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흙 묻히기

1598321983868

이미지 출처: 크리에이티브열정 / 크라우드픽

투자 받을 때 가능하면 최대한 많은 투자자를 만나보라고 나는 항상 조언한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는데, 일단 많은 VC를 만날수록 다양한 시장의 피드백을 들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투자자마다 회사와 시장을 바라보는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우리 비즈니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받아볼 수 있다. 그리고 이렇게 다양한 VC를 만날수록 창업가의 피칭 실력이 향상한다. 어떤 질문을 할지, 그리고 특정 질문을 하면, 어떤식으로 답변을 해야지 계속 대화를 이어나갈 수 있을지 등에 대한 감이 생기고, 이걸 더 할수록 이런 다양한 시나리오에 대처하는 방법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또 다른 이유는, 투자 받는 것도 결국엔 확률게임이기 때문에, 투자자를 많이 만날수록 투자받을 확률 또한 높아진다.

내가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우리랑 궁합이 잘 맞는 VC를 만나면 일이 수월하게 풀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궁합이 잘 맞는다는 말이 모호하긴 하지만, 많은 VC를 만나본 창업가라면 이 말이 무슨 말인지 직감적으로 알 것이라고 생각한다. 만나자마서 뭔가 이야기가 술술 풀리고, 왠지 우리 서비스를 잘 이해하는 것 같고, 대화하면서 편한 느낌을 받는 그런 투자자들이 있는데, 이런 분들이 주로 우리랑 궁합이 잘 맞는 VC가 될 확률이 높다. 이런 VC는 사상, 철학, 가치 등이 창업가와 비슷할 가능성이 크기도 하지만, 대부분 우리가 운영하는 서비스를 실제로 사용해봤거나, 아니면 서비스를 사용하는 친구 또는 가족이 있을 확률이 높다. 어떤 VC는 이미 우리 서비스의 열렬한 팬인 분들도 있을 텐데, 이런 분들과는 매우 매끄럽고 질 좋은 미팅과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한테는 너무나 유리한 상황이다.

영어에는 “get your hands dirty”라는 말이 있다. 우리 말로 번역하면 직접 팔/소매 걷어붙이고 아주 적극적인 태도로 임한다는 의미 정도가 될 듯싶다. 즉, 본인이 직접 자기 손을 더럽혀가면서 뭔가를 실제 해본다는 의미인데, 투자를 받을 때는 이런 손에 흙을 묻히면서 우리 서비스를 직접 사용해본 VC와 대화할 때, 확률이 높아진다. 나도 내가 사용하고, 애용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팀과 이야기 할 때 훨씬 더 좋은 대화를 할 수 있고, 투자할 확률이 높고, 우리 투자사도 후속 투자를 받을 때 이들의 제품을 알거나, 사용해봤거나, 또는 열렬한 애용자인 VC한테 투자받는 경우가 많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모바일 세탁소 세탁특공대에 우리가 처음 투자하기 전에 이미 우리 집은 세탁특공대의 고객이었다. 당시에는 아직 제품에는 미흡한 점들이 많았지만, 사용하면 할수록 편리하고, 앞으로 미래가 어떻게 될지 나름 머릿속에 그려졌기 때문에 투자결정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레인지엑스라는 골프 관련 하드웨어/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에 투자할 때도 내가 골프를 치고, 좋아하기 때문에 남들이 잘 보지 못 했던 부분들을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됐다. 코너마켓이라는 유아동복 리세일 플랫폼에는 많은 여성 VC 분들이 관심을 갖는데, 본인들이 엄마로서 직접 이 서비스를 사용해봤기 때문이다. 플랩풋볼은 풋살(=미니축구)을 중개해주는 소셜 스포츠 플랫폼인데, 실제로 플랩풋볼을 통해서 현재 풋살을 하는 젊은 VC들이 투자에 관심이 훨씬 더 높다. 한 달에 1,000만 명 이상이 사용하는 당근마켓도 마찬가지다. 뭐, 이런 이야기는 하루 종일 할 수도 있을것 같다.

그래서 가능하면 창업가들은 우리와 궁합이 잘 맞는 VC들을 만나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고, 우리 서비스를 잘 사용하고 있는 투자자와 이야기하고 있다면, 이분한테 투자받을 수 있는 확률이 꽤 높다는 점을 잘 기억하면 좋겠다.

덕업일치

1597962771042

이미지 출처: @夢䀄몽몽스튜디오 / 크라우드픽

미국의 TV 프로그램이나 드라마를 보면, 몇 회 정도 하다가 종영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 그 이유를 알아보니, 처음부터 몇 회짜리 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이 시리즈를 다 만들기보단, 일단 4개 정도만 기획하고, 방송 나간 후 시장의 반응을 봐가면서 계속할지 또는 종영할지 결정하기 때문에 그렇다는걸 알게 됐다. 특히 요새는 소셜미디어만 잘 주목해도 특정 프로그램이 시장에서 반응이 좋은지 나쁜지 바로 판단할 수 있어서, 이런 실험을 방송국에서도 자주 하는 거 같다. 한국 방송에서도 이런 트렌드가 요새 보이는데, MBC에서 딱 2회만 하고 방송 종영된 “아무튼 출근!”이라는 프로그램이 이런 케이스다.

실은 나는 이 예능 프로가 좋아서 계속 방영하지 않겠냐는 기대를 했지만, 더는 안 하는걸 보니 시장의 반응은 그다지 좋진 않았나 보다. “아무튼 출근!”은 요즘 젊은이들의 다양한 밥벌이와 그들의 직장 생활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엿보는 ‘남의 일터 엿보기’ 프로그램이다. 시장의 반응은 별로인 거 같지만, 나는 계속 밀레니얼의 생각, 생활, 그리고 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해서 궁금해하고 있어서 그런지 매우 재미있게 봤다. 아마도 우리가 요새 투자하는 회사의 창업가들이 대부분 이 분들과 나이 또래도 비슷하고, 생각하는 것도 비슷해서 더 몰입해서 봤던 거 같다. 한 회에 3~4명의 직장인이 소개됐는데, 내가 기억하는 건 공무원, 대기업(아모레퍼시픽), 작가, 해녀, 미용사, 자동차 사진작가 등이다.

이 중 내가 제일 재미있게 봤던 분들이 작가, 해녀, 그리고 자동차 사진작가이다. 특히 29살의 최연소 거제도 해녀분의 일상은 정말 재미있었다. 원래는 병원에서 일했는데, 너무 바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자기 시간이 전혀 없어서 뭘 할까 고민하다가, 시간 사용도 자유로운 편이고, 일한 만큼 벌 수 있고, 본인이 좋아하는 물과 관련된 직업이라서 해녀를 새로운 직업으로 택했다고 하는데 나이 많으신 분들만 하는, 아주 올드하고 재미없는 일이라고 알고 있던 해녀라는 직업을 젊은 분의 시각으로 새롭게 보니까 상당히 흥미로웠다. 파주에 사는 작가분의 일상도 신선했다. 배운 건 글 쓰는 거 밖에 없고, 글 쓰는 걸 너무 좋아하지만,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지 못하면 항상 배가 고픈 작가의 삶을 탈피하기 위해서 다양한 시도를 하는 1인 출판사를 운영하는 분이 만만치 않은 현실과 고군분투하는 모습에서 스트롱 창업가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살 백건우라는 대학생 자동차 사진작가의 일상 또한 상당히 좋았다. 차와 사진을 워낙 좋아해서 고등학교 때부터 자동차 모형을 직접 만들어서 사진을 찍고, 이 사진을 커뮤니티에 올린 게 계기가 되어 실제 슈퍼카들의 사진작업을 의뢰받고 있는, 요새 잘 나가는 신세대 자동차 사진작가이다.

물론, TV에 나온 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나도 잘 안다. 어쩌면 사실이 왜곡되어 있고, 수많은 편집을 통해서 이들의 멋있고 좋은 면만 어느 정도 연출됐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연출이라고 보기에는 너무나 리얼했던 건, 이 젊은 친구들이 일을 할 때 볼 수 있었던 즐거움과 진지함이다. 이 즐거움과 진지함이 얼굴 표정 뿐만이 아니라 온몸에서 발산되는걸 TV 화면으로도 내가 느낄 수 있었다면 이건 찐 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들은 모두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본인이 좋아서 선택한 일이기에, 그리고 그냥 남들이 하는대로 따라 하지 않고, 충분히 고민하고 선택한 일이기에, 힘들지만 즐기면서 할 수 있고, 이러다 보니 돈도 잘 벌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이 이런 덕업일치를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게 아니라는걸 잘 안다. 하지만, 이렇게 본인이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는 젊은 분들을 보면서 나도 많은 에너지를 받았고, 가끔 요새 젊은 친구들은 아무 생각 없이 산다는 비판적인 생각을 하는 내 태도를 많이 바꿀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고정관념으로 보면, 이 프로에 나온 대부분의 젊은이들은 쓸데없는 짓을 하면서 인생을 낭비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겠지만, 그런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이런 젊은 세대를 나는 적극적으로 응원하고 싶다.

가족 창업

한국에서는 절대로 가족 또는 친한 친구랑 동업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실은 미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말을 많이 들었다. 그만큼 사업은 어렵고, 실패할 확률이 높고, 잘 안되면 가족이나 친구랑 좋지 않은 관계로 끝날 수 있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이런 격언이 존재하는 거 같다. 많은 사람이 이 말에 동의하지만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오히려 나는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하는 걸 권장하고 싶다. 스타트업의 핵심은 더 적은 자원으로 더 많은 일을 하는 건데,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동료 간에 절대적인 신뢰와 믿음이 매우 중요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오랫동안 알고 지냈고, 절대적으로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오랜 친구 또는 가족일 확률이 매우 높다.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했는데, 결국 완전히 원수가 된 창업 사례도 나는 많이 알고 있지만, 이와 반대로 너무 궁합이 잘 맞아서 좋은 비즈니스를 만들었고, 아직도 잘 운영하고 있는 사례는 더 많다. 실은 나도 이런 경험이 개인적으로 있기 때문에 더욱더 친구나 가족이랑 창업하라고 권장한다. 지금 하는 스트롱벤처스의 파트너이자 공동대표인 존 남은 내 초등학교 친구이다. 중간에 서로 다른 대륙에 살았기 때문에 연락이 끊겼던 시기가 있었지만, 성인이 될 때까지 우린 꾸준히 계속 연락을 하면서, 이제 스트롱벤처스를 같이 8년째 그럭저럭 잘 꾸려가고 있다. 우리 둘을 아는 분들은 잘 알겠지만, 우리는 성향, 성격, 철학 등이 매우 다르다. 그래서 의견 충돌도 많지만, 비즈니스 파트너 이전에 아주 오래된 친구라서 그런지 기본적으로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고, 이런 절대적인 신뢰가 우리를 항상 끈끈하게 본딩해주고 있다.

미국에서 했던 뮤직쉐이크도 나는 서철이라는 아주 오래된 친구랑 같이 했었다(참고로, 철이랑 존은 모두 어릴 적 같은 학교 다닌 친구들이다). 이땐 정말 down의 연속이었지만, 이 시기를 아주 용감하게 잘 견딜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철이라는 친구와 같이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오래된 친구라서 서로에 대해 너무 잘 알기에 오히려 더 심하게 싸우고, 격한 의견충돌이 있었지만, 상대방이 좋은 사람이라는 걸 절대적으로 믿고 있었기 때문에 결국엔 모든 문제를 긍정적으로 잘 해결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개인적인 경험이 작용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투자한 회사 중 가족이 창업한 스타트업이 꽤 있다. 어제 오랜만에 만났던 공동창업가 분들도 가족이었는데, 집에 오면서 우리 투자사 중 가족이 창업한 회사를 세어보니 무려 15개나 되었다. 이 중 부부 창업한 회사가 – 창업 당시 부부였거나 또는 창업할 때는 남친 여친이었다가 부부가 된 – 11개, 그리고 남매 또는 형제 창업한 회사가 4개다. 물론, 친한 친구들이 창업한 회사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이 15개 회사 중 이미 망한 회사도 있지만, 가족과 관계가 나빠져서 폐업한 회사는 단 하나도 없다. 계속 운영하는 회사들은 너무 잘 하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족 창업과 친한 친구와의 창업을 적극적으로 추천하는 이유이다. 특히 이렇게 피와 의리로 맺어진 공동창업자 관계는 비즈니스가 어려울 때 그 진가를 제대로 발휘한다. 이 또한 내 경험에서 말을 하는데, 나도 많이 힘들었던 때가 있었고, 지금도 많이 힘들지만, 이때마다 정신적 좀비가 되지 않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같이 일하던 내 동료이자 친구 철이, 그리고 지금의 스트롱 파트너 존 때문이다. 투자자 배기홍이 아닌, 그냥 인간 배기홍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동료이자 친구들이기에 힘든 시기에 파트너십이 깨지지 않고 서로를 다독거리면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거 같다.

가족과 같이 일하면, 회사에서나 집에서나 24시간 일에 대해 이야기만 하는 명확한 단점이 존재하지만, 내가 아는 가족창업가 분들에게는 가족한테 욕먹지 않고 이렇게 24시간 사업 생각만 하고 사업 이야기만 할 수 있는건 오히려 축복이자 장점이기도 하다. 특히, 비즈니스 상황이 좋지 않으면, 관계가 정말 끈끈하지 않으면 이 공동창업자의 관계는 박살 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가족이라는 피로 맺어진 관계는 웬만하면 부서지지 않는, 정말로 끈끈한 관계라는 걸 나는 옆에서 수없이 지켜봤기 때문에 항상 가족 창업을 권장하는 편이다.

전화 주문

call-center-1015274_1280거의 4개월 동안 집에서 운동하고, 아파트 계단만 오르다가, 얼마 전부터 다시 헬스클럽에 출석하기 시작했다. 음악을 듣지만, 눈으로는 여기저기 배치된 TV 스크린으로 뉴스도 보고 스포츠도 보면서 주로 운동을 하는데, 오전 시간에 케이블 TV에 자주 보이는 광고 중 하나가 배칠수 씨가 광고하는 배칠수 플라워다. 촌스러운 광고지만, 그래서 그런지 그냥 끝까지 보내되고, 다양한 꽃을 1588-39000번을 통해서 전화주문할 수 있는 서비스다(확인해보면 온라인 주문도 가능하다).

전에 내가 이런 글을 쓴 적이 있다. 나는 내 아이폰으로 다양한 업무와 일들을 하지만, 기본적으로 통화도 꽤 많이 한다. 그런데 요새 어린 친구들은 전화를 통화기기로 사용하기 보단, 그냥 작은 컴퓨터로 사용하는 거 같다. 친한 친구들이랑 가족과 전화 통화도 하지만, 거의 다 카톡이나 문자나 영상으로 소통하고, 실제 전화 통화 하는 건 우리 세대보단 상당히 많이 줄어든 거 같다. 과거 글에서 설명했듯이, 밀레니얼들은 잘 모르는 사람과 전화 통화하는 거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더 심하게 말하면 통화 포비아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나도 일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 통화를 꽤 많이 하는 편이다. 그래서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는 거에 대해서는 큰 공포감이나 불안감은 없지만, 이런 나도 가급적이면 전화 통화는 용건만 간단하게 하고, 더 자세한 건 문자나 이메일을 선호한다. 아무래도 그냥 전화기 건너편 사람과 너무 오래 통화 하는 건 조금 부담스럽고, 왠지 에너지가 많이 고갈된다는 느낌이 항상 들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현상이 정말로 두드러지게 보인다. 그냥 누군가와 통화 하는 거 자체를 상당히 부담스러워하고, 스마트폰의 작은 자판으로 거의 말하는 속도만큼 빨리 손가락으로 타이핑하는 게 너무나 당연한 세대이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실시간 통화를 하지 않는걸 선호하는 것 같다. 실은 어떤 경우에는 뭔가 복잡한 걸 설명하려면 그냥 전화 한 통화만 하면 빨리 해결되지만, 밀레니얼은 이걸 잘 안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배칠수 1588-39000 꽃 광고를 볼 때마다 저 회사는 젊은 세대를 위한 꽃 배달 서비스보단, 우리 부모님과 같이 인터넷이나 앱으로 뭔가를 주문하는 게 힘든 분들이 주 고객이겠다는 생각을 한다. 어떻게 보면 전화를 최후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으로 생각하는 밀레니얼을 대상으로 뭔가를 팔려고 하는 회사가 전화 주문을 광고에서 강조한다는건 조금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 서비스가 잘 안될 것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모바일/인터넷 세대가 아닌 많은 시니어 분들은 오히려 이렇게 전화를 걸어서 상담원에게 제품, 주소, 결제 정보를 말로 알려주는걸 더 편하게 생각하고, 한국과 같이 노령 인구가 많은 나라에서는 어쩌면 이 전략이 상당히 잘 맞아 떨어질지도 모른다. 그런데 전화 주문을 통해서 큰 비즈니스를 만들려면 비즈니스가 커질수록 전화를 받고 주문을 처리해야 할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 그냥 작게 사업을 유지하면 상관없지만, 이런 전화주문 꽃 배달 서비스로 전국에서 1등이 되려면 굉장히 잘 훈련된 고객 응대 인력과 효율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 이 모든 걸 내재화하면 비용이 매출과 비슷한 속도로 늘어나고, 전문 CS 업체에 외주하면 우리 인력만큼 잘하지 못 하기 때문에 항상 불안하다.

아마도 전화 주문이 비즈니스의 메인이고, 이걸 유지하기 위해서 대규모 고객 응대 팀과 시스템을 운영하는 분들이 한국에도 꽤 있을 텐데, 이런걸 다들 어떻게 처리하는지 궁금하기도 하다.

<이미지 출처 = Pixabay>

스트롱 협업

코비드19 이후에 비대면과 언택트가 키 트렌드로 떠오르면서, 우리 투자사 플링크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API를 활용해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 환경을 구축하는 회사가 부쩍 늘어났다. 바로 전 포스팅이 플링크와 오누이의 스트롱한 협업 내용이었는데, 이렇게 우리 투자사들간의 자발적인 파트너십을 볼 때마다 우리가 정말 좋은 회사에 다양하게 투자하고 있다는 걸 새삼 느낄 수가 있다.

오누이 팀이 설탭을 출시 했을 때 회사의 규모는 5명 미만이었다. 개발인력이 있긴 했지만, 여러 명의 과외선생과 학생들이 동시에 접속해서, 끊김없는 과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large scale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만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때 플링크 팀과 이야기를 시작했고, 대규모 스케일을 감당할 수 있는 페이지콜 API를 활용해서 설탭을 짧은 기간안에 출시하고, 지금까지 문제없이 동시접속자들을 핸들링하면서 잘 성장하고 있다. 물론, 이런 커뮤니케이션 인프라를 만드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 개발력, 돈, 그리고 시간이 투입되면 어느 정도 수준까지는 만들 수야 있겠지만, 작은 회사에서는 선택과 집중이 매우 중요하다. 본인들이 잘 할 수 있는 일과 남들이 더 잘 할 수 있는 일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게 중요한데, 이게 잘 반영된 협업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사례는 이벤트 플랫폼 이벤터스와 플링크의 협업이다. 누구나 이벤트를 만들고, 참석자들을 초청할 수 있는 서비스 이벤터스도 코비드19의 직격탄을 맞은 회사 중 하나다. 행사의 거의 100%가 오프라인 모임과 이벤트였는데, 사회적 거리 두기로 인해서 3월부턴 월 이벤트 수가 99% 이상 감소하면서 미래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그때 이벤터스 경영진들은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웨비나(웹+세미나)를 테스트해보기로 했고, 이 또한 플링크의 페이지콜 API를 이용해서 만들었다. 미국은 온라인 세미나에 익숙하지만, 이 개념이 아직은 생소한 한국에서도 웨비나가 잘 되겠냐는 고민을 잠깐 하기도 했지만, 워낙 심각한 위기상황이라서 일단은 만들어 놓고 테스팅하자는 생각으로 아주 빠르게 웨비나 플랫폼을 구축하고 바로 테스팅을 시작했다. 다행히도 반응이 좋았고, 이젠 상당히 큰 규모의 웨비나도 거뜬하게 소화해내고 있다. 이 또한 이벤터스에서 자체적으로 만들려고 했다면, 돈과 시간이 훨씬 더 많이 투입됐을 것인데, 아주 좋은 협업 사례였던 것 같다.

플링크한테도 이런 협업은 매출 외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좋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API를 잘 만들었지만, 실제로 서비스에 도입됐을 때는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대규모 확장성 문제는 없는지, 그리고 추가로 어떤 기능이 개발되어야하는지에 대해서는 본인들도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잘 인지하고 있지 못했지만, 오누이와 이벤터스와 같은 사용도가 높은 서비스의 척추 역할을 하면서 페이지콜 API도 상당히 많이 개선됐다. 특히 한 번에 300명 이상 접속하는 웨비나의 트래픽을 소화하기 위해서는 서버를 비롯한 많은 부분이 최적화되어야 하는데, 이런 부분은 실제로 돌아가는 라이브 서비스에 적용되지 않으면, 얻기 힘든 값진 경험이었다.

앞으로 더욱더 다양한 분야에 투자하면서, 이런 스트롱 회사들간의 협업이 더 자주 일어나면서 서로의 서비스가 더욱더 견고해졌으면 한다.

« Older Entries Newer Ent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