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릿(grit)

Yulip 0

2주 전에 우리 투자사 율립의 새로운 립스틱과 립밤을 받았다. 프리오더는 그 전에 했고, 실제 생산하기까진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있었지만, 대부분 잘 해결해서 무사히 나 같은 고객에게 배송됐다. 얼마 전에 내가 율립 2.0 이라는 글에서 이 제품의 탄생 배경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을 했다. 원혜성 대표님을 나는 수년 전부터 알았고, 사업 시작 초반부터 율립을 봤었고, 이번 제품이 얼마나 힘들게 탄생했는지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주 고객은 아니지만, 실제 물건을 받아보니 감동이었다.

일단, 이렇게 제품 하나씩 개별 포장되어 배송된다.

Yulip 1

생분해 케이스의 형상은 지구와 생명을 상징하는 씨앗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소셜 미디어에선 로켓과 비슷하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고 있다. 겉 포장지를 벗기고 보니 정말 우주로 날아가면서 케이스가 하나씩 분리되는 로켓과도 비슷하다.

실은 이 포장에도 정말로 많은 고민과 생각이 담겨있다. 잘 보면, 그 어떤 접착제나 테이프 없이 그냥 종이 자체로만 립스틱을 보호하는 포장인데, 율립 팀은 그만큼 환경을 생각하면서 이런 부분까지 세심하게 신경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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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스는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다. 분해 되려면 시간은 오래 걸리지만, 지구에 영원히 남지 않고 서서히 분해돼서 언젠가는 완전히 없어지는 지속 가능한 소재이다. 생분해 소재로 만들었기 때문에 강렬한 색을 표현하는 게 힘들었지만, 최선을 다해서 earth friendly한 파스텔 톤의 케이스를 만들었다. 그리고 립스틱을 다 사용하면, 심지만 빼서 버리면 된다. 리필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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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없는 스타트업이라서 여러 가지 부분에서 어느 정도의 타협과 절충이 필요했지만, 지속가능성과 ESG에 대해선 율립 팀원분들이 한 치의 양보도 하지 않으면서 영혼을 갈아넣어 만드는 걸 옆에서 내가 직접 봤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정말 많은 응원과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이미 소셜미디어에선 아주 긍정적인 반응들이 올라오고 있고, 재활용, 비건, 지속가능성이라는 키워드를 사용하는 다른 회사의 제품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립스틱이라는 칭찬을 받고 있는걸 보면, 율립 팀의 노력과 그릿(grit)이 헛되진 않았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주문해서 직접 사용해 보고, 공존하는 아름다움을 경험하시길.

50권 – 2021

사진 2021. 12. 3. 오전 7 05 22작년 이 맘 때쯤, 1년 독서량 50권을 돌파하면서 이런 을 썼다. 목표를 달성해서 기분이 매우 좋았고, 지식이 쌓이는 것 같아서 더욱더 뿌듯했다. 독서는 남들이 수십 년, 또는 수백 년 동안 축적한 지식을 짧은 기간 안에 내 지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너무 쉽고 간단해서, 이렇게 쉽게 지식을 습득하는 게 가끔 미안할 정도이다.

올 초에도 50권을 목표로 세팅했는데, 올해는 이 목표를 조기 초과 달성해버렸다. 해가 다 가기 전에 2권 정도 더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올해는 이미 52권의 책을 읽었다. 자랑하려고 이런 포스팅을 하는 건 아니지만, 바쁜 일정 속에도 마음의 양식을 많이 먹었다는 점, 그리고 고민 끝에 세운 목표를 계속 달성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스스로 대견해서 나에게 선물이라도 해주고 싶은 심정이다.

여러 번 쓴 내용이지만, 내 책 읽는 패턴은 단순하다. 소셜미디어, 언론, 그리고 지인들로부터 추천받은 책은 우리 투자사 플라이북 앱의 ‘읽고 싶은 책’ 카테고리에 등록한다. 이 책들을 먼저 우리 투자사 국민도서관에서 검색해서, 대여할 수 있으면 여기서 대여하고, 못 찾은 책은 동네 도서관에서 직접 대여한다. 국민도서관에도 없고 동네 도서관에도 없으면, 다른 분들에게 빌려보거나, 아니면 대여 가능할 때까지 기다린다. 그냥 한 권 사서 읽으면 되는데, 나는 더는 책을 사서 보지 않는다. 생각해보면 책을 안 산지 한 4년이 넘은 것 같다.

올해는 동네 도서관을 직접 방문해서 책의 냄새를 맡고 – 요샌 마스크를 써서 책 냄새를 맡기가 힘들지만 – 물리적인 도서관만이 줄 수 있는 분위기를 온몸으로 느끼는 즐거움을 많이 경험하면서, 책 시장은 완전히 이북으로 넘어가진 않을 것 같고, 리테일이 망하고 있다고 하지만 도서관은 망하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굳히게 됐다. 정신없고 바쁜 일상 속에서 도서관 방문은 나에게 마음의 여유와 정신적 평온을 주는 일종의 성스러운 의식이 되어버린 것 같다.

1년에 50권을 읽으려면,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1권의 책을 읽어야 한다. 사람들이 요새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그렇지, 이게 대단한 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나에게 하루에 주어진 24시간을 잘 활용해야 하고, 가끔 다른걸 희생해야한다. 나는 웬만하면 저녁 약속을 올해도 잡지 않았다.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모일 수도 없었지만, 사람 많은 걸 싫어하고 술도 즐기지 않아서, 그냥 가급적이면 저녁을 집에서 조용히 보냈다. 집에서 저녁도 먹고, TV도 보고, 책도 읽고, 이렇게 하다 보니 일주일에 한 권 정도의 책을 읽게 된 것 같다.

올해도 스타트업이나 비즈니스 관련된 책은 거의 읽지 않고, 소설, 에세이, 그리고 수필 위주로 읽으면서 다양한 글쟁이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었고, 소소한 내용을 읽으면서 스스로 생각도 정리하고 정화할 수 있었다. 어쨌든, 나에게 독서는 자신을 더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훌륭하고 저렴한 최고의 도구이다.

좋은 책을 올해 많이 읽었는데, 홍정욱 씨의 에세이 50에서 발견한 다음 문구가 매우 맘에 들었다.

“5년 후의 나를 결정하는 두 가지는 만나는 사람과 읽는 책”

Amen to that.

무한 배팅(batting)

내가 쓴 첫 번째 책 ‘스타트업 바이블‘이 2010년도에 출간되었으니, 벌써 12년이 된 고전이 됐다. 특히 모든 게 굉장히 빠르게 변하고 있는 스타트업에 대한 책이라서 그런지, 지금 보면 틀리거나, 또는 현실적이지 않은 내용이 꽤 있다. 아니, 정정해보면, 내용이 틀렸다기보단, 그동안 환경이 바뀌거나 아니면 내 생각이 바뀌어서, 더는 현실적이지 않고, 적절하지 않다고 하는 게 가장 맞을 것 같다. 이런 부분이 좀 많아서, 여기서 하나씩 다 나열하진 않겠지만, 누군가가 나에게 이 내용을 기반으로 ‘스타트업 바이블 3′을 써보라고 제안한 적은 있다. 새로운 책 작업은 정중하게 사양했지만, 이 맥락과 비슷한 생각을 자주 한다. 즉, 그동안 내가 갖고 있던 굳은 생각과 신념 중 시대의 변화 때문에 바뀐 게 뭐가 있을까?

여러 가지가 있다. 스트롱을 9년 넘게 운영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는데, 이 경험이 내가 그동안 갖고 있었던 신념과 철학을 더욱 견고하게 하기 했지만, 반대로, 완전히 바꾸기도 했다. 오늘은 그 중에서 투자의 속도에 대해서 한번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나는 워렌 버핏의 팬이다. 이 분에 대한 글도 여러 번 쓰긴 했는데, 버핏의 투자 철학 중 이런 게 있다:

“공이 지나갈 때마다 휘두르지 마라(Don’t Swing at Every Pitch)”

투자하는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정확히 알고 있을 것이다. 스스로 정해놓은 기준에 맞지 않으면,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버핏은 이 철학을 매우 잘 지켜서,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버크셔해서웨이의 투자 기준과 정확하게 일치하지 않으면, 투자하지 않는 거로 유명하다. 그래서인지, 아주 오랜 기간 동안 한 건의 투자를 집행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아주 짧은 기간 동안 여러 개의 회사에 투자하는 경우도 있다.

실은 나도 이 철학을 오랫동안 존경해왔고, 나 또한 이와 비슷한 플레이를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우리의 투자 기준 중 가장 중요한 건 팀이지만, 그 외에도 다른 기준과 철학이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팀을 만나도 우리의 스윗 스팟에 들어오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았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진화하고, 세상이 변화하면서 이 철학이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우리 같은 초기 투자자들은 대부분 확률 게임을 한다. 워낙 초기에 투자하고, 어떨 땐 아무것도 만들어 놓은 게 없는 팀에 투자하기 때문에 이 회사가 어떻게 진화할지, 어디로 튈지, 어떻게 끝날지, 도저히 예측할 수가 없다. 투자를 시작했을 땐, 아직 일어나지 않은 미래를 최대한 논리적으로 예측하고 상상해보려고 노력했지만, 이게 쓸데없고 부질없다는 걸 일찍 깨달았다. 그래서 승률을 올리기 위해서 우린 요새 최대한 많은 투자를 하려고 노력한다. 야구로 따지면, 최대한 배트를 많이 휘두르는 것이다. 너무 뻔하게 벗어난 공은 그대로 지나가게 두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들어올 만한 공이면 무조건 휘두른다. 공이 지나갈 때마다 배트를 휘두르는 건데, 이건 위에서 말 한 워렌 버핏의 철학과 반대되는 개념이기도 하다. 계속 배트를 휘둘러야지만, 뭐라도 치기 때문이다.

목표는 항상 홈런이지만, 오히려 삼진을 정말 많이 당한다. 하지만, 운이 좋으면 가끔 안타도 치고, 정말 가끔 홈런도 친다. 이런 철학으로 우린 2020년도에 정말 많은 투자를 집행했고, 올 해는 아직 한 달이 남았지만, 2021년도 크게 다르진 않을 것 같다.

초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건, 멈추지 않고 계속 투자하는 것이다. You have to keep swinging, and you have to keep investing.

밸류에이션 과부하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이 기간에 벤처 시장이 변한 걸 생각해보면 한 3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것 같다. 그만큼 많은 변화가 있었고, 아주 큰 변화들이 있었다. 그 중 가장 큰 변화는 아마도 초기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이 아닐까 생각한다.

모든 VC들에게 물어보면, 요새 스타트업이 너무 비싸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할 것이다. 특히, 우리가 활동하는 초기 투자 시장에서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우리가 투자하는 시드, 또는 프리 시리즈 A 단계는 아이디어를 기본적인 제품으로 만들었고, 많은 유저는 아니지만 소수의 초기 사용자들이 제품을 사용해봤고, 좋든 나쁘든, 어느 정도의 피드백이 생기고 있는, 그런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이 회사 중, 잘 해서 PMF(Product Market Fit)를 찾는 팀도 있고, 그 정도는 아니지만, 우리 투자금으로 PMF를 찾아가는 팀도 있는데, 어쨌든 대략 이런 단계가 시드나 프리 시리즈 A 라고 생각한다.

한 2년 전만 해도 이 단계 스타트업의 밸류에이션은 20억 원 – 50억 원 사이였다. 이런 스타트업이 50억 원 밸류에이션에 투자를 받으면 꽤 잘 받은 거였는데, 짧은 시간 동안 시장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최근에 만난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거의 2배가 된 것 같다. 제품은 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수치가 없는데, 기본적으로 밸류에이션은 50억 원 이고, 이 단계에서 조금 더 발전했으면 100억 원이 넘는다. 내 기억으론 월 매출이나 거래액이 3억 원 이상 되는 회사들이 기업가치 100억 원에 투자받으면, 꽤 잘 받았었는데, 이젠 초기 제품과 시장의 긍정적인 초기 반응만 있으면, 100억 원에 투자를 받을 수 있는 세월이 됐다.

과거에 이런 회사와 미팅을 하면, 팀과 사업은 무척 맘에 들지만, 밸류에이션이 터무니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를 진행하지 않았다. 그런데 당시엔, 우리만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높은 밸류에 당장 투자가 진행되지 않고,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어느 정도 기간이 지나면 기업가치가 낮아지고, 이때 투자하면 우리가 생각하는 적당한 밸류에이션에 투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요샌 이 밸류에이션이 별로 안 비싸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그래서 우리가 비싸서 망설이고 있는 동안, 투자를 받는 회사가 많아졌다. 비싸다는건 상대적인 개념이라서, 이 스타트업들이 엄청나게 크게 성장하면, 초기 밸류에이션 100억 원이 그렇게 비싼 게 아니지만, 이건 시간이 지나야지만 알 수 있을 것 같다.

초기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갑자기 비싸진 정확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른다. 그냥 모든 게 비싸지고 있어서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도 비싸졌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시장에 돈이 너무 많아서 이 또한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인해서 비싸졌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세상이 바뀌고 있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수준을 벗어난 속도로 바뀌고 있지만, 이렇게 스타트업 밸류에이션이 오르기 시작하면, 모두에게 해피 엔딩으로 끝날진 잘 모르겠다.

요샌 정말 20억 원 밸류에이션 스타트업이 그립다. 이런 회사들 찾기가 워낙 어려워서, 나에겐 기업가치 20억 원 스타트업이 새로운 유니콘이다.

디지털 자산에 대한 생각 – 2021년 11월

얼마 전에 내가 다음과 같은 트윗을 올렸다.

NFT

이걸 보고 많은 분들이 내가 NFT를 믿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NFT를 아직 구매하지 않았고, 디스코드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진 않지만, NFT의 개념에 대해서는 2014년도부터 알고 있었고, 그동안 계속 이 기술과 시장은 조금씩 보고 있었다.

NFT가 문화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것이라고 생각하고, 앞으로 이런 디지털 콜렉티블이 대세가 될 수도 있는데, 지금 이 시장은 과도기를 거치는 중인 것 같고, 새로운 시장이 형성될 때 거치는 성장통을 경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한가지는 명확하게 짚고 넘어가고 싶다. NFT에 대해 회의적인 분들에게 물어보면, 실제로 만질 수 있는 물건에 비해서 NFT는 누구나 쉽게 복제가 가능해서 진위 여부를 판단하는 게 힘들기 때문에 지루한 원숭이 JPEG을 수 억 원 주고 구매하는 건 미친 짓이라고 할 것이다. 잭 도시의 첫 번째 트윗 NFT가 $2.9M에 판매됐는데, 그냥 여기 가서 보면 되는걸 이 돈을 주고 사는 건 대부분 사람들에게 상당히 이상하게 보일 것이다. 나는 이렇게 비싼 돈을 주고 NFT를 구매하는 건 이해 못 하지만, NFT의 진위 여부에 대해서는 전혀 의심하진 않는다.

조금 더 자세히 생각해보면, NFT도 진품과 짝퉁을 충분히 구분할 수 있다. 아니, 오히려 실물보다 더 잘 구분할 수 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할까 고민하다가, USV의 Albert Wenger 파트너가 이걸 쉽게 설명한 을 읽었다. 이분의 글을 다 번역하고 싶진 않지만, 요약하면 대략 다음과 같다.

아주 먼 미래에 3D 프린팅과 센서 기술이 너무 좋아져서 루브르 박물관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나리자 그림을 스캔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자. 단순히 겉만 스캔하는 게 아니라 아주 깊게 그림의 모든 레이어를 원자 단위까지 스캔하고, 집에 가서 최첨단 3D 프린터로 완벽한 모나리자 모조품을 만들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이 그림은 진품 모나리자와 원자까지 완전히 동일하다.

그러면, 이게 모나리자 진품인가? 아니다. 이건 진품이 아니라 잘 카피/페이스트 된, 진품과 완전히 똑같은 모조품이다. 이 모나리자를 누군가 당근마켓에서 진품이라고 주장하면서 판매하고 있다면,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도 거기 있는지 확인해보면 된다. 만약에 진품이 루브르 박물관에 잘 진열되어 있다면, 당근마켓에서 판매하고 있는 건 가품이고, 가격도 아주 저렴하게 책정될 것이다.

이제 더 이상한 시나리오를 한번 생각해보자. 한밤중에 루브르 박물관 사람들이 우리 집에 몰래 무단침입해서 내가 가진 모조품을 진짜 모나리자랑 바꿔서, 아침에 일어나보니 내가 모나리자 진품을 소유하고 있다. 물론, 이제 가품인지 진품인지는 그 누구도 모르고, 절대로 구분할 수 없다. 내가 이걸 다시 당근마켓에서 판매하면, 누군가 루브르 박물관에 전화해서 모나리자가 아직 거기 있는지 확인해볼 것이다. 그런데 루브르 박물관도 구분을 못 해서, 내가 갖고 있는 게 가품이라고 할 것이다.

굉장히 현실성 없는 시나리오지만, 많은 사람들이 복제가 쉬워서 진위를 구분할 수 없다고 하는 NFT 시장과 실물이 존재하는 시장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오히려 NFT는 “내가 소유한 모나리자가 오리지널이다”라고 주장할 수 있는 근거를 확실하게 제공해 줄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나는 NFT는 레알이고, 시장이 진짜로 존재한다고 믿지만, 요새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보면 아직은 초기라서 거품이 많이 껴있다고 생각한다. ICO와 비슷하게 어느 정도 거품이 빠지고, 사기꾼들이 자발적으로 없어지고, 문제점들이 천천히 하나씩 해결되면 아주 탄탄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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