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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生生MBA리포트] MBA에는 답이 있다? 없다?

MBA의 길

기고자 소개) 박은정 씨는 와튼스쿨 (Wharton School) 졸업한 후 현재 Top MBA 전문 컨설턴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MBA 지원자들에게 도움을 준 경험을 기반으로 “미국 Top MBA 가는길(매일경제)“를 공저하였으며, 현재 자신만의 노하우와 지식을 바탕으로 최신 MBA 트렌드와 어느 학원에서도 해 주지 않는 진짜 MBA 이야기를 세상에 알리고 있습니다.
그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 졸업 후 삼일회계법인에서 일을 했으며 현재 미국 동부 피츠버그에서 가족들과 함께 거주하고 있습니다. 박은정씨의 글에 대해 다른 의견이 있거나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mbaparkssam@gmail.com으로 연락주세요.
*박은정씨가 운영하는 MBA의 길에 가시면 MBA 관련 더 많은 정보가 있습니다.

[生生MBA리포트]라는 이름으로 기고를 시작하게 된 박은정입니다. 간단하게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연세대학교 상경계열을 졸업한 후 삼일회계법인에 다니다  2007년에 와튼스쿨에 입학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관성의 법칙에 따라 ‘일단 가던 길 계속 가자’라는 신념으로 미국 뉴욕에서 HSBC 투자은행의 인턴으로 일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 경험은 finance에 대한 미련을 버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 블로그의 주인장되시는 배기홍 씨와는 Wharton의 입학동기인데, Wharton에서의 시간이 그분과 제 인생을 뒤흔드는 변화를 가져왔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와튼에서 만난 많은 이들이 심사숙고와 자기성찰 끝에 MBA에 지원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반면, 저는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 그대로 MBA에 대한 깊은 생각없이, 그저 회사가 싫다는 이유만으로 떠난 바 있습니다. 그런 제게, 와튼 MBA 과정은 제게 엄청난 멘붕과 자기반성의 기회를 선사하였습니다.

그 여파로 MBA에서 흔치않은 휴학까지 감수한 저는, 우연히 “Top MBA가는 길“이라는 책을 공저한 경험을 통해 다른 이들에게 제가 경험한 바를 나누는 일에 대한 열정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피츠버그에 살면서 MBA 지원자분들을 위한 admission consultant로 일하고 있으며, Carnegie Mellon 의 Tepper Business School 교수인 남편을 통해 business school 관련 정보 및 트렌드를 근거리에서 지켜보고 있습니다. Admission consultant라면 “무조건 MBA 가라, 일단 가는 게 남는 것!” 이라고 이야기할 것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천만의 말씀! 2007년도 저와 같은 생각으로 MBA 가시려는 분을 만나면 전 늘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MBA 에는 답이 없습니다!”

작년에 저는 이런 기사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한 젊은 증권사 직장인이 MBA를 준비하다가 과로사했다는 정말 안타까운 기사였는데요, 기사 내용은 이랬습니다. “MBA 출신 동료들이 자기보다 훨씬 더 많은 연봉을 받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최근 뒤늦게 MBA 공부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의 친척은 ‘A씨가 남에게 지기 싫어하는 완벽주의 성향이라 일을 하면서도 MBA를 준비했다’라고 말했다.” 저는 절대로 그분의 노력이나 의도를 비하하고자 하는 생각은 없습니다. 확실히, 제가 지원하던 2006년에 비하면, 요즘은 직장인이라면 MBA를 한번쯤 고려해보지 않으신 분이 드물 정도로 지원자가 많아졌습니다. 마치 MBA도 어학연수와 같은 하나의 스펙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는, 많은 지원자분들을 만나보면, ‘나는 어떤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MBA에 가는가’, 라는 정말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가지지 못하신 분들도 상당히 많다는 것입니다. 절반 정도는 ‘가서 생각해보면 답이 나오지 않겠느냐, 일단 입학한 후에 천천히 찾아보겠다’라는 말씀을 하시는데, 그런 분을 만날 때마다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합니다.

MBA는 정글입니다. 9월 개강과 함께 레이스가 시작되는.
초원에서 느긋하게 풀을 뜯어먹다가 갑자기 질주를 시작하는 아프리카의 물소 떼를 상상해보세요.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새벽까지 술먹고 퍼질러 놀던 외국 친구들,
‘내가 이렇게 덜떨어진 넘들이랑 경쟁하느라 MBA 준비하며 그렇게 피를 말렸단 말야?’ 어이없을 정도로 모자라 보였던 동기들이, 우다다다 갑자기 한 방향을 향해 질주하기 시직합니다.
아침부터 오후까지는 수업 듣고, 오후에 팀미팅 하고 reading material 읽고 숙제하고, 저녁에는 숨돌릴 틈도 없이 쏟아져들어오는 회사설명회 다니고, 목요일 저녁에는 social event 참석하고, 금요일은 뉴욕에 가서 네트워킹하느라 눈코뜰새 없이 바쁩니다. 신기한 건, 나는 간신히 남들 하는 것만 흉내내는데, 이 ‘덜떨어져 보였던’ 다른 학생들은, 지금 자기가 뭘 해야 할지 잘 알고 빠릿빠릿 주체적으로 다닌다는 겁니다. 이게 단순히 체력이나 영어의 차이일까요? 전 아니라고 봅니다.

대체로 MBA는 엄청난 실제 비용 + 기회비용을 수반합니다. 기회비용을 차치하고라도, 직접 지출되는 expense만 생각해도 1.5억원 이상이죠 (대도시, 평균적 소비성향을 가진 싱글 기준). 그러다보니 미국 학생들은 대부분 자기의 커리어골 + why MBA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옵니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목표와  그에 맞춘 action plan을 어느 정도는 갖고 학교에 입학한다는 이야기지요. 이런 친구들은 우선 본인이 노리는 목표에만 focus해서, 몇 개의 회사를 추려서 그 회사들에만 공을 들이고, 그 안에서 동문들을 찾아서 금요일마다 네트워킹을 합니다. 정작 이력서를 낼 기간이 되면, 이런 친구들은 이미 자기가 원하는 회사의, 가고자 하는 팀의 구성원들은 모두 다 만나본 상태입니다. 다른 학생들이 인터뷰 기회를 받느냐 마느냐 걱정하고 있을 때, 이런 친구들은 resume 통과는 따놓은 당상이요, 실무 레벨은 이미 다 구워삶아놓은 거죠.

물론 저는 이렇게 ‘준비된’ 지원자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상당히 많은 수의 한국 지원자들이 같은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혹시, 양심에 손을 얹고, MBA에 가고자 하는 이유가 다음 중 하나에 해당되시는지 생각해 보세요.
1) 지금 커리어가 뭔가 답이 안 보이는데 MBA가면 답이 있을 것 같아서
2) 지금 다니는 회사가 싫은데 그냥 비슷한 데로 이직하기는 왠지 내가 지는 것 같아서
3) 별 거 없던 대학동창이 MBA 다녀와서 잘 나가고 있어서
4) 아무래도 갔다오면 안 갔다온 것보다는 낫지 않을까요?

확실한 목표와 확고한 의지가 없다는 점에서 다 동일한 이유입니다. 단언컨데, MBA에는 답이 없습니다. 합격이 능사가 아닙니다 – 저런 마인드로 지원했음에도 불구하고 저는 지원한 4학교중 HBS만 빼고 Wharton, Chicago, Ross 모두에서 합격통보를 받았습니다 – 문제는 합격보다 100배는 더 중요한 학교생활이 구심점을 잃고 방황할 가능성이 큽니다. 확실한 목표가 없으니(이것도 나쁘지 않아 보이고, 저것도 괜찮을 것 같고), 어떤 회사의 어떤 포지션(관심이 없으니 구체적으로 잘 모릅니다)을 목표로 해야 할 지도 모르고, 네트워킹을 하긴 해야겠는데 대체 누굴 만나야 할 지도 모르는 겁니다.

‘MBA 에 가면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기회의 문이 열리지 않나요?’ 맞는 말입니다. MBA 를 마치고 과거에는 도무지 불가능해 보였던 career jump를 성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도 조금만 발품을 팔고 여기저기 알아보면, MBA가 열어주는 기회의 문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대체로 알 수가 있습니다. 지금 나도 모르는 답을 MBA가 알려주지 않습니다. 막상 학교에 가서 대다수 경쟁자들은 이미 답을 찾아와서 전력질주를 하는데, 나 혼자 답을 찾겠다고 이쪽 힐끔, 저쪽 힐끔하다가는 결국 제대로 고민도 못한 채 많은 사람들이 가는 방향으로 끌려가기 마련입니다. 제가 왜 IB에서 인턴을 하게 되었는지 아시겠죠 (ㅠ_ㅠ)

MBA를 고려하신다면,
나에게는 하버드가 맞을까 아니면 와튼이 더 잘 맞을까? 이런 걱정은 붙들어 두셔도 됩니다.
지난 3년간 스탠포드에 붙었다는 합격자 스펙 조사하느라 인터넷 뒤질 필요 없고요.
지금 해야 하는 가장 급한 임무는, 내가 MBA에 대체 왜 가야 하는지, 스스로가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는 일입니다. 그럴 만한 이유가 없다면, 지금 직장에 올인하시는 편이 낫습니다. 제가 학교에 들어오고 나서 가장 후회했던 점은, 내가 지원 전에 했어야 하는 고민을 입학하고 나서 하고 있구나, 하는 점이었습니다. 1년에 5만불이 넘는 학비를 내는 상황에서, 이런 때늦은 고민은 실로 엄청난 대가를 요구합니다.

지원하는 과정에서는 치열하게 고민하고, 확실한 목표를 세우시고, 입학하기 전까지는 전략을 다듬고, 입학하는 순간 전력질주를 시작하세요.

Strong Ventures 유래

우리 회사 이름은 Strong Ventures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 이름이 그냥 ‘강한(strong)’에서 유래되었다고 생각하는데 여기에는 이보다 조금 더 깊은 의미가 있다.

(VC들은 잘 아실 텐데 일반인들은 잘 모를 것이다) 대부분의 벤처 펀드들의 이름은 창투사가 위치한 지역과 밀접한 연관이 있거나 창투사 founder들의 이름/학교/지역/고향 등과 관련된 경우가 많다. 즉, 대부분의 펀드는 단순한 이름을 넘어서 더 개인적인 의미가 담겨 있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면:
–Sequoia Capital은 캘리포니아를 대표하는 Sequoia 나무에서 유래
–Palo Alto Investor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Palo Alto에서 유래
–DFJ는 펀드 창업자 3명의 이름 앞 자에서 유래 (Draper, Fisher, Jurvetson)
–Menlo Ventures는 회사가 위치한 동네 Menlo Park에서 유래

등등 대부분 벤처펀드의 이름을 보면 이런 경우가 많다(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John이랑 나도 펀드를 처음 만들 때 우리랑 개인적으로 연관된 재미있는 게 뭐가 있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둘 다 어릴 적부터 스페인의 까나리아 군도에서 자랐기 때문에 (이 글 참고) 여기서 뭔가 영감을 얻자고 했고 이런저런 지명을 생각해 봤다. 우리가 자란 곳의 영문 이름이 Canary Islands이니까 처음에는 Canary Ventures라는 이름을 생각했는데 ‘카나리아’ 새 이미지가 먼저 떠올랐고 – 조금 약한 느낌 – 한국사람들 한테는 까나리 액젓도 연상되는 거 같아서 pass. 까나리아 군도의 라스팔마스(Las Palmas)라는 도시에 살았으니까 Las Palmas Ventures도 고려해봤지만(영어로는 Palm Trees) “라스팔마스”는 너무 길어 발음하기가 힘들어서 pass.

그러다가 까나리아 군도의 다른 섬들 이름을 생각해봤다(참고로 까나리아 군도는 7개의 섬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Fuerteventura라는 섬이 있는데, 이 섬의 이름에서 우리 회사 이름이 나왔다. Fuerteventura를 영어로 옮기면 “fuerte = strong” , “ventura = venture(이 번역은 아주 깔끔한 번역은 아니지만 비슷하다)” 라서 Strong Ventures로 정했다.
fuerteventura
다행히도 strongvc.com 도메인이 구매 가능했고(아주 운이 좋았다), “스트롱 벤처스”라는 이름이 누구나 한번 들으면 거의 잊지 않는 이름이며 한국 사람들이 발음/기억하기에도 아주 쉬운 이름이었다. 이게 Strong Ventures 이름의 유래이다.

6.2조원

[Update 2014.11.16. : 2013년 11월 12일 이 글을 처음 포스팅 했을때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라고 썼는데, 알리바바는 딱 1년 만에 일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오늘 아침에 신문을 보다가 아주 오래동안 화장실에 앉아 있었다. 변비가 있었던게 아니라 아직도 내 머리속에 박혀있는 아찔한 숫자 때문이다.

6.2조원(57.8억 달러) –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회사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 사이트의 11월 11일 하루 매출이다. 참고로 11월 11일은 한국에서는 ‘빼빼로 데이’, 미국에서는 ‘Veterans Day(재향군인의 날’ 인데 중국에서는 알리바바의 인터넷 쇼핑몰에서 대량 할인 판매를 하는 ‘11.11. 쇼핑 페스티발 데이’로 유명하다. 참으로 엄청나고, 기가막히고 솔직히 상상이 잘 되지 않는 금액이다.

몇가지 재미있는 비교:
-알리바바의 작년 11월 11일 매출은 3.3조원이었다. 올해 거의 2배를 한 셈이다
-미국의 최대 쇼핑 데이는 Thanksgiving Day 다음날인 ‘Black Friday’와 그 다음 주 월요일인 ‘Cyber Monday’인데 미국인들은 작년 이 기간 동안 온라인 쇼핑에 2.7조원을 소비했다
-한국 쿠팡의 년매출은 1조원이 약간 넘는걸로 알고 있다
-할인 판매를 시작하자마자 6분 동안의 매출은 1,800억원 이었다. 참고로, 한국 쿠팡의 월매출은 1,000억원이 약간 넘는다
-11월 11일 24시간 동안 이루어진 총 주문 수량은 무려 1억 7,100만 건이다

중국 시장이 크고 알리바바가 대단한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하루 매출 6.2조원이라는 수치는 정말로 내 작은 머리로 상상조차 하기가 힘들다. 중국의 인터넷 보급율이 50% 미만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몇 년 후에는 일매출이 10조원을 넘길 수 있다는 의미이다. 곧 상장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알리바바와 창업자 Jack Ma 한테는 아주 좋은 결과이다.

중국이라는 나라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글 출처 = “Alibaba 11.11 Shopping Festival Breaks Record” -Wall Street Journal>
<이미지 출처 = http://az598155.vo.msecnd.net/wp-uploads/2014/02/jack-ma-alibaba.jpg>

Convertible Note

이제 갓 시작해서 빠르게 성장하는 벤처기업의 밸류에이션을 정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라고 앞서 말한 적이 있다. 우리도 이제 15개의 회사에 투자했는데, 투자 할 때마다 밸류에이션 가지고 창업팀과 이야기하고 네고 하는 건 흥미롭지만 힘든 소모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중 몇 스타트업에는 아주 빠르고 간단하게 투자를 했는데 그 이유는 밸류에이션 기반의 지분투자가 아닌 convertible note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Convertible note를 네이버나 다음에서 찾아보면 ‘태환권‘이라고 우리말로 번역 되는 거 같은데 그 뜻을 잘 읽어보면 미국에서 투자할 때 사용하는 거랑 개념이 많이 다른 거 같다. 나랑 내 주위 대부분의 사람은 그냥 ‘전환사채’라고 한다. (내가 알기로는) 우리나라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고 금융법적으로도 공식적인 상품이 아니라서 용어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아주 자세히 설명하자면 글이 굉장히 길어지는데 여기서는 기본적인 개념만 정리해 본다.

일단 ‘전환사채’라는 말을 하나씩 해석해보면 그 뜻을 대충 알 수가 있다. 내가 한 회사의 창업자로서 투자자로부터 convertible note를 받으면 그 돈에 대해서 회사의 지분을 주지 않는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갚아야 하는 단순한 어음/사채(대출금)이다. 하지만, 이 사채는 미래의 특정 시점에 회사의 지분으로 ‘전환’이 된다. 그러므로 ‘전환사채’이다. 지분으로 전환되는 그 특정 시점은 제대로 된 기관투자자가 투자사 및 창업팀이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적당한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투자하는 시점이다 (주로 Series A).

전환사채의 계약서도 가지각색이고 투자자마다 요구하는 특정 조건들이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전환사채에는 다음 3가지가 반드시 있다:

1. 이자율 : 전환사채는 미래에 지분으로 전환되지만(물론, 전환 안 되고 돈을 다시 받거나 아니면 회사가 그냥 망하는 경우도 많다) 당장은 대출금과 같다. 전환되지 않을 경우 미래의 특정 시점에 – 주로 2년 후 – 돈을 다시 받게 된다. 물론 이자까지 합쳐서. 이자율도 천차만별이지만 보통 5%~10% 정도이다.

2. 할인율 : 위에서 말했듯이 만약에 미래에 특정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Series A 기관투자가 이루어지면 전환사채는 그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회사의 지분으로 전환된다. 하지만, 전환사채가 사용되는 시점은 일반인들이 주로 투자하길 꺼리는 리스크가 많은 벤처의 초기 단계기 때문에 이 시점에 회사를 믿고 고맙게 전환사채로 투자한 투자자들에게는 Series A 투자자들보다 더 유리한 할인율이 제공된다. 만약에 Series A 투자자들이 주당 5,000원을 지급했다면, 전환사채 투자자들은 이보다 할인된 가격에 주식을 구매한다(할인율에 따라서). 내가 본 할인율은 주로 15%~20% 정도이다.

3. 밸류에이션 캡(valuation cap) : 만약에 내가 특정 벤처기업의 완전 초기 시점에 리스크를 감수하고 전환사채로 1,000만 원을 투자했다고 가정해보자(할인율 20%). 그런데 이 회사가 엄청나게 성장해서 12개월 후에 유명한 VC로부터 1,000억 원의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유치한다고 가정해보자. 회사의 입장에서는 아주 경사가 났지만 내가 투자한 1,000만 원이 지분으로 전환되면? (주식 가격으로 하면 좀 복잡하니까 대충 계산해도) 0.02%도 안 된다! 이건 좀 너무 한 거 아닌가? 아무리 그래도 내가 회사와 창업팀을 믿고 완전 초기에 투자했는데….
자, 이런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밸류에이션 캡이라는게 있다. 내가 본 캡은 주로 20억 ~ 50억 원 정도인데 위의 경우에서 만약에 캡이 20억 원 이라면 Series A 투자자가 그 어떤 밸류에이션에 들어와도 (1,000억이든 1조 원이든) 내 1,000만 원은 20억 원 이라는 밸류에이션 기반으로 지분 전환이 된다.
* 물론 기관투자가 밸류에이션 캡인 20억 원보다 더 낮은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하면 더 낮은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지분 전환 된다.

뭐, 다른 여러 가지 조건들도 갖다 붙이면 되지만 기본적으로 전환사채 계약서에는 위 3가지 조건들은 반드시 포함된다.

그런데 여기서 많은 분이 궁금해하실 거 같다. 왜 전환사채로 투자할까?
이 또한 투자자들과 창업가마다 이유가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일단 밸류에이션 결정 때문에 시간을 낭비할 필요가 없어서 좋다. 전환사채는 지분투자가 아니라 단순한 대출/어음이기 때문에 이제 갓 시작한 회사의 가치가 1억이냐 100억이냐 싸울 필요가 없다. 회사의 입장에서는 일단 빨리 돈을 받아서 제품개발에 집중할 수 있고, 투자자의 입장에서도 마음에 드는 회사라면 일단 빨리 적당한 할인을 받고 투자를 할 수 있어서 서로한테 나쁜 deal이 아니다(굳이 따지자면 투자자한테 오히려 더 불리하다.). 회사가 어느 정도 성장해서 가치를 결정할 수 있는 지표들이 – 유저 수, 매출, 성장률 등 – 만들어지는 시점에 밸류에이션은 결정될 것이고 기관투자자가 적당한 밸류에이션을 기반으로 투자하면 그때 지분으로 전환된다.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전환사채 계약서가 아주 간단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지분투자를 할 경우 아주 길고 복잡한 계약서 몇 종이 있는데 전환사채의 경우 아주 standard한 (위에서 말한 3가지 조건이 나열된) 계약서를 사용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빨리 검토/투자가 이루어진다.

창업자의 입장에서도 전환사채는 여러모로 볼 때 좋다. 이미 말한 대로 투자유치를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고(밸류에이션 정하는데 시간을 많이 허비하지 않기 때문에), 그만큼 제품개발과 team-building에 모든 초점을 맞출 수가 있다. 또한, 지분투자를 받는 경우 투자유치 목표금액이 만약에 10억 원 이라고 하면 10억 원 전체를 투자자/투자자들로부터 확정을 받은 후에야 실제로 돈을 입금받을 수 있지만, 전환사채는 투자유치 목표금액이라는 게 딱히 정해지지 않기 때문에(그렇게 정할 필요가 없다.) 계속 rolling basis로 돈을 그때그때 계약서만 서명하고 받을 수 있다.
* 또한, 계약서가 매우 간단하고 표준화되어 있기 때문에 돈 없는 스타트업에서 변호사 비용을 쓸 필요가 없다. 그냥 인터넷에서 convertible note 계약서 검색해서 여러 템플릿 중 하나를 사용하면 된다 🙂 

한국도 빨리 convertible note가 제도화되면 좋겠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방법을 좋아하는 편이다.

Convertible Note 동영상 보기

2013 STRONG Survey – 한국의 창업가들은 누구인가?

2011년 11월에 baenefit.com, 비석세스 그리고 벤처스퀘어 독자들을 대상으로 간단한 서베이를 진행한 적이 있다. “한국의 창업가들은 어떤 사람들인가?”가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한 시간 만에 서베이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에 대한 반응은 꽤 좋았다. 2011년도 서베이 결과는 여기서 볼 수 있다.

올해도 거의 비슷한 질문을 바탕으로 간단하게 서베이를 진행했는데 결과는 역시 은근히 흥미로운 거 같아서 간단하게 정리를 해봤다. 참고로, 전체 결과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이번에는 홍보가 제대로 안되어서 참여 인원은 2011년도의 76명의 거의 절반인 36명이다

1) 남성. 여전히 한국의 창업가들은 남성이 압도적이다(남자가 89%). 2011년도는 95%가 남성이었다.

2) To pivot or not to pivot. 응답자 중 67%인 24명이 창업 초기 아이템으로 현재 계속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즉, 오리지날 아이디어에서 피벗한 창업가들은 33%이다. 2011년에는 정확하게 절반인 37명이 피벗을 했다

3) Global. 83.3%가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고 있으며, 47.2%는 국내 비즈니스 및 글로벌 비즈니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는 2011년의 55%와 비슷하다.

4) Exit. 응답자 중 거의 절반이 인수/합병을 통한 exit을 선호한다고 했다. 물론, 이 중 95%는 exit은 커녕 쫄딱 망할 것이다 

5) 창업가들.
-19명(52.8%)이 부모님 중 한 분이 사업이나 창업을 했다고 한다. 사업도 유전인가?
-절반이 오전 7시 ~ 9시 사이에 일어난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침형 인간들이 많을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늦게 자서 그런가?)
-취침시간은 평균 5시간 ~ 7시간으로 미국과 비슷한거 같다
-아침식사는 1/3은 반드시 먹고, 1/3은 가끔 먹고, 1/3은 먹지 않는다. 아침을 꼭 먹어야지 두뇌회전이 빠르다는 말은 거짓일 수도 있을거 같다
-술은 대부분 먹을 줄 알았는데 36명 중 15명은 술을 먹지 않는다
-절반 이상인 58.3%가 미혼이다
-63.9%가 외국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다. 이는 2011년 결과와 많이 다른데 당시 창업가 중 71%가 토종 한국 출신이었다
-8.3%는 창업한 걸 후회하고 있다
-91.7%가 처음부터 창업 결심을 했지, 취직을 못해서 창업의 길을 선택한게 아니다
-이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서비스는: 페이스북 > 카카오톡 > 트위터 > 링크드인
-잠자기 전에 가장 많이 확인하는 건 페이스북이다(31.6%)

6) Communication. 이 부분이 약간 의외였는데, 36명 중 21명이 하루에 이메일 보내고 받는데 사용하는 시간이 1시간 이하였다. 하루에 5시간 이상을 이메일 보내고 받는 창업가는 단 1명 밖에 없었다(내가 설문에 참여했으면 2명이 되었을거다). 대신, 72.2%가 하루의 5~25%를 직원들과 대화하는데 사용한다고 한다. 이것도 의외였다

7) Bootstrapped startups. 이들 중 39.4%는 첫 창업 시 본인들이 직접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2011년도 수치와 거의 비슷하다.

8) 학력. 58.3%가 학사 학위. 22.2%가 석사 학위. 13.9%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창업가들이다. 이 중 대학교 중퇴는 2명이었다

9) 정신건강.
-불면증에 시달리는 창업가들은 19.4% 밖에 안 된다
-하지만 절반 이상이 회사 이메일을 계속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하다
-대부분(66.7%) 공황장애 증상이 없지만, 27.8%는 약간있고 2명은 심각한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다

10) 슈퍼히어로. 한국에서 아이언맨이 대박났다는 소식은 들었는데 역시 창업가들의 44.4%가 슈퍼히어로가 될 수 있다면 ‘아이언맨’이 되고 싶다고 했다

11) 안철수. 안철수씨가 정치를 하든 비즈니스를 하든 창업가들의 44.4%는 관심이 없다

그리고 이들은 후배 창업가들에게 다음과 같은 친절하고 마음에 와 닿는 조언을 주셨다:
-강한 의지야 말로 가장 필요한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하다가 되면 좋고 안되면 말고가 아니라, 반드시 해 낸다는 의지를 가지고 일합시다
-일단 시작하면 뭐라도 됩니다
-God bless you
-열심히해라.시간없다
-성공하는 참고할만한 이야기와 사람들은 주변에 널려있어요. 매일 매일 자신을 반성해 자기를 이겨나가는 것이 성공의 열매는 따먹는 첫 걸음이 아닐까 합니다
-실패한것에서 배워라
-육체적 정신적 고난이 끊임 없이 반복되고 대부분은 실패하는 게 창업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상을 바꾸는 가장 빠른 방법이 창업이 아닌가 싶네요
-일단 저지르자

전체 결과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