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길을 찾는 사람들

얼마 전에 어떤 중견기업 분들과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굉장히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하셨는데, 스트롱은 기투자한 회사가 망하고, 그 창업가들이 다시 창업하면 다시 투자하는지, 만약에 한다면 왜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 있어서 이 부분에 대해 의미 있는 대화를 나눴다.

우리가 투자했는데 첫 사업은 실패했지만, 이후 재창업하는 창업가들한테 가급적이면 다시 투자하는 전략을 갖고 있다. 회사가 망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다. 1차원적으로 보면, 그 책임은 대표이사에게 있고, 어쨌든 대표가 방향을 잘 제시하지 못했고, 실행을 못 했고, 결국 대표가 사업을 못 해서 회사는 망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걸 조금 더 깊게 보면, 실은 대표와 경영진의 큰 실수 때문에 사업이 안 된 것 보단, 사업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할 수 있고, 대부분 하는 그런 작은 실수와 그릇된 판단이 쌓이고, 이런 실수를 감싸줄 수 있는 자금을 적시에 확보하지 못했고, 그리고 여기에 운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망하는 그런 경우가 가장 많다.

우린 이런 걸 워낙 많이 봤다. 성공한 모든 사업의 뒤에는 뛰어난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있다. 물론, 운과 타이밍도 큰 기여를 했다. 하지만, 실패한 모든 사업의 뒤에 능력없는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항상 있진 않다. 오히려 실패한 사업도 보면 아주 뛰어난 대표이사와 경영진이 있지만, 운과 타이밍이 맞지 않아서, 이분들은 성공으로 가는 길을 당시엔 못 찾았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의 믿음은, 잘하는 창업가라면 결국엔 이 길을 찾는다는 것이다. 운 좋은 분들은 한 번에 이 길을 찾지만, 그렇지 못해도, 3~4번 정도 시도하면 결국엔 길을 찾는다.

이런 이유로 스트롱에서 한 번, 또는 두 번 투자한 창업가지만, 실패하더라도, 기꺼이 다시 투자할 준비가 항상 되어 있다. 절대로 안 될 것 같은 비즈니스를 되게 만드는 분들을 많이 봤고, 보이지 않는 길을 어떻게 해서든 찾는 분들을 많이 봤기 때문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이분들을 지원해주면 결국엔 성공 방정식을 만들어 갈 수 있다는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실패하고 재창업하는 스트롱 대표들에게 무조건 투자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전 사업에 실패한 원인이 너무나 명확하게 대표이사의 큰 판단 미스이고, 이분의 성향 자체가 그런 큰 실수를 할 수밖에 없다면, 다시 한번 고려한다. 그리고 위에서는 내가 이분들이 언젠가는 길을 찾는다고 했는데, 길을 찾는 시간이 너무나 오래 걸린다면 – 예를 들어, 50년 – 우리 같은 투자자가 다시 투자하긴 좀 힘들긴 하다.

섣부른 판단

며칠 전에 미디어 커머스라는 분야를 개척한 블랭크코퍼레이션에 대한 이런 기사를 읽었다. 요약하면, 미래 유니콘 가능성이 있던 회사가 임직원의 대규모 퇴사와 이직 문제 때문에 인사관련 문제가 커지고 있고, 무분별한 사업확장으로 인해서 회사의 적자 폭이 커지고 있다는 부정적인 내용이다.

이 기사에 대한 스타트업 관계자들의 의견은 다양하지만, 내 주변 많은 분들은 대부분 “그럴 줄 알았다” , “이상한 제품 만들어서 마케팅만 하더니, 결국…” 과 비슷한 반응이었다. 솔직히 나는 이 기사 내용도 그렇지만, 이런 부정적인 반응에 대해서도 조금 불편했다. 모든 일에는 음과 양이 있고, 좋은 면과 어두운 면이 있는데, 블랭크에 대한 이 기사는 현재 회사의 상황에 대한 총체적인 이해가 없이, 특정인들에게 들은 이야기와 부분적인 조사를 기반으로 쓰인 게 아닌가 싶다.

물론, 나도 블랭크라는 회사에 대해서 잘 모른다. 이 회사의 반려동물 브랜드 아르르의 제품을 몇 번 사본 것 외에는 나는 블랭크와는 그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다. 그런데, 내 경험에 의하면, 너무 많은 사람들이 빙산의 일부만 보고, 그게 마치 빙산의 전부라고 착각하는 실수를 범한다. 거기서 멈추면 좋을 텐데, 이걸 또 온 세상에 공개하고 방송하고, 소셜 미디어의 힘을 빌려, 근거가 전혀 없는 소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100% 맞는 사실도 아닌 내용을 빠른 시간 안에 퍼뜨린다. 이렇게 한 번 바이럴을 타면, 이후엔 이걸 다시 되돌릴 방법은 없다.

그동안 이런 피해를 본 회사가 너무 많지만, 우리도 아주 작은 주주인 쿠팡이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싶다. 미디어의 내용과 기사가 모두 맞았다면, 쿠팡은 이미 망했어야 할 회사이다. 현금이 바닥이라는 기사, 내부 갈등 때문에 경영진이 모두 퇴사한다는 기사, 등…대부분의 기사가 완전히 근거 없진 않았지만, 상당히 많이 틀린 내용들이었고, 이런 내용이 공개되고, 급속하게 퍼지면서 파생 소문까지 만들어지고, 순식간에 쿠팡은 이제 곧 망할 회사가 된 적이 너무 많다. 현실은, 뉴욕증시에 이미 상장까지 했고, 더 잘 성장하고 있는데 말이다.

블랭크코퍼레이션의 내부에서 정확히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진 실은 외부인은 그 누구도 정확히 모른다. 그냥 대부분 기사 내용이 ‘카더라’ 기반으로 유추되고 만들어진 이야기일 것이다. 물론, 회사는 이제 어느 정도 연식이 됐고, 성장도 꽤 많이 했기 때문에, 많은 기업이 경험하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겠지만, 그렇다고 위 기사에서 묘사된 것 처럼 상황이 심각해서 조만간 망하는 건 아니라고 나는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너무 섣부르게 판단하고, 섣부르게 말하는 게 아쉽긴 하다.

그런데, 남의 회사에 대해서 이렇게 우리가 왈가왈부하면서, 이렇다 저렇다 할 필요도 없고, 솔직히 그럴 시간도 없다. 그냥 내 비즈니스 신경 쓰고, 내 비즈니스만 잘하면 된다.

안 할 이유 vs. 해야 할 이유

스타트업에게 가장 중요한 건, 뭘 더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게 아니라, 뭘 더 안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거라는 말을 나는 자주 강조한다. 세월이 바뀌었고, 기술도 좋아졌고, 창업가들도 더 똑똑해져서, 여러 가지를 잘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그만큼 경쟁이 치열해졌고, 과거와는 다른 차원의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를 대충해서는 절대로 이길 수 없고, 한 가지만 남들보다 정말 정말 잘해야지만 그나마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올릴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즉, 땅콩버터를 얇게 바르는 스타일의 사업은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는 게 내 지론이다.

오늘도 비슷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가 만나는 많은 팀이 너무 많은 걸 하려고 한다. 회사 자료를 보거나, 미팅을 하면, 뭔가 내용은 엄청 많은데 결국 이 회사가 하는 게 뭔지 잘 파악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전형적인 예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그리고 이커머스를 전부 다 하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있고, B2C, B2B, B2G를 다 하는, 모든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하는 회사가 있다. 이분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어차피 다 동일한 거고, 포장만 바꾸면 된다는 내용을 항상 강조하고, 두 번째로 말하는 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모든 걸 우리가 안 할 이유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안 할 이유가 없으면, 무조건 하자라는 태도로 사업을 해서 잘하는 분도 있지만, 대부분 실패한다. 안 할 이유가 없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면, 없는 자원을 자꾸 쪼개려고 한다. 자원은 한정되어 있는데,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 하면, 안 그래도 부족한 자원을 또 분산해야 하는데, 이러면 크게 성공할 수 있는 확률 또한 분산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모든 걸 하려는 생각 뒤에는 본인도 정확히 뭘 해야 할지 확실치 않고, 그러다 보니 이것저것 하다가 하나만 걸리면 좋겠다는 희망 사항이 무의식중에 있다.

사업의 성공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고 싶다면, 안 할 이유를 찾는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를 찾아야 한다. 스스로 여러 번 물어야 한다. “이걸 지금 하는 게 우리에게 맞는 건가?” , “우리가 이걸 지금 해야 하는 이유가 있나?”. 지금 이 사업을 해야 할 이유가 명확하다면, 그땐 이걸 하는 게 맞다. 할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 태도로 사업을 하면 자원을 최적화하고, 최적화한 자원을 집중한다. 이게 초기 스타트업이 그나마 성공할 수 있는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참고로, 이 이야기는 회사가 어느 정도 규모 이하일 때 적용된다. 규모가 커지고, 사람도 많아지만, 위에서 말 한 안 할 이유가 할 이유가 되고, 이 시점이 오면 모든 걸 다 할 수 있는 자원이 있기 때문에 다 해도 된다. 물론, 그렇다고 다 성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는 절대로 아니다.

안 할 이유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해야 할 이유가 중요하다.

8대 불가사의

오늘은 우리가 투자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실은, 내가 쓰는 글 대부분이 많든 적든 사람에 대한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요새 특히 자주 느끼는 부분이다.

우리는 일반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consumer internet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하지만, 아주 전문적인 날카로운 분야의 회사에도 투자한다. 최근에 이런 부류의 회사에 투자했다. 우리가 잘 아는 분야는 아니지만, 기본적인 숙제를 했고, 팀이 좋아서 투자했지만, 이 분야에 대한 지식이 여전히 우리에겐 부족하다. 그런데,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오던 대기업 분들과 이야기해 보니, 이미 이분들이 아는 회사이고, 본인들도 전에 한 번 검토를 했었지만, 투자는 하지 않기로 했다고 했다. 여기까지면 좋았을 텐데, 왜 그 회사에 스트롱은 투자했는지 엄청나게 궁금해하셨다. 직접적으로 말은 안 했지만, 내가 받은 느낌은 우리 투자사의 제품과 시장이 전문가의 입장에서 봤을 땐 생각만큼 대단하지 않은데, 우리가 이 분야를 잘 모르기 때문에 잘 못 투자했다는 생각을 하시는 것 같았다.

실은 이분들이 맞을 수도 있다. 우린 광범위한 분야에 투자하는 VC라서,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은 없다. 반면에, 이분들이 일하고 있는 회사는 거의 50년 이상 특정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를 통해서 축적한 전문지식이 상당히 많을 것이다. 그래서 초기 스타트업을 단순히 제품, 서비스, 또는 시장으로만 본다면, 그리고 정확히 그릴 수 없는 미래가 아닌 현재만을 본다면, 우리가 반쪽짜리도 안 되는 지식과 이해도를 기반으로 투자한 게 맞고, 이게 전문가의 입장에서는 틀린 한 수로 보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특정 분야에서 오랫동안 일 한 전문가들이 자주 간과하는 게 하나 있는데, 그게 바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지만, 뭘 하는것 보단, 누가 이걸 하냐가 우리에겐 가장 중요하다. 안 될 사업도 되게 만드는 창업가들을 너무 많이 봤고, 반대로, 될 사업도 안 되게 만드는 창업가들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나는 사람의 힘을 항상 믿고 있다. 우리 상상보다 인간은 많고 놀라운 일을 할 수 있는데, 그중 가장 으뜸이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창업가라고 생각한다.

우리 투자사 중 요새 미디어에 많이 비치고 있는 당근마켓이나 클래스101 같은 회사도 모두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절대로 안 된다고 했던 사업이다. 서비스와 시장만 봤을 땐 안 될 사업이었을지도 모르지만, 이분들이 간과한 건 그 사업을 하고 있는 창업가들이었다. 안 될 사업을 사람이 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보면, 초기 투자는 사람을 연구하는 업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내가 지금까지 느낀 건, 세계 7대 불가사의에 한 가지만 더해본다면, 사람이야말로 바로 8대 불가사의가 아닌가 싶다.

땀 냄새

우리 투자사 중 B2B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위펀이라는 회사가 있다. 위펀의 대표 서비스인 스낵24로 더 잘 알려진 회사이다. 여기 김헌 대표님이 2019년 6월에 우리에게 콜드 이메일을 보냈고, 재미있는 서비스인 것 같아서 우리 사무실에서 첫 미팅을 했다. 그리고 조금 더 회사를 알아보고 싶어서 당시 가산 디지털 단지에 있었던 위펀의 창고형 사무실을 방문했다.

오퍼레이션을 어떻게 하는지 항상 궁금했었기 때문에 창고를 먼저 방문했는데, 그땐 시스템이 거의 없는 단순한 창고였다. 창고 안에 여러 가지 과자와 스낵이 빼곡히 저장되어 있고, 선반에도 내가 즐겨 먹는 과자들이 빽빽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 비좁은 틈을 분주하게 왔다 갔다 하는 위펀의 팀원분들이 보였다. 무슨 말인진 정확히 못 들었지만, 그 안에서 서로에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작업 지시를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정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면서 과자를 픽업하고, 다시 진열하고, 포장하고 있었다. 그리고 자체 보유한 트럭은 물건이 준비되면 배달하기 위해서 차고 밖에서 대기 중이었다.

너무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어서, 창고를 보러 온 우리가 미안할 정도였는데, 같은 건물에 있는 사무실에서 김헌 대표와 이야기하기 위해서 올라가기 전에 존이랑 나랑 서로 보면서, “여긴 땀 냄새가 물씬 난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물론, 실제로 땀 냄새가 났던 건 아니지만, 우리가 눈으로 본 상황이 뇌로 전달되면서 그려졌던 이미지는 땀 뻘뻘 날 정도로 열심히 발로 뛰어 다니는 젊고 열정적인 팀이었다. 엄청 세련되고 시스템이 빵빵하게 돌아가는 회사도 좋지만, 솔직히 우리같이 초기 단계에 투자하는 사람은 이런 땀 냄새 나는 팀을 엄청 좋아한다. 결국 이런 분들이 발로 뛰어다니면서 엄청난 비즈니스와 회사를 만들어가는 걸 직접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코너마켓이라는 우리 투자사에 대해서도 전에 포스팅 한 적이 있는데, 이 회사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고객으로부터 수거한 유아복을 분류해서 저장하는 창고형 사무실에 들어가자마자 이런 땀 냄새를 맡을 수 있었는데, 실은 그 어떤 향수보다도 더 향기로웠다.

지난주 포스팅에서 실제로 잘 돌아가는 회사 내부를 보면 정말 혼란스럽고 개판이라고 했는데, 위펀 내부 또한 정말 정신없이 돌아갔다.

이제 우리는 모든 팀원이 맨땅에 헤딩하고 있고, 개판 수준으로 정신없이 돌아가지만, 그 팀을 볼 때 아주 짜릿한 느낌을 받는다면 “이 팀에겐 땀 냄새가 난다.”라는 말을 자주 한다. 그리고 이 땀 냄새가 나는 팀에게 스트롱이 투자할 확률은 매우 높다.

오늘도 모두 땀 냄새 나는 바쁜 하루가 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