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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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ezps / 크라우드픽

이번 달에도 크립토 분야에서는 흥미로운 일들이 상당히 많았다. 3월 포스팅에서 NFT 이야기도 조금 하긴 했는데, 관련해서는 언제 한번 내 생각을 정리해서 공유할 계획이다.

일단, 비트코인 가격을 한 번 짚고 넘어가야할듯. 현재 가격은 약 55,000 달러로 전반적으로 조금 하락한 상태인데, 시장에서 나온 부정적인 소식과 소문의 영향이 많이 작용했다고 생각한다(참고로,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발언은 최악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국과 미국 같은 강대국, 그리고 터키 같은 곳에서 디지털 자산을 계속 압박할 거라는 소식에 비트코인 가격은 내려갔고, 실은 이건 우리가 과거에 봤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4월에도 하루 만에 가격이 20%나 일시적으로 하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과정이 반복되긴 했는데, 2017년도 불장과 비교해보면, 하락 폭이 크긴 컸지만, 곧바로 어느 정도 다시 반등했다는 점과 주변 비트코인 보유자들이 별로 패닉하지 않는다는 점이 차이점이라고 생각한다. 실은 이 정도 폭으로 가격이 하락하면, FUD(=Fear, Uncertainty, Doubt)의 작용으로 손절매가 일어나고, 그러면 정말 순식간에 가격이 바닥을 칠 텐데, 그렇지 않았다는걸 보면, 시장이 조금은 더 성숙했고, 장기적으로 보유하기로 작정한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아졌고, 이제 비트코인을 단기적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 자산이라기보단 금과 같이 오랫동안 보유할 수 있는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

나도 이런저런 기사를 읽다 보니, 시중 비트코인의 60% 이상이 1년 넘게 주인이 바뀌지 않았다고 한다. 쉽게 말하면, 한 번 사면, 다시 팔지 않고 계속 보유만 하고 있다는 의미인데, 이러면 유동성이 떨어지고, 유동성이 떨어지면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져서 가격은 계속 오르거나, 떨어져도 많이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 일어난다. 이 분야에서는 잘 알려진 MicroStrategy와 테슬라를 비롯한 많은 기업이 비트코인을 자산으로 인정하고 있는데, 이런 기관투자자들이 더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비트코인 유동성은 더 떨어질 것이다. 한국도 분명히 비트코인을 대량 구매하고 있는 기업이나 기관투자자가 있을 것 같은데, 아직은 알려진 게 없어서 잘 모르겠다(어제 넥슨이 1억 달러로 비트코인 1,717개를 매입했다는 기사가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나는 이젠 정말 비트코인이 디지털 골드가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금이라고 하면 대부분이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SOV: Store of Value)이라고만 생각하지만, 잘 생각해보면 금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뿐만 아니라 실제 화폐의 역할을 아주 오랫동안 했다. 미국이 1970년 초반에 금 태환 제도를 폐지했는데, 그만큼 금본위 제도가 먼 과거의 일이 아녔다. 이런걸 고려해보면 비트코인도 단지 가치를 저장하는 수단이 아니라, 화폐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나는 생각한다.

금이 가치가 있는 이유 중 하나는 희소성인데, 솔직히 지구 어딘가에 우리가 아직 못 찾은 금덩어리가 더 존재할 수 있는 가능성을 무시할 순 없고, 우주에 돌아다니는 운석에도 금이 존재한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지금은 아니지만, 로봇이나 드론을 이용해서 운석의 금을 채굴할 수만 있다면 금의 희소성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다. 하지만, 디지털 골드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다. 2,100만 개 라는 발행량이 정해져 있기 때문에 희소성의 면에서는 비트코인이 금보단 훨씬 더 가치가 높다고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골드가 아날로그 골드보다 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역사상 그 어떤 산업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화 됐을 때, 시장 규모가 작아진 경우는 없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에 성공한 산업은 그 규모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커졌고, 금도 다르진 않으리라 생각한다.

어려운 길

4월 초중반은 문서작업이 좀 많아서 쓸데없이 바빴는데, 이후에 스스로에게 휴식을 조금 주기로 했다. 지난주 목, 금은 일부러 미팅을 많이 안 잡아서 이것저것 생각할 시간도 있었고, 오랜만에 여유를 갖고 책도 읽고 기사도 읽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 그냥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사무실 건물 주변을 배회하면서, 그동안 폰만 보면서 걷느라 놓쳤던 주변의 환경이나 건물을 보면서 스스로 마음챙김을 조금 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 했던 미팅이 생각났다. 몇 년 전에 투자한 우리 포트폴리오 회사인데, 힘든 사업을 하다가 잘 안돼서 회사는 중요한 결정을 해야 할 갈림길에 왔다. 창업 초기부터 나는 봤던 팀이고, 영혼을 갈아 넣으면서 모든 걸 시도했던 그 역사를 잘 알기에, 여기서 사업을 접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모든 걸 다 해봤는데도 잘 안되면, 깨끗하게 패배를 인정하고, 폐업하고 그냥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이 분들과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투자금 손실이 발생하겠지만, 믿음이 있었고, 그 믿음을 기반으로 새로운 시도를 하다가 잘 안 됐기 때문에 전혀 아깝거나 아쉽다는 생각은 안 했다. 오히려, 워낙 좋은 개발력을 가진 분들이라서 나는 스트롱의 다른 투자사에 인수되는 옵션을 물색해보거나, 다른 기업에 취직할 수 있는 길을 알아봐 주겠다고 먼저 제안을 했다. 그런데 그냥 본인들은 당분간 다른 일 하면서 현금을 만들고, 계속 버티면서 이 사업을 어떻게든 계속 해보겠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너무 오랫동안 고생한 분들이라서 완전히 번아웃 됐다고 생각했기에 의지와 똥고집만 너무 강한 게 아닌가 갸우뚱했지만, 본인들이 그렇게 계속하겠다고 하니, 나도 그냥 그 결정을 존중하고 계속 지원하기로 했다. 이후, 가끔 생존 신고 및 안부 인사만 하다가 시간이 지났다.

그런데 정말 버티다 보니 그동안 좋은 일이 있었고, 회사는 뭔가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그리고 며칠 전에 정말 오랜만에 이 분들을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했다. 나는 솔직히 사업 이야기 보다는, 그때 그렇게 힘들고 돈도 없었는데, 계속 이 사업을 하겠다고 결정했을 때, 도대체 그 순간 머리와 가슴 속에 어떤 생각들이 있었는지, 내가 봐도 무모한 그런 결정을 어떻게, 왜 했는지, 뭐 이런걸 물어봤다.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많아서 여기서 모든 걸 공개할 순 없지만, 그냥 어차피 지금까지 힘들었는데 조금만 더 버티다 보면 분명히 좋은 일이 생길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서 버티다 보니, 정말로 뭔가 좋은 일이 생기더라가 우리 미팅의 결론이었다.

솔직히, 조금만 버티다 보면 좋은 일이 생길 거라고 생각하는 건 정말 비현실적인 무모한 생각이다. 내가 이 분들 입장에 있었다면, 나는 그냥 회사 문 닫고 다른 일을 했을 것 같다. 이렇게 근거없는 믿음으로 계속 버티다가, 완전히 망해서 다시는 재기 못 하는 사람들을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이 분들은 정말 운이 좋았다. 그래서 다행이지만, 어쨌든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미팅 한 날 종일 했다.

이 날의 미팅은, 우리가 매일 만나고, 투자하는 창업가들은 아주 유니크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했다. 잘 생각해보면, 인간이 인생을 사는 목적 중 하나는 내 주변의 다른 인간들로부터 칭찬받고 인정받는 거다. 그리고 이렇게 칭찬받고 인정 받기 위해서는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는걸 해야 한다. 창업가들은 이걸 완전히 부인하면서, 남들이 좋다고 생각하든 말든, 상관하지 않고, 본인이 좋고, 본인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사람들인데, 이렇게 살면 남에게 인정 받기 힘들고, 칭찬받기 힘들다. 오죽했으면, 우리가 투자한 많은 창업가들이 가족들한테도 손가락질받고 욕먹으면서 창업을 했을까.

어떻게 보면 이런 고통, 스트레스, 힘듦을 즐기는 창업가들은 변태 같은 인간들이다. 이런 인간들을 좋아하고, 이들에게 투자하는 나 또한 변태 같은 놈이다. 그래도 좋다.

오늘도 남들이 틀렸고, 내가 맞는다는 걸, 말이 아닌 행동으로 증명하는 변태 같은 하루가 되길.

끈질긴 아마존

오늘은 누구나 알고 있는 아마존 이야기를 좀 하고 싶다. 아마존 코리아가 있긴 하고, 한국에도 AWS를 담당하는 팀은 있지만, 쿠팡과 같은 아마존 이커머스 조직은 현재 한국에 없는 거로 알고 있다. 그래서 한국에서도 아마존은 큰 브랜드가 되었지만, 실제 아마존의 B2C 서비스를 경험한 한국인은 아직은 별로 없다. 쿠팡이 아마존을 벤치마킹하고 여러 면에서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그래도 쿠팡보다 아마존이 하는 일과 제공하는 서비스는 훨씬 다양하다.

작년 한 해 팬데믹 기간 동안 미국인이 가장 많이 사용한 서비스도 아마존이다. 백화점도 못 가고, 슈퍼도 못 가니까 대부분 아마존에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했고, 갑자기 재택근무 체제로 돌입하면서 대부분의 기업이 AWS 인프라 위에 만들어진 원격 미팅 솔루션을 사용했고, 학교도 못 간 심심한 애들을 바쁘게 했던 게임이나 콘텐츠 스트리밍 또한 아마존의 AWS 인프라 위에서 운영됐을 것이다.

얼마 전에 Stratechery의 아마존 관련된 The Relentless Jeff Bezos라는 기사를 읽었는데, 아마존이라는 회사와 역사상 가장 위대한 tech CEO로 알려진 제프 베조스는 보면 볼수록 대단한 점들이 발견되는 것 같다. 솔직히 아마존이나 쿠팡을 이용해보면, 물건을 사는 게 너무 쉽게 느껴진다. 상품을 고르고, 돈을 내고, 문 앞에서 배송받고, 그리고 물건이 잘 못 왔다면 다시 반품하고 환불받는 프로세스까지, 이 모든 걸 아마존은 너무 쉽게 만들어놨다. 이런 고객의 편리함을 가능케 하는 뒷단의 모든 시스템을 아마존이 만들었고, 이 시스템은 매일매일 더 좋아지고 있다. 우리도 이커머스 회사에 투자를 많이 했고, 초창기에 창업가들이 직접 물건을 포장하고, 고객 응대하는 걸 하도 많이 봤기 때문에, 이 사업이 얼마나 지저분하고 어려운지 잘 알지만, 쿠팡이나 아마존을 사용하다 보면, “이렇게 쉬운 걸 왜 우리 투자사들은 잘 못 하지?”라는 바보 같은 질문을 가끔은 스스로 한다. 그만큼 아마존이 대단한 시스템을 만들었다.

많은 창업가가 본인이 어떤 불편한 경험을 한 후에,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서 창업한다. 그리고 소위 말하는 product-market fit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큰 사업을 만들어낸다. 아마존은 시작부터 약간 달랐는데, 베조스는 솔루션을 먼저 정의하고, 이 솔루션이 해결할만한 가장 큰 문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인터넷으로 책을 판매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이걸 그냥 기사에서 읽으면, 그런가 보다 생각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굉장히 참신하고 대담한 접근 방법인 것 같다. 1994년도에 웹 사용량이 해마다 23,000%씩 증가하고 있었는데, 이 현상을 보고 베조스는 이렇게 빠르게 성장하는 인터넷이 결국엔 솔루션인데, 이 솔루션이 해결할 수 있는 가장 큰 문제에 대해서 고민했고, 결국 온라인으로 물건을 판매해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한다.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팔면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하고, 더 많은 물건을 팔기 위해서는 더 많은 물리적인 공간이 필요한데, 이 비용 효율적이지 못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 인터넷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럼 그 많은 카테고리 중 왜 책을 선택했을까? 당시 전 세계에 300만 권 이상의 책이 존재했는데, 단일 카테고리 중 가장 숫자가 높았기 때문에 책을 선택했다고 한다. 두 번째로 숫자가 높았던 카테고리가 음악인데, 당시엔 스트리밍이라는 게 없고 CD로 음악을 들었는데, 전 세계에 음악 CD가 30만 개 있었으니, 책이 월등하게 종류가 많았다. 오프라인 서점에서 진열하고 판매했던 서적이 당시 175,000권이었으니, 인터넷이야말로 이 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솔루션이라고 베조스는 결론 내렸다.

그 이후에는 모두 잘 아는 것처럼, 아마존은 모든 걸 파는 Everything Store로 변화하면서 공룡으로 성장했지만, 베조스에게 계속 고민거리를 줬던 건, 아마존의 비즈니스 모델은 물리적인 공간 문제를 인터넷이 해결해줬지만, 인터넷과 소프트웨어가 주는 또 다른 엄청난 장점인 제로 한계 비용과는 거리가 있었다.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물건을 계속 구매해야 하고, 창고를 만들어야 하고, 물류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베조스가 원하는 진정한 제로한계비용의 tech economics 전략을 구사할 수가 없었다. 물론, 볼륨이 커지면 이 비용이 계속 줄어들지만, 그래도 한계 비용을 0으로 만드는 건 힘들어 보였다.

이 맥락에서 봤을 때, AWS는 베조스의 이런 고민을 해결할 수 있는 비즈니스이다. 단기적으로는 아마존이 돈을 잃으면서 서버를 싸게 제공하고, 고객들을 lock-in 하는데, 결국엔 한계비용은 0으로 수렴하면서, 가장 수익성이 높은 비즈니스로 성장하는 모델이었다. 초기에 아마존은 AWS에 대한 숫자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10년 만에 실적을 발표할 땐, 당시 순이익률이 거의 20%였다. 참고로, 2020년 4사분기 AWS의 매출은 $12.7 billion이었고, 순이익은 3.6 billion으로 순이익률이 거의 30%로 성장했다.

아마존은 계속 이런 식으로 인터넷이라는 솔루션이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문제를 찾아가면서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고 있다는 이 기사를 읽어보니, 이 회사와 베조스에 대한 더욱더 큰 경외심이 생겼고, 우리 투자사들도 엄청 분발해야겠다는 긴장을 한 번 더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베조스의 고객에 대한 끈질긴(relentless) 집착과 열정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인데, Relentless.com을 치면 Amazon.com으로 전송된다 :)

Scrappy

유튜브는 16년 전에 만들어졌다. 지금은 워낙 트래픽이 많고, 메인 미디어가 돼서 1억 조회 수가 그렇게 대단하게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특히 BTS의 경우 하루 만에 1억 view를 돌파하기 때문에 이 숫자가 초라해 보이지만, 16년 전에는 1억 view는 달성하기 불가능한 숫자였다. 이 블로그 독자 중 13년 전에 유튜브를 이용했던 분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당시에 거의 1억 번 조회됐던 전설적인 동영상이 하나 있었다.

야구모자를 푹 눌러쓰고, 파란색 티셔츠를 입은, 깡마른 어린 소년이 골방에서 전자기타를 치는 동영상이었다. 오리지널 영상은 이제 삭제됐는데, 내 기억으로는 영상의 제목은 그냥 “guitar” 였고, 한국에서도 인기가 너무나 많은 요한 파헬벨의 캐논 D 장조를 대만의 기타리스트 Jerry Chang이 락기타 버전으로 편곡한 버전을 이 소년이 모자로 얼굴을 계속 가린 채로 연주하는 동영상이었다. 아마도 내 또래분들은 분명히 이 영상을 봤을 텐데, 이 동영상이 당시에 거의 1억 번의 조회를 달성하면서 유튜브를 뜨겁게 달구었고, 엄청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나는 당시에 LA에서 뮤직쉐이크를 하면서 고전하고 있었고, 우리도 음악 분야에서 사업을 하면서 유튜브와 마이스페이스와 같은 소셜미디어가 이 시장을 어떻게 흔들어 놓을지 상상만 하고 있을 때였다. 그러다 보니 종일 유튜브를 보면서 음악 관련 동영상을 공부하기 시작했고, 특히 이 동영상을 많이 봤다. 이 동영상 속의 어린 천재 또는 노력파 기타리스는funtwo라는 친구였고,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인데 한국인이었다. 임정현이라는, 스스로 기타를 배운 기타리스트였고, 실은 이 동영상도 본인이 올린 게 아니라, 한국 커뮤니티에 올린 걸 누군가 퍼가서 올린 영상이었다.

나는 기타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음악에 대한 조예도 그다지 깊진 않지만, funtwo의 캐논 락 버전을 처음 들었을 때, 이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주라고 생각했다. 음악을 듣고 소름이 돋는다고 할 때, 이게 무슨 말인가 항상 궁금했었는데, 이 곡을 듣고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이 친구가 기타를 연주하는 게 아니라, 그냥 기타를 들고 있기만 한데, 기타가 스스로 연주를 하는 것처럼 유연하고 자연스러웠다.

이렇게 인기 있었던 건, 당시의 특수한 상황도 있었다. 유튜브가 아직 글로벌 메인스트림 플랫폼이 아니었고, 동영상이 별로 많지 않았기 때문에 유튜브에서 ‘guitar’로 검색하면 가장 먼저 검색 결과에 나오는 동영상이라서 이렇게 조회 수가 많이 발생한 이유도 있다. 그리고 나도 음악 관련된 스타트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더욱더 마음의 위안을 얻었던 것 같다.

난 이 동영상과 funtwo를 그동안 완전히 잊고 있었는데, 얼마 전에 유튜브를 보다가 굉장히 낯익은 외모와 기타 소리를 발견해서 페이지로 들어가 보니 그 funtwo의 페이지였고, 어느새 30 후반이 된 이 친구는 이젠 업으로 기타를 치는 멋진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시그니처 연주인 캐논 락을 그동안 여러 가지 버전으로 연주해 동영상을 올렸는데, 들을 때마다 아직도 소름 끼칠 정도로 잘 하는 것 같다. 실제로 funtwo 동영상의 댓글을 보면 “original YouTube God” , “my guitar inspiration” , “the little kid in the blue shirt that got everyone guitar crazy” , “The OG Korean internet influencer” 등등 엄청난 찬사의 글들이 많은데, 아마도 대부분 오래전에 오리지널 동영상을 즐겨봤던 내 또래의 사람들인 것 같다.

이 동영상은 캐논락의 나름 최근 버전이다.

Funtwo는 이제 본격적인 아티스트의 길을 가고 있고, 요새도 계속 멋진 기타 동영상을 올리고 있다. 나도 이 채널을 발견한 이후 가끔 들어가서 즐겨 듣고 있고, 음악을 잘 모르지만, 여전히 멋지고 현란한 기타로 많은 팬덤을 누리고 있다.

하지만, 나는 여전히 13년 전의 그 오리지널 캐논락 버전이 가장 감동적이고 멋진 것 같다. 남에게 일부러 잘 보이기 위해서 찍은 동영상도 아니었고, 멋지게 편집한 동영상도 아니었다. 실은 굉장히 허접한(=scrappy) 동영상이고, 블랭핑크나 BTS 뮤직 비디오와는 비교 자체가 불가하다. 하지만, 나는 이 친구가 골방에서 후광을 받으면서 전자기타를 치는 그 허접함 자체가 너무 멋진 것 같다.

모두가 다 시작할 땐 아마추어이다. 모두 다 서툴고, 엉성하고, 촌스럽고, 허접한데, 실은 이때가 제일 멋지고, 나중에 가장 추억에 남을 때이다.

유튜브와 같이 성장한 동영상.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기타를 들게 한 동영상. 언제나 들어도 멋지고 소름 돋는 동영상. 그 허접하고 scrappy 한 동영상을 공유한다. 멋지게 듣길 바란다.

골드만과 비트코인

1년 반전에 내가 ‘무시하고, 비웃고, 싸우고, 그리고 이기기‘라는 글을 쓴 적이 있다. 익숙지 않은 새로운 기술이나 제품이 출시되면, 시장은 처음에는 이를 철저히 무시하다가, 결국엔 수용한다는 내용인데, 이 일련의 과정을 마하트마 간디는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First they ignore you, then they laugh at you, then they fight you, then you win(처음엔 사람들이 당신을 무시할 것이고, 그다음엔 당신을 비웃을 것이고, 다음엔 당신과 싸울 것이고, 그러고 나서 당신은 이길 것이다)”

최근에 이 현상이 그대로 반복되는 걸 비트코인과 제도권 금융권의 관계에서 보게 됐다. 골드만삭스는 그동안 계속 비트코인의 무용성을 주구장창 주장했던 대표적인 제도권 금융회사이다. 2020년 5월 골드만삭스가 열었던 투자설명회에서 비트코인을 포함한 암호화폐는 자산군이 아니라고 (“cryptocurrencies including Bitcoin are not an asset class.”) 강조했고, 다양한 슬라이드를 통해서 암호화폐의 무용론을 거듭 강조했다. 실은, 당시에 많은 분들이 골드만삭스가 비트코인 옹호론을 펼칠 줄 알았기에 실망하기도 했지만, 제도권 은행에서 충분히 나올법한 이야기라서 나는 특별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런데 이런 발표를 한지 1년도 안 된, 올 3월에 조만간 골드만삭스의 고액자산가 고객들에게 암호화폐로 구성된 투자상품을 제공할 것이라고, 조금은 예상치 못했던 발표를 했다. 정확히 어떤 암호화폐를 제공할지, 그리고 ETF를 만들지 아니면 다른 상품을 만들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10개월 만에 본인들의 말을 번복했다는 건 주목할만하다고 생각한다.

제도권 은행들이 처음엔 비트코인은 그냥 심심해서 할 일없는 사람들이 만든 거라고 무시하면서 비웃었고, 그리고 강력하게 부인하면서 싸우기도 했지만, 결국엔 이렇게 수용하면서, 이런 일련의 과정이 반복되는 걸 보니 참 재미있다. 실은, 지난주에 스타트업의 유연함에 대해서 글을 쓰면서 대기업은 이런 유연함이 DNA에 없다고 했는데, 골드만삭스 같은 대기업이 이런 유연함을 보이다니 놀랍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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