, 우리가 하지 않는다면, 남들이 할 것이기 때문에, 그냥 우리가 하는 게 훨씬 이득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현재 예금보호공사는 미국 은행이 직접 디지털 자산을 소유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다.

변화를 수용할지, 아니면 끝까지 거부할진 개개인의 선택이자 자유이다. 하지만, 그 결과에 따라 우리의 존폐가 결정되니 잘 생각해봐야 한다.

마하트마 간디의 이 유명한 말이 생각나는 새벽이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