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힘든 오늘

요새 나는 운동 횟수를 조금 줄인 대신, 그 강도를 높이고 있다. 강도를 높이는 데 음악이 도움이 많이 돼서, 계속 유투브 뮤직을 들으면서 웨이트를 하는데, 주로 복싱 관련 음악을 많이 듣는다. 특히 영화 ‘록키’ 음악을 즐겨 듣는데, 피로도도 감소하고, 항상 기분이 좋아진다. 요새 내가 제일 좋아하는 록키 트레이닝 뮤직이다.

미국에서 한 일 년 정도 복싱을 했다. 하고 싶어서 했다기보다는, 그때 스트레스가 심해서, 뭔가 때려야지만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을거 같아서 시작했다. 어느 날 내가 흘린 땀에 미끄러질 정도로 샌드백을 미친 듯이 치는데, 땀과 함께 눈물이 막 쏟아졌다. 뭐, 그냥 이유도 없이 갑자기 펑펑 흘렀다. 실은 참 힘든 시기를 거치고 있었고, 아마도 속에 있는 불안감, 우울함, 창피함, 나약함, 뭐 이런 감정들이 복합적으로 눈물로 방출되었던 거 같다. 따뜻한 눈물을 흘리면서 샌드백을 치다 보니, 기분이 다시 진정되고, 내 주변을 다시 사심 없이 볼 수 있었다. 뭔가 정화가 되고, 새로운 희망이 생긴 거 같았고, 이는 내가 다시 몇 주 동안 일에 열심히 집중할 수 있게 된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그 뒤로 이런 패턴이 가끔 반복됐다.

스트레스.
스타트업을 한다면 너무나 익숙한 단어이다. 그리고 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나도 항상 스트레스를 달고 사는 거 같다. 일이 안 풀릴 때는 안 풀리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일이 잘 풀려도 나름 스트레스를 받는데, 이것도 강도가 상당히 높다. 워낙 힘든 분야라서, 일이 좀 잘 풀리면, 솔직히 막 불안해진다. “왜 갑자기 일이 잘 풀리지?” , “곧 상황이 다시 나빠질 텐데 그땐 어떻게 하지?” , “이걸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뭘 더 해야 할까?” 뭐 이런 고민을 하게 된다.

그래도 나는 항상 스스로 위안 삼는 게 있다. 투자자가 받는 스트레스는 창업가가 받는 스트레스와는 그 차원이 다르고, 우리가 투자한 회사 대표들이 더 힘들다는 걸 잘 알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서 자신을 달랜다. 그래도 불안하면, 일을 멈추고 크게 심호흡을 여러 번 한다. 좀 걷기도 한다. 와이프랑 이야기도 한다. 뭐, 솔직히 인생 자체가 스트레스의 연속이긴 하지만, 인생의 스트레스는 그래도 up and down이 있다. 하지만, 창업의 스트레스는 조금 다르다. 이 스트레스는 up으로만 가지, 좀처럼 down으로 내려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게 참, 끝이 안 보인다는 건 더욱더 무섭고 stressful 하다. 하지만, 비즈니스를 오래 하려면, 이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는 방법을 터득해야 한다.

스트레스를 완전히 제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걸 나는 일찌감치 깨달았고, 그냥 잘 관리하고 최대한 스트레스와 타협을 하면서 사는 게 좋은 전략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나는 주로 운동, 가족과의 대화, 개 산책 등으로 이걸 잘 해소했는데, 작년부터는 마음 챙김(mindfulness)이라는 가벼운 명상도 시도해보기 시작했다. 별거 아니지만, 꽤 유용하고, 이걸 계기로 마음 챙김 관련 앱과 비즈니스도 좀 보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는 이 분야가 전망이 꽤 밝은 거 같다.

스타트업을 하면 스트레스는 어쩔 수 없이 따라온다. 실은,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긴 한데, 그래도 오늘이 인생에서 가장 힘든 하루였다면, 인생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에 감사하시길. 이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이 힘들고 미친 짓을 오래 할 수가 없다.

버핏의 기업지배구조

우리 투자사 국민도서관에서 빌린 ‘워렌버핏의 주주 서한’을 요새 읽고 있다. 1979년부터 2011년까지, 33년 동안 버핏이 직접 손수 쓴 주주 서한의 핵심을 모아 놓은 책으로, 그만의 독특한 가치투자 철학과 투자비법에 대해서 배울 기회라고 생각한다. 워낙 내가 좋아하는 분이라서, 버핏 관련 책은 많이 읽었는데, 이 책이 제일 실용적이고 어려운 내용도 많아서, 집중하면서 독서하고 있다.

버핏은 도덕성을 상당히 강조한다. 책에서 기업지배구조 부분에 대해 상당히 공감하는 내용이 있어서, 그냥 이 내용의 일부를 여기서 카피해본다. 2010년 7월 26일, 워렌 버핏이 자사의 경영자들(버핏은 이들을 ‘올스타’라고 한다)에게 보낸 메모에 있는 내용이다:

최우선 과제는 우리 모두 버크셔의 명성을 계속해서 열심히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가 완벽할 수는 없지만 완벽해지려고 노력할 수는 있습니다. 나는 25년 넘게 이 메모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가 돈을 잃을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많은 돈을 잃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명성을 잃을 수는 없습니다. 단 한 치도 잃어서는 안 됩니다.”

때로는 동료가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 이 말이 사업활동에 대한 변명이라면, 이는 거의 틀림없이 잘못된 근거입니다. 만일 도덕적 판단을 평가할 때 나온 말이라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언제든 누군가 그런 말로 변명한다면 사실은 타당한 이유를 제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누군가 그런 변명을 한다면 기자나 판사에게도 그렇게 변명해보라고 말씀하십니다.

정당성이나 적법성 때문에 주저하는 일이 있으면 내게 꼭 전화하십시오. 그러나 그렇게 주저할 정도라면 십중팔구 경계선에 매우 근접했다는 뜻이므로 포기해야 합니다. 경계선 근처에 가지 않고서도 돈은 얼마든지 벌 수 있습니다. 어떤 사업 활동이 경계선에 접근했는지 의심스럽다면 그냥 경계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고 잊어버리십시오.

그 당연한 결과로 나쁜 소식이 발생했다면 즉시 내게 알려주십시오. 나는 나쁜 소식에 대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문제가 곪아 터진 다음에는 다루고 싶지 않습니다. Salomon은 즉각적으로 대처했으면 쉽게 해결할 수 있었던 나쁜 소식을 외면한 탓에 8,000명이나 되는 직원과 함께 몰락하고 말았습니다.

우리가 알면 화낼 일을, 오늘도 누군가 버크셔에서 진행하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는 노릇입니다. 이제 종업원 수가 25만 명을 넘어가므로 이들의 부당 행위가 발생하지 않는 날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부당 행위의 기미가 조금만 나타나도 즉시 비난한다면, 이런 행위를 대폭 줄일 수 있습니다. 부당 행위에 대해 말뿐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주는 여러분의 태도가 우리 기업문화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입니다.

나는 이 부분을 주말 내내 여러 번 읽고 생각해봤다. “남들도 다 그렇게 해.”라는 말을 그동안 나도 얼마큼 했는지, 그리고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문제가 곪아 터질 때까지 가만히 보고 있던 적은 없었는지 생각하면서 반성을 했다.

최근 tech 분야만 봐도, 불미스러운 일들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버핏의 서한은 실은 너무나 당연한 내용이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잘 지키지 못한다. 인생을 사는 방법은 너무 다양하고, 비즈니스를 하는 방법도 너무 다양하지만, 명확한 right or wrong은 존재하고, 이 기준은 세월이 바뀌어도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Do the right thing.

프로젝트 다빈치

davinci1977년에 미국은 우주탐사 프로젝트인 보이저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보이져 1호와 2호를 우주로 발사했다. 두 보이저호에는 Voyager Golden Records라는 금으로 도금된 구리 레코드판이 장착되어 있는데, 여기에는 지구의 문화와 삶을 대표하는 다양한 음성과 이미지가 녹음되어 있다. 이 레코드판은 앞으로 보이저호가 만날 외계인이나 미래의 인류를 위한 타임캡슐과도 같다고 보면 된다. 코넬대학의 교수이자 천문학자로 유명한 고 Carl Sagan 교수가 이 레코드를 제작하는 데 참여했고, 공헌을 많이 한 거로 알고 있다.

얼마 전에 Voyager Golden Records의 4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서, Erik Finman이라는 18살의 소년이 NASA의 도움으로 비슷한 프로젝트를 시작했는데, 이 내용도 재미있고, Erik이란 소년도 특별해서 몇 자 적어본다.

다빈치라는 이름의 이 프로젝트는 NASA의 도움을 받아 작은 위성을 만들고, 이 위성 안에 골든 레코드와 같이 지구의 소리와 사진을 실어서 우주로 쏘아 올리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40년 전보다 현재는 많은 사람이 카메라와 인터넷을 사용하기 때문에, 누구나 다 동영상, 사진 또는 음성을 공개적으로 제출할 수 있고, 이 중 일부가 이 위성에 실려 우주로 올라갈 것이다. 프로젝트 다빈치 공식 홈페이지에서 제출하면 된다.

실은 이 프로그램 자체가 재미있고, 어떻게 보면 내가 몇 년 전에 후원했던 ‘중학교 3학년 학생의 거대한 로켓‘ 프로젝트랑도 닮은 점이 많아서(결말은 나도 잘 모르지만, 중학생의 로켓 프로젝트는 실패로 끝난 거 같다. 업데이트를 못 받았다) 더욱 관심을 두게 됐다. 그런데, 더 재미있는 건 이 18살 Erik Finman이라는 친구의 이야기다. 에릭이 12살 때, 할머니가 1,000달러를 줬는데, 이 꼬마는 비트코인을 구매했다. 2011년 5월이니 비트코인의 가격은 10달러 이하였고, 2013년 말 에릭의 비트코인의 가치는 100,000달러를 넘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에릭은 학교를 자퇴했고, 동영상 기반 P2P 과외 플랫폼 Botangle을 창업했다. 잘 운영했는지는 모르겠지만, 2년 뒤에 이 비즈니스를 100,000달러 또는 300 BTC에 인수하겠다는 제안을 받았다. 그는 큰 고민하지 않고 300 BTC에 회사를 팔았다(당시 비트코인 가격은 200달러 정도였다). 왜 금전적으로 손해를 보면서 비트코인을 받았을까? “제가 당시 금액으로는 더 낮았던 비트코인을 선택한 이유는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더 컸고, 저 같은 18세 이하의 미성년자가 세금 때문에 골치 아픈 게 너무 싫었어요.”라고 대답한 걸 봐서는, 이 친구는 정말 예사롭지 않은 소년인 거 같다.

현재 가격으로 에릭의 비트코인은 1백만 달러가 넘고, 그는 비트코인으로 백만장자가 된 자랑스러운 18세 소년으로 명성을 얻고 있다. 고등학교를 자퇴한 후, 에릭은 홈스쿨링을 통해서 교육을 받았는데, 부모님은 그에게 더 재미있고 과감한 제안을 했다. 18세 이전에 백만장자가 되면, 대학에 진학하지 않아도 된다는 제안이었는데, 그는 백만 달러를 벌어서 대학교도 안 갈 계획이다. 한국에는 이런 부모가 없으니, 에릭 같은 사례가 나오는 건 불가능할 거 같고, 에릭의 부모님과 예전에 한 번 포스팅했던 텀블러 창업자 David Karp의 부모님과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는 생각을 했다. 실은, 에릭의 부모님에 대해서도 궁금해서 좀 찾아보니, 어머니가 80년대 NASA의 우주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실은 세계우주 역사상 가장 비극적이었던 챌린저호의 승무원으로 발탁됐지만, 임신해서 운 좋게 실제 탑승은 하지 않았던 기록이 있다. 어머니의 이런 우주에 대한 관심 때문에 에릭은 어릴 적부터 우주와 별들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고, 이로 인해서 Project DaVinci를 시작할 수 있는 보조금을 나사에 신청해서 성공적으로 받을 수 있었다.

한국에도 이런 부모님이 있고, 이런 부모 밑에서 자란 에릭 핀만 같은 젊은 친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 아마도 우리 세대부터(=부모) 시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이미지 출처 = Project DaVinci 트위터 계정>

DSC와 정기구독 이커머스

이커머스에 종사한다면, LA 기반의 subscription 회사 Dollar Shave Club(DSC)에 대해서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회사 이름은 못 들어봤어도, 남성 면도기를 팔아서, 창업 5년 만에 다국적기업인 유니레버에 1조 원에 회사를 매각한 청년의 기사는 읽어봤을 것이다. 실은 같은 지역인 LA에서 창업된 이 회사를 처음 접했을 때, 그냥 누가 장난삼아 시작했고, 좀 하다가 그만두겠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이런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올해 나는 달러쉐이브클럽을 그대로 베낀 비즈니스, 또는 이와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생필품이나 소모품을 정기구독 방식으로 판매하는 한국의 이커머스 스타트업을 많이 만났다. 대부분 강한 욕망을 가진, 아주 똑똑한 창업가였고, 모두 하나같이 “달러쉐이브클럽이라는 비즈니스가 있는데요, 남들이 웃고 넘겼던 비즈니스였지만, 1조 원에 인수됐습니다”라고 말하는 눈빛으로 나와 미팅을 했다.

나도 실은 달러쉐이브클럽의 인수를 접했을 때 많이 놀랐고, 다시 한번 좋은 실행력의 중요성에 대해 깨달았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이런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는 팀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하면서 주위를 둘러봤다. 결론적으로는, (아직) 그 어떤 팀에도 투자를 집행하지는 않았는데, DSC 같은 성공적인 정기구독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 기업이 꼭 갖춰야 된다고 생각하는 게 많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실은 내가 이커머스 전문가는 아니라서, 이건 좀 주관적일 수도 있지만, 성공적인 subscription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서 나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DSC가 매우 잘 했다고 생각한다.

일단, 창업 첫날부터 자체 브랜드를 판매했다. 생필품을 섭스크립션으로 판매하는 대부분의 회사는 일단은 남의 제품을 모아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시작한다. 이렇게 하다가 어느 정도 규모에 도달하면, 자체 브랜드를 만들어서 판매할 생각을 하는데, 처음부터 자체 브랜드로 시작하는 걸 권장한다. 이렇게 해야지만 고객의 이탈을 방지하면서, 지속해서 재방문율을 높일 수 있다. 브랜드와 제조원이 빤히 노출되는 남의 제품을 유통하면, 고객이 우리를 건너뛰고 맘에 드는 특정 브랜드로부터 직접 구매하는 게 너무 쉬워진다. 특히, 면도기와 같은 소모품은 소수의 브랜드만 존재하고, 웬만한 슈퍼, 편의점, 마트에 가면 쉽게 구매할 수 있기 때문에 DSC의 자체 브랜드 전략은 아주 좋다고 생각한다. 면도기/날로 시작했지만, 이 회사는 다른 남성 제품군으로 확장하고 있다. 물론, 모두 다 자체 브랜드로.

실은, 자체 브랜드가 아닌, 남의 제품을 취합해서 판매하는 전략으로 잘하고 있는 이커머스 스타트업도 많이 있다. 그런데, 이 회사들을 잘 보면, 내가 이 포스팅에서 썼듯이, 큐레이션에 특별한 강점을 가진 경우가 많다. 즉, 와인이나 맥주같이, 너무나 다양한 제품이 존재하고, 전문가의 통찰력 없이는 내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하는 게 어려운 분야의 비즈니스라면, 누군가 나를 위한 제품을 잘 골라준다면, 충분히 계속 돈을 내고 구매할 의향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세상에 먹을만한 와인 종류가 30가지 밖에 안 된다면, 큐레이션 섭스크립션 비즈니스는 쉽지 않다. 큐레이션을 통해서 내가 좋아하는 와인을 발견만 한다면, 그 이후에는 이 와인을 직접 구매할 확률이 커지기 때문이다.
우리 투자사 스낵피버는 한국 과자를 정기구독으로 판매하고 있다. 한국 과자는 위에서 말한 와인이나 맥주만큼 종류도 다양하지만, 미국인들이 직접 구매하고 싶어도 쉽지가 않다. 왜냐하면, LA나 뉴욕같이 한인이 많이 없는 지역에는 한국슈퍼가 없기 때문이다. 미주리주의 시골에 사는 백인이 ‘고래밥’을 구매하고 싶어도, 살 방법이 없기 때문에 스낵피버를 계속 이용하는 것이다.

DSC가 또 한 가지 잘 한 점은, 반드시 필요하되, 옵션이 별로 없는 분야를 선택했다는 것이다. 남자라면, 그 횟수야 다르겠지만, 누구나 다 면도를 해야 한다. 면도하는 방법은 dry 면도와 wet 면도 두 가지 뿐이다. 나같이 dry 면도를 선호하면, 전기면도기를 사용하고, wet 면도를 선호하면, 실은 수동 면도기 브랜드의 종류가 많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이 분야에서 소수의 경쟁사보다 더 싸고, 좋을 수만 있다면 이길 수 있는데, DSC가 그걸 잘 한 거 같다.

DSC의 고객들이 잘 모르는 게 하나 있는데, 초기 면도기와 면도날은 한국회사가 제조해서 공급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도루코가 DSC한테 제품을 OEM 공급 했는데, 도루코가 2012년 DSC와 어떤 가격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는지는 잘 모르지만, 들려오는 소문에 의하면, 꽤 좋은 조건이었다고 한다. 즉, 기술력 있는 업체로부터 좋은 가격에 물건을 공급받을 수 있었다는 점도 고객 만족과 수익성에 많이 기여했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도루코는 혹시 DSC가 물품대금 지급을 못 할까 봐, 안전장치로 주식을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 계약도 체결했는데, 올해 이 콜옵션을 행사해 약 600억 원을 벌었다. 이는 도루코의 작년 영업이익인 472억 원보다 높다.

또 한가지. DSC의 Michael Dubin 사장은 뛰어난 배우이자 마케터였는데, 이 또한 회사의 성공에 크게 기여했다. 마이클 대표가 직접 출연한 DSC 홍보 동영상 ‘Our Blades are Fucking Great’은 유투브에서 예상치 못한 호응을 얻으면서 완전히 바이럴하게 퍼졌다.

유명한 할리우드 배우가 이 면도날을 홍보했다면, 어쩌면 더 큰 성공을 거두었을 수도 있지만, 제품을 직접 만든 대표이사가 “우리 면도날 x나게 좋으니까, 다른 쓰레기 제품은 버리고 우리 제품 사용해봐.” 했던 게 지금까지 시장에서 경험해보지 못한 호기심을 발동한거 같다. 많은 남성이 저렇게 재미있는 사장이 만든 면도기는 꼭 한 번 사용해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한 거 같다.

실은, 내가 나열한 점들 때문에 DSC가 잘 되고 있는지는 나도 모른다. 그리고, 이렇게 해야지만 성공적인 subscription 이커머스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아니지만, 이 분야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창업가라면 ‘정기구독’의 의미에 대해서 잘 생각해봐야 한다.

Happy 2nd Birthday Miso!

믿을 수 있는 가사도우미 중개서비스를 제공하는 우리 투자사 미소가 벌써 2살이 되었다. 실은, 스타트업에서의 2년 동안은, 대기업의 2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미소에서 얼마 전에 그동안 달성한 수치를 공개했다.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총 28만 건의 청소 중개
–140억 원의 누적 거래금액
–2015년 8월 ~ 2016년 7월, 1년 동안 이룩한 거래액을 2017년 7월 한 달 만에 달성
–미소의 일등 고객은 지금까지 미소를 총 280회 이용

뭐, 이보다 더 빨리 성장하는 서비스도 많지만, 최근까지도 시장이 별로 주목하지 않았던, 아주 오래되고 변화가 없던 이 산업에서 일군 성과이기 때문에 더욱더 큰 의미로 다가온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성장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