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neral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살면서 누구나 다 “아, 난 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고 하는 순간들이 있다. 어떤 사람들은 남들보다 이런 생각을 더 많이 하고 어떤 사람들은 잘 안하지만 우리같이 tech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종사하는 분들보다 이런 순간들이 더 많은거 같다. 워낙 많은 기술과 사업을 보고 접하기 때문인거 같다.

최근에 Fred Wilson의 USV에서 투자한 eShares 라는 회사를 알게 되었는데, 이 회사 메인페이지에 있는 회사설명 딱 한줄을 읽는 순간 “왜 난 이 생각을 안했을까?” 라면서 스스로 안타까워 했던 기억이 난다. 간단하게 말하면 eShares는 클라우드 기반의 cap table(회사의 전체 주주가 정리되어 있는 표) 관리 솔루션이다. 아마도 일반인들한테는 감이 잘 안오겠지만, 기관/개인 투자자 또는 창업가와 직원한테는 – 회사의 지분을 보유한 모든 사람들 – 굉장히 유용한 제품이다. 여러 회사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면, 내가 얼마에 주식을 구매했고, 현재 지분을 어느정도 소유하고 있는지 계속 관리하는게 상당히 복잡하기 때문이다. 관리를 잘해도 향 후 회사가 상장을 하거나 인수될때 내 지분을 계산해 보면 숫자가 항상 틀린다.

이런 불편함을 남들보다 내가 더 잘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그동안 불편함을 가지고 그대로 살아왔을까? eShares라는 서비스를 접했을때 비로서 “아, 나도 이 불편함을 아는데. 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 라는 생각을 했을까?

여전히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별 생각없이 살고 있기 때문이다. 일상 생활에서의 불편함을 잘 감지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는 자세와 항상 “왜?” 라고 스스로 질문하는 습관이 내 몸에 배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 정도의 습관이 몸에 배도록 스스로를 훈련시키면 남들보다 더 많은 기회를 포착할 수 있는데, 이 기회들을 자기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 대부분의 사람들은 여기서 멈춘다 – 더 나아가서 이 불편함에 대한 액션을 취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우리 주변의 훌륭한 창업가들은 모두 다 이런 호기심 많고, 생각을 많이 하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과 일을 많이 하는 나도 이 정도는 못해도 따라가려는 노력은 해야한다는 생각을 주말에 많이 했다.

소프트웨어가 정말 중요하다

google-maps-is-the-best아이폰 사용 7년만에 이제 서서히 질려가고 있는 이 시점에 Blackberry Classic이 새로 나와서 출시 전부터 상당히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믿을만한 제품 리뷰어들의 사용후기를 보면 매우 긍정적이고 평들을 종합해보면 블랙베리의 출혈이 이제 어느정도 멈추고 바닥을 치고 다시 올라갈 수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미 주가가 이러한 기대를 반영하고 있다.

아이폰을 사용하면서 내가 가장 그리웠던거는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 그리고 그지같은 통화품질이었는데 Classic은 이 두가지 문제를 아주 깔끔하게 해결했다고 한다. 나같이 이메일 자체가 인생인 사람한테는 물리적인 키보드는 생산성을 많이 향상시켜주고 아이폰 통화품질이 좋지 않아서 항상 이어폰을 끼고 통화하거나 소리를 질러야 했는데 블랙베리 통화품질은 거의 유선 전화랑 비슷하다고 하니 구미가 많이 당겼다.

그래서 이번 기회에 폰을 갈아탈까 심각하게 고민을 해봤는데 결정적으로 블랙베리 앱들이 너무 없어서 포기했다. 더 재미있는건 자주 사용하지 않는 앱들은 없어도 되고, 자주 사용해도 블랙베리의 물리적인 키보드와 통화품질과 그 불편함을 충분히 바꿀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딱 하나, 바로 구글맵스 때문에 그냥 아이폰을 당분간 사용하기로 했다(안드로이드는 불편해서 처음부터 제외). 구글맵스가 없는 불편함과 키보드/통화품질의 편안함을 바꿀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전체적인 앱 생태계 때문에 운영체제나 디바이스를 교체할때 많이 고민하고 망설이는건 봤지만 이렇게 단 한개의 앱 때문에 디바이스를 바꾸지 못하는 나 스스로를 보면서 이제는 정말 하드웨어는 소프트웨어를 위한 들러리라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다. 아무리 디자인이 좋고 엄청난 사양의 디바이스라도 그 디자인과 사양을 충분히 즐기면서 음미하게 하는 소프트웨어가 없다면 말짱 소용이 없다.

이런 현실은 하드웨어를 만드는 업체들한테는 또다른 골치거리이다. 하드웨어 사양에 최적화된 소프트웨어를 만들던 과거와는 달리 소프트웨어를 위한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앞으로 5년 후면 지금은 아직 애매모호하고 실체가 없는 IoT가(Internet of Things: 사물인터넷) 많이 다듬어질 것이고 그렇게 되면 정말로 모든 사물들이 연결된 미래의 그림이 구체화될거 같다. 특정 디바이스들이 소수의 특정 기능이나 업무만 처리하지 않고 다양한 업무와 기능을 소화해야 할텐데 – 또는 그런 다양한 기능이나 업무를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함 – 이렇게 되면 다양한 소프트웨어들을 소화할수 있는 하드웨어를 만들어야 한다. 여기에 디자인도 신경 써야하고 제조 비용도 신경써야하니 순수 디바이스 제조업체들 한테는 쉽지 않은 게임이 될거 같다.

Marc Andreessen이 2011년도에 “Why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엣지있는 글을 썼는데 정말로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다 먹어버리고 있다.

<이미지 출처 = http://9to5mac.com/2012/12/19/mossberg-agrees-with-pogue-google-maps-is-the-best-on-iphone/>

선택의 여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화 The Interview를 어제 드디어 봤다. 개인적으로 너무 실망했고, 이런 저질 영화가 국가안보를 위협할 정도의 소란을 일으켰다니 어이가 없었다. James Franco는 능력이 많은,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인데 이 영화를 통해서 완전히 이미지를 구겼다. 소니/컬럼비아 픽쳐스도 어떻게 이런 졸작을 만들 생각을 했는지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저예산 영화였지만 말도 안되는 한국어 번역, 그리고 음원의(윤미래씨의 Pay Day) 불법사용은 소니 답지 않은 진정한 코메디였다.

북한의 위협으로 – 솔직히 아직 북한이 범인이라는 일반대중이 납득할만한 공개된 자료는 없다 – 인해 소니에서 인터뷰 상영을 취소하면서 다음과 같이 말했던 기억이 난다. “선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괜히 상영했다가 정말 안좋은 일이 생기면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합니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 이 말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하고, 너무나 자주 듣는다. 소니를 비롯해서 올해도 나는 이말을 주위에서 너무 많이 들었다. 물론, 나도 이 말을 습관처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선택의 여지는 있지만 우리가 특정 선택을 한 것이다. 소니의 경우도 선택의 여지는 있었다. 인터뷰를 상영할수도 있었고, 상영하지 않을수도 있었는데 소니는 후자를 선택했던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마저 소니의 결정을 비난했지만, 소니는 그렇게 결정을 했고 그 선택의 결과에 대해서는 소니가 책임을 져야 한다. 본인들이 그렇게 선택을 해 놓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라고 하는건 책임 회피를 위한 변명이다.

인생은 결정의 연속이고, 모든 결정에는 선택의 여지가 항상 있다. 쉬운 선택도 있고 어려운 선택도 있지만, 어쨋든 옵션은 있으니 신중하게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일반적으로 봤을때는(스스로를 포함) 옳지 않지만, 책임을 회피하거나 좋은게 좋은거라는걸 합리화하기 위한 변명인거 같다.

선택의 여지는 항상 있다.

Bumble에 대한 내 생각

3038998-poster-p-1-bumble-the-tinder-competitor-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데이팅 앱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 분야에서 아마도 가장 많이 사용되고 회자되는 Tinder에 대해서 알 것이다. Tinder가 최근에 큰 이슈가 되었던 다른 이유는 Whitney Wolfe라는 여직원이(마케팅 부사장)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걸었기 때문이다. 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Tinder의 공동창업자 중 한명이 그녀와 사귀다가 잘 안풀리자 부당하게 해고하고 그 전에 여러번 그녀를 성희롱 했다고 한다.

솔직히 이 tech 분야가 워낙 남성위주의 사회이다 보니 이런 일들이 종종 일어나고 누가 정확히 뭘 했고 누가 맞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재미있는 건 Whitney가 Tinder의 다른 전 직장동료들과 이와 똑같은 Bumble이라는 앱을 만들어서 출시했다는 점이다. 내가 직접 사용해 보지는 않았고 다른 사람이 사용하는걸 옆에서 봤는데 다른 사람들은 틴더와 거의 똑같다고 하지만, 내 생각은 틴더를 그대로 베낀거 같다. 색감과 몇개의 아이콘만 다르지 작동 방식(특히 swipe)은 완전히 틴더이다.

Bumble 창업자들은 틴더와는 달리 범블은 남성이 아닌 여성이 메인이 된다고는 하지만 이걸 보고 좀 너무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쁜점들도 많지만, 나는 어떤 형태이든지 경쟁은 결론적으로는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온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리고 이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경쟁사가 하는걸 많이 참고하고 심지어는 ‘적당히’ 카피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물론, 남을 베끼는 걸 권장하고 싶지는 않지만 같은 분야에서 같은 고객들을 쫓다보면 어쩔수없이 이런저런 기능이나 UI를 카피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하지만 Tinder와 Bumble의 경우는 조금 다르고 도를 넘은거 같다. 아무리 공동창업자와 개인적으로 관계가 나빠져서 회사에서 쫓겨났다고 하지만(Whitney의 주장에 의하면) 이렇게 다른 직원들과 같이 나가서 비슷한것도 아닌 완전히 똑같은 제품을 만들어서 버젓이 운영하는건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도 자신들이 한때는 열정과 에너지를 바쳤던 직장인데…..

실은 틴더라는 회사 자체가 들리는 말들을 종합해 보면 도덕적으로 문제가 많은 회사인데 이런 회사의 분위기와 문화가 직원들한테도 스며드는건지, 아니면 원래 창업팀이 비도덕적인건지….아마도 복합적인 이유가 아닐까 싶다.

경쟁은 좋다. 나도 우리 투자사들한테 경쟁이 출현하면 신경쓰지 말라고는 하지만, 비즈니스를 위협할 정도의 경쟁이면 무조건 이기라고 하고, 이기려면 아주 무섭게 싸우라고 한다. 그렇지만 범블과 같은 행위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http://www.fastcompany.com/3038998/bumble-launched-by-a-former-tinder-exec-wants-to-keep-creepy-dudes-away>

투자자의 회사가 아니다

itsyourdecision개인적으로 투자할 때도 그랬고 펀드를 만들어서 ‘정식’으로 투자할 때도 마찬가지이지만, 남의 회사에 투자하면서 개인적으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힘들 때가 “내가 저 회사 사장이라면 이렇게 하지 않을 텐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순간들이다. 한 번도 벤처를 해보지 않고 돈 따먹기 하는 순수 금전적인 투자자라면 이런 생각을 하지도 않을 것이지만 나도 나름대로 일을 해봤고 투자한 회사들과 가깝게 일하는 스타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나도 벤처에 대해서 좀 안다고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투자사 창업팀이 내 생각과 다르게 움직이면 더욱더 이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는 거 같다. 초기에는 내 반대 의견을 공개적으로 말했다. 내 생각엔 저렇게 하면 안 되고, 내가 사장이라면 다르게 하고, 내가 이 회사를 운영하면 훨씬 더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신이 있다는 생각을 했지만, 이제는 많이 참기도 하고 생각도 많이 바뀌었다.

이 짓을 몇 년 하고 투자사가 한 업체에서 여러 개로 늘어나는 과정에서 나도 많은 걸 배웠다. 요새도 가끔 그런 경우가 있지만(며칠 전에 그랬다) 이제는 전과 같이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답답해하지는 않는다. 나보다 어리고 경험이 부족한 창업팀이 내가 생각하는 방향과 다르게 일을 진행하는 건 말 그대로 ‘다르게’ 하는 거지 ‘틀리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비즈니스의 묘미는 이게 수학 공식과도 같이 딱 한 개의 정답이 존재하는 게 아니라서 항상 더 새롭게 다른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다는 점이다.

많은 투자자가 – 나를 포함해서 – 벤처를 운영하는 창업팀보다 그 산업과 비즈니스에 대해서 더 많이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이건 엄청난 오산 또는 오만이다. 솔직히 투자자들은 모든 걸 간접적으로 보고, 느끼고, 듣고, 경험하는 사람들이다(아무리 같은 분야에서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운영한 경험을 가진 투자자가 있더라도, ‘그’ 비즈니스와 ‘이’ 비즈니스는 엄밀히 말해서 다르다). 시장의 크기나 장기적인 전략에 대해서는 아주 거창하고 멋있게 말할 수는 있지만, 실제로 그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이 비즈니스의 in and out에 대해서 아주 구체적으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바로 그 회사의 창업팀이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비즈니스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는 창업팀보다 그 비즈니스의 본질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는 투자자가 있다면 그건 거짓말이거나 또는 창업팀이 열심히 하고 있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나도 이런 걸 여러 번 직접 느낀 경험이 있다. 특정 비즈니스에 대해서 책으로 많이 배우고, 다양한 기사를 접했고, 관계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비즈니스에 대해 수박 겉핥기식으로 아는 시늉은 할 수 있었다. 뭘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마치 내가 이 분야의 전문가로 보이겠지만, 막상 그 비즈니스를 나한테 해보라고 하면 못 한다. 껍데기만 알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투자한 회사의 방식이나 방향에 대해서 의구심이 생기고 마음에 들지 않아도 결정은 100% 창업가에게 맡긴다. 물론, 내가 하고 싶은 말과 피드백은 전부 다 제공하지만 내가 항상 하는 말은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당신이 좋아하든 싫어하든 다 하겠다. 그걸 경청하든 그냥 무시하든, 그건 당신이 알아서 결정해라.”
우리가 최대주주가 아니므로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게 맞지만, 또 다른 이유는 그 비즈니스에 대해서 가장 잘 알고 가장 절실한 사람은 바로 창업팀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러므로 책임 또한 100% 창업팀이 져야 한다.

결론은 내 회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우리는 투자자이고 회사가 잘 되고 창업팀이 올바른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결정은 회사가 하는 게 맞다는게 내 지론이다. 창업가가 그릇된 결정을 하지 않도록 이사회와 같은 다른 장치들도 존재하지만 이런 건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했을 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주위에서 선생님이나 아동 심리학자가 뭐라 해도 아이에 대해서 가장 잘 아는 사람은 그 아이의 부모님이다. 비즈니스도 마찬가지이다. 창업팀이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그들이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혹시 주변에 “저 회사 내가 키웠는데…” 라는 투자자가 있다면 경계해라. 회사는 대표이사와 팀원들이 키우는 거지 투자자가 키우는 건 절대로 아니다.

<이미지 출처 = http://quickbase.intuit.com/blog/2010/03/02/how-to-make-a-difficult-deci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