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undersAtWork

불굴의 투지

요새 내가 아침에 운동할 때 듣는 팟캐스트가 NPR의 “How I Built This“인데, 꽤 유명해서 어떤 분들은 이미 알고 있을 것 같다. Guy Raz라는 재능있는 진행자가 우리가 잘 아는 글로벌 회사들이 어떻게 시작했고, 어떤 고난과 역경을 거치면서 성장했는지에 대해 창업가들로부터 직접 들어보는 인터뷰인데 매회의 분량이 1시간이 넘는 긴 내용이지만, 너무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듣게 된다. 이 팟캐스트의 영문 설명은 “How I Built This weaves a narrative journey about innovators, entrepreneurs and idealists—and the movements they built.”인데, 정말로 이 설명에 충실한 주옥같은 내용이다.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팟캐스트에는 여러 종류의 회사와 사람들이 출연한다. 코인베이스의 브라이언 암스트롱, 카약의 폴 잉글리쉬, Goodreads의 오티스 챈들러, Headspace의 앤디 푸디콤 등과 같이 우리가 잘 아는 tech 스타트업의 창업가들이 주를 이루지만, 펩시콜라의 인드라 누이 같은 대기업 사장과 Burt’s Bees의 록산느 큄비와 같은 분들도 출연해서 이들의 다양한 이야기, 특히 고난과 역경의 스토리를 들으면 정말로 재미있고, 대단한 영감을 얻어 간다.

워낙 다양한 회사와 사람들이라서 인터뷰의 자세한 내용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혁신가, 창업가와 이상주의자들의 여정과 이 여정을 통해서 이들이 시작한 운동에는 명확한 공통점이 딱 하나 있다. 내가 지금까지 이 팟캐스트에서 20개 이상의 인터뷰를 들었는데, 언제나 이들의 여정과 삶은 불굴의 투지로 가득 차 있다. 그 이야기를 듣다 보면, 이 사람들이 병신 머저리로 느껴질 정도로, 누가 봐도 불가능하고, 비현실적이고, 말이 안 되는 걸 한 번도 아니고 수 십 번 시도하고, 될 때까지 계속해서 결국엔 되게 만드는, 그래서 단순히 사업을 성공시켰다기보단, 어떤 운동(movement)을 만드는 데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성공하기 전까지 이들의 인생은 절망과 불안의 연속이다. 대부분 주변 사람들한테 비난받고, 심지어는 가족들에게도 미쳤다고 욕을 무수히 많이 먹었다. 1년이면 나와야 할 제품이 5년 넘게 안 나왔고, 그동안 생계를 간신히 이어가면서 불행하게도 어떤 이들은 이혼하고 가정이 파탄 났다. 같이 일하던 동료들도 창업가의 비전이 비현실적이고 너무 이상적이라고 하면서 다 떠났다. 그리고 창업가 본인도 이런 상황을 겪다 보니, “내가 정말 미친 게 아닌가. 이렇게 사는 게 정말 맞나”라는 불안감으로 수많은 밤을 뜬눈으로 지새웠고, 내일 아침에 그냥 눈이 안 떠지거나,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하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자기도 했다.

하지만, 그다음 날 이들은 다시 일어나서 어제까지 하던 일을 다시 열정적으로 했다. 미래가 어떻게 될진 그 누구도 모르지만, 본인의 인생을 스스로 책임지면서, building을 계속해나갔다. 왜냐하면, 이들한텐 남들에겐 없던 게 있었는데, 그게 바로 불굴의 투지였다. 그리고 결국엔 성공했다. 어떤 이는 5년이 걸렸고, 어떤 이는 50년이 걸리기도 했지만, 결국엔 성공했다. 이게 중요하다.

실제로 이런 동화 같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내 주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는 게 경이롭다. 불굴의 투지를 가진 스타트업이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루틴의 힘

꾸준함과 루틴의 힘에 대해서 나는 자주 이야기하는데,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으로 인해 무질서하고 혼란스러운 시간을 보내면서 나만의 루틴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번 느끼고 생각하게 됐다. ‘루틴의 힘’이라는 책이 한국에서도 꾸준히 읽히고 있는 것 같은데, 이런 트렌드 때문에 모두가 루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모두가 다 루틴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어서 이 책이 잘 팔리는건진 잘 모르겠지만, 오늘은 이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서 다시 한번 이야기해보고 싶다.

1월 30일 끝난 2022년 호주 오픈 테니스 대회에서 라파엘 나달이 10살이나 어린 다닐 메드베데프를 이기면서 21번째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경기 시간이 거의 5시간이었는데, 혈투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긴장감이 넘치는 경기였다. 나달을 좀 아는 분들은, 정말 독특한 습관과 루틴을 가진 선수라는걸 알 텐데, 여기에 전부 다 나열할 순 없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루틴을 항상 반복한다:
–시합 45분 전에 찬 물로 샤워를 한다
–양말은 항상 양쪽 다 같은 높이로 신는다
–코트 입장 후, 관중을 마주 보면서 점프를 하고, 점프하면서 점퍼를 벗는다
–중간 중간에 쉬면서 물을 마시는데, 물을 마신 후에 물병은 항상 같은 위치에 놓는다
–항상 에너지 드링크를 먼저 한 모금 먹고, 그다음에 물을 마신다
–머리를 귀 뒤로 말고, 바지를 몇 번 살짝 내린 후에 서브한다
–사이드라인은 절대로 밟지 않고, 오른발로만 넘는다

이 외에도 뭐가 많지만, 이걸 다 나열해보면 나달의 루틴은 습관과 미신의 경계선에서 왔다 갔다 하는 것 같다.

나달한테 왜 이런 쓸데없는 루틴에 집착하냐고 많은 분들이 물어보는데, 이에 대한 답변은 의외로 간단하다. 운동선수로서의 삶은 꽤 단순한데, 그 단순함에서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서는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조건과 상황을 항상 재구현해야 하고, 이걸 위해서 필요한 게 루틴이라고 한다. 그에게 루틴은 가장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해 자신의 정신과 육체를 준비하는 과정이다.

운동선수는 아니지만, 나도 매일 매일 최고의 퍼포먼스를 내야지만 업무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다. 그래서 나달과 같은 맥락에서 이런 루틴을 연습하고 반복하고 있다. 내 루틴도 좀 이상한 것들이 많아서 여기서 다 나열하진 않겠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생각과 명상을 하고, 글을 쓰고, 이메일도 아주 구체적인 순서로 확인하고 답변하는데, 이건 과거 15년 동안 여러 가지 패턴을 변형, 반복하면서 나에게 가장 맞는 루틴을 습관화한 결과이다. 이런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살고, 하루를 마무리했을 때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다는 게 내 몸과 머리에 강제 입력된 것 같다.

과학적인 근거는 잘 모르겠지만, 내 경험에 의하면 루틴을 반복하는 건 일관되고 최적화된 컨디션을 유지하고, 가장 좋은 기분과 태도를 위해서 몸과 뇌를 프로그래밍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 그 어떤 루틴이라도 좋으니 자신에게 적합한 루틴을 만드는 걸 적극적으로 추천한다.

늦게 들어오는 코파운더

전에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라는 글에서 회사를 만들기만 하고, 실제 성장에는 크게 기여하지 않고 퇴사한 코파운더에 대한 내 의견을 공유했다. 오늘은 그 반대 개념의 이야기인 나중에 회사에 조인한 코파운더의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이것도 종종 보는 케이스이다. 예를 들면 원래 회사를 3명의 코파운더가 창업했고,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1명 또는 2명이 퇴사를 했고, 어느 순간에 제삼자가 높은 지분을 확보하면서 코파운더로 회사에 조인하는 경우인데, 나는 이런 걸 재혼한 코파운더 케이스라고도 한다.

주로 오리지널 코파운더인 대표이사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지인인데, 수개월 동안 여러 차례 만나면서 회사의 비즈니스에 대해서 상당히 잘 파악을 하고 있고, 이제 막 스타트업에 조인하기 때문에 의지와 파이팅도 넘치는 분이 C급 인력으로 회사에 오기로 이야기가 되는 경우이다. 그런데 본인이 연봉이나 혜택, 그리고 여러 가지 지위를 희생하면서 작은 스타트업에 조인하기 위해서는 뭔가 강력한 인센티브가 필요하고, 돈도 중요하지만, 회사의 지분을 상당히 많이 확보하고싶어한다. 스톡옵션도 아닌 코파운더 수준의 주식을 요구하고, 회사가 창업된 지 이미 시간이 지났지만, 실질적으로 코파운더로서 회사에 조인 하길 원한다.

나도 이런 사례를 여러 번 봤다. 그리고 코파운더가 늘어나는 건 회사에 정말 중요한 결정이기 때문에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승인한 경우도 있고, 강력하게 반대한 경우도 있다. 그리고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런 재혼하는 코파운더 케이스는 결말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코파운더의 자리란 달라고 해서 얻는 게 아니다. 본인이 정말로 회사를 만들어서 코파운더가 되거나 아니면 코파운더 수준으로 열심히 해서 회사의 성공에 기여하고, 그리고 회사에 대한 오너십과 애정이 있어야 한다. 이걸 본인이 스스로 인정하는 게 아니라, 같이 일하는 동료와 다른 코파운더들이 인정을 해줘야지만 코파운더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중에 회사에 조인하는 분들은 이런 마인드와 태도를 갖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상황에서 현명한 파운더라면 본인의 주식을 주기보단, 역시 스톡옵션을 잘 활용한다. 아무리 오랫동안 알고 지낸 분이라서 믿음이 가고, 사업 능력이 뛰어나도, 이건 남의 회사에서 일할 때지, 우리 회사에서 일 했을 때의 결과나 성과는 아직 증명되기 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베스팅 기간을 충분히 두면서 스톡옵션을 부여하면, 서로의 리스크를 충분히 줄이면서 원하는걸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Growing Up

사람은 시간이 갈수록 나이를 먹고, 나이를 먹으면서 대부분 성장한다. 어떤 사람은 몸만 성장하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은 몸과 정신 모두 성장하면서, 어릴 적엔 주위 사람들이 “얘는 커서 뭐가 될까?”라는 질문을 했지만, 훌륭한 인격체가 됐다.

요새 엘리베이터와 TV의 광고를 보면 참 신기하고 흐뭇하다. 특히 시청률이 높은 프라임 타임의 광고는 전통적으로 대기업이 독차지했었는데, 요샌 내가 아는 스타트업의 광고가 너무 많이 보인다. 심지어 우리 투자사의 광고도 거의 매일 방송 타는걸 보면, 이 회사들이 아무것도 없이 시작했다가, 망할 위기를 여러 번 거치면서, 얼마나 단단하고 스트롱하게 성장했는지, 다시 한번 느끼고 생각하게 된다.

아직 TV 광고는 안 하지만, 이제 1,600만 명의 한국인이 사용하는 당근마켓 광고는 엘리베이터 안의 포커스미디어를 통해서 매일 여러 번 볼 수 있다. 실은 당근마켓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이 한국에서 과연 될까?”라는 의문을 여러 번 했었는데, 이제 전 국민이 사용하고, 이렇게 멋진 광고까지 하는 걸 보면 감회가 새롭다.

한국을 대표하는 취미와 클래스 앱 클래스101은 가수 박재범 씨가 광고도 하고 클래스도 제공하고 있다. 제이팍의 “배우지마, 101해” 광고를 TV에서 처음 봤을 땐 정말 비현실적인 느낌까지 들었다. 사업을 막 시작한 4명의 울산과기원 학생팀에 우리가 7년 전에 투자했는데, 그 팀이 이제 박재범 씨를 광고 모델로 사용하다니!
클래스101도 창업 초기엔 “이 사업은 과연 어떻게 될까? 살아남을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많이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면서, 광고를 볼 때마다 짜릿하기까지 했다.

연예인 파워보단, 광고의 내용과 스토리에 신경을 많이 쓴 세상에 없던 대출 플랫폼, 핀다의 광고도 매우 인상적이다. 핀다도 힘든 시기가 여러 번 있었고, “살아 남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스트롱 내부에서도 여러 번 했었는데, 요샌 국민대출앱이 됐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핀다 광고 너무 재미있다고 하는걸 들을 때마다 기분이 좋다.

전 국민 생활 솔루션 숨고도 최근에 TV 광고를 시작했다. 드라마와 영화에서만 보던 성동일 씨와 라미란 씨가 “어떡하지? 숨고하지!”를 외치는 걸 보면 숨고 또한 많이 성장했다는 생각을 한다. 숨고 역시 여러 번의 위기가 있었지만, 역경을 잘 극복하고 성장해서 감회가 새롭다.

이 외에도, TV는 아니지만, 포미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세탁특공대와 라이클의 광고를 볼 때마다 너무 반갑고, 엘리베이터를 같이 탄 모르는 이웃들에게 자랑하고 싶은 마음을 항상 꾹 자제하곤 한다. 실은 포미에서 보는 광고의 회사들은 내가 전에 직접 만나봤거나, 잘 아는 스타트업이 대부분이라서, 항상 신기하다고 생각한다.

창업가의 굳은 의지와 믿음을 기반으로 맨땅에서 시작한 스타트업이 이제 대기업을 위협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은 이미 대기업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과거에는 전통적 기업만이 독점하던 매스 미디어에서 누구나 다 아는 연예인을 섭외해서 메인스트림 광고를 집행하는 걸 보면, 이 회사들이 정말 빠르게 성장하면서 시대를 바꾸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헤이딜러 광고에 김혜수 씨와 한소희 씨가 나오는 걸 보면, 정말로 스타트업 전성시대인 것 같다.

낳아준 엄마 vs. 키워준 엄마

어느 나라든,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에 대한 이야기가 있는 거로 알고 있다. 디테일은 조금씩 모두 다르지만, 낳아준 엄마가 사정이 있어서 애를 버렸고, 다른 엄마가 이 애를 훌륭하게 키웠는데, 나중에 낳아준 엄마와 키워준 엄마 중 누가 진짜 엄마인지 싸우는 그런 이야기다. 결말도 나라마다 다른 거로 알고 있다. 어떤 이야기는 생모가 진짜 엄마라는 결론이고, 어떤 이야기는 낳아준 엄마보다 키워준 엄마가 진짜 엄마라는 결론으로 끝난다.

우리가 스타트업을 검토할 때도 이와 비슷한 경우를 본다. 창업한 지 2년 된 회사인데 주주명부를 보면 30%라는, 상당히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분이 있는데, 누군지 물어보면 투자자는 아니고, 대표이사와 초기에 회사를 설립했던 코파운더이다. 코파운더가 회사의 지분을 많이 갖는 건 당연하지만, 문제는 이 분이 회사를 설립하고 6개월 후에 퇴사해서 현재는 회사에 전혀 기여를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2년 된 회사이니, 이 코파운더는 지금까지 회사 역사의 1/4만을 같이 했고, 단지 회사를 만들었다는 이유로 30% 지분을 평생 보유한다는 의미다. 그리고 회사가 잘 돼서 오랫동안 사업을 한다면, 이 분이 회사 역사와 함께 하게 된 기간은 더욱 줄어들 것이다.

코파운더들이 주주 간 계약서를 잘 작성했다면, 창업가들 또한 소위 말하는 vesting 기간을 갖게 된다. 그래서 특정 기간 동안 회사에서 일하지 않으면, 지분을 아예 못 갖게 되거나, 아주 조금만 가질 수 있다. 그런데, 많은 초기 스타트업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바로 이 주주 간 계약서를 문서화하지 않고 그냥 구두로 합의를 보는 것이다. 나중에 큰 투자가 들어오고, 본인이 가진 지분이 초기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큰 가치라는 걸 알게 되면, 구두계약은 의미가 없어지고, 이건 지저분한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크다.

스타트업의 경우, 나는 낳아준 엄마보단 키워준 엄마가 훨씬 더 중요하고 기여를 많이 한다고 믿고 있다. 실은, 여기서 “낳아준” 과 “키워준”을 구분하는 기간은 주관적이고 상당히 애매하다. 창업한 지 1년 만에 회사가 엑싯을 한다면, 6개월 있다가 퇴사한 코파운더도 키워준 엄마라고 볼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그냥 회사에 재직한 기간만 봐도 명확하게 이걸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창업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시작 그 자체라고 볼 때, 코파운더들이 실제로 회사를 창업해서 사업을 시작한 건 손뼉 치고 존경할만한 일이다. 이걸 부인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백 개의 회사를 본 내 경험에 의하면, 진짜 사업은 창업 이후가 훨씬 더 중요하다. 제품을 어떻게 만들고, 투자를 어떻게 받고, 좋은 인재를 어떻게 채용하고, 이 모든 게 단순히 회사를 만드는 행위보단 훨씬 더 중요하다. 회사 설립 후, 여러 개의 움직이는 퍼즐을 맞추고, 공중에서 비행기를 조립하면서 안 떨어지고 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회사 설립 그 자체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이런 의미에서는 낳아준 엄마보단 키워준 엄마가 스타트업의 성공에 훨씬 더 많이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회사를 설립만 하고 떠난 코파운더가 지분을 상당히 많이 갖고 있고 주주 간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더라도, 이 지분은 회사의 option pool로 다시 귀속되거나, 앞으로 회사를 더 키울 사람에게 가야 한다.

퇴사한 코파운더가 현명한 사람이라면, 본인의 지분을 최소화하고, 대부분을 스스로 양보하는 경우도 난 많이 봤다. 앞으로 회사를 잘 이끌 사람이 지분을 많이 갖는 게 회사의 성공에 유리하고, 그렇게 되면 본인이 가진 작은 지분도 큰 가치가 될 수 있다는 걸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큰돈이 걸려 있으면, 이런 이성적인 사고 자체가 잘 안 되는 경우도 너무 많이 봤다. 이런 경우라면, 대표이사가 최선을 다해서 퇴사한 코파운더로부터 지분을 잘 가져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