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초인적 능력

나는 학부 때 기계공학을 공부했다. 공부를 썩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유체역학이나 열역학 등 몇 가지 과목은 흥미롭게 들었다. 우리를 가르치던 교수님들 모두 좋은 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으신 분들인데, 이분들이 한 말 중 가장 웃겼던 건, “나도 유체역학이랑 열역학 평생 공부하고 가르치고, 비행기도 설계해봤지만, 비행기가 나는 거 보면 항상 너무 신기하다. 저 고철 덩어리를 어떻게 사람은 날릴 수 있을까”라는 말이다.

나도 항상 그런 생각을 한다. 자동차가 도로에서 굴러다니는 것도 신기한데, 그 무거운 비행기가 하늘을 날고, 배가 물에 뜨는 걸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현대 과학과 공학의 승리지만, 결국엔 인간의 승리인 거 같다.

얼마 전에 나사가 InSight Mars Lander를 화성에 성공적으로 착륙시켰다. (음모론자들은 모두 가짜고 CG의 승리라고 하지만) 나는 정말 경외심을 갖고 이 뉴스를 봤다.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5,500만 킬로나 떨어진 저 머나먼 화성에 우주선을 보내고, 그 우주선을 착륙시키고, 착륙하자마자 열심히 이런저런 일을 시키는 게 정말 믿기지 않았다. 아무리 전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오랫동안 엄청난 예산을 쓰면서 작업한 결과지만, 나 같은 사람한테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진다. 그리고 나는 이 뉴스를 옆에서 같이 보고 있던 지현이한테 “우리 곧 화성으로 이사할 준비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라고 했다. 농담이었지만, 어쩌면 농담이 아닐지도 모른다. 시간이 말해줄 것이다.

인간은 정말 대단한 거 같다. 우리가 워낙 많은 회사에 투자하고, 매일 다양한 기술을 접해서 나는 어쩌면 이런 기술의 발전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이지만, 우린 정말 엄청난 발전 속에 살고 있다. 나는 삐삐, 플립폰, 스마트폰, 넷스케이프, 다이얼업모뎀 등을 모두 겪은 세대인데, 20년 전만 해도 우리가 이런 모바일 connected 세상에서 살게 될 줄은 상상하기 힘들었다. 사람의 능력은 정말 초인적이라고 생각한다.

요새 월드 뉴스를 보면 정말 세상은 개판이라는 생각을 많이 할 것이다. 여기저기서 갈등이 일어나고, 서로 죽이고 있다. 세계 최강대국의 수장은 트위터로 정치를 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물가의 어린이 같다. 중국에서 날아오는 미세먼지 때문에 앞으로 몇 년 후에는 대한민국을 덮는 유리 돔을 만드는 스타트업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전 세계 해양은 플라스틱 때문에 병들어가고 썩어가고 있다. 전기 자동차가 급부상하고 있지만, 당분간은 매연 탓에 공기는 점점 더 안 좋아질 것이다. 하지만, 나는 믿는다. 다시 한번 인간은 새로운 방법을 찾을 것이고, 그동안 잘 못 된 것들을 고칠 것이다. 그리고 이런 움직임을 최전방에서 선도하는 사람들은 창업가들이 될 것이다. 우리가 지원하는 창업가들이 지금까지 인간이 그래왔듯이,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어쩌면 나는 2050년에는 화성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정리하기

초기 벤처 투자는 홈런성 투자라는 말을 자주 한다. 나도 좀 해보니까, 이게 무슨 말인지 이제 잘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그리고 몇 개의 엑싯도 경험해보니, 초기 투자는 정말 아웃라이어에 투자해서 홈런을 치는 게임인 게 명확한 거 같다. 이를 비유할 때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루스 이야기를 많이 하는데, 베이브루스는 워낙 배팅을 많이 해서 삼진도 엄청나게 먹었지만, 맞았다 하면 홈런도 그만큼 많이 쳤다. 이게 초기 투자를 가장 쉽고 직관적으로 설명하는 게 아닐까 싶다. 많이 투자하기 때문에, 많이 망하지만, 워낙 초기에 들어가기 때문에 그중 잘 되는 회사는 엄청나게 잘 되는 거다. 한가지 강조하고 싶은 부분은, 그렇다고 베이브루스가 눈을 감고 배트를 휘두른 건 아니다. 항상 최선을 다해서, 본인의 경험과 힘을 잘 이용해서 배팅했듯이, 우리도 그냥 막 투자하는 건 아니다. 우리만의 철학과 경험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거다. 단지, 다른 큰 VC보다 많은 회사에 투자할 뿐이다.

위에서 말했듯이, 많이 투자한 만큼, 많은 회사가 망한다. 실은 그때마다 내가 할 일이 더 많아진다. 전에 한번 비슷한 글을 올린 거 같은데, 솔직히 단순한 재무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작은 투자금을 집행한 초기 회사들이 망해도 우리 수익률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어차피 소수점 몇 자리기 때문에 펀드의 수익을 위해서는 이런 회사들은 그냥 과감하게 버리고, 잘하는 회사에 집중하는 게 기계적이고, 수학적이고, 냉정한 투자적 관점에서 올바른 일이다. 어차피 일이란게 다 그런 게 아닌가?

하지만, 내가 항상 강조하듯이 우리는 financial industry에 종사하기보단, construction industry에 종사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단순히 돈놀이를 하는 게 아니다. 우리는 자기의 삶을 스스로 컨트롤하려고 하는 가슴뛰는 – 또는, 한때는 가슴 뛰었던 – 분들이 회사를 만드는 걸 도와주는 사람이다. 거의 100개 이상 투자한 펀드에서 한 개의 회사가 망하면, 펀드 수익률에는 조금도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그 회사를 만들기 전에 수많은 고민을 하고, 가족을 포함 주위 모든 사람한테 미친놈 소리 듣고, 엄청난 인생의 결단을 내린 그 창업가한테 이 조그마한 사업은 그분의 인생 전부이자 우주 전부이다. 어떤 경우에는 자식보다도 더 소중하고, 자식보다 더 몸과 마음을 다 바친 인생 최대의 걸작품이다.

이 작품이 망하면 – 어떻게 보면, 확률적으로는 너무 당연한 결과지만 – 이 분을 처음에 지원하고, 응원하고, 돈을 대줬던,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가 회사 정리 또한 같이 해주는 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실은 이 정리라는 게 좀 스트레스풀하고, 짜증 날 때가 많다. 내가 보기엔 더 해도 될 거 같은데 대표이사가 번아웃이 돼서 회사를 정리할 때는 내가 더 짜증이 나고 화가 난다. 내가 보기엔 적당한 금액에 회사를 파는 게 모두한테 좋을 거 같은데 그것마저 싫다고 할 때는 내가 더 짜증 나고 화난다. 폐업하고 회사 정리를 하다 보면, 내가 믿고 투자했던 분이 저렇게 고집이 세고, 융통성이 없고, 의지가 약한 사람이었나 하는 생각할 때도 많다. 이럴 때도 짜증 나고 화가 난다.

하지만, 다시 한번 생각해보면, 내가 화내고 스트레스받을 필요가 없다. 아니, 그렇게 하면 안 된다. 내가 이런 심정이면, 모든 걸 바쳤던 사업을 정리하는 창업가의 마음은 얼마나 안 좋겠냐는 생각을 조금이라도 해보면, 그냥 다시 옆에서 이분들을 잘 지원해주는 모드로 돌아간다. 그만큼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고민 많이 했을 것이다. 그리고 그만큼 스스로에게도 미안하고 창피할 것이다. 나는 이분들이 잘 정리하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고, 스타트업 경험을 기반으로 다시 멋진 도전을 했으면 한다. 그리고 사업이 실패한 거지,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도 운이 좋다면, 이분들이 다시 창업 결심을 하고, 다시 스트롱한테 제일 먼저 돈 받으러 오겠지. 뭐, 다시 투자할지 안 할지는 그때 결정해야겠지만 🙂

무의식적 브라우징

우리 투자사 당근마켓은 모바일 기반의 지역주민 중고거래 서비스를 만들고 있다. 실은 중고나라나 헬로마켓과 같은 굵직한 서비스들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시장이지만, 후발 주자임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빠르고 질 좋게 성장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많은 분이 당근마켓에 대해서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 중 하나가 기존 서비스들과의 차이점이다. 실은 중고나라에 비해서는 판매되는 물건 수가 절대적으로 작아서 유동성이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그래도 고객들의 체류 시간과 engagement 자체는 상당히 높다. 오히려 기존 서비스들보다 더 높지 않을까 나는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나는 그 이유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얼마 전에 당근마켓 대표님과 이야기하면서 힌트를 얻었다. 중고나라에 접속하는 사용자의 행동 패턴을 보면, 서비스에 접속하기 전에 “오늘 밤에 중고나라에 들어가서 xxx 있는지 한 번 봐야겠다”라는 마음의 결정을 하고, 접속한 후에 내가 이미 생각하고 있던 그 필요한 제품을 열심히 검색한다. 싸고 좋은 제품을 찾으면, 구매를 시도하지만, 없으면 그냥 다시 나온다. 무슨 말이냐 하면, 특정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 ‘의식적’으로 서비스를 브라우징한다.

당근마켓은 다르다. 당근마켓을 사용하는 분들은 특별히 뭔가를 찾거나, 또는 구매하기 위해서 앱을 실행하는 게 아니고, 그냥 시간 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이 앱을 열고, 그리고 그냥 올라와 있는 물건들을 계속 스크롤 하면서 본다. 마치 뭔가를 구매하는 중고거래가 아닌, 모바일 잡지나 페이스북의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과 유사한 행동 패턴이 보인다. 여기서 엄청난 차이가 발생한다. 이런 무의식적이고, 머리가 아닌 손가락이 주도하는 브라우징이 가능한 큰 이유는 당근마켓이 모바일 플레이를 워낙 잘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바일이 아닌 데스크톱 기반이었다면, 이렇게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받지 않고, 시도 때도 없이 앱을 실행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은, 이러한 패턴은 데이팅 앱에서도 극명하게 보인다. 데스크톱 기반의 1세대 데이팅 사이트인 eHarmony.com이나 한국의 듀오와 같은 제품은 회원 등록하고, 서비스를 사용하려면, 비장한 마음의 각오가 필요하다. 내 인생의 반려자를 만나기 위한 심각한 목적으로 이 서비스를 사용하는 것이고, (지금은 모바일 플레이도 하지만) 데스크톱 기반이기 때문에, “오늘 밤에 집에 가면, 세수하고, 책상에 앉아서 듀오 들어가서 꼭 내 반쪽을 찾아야지” 또는 “지금은 바쁘지만, 이따 시간 좀 나면, PC 앞에서 차분히 eHarmony 좀 둘러봐야지”라는 각오한 후에 서비스에 접속한다.

하지만, 틴더 같은 모바일 앱이 탄생하면서, 이런 데이팅 앱의 패턴이 달라졌다. 일단 모바일 앱이기 때문에, 굳이 시간을 정하거나 데스크톱이 있는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 없게 됐다. 그냥 사무실이든, 지하철이든, 길거리든, 식당에서 주문받기 전에, 아무 곳에서나 손가락 하나로 앱을 실행하고, 내 취향에 맞을법한 이성을 아주 가볍고 캐주얼하게 브라우징할 수 있다. eHarmony나 듀오와 같은 서비스는 머리와 이성이 주도하는 브라우징이 되어야 하지만, 틴더는 그냥 손가락이 주도하는 무의식적인 브라우징이 가능하다.

당근마켓이나 틴더와 같은 모바일 앱은, 중고거래와 데이팅이라는 최종 목적을 위한 서비스지만, 사용자들의 이용 방법은 그냥 재미있는 콘텐츠를 소비하는 패턴과 같다. 이렇게 하면 체류 시간이 절대적으로 늘어나고, 결국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 서비스가 최종적으로 목표로 하는 결과를 다양한 방식으로 달성할 수 있다. 같은 버티컬이라도, 세련된 모바일 플레이와 조금 다른 접근방법이 엄청난 차이를 만들 수 있다.

잘하면 된다

얼마 전에 진짜 수다스러운 택시를 탔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게 수다스러운 택시 기사님들인데, 이분은 너무 심해서 결국엔 좀 조용히 해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러면서 이분이 하는 말이, 실은 본인이 이렇게 말을 많이 안 하는데,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그 스트레스 때문에 계속 말을 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결국엔 현 정권 탓을 하면서, 대통령이 똑바로 못 해서 경기가 안 좋다는 결론을 스스로 내렸다. 그리고 그 택시에서 내려서 간 식당이 평소보다 한가한 거 같아서 매니저한테 물어보니, 요새 경기가 너무 안 좋아서 식당 문 닫아야 할 판이라고 하소연을 했다. 이분 또한 나라 탓을 했다.

실은, 스타트업 업계가 대기업보단 경기에 조금 덜 민감한 거 같아서, 나는 택시 기사님이나 식당 주인들 만큼 민감하게 경기를 체감하진 못 한다. 하지만, 실물경제에 참석하는 대부분 자영업자의 말을 들어보면, 한국 경기는 요새 상당히 위험한 수준까지 왔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또 한 편으로는 이런 일도 경험했다. 내가 좋아하는 중국집 저녁 약속 예약을 2주 연속으로 못 했다. 약속 3일 전에 전화했는데도, 이미 저녁 예약이 다 끝났고, 그다음 주에는 꽤 일찍 전화했는데도, 예약이 다 차서, 2주 째 예약을 못 했다. 잘 안 되는 식당도 많지만, 결국 맛 좋고, 가격 적당하고, 서비스가 좋으면, 그 식당은 경기와는 무관하게 잘 되는 걸 다시 한번 스스로 깨닫게 된 순간이었다.

결국, 내가 항상 주장하는 ‘좋은 제품’은 항상 이기는 거 같다. 비즈니스를 하다 보면, 예상치 못 하는 변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위에서 말한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국을 강타했던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도 우리가 예측할 순 없다. 한파나 폭염과 같은 이상 기온도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가 100% 오너십을 가지면서 콘트롤 할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우리 팀이 만드는 제품이다. 시장이 사랑하는 멋진 제품으로 만들지, 또는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 아니, 도저히 사용할 수 없는 – 허접한 제품으로 만들지는 대표와 그 팀이 결정할 수 있다.

다시 경기 이야기로 돌아가 보자. 불경기 때는, 물론 모든 사람이 힘들다. 나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고, 경제 활동 또한 사회적이기 때문에, 경기가 좋지 않으면 모두에게 영향이 미친다. 하지만, 아무리 경기가 좋지 않아도 우리 주변에는 손님이 매일 줄을 서서 먹는 식당이 있다. 마찬가지로, 경기가 아무리 좋지 않아도 항상 잘하는 회사가 있다. 잘 되는 식당은 그 이유를 분석해보면, 제품이, 즉, 음식이 좋기 때문이다. 잘 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결국엔 좋은 제품을 만들기 때문이다. 나는 우리 투자사가 이런 회사가 되었으면 한다. 작은 스타트업이 최고의 제품을 만들다 보면, 결국엔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기업이 될 수 있다.

내가 하는 이 업, VC에도 똑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한국은 요새 VC 머니가 넘쳐 흐른다. 내가 모르는 VC가 아는 VC보다 더 많을 정도로 벤처캐피털이 많이 생기고 있다. 어떤 VC는 마케팅을 잘하고, 어떤 VC는 멋진 행사를 많이 하고, 어떤 VC는 투자는 안 하지만 훈계는 잘한다. 그리고 어떤 VC는, 솔직히 뭐 하는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결국 살아남고 오래가는 VC는, 좋은 회사에 투자하는, 즉 본질에 집중하는 VC일 것이다.

Revenue Funding

몇 달 전에 내가 매출 대비 펀딩 비율이라는 수치에 대한 짧은 포스팅을 올렸다. 요새 내가 회사들을 검토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하고 계산해보는 부분인데, 더 많은 회사에 투자할수록, 더 많은 회사가 고생하는 걸 보면서, 이게 정말 중요하다는 경험을 많이 하고 있다. 실은 스타트업이 펀딩을 얼마나 많이 받냐도 중요한 지표다. 회사의 성장이 좋고, 시장의 가능성이 크고, 그만큼 대표이사의 능력이 좋기 때문에 투자를 받을 수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펀딩을 많이 받는다고 이 회사가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실은, 이와 반대인 경우를 훨씬 더 자주 보는 거 같다.

더 중요한 건, 펀딩을 많이 받으면, 그 돈으로 그만큼 스스로 매출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엔진을 회사에서 만들 수 있냐인 거 같다. 어떤 회사는 적은 펀딩으로 매출을 많이 만드는 ‘연비’가 높은 엔진을 만들었고, 어떤 회사는 엄청난 펀딩으로 매출을 그만큼 만들지 못하는 연비가 낮은 엔진을 달고 있다. 그리고, 펀딩을 아무리 받아도 매출을 아예 못 만드는 연비=제로인 회사도 많다. 물론, 매출만이 중요한 지표는 아니다. 어떤 스타트업은 매출을 만들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러 성장에만 집착하고 집중하는데, 이건 회사마다 전략의 문제일 거 같다.

회사마다 상황은 다르고, VC마다 회사로부터 원하는 것은 다르지만, 내가 생각하는 황금 법칙은 바로 “매출 펀딩이 최고의 펀딩(revenue funding is the best funding)” 이다. 무슨 말이냐 하면, 최고의 펀딩은 스스로 매출을 만들어서, 이 매출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는 의미이다. 이러면, 우리 같은 VC는 할 일이 없어지겠지만, 나도 항상 회사들에 최고의 펀딩 전략은 펀딩을 받지 않는 거라는 말을 자주 한다. 실은, 이렇게 하는 회사를 간혹 만나지만, 현실은, 실리콘밸리나 한국의 대부분 스타트업은 이 개념에 익숙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매출을 만들기보단, 외부 투자자의 돈으로 회사의 성장에 투자한다.

내가 만약에 투자가 아니라 실제로 창업을 한다면 따라 하고 싶은 회사가 몇 개 있는데, 그중 하나가 메일침프다. 스타트업 대표나 마케팅 담당자라면 실은 메일침프의 메일 발송 서비스를 안 쓰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많은 자영업자가 애용하는 서비스다. 얼마 전에 포브스에서 메일침프에 대한 기사를 읽었는데, 아 정말 이런 회사를 만든 창업가들이 너무 부러웠고 존경스러웠다. 현재 5조 원 정도의 기업가치를 갖고 있고, 해마다 7,000억 원의 매출을 만들어서 흑자 전환을 오래전에 한, 실리콘밸리도 아니고 캘리포니아도 아닌, 애틀랜타에 본사를 둔 메일침프는 회사 창업 후 단 1원의 외부 펀딩도 받지 않았다.

전형적인 revenue funding을 하는 회사인데, 내가 창업을 한다면 이런 회사를 만들고 싶고, 투자해도 이런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 물론, 이런 회사만 있다면 우리 같은 VC는 문을 닫아야 할 것이라는 게 함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