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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실적에 대한 너무나 다른 시각들(우린 뭘 믿어야 하나?)

요새 워낙 이상한 미디어들이 많아서 도대체 어디까지 뭘 믿어야할지 참으로 난감할때가 많다. 어제 네이버 실적발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언론의 완전히 다른 시각을 보면서 다시 한번 이런걸 느꼈다. 기자들도 사람들이다. 객관적인 숫자와 사실을 근거로 글을 쓰는걸 업으로 삼고 있는 분들이지만, 사람이기 때문에 같은 현상에 대해서 다른 생각이나 느낌을 갖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개를 보고 이 개가 똥개냐 진돗개냐 하는거랑, 이걸 고양이라고 하는거랑은 많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네이버 실적 관련 기사들이 이렇다.

조선비즈의 “네이버·페이스북, 어닝서프라이즈” 기사에 의하면,

국내 대표 인터넷 기업 네이버가 모바일 메신저 ‘라인(LINE)’ 등 해외에서 활약하는 서비스들에 힘입어 작년 4분기에 시장 전망을 웃도는 실적을 냈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각각 19.3%, 30.3% 늘었다. 작년 전체 실적은 매출 2조 7,619억원, 영업이익 7,605억원을 기록해 전년 대비 각각 22.3%, 50.1% 증가했다.

실적 향상은 일본과 동남아를 중심으로 가입자가 늘고 있는 라인이 이끌었다

아시아투데이경제의 “라인의 힘, 네이버 작년 4Q 영업익 1961억…30.3% 상승” 기사에 의하면,

특히 라인 매출은 광고와 콘텐츠의 견조한 성장에 힘입어 전년동기 대비 61.9%, 전분기 대비 6.4% 상승한 2,217억 원을 기록했다

무료 통화 등의 기능이 추가되면서 일본·대만·태국 등에서 ‘국민 모바일 메신저’로 등극했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한국언론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굉장히 좋고 엄청나다는 느낌을 주는 기사들을 발행했다. 한국 미디어만 보는 분들은 네이버의 실적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밖에 없다. 다들 그렇게 보도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TechCrunch에서 쓴 네이버 실적에 대한 기사 “라인 매출 성장 둔화로 인해 네이버의 실적이 기대이하였다(Naver’s Earnings Miss Expectations As Line’s Sales Growth Slows)” 에 의하면,

한국을 대표하는 인터넷기업 네이버의 실적이 예상보다 좋지 않았는데 그 원인은 약했던 라인의 게임부문 매출때문이다(South Korean Internet giant Naver announced quarterly results that fell short of expectations because of weaker performance from the gaming unit of its messaging app Line)

2014년 영업이익은 작년대비 50.1% 성장했지만, 순익은 75.9% 감소했다(Its net profit for 2014 fell 75.9 percent from the previous year to 456.6 billion won, though its annual operating profit managed to grow 50.1 percent to 760.4 billion won)

네이버 매출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라인 사업부의 4분기 매출은 작년대비 62% 성장했지만, 증권분석가들의 예상에는 미치지 못한 실적이었다(Line, which is currently Naver’s most important source of revenue, grew its 4Q2014 revenue 62 percent year-over-year to 221.7 billion won, but that was still short of analysts’ targets…..)

라인의 현재 월 실이용자수는 1억 8,100만명이라고 발표했다. 라인은 현재 일본, 대만 그리고 태국에서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메시징앱이지만, 전체 이용자수는 WeChat(4억 6,800만)과 WhatsApp(7억)에 뒤지고 있다(Line revealed today that its current monthly active user count is 181 million. It is currently the top messaging app in Japan, Taiwan, and Thailand, but overall its user base lags behind WeChat, which has 468 million users, and WhatsApp, with 700 million users)

같은 숫자를 보고 같은 실적발표를 들었지만 한국과 미국의 기자들이 네이버 실적을 바라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는게 재미있다를 떠나서 너무 이상한거 같다. 나의 심한 편견일수도 있겠지만 나는 TechCrunch 기사를 더 신뢰한다. Catherine Shu 기자를 개인적으로도 조금 알지만 이렇게 다양한 각도에서의 시각을 제공할 수 있는 통찰력과 분석력이 한국의 tech 기자들보다 조금 더 뛰어나기 때문이다.

이건 개인적인 추측이지만, 조선비즈나 아시아투데이경제 기자들은 아마도 네이버에서 배포한 자료만을 가지고 기사를 작성한거 같다. 그러니까 회사에 유리한 숫자와 내용만을 가지고 기사가 작성되었다. 재무제표를 아주 자세히 본 기자들이 몇 명 있을까? 봐도 뭘 알까? 그리고 조금만 시간을 들여 연구하고 생각을 해서 실적발표를 나름대로 해석해보려는 노력도 안 했을 것이다.

*참고로 나는 네이버라는 회사를 정말 좋아하고 존경한다. 이 포스팅은 네이버에 대한게 아니라 한국과 미국의 미디어가 동일한 실적발표에 대해서 이렇게 상반된 의견을 보이는 이상한 현상에 대한 글이다.

만능 스타트업

얼마 전에 출장 가서 묵었던 숙소에는 제대로 된 헬스클럽이 없었다. 대신, 객실 하나를 개조해서 사진에서 보이는 이런 만능? 기계를 손님들에게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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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이런 기계를 한 번씩은 본 경험이 있을 거다. 내가 아는 어떤 분들은 집에 이런 기계를 가지고 있다. 벽에 붙어있는 포스터를 보니 이 기계를 가지고 할 수 있는 운동이 25가지나 되는데 복근, 팔, 다리, 어깨, 등 한 마디로 한 개의 기계에 헬스클럽 전체를 압축해 놓았다고 보면 된다. 매우 생산적인 기계 같아 보이지만, 실제로 이 기계를 사용해 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몸의 여러 근육 자체가 다르게 형성되어 있는데 그 근육들을 운동하는 여러 가지 다른 기구들을 하나의 본체에 압축을 하다 보니 뭐 하나 제대로 깊게 운동할 수 없었다. 그리고 pull과 push 동작 자체가 다른 역학인데 이 두 동작을 하나의 기계로 해결하려고 하니까 기계의 움직임 자체가 상당히 어색했다. 이렇게 만들어지다 보니, 기계가 불필요하게 많이 삐걱거리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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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계를 사용하면서 모든 걸 다 하려는 ‘만능’ 스타트업 또는 모든 게 다 가능한 제품이 갑자기 생각났다. 내 주위에도 이런 회사들이 몇 개 있다. 내 경험에 의하면 모든 기능이 다 탑재된 제품 또는 모든 시장에 다 적용 가능한 제품을 만드는 야심 찬 회사들은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회사들이다. 아무리 하찮고 간단한 기능이라도 직접 구현하고 제대로 해보면 절대로 하찮지 않고 간단하지가 않다. 기능 하나만 제대로 구현하고 이걸 최고로 만들려면 수년의 시간이 걸릴 수도 있고, 수십 명의 엔지니어가 필요할 수 있다. 작은 스타트업이 모든 게 가능한 제품을 만들려고 하면 굉장히 엉성하고 불완전한 제품이 만들어질 수 밖에 없다.

B2C와 B2B 시장의 특성은 매우 다르다. 같은 제품이라도 일반 소비자들이 사용하는 방법과 기업이 사용하는 방법은 다르므로 제대로 된 제품을 소비자와 기업들에 동시에 제공하는 건 상당히 많은 시간과 개발이 필요하다. 작은 스타트업이 그냥 처음부터 단 한 개의 제품을 만들어서 “우린 모든 고객한테 이 제품을 팔 겁니다.” 라고 하는 건 위에서 말한 pull과 push의 차이가 반영되지 않은 제품을 만드는 거와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이런저런 다른 요구사항이 나올 때마다 땜질 형태로 임시방편의 코드를 만들어서 제품에 덕지덕지 붙이는데 이게 너무 많이 쌓이면 기계가 삐걱거리듯이 제품이 느려지고 매우 무거워진다.

전에 여러 번 말했지만 모든 사람을 위한 제품을 만들 필요도 없고, 그렇게 하는 건 정말 힘들다.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남들보다 월등히 잘할 수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개선하고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만능 스타트업” – 말은 멋있지만, 다르게 보면 뭐 하나 제대로 못 하는 스타트업일 확률이 더 높다.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살면서 누구나 다 “아,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고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잘 안하지만 우리같이 tech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보다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은거 같다. 워낙 많은 기술과 사업을 보고 접하기 때문인거 같다.

최근에 Fred Wilson의 USV에서 투자한 eShares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이 회사 메인페이지에 있는 회사설명 딱 한줄을 읽는 순간 “왜 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면서 스스로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말하면 eShares는 클라우드 기반의 cap table(회사의 전체 주주가 정리되어 있는 표) 관리 솔루션이다. 아마도 일반인들한테는 감이 잘 안오겠지만, 기관/개인 투자자 또는 창업가와 직원한테는 –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사람들 – 굉장히 유용한 제품이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얼마에 주식을 구매했고, 현재 지분을 어느정도 소유하고 있는지 계속 관리하는게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잘해도 향 후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인수될때 내 지분을 계산해 보면 숫자가 항상 틀린다.

이런 불편함을 남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동안 불편함을 가지고 그대로 살아왔을까? eShares라는 서비스를 접했을때 비로서 “아, 나도 이 불편함을 아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까?

여전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별 생각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와 항상 “왜?” 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이 내 몸에 배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기회들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 더 나아가서 이 불편함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훌륭한 창업가들은 모두 다 이런 호기심 많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는 나도 이 정도는 못해도 따라가려는 노력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주말에 많이 했다.

소프트웨어가 정말 중요하다

google-maps-is-the-best아이폰 사용 7년만에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Blackberry Classic이 새로 나와서 출시 전부터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믿을만한 제품 리뷰어들의 사용후기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평들을 종합해보면 블랙베리의 출혈이 이제 어느정도 멈추고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주가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내가 가장 그리웠던거는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 그리고 그지같은 통화품질이었는데 Classic은 이 두가지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나같이 이메일 자체가 인생인 사람한테는 물리적인 키보드는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켜주고 아이폰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서 항상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블랙베리 통화품질은 거의 유선 전화랑 비슷하다고 하니 구미가 많이 당겼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폰을 갈아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결정적으로 블랙베리 앱들이 너무 없어서 포기했다. 더 재미있는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없어도 되고, 자주 사용해도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와 통화품질과 그 불편함을 충분히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 바로 구글맵스 때문에 그냥 아이폰을 당분간 사용하기로 했다(안드로이드는 불편해서 처음부터 제외). 구글맵스가 없는 불편함과 키보드/통화품질의 편안함을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앱 생태계 때문에 운영체제나 디바이스를 교체할때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는건 봤지만 이렇게 단 한개의 앱 때문에 디바이스를 바꾸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위한 들러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고 엄청난 사양의 디바이스라도 그 디자인과 사양을 충분히 즐기면서 음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말짱 소용이 없다.

이런 현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한테는 또다른 골치거리이다. 하드웨어 사양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지금은 아직 애매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IoT가(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많이 다듬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모든 사물들이 연결된 미래의 그림이 구체화될거 같다. 특정 디바이스들이 소수의 특정 기능이나 업무만 처리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소화해야 할텐데 – 또는 그런 다양한 기능이나 업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함 – 이렇게 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소화할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도 신경 써야하고 제조 비용도 신경써야하니 순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 한테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거 같다.

Marc Andreessen이 2011년도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엣지있는 글을 썼는데 정말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다 먹어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9to5mac.com/2012/12/19/mossberg-agrees-with-pogue-google-maps-is-the-best-on-iphone/>

선택의 여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The Interview를 어제 드디어 봤다.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했고, 이런 저질 영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소란을 일으켰다니 어이가 없었다. James Franco는 능력이 많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를 통해서 완전히 이미지를 구겼다. 소니/컬럼비아 픽쳐스도 어떻게 이런 졸작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저예산 영화였지만 말도 안되는 한국어 번역, 그리고 음원의(윤미래씨의 Pay Day) 불법사용은 소니 답지 않은 진정한 코메디였다.

북한의 위협으로 – 솔직히 아직 북한이 범인이라는 일반대중이 납득할만한 공개된 자료는 없다 – 인해 소니에서 인터뷰 상영을 취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괜히 상영했다가 정말 안좋은 일이 생기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이 말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하고, 너무나 자주 듣는다. 소니를 비롯해서 올해도 나는 이말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었다. 물론, 나도 이 말을 습관처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특정 선택을 한 것이다. 소니의 경우도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인터뷰를 상영할수도 있었고, 상영하지 않을수도 있었는데 소니는 후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마저 소니의 결정을 비난했지만, 소니는 그렇게 결정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소니가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들이 그렇게 선택을 해 놓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라고 하는건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모든 결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항상 있다. 쉬운 선택도 있고 어려운 선택도 있지만, 어쨋든 옵션은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일반적으로 봤을때는(스스로를 포함) 옳지 않지만, 책임을 회피하거나 좋은게 좋은거라는걸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인거 같다.

선택의 여지는 항상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