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소개) 박은정씨는 와튼스쿨(Wharton School) 졸업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고, 할 수도 없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마음에 스타트업을 향한 열망을 품고 계신 분 중에 MBA를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를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이 주제에 대해서는 찬반이 크게 갈립니다. 사업을 경영한다는 것은, 그것도 세상에 없는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고 전략을 세워 상품을 시장에 선보이고 투자를 받는다는 일련의 과정에는 너무나 많은 변수가 있기 마련이라 도저히 교실에 앉아서 배울 수 있는 게 아니다, 그리고 MBA 과정을 이수하는데 적게 잡아도 20만 불 가까이 드는데 차라리 이를 창업비용으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반면에 MBA를 통해서 경영에 필수적인 지식을 쌓으면서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와 마음이 맞는 파트너들을 찾고 그들과 함께 스타트업의 구상에 집중할 수 있다, 요즘은 학교들이 스타트업에 굉장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 만큼 그러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고, MBA 네트워크를 통해서 스타트업 생태계의 VC나 스타트업 인큐베이터들을 포함한 다양한 주체들과 의미 있는 관계를 맺을 수 있다는 찬성의견도 있습니다. 물론, 현실적으로 비자의 문제가 존재하는 이상, 영주권자나 시민권자가 아닌 한국인이 학교를 졸업한 후에 미국에서 스타트업에 취업하거나 계속 운영하기는 쉬운 일은 아닐 겁니다. 하지만 그런 지엽(이라고는 하나 가끔은 가장 큰 걸림돌이 되기도 하는)적인 문제를 차치하고, 오늘은 MBA들이 정말 스타트업을 하고 있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2008년 경제위기로 MBA의 가장 큰 feeder(비즈니스 스쿨로 진학하는 이들이 기존에 일했던 곳)이자 employer(MBA들이 졸업 후 일하는 곳)였던 finance가 시들해진 이후로, 그 빈자리를 무섭게 꿰찬 것은 tech industry와 스타트업 붐이었습니다. 두말할 것도 없이 tech가 강한 학교들 – Stanford, Haas, MIT – 등은 이 때문에 인기가 올라갔습니다. 그리고 많은 학생이 ‘미래에 스타트업을 하겠다’라는 커리어 골을 에세이에 적고 MBA에 진학했습니다. 학교들은 앞다투어 Entrepreneurship Center를 만들고 학생들을 지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MBA 학생 혹은 졸업생들은 창업할까요? 처음에는 창업할 생각으로 갔다고 해도, 졸업 후 남들처럼 큰 회사에 취직하면 받을 수 있는 평균 15만 불(한화로 거의 1.8억 원에 육박하는 액수)이라는 연봉을 보면 흔들리지 않을까요? 혹은 창업을 한다고 한들, MBA 샌님들은 필드에서 구르고 넘어지면서 온몸으로 배운 경쟁자들보다 아무래도 실전 전투력이 약해서 금방 포기하지는 않을까요?
‘MBA가 정말 창업에 도움이 되는가’라는 궁금증과 ‘MBA에서만 얻을 수 있는, 창업에서 성공하는 데 필수적인 어떠한 요소가 있는가?’라는 질문은 조금은 다를 것 같습니다. 창업자와 스타트업은 다르고, 제반 상황과 여건도 다르기에, 아무리 성공적인 창업자라도 그의 성공에 결정적인 요소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각기 다른 대답을 하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MBA가 도움이 되었는가, 혹은 시간 낭비 돈 낭비일 뿐인가를 확인하기 위해서 실제 MBA 재학생/졸업생들이 창업들을 하는지,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를 검토해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비 MBA들과 비교를 할 수 있는 자료가 있다면 더욱 도움이 될 것 같고요. 어쨌든 우리처럼 궁금한 사람들이 많기에, MBA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다루는 Poets & Quants에서는 2013년부터 Top 100 MBA Startups of the Year라는 랭킹을 발표합니다. 지난 5년간(2012.1.1 이후) MBA 재학생이나 졸업생이(역시 직전 5년 내) 이 founder로 설립한 스타트업 중에 가장 VC-backed capital을 많이 끌어온 100개의 회사를 모아서 발표하는 거죠. 올해도 해당 자료가 발표되었습니다. 여기에는 1위부터 25위까지의 표를 붙여두었습니다.(전체 100개 회사를 다룬 표는 여기에 있습니다)
몇 가지 특징을 이야기하자면, 첫째, 탑스쿨 출신들이 대부분입니다. 작년만 해도 전체 100개 업체 중 42개가 HBS 동문이 만든 학교였고, 스탠포드, 와튼 이 세 학교가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습니다. 올해는 HBS 출신들은 100개 중 24개에 이름을 올렸고, 이 24개 업체가 총 $618 million을 끌어모았습니다. 반면 스탠포드는 올해 24개로 HBS와 동률을 보였고, 투자금액에서는 $958 million을 조달했습니다. HBS/Stanford가 줄어든 만큼 다른 학교들의 약진도 두드러졌습니다. 작년까지는 이 두 학교가 모두 71개를 차지해서 거의 리스트를 점령했다고 볼 수 있었는데 올해는 단 42개에 그치는 대신, 와튼이 작년의 5개에서 12개로, 컬럼비아는 7개에서 11개로, 그리고 켈로그는 4개에서 8개로 증가했습니다. 그러나 올해 1위를 차지한 회사는 Deliveroo라는 이름의 회사이며, 2012년에 Wharton을 졸업한 William Shu가 친구와 함께 창업한 스타트업입니다. 2013년 이후 현재까지 이 회사는 $474 million을 조달했고, 작년 4월에는 $190 million 의 Series E funding을 발표했습니다. 2위는 Linio(NYU, MIT, HBS 친구들이 함께 만든 회사)가 $230 million을 발표하며 전년도의 7위에서 껑충 뛰어올랐습니다. 3위 역시 음식배달 회사인 DoorDash(스탠포드, $186 million)가 차지했습니다. 4 위는 NuBank(Stanford, $178million), 5위는 또 다른 음식배달 업체인 Grofers(Columbia)가 차지했습니다. 올해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100개 회사 중에서 70개 업체가 2016년 한 해에만 조달한 금액은 $1.3 billion으로 100개 전체 회사가 5년간 총 조달한 금액인 $2.9 billion의 거의 절반에 육박합니다.
외부조사기관인 Pitchbook이 2006년부터 2016년 여름까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이제까지 6,600명 이상의 MBA들이 6,000개 이상의 스타트업을 시작했고, 거의 $100 billion에 이르는 VC 펀딩을 일구어냈습니다. 이 6,000명은 탑 25개 학교만을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가장 많은 창업자를 배출한 것은 하버드로, 961명의 창업자가 $22.4 billion을 끌어왔고, 스탠포드는 720명이 600개가 넘는 회사를 만들어 $14.4 billion을, 그리고 와튼에서는 577명의 창업자가 506개의 회사를 만들어 $10.6 billion을 조달했습니다.
두 번째, 여전히 West Coast의 지리적 이점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100개 중 35개 회사가 서부에 있기 때문이죠. 그리고 서부 중에서도 31개 회사는 Bay Area에 있습니다. 여기에는 2016년에 상당한 펀딩을 조달하여 여러 계단 뛰어오른 Augmedix(스탠포드), Branch(스탠포드), Capital Float(스탠포드) 등이 있습니다.
세 번째, minimum cutoff가 크게 높아졌습니다. 작년에 100위를 차지한 기업의 조달액수가 $2.65 million이었던 반면, 올해 100위를 차지한 Totspot(스트롱 벤쳐스의 투자사 중 하나이며, Poshmark에 인수되었죠)은 $4.3 million을 기록했습니다. 인정을 받은 스타트업들은 과거보다 좀 더 많은 액수를 조달할 수 있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네 번째, 졸업 후 바로 창업으로 들어가는 학생들은 완만한 감소추세라고 합니다. 2016년 하버드 졸업생 중 7%는 바로 창업의 길로 들어섰는데, 이는 전년도의 9%로부터 조금 감소한 수치이고 2012년 이래 가장 낮은 숫자입니다. 스탠포드도 마찬가지로 올해는 15%가 창업을 한다고 보고했는데, 2013년의 18%부터 완만하게 조금씩 내려오고 있는 추세입니다. 와튼의 경우에는 작년의 4%와 비교할 때 올해는 6%로 증가하였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2012, 2013, 2014의 숫자보다는 약간 감소한 정도라고 하는군요. 이 ‘감소’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담당자들의 말은 엇갈리는 데가 있습니다. 우선 와튼의 Clare Lainweber(Penn Wharton Entrepreneurship의 managing director)는 MBA 학생들이 startup에 대해 갖는 관심은 계속 뜨거워지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Stanford의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인 Deb Whitman은 관심은 증가할지 모르나, 벤처캐피털의 자금은 그렇지 않다고 합니다. 대신, 비즈니스 스쿨에서 2년간 실패에 대해서 걱정하지 않고 창업에 몰두할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이며,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는 도움이 될 만한 사람을 누구든 만날 수 있으므로 여전히 매력이 크다고 설명합니다. 컬럼비아의 Vince Ponzo(Eugene Lang Entrepreneurship Center의 Director)는 이런 견해에 반대합니다. “There’s still plenty of money to invest(투자할 돈은 여전히 아주 많습니다). 펀드들은 계속 펀딩을 받고 있고, 나눠줄 자금은 충분해요.” 반면 그의 주장은 VC들이 한층 더 깐깐해진 눈으로 스타트업들을 평가한다는 겁니다. 이미 몇 개 크게 성공적인 모델이 나온 이상, 그 정도 pitch로는 VC들의 마음에 흡족하기 어렵다는 거죠.
MBA가 창업하기에 최적의 환경인 것처럼 보이지만, 창업이란 엄청난 집중과 헌신을 해야 하는 일임은 분명합니다. 그래서 이 블로그의 주인장분도 학교를 떠나 집중하신 거고, 이 기사에 소개된 스탠포드의 Branch 팀 역시 이 목표를 위해 모든 것을 바치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Branch 는 앱 개발자들에게 deep technology linkage를 제공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로, Alex Austin, Mada Seghete, Mike Mokinet and Dmitris Gaskin이 설립하였습니다. 앞의 세 명은 2014년에 스탠포드에서 MBA를 받았고, Dmitris Gaskin은 이 팀에 조인하기 위해서 스탠포드 학부를 중퇴하였습니다. 앞의 세명은 스탠포드의 유명한 Launchpad 수업 중에 처음으로 만나서 의기투합한 케이스입니다. 이들은 월 $10,000씩 받을 수 있는 여름 인턴십을 포기했고, Molinet은 실리콘 밸리의 월세를 감당할 수 없어서 그때그때 문을 열어준 친구 집의 소파에서 살았습니다. 지금은 Seghete의 차고에서 살며, 다운타운 팔로 알토에 있는 Branch의 사무실을 위한 가구를 직접 만들기도 합니다(사무실에서 살면 될 텐데 그렇게는 안 하네요). 컨설팅과 같은 취업의 기회를 포기해야 했고, MBA 친구들이 즐기는 파티나 이벤트들도 포기하는 날들이 많았습니다. 그래도 그러한 헌신과 노력에는 성과가 있어서, 총투자금액 $53 million으로 올해 리스트의 12위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그가 당부하는 말이 있습니다. “정말 정말 창업을 하고 싶다면, 여기에 100%를 바치세요. 파티 같은 이벤트나 재미있는 활동들이나 남들이 받는 인턴십이나 돈을 많이 주는 취업의 기회 따위에 정신이 팔리면 안 됩니다. 그리고 당신이 정말 열정을 갖고 있어서 당신의 비즈니스를 세워가는 데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면, 이러한 잡다한 것들은 전혀 신경 쓰이지 않을 겁니다.”
(제가 참조한 기사 원문은 여기에 있습니다. 2부에는 MBA를 졸업하고 스타트업에 조인하는 경우 연봉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