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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렌 버핏 바이블

아마존 책 분야에서 ‘Warren Buffett’으로 검색해보면 1,000권 이상의 결과가 나온다. 이만큼 워렌버핏은 많은 분께 연구대상이자 배울 점이 많은 비즈니스맨이다. 나도 버핏의 팬이고, 워렌버핏 관련 책을 꽤 많이 읽었다. 이번 설 연휴에 ‘워렌버핏 바이블(Warren Buffett on Business)’을 읽었는데, 그동안 내가 알던 내용을 다시 복습할 수 있었고, 새로운 내용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나는 이 블로그에 서평을 거의 안 쓰지만, 책 내용이 좋아서 몇 자 적어본다. 마지막으로 읽은 버핏 관련 책이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인데, 이 책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워렌버핏 바이블은 워렌버핏의 주주서한이 출간 된 이후의 주주서한이 정리되어 있고, 해마다 오마하에서 열리는 버크셔해서웨이의 주주총회에서 주주들이 현장에서 버핏과 파트너 찰리 멍거에게 던진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을 정리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내가 가장 좋아했던 부분은 “7장 | 버크셔의 기업 문화”와 “14장 | 학습과 삶의 지혜”인데 개인적으로 봤을 때 여기서 버핏의 명언들이 가장 많이 나온다. 버핏에 대한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일을 하는 방법과 일을 대하는 태도의 정석을 배울 수 있는 비즈니스 교과서라고 생각했는데, 계속 읽을수록 일 보다 오히려 인생의 지혜를 배울 수 있는 인생 바이블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두 부분에서 나오는, 누가 봐도 너무 당연하지만, 대부분 실천하지 못 하는, 그래서 너무나 좋아하는 문구들이다:

1/ 우리에게 필요한 건 ‘사람들에게 잘 어울리는 원칙’이 아니라 ‘원칙에 잘 어울리는 사람들’입니다.
2/ ‘우리가 어떤 사업을 하는가?’는 중요하지만, ‘우리가 어떤 사업을 거절하는가?’는 더 중요합니다.
3/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4/ 우리가 돈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심지어 많은 돈을 잃어도 됩니다. 그러나 평판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단 한치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5/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6/ 정당성이나 적법성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내게 전화해주세요. 그러나 그렇게 주저할 정도라면 경계선에 매우 근접했다는 뜻이므로 포기해야 합니다. 이럴 경우 그냥 경계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세요.

버크셔해서웨이라는 기업은 너무나도 멋있고, 지금까지의 눈부신 실적이 이를 증명해준다. 기업을 운영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부러워할 만한 요소를 너무 많이 갖고 있는 회사다. 하지만, 버크셔해서웨이보다 훨씬 멋있는 건 이 회사의 문화를 만든 워렌버핏과 그의 삶을 바라보는 태도와 인생에 대한 철학이다. 경영인이든 비경영인이든 모든 사람이 배울 점이 너무 많다고 생각한다.

버크셔해서웨이 주주총회에서 어떤 주주가 다음과 같은 제안을 했다고 한다.
“버크셔해서웨이는 필요 이상의 자금을 보유 중이고, 주주들은 버핏 같은 억만장자가 아니므로, 이사회는 매년 상당액의 배당 지급을 검토한다.”

그래서 이 제안에 대해서 버크셔해서웨이 A주와 B주 주주들을 대상으로 투표가 진행됐는데, 투표의 98%가 이를 반대했단다. 즉, 본인들에게 배당 지급하지 말고, 그냥 모두 좋은 기업에 재투자하라는 의미다. 도대체 이 세상 어디에 이런 주주들이 또 있을까? 버크셔해서웨이이기에, 그리고 워렌 버핏이기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워렌버핏이 항상 옳진 않았다. 기술회사와 기술주를 철저히 무시하고 배제하던 버핏도 아마존과 구글을 완전히 놓친 점을 공개적으로 후회했는데, 최근 들어 기술주를 보는 시각을 바꿨고, 작년에 아마존 주식을 꽤 많이 구매했다. 또한, 우리 같은 초기 벤처 투자자는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게 일상생활의 일부지만, 버핏은 돈을 벌려고 돈 잃을 위험을 감수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라는 말을 자주 강조한다. VC 투자랑 버핏 투자는 많이 다르긴 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철학과 태도는 배울 점이 너무 많아서, 이 책은 모든 분들에게 강추한다.

과거 워렌버핏 관련 포스팅:
—버핏의 기업지배구조
—워렌 버핏처럼 하라
—워렌 버핏의 조언과 스타트업

셀미트

지난 주에 미국의 Memphis Meats가 1,900억 원 정도의 투자를 받았다는 기사가 발표됐다. 빌게이츠와 리처드 브랜슨과 같은 유명한 개인들도 투자한 이 회사는 2015년도에 창업된 회사인데, 배양육을 개발하고 만드는 최첨단 기술의 스타트업이다.

지구에는 약 80억 명의 인구가 살고 있고, 이들이 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서 1년에 소비하는 가공 육류는 – 소, 돼지, 닭만 – 3억 톤 이상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해마다 700억 마리의 가축이 도살되고 있다. 앞으로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더욱더 많은 가축을 사육해야 하고, 죽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가축사육 시스템으로는 늘어나는 육류 소비량을 막대한 경제적, 환경적, 윤리적 파괴가 없이는 만족시킬 수가 없기 때문에,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는 단백질을 만드는 방법을 근본적으로 새로 개발해야 한다.

여기서 대체육이 등장한다. 지금까지 우리한테 익숙한 대체육은 요새 고공비행하고 있는 Beyond Meat나 Impossible Foods가 만드는 식물성 단백질 기반의 ‘가짜’ 고기다. 나는 둘 다 먹어봤고, 비욘드 미트의 초기 제품부터 먹어봤는데, 그렇게 맛이 없던 가짜고기를 현재 수준까지 끌어 올린걸 보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한 쪽으로는, 과연 과학의 힘으로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식물성 단백질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을 항상 갖고 있다.

환경, 경제, 윤리적 문제를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동물성 단백질의 맛과 질감을 그대로 구현할 수 있는 게 바로 Memphis Meats와 같은 회사가 풀려고 하는 숙제이다. 바로 배양육(cultured meat)이라는 분야인데, 가축을 죽이지 않고 실험실에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드는 분야이다. 즉, 실험실에서 진짜 고기를 만드는 기술이다. 나는 식물성 단백질 보단, 오히려 배양육 기술을 통해서 실험실에서 완벽한 동물성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면, 이게 진짜 고기의 맛과 질감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한다.

이런 최첨단 기술은 미국이나 이스라엘에서 오래전부터 연구되었고, 관련 스타트업도 몇 년 전부터 해외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한국은 대체 단백질 경주에 늦게 뛰어들었다. 시장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생각하지만, 기술력, 자본력, 인력 면에서 아직은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따라잡아야할게 많을 것이다. 우린 작년에 전라도 광주에 있는 배양육 스타트업 셀미트에 투자했다. 한국에도 이 정도 배양육 기술력을 가진 팀이 있다는 사실도 놀라웠고, 우리에게 이런 좋은 팀에 가장 먼저 투자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게 매우 감사했다.

실은, 이런 기술이 상용화 되려면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긴 하다. 크게 보면 두 개의 큰 산이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실험실에서 고기를 만드는 건 지금도 가능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많은 사람이 구매해서 먹게 하려면 대량생산체제를 만들어야 하는데, 이건 큰 자본과 생산 노하우가 필요한 어려운 일이다. 또한, 이론적으로 보면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가 도축한 고기보다 안전하고 맛있지만, 이걸 대중에게 판매하기 위해서는 관련 부처의 승인이 필요한데, 분명히 축산업계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고, 정부에서는 규제하려고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양육이 대중화가 된다면, 이건 정말 우리의 라이프스타일 자체를 크게 바꿀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에 나는 셀미트와 배양육 시장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

겸손해질 수 있는 영광

스타트업 분야에서 일을 하다 보면, 여러 가지로 고마운 점이 많아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게 된다. 특히, 대기업 또는 이 업과 다른 분야에서 일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나는 매일 경험하기 때문에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서 다시 한번 감사의 마음을 갖게 되는 경우가 꽤 많다.

다 나열하면 너무 많지만, 올해 이런 생각을 가장 많이 했을 때가 두 가지 경우다. 둘 다 창업가들과 이야기할 때 느낀 점들이다. 내가 만나는 창업가 중 95%가 소위 말하는 고생하는 바퀴벌레형 창업가이다. 나도 투자하는 사람 입장에서 원래 사업은 힘들고, 앞으로 더 힘들어 질 것이기 때문에, 항상 버티면서 허슬링 해야 한다고 입버릇처럼 말을 하지만, 나도 짧게 경험을 해봐서 알지만, 이게 정말 말처럼 쉬운 게 아니다. 스타트업이 진짜 전쟁도 아니고, 조폭과 사업하는 것도 아니라서, 일 하다가 정말로 죽는 경우는 거의 없지만, 마음가짐만큼은 정말 죽을 각오를 하고 덤비는 창업가들을 보고 있자면, 저 사람들은 왜 저렇게 사서 고생하고, 힘든길을 가고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질 때가 많다. 그리고 정말 가끔 그런 질문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 내가 누가 봐도 곧 망할 것 같은 스타트업을 운영하는 분한테 “대표님, 그냥 이건 투자자로서 하는 질문이 아니라, 같은 사람으로서 궁금해서 물어보는데요, 이거 대체 왜 하시는 건가요? 그동안 잘 안 됐고, 앞으로도 잘 안 될 거 같은데요.”라는 질문을 했다. 이분이 조금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글쎄요. 저는 제가 왜 이걸 하는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하고 싶은 일이고, 그냥 매일 일어나서 최선을 다하고 있고, 그러다 보면 계속 살아남으면서 앞으로 나가지 않을까 싶어요. 제가 그만두면 이 힘든 여정이 끝나겠지만, 저는 그냥 계속할 거예요.”

이럴 때는 내가 왜 이런 바보 같은 질문을 했을까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스로 많이 겸손해진다. 저렇게 힘들지만, 계속 앞으로 나가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도 불평불만 없이 내가 해야 할 일을 묵묵히 하고, 내가 가야 할 길을 묵묵히 가야겠다는 다짐을 항상 하게 된다.

또 항상 겸손해질 때가 있는데, 이미 성공 경험이 있는 창업가들이 다시 창업해서 역시 힘들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걸 볼 때다. 이 분들이야말로, 좋은 엑싯을 해서 평생 일 하지 않아도 될 만큼 물질적으로 여유가 있고, 어떻게 보면 나 같은 투자자한테 돈 달라고 부탁하지 않아도 되지만, 내가 아는 그 어떤 창업가보다 열심히 일 한다. 이런 분들이 아직도 매일 15시간씩 일하고, 주말에도 회사에 나오고, 자나 깨나 사업 생각만 하는걸 보면, 그냥 반자동적으로 나를 돌아보게 되면서 겸손해진다. 전에 내가 개인 자산이 수천 억 원이 넘는 연쇄 창업가의 짐승피칭을 보고 깜짝 놀랐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분야에 있다 보면 이런 분들을 꽤 자주 접할 수 있다. 대기업이나 다른 분야에서는 솔직히 볼 수 없는 광경이다.

아직 미완성 소프트웨어를 베타 제품이라고들 하는데, 인생도 미완성이고, 삶의 묘미는 이 미완성 인생을 계속 개선해나가는데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의미에서는 인생은 항상 베타라고 할 수 있다. 성공을 이미 했든, 실패를 여러 번 했든, 앞으로 성공을 하고 싶든, 창업가들이야말로, 상황과는 상관없이 항상 최선을 다하면서 정말 베타 인생을 제대로 살고 있는 멋진 사람들이다.

나는 열심히 하는 것보단, 잘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직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래도, 어제보다 나은 오늘, 그리고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만들기 위해서 열심히 하는 분들한테는 일어서서 기립박수를 밤새 쳐주고 싶다. 이렇게 열심히 하는 분들과 같이 일하면서 항상 겸손해질 수 있는 건, 그 자체가 영광이다.

배달의 민족

2019년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뉴스는 아마 배달의 민족 엑싯이 아닐까 생각한다. 독일에 본사를 둔, 요기요와 배달통을 운영하는 Delivery Hero가 4.7조 원에 배달의 민족을 인수했는데, 국내, 그리고 해외에서도 깜짝 놀랐던 빅딜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배달의 민족에 대해서 처음 들었던 건 아마도 2011년도였던 거 같다. 알토스의 한킴 선배님이 중국집 찌라시를 스캔해서, 이걸 모바일로 제공하는 앱이 있는데, 이름이 배달의 민족이라고 했을 때, 그냥 뭐 이름 정말 웃긴다고 하면서 막 웃었던 게 기억나는데, 이 회사가 10년 만에 엄청난 기업이 됐다. 참고로, 그땐 스트롱벤처스가 만들어지기 전이라서 우린 투자 생각은 하지도 못했다.

이 딜에 대한 반응은 엇갈리는 거 같다. 국내 기업이 외국 기업에 넘어갔다는 점, 이젠 한국의 배달 시장이 외국인 소유가 됐다는 원망, 배달의 민족이 게르만 민족이 됐다는 말장난, 뭐, 이런 부분이 못 마땅 하다는 부정적인 의견도 상당히 많은 거로 알고 있는데, 나는 굳이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배달의 민족은 한국 정부에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하는 국가 산업이 아니다. 철저하게 시장과 자본의 논리로 만들어졌고, 운영되는 기업이다. 자본의 싸움이고, 시장의 싸움이다.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 외국기업은 한국기업을 인수하면서 한국과 아시아에 진출한 것이고, 좋은 회사를 확실하게 인수하기 위해서 시장 가격을 지불한 것이다. 이게 비싸니, 말도 안 되는 기업가치니, 하는 건 다 부질없는 논쟁이다. 돈을 내는 사람이 지불의사가 있는 가격이 시장 가격이 되는 것이고, 누군가 딜리버리히어로보다 더 간절하게 배달의 민족을 원했다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했어야 할 것이다. 한국기업도 해외기업을 인수하면서 해외 시장으로 진출할 수 있고, 이미 이렇게 하고 있는 마당에 독일 회사가 한국 스타트업을 조 단위 가격에 인수한 게 뭐가 그렇게 이상한 건지 잘 모르겠다. 이미 말했듯이, 이건 자본의 싸움이고, 돈에는 국적이라는 게 없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배달의 민족의 초기 투자자인 본엔젤스와 알토스가 부럽다. 그리고 너무 축하한다. 실은, 알토스보단 우리랑 비슷한 단계에 투자하는 본엔젤스가 더 부럽고, 강석흔 대표님과 본엔젤스 팀원분들에게 respect를 표한다. 본엔젤스는 이번 엑싯으로 인해서 8년 전에 3억 원 투자한 게 1,000배가 됐다는 기사를 읽었는데, 우리 같은 초기 VC한테는 정말 꿈같은 수익률이다. 이 정도면, 투자 인생에서 평생 한 번 정도 칠만한 그런 만루홈런이다.

올 한 해도 한국 스타트업 커뮤니티에 이런 좋은 소식이 많이 생겼으면 하고, 우리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한다. 그리고 김봉진 대표님과 우아한 형제들 모두 축하한다. 아시아인 모두가 다 배달의 민족이 되길.

직원들의 스톡옵션

한 5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직하면, 연봉과 조건 협의할 때, 대부분의 직원은 스톡옵션보다는 현금을 선호했던 걸로 기억한다. 그때는 스톡옵션에 대한 개념이 정착되지 않았었고, 지금같이 성공한 스타트업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가능성이 매우 낮은 불확실한 휴짓조각 같은 스톡옵션을 받기보단, 고정된 가치지만 내 주머니 속으로 꼬박꼬박 들어올, 확실한 현금을 선호했다. 개인의 취향이겠지만, 연봉협상을 할 때, 오히려 현금 부분을 줄이고, 스톡옵션을 더 많이 받길 선호하는 내가 아는 미국 회사원들과는 대조되는 광경이었다.

그 후 5년이 지난 현재도 현금을 선호하는 성향은 여전히 존재하지만, 아직 미혼이거나 가족이 없는 젊은 분 중 현금보다는 스톡옵션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 잘되고 있는 스타트업이 많아졌고, 특히 유니콘이 더 많아지면서, 주변 지인들이 실제로 돈을 많이 번 사례를 보면서 이렇게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 같다. 아무도 모르던 이커머스 회사, 또는 배달 앱을 만드는 회사에 친구들이 입사했을 때는 뭐 저런 회사에 취직했냐고 비웃었지만, 몇 년이 지난 후에 기업가치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입사 초기에 받은 스톡옵션의 가치가 어마어마하게 올라가서 큰돈을 버는 걸 직접 보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접하게 되면서, 스톡옵션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고 있다.

실은, 창업자가 아니고 직원이라면, 스톡옵션은 이들에게는 스타트업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연봉을 많이 받으면 당연히 좋지만, 솔직히 세금을 낸 후에 실수령하는 현금은 그렇게 차이 나진 않는다. 그리고 이 연봉의 차이가 인생을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금액도 대부분 아니다. 그러면, 열심히 일해서 같이 회사의 가치를 키워나가고, 회사가 잘 되면 본인도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스톡옵션은, 대기업에서는 제공되지 않는, 스타트업에서만 제공되는 굉장히 좋은 보상 기회가 될 수 있다. 물론,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실패하기 때문에, 스톡옵션은 대부분 휴짓조각이 된다는 점은 명심하자.

회사의 입장에서도 현금보단 스톡옵션을 직원들에게 주는 게 여러모로 좋다. 일단,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돈이 없다.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현금은 워낙 소중하기 때문에 – 지분도 소중하지만, 현금은 회사를 돌아가게 만드는 피라서 – 가능하면 아껴야 한다. 스타트업 비용의 대부분은 인건비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연봉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하게 섞으면 그만큼 회사를 운영하는데 필요한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다른 장점은,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의 회사에 대한 애사심과 오너십을 심어줄 수 있는 게 스톡옵션이다. 내가 일하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내가 갖고 있다는 사실 자체도 상당히 자랑스럽고 모티베이션을 줄 수 있는데, 내가 열심히 일해서 회사가 잘 되면 그 지분의 가치 또한 올라가니, 이보다 더 좋은 인센티브는 없을 것이다.

그럼 스타트업에서 직원을 채용할 때, 스톡옵션을 얼마큼 주는 게 적당할까? 1%가 맞을까 아니면 10%가 맞을까? 우리 투자사 대표들이 나한테 요새 자주 물어보는 질문이기도 하다. 실은 정답은 없지만, 기본적으로 코파운더도 아니고, 임원급도 아니고, 그냥 일반 직원이지만 초기에 입사하는 분들한테는 최대 1~2%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조금 더 자세히 말하자면, 이런 식으로 생각을 하면 좋다. 새 직원이 입사하는데, 이 분 정도면 시장에서 받을 수 있는 연봉이 5,000만 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이미 말 한대로, 현금이 항상 부족한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현금과 스톡옵션을 적절히 혼합하는 게 가장 좋다. 회사에서 제공할 수 있는 현금이 3,500만 원이라면, 부족한 1,500만 원을 스톡옵션으로 주면 좋다. 부족한 1,500만 원은 그러면 몇 퍼센트인가? 조금 객관적으로 계산을 해보려면, 스타트업의 현재 기업가치를 따져보는 게 좋다. 만약에 얼마 전에 기업가치 50억 원에 투자를 받았다면, 이 회사의 소위 말하는 공평한 시장가치(=Fair Market Valuation)는 50억 원이다. 50억 원의 0.3%가 1,500만 원이다.

그러면, 이 직원분한테는 현금 3,500만 원에 회사의 스톡옵션 0.3%를 제안하고, 이걸 기반으로 협상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여기서 항상 명심해야 할 것은, 이 ‘0.3%’라는 엄청 작아 보이는 퍼센트가 중요한 게 아니고, 이게 돈으로 환산하면 얼마가 될지가 중요한 것이다. 또한, 이 가치는 훨씬 더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직원분은 명심해야 한다. 50억 원의 0.3%면 1,500만 원이지만, 본인이 정말 열심히 일해서, 회사의 기업가치가 높아지고, 만약에 1,000억 원에 엑싯을 해서 현금화를 한다면, (희석을 무시한)0.3%는 3억 원이 된다. 또한, 일을 잘하면, 중간마다 보너스로 스톡옵션을 계속 받을 기회도 있다.

가끔, “우리 사장 진짜 짜다. 스톡옵션 고작 1%밖에 안 주더라.” 류의 말을 듣는 경우가 있는데, 이럴 때마다 나는 그 1%라는 숫자에 집착하지 말고, 그 1%의 시장가치에 관심을 더 가지라는 조언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