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작은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다보면 대기업 분들도 많이 만난다. 우리가 투자한 기업의 후속투자, 협업, 우리 펀드 출자 관련 일들 때문에 대기업의 투자 담당하시는 분들 또는 사업 부서 분들을 자주 만나는데 이 분들 이야기 듣는것도 은근히 재미있다. 작은 벤처기업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있는 판들이 대기업에서 벌어지는데 최근에 만난 분도 나를 보자마자, “우리 회장님이 요새 xxx에 완전히 꽂혀있는데 혹시 그 분야 회사들 소개 좀 해주실래요?” 라고 물어봤다.

사건의 발단은 아마도 이렇다. 이 회사 회장님이 친하게 지내는 업계 분들이 몇 명 있는데 어느 날 누군가 술자리에서 이 분야에 대해서 이야기를 했고, 기술의 전망이나 시장성에 대해서 포장을 잘 했을 것이다 – 아마도 경쟁사나 비슷한 규모의 회사 회장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다음 주간 경영회의에서 회사 간부들한테 “우리도 이거 해야하는거 아니야?” 한 마디 던지면서 회사의 모든 자원을 이 분야에 집중하는 판이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싶다.

뭐, 모든 회사들이 이렇게 돌아가는건 당연히 아니지만, 내가 아는 꽤 많은 대기업들이 은근히 이렇게 돌아간다. 이런 현상에 대해서는 나는 장단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회사의 오너나 그에 준하는 높으신 분이 밀어붙이면 그 기술이나 아이템의 사업성이나 미래가능성과는 상관없이 회사의 핵심 인재와 자원들이 모두 집중되기 때문에 일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매우 편하다. 주로 대기업이라는게 일 보다는 줄 서기나 자기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한데 이런 사람들의 방해를 받지 않고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회장님이 특정 분야에 ‘꽂히면’ 이런 건 좋다.

하지만, 확실이 장점 보다는 단점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일단 전사적 차원에서 전략적인 공부나 계획이 동반되지 않고 이루어진 일 인의 결정일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이게 과연 회사가 할 수 있는 사업인지 그리고 해야 할 사업인지가 명확하지 않다. 이 상태에서는 아무리 돈과 인력 투입을 해도 단기간 안에 성과를 내기가 쉽지 않다. “우리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란 질문 자체가 누군가 남이 하니까 우리도 따라하자 라는 의미인데, 이는 그냥 유행 따라하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그만하고 또 다른 유행을 따라갈 확률이 크다.

실은 유행을 따라가는게 나는 무조건 나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현재 유행하는 비즈니스나 기술들 중 절 반 이상은 실제로 미래의 혁신을 가져올 것이다. 하지만 눈에 보이는 결실이 만들어지려면 많은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 5년, 더 길게는 20년 동안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하는데 그냥 순간적으로 이 분야에 꽂히면 이게 오래 가기가 힘들다. 구체적인 고민과 계획이 없이 시작했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가 보이지 않으면 이런 분들은 또 다른 분야에 꽂혀서 관심을 완전히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이 다분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장님들,
“우리도 해야하는거 아니야?” 말씀하시기 전에 한 번만 더 생각해주세요. 안 해도 되는거구요, 진짜로 해야하는거라면 정말 길게 보셔야 합니다. 안 그러면 여러 사람 피해봅니다.

대통령 각하+높은신 분들,
마찬가지입니다.

창업 대회 채점하기

최근에 스타트업들을 심사하는 자리에 몇 번 참석했는데, 관련해서 전부터 내가 느꼈던 점에 대해서 좀 써보고 싶다. 대부분의 피칭이나 경진대회 심사를 보면, 한 장 짜리 점수표를 기반으로 스타트업들을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점수표는 매우 그럴싸하게 만들어져 있다. 창업가의 창업성, 제품의 시장성, 매출근거의 타당성, 글로벌 진출 가능성, 기술의 독창성 등과 같은 기준들을 기반으로 이 팀을 0점에서 10점까지 각 항목에 대해서 평가 채점 해야한다.

특히 정부기관들의 행사 심사는 모두 이런 포맷의 채점표를 사용한다. 워낙 많은 회사들이 피칭을 하고, 이 회사들의 선정여부를 결정하려면 구체적이고 객관적인 근거가 존재해아하기 때문에 나도 처음에는 이런 채점표를 가지고 평가하는게 맞다고 생각을 했다. 그런데 항상 채점을 끝낸 후에 전체적으로 점수들을 보면 뭔가 이상하다는걸 느낄때가 많다. 느낌이 굉장히 좋은 대표이사가 가능성이 많은 비즈니스에 대해서 피칭을 해서 이런 회사라면 투자검토 해볼만하다라고 생각을 했지만 막상 점수표를 보면 굉장히 낮게 나오고, 이와는 반대로 형편없는 비즈니스라고 생각을 했지만 점수는 상당히 높게 나오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이런 상황이 발생하다보면 내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회사들한테 더 높은 점수를 주기 위해서 다시 채점을 하고 점수를 조정하는 경우가 가끔 있는데, 이런 이유 때문에 스코어카드 기반의 피칭 대회의 채점 방식에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점수를 가지고 스타트업들을 평가할 수 없는 이유는 아마도 현재 보다는 보이지 않는, 또는 보기 쉽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을 가지고 이 회사들을 평가해야하기 때문인거 같다. 지금은 볼품 없지만, 앞으로의 가능성이 높은 회사들을 점수로 평가한다는건 쉽지 않은 작업이다.

또 다른 이유는 – 그리고 이건 점수를 가지고 채점해야하는 모든 대회에 해당된다고 생각한다 – 누군가의 능력을 숫자로 표현하는건 굉장히 애매모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떤 회사의 글로벌 가능성은 4점이고, 다른 회사의 글로벌 가능성은 6점인데 이 2점의 차이는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 6점을 받은 회사가 4점을 받은 회사보다 글로벌 시장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인가? 글로벌 시장 진출이 그렇게 흑백으로, 그리고 점수로 평가가 가능한 것인가?

나는 오히려 이런 점수보다는 그냥 심사위원들이 토론을 통해서 스타트업들을 선정하는게 더 좋다고 생각한다. “수치는 좋지 않고, 시장에 경쟁이 치열하지만, 이러이러한 이유로 이 회사가 잘 할 수 있을거 같다.”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이야기와 토론을 하다보면 조금은 더 피칭 대회의 의도와 맞는 방향으로 우수한 스타트업들을 선정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된다. 굳이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점수표가 있어야 한다면, 시간을 많이 들여서 채점 항목들을 다시 한번 만들어 보는 방법도 있을거 같지만 나도 어떤 항목이 적합한지는 잘 모르겠다.

그렇다고 이런 점수위주의 채점 방식이 나쁘고 틀렸다는건 아니다. 너무 주관적인 방법으로 스타트업들을 선정하면 나중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소지가 많이 존재한다. 특히 공공기관에서는 더욱 그렇다. 혹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신 분들 중에 단순한 점수보다는 조금 더 효과적인 채점 방식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공유해 주시기 바란다.

Switching cost

고객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제품을 만드는 건 과거에도 어려웠고, 지금도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과거보다는 현재가 훨씬 더 어렵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과거에 비해서 웹서비스나 모바일 앱들의 종류와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제품들 사이에서 우리가 만드는 제품이 입소문을 타고 고객들의 관심을 끈다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고 하는게 맞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만 하루에도 수 백개의 새로운 제품들이 구상되고 개발되는거 같다. 대부분 이미 존재하는 제품이 있지만, 뭔가 문제가 있거나 사용상에 불편함이 있기 때문에 그런 단점들을 개선한 제품들이다. 그 누구나 다 완성도 높은 제품을 만들어서 출시하면 시장에 존재하는 기존 제품들이 제공하지 못하는 특별한 기능이나 경험을 우리 제품은 제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시장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많은 경쟁 제품의 고객들을 다 가져올 수 있을거라고 생각한다. 뭐, 당장은 그렇게 되진 않겠지만 결국 그렇게 될 거라는 기대들을 많이 한다.

그런데 현실은 주로 그렇지 않다. 아니, 완전 반대다. 창업팀이 생각하는 대로 어쩌면 그들의 제품은 그동안 시장에 없던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할지도 모르지만, 이걸로 사용자를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는걸 많은 분들이 경험했고, 현재 경험하고 있고, 앞으로 경험할 것이다. 나도 이런 창업가들을 많이 만난다. 아니, 거의 매일 만나는데 이 분들에게 내가 항상 강조하는건 switching cost 이다. 즉,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유사 제품이 있는데 조금 더 좋은 기능이나 경험을 제공하는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데(=switching) 들어가는 비용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보라고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대부분 “현재 경쟁사는 초점을 잘 못 잡고 있다고 생각하며, 우리 제품은 이를 보완해 줄 수 있는 완전히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기 때문에 성공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라며 자신의 제품과 논리를 방어한다. 어쩌면 이들이 맞을 수도 있다. 제품을 출시하면 엄청나게 인기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경우는 거의 보지 못했다.

나는 새로운 앱을 설치하는걸 정말 싫어한다. 수 많은 앱들이 내 아이폰에 깔려 있는데 정말로 필수 앱이 아니라면 – 우리 투자사 앱들은 예외다. 필수 앱이 아니라도 대부분 설치해서 사용해본다 – 내 아이폰 스크린에 설치될 확률은 매우 낮다. 실은 나는 극단적인 경우이지만, 내 주위 사람들도 크게 다르지는 않다. 현대인이라면 ‘앱 피로’ 현상을 매일 경험한다. 어떨때는 앱스토의 아이콘들만 봐도 토할거 같다. 현실이 이러니 사용자들로 하여금 새로운 앱을 설치하게 하는 건 정말로 쉽지 않다. 설치 후에 앱을 실행했는데 로그인이 필요하다면, 그리고 만약에 페이스북 회원가입 프로세스가 없고 전통적인 방법으로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면 바로 나가버리고 다시는 그 앱을 사용하지 않는게 일반적인 행동이다.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게 만드는게 이렇게 힘들다. 새로운 기능이나 경험은 커녕, 대부분 그 전에 앱을 지워버릴 수도 있다. 특히 이 앱이 이미 내가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과 비슷하다면. 그만큼 switching cost가 높다.

그러니까 이미 존재하는 제품에 비해 아무리 새로운 기능과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을 만들어도, 내 인생에 정말로 유용하지 않으면 사용자들을 확보하는게 매우 어렵다. 이미 존재하는 제품보다 더 싸고, 더 빠르고, 더 좋은 제품을 만들고 있는 모든 창업팀은 이 ‘더’의 의미를 잘 정의해야한다. 이미 잘 사용하고 있는 제품이 존재한다면, 그리고 기존 제품이 아무리 완벽하지 않고 몇 가지 기능이 빠져있더라고, 새로운 제품으로 갈아타는 switching cost가 너무 높으면 원래 사용하던 익숙한 제품을 계속 사용할 확률이 높다. 이 말을 조금 더 간단하게 풀어보면,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기 위해서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을 하고, 새 기능들에 익숙해져야하는 귀찮음이 새로운 제품이 제공하는 가치보다 크다면 우리가 만드는 새로운 제품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다.

수치에 대해서

6-common-questions-hr-metrics-answered2000년도 초에 나는 스탠포드 대학원을 졸업하고 실리콘밸리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제 1차 벤처 거품이 터지기 바로 직전이었는데, 이 때는 사업계획서 만으로도 펀딩을 받는 회사들이 주위에 꽤 있었다. 워드로 만든 50장 – 100장 짜리 사업계획서를 읽다보면 이 회사가 정말 잘 될 거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만들 정도로 자세하고 잘 만들어진 자료들이었다.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이런 소설같은 사업계획서를 가지고 투자자들을 만나는 창업가들은 거의 없다.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위해서는 말 보다는 행동이 더 효과적이라서 다들 실제 제품을 개발하고 고객을 만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있고, 이렇게 하는게 훨씬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이 비즈니스를 누가 하고 있고, 어떤 시장을 공략하고 있고, 어떻게 현존하는 문제점들을 해결할지에 대한 간략한 자료는 준비하는게 좋다. 나도 지겹도록 회사소개서들을 많이 보는데, 한정된 시간 동안 너무 많은 비즈니스들을 보다보니 글씨보다는 그림이나 수치들을 선호한다. 창업을 하고 제품을 만들어서 조금이라도 시장에서 실행을 해 본 팀이라면 누구나 다 기본적인 수치를 갖고 있을 것이다. 모바일 제품이라면 DAU, MAU, 체류시간 등과 같은 수치를 가지고 이야기를 하고 웹서비스라면 UV, PV, 리텐션, 재방문율 등의 수치에 대해서 이야기를 많이 한다. 물론 매출이나 ARPU와 같은 수치는 기본이다.

소개자료에 이런 수치들이 들어가 있다면, 한가지 부탁하고 싶은게 있다. 각 수치에 대한 정의를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이런 수치들의 기본적인 의미는 정의되어 있지만, 운영하는 서비스와 회사의 기준들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나기 때문이다. 가령, 50%의 재방문율이라는 수치가 나한테 크게 와 닿지 않는데 그 이유는 전체 유저의 절반이 매일 재방문을 하는건지, 아니면 한 달에 한 번 이상 방문을 하는건지, 아니면 일 년에 한 번 이상 방문을 하는건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전체 사용자의 절반이 매일 재방문을 하는 제품이라면 상당히 매력적이지만, 한 달에 두 번 방문을 하는 거라면…뭐, 서비스의 종류에 따라서 달라지겠지만, 일반적으로는 그렇게 매력적이지는 않다.

매출도 마찬가지이다. 쿠팡이나 지마켓과 같이 다른 업체들이 입점해서 물건을 판매하는 오픈마켓의 경우, 어떤 회사들은 전체 ‘거래액’을 ‘매출’로 잡는 경우가 있는데 이렇게 하면 매출이 조 단위가 나온다. 하지만, ‘판매수수료’를 ‘매출’로 잡는 회사들은 매출이 수 백억원 또는 수 천억원 단위로 잡힌다. 그래서 가능하면 이런 수치를 말할때는 정확한 정의도 설명해줬으면 좋겠다.

또 한가지는, 회사와 서비스의 성격에 따라서 그 비즈니스한테 중요한 수치들이 다를텐데, 이 또한 창업가들이 명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같은 전자상거래 회사라도 비전과 카테고리에 따라서 중요하게 생각하고 지속적으로 관리하는 수치들은 다를 수 있다. 모든 걸 판매하고 규모의 성장을 중요시 하는 전자상거래 업체라면 전체거래액이나 절대적인 사용자 수를 우선시 할 수 있지만, 특이하고 한정적인 제품만을 판매하는 전자상거래 업체한테는 절대적인 사용자 수 보다는 – 어차피, 비싸고 특이한 제품을 구매하려는 고객의 수는 많지 않으니까 – 사용자 당 평균 구매액이나 재구매율이 더 중요할 수 있다. 창업가들은 회사 설립을 하자마자 우리 회사한테 가장 중요한 수치들을 명확하게 정의하고, 이 수치들을 종교와도 같이 열심히 측정하고 분석해야 한다.

<이미지 출처 = http://www.halogensoftware.com/ae/learn/centers-of-excellence/hr-metrics>

껍데기만 O2O

몇 달 전에 비해서 O2O란 유행어는 조금 시들해졌지만, 관련 비즈니스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내가 최근에 만난 스타트업들의 절반 이상이 O2O 비즈니스인거 같다(실은 내가 보기엔 O2O가 아닌데, 본인들은 모두 O2O라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창업에 관심을 갖고 더 많은 젊은이들이 스스로 뭔가를 해보겠다는건 진짜 좋은 현상이지만, 더 많은 회사들과 더 많은 잡음 속에서 옥석을 가리는건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어졌다.

그런데 소위 말하는 O2O 비즈니스를 – 이상하게 나는 이 단어를 싫어한다 – 하고 있는 분들이나, 준비하는 창업가들이 이 단어에 대해서 조금은 더 깊게 고민을 했으면 좋을것 같다는 생각을 최근에 굉장히 많이 한다. 과거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에서만 존재하던 비즈니스에 IT 기술을 적용하면서 ‘온라인’ 이라는 날개를 달아주는게 흔히 말하는 O2O 비즈니스인데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IT 기술이나 온라인 기술을 적용한다는게 그냥 상품을 구매하거나 주문하는 웹사이트를 만드는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시작은 인터넷으로 뭔가를 하거나 주문하기 위한 프론트 단의 웹사이트와 전자상거래 기능이겠지만 이는 단지 더 크고 효율적인 비즈니스를 위한 시작이자 수단이지 끝이 아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는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을 한 적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O2O의 승자는 offline이 차지하는 비중을 최소화 하면서 online 부분을 강화하는 업체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적은 인력과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한계비용이 낮고 확장가능한 비즈니스로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요새 좀 안타까운건, O2O를 하겠다는 많은 팀들이 간단한 웹사이트만 제외하면 기존 오프라인 비즈니스와 별반 다를게 없는 비즈니스를 만들고 있다는 건데, 내가 보기엔 껍데기만 O2O 이지 이건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이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학력 좋고 체력 좋은 젊은 친구들이 조금 더 빠르고 세련되게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하는거 같다. 적당한 비유인지는 모르겠지만, IT 업계의 ‘총각네 야채가게’ 같은 느낌이랄까?

실은 오프라인 비즈니스가 나쁘다는건 절대 아니다. 오프라인에 집중해서 성장할 수 있는 방법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방향을 잡아서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강화하는건 이미 수 십년 또는 수 백년 동안 오프라인 비즈니스만 하시던 분들이 전문성을 갖고 있는 분야로 우리가 들어가서 경쟁하려는건데 이는 매우 어렵다. 내가 만나는 모든 팀들은 오프라인 보다는 온라인 쪽의 기술력과 경쟁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런 강점들을 아주 잘 활용해서 과거에 오프라인이었던 비즈니스에 온라인 기술을 적용해서 모든 프로세스를 더 빠르고, 더 싸고, 더 좋게 만들 수 있는 쪽으로 공략했으면 좋겠다.

간혹 카카오의 O2O 비즈니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시는 분들도 많다. 카카오의 O2O 전략이야말로 그냥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카카오 플랫폼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한게 아니냐 라면서. 카톡으로 먹을거리를 주문하면 슈퍼에서 집까지 배달해주는게 뭐가 그렇게 온라인스럽냐 라는 말들을 많이 한다. 맞다. 아주 맞는 말이다. 하지만 카카오는 조금은 다르게 봐야할 필요는 있을거 같다. 이미 카카오톡이라는 전국민이 사용하는 플랫폼을 잘 구축해놨기 때문에 그만큼 여러가지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이 플랫폼 위에 얹을 수 있고, 적은 비용으로 많은 수요를 한 방에 발생시킬 수 있는 엄청난 네트워크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고, 그 많은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서 계속 돈을 벌 수 있기 때문에 조금은 다르게 봐야 한다.

껍데기만 O2O인 비즈니스는 효율적으로 크게 성장하기가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