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각적인 행동

아직 한국의 테크미디어에는 어떤 회사가 투자받았다는 펀딩 소식이 제일 눈에 많이 띄지만, 요새 테크크런치 같은 해외 테크 뉴스를 보면 펀딩 소식보단 해고 소식이 더 많이 보인다. 기사 10개 중 절반은 어떤 회사가 직원의 몇 %를 해고했다는 내용인데, 그만큼 경기가 안 좋아지고 있고, 이에 대비해서 큰 기업이든 작은 기업이든 미리 허리띠를 졸라매기 시작했다는 뜻 인 것 같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유명한 유니콘 기업이 직원을 대량 해고하는 기사를 읽어도 그렇게 놀랍진 않고, 한때 가장 기업가치가 높았던 유니콘 핀테크 스타트업 Stripe의 직원 14% 해고 소식도 이런 매크로 경기 트렌드에 대한 대응이라고 생각하고 읽었는데, 다른 해고 소식과는 조금 달라서 꽤 흥미로웠다. 스트라이프 창업가 패트릭 콜리슨이 해고 관련해서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은 굉장히 직설적이고 차가울 정도로 솔직해서 인상 깊었다. 다른 회사 리더들이 대량해고의 이유를 리더나 회사의 잘못이 아닌, 매크로 경기와 같은 외부 요소를 탓하지만, 스트라이프는 상황을 오판한 본인들의 잘못을 탓하면서 이번 대량 해고의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1/ 팬데믹 기간 이커머스 시장은 너무나 빨리 성장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이런 성장이 지속될 것이라고 잘 못 판단. 그리고 항상 호경기가 지속될 것이라고 잘 못 판단
2/ 새로 출시한 제품들의 좋은 성과 때문에 운영 비용을 과다하게 사용. 이로 인해서 조정비용이 늘어나고, 운영면의 비효율성이 많이 발생.

또한, 앞으로 이런 잘못을 어떻게 고칠 것인지에 대한 회사 나름의 해결책도 제시하고 있다. 역시 솔직하다고 생각한 게, 요 이메일을 받은 후, 이번에 해고될 사람들은 15분 뒤에 바로 개별 통보를 받을 것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한국 스타트업 시장에서도 점점 더 절망적인 소식이 들려온다. 우리 투자사도 어려운 곳이 많고, 돈이 없어서 돈이 필요한 회사가 있고, 성장을 위해서 돈이 필요한 회사가 있다. 어쨌든, 시장은 침체되어 있지만, 회사들은 돈이 필요하다. 지금 이런 시장에서 펀딩을 구하는 건 정말 어렵기 때문에, 돈이 절실히 필요하면 경영진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일단, 스트라이프와 같이 현재 위기의 문제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위기의 원인이 항상 불경기 또는 외부 요인이라고 생각한다면, 내부에서 취해야 하는 구체적인 행동강령이 안 나오고 그냥 외부 요인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수동적인 전략을 취하는데, 이러다가 자칫 망할 수 있다. 대부분의 경우, 모든 위기의 원인은 내부에 있기 때문에, 이걸 빨리 판단 한 후 경영진의 즉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 런웨이가 빠르게 고갈되는데 매출을 못 늘리고, 펀딩을 못 받으면,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비용을 무조건 줄여야 한다. 곧 상황이 좋아지겠지 또는 곧 펀딩이 될 거라는 근거가 약한 희망을 품고 사업을 하다가 회사가 망하면 이런 희망도 못 품는다.

그리고, 비용을 줄이는 가장 쉬운 – 하지만, 고통스러운 – 방법은 스타트업 비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인력을 줄이는 것이다. 즉, 스트라이프 같이 해고를 하는 방법이다. 해고에 관해서 이야기할 때 어떤 창업가들은 나한테 이렇게 반박한다. “저도 전에 사람 내보낸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에 해고해서 비용을 줄였는데, 몇 개월 후에 펀딩받아서 다시 한번 성장해보기 위해서 채용했는데, 사람 채용하는 게 너무 힘들어서 돈은 있지만 사람을 못 뽑아서 역시 성장하는데 엄청나게 고생했어요. 이런 생각이 계속 떠올라서 어려운 상황이지만, 최대한 현재 인원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이것도 틀린 말은 아니지만, 너무 위험한 생각이다. 이러다가 회사가 망하면, 채용을 시도할 필요도 없어지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잘 될 것이라는 순진한 상상보단 냉정한 현실을 직시하면서 즉각적인 행동을 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앞으로 더 과감하고, 더 즉각적인 창업가의 결단과 행동이 필요한 시간이 꽤 오래 지속될 것이다.

글 쓰는 훈련

요새 운동할 때 음악과 팟캐스트를 번갈아 가면서 듣고 있는데, 얼마전에 ‘이쓔스, 스타트업 털어주마’에서 아웃스탠딩 조혜리 기자님과 인터뷰 한 내용을 꽤 재미있게 들었다. 페이스북 친구이긴 한데, 직접적으로 아는 분은 아니지만, 이 분이 쓴 기사는 전에 몇 개 읽어봤고, 기자의 본질인 writing을 꽤 잘하는 분이라고 생각해서 인터뷰 내용을 더 재미있게 들었던 것 같다.

솔직히 나는 테크분야에 대한 이야기보단, 조 기자님의 텍스트와 글쓰기에 대한 생각과 태도가 훨씬 더 흥미로웠다. 나는 직업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니지만, 취미생활로 일주일에 두 번씩 이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 ‘글’이라고 하기에도 약간 민망한 끄적거림 수준이지만, 바쁜 와중에 시간을 내고, 특정 주제에 대해서 나름대로 생각해보고,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손가락으로 전달하고, 이걸 글로 전환하는 건 어떻게 보면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아주 탁월한 특권이자 능력이라고 생각하면서 최선을 다한다. 블로그 외에도 나는 많은 커뮤니케이션을 글로 한다. 말보다 글은 훨씬 더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 툴이자 채널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입만 벌리면 발사할 수 있는 말보단, 생각과 정리가 조금 더 필요한 텍스트야말로 상대방을 고려하는 최고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이라고 믿고 있다.

나는 2007년부터 블로깅을 시작했으니, 벌써 15년째 이렇게 글을 쓰고 있는데, 그래도 항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항상 더 글을 잘 쓰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이게 참 어렵다. 타고난 천재가 아니라면 좋을 글을 쓰기 위해선 누구나 다 노력과 훈련을 해야 하는데, 이걸 나도 잘 알기 때문에 글을 업으로 삼고 있는 작가나 기자 분 중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을 가진 분들을 존경하고 좋아한다. 이런 작가들은 외국에도 많지만 요샌 한국 작가 중 내가 좋아하는 분들도 많다. 한국 테크 분야에는 진정성 있는 글을 쓰는 기자들이 유독 없었는데, 요샌 아웃스탠딩 기자들과 같이 제대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는 분들이 등장하고 있고, 이건 매우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조 기자님의 말 중 가장 동의했던 부분은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다. 숏폼, 동영상, 오디오, 이모티콘, 문자, 카톡 등의 새로운 콘텐츠 포맷과 채널이 요샌 워낙 많아서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는 말이 민망할 정도로 텍스트의 빛이 바래고 있지만, 그래도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라고 생각한다. 나도 여러 가지 방법과 채널을 통해서 수많은 사람과 커뮤니케이션하고, 이 커뮤니케이션을 위해서 다양한 콘텐츠를 생성하고 소비하는데, 텍스트만큼 의미 전달이 가장 확실한 콘텐츠가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텍스트가 더 많이 사용되지 않는 이유는, 텍스트는 어렵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텍스트 콘텐츠를 생성하려면 꽤 큰 노력, 연습, 훈련 그리고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걸 소비하는 입장에서도 모든 감각을 집중해야지만 콘텐츠를 완벽하게 소화할 수 있다. 모든 것이 인스턴트화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이런 의도적인 노력을 하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있다. 제대로 된 글을 쓰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이런 노력이 들어간 텍스트 콘텐츠를 제대로 읽는 사람들도 점점 더 줄어들고 있는 것 같은데, 매우 안타깝다.

그렇다고 내가 좋은 텍스트 콘텐츠를 만드는 건 아니다. 15년째 블로깅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나는 글을 쓸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고 엄청나게 고민과 생각을 많이 한다. 아직은 질보단 양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정기적으로 텍스트로 된 콘텐츠를 생성하기 위해서 꾸준히 연습하고 노력하고 있다. 일단 뭐라도 좋으니 많이 쓰는 노력을 의도적으로 하고 있고, 이렇게 하다 보니,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콘텐츠의 최고봉은 텍스트다. 그리고 누구나 다 좋은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의도적인 노력, 연습, 그리고 엄격한 훈련이 조금 필요할 뿐이다.

공유경제

나는 몇 년 전부터 집에 있는 시간에는 책을 많이 읽기로 했고, 가능하면 매일 10분이라도 책을 읽기 위해서 의도적으로 노력을 하고 있다. 종이책이 집에 쌓이는 게 싫어서 전자책을 몇 년간 읽다가 국민도서앱 플라이북과 도서 공유/대여서비스 국민도서관에 투자한 이후로는 전자책을 끊고 종이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2019년도부터 해마다 책을 50권 이상 읽고 있다.

이걸 아는 분들이 나에게 자주 물어보는 건, 이 많은 책을 어디서 어떻게 보관하고 있는지인데, 실은 우리 집에는 책이 거의 없다. 나는 책을 안 산지 이미 수년이 됐고, 모든 책을 빌려본다. 국민도서관을 주로 이용하고, 책을 반납한 후 며칠간의 대여불가능 기간에는 동네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본다.

가끔은 도서관 가는 게 귀찮고, 국민도서관에도 원하는 책이 없을 때가 많지만, 내 과거 경험에 의하면 한 번 읽은 책은 웬만하면 다시 안 보기 때문에 종이책을 구매하면 결국엔 쓰레기가 된다. 대학교와 대학원 교재를 무슨 가보같이 책장에 보관했었고, 언젠가는 이 책들을 참고해야 하는 순간이 올 거라고 굳게 믿고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20년 동안 단 한 번도 열어보지 않았고, 최신 내용은 핸드폰으로 검색하면 되기 때문에 모든 종이책은 애물단지가 됐다. 물론, 서재를 꾸민다면 아주 훌륭한 디스플레이용 보물이 되겠지만 나는 이런 거엔 별로 관심이 없다.

책을 안 사는 또 다른 이유는, 이미 이렇게 읽히지 않고 있는 책들이 사방에 널려있는데 굳이 같은 책을 또 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책을 사면, 종이책을 계속 출판해야 하고, 그러면 나무를 죽여서 환경을 파괴하는 ESG 차원의 이야기까진 가지도 않겠다. 나도 이런 환경을 생각하면서 책을 구매하지 않는 건 아니니까. 하지만, 굳이 있는걸 또 사는 건 여러모로 봤을 때 낭비이기 때문에 나는 앞으로도 평생 책은 사지 않고 빌려서 볼 생각이다.

책을 이렇게 대여하면서, 자연스럽게 공유경제와 공유서비스에 대해서 요새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 이미 주변에 널려 있고, 충분히 사용되고 있지 않은 것들이 우리 주위엔 꽤 많다. 책이 대표적이고 내가 요새 매일 애용하는 킥보드도 마찬가지다. 한때는 킥보드를 하나 살까 생각했는데, 우리 투자사 지바이크와 같은 공유 킥보드가 서울에는 너무나 많기 때문에 그냥 이런 공유 대여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라는 생각을 한다.(이용료도 그렇지만, 소위 말하는 Total Cost of Ownership 관점에서)

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과거에는 차는 무조건 소유하는 개념이었지만, 여러 통계에 의하면 자가용은 도로보단 주차장에서 훨씬 더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차는 소유보단 대중교통같이 필요할 때만 사용하는 게 여러모로 더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동차를 필요한 시간만큼 빌리는 공유차량 서비스가 점점 더 인기가 많고, 우버와 같은 공유 택시 서비스 또한 이젠 메인스트림으로 진입한지 꽤 됐다. 안타까운 건, 한국에서는 공유차량이나 공유택시 서비스가 불법이라는 점이다.)

이런 각도에서 생각해보면, 나는 이 세상 모든 물건은 사는 것 보단, 공유하는 게 훨씬 더 경제적이고 환경에도 좋다고 생각하지만, 사람의 심리가 많이 다르긴 하다. 위에서 말 한 자동차를 예시로 들어보면, 나같이 자동차를 단순한 교통의 수단으로 생각한다면, 굳이 살 필요가 없다. 도로에 널린 게 75%~80% 텅 빈 자동차인데, 이렇게 남는 캐파를 A 지점에서 B 지점까지 갈 때 더 저렴하게 사용하면 된다.
하지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니라 과시의 목적이나 본인의 정체성을 형성하기 위한 상품으로 생각한다면 공유 보단 소유가 정답이다. 그리고 긴급하게 필요할 때 바로 사용하기 위한 편리성이 중요한 분들에게도 공유 보단 소유가 정답이다.

공유냐 소유냐. 이건 어떻게 보면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지만, 나는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공유 경제를 실현했으면 한다. 인간에게도 좋고, 지구에도 좋고, 모든 면에서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You Only Die Once

코로나가 시작했던 2020년 초반부터 지금까지 여기저기서 굉장히 많이 들을 수 있었던 ‘욜로(YOLO=You Only Live Once)’라는 단어가 있다. 한국에서도 워낙 많이 쓰는 말이라서, 무슨 말인지는 누구나 다 알겠지만, 그 의미 자체는 살짝 왜곡된 것 같긴하다. 원래 이 말이 나온 배경은 인생은 한 번밖에 못 살기 때문에 기회가 있을 때 그 기회를 잡고 최선을 다하자는 긍정적인 의미인데, 요샌 그냥 “인생 뭐 있겠냐”라는 의미의, 어쩌면 그냥 뒷감당은 생각 안 하고 대책없이 막 나가자는 오히려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는 걸 많이 본다.

특히나 재정적으로 부담하기 힘든 비싼 차, 명품 등의 물건을 구입하고 자신을 정당화할 때 너도나도 너무 많이 “욜로!”를 외치는 걸 봤고 – 실제로 나는 백화점 명품 가게 앞에서 욜로를 외치고 카드를 긁는 젊은 커플을 본 적이 있다 – 없는 돈을 나중에 어디서 구할지에 대한 스트레스를 일시적이나마 잊기 위해서 “욜로!”를 외치는 걸 봤다. 다행히 내 주변 친한 분 중 이런 욜로족은 없지만, 능력이 안 되는 30대 욜로족이 한국에 굉장히 많다는 소식은 미디어를 통해서 자주 듣는다.

그때 당시엔 기분이 좋고, 무리해서 구매한걸 볼 때마다 본인이 너무 잘났고 특별하다고 생각해서 우쭐할 수 있을진 몰라도, 이걸 나중에 수습하는 과정은 지옥 같을 것이다. 그리고 나름 긴 인생을 살다 보면, 인생은 욜로가 아니라 요도(YODO=You Only Die Once)라는걸 깨달을 것이다.

인생 한 번만 사는 게 아니라, 실제로는 인생은 매일, 매 순간 사는 것이다. 이렇게 매일 사는 인생인데 매 순간이 괴로우면 너무 힘들지 않을까. 대신, 죽는 건 딱 한 번 죽는다. 그러니까 매일 매일 살아야 하는 인생을 너무 힘들게 하지 말고, 딱 한 번만 죽는 인생이니 죽을 때 편안하게 죽을 수 있게 정신 좀 차리면 좋겠다.

몸은 기억한다

코비드19 기간 동안 우리 사무실인 구글캠퍼스가 문을 닫았다가 올해 초에 다시 문을 열었고, 이후부터 나는 공유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고 있다. 집에서 사무실 거리도 가깝고, 버스나 킥보드나 가격도 비슷하고, 킥보드를 타는 게 더 상쾌하고, 나름 ESG 가치에 공헌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기 때문이다(물론, 공유킥보드는 여러 가지 문제가 있어서 나도 빨리 제대로 된 법이 만들어지길 기다리고 있는 일인이다). 하루에 최소 한 번은 타기 때문에, 그리고 벌금도 냈기 때문에, 개인 헬멧도 구비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밤거리에 킥보드를 타고 가는 중, 인도의 울퉁불퉁한 곳에 걸려서 한 1.5M 정도 공중에서 날랐고, 헬멧을 쓴 머리로 떨어지지 않고 얼굴 쪽으로 착지하면서 얼굴, 손, 팔 부위를 다쳤다. 버스 정류장 쪽에서 넘어졌는데, 너무 순간적이라서 솔직히 나도 어떻게 날랐는진 잘 기억을 못 하지만, 버스를 기다리던 분들이 다가와서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괜찮냐고 물어보는 걸 보면, 꽤 크게 넘어졌던 것 같다.

이젠 상처도 다 아물고 완전히 회복했고, 나는 다시 킥보드를 타고 출퇴근하고, 강남쪽 미팅에 참석하고 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정말 정말 조심스럽게 탄다는 점이다.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무조건 내려서 손으로 끌고 가고, 무리하게 신호등 있는 건널목을 건너지도 않고, 땅이 고르지 않으면 서행하고, 사고 전과는 많이 다른 서행운행과 안전운행을 한다. 미팅 시간이 간당간당하면, 전에는 엄청나게 밟으면서 골목길로 갔는데, 이젠 그냥 천천히 큰길 위주로 간다.

왜냐하면, 떨어졌을 때의 고통과 이후 상처가 회복하는 기간의 고통과 불편함을 머리와 몸이 모두 다 기억하기 때문인 것 같다. 머리는 과속하고 싶어도, 몸이 고통을 기억하기 때문에, 항상 조심스럽게 운행을 할 수 있는 것 같다.

사업이나 일도 비슷한 점이 많다고 생각한다. 책으로 배운 지식도 유용하지만, 이걸 실전에 적용해 봐야지만 그 지식이 내 것이 된다.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크든 작든 창업부터 엑싯을 직접 진두지휘하고 경험해본 분들은 일하는 걸 보면 그렇지 않은 분들과는 큰 차이가 난다는 걸 나는 자주 느낀다. 옆에서 누가 성공하는 걸 보거나, 책에서 읽은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했고, 이걸 몸이 기억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실패한 창업가도 비슷한 논리가 적용된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본인이 직접 모든걸 해봤기 때문에, 이상한 방향으로 사업이 흘러가면 몸이 그걸 기억하는 걸 자주 봤다.

나도 킥보드가 위험하다는 걸 알고, 조심해야 하는 걸 알고, 그래서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 헬멧을 착용하고 킥보드를 탔지만, 결국엔 넘어지고 다친 후에 몸이 기억하니까, 정말로 위험하다는 걸 알고, 조심하고 있다.

결국 모든 걸 직접 해보고, 머릿속 지식이 몸의 경험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 Older Entries Newer Ent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