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바이블 2

영원한 베타

나는 스타트업들에 투자를 하고 있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대기업에 취직하는거 보다는 스스로를 위해서 일하는게 훨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항상 창업을 강조하고 권장한다. 하지만 조금 더 현실적으로 말을 해보면 솔직히 모두가 다 창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두가 다 창업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창업이 천직인 사람들도 있지만, 이와는 반대로 큰 조직에 들어가서 남들과 같이 일을 하면서 인생의 보람을 느끼는 사람들도 많다.

우리가 항상 입에 달고 사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의 좁은 의미는 인터넷 회사를 창업해서 돈을 버는게 맞지만, 이 단어를 조금 더 크게 확장해서 생각해보면 스타트업은 삶을 살아가는 방식이다. 마치 창업가들이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행하는 것처럼,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재 상태에 만족하지 않고 삶을 더 좋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크게 봐서 나는 항상 더 좋은 남편, 아들, 동생, 친구, 동료, 투자자가 되기 위해서 매일 노력하고 고민하고 있고 조금 작게 봐서는 매일 운동을 해서 몸을 더 좋게 만들려고 꾸준히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한다. 내가 항상 강조하는게 우리가 죽을 때 완벽한 인간이 되지는 못 하더라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조금은 나아야 하며, 오늘보다는 내일이 조금은 나아야 한다는 건데 이런 삶에 대한 태도와 방식 자체가 스타트업이다. 미국에서는 이런 태도와 정신을 ‘영원한 베타(permanent beta)’ 라고 한다.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살려는 정신이며, 이는 바로 창업가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이 가져야 할 기본자세다.

이번 주말에 이런 영원한 베타 정신을 많이 접했다. 우리 아버지는 이미 은퇴하신지 오래 되셨고, 이제 팔순을 바라보시고 있다. 그런데 얼마전에 인터스텔라 영화를 보고 오신 후에 인터넷에서 태양계 행성에 대해서 공부하시고 각 행성이 어떤 특징이 있고 인터스텔라가 과학적으로 맞는지 안 맞는지 까지도 공부하셨다. 최근에는 The Big Short 영화를 보신 후 자막없이 보고 싶은데 영어가 좀 어려우니 영문 대본을 좀 구해달라고 하시면서 오히려 나보다 더 열심히 공부하시면서 스스로를 개선하고 계신다. 우리 장인어르신도 비슷한데 몇 년 전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하셔서 배우신지 2년 만에 상급반으로 진학하셨고, 하루에 10시간씩 기타 연습을 하시는 날도 있다. 이 두 분은 회사를 창업하지는 않으셨지만, 지속적으로 자기계발을 하면서 풍요로운 인생을 사시려는 이러한 시도와 태도가 바로 스타트업 정신인거 같다. 전에 내가 포스팅한 미래엔지니어링의 김태준 대표님도 마찬가지이다.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진학하고,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하면 우리는 남과 똑같은 길을 간다. 직장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조직원이 되면서부터 자기계발이나 발전이라는 엔진은 서서히 죽는다. 인생은 절대로 공평하지 않지만,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건 바로 ‘시간’이다. 공평한 시간으로 이루어진 하루하루는 우리에게 스스로 발전할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고, 이런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우리는 지속해서 자신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마치 소프트웨어 개발 과정에서 베타 제품을 지속해서 수정, 보완하는 것과도 같다.

인생은 영원한 베타이다.

밸류에이션 역산하기

밸류에이션…스타트업 관련 일을 하고 있으면 투자자나 창업가나 자주 듣는 단어이고, 요새 유행하는 말에 빗대어서 표현해보면 한 번도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는 중요한 용어이다. 그리고 어렵다. 투자자한테도 어렵고, 창업가한테도 매우 어렵다.

전에 내가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그냥 간단하게 포스팅 한 적도 있고, 동영상을 만든 적도 있는데 오늘은 조금은 다른 각도에서 밸류에이션에 접근해보려고 한다. 이런 접근 방법은 주로 본인의 회사의 기업가치에 대해서 전혀 감이 없고 – 참고로 내가 아는 모든 창업가들이 여기에 해당된다. 밸류에이션이라는게 그만큼 애매하다 – 그리고 이제 막 초기 투자를 받은 후 Series A를 생각하고 있는 창업가들이 알고 있으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

벤처 생태계가 발전을 하면서 한국도 이제 어느정도 정형화 된 공식들이 만들어지고 있다. 특히 밸류에이션이 높아진 올 해는 그냥 제품이 있고, 고객이 조금만 있으면 Series A 투자를 10억 – 20억씩 받고 싶어들 한다. 좋은 인력을 구하려면 돈을 많이 줘야하기 때문에, 그리고 한국이라는 나라와 서울이라는 도시가 절대로 물가가 싸지 않기 때문에, 과거 보다는 돈이 많이들 필요하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Series A 투자 이후의 지분구조는 창업팀과 시드투자자들이 80%, Series A 투자자들이 20% 정도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지분 희석이 조금 더 되더라도 가능하면 Series A 투자자들한테는 30% 이상을 주지 않는게 중요하다. 그래야지만 후속 투자자들한테도 큰 부담없이 계속 투자를 받을 수 있다. 만약에 20억 정도의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희망한다면, 그리고 이 20억이 회사의 20% 라고 가정을 하고 역산해보면 회사의 밸류에이션은 100억이 된다.

과연 이 시점에서 우리 회사의 가치가 100억이 될까? 창업가들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매우 냉정하게 해야하고, 그렇지 않다면 다시 한번 투자유치금액과 밸류에이션에 대해서 고민해 보는게 좋다. 이제 막 제품이 나왔고, 고객이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하고, 매출이 조금 발생하는데 앞으로 50억원이라는 투자금액이 필요한 비즈니스가 있다고 생각해보자. Series A 투자를 받으면서 회사 지분을 30%까지 희석할 각오가 되어 있어도, 50억원의 투자를 받으려면 현재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166억원이 되어야 한다. 이제 걸음마 단계의 제품을 만든 회사의 밸류에이션을 166억원으로 쳐줄 투자자들은 별로 없다. 그래서 이런 경우라면 회사 밸류에이션을 매우 보수적으로 잡고 (한 30억원 정도?), 이 밸류에이션과 우리가 허용할 수 있는 지분 희석률을 (20% 정도?) 기반으로 투자유치금액을 역산 해보는것도 좋은 방법이다. 그러면 6억원이라는 투자유치금액이 계산되는데, 원하는 금액보다는 적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다. 이 정도 선에서 일단 타협하고, 이 돈으로 회사의 가치를 키우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다.

우리 모두 배달의 민족

며칠 전 성황리에 마무리 된 프라이머 8기 데모데이 기조연설을 배달의 민족 김봉진 대표님이 하셨다. 나도 개인적으로 김봉진 대표님을 조금 알고, 독서경영으로 유명하신 분이 스타트업 바이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해주셔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다(그 날도 언급을 해주셨다). 배달의 민족이라는 회사에 대한 정보는 미디어나 다른 투자자들을 통해서 많이 접하지만 이 날 들은 회사와 대표님의 철학, 그리고 배민의 시작 관련 이야기들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웠고, 스스로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지금은 직원 460명에 한국 스타트업 중 가장 높은 기업가치를 가지고 있는 회사 중 하나로 성장을 했지만 시작은 여느 스타트업과 다르지 않게 소박했다. 답십리의 까페베네에서 창업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한 전략이나 거창한 비전을 가지고 시작한게 아니라 ‘VC’ 라는 말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강연 50분이라는 시간이 길지 않아서 회사의 전부를 보여줄 수는 없었지만 그냥 평범한 젊은이가 간단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시작한 일이 사업이 되었고, 좋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업이 성장했고, 순간 순간의 결정들이 쌓이면서 문화가 만들어졌고, 아직 성공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조금씩 성공을 향해서 가고 있는 창업가와 그의 사업에 대한 이야기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특히, 김봉진 대표님과 배달의 민족 팀들이 만들어 가고 있는 독특한 기업 문화와 ‘우유부단 캠페인’과 같은 사회활동들은 나한테 시사하는 점들이 참 많았다.

가끔 나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받는다(한국 보다는 미국인들이 많이 물어본다). “Kihong, 너는 한국 스타트업 중 어느 회사가 가장 성공할거라고 생각하니?” 과거에는 나도 이 질문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야 했다. 내가 좋아하고, 우리가 소액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나름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라고 생각하는 쿠팡이 항상 머리에 떠오르지만 최근 들어 내 대답은 다음과 같다. “음…니들이 잘 모르는 한국의 배달 스타트업인데 이름은 좀 어려워(영어로 하니까). 배달의 민족이라는 스타트업이 있는데, 이 회사가 가장 성공할지는 모르겠지만, 가장 성공을 해야 해. 그래야지만 한국 스타트업의 미래가 더 밝아질테니.”

배달의 민족이 한국을 대표하는 스타트업이 될지는 나도 잘 모르겠다 – 물론, 잘 될거라고 생각하지만 워낙 쟁쟁한 회사들과 창업가들이 한국에도 많으니까. 하지만, 나는 배달의 민족이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창업 생태계에 진정한 불이 붙을 수 있다. 그 이유는…쿠팡과 티몬의 성공을 보고 많은 젊은 친구들이 자극을 받고 자신감을 얻어서 다른 좋은 회사들이 한국에서 탄생하기를 기대하고 있지만 대부분의 창업가들한테 쿠팡의 김범석 대표나 티몬의 신현성 대표는 넘사벽이다. (절대로 그렇지는 않지만)많은 창업가들이 본인들도 부잣집에서 태어나서 미국 명문대학을(김범석 대표는 하버드, 신현성 대표는 유펜) 졸업했다면 쿠팡과 티몬같은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오히려 쿠팡과 티몬의 선전은 “빽도 없고, 금수저가 아니면 창업해서 잘 되는 것 도 힘들구나” 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는 걸 나는 목격한적이 많다.
김봉진 대표님은 약간 다르다. 뭐, 그렇다고 내가 이 분을 과소평가하는 건 절대로 아니다. 내가 알기로는 아주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고, 학교도 서울대가 아닌 평범한 대학을 나왔고, 공학이나 경영학이 아닌 미술을 공부했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것도 아니고, 과거에 exit을 한 경험도 없다. 오히려 가구 비즈니스를 해서 쫄딱 망한 경험은 있다. 즉,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백그라운드와 스토리를 가진 매우 평범한 대한민국 남자이다. 그래서 나는 김봉진 대표님이 잘 되고 배달의 민족이 대박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지만 한국의 모든 창업가들에게 진정한 영감과 자신감을 줄 수 있다.

“나랑 그닥 다르지 않은거 같은데 저 분도 성공했으면, 나도 분명히 할 수 있다” 라는 그런 자신감이 우리 사회에 가득 차 있으면 헬조선도 조금은 더 좋아지지 않을까.

The Startup Bible – 2015 정리

2015년은 내가 본격적으로 일관성 있게 포스팅을 시작한 첫 해다. 올 해가 아직 이틀이 남았지만, 내가 올 해 어떤 글들을 썼는지 한 번 검토하는 시간을 가져봤다.

2015년에 난 114개의 포스팅을 올렸는데, 이는 3.2일에 한 번씩 블로깅을 한 셈이다. 114개의 포스팅을 읽기 위해서 The Startup Bible 블로그를 방문한 분은 총 322,811명이다. 월 평균 26,779명이 방문을 한 것이다.

2015년도에 가장 많이 읽힌 글들은? 여기 그 Top 10을 공개한다:

1/한국인들의 7가지 실수
쓴 지 5년이 넘었는데도 꾸준히 읽히는 all-time 베스트/스테디 글인거 같다. 댓글들도 상당히 다양한데, 굉장히 공격적인 글들도 많고, 협박성 이메일도 여러 번 받았다. 욕을 하는 사람들은 역시 대부분 익명이다. 그런데 지금 봐도 현재 한국의 상황을 그대로 반영하는 거 같아서 재미있다.

2/스톡옵션 개론
아마도 많은 분들이 실제 주식과 옵션의 차이를 모르고 있었고, 누구도 설명하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인기가 많았던거 같다. 관련 동영상은 여기에.

3/멈추지 않는 우버의 질주
공개적으로 여러번 말했지만, 난 제품/서비스로서 우버를 너무 사랑한다(기업은 모르겠다). 많은 분들이 읽었다는 건 한국의 택시 산업에 문제가 있고, 카카오 택시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존재하고, 우버같은 서비스를 한국도 원한다는걸로 이해한다.

4/정부과제로 먹고 사는 회사들
이 글도 호불호가 명확히 갈리지만, 내가 다시 읽어도 틀린게 전혀 없는 글이다. 이 글에 대해서도 안티 이메일을 개인적으로 몇 개 받았는데, 아마도 정부과제로 먹고 살다가 망할 회사를 운영하시는 분들임이 틀림없다.

5/남들 앞에서 말을 잘 할 수 있는 11가지 기술
비석세스에서 2014년도에 가장 많은 like를 받은 글로 뽑힌 후에 많은 트래픽이 들어왔다.

6/한국인들의 11가지 실수
1/번의 확장 버전. 역시 안티 댓글이 많이 달렸고, 안티 이메일이 많이 왔다.

7/가장 힘든 취미생활
이 글을 쓴 계기는 너무나 많은 분들이 창업을 마치 취미생활같이 하고 있어서 답답해서 였다. 물론,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취미생활로 창업을 즐기고? 있는데, 이와는 반대로 죽을 각오로 사업하시는 분들을 보면 안타깝고 화가 난다.

8/운동선수들로부터 배우는 슬럼프 극복 방법
몇 년 전부터 스트레스, 슬럼프, 공황장애와 우울증이 우리에게는 낯설지 않은 단어가 되어 버릴 정도로 많은 현대인들이 스트레스와 우울에 시달리고 있다. 나 또한 불안과 스트레스를 태생적으로 가지고 있는 직업 전선에 종사하는 일 인으로 쓴 글이다.

9/박사들의 취업 전략
잉여스펙‘ 이라는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방향성 없는 박사들이 우리 주위에는 너무나 많다. 이 세상이 필요로 하는 것 보다 훨씬 더 많은 박사들을 우리의 학교들은 제조하고 있지만, 정작 박사들은 공부한 걸 어떻게 하면 유용하게 써먹을지 모르고 있는거 같다. 그래서 많이 읽히지 않았을까 조심스럽게 추측한다.

10/우버에 대한 단상
3/번과 비슷한 이유에서 많이 읽힌 거 같다. 한국은 우버를 필요로 한다고 생각한다.

이상 올 해 가장 많이 읽힌 글 10개 였다. 그런데 나한테 개인적으로 어떤 글이 가장 기억에 남는지 물어본다면 다음 2개의 포스팅을 뽑겠다:
[실험] 비트코인으로 팁 주기: 이 실험을 통해서 51명에게 내가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을 드렸고, 대부분 처음으로 비트코인 지갑을 만들고 사용해 보셨다. 아주 의미있고 가치있는 실험이었다. 2016년은 비트코인의 해가 되지 않을까 싶다.
로켓을 만드는 중학생: 과학자가 되고 싶어하는 정재협 학생의 프로젝트를 후원했고, 이 친구를 직접 만나기까지 했다. 정재협 학생 근데 로켓 발사는 성공했나요?^^

2016년에는 더 유용한 글을 많이 쓸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Happy New Year!

일관성에 자신 없으면 시작하지도 말아라

consistencyUnion Square Ventures의 간판 Fred Wilson은 지난 수년 동안 1년 365일 거의 매일 블로깅을 하고 있다. 실은 주말에는 굉장히 간단하거나, 동영상을 공유하는 수준의 글을 올리기 때문에 엄밀히 말하면 일주일에 5번이지만 한 번이라도 글을 써 본 사람들은 이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 것이다. 나는 전에는 그냥 시간 날 때만 블로깅을 했다. 한 달 내내 바쁘면 한 달 동안 글을 하나도 쓰지 않다가 한가해지면 한 달 동안의 침묵을 깨고 일주일 동안 글을 5개씩 쓰기도 했다. 이러다 보니까 글 쓰는 습관도 불규칙해졌고, 내 블로그를 읽는 독자들과의 관계도 매우 불규칙해졌다(나는 작가가 아니라서 독자들과의 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글을 쓰는 건 아니지만, 오늘의 주제 때문에 이런 표현을 쓴다). 그래서 한 2년 전부터는 3일에 한 번씩 글을 쓰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하니까 독자들과의 관계도 꾸준해졌는데, 이보다 더 값진 건 바로 정기적으로 블로깅 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생활과 태도에 규율이 생겼다는 점이다. 가끔은 글을 매일 쓰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만, 이걸 1년 내내 지속할 수 없다는 걸 내가 잘 알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많고 글을 많이 쓰고 싶어도 ‘3일 규칙’을 지킨다. 한가해도 무조건 3일에 한 번, 바빠도 무조건 3일에 한 번이다.

마케팅하는 스타트업들한테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마케팅이라는 거 한 번에 되는 게 아니다. 세상 모든 일이 그렇듯이, 일관성을 갖고 꾸준히 해야 한다. 페이스북 마케팅 예산이 500만 원 있다면, 이 500만 원을 하루에 쓰는 거 보다는 1년 365일 매일 조금씩 일관되게 집행하는 게 바람직하다. 이렇게 하다 보면 우리 제품을 꾸준히 특정 고객들에게 알릴 수 있고, 그러면서 시장에 대한 감을 꾸준히 잡을 수 있다. 모든 걸 한방에 진행하려면 순간적으로 모든 자원을 무리하게 활용해야 하는데 이는 회사에 전반적인 자원의 불균형을 가져온다.

페이스북 마케팅 이야기를 계속해보자. 요새 웬만한 스타트업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다 운영한다. 회사에 대한 페이지 일 수도 있고, 제품에 대한 페이지 일 수도 있다. 그런데 페이스북 페이지의 70% 이상이 좀비 페이지이다. 개설하고 한 2~3개월 동안은 열심히 이것저것 올리고 홍보를 하지만 그 이후에는 모든 활동이 뜸해지는데, 별로 효과가 없어서 더는 하지 않는다고들 한다. 3개월 만에 되는 일은 없다. 페이스북을 통해서 제품을 마케팅할 생각이라면, 최소 2년을 봐야 한다. 한 번에 100개의 포스팅을 올리지 말고, 2년 동안 매일 한 개의 포스팅을 꾸준히 올려보면 성과가 있거나, 아니면 뭔가를 배울 수 있을 것이다. 일관성을 갖고 운영할 자신이 없으면 아예 만들지 않는 게 정답이다. 죽은 페이지를 가지고 있는 거 보다는 아예 없는 게 더 좋기 때문이다.
회사 블로그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다 하므로, 그리고 공짜로 만들 수 있으므로, 사업을 시작하면 회사 블로그를 다 만들지만, 현실은 모두 좀비 블로그로 변한다. 한 달에 한 번 글을 포스팅해도 좋다. 대신 이걸 꾸준히 해야 한다. 한 달에 한 번 해서 1년에 12개의 글을 꾸준히 포스팅하는 게, 한 달에 12개의 글을 포스팅하고, 남은 11개월 동안 아무것도 안 하는 거 보다 훨씬 더 좋다.

스타트업바이블 2: 제33계명 – 매 순간 전력질주를 하면 장거리를 못 간다‘에서 아문센의 ’20마일 법칙’에 대해서 이야기했는데, 모든 일에는 이런 일관성 있는 꾸준함이 중요한 것 같다. 한 번 아주 거하게 해서 되는 일은 이 세상에 거의 없다. 꾸준히, 일관성 있게 모든 일에 접근하는 습관을 기르는 게 바람직하다. 일도 마찬가지이다. 24시간 연속 일하고 회복하느라 일주일을 쉬느니 하루에 3시간씩 꾸준히 8일을 연속 일하는 게 결과가 좋다.

일관성 있게 일을 진행할 자신이 없다면, 아예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는 게 좋다.

<이미지 출처 = https://www.youtube.com/watch?v=fqEnUqfOeWI>